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팅 안할래요? "

이번주 벌써 두명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키 큰 남자 좋아하죠? 키 186인데....
그 친구...수선씨처럼 성격이 밝은 사람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덜컥 겁이 났다.
키만 큰거 아닌가?

언제부턴가 "소개팅"이란게 시큰둥하다.
카페에서 소개팅하는 커플들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도 좋은데 모르는 사람과 카페에 앉아

" 집이 어디세요? "
" 영화 좋아하세요? "
" 주말엔 주로 뭐하세요? "
" 일은 재미있으세요? "
" 왜 아직 결혼을 안하셨어요? " 등등

형식적이거나 대수롭지 않거나 멍청한 질문들을 주고 받는게
딱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물론 나도 많이 했었지만....

지난주엔 친한 친구가 자기 동생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다.

수선 : 야! 노처녀한테 너무 한거 아니냐? 있으면 내가 가지지.
친구 : 왜 그래? 너 아는 남자 디따 많쟎아.
수선 : 많긴....근데 동생이 어떤 남자 좋아하는데?
친구 : 얼굴은 상관 없어. 근데...키는 커야해.동생이 키를 많이 따져. 나머지는 너의 판단에 맡긴다.

예전엔 소개팅 주선도 많이 하곤 했는데,
이젠 누구에게 누군가를 소개시켜 준다는 일이 썩 내키지가 않는다.

소개팅 시켜줬다고 끝이 아니다.
간혹 애프터 서비스도 해줘야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한쪽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데,
한쪽은 "너 죽을래?" 할 때...참으로 난감하다.

많은 경우,
소개팅 주선은 자기자신의 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개팅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용이한 장치다.

" 여자친구 있으세요? 제 친구 한번 만나 보실래요? "
이렇게 말을 건네면서 대화는 시작된다.

벌써 몇년 전....
나도 이런 방법을 써먹은 적이 있다.
관심있던 남자선배와 "소개팅 하실래요?" 하나로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선배가 소개팅을 하기로 한날,
갑자기 친구에게 일이 생겨 펑크카 났다.

난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술한잔 살까요? "
난 가슴 속 깊이 친구에게 감사하며 술을 마셨다.
( 각주 : 그 시절의 난 참....귀여웠던 것 같다.ㅋㅋ)

2005년 현재.
소개팅 자체가 시큰둥하게 느껴진다.
하는 것도, 해주는 것도,
소개팅을 빙자해서 작업을 하는 것도....

자연스런 만남.
사랑할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사랑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을까?
파니핑크의 23번 난닝구처럼?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출근길에 매일 지나치는 현수막이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결혼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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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더군요...키르니키즈스탄이라는 어려운 나라이름을 가진 아가씨와도.
그리고요, 님은 충분히 사랑할 능력이 넘칩니다.
홍콩에서의 그 야시시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던 장만옥이 울고 간 사진을 기억합니다^^

바람돌이 2005-05-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런 만남도 좋지만 전 소개팅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님이 소개팅에 시큰둥해지는건 세상인간 거기서 거기다 싶은 자조감 때문이 아닌지... 이거 나이든다는 징조예요. 이거 심해지면 진짜로 결혼 못합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결혼은 아직 환상이 남아있을 때 가능해요.
자연스런거든 소개팅이든 여러 사람 많이 만나서 고르고 또 고르세요.(물론 결혼 생각이 있다는 전제에 한한 거지만...) 몇천원 짜리 머리띠 하나 사도 고르고 고르는데 사람이야 말해 뭣하겠어요.

조선인 2005-05-20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간해서 소개팅을 하지도,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는 소개팅을 해주지도 않겠다고 확실히 결심하게 된 건, 3년 전 후배 여직원 소개팅 후.
"언니, 다 좋은데, 정말 친절하고 취미도 맞고 재밌고 키도 크고 괜찮게 생겼고, 정말 다 좋은데요, 좀 뚱뚱해요. 난 호리호리한 사람이 좋거든요."

2005-05-2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2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5-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그 나이 되면 소개팅이라 하지 않습니다 선이라 합니다. 후다닥 =3 =3

로드무비 2005-05-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 일이 있네요. 그게 작업의 일종이었을까요?(희망사항)^^
소개팅 하고 싶으면 하시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로드무비 2005-05-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강쥐님 말씀에 한 표.=3=3=3

하이드 2005-05-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 남자 나이 합쳐서 50넘으면 선이고, 안 넘으면 소개팅이라는데요,전 이제 선 안보고 소개팅 하려면 21살 영계 만나야 해요. -_-a

야클 2005-05-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시큰둥 했었는데... 역시 분위기나 재미는 소개팅에 나오는 파트너에 거의 100% 좌우되더군요. 저번주 오랫만에 전의가 불타오르게 만드는 선수를 만났는데요...^^ 재미있던데요???
글구... 합이 50이 커트라인이면 너무 박한거 아닌감???
수선님도 맘에 드는 남정네 만나시면 생각이 바뀌실듯.

2005-05-2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2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굳이 소개팅 안하셔도 남자들이 줄 섰을것 같은데요? ^^

마냐 2005-05-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대학 4학년때, 이대로 가다간 대학시절 연애 한번 못하는 참극이 발생할까 두려워 '오는 소개팅 막지 않고 가는 소개팅 붙들어' 월 2~3건씩 했죠. 그렇게 무식하게 1년 가까이 보내고서야...소개팅이란 성공확률이 낮다는 진실을 알았죠. ㅋㅋㅋ
근데, 지금은 다시 해보고 싶어요. 우히히.

moonnight 2005-05-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말씀에 한표예요. ^^ 음.. 그래도 혹시 마음에 드실지도 모르니 186은 한 번 만나보심이 어떠신지.. ;;

kleinsusun 2005-05-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팅 안하기로 했어요.
이 좋은 봄날 cafe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멍청한 질문 하기가 싫어서...ㅋㅋ

사랑이...오겠죠. 끈기있게 기다리는 수선.

2005-05-2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5-2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사람들이 소개팅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네요... 저도 요즘 소개팅 시즌인데^^저는 좀 해 보고 나야 코멘트를 할 수 있겠네요ㅎㅎ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있다.
정말.....조용하다.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지금 내 책상에는 깜찍한 장미꽃 한다발이 있다.
9시가 훌쩍 넘어서 장미꽃 한다발을 안고 들어왔더니
사무실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자작극 아니야?"
"꽃 받은 대가로 밥 사주고 왔구만."

친절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남자친구 왔었어요?"

앙징 맞은 작은 꽃다발.
로비에서 모 출판사의 편집자를 만나기로 했는데
뜻밖에도 귀여운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 이 앞에서 샀어요."
메일을 통해서 몇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편집자가 말했다.

만약 편집자가 남자였다면 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 로비였으니깐....

부담스럽게 크지도 않고,
앙징 맞은 작은 장미송이 꽃다발을 내밀며
첫인사를 대신하는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나도 거래선을 방문할 때 써먹어야 겠다.^^)

아케이드에 있는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
편집자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 강유원 블로그에서 봤어요."

강유원 블로그에
강유원 서평집 <책> 리뷰를 몇개 올려 놓았는데,
거기에 내 홈피가 링크 되어 있었다고 한다.

웃음이 나왔다.
그 말썽 많았던 독서일기 덕분에
최종규님도 알게 되었고,
오늘의 만남이 생겨났다.

편집자가 비슷한 또래이고,
나랑 비슷한 부류의 솔직한 성격이라
그냥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05년 나의 목표"에 "책을 쓰겠다"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떠들어 놓고
슬쩍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벌써 5월.
진척상황은 "Zero".

앙징 맞은 장미꽃을 선물해준
센스있는 편집자의 방문이 없었다면
헉헉거리는 바쁜 일상 속에,
이제 막 더워지는 여름 날에,
연초의 계획을 슬쩍 흘려 버렸을 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얘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 까지 읽을 만큼
바쁜 일정에 헉헉거리며
"05년 나의 목표"를 잊고 있었던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05년 나의 목표....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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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5-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수선님
책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요.

비로그인 2005-05-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있습니다.

moonnight 2005-05-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힘내세요. 저도 책 기다리고 있어요. ^^

nemuko 2005-05-1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목표에 그래도 한발 다가서신 것 아닌가요^^ 기다려도 되겠지요...

kleinsusun 2005-05-1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책 나오면 사주실꺼죠? ㅋㅋ
비숍님, 감사합니다. 짧은 격려의 말이 힘이 되네요.
moonnight님, 감사합니당. 오늘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힘들었는데...힘!힘!힘!
nemuko님, 살짝꿍 기다려 주세요. 도닥도닥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 - 일을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법
리타 엠멋 지음, 최정미 옮김 / 뜨인돌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The Procrastinator's Handbook].

<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좀 "over"다.
제목에 따라 같은 책의 매출이 달라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가끔 좀 너무하다 싶은 번역서의 제목을 보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예전에 단골이었던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말했다.
제목이 요란할수록 내용이 허접하다고...
정말 야한 영화의 제목은 아주 간결하다고 했다.
즉, 단어 하나로 된 제목, 밋밋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
진정 야한 영화의 제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리타 엠멋"의 소개를 보자.

미루기 극복 세미나의 인기 전문강사이다.
그녀는 AT&T,메르세데스 벤츠,국제신장재단 등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으며,
현재 일리노이의 데스 플레인스에서 살고 있다.


"미루기 극복 세미나"라는 세미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침형 인간>을 읽을 때도,
"아침형 인간"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이나 동호회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모임이 많은 것 같다.
가끔 cy나 daum에서 새로 생겨난 동호회들을 살펴보곤 한다.

얼마 전엔 "환경과 여성을 위한 달거리대 직접 만들기 모임"을 봤다.
함께 모여 테디 베어를 만들듯이
함께 모여 천으로 생리대를 만드는 모임이다.
그 동호회의 홈피에서 천으로 만든 여러 가지 생리대의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임들을 보면 삶의 활력소 같은 게 느껴진다.
재미있게 살자....조금 더 고개를 돌려 보자....이런 생각이...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나는 왜 이 책을 읽었는가?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을 잘 미루는 나.
요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징하게 미루고 있는 일이 있어서,
자극을 한번 받아볼까 하고 책을 집었다.

정말 징하게 하기 싫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한
그 일을 하는데 약간의 자극만 받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류의 책들이 다 그렇듯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읽어본 적이 또 들어본 적이 있는
그런 내용들의 짜집기였다.

예를 들면 프랭클린 다이어리 설명법처럼
하루의 계획을 적는데
중요한 것은 A로, 덜 중요한 것은 C로 표시하고,
다한것은 완료표시를, 연기할 것은 연기표시를 하고 등등...

하기 싫다고 뭉개고 있으면 더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일을 끝낸 다음 얼마나 후련할까를 떠올리며 그 일을 해라!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먼저 해치워라 등등....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실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자극만을 바랐었기에....

이 책을 읽고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알람을 맞춰 두고
" 이 시간엔 이것만 하겠다.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계획하고 그 일을 하라는 것.

하기 싫은 것을 할 때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다.
한 시간 후에 알람이 울리게 맞추어 두고,
그 시간에 미루어 두었던 방청소를 한다던가
책상서랍 정리, 또는 밀렀던 이메일 답변 끝내기 등등은
일주일에 한두번 해서 잔일들 해치우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다지 신통할 것이 없는 책이지만,
"미루기 극복 세미나"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걸 보면,
(그것도 AT&T나 벤츠 같은 우량 기업에서)
일을 미루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극 보다 위로가 되니 이 일을 어쩌랴....

어쨌든 하루의 계획을,
일주일의 계획을 다이어리에 쓰는건 중요하다.
귀찮지만 써두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된다.
급한 마음에 계획을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냥 무식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처세술이나 자기개발 책에 단골로 나오는 바로 그 질문.

"10년 후의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10년 후에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언젠가 소개팅한 범생이표 남자가 이런걸 물어봐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장황하게 자기의 인생목표를 얘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남자가
멋있다기 보다는 약간 또라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말.......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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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5-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늘일은 내일로 미루고 이번 주 일은 그 다음주로, 이번달 일은 다음달로...이러다 보면 죽기전에 뭔가 하나쯤은 안해도 되지 않을까요??? 전 항상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자1'그러는데...

오렌지향 2005-05-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장정리로 골머리를 앓고있습니다. 알람을 맞처놓고 정해진 시간에 하기, 좀 재밌을것 같은데요. 해봐야지...

moonnight 2005-05-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루기 대장이에요. ^^; 그런데 참 미국엔 별 세미나가 다 있군요. 오호.. ;;
저도 옛날에 후배에게서 "선배님은 인생의 목표가 뭐예요? 10년후쯤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 같애요? "라는 질문을 받았었지요. 그냥 평화롭게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목표인 저는 뭔가 잔뜩 기대를 했던 후배에게 좀 미안했답니다. ㅜㅜ

kleinsusun 2005-05-1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강쥐님은 정말 넘 잼있어요.
이미지 사진 정말 왕입니다요."원 없이 쳐자고 싶따"
정말 강쥐님 어떤 사람인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니깐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자!"를 들으니 이 삭막한 아침 위로가 되네요.감사합니당.

kleinsusun 2005-05-1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알람 맞춰 놓고 한번 해 보세요. 뭐 그것도 자꾸 하다보면 아침에 울리는 자명종처럼 효과가 없겠지만, 한두번 해보니 재미있더라구요. 전 다음주 이사갑니다. 엄마한테 책들을 좀 버리라는 협박을 받고 있어요.헉....

kleinsusun 2005-05-1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게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요? 어떻게 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차이가 있지 모두 "행복"하기 위한거니까요. 근데..... "인생의 목표가 뭐예요?" 대뜸 묻는 사람들을 보면 당황스럽지 않아요? 그럴 때 딱~ 꿈을 말해 버려야 이루어 진다는데....우리....coming out해 버릴까요?^^

로드무비 2005-05-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한때 꽤 인기였잖아요.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그거 알아서 뭐할라꼬요? 하고
무뚝뚝하게 대꾸하곤 했죠.
성공, 처세 이런 쪽 책 읽으면 전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의
대표 케이스예요.^^;;;

2005-05-17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사랑하는 친구 수경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수경이의 고등학교 때 별명은 "영구"였다.
어제 정오가 다되어 겨우 일어나 pc를 켰다.
방명록에 수경이가 금요일에 남긴 글이 있었다.
그러니까 수경이가 결혼식 하루 전에 쓴 글이다.

제목은 "영구 기분더럽구나!!".

아....정말 하루 이틀 만나온 친구가 아니지만
진정 엽기적이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신부가
"기분 더럽다"고 글을 쓰다니....

수선

영구가 드디어 내일 결혼을 하는구나!!
기분이 한마디로 약간 더티하고, 약간 흥분되고, 약간 걱정되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너도 언젠가 좋은 사람과 나와 같은 시간이 오겠지
한마디로 2번은 겪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네가 출장 일정까지 조정을 하였다니 정말 고맙구나!
그냥 깍깝한 마음에 친구한테 하소연 하는 마음으로 지껄여 봤다..
내일 보자꾸나

p.s: 전쟁기념관은 삼각지역 12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인단다..
그럼 4시에 보자
청첩장은 쑥스럽고 친구사이에 주기가 뭐해서 따로 안보낸다


아....역시 내 친구다.
어찌 이리도 솔직하고 터프할까?
공주병이 무좀 보다 흔한 시대에
이쁜"척",착한"척"과 담쌓고 사는 내 친구 수경.

수경이 결혼식에 가려고
금요일밤 마지막 비행기로 Tokyo에서 날아왔다.
몸이 방바닥으로 가라앉을 것 같이 뻐근하고 피곤했는데
수경이의 글을 보니 엔돌핀이 솟아 올랐다.

드디어 4시 전쟁기념관.
기분 더럽다던 수경이는 이 세상 어떤 신부보다 예뻤다.

고등학교 때,
맨날 학교에 따끈한 도시락을 갖다 주시던
수경이 할머니를 정말 오랫만에 뵈었다.
아흔이 다되어 가시는데도
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할머니는 참 고우셨다.
할머니를 한번 꼭 안아 드렸다.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시며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셨다.

주례가 끝나고 사회자가 말했다.
"축가가 있겠습니다.
신랑이 신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겠다고 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랑이 피아노에 앉았다.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신부에게>를 불렀다.

아.....그 감동이란....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피아노를 치면서 부른
<사랑해도 될까요> 보다 100배, 1000배 더 감동적이었다.
정말 가슴이 뻐근하도록....

신랑이 직접 부르는 <신부에게>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수경이 이모들도 눈물을 닦고 계셨다.

그런데....신부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듯이
피아노 치는 신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진정....
독한년!

노래 가사처럼
우리 수경이가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기쁨과 슬픔 또 사랑 함께 나눌 사람과
이 세상 누구 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수경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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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5-1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기분더럽다에 맞먹는 표현-독한년 입니다....ㅎㅎㅎㅎ

비로그인 2005-05-1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멋진 친구들'입니다~!

플레져 2005-05-1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반전!!
신부가 눈물 흘리지 않아 맘에 듭니다... 아냐, 그래도 눈물 흘리는 신부도 이뻐요.
저는 신랑이 축가를 부른 것도 아닌데 청승맞게 통곡했다지요.
아, 우리 아빠가 눈물을 많이 흘리셔서... 참던 눈물을 토해냈군요... ㅠㅠ
암튼...저는 지금도 결혼식장에 가면 그 사람과의 친분은 상관없이
훌쩍거립니다. 세상의 모든 결혼식을 감동적이라서요...

야클 2005-05-1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피아노를 배워야겠군... -_-;

바람돌이 2005-05-1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식 하루 앞두고 "기분 더럽다" 하하~~ 전 충분히 이해갑니다요.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결혼한다는거 진짜로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 많은데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기분, 완벽한 표현입니다요.
그래도 결혼식에서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른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신부에게 축가는 별로 아닌것 같군요. 신랑은 당연히 축가를 받아야겠지만....
제 결혼식때는 남편과 제가 각자 부모님께 편지를 쓰서 낭독하기로 했는데 이 망할놈의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저만 우리 친정 부모님께 편지를 낭독했더랬어요. 근데 읽다보니까 진짜 저 인간(남편) 좋은 일만 시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내가 그동안에 엄마 마음 고생시킨거 생각나기도 하고 등등등 엉엉 울었더랬어요. 남편 말로는 내 편지 들으면서 울엄마는 물론이고 우리 시어머니도 우시더라나요. 그래도 결혼초에는 내가 왜 결혼했나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더랍니다. 그냥 연애나 할 걸 하고...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더군요. 두사람의 애정과 믿음이 있으면 다 이기고 행복해 지실거예요.

코마개 2005-05-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0%. 정말 기분 더럽죠. 그리고 생각하죠. 결혼 여러번 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고. 바람돌이님은 망각의 힘을 빌리셨군요. 전 아직도 망각이 안되어서 매일 괴로워하며 산답니다. 내가 내 발등 찍었다고 한탄하면서. 그리고 사실 결혼식에서 누가 무슨 감동적 이벤트를 해도 눈에 잘 안들어와요. 오로지 '빨리 끝내고 가서화장지우고 좀 쉬자' 그 생각밖에 안나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결혼 후의 여성의 지위가 낮은 사회일수록 결혼식에서 신부를 화려하게 만든다는거. 인생의 단 하루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 담에는 종처럼 부리게 된다는거...

글샘 2005-05-1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날 기분이 더럽군요. 저도 그 기분이 어떤 건지 이해가 갑니다. 결혼은 끝도없이 열려있던 가능성을 닫아버린다는 점에서 '이게 올바른 판단이었을까?'로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기분 아니었을까요? 저도 그랬지만,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십 삼년을 같이 산 지금, 저는 아내가 <폭탄>이 아니어서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주변엔 종교적인 폭탄, 인격적인 폭탄, 탐욕의 폭탄, 배려를 모르는 폭탄, 악다구니의 폭탄, 폭언의 폭탄, 폭력의 폭탄, 자식 사랑을 모르는 폭탄들이 얼마나 숱하게 많은지요...
저는 요즘 사람들이 결혼하면 이렇게 혼자 속으로 빕니다. '제발 폭탄을 만나지 마시길...'
그리고 행여나 어떤 제자가 주례를 서 달라고 부탁을 한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살면서 절대로 상대에게 폭탄이 되지 말 것, 자기 안의 폭탄을 제거해 나가며 살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2005-05-18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5-1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수선님은 친구분도 멋지시네요. ^^ 요즘 결혼식에선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가봐요. 얼마전 결혼한 제 후배도 그랬다더군요. 수선님의 그분도 지금 열심히 피아노연습하고 계실 거 같네요. ^^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에 꼭 가보고 싶었다.

어린이 프로에서 디즈니랜드를 보여줄 때 마다,
언제 디즈니랜드에 가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고3때 아빠가 대학에 합격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가 준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아빠는 그 약속을 지키셨다.

그 때 처음으로 외국에 가봤다.
디즈니랜드는 어렸을 때 부터 하도 상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너무 작아 보였다.

" 이게 전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사랑과 환상의 나라야?"

실망스러웠다.
그 때 처음으로 매스컴은 구라가 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 여행에서 잊혀지지 않는 건,
어렸을 때 부터 소원했던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아빠가 내게 하신 말씀이다.

LA에서 아주아주 커다란 부페에 갔었는데
히스패닉,동양인, 흑인, 백인, 인디언 등 다양한 인종들이
길게 늘어선 줄에 마구 섞여 있었다.

완전 한국 토종으로 고 3때까지 한국 사람들만 보다가,
그렇게 많은 인종이 한줄에 서 있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 줄을 가리키며 아빠가 말씀하셨다.

" 앞으로 너희가 살 세상은 저렇게 다양한 인종이 어울어져 살아간단다. 너는 앞으로 저렇게 다양한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또 친구가 되어 살아갈꺼야."

그 땐, 아빠가 하신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아빠의 애정과 헌신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오늘은 어버이날.

명절이나 어버이날이 될 때 마다,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오늘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좋아하시겠지?
우리 아빠도 사위와 바둑을 두고 싶으시겠지?
듬직한 사위랑 술도 한잔 하고 싶으시겠지?

가끔 친척들은 내게 닥달을 한다.
" 효도해야지. 얼른 결혼해라."

결혼=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날이 되면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가끔씩 내가 외계인 같은 생각이 든다.

경상도 사나이 우리 아빠.
멋적어서 직접 말하진 못하지만,
아빠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아빠,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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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5-0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정말 멋진 아빠를 가지셨네요. 저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버지(아빠가 아니라 아버지죠)를 가진지라 그런 추억은....
결혼이 효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예요. 하긴 안좋은 점을 대래도 이 밤이 다 새겠지만.... 그래도 그 모든 안좋은 점을 다 커버할 수 있는건 이 세상에서 완전한 내 편이 하나 생긴다는 거죠. 가장 마음 편한 동료로서의... 부모님 역시 내편이긴 하지만 이제 연세드신 그 분들은 내 편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제가 신경쓰고 보살펴 드려야 할 분들이니까 조금 다르더라구요. 속에 있는 모든 말을 다하지는 못하죠. 하지만 마음맞는 남편은 나의 가장 유치한 부분까지도 내보여도 마음 편할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수선님도 곧 나타날거예요. 수선님의 새로운 동료가...

kleinsusun 2005-05-09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의 완전한 내편".... 짠~한 느낌이네요. 듣기만 해도....
저도 "완전한 내편"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코마개 2005-05-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솔직한 제 심정을 말씀드리면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결혼은 부모 형제 전부 다 있응 한국 남자와 하는 거랍니다. 배우자가 내 편이 되어주긴 하지만 그건 단지 둘이 있을때 뿐이고 배우자의 가족과 있을때는 제 3자가되어버리고 말죠.

moonnight 2005-05-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했는데 더 마음아프게 해 드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저를 막고 있는 건지도..(엉뚱하죠? ^^;) 우리 예쁘고 착한 수선님. 역시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

kleinsusun 2005-05-0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그럼 누구랑 결혼해요? 외계인? 우하하.
어버이날, 명절 때 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상한 죄책감 같은거...

moonnight님, 효도한다고 결혼하는 남자들 보면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저도 한편으로 그 비슷한 생각을 하나봐요.헉..... 부모님이 제 걱정을 많이 하셔서 그게 미안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