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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 - 일을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법
리타 엠멋 지음, 최정미 옮김 / 뜨인돌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The Procrastinator's Handbook].
<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좀 "over"다.
제목에 따라 같은 책의 매출이 달라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가끔 좀 너무하다 싶은 번역서의 제목을 보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예전에 단골이었던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말했다.
제목이 요란할수록 내용이 허접하다고...
정말 야한 영화의 제목은 아주 간결하다고 했다.
즉, 단어 하나로 된 제목, 밋밋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
진정 야한 영화의 제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리타 엠멋"의 소개를 보자.
미루기 극복 세미나의 인기 전문강사이다.
그녀는 AT&T,메르세데스 벤츠,국제신장재단 등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으며,
현재 일리노이의 데스 플레인스에서 살고 있다.
"미루기 극복 세미나"라는 세미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침형 인간>을 읽을 때도,
"아침형 인간"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이나 동호회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모임이 많은 것 같다.
가끔 cy나 daum에서 새로 생겨난 동호회들을 살펴보곤 한다.
얼마 전엔 "환경과 여성을 위한 달거리대 직접 만들기 모임"을 봤다.
함께 모여 테디 베어를 만들듯이
함께 모여 천으로 생리대를 만드는 모임이다.
그 동호회의 홈피에서 천으로 만든 여러 가지 생리대의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임들을 보면 삶의 활력소 같은 게 느껴진다.
재미있게 살자....조금 더 고개를 돌려 보자....이런 생각이...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나는 왜 이 책을 읽었는가?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을 잘 미루는 나.
요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징하게 미루고 있는 일이 있어서,
자극을 한번 받아볼까 하고 책을 집었다.
정말 징하게 하기 싫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한
그 일을 하는데 약간의 자극만 받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류의 책들이 다 그렇듯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읽어본 적이 또 들어본 적이 있는
그런 내용들의 짜집기였다.
예를 들면 프랭클린 다이어리 설명법처럼
하루의 계획을 적는데
중요한 것은 A로, 덜 중요한 것은 C로 표시하고,
다한것은 완료표시를, 연기할 것은 연기표시를 하고 등등...
하기 싫다고 뭉개고 있으면 더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일을 끝낸 다음 얼마나 후련할까를 떠올리며 그 일을 해라!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먼저 해치워라 등등....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실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자극만을 바랐었기에....
이 책을 읽고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알람을 맞춰 두고
" 이 시간엔 이것만 하겠다.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계획하고 그 일을 하라는 것.
하기 싫은 것을 할 때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다.
한 시간 후에 알람이 울리게 맞추어 두고,
그 시간에 미루어 두었던 방청소를 한다던가
책상서랍 정리, 또는 밀렀던 이메일 답변 끝내기 등등은
일주일에 한두번 해서 잔일들 해치우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다지 신통할 것이 없는 책이지만,
"미루기 극복 세미나"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걸 보면,
(그것도 AT&T나 벤츠 같은 우량 기업에서)
일을 미루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극 보다 위로가 되니 이 일을 어쩌랴....
어쨌든 하루의 계획을,
일주일의 계획을 다이어리에 쓰는건 중요하다.
귀찮지만 써두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된다.
급한 마음에 계획을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냥 무식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처세술이나 자기개발 책에 단골로 나오는 바로 그 질문.
"10년 후의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10년 후에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언젠가 소개팅한 범생이표 남자가 이런걸 물어봐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장황하게 자기의 인생목표를 얘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남자가
멋있다기 보다는 약간 또라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말.......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