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디즈니랜드"에 꼭 가보고 싶었다.
어린이 프로에서 디즈니랜드를 보여줄 때 마다,
언제 디즈니랜드에 가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고3때 아빠가 대학에 합격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가 준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아빠는 그 약속을 지키셨다.
그 때 처음으로 외국에 가봤다.
디즈니랜드는 어렸을 때 부터 하도 상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너무 작아 보였다.
" 이게 전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사랑과 환상의 나라야?"
실망스러웠다.
그 때 처음으로 매스컴은 구라가 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 여행에서 잊혀지지 않는 건,
어렸을 때 부터 소원했던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아빠가 내게 하신 말씀이다.
LA에서 아주아주 커다란 부페에 갔었는데
히스패닉,동양인, 흑인, 백인, 인디언 등 다양한 인종들이
길게 늘어선 줄에 마구 섞여 있었다.
완전 한국 토종으로 고 3때까지 한국 사람들만 보다가,
그렇게 많은 인종이 한줄에 서 있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 줄을 가리키며 아빠가 말씀하셨다.
" 앞으로 너희가 살 세상은 저렇게 다양한 인종이 어울어져 살아간단다. 너는 앞으로 저렇게 다양한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또 친구가 되어 살아갈꺼야."
그 땐, 아빠가 하신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아빠의 애정과 헌신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오늘은 어버이날.
명절이나 어버이날이 될 때 마다,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오늘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좋아하시겠지?
우리 아빠도 사위와 바둑을 두고 싶으시겠지?
듬직한 사위랑 술도 한잔 하고 싶으시겠지?
가끔 친척들은 내게 닥달을 한다.
" 효도해야지. 얼른 결혼해라."
결혼=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날이 되면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가끔씩 내가 외계인 같은 생각이 든다.
경상도 사나이 우리 아빠.
멋적어서 직접 말하진 못하지만,
아빠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아빠,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