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내가 머물렀던 호텔은 "The Westin Taipei".
서울의 웨스틴 조선과 같은 계열이다.

호텔에서 며칠 동안 아침 식사를 할 때,
매일 내 테이블을 담당했던 직원은 아주아주 뚱뚱한 여자였다.

"뚱뚱하다"는 개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삐쩍 마른 여자들이 자기는 뚱뚱하다며 거식증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다이어트 중독이 된 수많은 여자들은 월급을 송두리째 한방 다이어트에 갖다 바친다.
(주위에서 한약을 먹고 있는 여자들을 보라.그게 살 빼는 약인지,보약인지...)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우리는 "통통하다"와 "뚱뚱하다"를 혼동한다.
보기 좋게 통통한, 건강한 여자들에게 "뚱뚱하다"고 말한다.
(코요테의 신지는 "너무 뚱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Westin Taipei의 그 뚱뚱한 직원은 80kg가 훨씬 넘는 것 같았다.
키는 160이 약간 넘는 정도?
한국 호텔들 같았으면 그냥 서류에서 탈락시켰을 꺼다.

"Would you like to have a coffee or tea?"
"Coffee, Please"
커피 포트를 들고오는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걸을 때 마다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몸에 비해서 발이 무척 작았다.

난 커피 중독이라(울 엄마 말에 따르면 안 좋은건 다 한단다) 아침에 커피를 진하게 2잔 마시는데,
그 직원이 힘들어 보여서 더 달라는 말도 못했다.

그 여자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뚱뚱하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

뚱뚱한 여자에게 쏟아지는 시선.
그런 시선들에는 비난, 무시 이런게 깔려 있다.

언젠가 삼겹살 집에서 아주아주 뚱뚱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그 여자는 커다랗게,먹음직스럽게 쌈을 싸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남자 친구로 보이는 남자와 둘이서....

그 여자를 본 남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 저 여자 먹는것 좀 봐라.먹고 싶을까? "
" 저 자식은 저 여자 돈 보고 만나나? 저렇게 뚱뚱한 여자랑..."

왜 그 여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할까?

내가 만약 그렇게 뚱뚱하다면,
나도 그런 시선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서글퍼졌다.

사실 요즘 체중이 늘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말부터 은근히 찐 살이 요즘은 티가 나서
왠만해서는 잔소리를 안하는 울 아빠까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젊은 애가 그렇게 자기 관리를 못하면 어쩌냐? "

더 심한 말도 들었다.
월요일에 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
오랫만에 만난 후배 하나가 씩 웃으며 말했다.
" 누나...많이 자랐네요! 옛날엔 정말 예뻤는데..."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에서 잊을 수 없는 얘기가 있다. 여자대학 동문회에서 여자들이 제일 부러워 하는 대상은 성공한 여자가 아니라, 몸에 딱 맞는 청바지를 입은 날씬한 여자라고...

그렇다.
수많은 여자들이 몸에, 몸무게에 "강박증"을 느낀다.
매일매일 체중을 재고, 속상해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먹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못한다.

나 또한....자유롭지 못하다.
지금도.....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Taipei에서 만난 그 웨이트리스가 생각난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도 그 화려한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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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4-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다이어트 모드여서 하루 한끼만 먹고 있답니다(믿거나 말거나-_-) 근데 저는 아침에 커피 석 잔!

하이드 2005-04-0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홀릭이랍니다. 그리고 회사들어와서 는 살때문에 스트레스도 잔뜩 받구요 -_-a 남들 시선 플러스 자기비하 플러스 맞는옷 없음. 으로 이눔의 살 이십대 다 넘어가기전에 헤어져야지!하고는 있습니다만.

줄리 2005-04-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동생이 뚱뚱하다고 매일 (동생이니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고 주장하면서)구박하는 저, 반성할께요. 사실 저두 나오는 배를 매일 쓰다듬으며 '웬만하면 꺼져 있지' 를 반복하면서 말이죠..
클라인 수선님 처음 뵙네요. 서재가 무지 알차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거 같아요. 자주 올게요~~

야클 2005-04-10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찌는 것은 남자들도 스트레스 받아요. 술살,나이살,스트레스살. -_-a
물론 여자분들만큼 살로 인해 사회에서 받는 불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남녀 구분할 것 없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몸 관리는 필요할 것 같아요.

moonnight 2005-04-10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넘고 찌는 살은 모조리 배랑 허벅지로 가는 거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통통해도 예쁜데 ㅠㅠ 많이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면서도 아침마다 다방커피 두잔은 꼭 마셔야하고 술도 줄이질 못하니 어쩌자는 건지. 우엥. ㅠㅠ

2005-04-10 0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0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야클님이 남자분이었나요?@,.@
수선님, 전 가정법이 아니고 완벽한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저 상황.
언젠가 저도 이런 글 하나 쓰고 싶어요. 불끈=3=3
어쩜 이리도 술술 경쾌하게 글을 쓰시는지......^^

kleinsusun 2005-04-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야클님이 여자라고 생각하셨구나...^^
저도 처음에 야클님이랑 마태우스님이 여자라고 생각했어요.ㅋㅋ
야클님 페이퍼에서 샤프한 야클님의 사진을 보실 수 있답니다.
아....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작은 옷만 나오는 사회에서 살에서 자유롭기는, 스트레스 안 받기는 힘드네요.

kleinsusun 2005-04-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맞아요. 한국이라면 그 웨이트리스를 서류전형에서 탈락시켰겠죠.
타이페이에서 많은 회사에 방문했는데, 한 회사는 Information Desk에 은퇴한 할머니가 앉아 있더라구요. 그 할머니 다리도 불편하셔서 차를 갖다 주시면서 다리를 심하게 저셨어요. 한국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도우미 같은 여자들이 앉아 있는 Information Desk에 퇴직한 할머니가 앉아 있다.... 그래서 Taipei가 더 좋았어요.

kleinsusun 2005-04-1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커피믹스로 두잔 드시나보죠?^^
그게...잠깨는 데는 최고죠.달달한 것이...근데 프림 2스푼은 지구를 두 바퀴 돌아도 안 빠진다는 말이...ㅋㅋ
야클님, 맞아요. 남자들도 살 땜에 스트레스 받아요. 체육대회 때 못뛰고 그러면 디따 스트레스 받더라구요.남에게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자신의 건강을 위한 주체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해요.

kleinsusun 2005-04-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안녕하세요! dsx님이 상큼한 줄리로 변신하셨네요.
저도 제 동생이 잔소리 많이해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미스하이드님, 하이드님도 커피홀릭? 반갑긴 한데...저 요즘 위염으로 고생하거든요.아침엔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용.
자명한 산책님, 하루에 한끼만 드신다구요?그런 초인적인 일을? ^^ 건강 해치지 않게 살살 하세용! 홧팅!

파란여우 2005-04-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뚱뚱한 체형으로 열심히 변신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나잇살이라고들 위로하지만 그래도...슬프다고요...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