* <화양연화>를 보고 장만옥이 입은 그 수많은 아름다운, 단아한 "치파오"에 반했었다. 타이페이 방문 기념으로,치파오를 입고 찍은 사진.
2001년 방콕에 처음 출장 갔을 때,
난 태국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 가슴 설레임이란....
태국에서 질릴 때 까지 살아 보는게 내 꿈이 되었다.
96년에 태국에 간 적이 있다.
96년 12월.
입사를 한 달 앞두고
"회사원이 되면 이제 방학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동남아 여행을 갔었다.
아빠가 동남아는 위험하다고
단체 관광이 아니면 절대 여행을 허락할 수 없다 하셔서,
H 관광의 5박 6일 홍콩/태국 상품으로 여행을 갔었다.
( 동남아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
그 때의 여행은 내가 해본 최초이자 마지막 "단체 관광"이었다.
헐값으로 상품을 팔고,
현지에서는 허접한 음식에 옵션, 바가지, 강매로 수입을 챙긴다.
단체 관광으로 방콕과 파타야를 다녀 왔을 때,
태국에 대한 기억은 "덥다", "지저분하다" 정도였다.
태국에 출장을 자주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태국을 덥고, 지저분한 나라로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단체 관광이란게 그렇다.
떠들썩한 관광지에만 데려가고,
음식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국음식점이랑 싸게 계약을 해서
허접한 밥상을 차려주고,
현지 음식을 먹어도 단체 관광객들만 가는 부페나 유람선 이런데서 정신 없는 식사를 하고(그것도 옵션으로)...
태국에 자주 출장을 가면서,
그 후로 아시아에 자주 다니면서,
나는 내가 받은 교육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아무래도 노란것이 속은 희다고
섞이면 생겨나는 하얀
Banana Shake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바나나 쉐이크>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에서 미국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극장에 가서 허리우드 영화를 보고,
영어를 죽기 살기로 배우고,
대학에 가서는 안가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너도 나도 어학연수를 가고,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이 되고....
2001년에 방콕에 갔을 때,
난 거기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할머니,
길거리에서 핫바를 파는 아줌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차장 아저씨,
"못 먹어도 Go"라고 짝퉁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
몸에 부적을 몇개씩이나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
모든 것이 너무도 친근하고 편안했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을 보고,
어른이 되어서는 [Friends]나 [Sex & The City] 같은 시트콤을 보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미술사를 필독서로 읽으며,
죽어라 영어공부를 하며
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먼곳을 보며 바쁘게 진행되고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는데,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사람을 홀리는 태국의 매력에 나는 홀딱 빠져 버렸다.
아시아에 갈 때 마다 넘쳐나는 에너지와 친근함에
나는 늘 사랑에 빠진다.
이번 대만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또 사랑에 빠졌다.
음식이 너무도 맛있어서 체중관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점을 제외하면, 아주아주 행복한 출장이었고(출장 결과도 다행히 좋다) 소중한 체험이었다.
나의 꿈은 아시아 여러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사는거다.
( 결혼할 생각은 안하고 이런 헛소리를 하는걸 부모님이 아시면....참말로 큰일이다.)
아시아는 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