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퇴근길 지하철.
옆에 앉은 여자가 백지연의 <자기설득파워>를 밑줄을 치며 읽고 있었다.

백지연의 그 딱 부러지는, 빈틈 없어 보이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프로다워 보이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외모.

얼마 전 서강대에 들렀을 때도
무슨 세미난지 강연회 포스터에
백지연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성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걸려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가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의 표지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나랑 다를까...그런 생각을 했다.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온 오늘,
그림판으로 백지연 사진과 내 사진을 묶어 보았다.

정말....다르다.

백지연은 참 프로다워 보인다.
나는 참 "어눌해" 보인다.

커리어우먼다운 짧고 세련된 머리 vs 금발에 가까운 긴머리,
도전적인 강렬한 눈빛 vs 이유 없이 씩 웃고 있는 어눌한 표정,
이성적인, 논리적인 vs 감성적인, 감상적인

뭐 성공의 대명사라 불리는 백지연과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백지연처럼 똑똑 부러지는(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미지를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성공시대> 이런 TV 프로 보고 스트레스 받고 하던 때가 있었다.
잘난 여자들이 쓴 자서전 보고 "나는 뭔가?" 하는 생각으로 웅크리던 적도 있었다.
난 성공하기에 너무 감성적인게 아닌가, 너무 게으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테크+재테크+자기 경영+ 아침형 인간 등등이 되자며
코피나게 스스로를 몰아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다 타고난 저마다의 "천성"이 있는거다.
뭐 이런 책도 있지 않은가?
<타고난 성격으로 승부하라>.

누구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4천만 국민이 다함께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초조해 하는 대신,

그냥....
생긴대로....
편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고 싶다.

우리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칭찬받고 개발하는 대신,
못하는 것을 핀잔 받고 남들 만큼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그런 "이상한 " 교육을 받아왔다.

많은 부모님들이 당신 자식들이 잘한 것은 칭찬해 주지 않으시고,
못한 것은 매섭게 혼을 내셨다.
칭찬해 주지 않으신 것은 아이들이 거만해질까봐 걱정을 하셔서이고,
매섭게 혼을 내신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의도에서였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약한 "자기 존중감"을 갖고 있다.
툭하면 컴플렉스를 느끼고, 주눅들고, 기 죽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한다.
난 왜 이 모양이지?

요즘 유행하는 개콘의
" ~까짓거 대~충하면 되지."
이 말이 왜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개콘 공개방송을 보러 가서 사인을 받아올까 생각중이다.

편하게,
내 스타일대로,
타고난 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인생 한번 사는거 까짓거 대~충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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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3-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수선님은 충분히 일잘하고 똑똑하고 똑부러지는 ! 그런 멋진 여성이었어요. 거기다가 감성적인 따뜻한 가슴도 가지고 계시고...^^

2005-03-2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벌식자판 2005-03-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때는 표지사진하고 그 옆 사진하고 똑같아 보이는데요. ^^;

끼사스 2005-03-24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씨의 체념섞인 성찰보단 어쩐지 LAYLA씨의 관찰기가 더 마음에 와닿는군요. ^^:

kleinsusun 2005-03-2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부끄부끄.... 학교는 재미있어요? 한참 바쁘겠네요. 미팅도 하고 그러나요? 좋겠당...
세벌식 자판님, 똑같아 보인다구요? 제가 더 이쁘지 않나요? 우하하하. 헉.
훈성님, 좋은 책 많이 읽고 계시나요? 체념이라기 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즐겁게 살겠다는 저의 바람인데... 전 좀 널널한게 좋아요.ㅋㅋ

로드무비 2005-03-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페이 잘 다녀오셨나요?
이런 글을 보면 수선님이 약간 감상적이신 게 느껴집니다. ㅎㅎ
똑부러지고 세련되고 탁 트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본인이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 장단 맞춰 드려야죠 뭐.^^

moonnight 2005-03-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이미지도 많은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고 그게 안 되어 주눅들어버리는 바로 '그것'이랍니다. ^^ 출장은 좋으셨나요? 후기올려주세요오오옹~^^(안어울리는 애교까지-_-;)

2005-03-2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3-2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이예요. 읽어야할 로드무비님 글들이 많이 밀려있겠네요.호홋.
전 넘 똑 부러지는, 너무 빈틈 없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숨을 막히거든요. 제가 좀 널널해서...ㅋㅋ 로드무비님 서재로 놀러갈께요!

kleinsusun 2005-03-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안녕하세요! Taipei 여행기 올릴꺼예요. 개봉박두, 호홋.
항상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당.

코마개 2005-03-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베이 빨리 올려줘요. 사진 만땅으로다가! 기대 기대!!!!

오렌지향 2005-03-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서재 만들었어요. 제 생각에는 수선님은 삶을 매력적이고 유쾌하게 살고 계시는것 같은데요 뭘. 백지연의 "난 결코 상처 받지 않아"하는 빈틈 없는 자기 방어, 재미 없어요. 과연 그녀가 자기가 세운 목표 만큼 만족하며 행복할까 의문이네요.

kleinsusun 2005-03-2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알겠습니당, 성원에 감사드립니다.ㅋㅋ
오렌지향님, 서재 즐겨찾기 등록했어요.앞으로 자주자주 들릴께요. 제 글이 재미있어서 서재 만드셨다구요? 우와....기분 "디따" 좋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