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내가 머물렀던 호텔은 "The Westin Taipei".
서울의 웨스틴 조선과 같은 계열이다.

호텔에서 며칠 동안 아침 식사를 할 때,
매일 내 테이블을 담당했던 직원은 아주아주 뚱뚱한 여자였다.

"뚱뚱하다"는 개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삐쩍 마른 여자들이 자기는 뚱뚱하다며 거식증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다이어트 중독이 된 수많은 여자들은 월급을 송두리째 한방 다이어트에 갖다 바친다.
(주위에서 한약을 먹고 있는 여자들을 보라.그게 살 빼는 약인지,보약인지...)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우리는 "통통하다"와 "뚱뚱하다"를 혼동한다.
보기 좋게 통통한, 건강한 여자들에게 "뚱뚱하다"고 말한다.
(코요테의 신지는 "너무 뚱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Westin Taipei의 그 뚱뚱한 직원은 80kg가 훨씬 넘는 것 같았다.
키는 160이 약간 넘는 정도?
한국 호텔들 같았으면 그냥 서류에서 탈락시켰을 꺼다.

"Would you like to have a coffee or tea?"
"Coffee, Please"
커피 포트를 들고오는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걸을 때 마다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몸에 비해서 발이 무척 작았다.

난 커피 중독이라(울 엄마 말에 따르면 안 좋은건 다 한단다) 아침에 커피를 진하게 2잔 마시는데,
그 직원이 힘들어 보여서 더 달라는 말도 못했다.

그 여자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뚱뚱하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

뚱뚱한 여자에게 쏟아지는 시선.
그런 시선들에는 비난, 무시 이런게 깔려 있다.

언젠가 삼겹살 집에서 아주아주 뚱뚱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그 여자는 커다랗게,먹음직스럽게 쌈을 싸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남자 친구로 보이는 남자와 둘이서....

그 여자를 본 남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 저 여자 먹는것 좀 봐라.먹고 싶을까? "
" 저 자식은 저 여자 돈 보고 만나나? 저렇게 뚱뚱한 여자랑..."

왜 그 여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할까?

내가 만약 그렇게 뚱뚱하다면,
나도 그런 시선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서글퍼졌다.

사실 요즘 체중이 늘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말부터 은근히 찐 살이 요즘은 티가 나서
왠만해서는 잔소리를 안하는 울 아빠까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젊은 애가 그렇게 자기 관리를 못하면 어쩌냐? "

더 심한 말도 들었다.
월요일에 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
오랫만에 만난 후배 하나가 씩 웃으며 말했다.
" 누나...많이 자랐네요! 옛날엔 정말 예뻤는데..."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에서 잊을 수 없는 얘기가 있다. 여자대학 동문회에서 여자들이 제일 부러워 하는 대상은 성공한 여자가 아니라, 몸에 딱 맞는 청바지를 입은 날씬한 여자라고...

그렇다.
수많은 여자들이 몸에, 몸무게에 "강박증"을 느낀다.
매일매일 체중을 재고, 속상해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먹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못한다.

나 또한....자유롭지 못하다.
지금도.....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Taipei에서 만난 그 웨이트리스가 생각난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도 그 화려한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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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4-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다이어트 모드여서 하루 한끼만 먹고 있답니다(믿거나 말거나-_-) 근데 저는 아침에 커피 석 잔!

하이드 2005-04-0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홀릭이랍니다. 그리고 회사들어와서 는 살때문에 스트레스도 잔뜩 받구요 -_-a 남들 시선 플러스 자기비하 플러스 맞는옷 없음. 으로 이눔의 살 이십대 다 넘어가기전에 헤어져야지!하고는 있습니다만.

줄리 2005-04-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동생이 뚱뚱하다고 매일 (동생이니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고 주장하면서)구박하는 저, 반성할께요. 사실 저두 나오는 배를 매일 쓰다듬으며 '웬만하면 꺼져 있지' 를 반복하면서 말이죠..
클라인 수선님 처음 뵙네요. 서재가 무지 알차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거 같아요. 자주 올게요~~

야클 2005-04-10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찌는 것은 남자들도 스트레스 받아요. 술살,나이살,스트레스살. -_-a
물론 여자분들만큼 살로 인해 사회에서 받는 불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남녀 구분할 것 없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몸 관리는 필요할 것 같아요.

moonnight 2005-04-10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넘고 찌는 살은 모조리 배랑 허벅지로 가는 거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통통해도 예쁜데 ㅠㅠ 많이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면서도 아침마다 다방커피 두잔은 꼭 마셔야하고 술도 줄이질 못하니 어쩌자는 건지. 우엥. ㅠㅠ

2005-04-10 0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0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야클님이 남자분이었나요?@,.@
수선님, 전 가정법이 아니고 완벽한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저 상황.
언젠가 저도 이런 글 하나 쓰고 싶어요. 불끈=3=3
어쩜 이리도 술술 경쾌하게 글을 쓰시는지......^^

kleinsusun 2005-04-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야클님이 여자라고 생각하셨구나...^^
저도 처음에 야클님이랑 마태우스님이 여자라고 생각했어요.ㅋㅋ
야클님 페이퍼에서 샤프한 야클님의 사진을 보실 수 있답니다.
아....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작은 옷만 나오는 사회에서 살에서 자유롭기는, 스트레스 안 받기는 힘드네요.

kleinsusun 2005-04-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맞아요. 한국이라면 그 웨이트리스를 서류전형에서 탈락시켰겠죠.
타이페이에서 많은 회사에 방문했는데, 한 회사는 Information Desk에 은퇴한 할머니가 앉아 있더라구요. 그 할머니 다리도 불편하셔서 차를 갖다 주시면서 다리를 심하게 저셨어요. 한국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도우미 같은 여자들이 앉아 있는 Information Desk에 퇴직한 할머니가 앉아 있다.... 그래서 Taipei가 더 좋았어요.

kleinsusun 2005-04-1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커피믹스로 두잔 드시나보죠?^^
그게...잠깨는 데는 최고죠.달달한 것이...근데 프림 2스푼은 지구를 두 바퀴 돌아도 안 빠진다는 말이...ㅋㅋ
야클님, 맞아요. 남자들도 살 땜에 스트레스 받아요. 체육대회 때 못뛰고 그러면 디따 스트레스 받더라구요.남에게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자신의 건강을 위한 주체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해요.

kleinsusun 2005-04-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안녕하세요! dsx님이 상큼한 줄리로 변신하셨네요.
저도 제 동생이 잔소리 많이해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미스하이드님, 하이드님도 커피홀릭? 반갑긴 한데...저 요즘 위염으로 고생하거든요.아침엔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용.
자명한 산책님, 하루에 한끼만 드신다구요?그런 초인적인 일을? ^^ 건강 해치지 않게 살살 하세용! 홧팅!

파란여우 2005-04-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뚱뚱한 체형으로 열심히 변신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나잇살이라고들 위로하지만 그래도...슬프다고요...흑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정말.....잔인하다.
사랑은 정말.....아프다.
사랑은 정말.....마음대로 안 된다.
사랑은 정말.....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은 다르다.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고 생각난 사랑에 대한 짧은 생각들이다.

힘든 사랑에 치여서 울고 있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 왜 그런 사람을 사랑한 거야?
나라면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을 꺼야."

누구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나?
무슨 신입사원 뽑는 것처럼 자격조건 따지고, 커트라인 있고, 1~3차 면접에 프리젠테이션, 신체검사까지 해서 사랑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아닌데....
내게 관심을 보이는 조건 좋은 남자를 덜컥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쉬우면 사랑이란 게 그 많은 소설과 영화와 노래와 신문사회면을 뒤덮는 온갖 치정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겠지...

<슬픈 카페의 노래>는 소통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세 외로운 영혼의 이야기다.

미스 아멜리, 꼽추 라이먼, 마빈 메이시.
이 세 명은 한번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

한 명은 다른 한 명을 갑갑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은 의기양양해 하고 거만해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혐오한다.
자신에게 퍼부어 지는 사랑을 견디지 못한다.
방탄 조끼를 입고 총알을 피하는 것처럼,
쏟아지는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온갖 난폭한 짓을 한다.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 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p49)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

매력적이라 불리는,
타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상대방을 반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쁘고 섹시한 여자들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젊고 매력적인 사람들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사랑 받는 사람은 배신자일 수도 있고 머리에 기름이 잔뜩 끼거나 고약한 버릇을 갖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사랑을 주는 사람도 분명히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지만,이는 그의 사랑이 점점 커져 가는데 추호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도 있고,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p51)

그렇다.
어떤 사랑이든지 그 선택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일깨워 지는지,
어떻게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너무도 많은 변수에 의해 달라지기에
누구나 다른 사랑을 한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보고 비웃는 것은,
신문 사회면의 치정사건을 보고 "싸이코" 또는 "또라이"라고 욕하는 것은
그리 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힘들고 불편하게 느낀다.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게 되는데,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파헤쳐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

(p51)

마빈 메이시로 부터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미스 아멜리,
미스 아멜리로 부터 한 없이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꼽추 라이먼,
꼽추 라이먼으로 부터 신과 같이 받들어지는 마빈 메이시.

이들은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한다.
그들의 폭력은 돌고 돈다.
섬뜩하다.그리고...아프다.

아.....
시소를 타는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나도 그만큼만 딱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러나... 사랑이란 것이 그렇게 공평한 것이 아니기에
여기 저기에 아픔이 떠돌아 다닌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 받는 사람의 각기 다른 세계를
이처럼 처절하게 그려낸 소설은 드물다.

꼽추 라이먼을 하염 없이 기다리는 미스 아멜리의
촛점 없는 시선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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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4-0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옮긴이 장영희님,추천자 수선님. 꼭 읽어봐야겠는데요? ^^

끼사스 2005-04-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다'와 '사랑받다'. 앞으론 따로, 각각 동사-형용사 아닌-로 제 사전에 올려야겠군요.

kleinsusun 2005-04-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야클님.꼭 읽어 보세요. 처절한 사랑에 맘은 아프지만...
사랑받다, 사랑하다 하나의 동사면 좋겠지만 두개의 동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외롭고 아프네요. 훈성님도 한번 읽어 보세요!

플레져 2005-04-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선님의 멋진 리뷰에 한 표! ^^

로드무비 2005-04-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너무 슬픈 리뷰예요. 흑=3

kleinsusun 2005-04-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플레져님,로드무비님, 이 소설 정말 아파요.
읽고 나서 작은 후유증을 앓았답니다.

오렌지향 2005-04-0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기"합니다. 수선님 추천은 확실히 믿으니까요.^^
곱추가 등장하는 내용의 왠지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상시키는데, 그런가요?

moonnight 2005-04-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재해와 사랑은 같다고 하던 말이 떠오르네요. 예전 신간소개에서 보고 읽어야지 싶었는데 수선님이 결심을 굳히게 만드시네요. 너무 아플까봐 두렵긴 하지만요. ㅠㅠ

kleinsusun 2005-04-0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랑 전혀 틀려요.신체적으로 꼽추라는 점 말고는 정말 정말 다르답니다.<슬픈 카페의 노래>의 꼽추 라이먼은 타인들이 자신을 향해 연민을 느끼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만하고 배은망덕하기 그지 없죠. 오렌지향님이 좋아할만한 책인 것 같아요.절절한 소설입니다.

kleinsusun 2005-04-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재해와 사랑....
사랑에 비유되는 것들이 참 많네요.그죠?
전 연애에서 깨어날 때랑, 술 많이 마신 다음날이랑 비슷한 기분이 들어요.
다신 안 다쳐야지 하면서 왜 또 그럴까나....ㅋㅋ

2005-04-05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7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4-1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또 한방! ^^
 

어제 떠나가는 동료를 위한 환송회가 있었다.
뽀다구 나는 대기업 명함을 과감히 버리고,
사업을 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만 9년 동안 꼬박 회사를 다닌 K대리.
마지막 출근 날이었던 어제,
정말 만감이 교차했을 꺼다.

어제 K대리가 보낸 "회사를 떠나며..."란 제목의 단체메일은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보내는 형식적인 "퇴직인사"랑 많이 틀렸다.

보통의 "퇴직인사"는 이렇다.

그 동안 베풀어 주신 사랑과 도움에 감사 드립니다.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 하나,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 드립니다.
........(세줄 정도 중략)
정들었던 선후배, 동료 여러분 모두 건승하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어제 K대리가 보낸 메일은 정말 솔직하고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저번주 금요일 휴가를 내었습니다.
오랜만에 3개의 자명종을 끄고 잠들었지만, 알람이 세팅된 각각의 시간에
자동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늦은 아침..정말 오랜만에 집사람이 차려 주는 아침을 먹고 민규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갑니다. 그 동안 내가 몰랐던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빵집 아저씨 웃으며 인사하고, 이발소 아저씨 투덜거리며 가게 앞을 청소합니다
그 시간엔 무슨 노란차들이 그리도 많이 다니던지...찾아보기 힘들던 꼬마아이들이
그리도 많던지...유치원에 도착하니 민규는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뛰어가고..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이 현실로 무겁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아침햇살을
등지고 집으로 오는 길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K대리의 "회사를 떠나며" 중에서)


그 동안 몰랐던 낯선 풍경.
- 그렇다. 출근길에는 그저 빨리 걷는다.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고개를 떨구고 잠든 사람들 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찾아보기 힘들던 꼬마아이들.
- 그렇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는 꼬마들이 없다. 넥타이를 휘날리며 분주하게 걷는 회사원들이 있을 뿐이다.

자명종을 다 끄고 잠들어도
9년 동안 훈련된 생리시계는 정확한 시간에 자명종 3개를 합친 것 보다 더 큰 소리로 울린다.

K대리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딱 한 달 동안 쉰다고 한다.
환송회 때 소주를 한잔 권하며 K대리에게 물었다.

" 쉬시는 동안 뭐하실 꺼예요?"
" 매일 아침 아내랑 조조영화를 보러 갈꺼예요.
그 동안 아내랑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안타까웠거든요.
한 달 내내 뭘 하든지 아내랑 같이 있을 꺼예요."


아..... 정말 부럽다.
매일 아침 사랑하는 사람이랑 손을 꼭 잡고 극장에 가다니...
아....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생각만 해도.

도대체 나의 반쪽은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일요일 아침에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 마시기가 어찌 이리 힘든지...

매일 아침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조조영화를 보러 갈 K대리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길 바라며.

Bravo, 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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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3-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선님, 맨날 구경만하다가 글 남겨봅니다. ^^
근데, 전 괜히 미리 벌써 쓸데없이 아마 그분 많이 들었을 그런 걱정들이 머리를 휙휙 스치고 지나네요. 대기업의 우산을 벗어나 사업을 하실 그 분. 앞으로 과연 시간이 더 많아질지, 더 없어질지, 아,그리고 전 출근할때 맨날 노란차들이랑 거기 탄 꼬맹이들 본답니다. ^^;; 대략, 8시 40-50분 정도지요?

로드무비 2005-03-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대리의 인사 멋지네요.
그에게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그리고 이렇게 예쁜 우리 수선님과 이른 아침 도서관에서
만나 커피 마시고 조조로 영화보고 할 행운의 주인공이 누굴지
저도 궁금해요.(빨리 나타나소서!)

오렌지향 2005-03-3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글 매번 100% 공감합니다. k대리가떠나셔서 섭섭하시겠네요. 그분의 용기에 진심으로 Bravo!

moonnight 2005-03-3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적인 작별편지네요. 용기있는 분이다 싶어요. 매일 손을 꼭 잡고 조조영화를 보러 갈 예쁜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
우리 수선님의 반쪽. 얼른 만나셔야 할텐데. 어느 도서관 자판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닐까요? 양손에 커피를 들고서요. ^^

kleinsusun 2005-03-3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하이드님 안녕하세요! 저도 하이드님 글을 읽고 있지요.
야클님 서재에서도 자주 만나구요.ㅋㅋ
대기업을 벗어나 벤처에 간 분들, 사업을 하시는 분들 많지요.
근데...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걸 피턴 현상이라고 부르던데...
K대리는 뜻하는바 대로 잘 되었음 좋겠네요.
참! 저희는 출근이 8시까지라 노란 차를 볼 수가 없답니다.
하이드님,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용!

kleinsusun 2005-03-3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드무비님, 감사 또 감사합니다.
나타나기만 하면 냉큼 보여드릴께요.ㅋㅋ

moonnight님,양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이 팔 아파서 내려 놓으면 어쩌죠?ㅋㅋ
moonnight님은 이 아름다운 봄에 어떤 연애를? 핑크빛 봄을 바래요.
우리 같이 행복하자구요!!!

오렌지향님, 네 섭섭해요. 어제 K대리에게 책을 한권 선물했어요.
<삼미 슈퍼스타의 마지막 팬클럽>. 낄낄거리며 읽으면 좋겠네요.

마태우스 2005-03-3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지다.... 사업이 잘되어 계속 멋짐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구 님의 짝은..... 알라딘에 님의 몽환적인 사진이 떴으니, 이제 곧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샘 2005-03-3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싶은 정말 어마어마한 꿈. 아내의 손을 잡고 조조 영화를 보고 싶은 굉장한 꿈. 한 달간이라도 마음껏 누리실 자격이 있는 분이네요.
S대리님, 손잡고 도서관 가실 그 분은 한 걸음씩 오고 계신데, 안 보인다고 투정 부리지 마세요. 더 맛있는 글을 많이 남기셔서, 그 분이 오신다면 살포시 보여주시길... 아마 감동의 도가니가 아닐까요?

2005-03-3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3-3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일단 원없이 '처'자고 싶다. 그 후에 배낭 메고 훌쩍 아시아 여행을 떠나면 좋으련만...

LAYLA 2005-03-3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분이시네요. 수선님도 올해는 님을 찾으세요 >//////////<히히

kleinsusun 2005-04-0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몽환적 사진이라...마태우스님의 표현은 항상 넘 재미있어요.
글샘님, 네.....오고 있는데 제게 안 보이는 거군요. 아하! 고맙습니다. 랄랄라.
속산이신님,맞아요.거창하지도 않은데 못하는 일들이 많죠? 저한테도 브라보 외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쥐님, 저도 아시아 여행 가고 시퍼요. 이번 주말엔 실컷 주무세요!
LAYLA님, 고맙습니다.///////////호홋.

야클 2005-04-0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을 떠나 혼자 해방감을 느끼며 쉬고 싶다는 남자도 있지만,이렇게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며 쉬고 싶다는 남자가 더 멋있고 근사해 보이네요. 그분에게 행운을! 수선님께도 멋진 4월을! ^^ 아니 멋진 남친을 ^^V

kleinsusun 2005-04-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도 핑크빛 봄을! 요즘은 좀 여유 있으시죠? 기쁜 봄날 보내세요!

바람돌이 2005-04-0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빼고는 6시반정도에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남편이 올해는 고3담임을 맡으면서 빠르면 저녁 8시 반 늦으면 12시 반에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어느 날 밤 유난히 데면데면하게 구는 딸아이들을 보고 섭섭해 합디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빠 얼굴볼일이 없으니 섭섭해지기도 했겠지요
그날밤 남편이 "아마 대한민국의 샐러리맨 아빠들이 다 이런기분이겠지"라고 말하더군요. 둘다 씁쓸함을 느끼면서 공감했습니다. 수선님의 글을 보니 문득 생각나네요. 대한민국의 회사원 아빠 엄마들의 봄날을 위해 bravo!!!

kleinsusun 2005-04-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도 고3들 야간자율학습하나요? 저희 때는 매일 밤 10시까지 했었는데...
야자 감독하고 집에 가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우린 진학이라도 하지 선생님들은 진짜 힘들겠다 생각했었어요. 두분 다 많이 힘드시겠네요. 힘내세요, 홧팅!

2005-04-08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화양연화>를 보고 장만옥이 입은 그 수많은 아름다운, 단아한 "치파오"에 반했었다. 타이페이 방문 기념으로,치파오를 입고 찍은 사진.

2001년 방콕에 처음 출장 갔을 때,
난 태국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 가슴 설레임이란....
태국에서 질릴 때 까지 살아 보는게 내 꿈이 되었다.

96년에 태국에 간 적이 있다.
96년 12월.
입사를 한 달 앞두고
"회사원이 되면 이제 방학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동남아 여행을 갔었다.

아빠가 동남아는 위험하다고
단체 관광이 아니면 절대 여행을 허락할 수 없다 하셔서,
H 관광의 5박 6일 홍콩/태국 상품으로 여행을 갔었다.
( 동남아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

그 때의 여행은 내가 해본 최초이자 마지막 "단체 관광"이었다.
헐값으로 상품을 팔고,
현지에서는 허접한 음식에 옵션, 바가지, 강매로 수입을 챙긴다.

단체 관광으로 방콕과 파타야를 다녀 왔을 때,
태국에 대한 기억은 "덥다", "지저분하다" 정도였다.
태국에 출장을 자주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태국을 덥고, 지저분한 나라로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단체 관광이란게 그렇다.
떠들썩한 관광지에만 데려가고,
음식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국음식점이랑 싸게 계약을 해서
허접한 밥상을 차려주고,
현지 음식을 먹어도 단체 관광객들만 가는 부페나 유람선 이런데서 정신 없는 식사를 하고(그것도 옵션으로)...

태국에 자주 출장을 가면서,
그 후로 아시아에 자주 다니면서,
나는 내가 받은 교육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아무래도 노란것이 속은 희다고
섞이면 생겨나는 하얀
Banana Shake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바나나 쉐이크>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에서 미국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극장에 가서 허리우드 영화를 보고,
영어를 죽기 살기로 배우고,
대학에 가서는 안가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너도 나도 어학연수를 가고,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이 되고....

2001년에 방콕에 갔을 때,
난 거기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할머니,
길거리에서 핫바를 파는 아줌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차장 아저씨,
"못 먹어도 Go"라고 짝퉁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
몸에 부적을 몇개씩이나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

모든 것이 너무도 친근하고 편안했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을 보고,
어른이 되어서는 [Friends]나 [Sex & The City] 같은 시트콤을 보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미술사를 필독서로 읽으며,
죽어라 영어공부를 하며
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먼곳을 보며 바쁘게 진행되고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는데,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사람을 홀리는 태국의 매력에 나는 홀딱 빠져 버렸다.

아시아에 갈 때 마다 넘쳐나는 에너지와 친근함에
나는 늘 사랑에 빠진다.

이번 대만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또 사랑에 빠졌다.

음식이 너무도 맛있어서 체중관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점을 제외하면, 아주아주 행복한 출장이었고(출장 결과도 다행히 좋다) 소중한 체험이었다.

나의 꿈은 아시아 여러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사는거다.
( 결혼할 생각은 안하고 이런 헛소리를 하는걸 부모님이 아시면....참말로 큰일이다.)

아시아는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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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2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너무 요염해요
장만옥이 질투할겁니다...
너무 이쁘면 저와 라이벌이 안되는뎅...
암튼, 반갑다는 말씀입니다.^^

LAYLA 2005-03-2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잖아요......ㅎㅎ

마태우스 2005-03-2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눈에 안들어오고 사진만....하핫. 근데 여우님과 라일라님도 그런 모양이어요^^

kleinsusun 2005-03-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란여우님, 호홋....장만옥이 질투를 하다니요.ㅋㅋ
근데 치파오가 참 작더라구요. 어찌나 꼭 끼던지...사진 찍느라 고생했답니다.
LAYLA님, 정말? 기분 좋네요.연예인 사진이라...ㅋㅋ
마태우스님, 글도 읽어주세용. 호홋.

세벌식자판 2005-03-2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얼!짱!각!도! (^o^)=b

오렌지향 2005-03-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대만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어요. 대만 여행가면 저도 꼭 한번 찍어 봐야겠군요. 기다리고 기다렸던 수선님 글 읽으니까 좋네요. 나이도 비슷한데 우리 친구해요~~^^

날개 2005-03-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어요..+.+ 지난번 본 사진이랑은 느낌이 너무 다르군요...!!

186200


바람돌이 2005-03-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잘다녀오셨네요 반가워요
영화배우같은 사진이네요(어 눈부셔...)
수선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그곳에 같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타이페이의 계속된 얘기 기대할게요

코마개 2005-03-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뷰리풀!!질투 나네...

icaru 2005-03-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kleinsusun 2005-03-2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영화배우, 연애인, 대만 연애인 모두 좋습니당.ㅋㅋ
설마... <전원일기>나 <전설의 고향> 이런 프로를 떠올리시는건 아니시죠?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당. 신나는 한주의 시작!

2005-03-2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8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3-2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예뻐라!
감탄이 절로......^^

2005-03-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옷을 치파오라고 그러는군요. +_+ 너무너무 예뻐요. 섹시하기도 하고 품위도 있는 분위기 참 좋네요. ^^
잘 다녀오셨다니 반갑습니다. 감기몸살땜에 며칠 서재에 못 들어왔어요. 늦은 인사 죄송해요. ㅜㅜ
저역시 동남아는 위험해. 라는 편견에 빠져있었나봐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

2005-03-30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4-0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오늘에서야 봤네요. 정말 멋지네요. 실물이 더 낫겠죠? ^^ 저도 조만간 여행갑니다. 출장말고~~~

kleinsusun 2005-04-0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여행 어데로 가요? 부럽당.
야클님 겨울 내내 고생하셨는데, 아주아주 신나는 여행하세요!
 

오늘 저녁 퇴근길 지하철.
옆에 앉은 여자가 백지연의 <자기설득파워>를 밑줄을 치며 읽고 있었다.

백지연의 그 딱 부러지는, 빈틈 없어 보이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프로다워 보이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외모.

얼마 전 서강대에 들렀을 때도
무슨 세미난지 강연회 포스터에
백지연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성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걸려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가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의 표지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나랑 다를까...그런 생각을 했다.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온 오늘,
그림판으로 백지연 사진과 내 사진을 묶어 보았다.

정말....다르다.

백지연은 참 프로다워 보인다.
나는 참 "어눌해" 보인다.

커리어우먼다운 짧고 세련된 머리 vs 금발에 가까운 긴머리,
도전적인 강렬한 눈빛 vs 이유 없이 씩 웃고 있는 어눌한 표정,
이성적인, 논리적인 vs 감성적인, 감상적인

뭐 성공의 대명사라 불리는 백지연과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백지연처럼 똑똑 부러지는(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미지를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성공시대> 이런 TV 프로 보고 스트레스 받고 하던 때가 있었다.
잘난 여자들이 쓴 자서전 보고 "나는 뭔가?" 하는 생각으로 웅크리던 적도 있었다.
난 성공하기에 너무 감성적인게 아닌가, 너무 게으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테크+재테크+자기 경영+ 아침형 인간 등등이 되자며
코피나게 스스로를 몰아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다 타고난 저마다의 "천성"이 있는거다.
뭐 이런 책도 있지 않은가?
<타고난 성격으로 승부하라>.

누구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4천만 국민이 다함께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초조해 하는 대신,

그냥....
생긴대로....
편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고 싶다.

우리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칭찬받고 개발하는 대신,
못하는 것을 핀잔 받고 남들 만큼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그런 "이상한 " 교육을 받아왔다.

많은 부모님들이 당신 자식들이 잘한 것은 칭찬해 주지 않으시고,
못한 것은 매섭게 혼을 내셨다.
칭찬해 주지 않으신 것은 아이들이 거만해질까봐 걱정을 하셔서이고,
매섭게 혼을 내신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의도에서였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약한 "자기 존중감"을 갖고 있다.
툭하면 컴플렉스를 느끼고, 주눅들고, 기 죽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한다.
난 왜 이 모양이지?

요즘 유행하는 개콘의
" ~까짓거 대~충하면 되지."
이 말이 왜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개콘 공개방송을 보러 가서 사인을 받아올까 생각중이다.

편하게,
내 스타일대로,
타고난 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인생 한번 사는거 까짓거 대~충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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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3-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수선님은 충분히 일잘하고 똑똑하고 똑부러지는 ! 그런 멋진 여성이었어요. 거기다가 감성적인 따뜻한 가슴도 가지고 계시고...^^

2005-03-2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벌식자판 2005-03-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때는 표지사진하고 그 옆 사진하고 똑같아 보이는데요. ^^;

끼사스 2005-03-24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씨의 체념섞인 성찰보단 어쩐지 LAYLA씨의 관찰기가 더 마음에 와닿는군요. ^^:

kleinsusun 2005-03-2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부끄부끄.... 학교는 재미있어요? 한참 바쁘겠네요. 미팅도 하고 그러나요? 좋겠당...
세벌식 자판님, 똑같아 보인다구요? 제가 더 이쁘지 않나요? 우하하하. 헉.
훈성님, 좋은 책 많이 읽고 계시나요? 체념이라기 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즐겁게 살겠다는 저의 바람인데... 전 좀 널널한게 좋아요.ㅋㅋ

로드무비 2005-03-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페이 잘 다녀오셨나요?
이런 글을 보면 수선님이 약간 감상적이신 게 느껴집니다. ㅎㅎ
똑부러지고 세련되고 탁 트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본인이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 장단 맞춰 드려야죠 뭐.^^

moonnight 2005-03-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이미지도 많은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고 그게 안 되어 주눅들어버리는 바로 '그것'이랍니다. ^^ 출장은 좋으셨나요? 후기올려주세요오오옹~^^(안어울리는 애교까지-_-;)

2005-03-2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3-2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이예요. 읽어야할 로드무비님 글들이 많이 밀려있겠네요.호홋.
전 넘 똑 부러지는, 너무 빈틈 없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숨을 막히거든요. 제가 좀 널널해서...ㅋㅋ 로드무비님 서재로 놀러갈께요!

kleinsusun 2005-03-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안녕하세요! Taipei 여행기 올릴꺼예요. 개봉박두, 호홋.
항상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당.

코마개 2005-03-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베이 빨리 올려줘요. 사진 만땅으로다가! 기대 기대!!!!

오렌지향 2005-03-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서재 만들었어요. 제 생각에는 수선님은 삶을 매력적이고 유쾌하게 살고 계시는것 같은데요 뭘. 백지연의 "난 결코 상처 받지 않아"하는 빈틈 없는 자기 방어, 재미 없어요. 과연 그녀가 자기가 세운 목표 만큼 만족하며 행복할까 의문이네요.

kleinsusun 2005-03-2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알겠습니당, 성원에 감사드립니다.ㅋㅋ
오렌지향님, 서재 즐겨찾기 등록했어요.앞으로 자주자주 들릴께요. 제 글이 재미있어서 서재 만드셨다구요? 우와....기분 "디따" 좋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