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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팅 안할래요? "
이번주 벌써 두명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키 큰 남자 좋아하죠? 키 186인데.... 그 친구...수선씨처럼 성격이 밝은 사람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덜컥 겁이 났다. 키만 큰거 아닌가?
언제부턴가 "소개팅"이란게 시큰둥하다. 카페에서 소개팅하는 커플들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도 좋은데 모르는 사람과 카페에 앉아
" 집이 어디세요? " " 영화 좋아하세요? " " 주말엔 주로 뭐하세요? " " 일은 재미있으세요? " " 왜 아직 결혼을 안하셨어요? " 등등
형식적이거나 대수롭지 않거나 멍청한 질문들을 주고 받는게 딱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물론 나도 많이 했었지만....
지난주엔 친한 친구가 자기 동생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다.
수선 : 야! 노처녀한테 너무 한거 아니냐? 있으면 내가 가지지. 친구 : 왜 그래? 너 아는 남자 디따 많쟎아. 수선 : 많긴....근데 동생이 어떤 남자 좋아하는데? 친구 : 얼굴은 상관 없어. 근데...키는 커야해.동생이 키를 많이 따져. 나머지는 너의 판단에 맡긴다.
예전엔 소개팅 주선도 많이 하곤 했는데, 이젠 누구에게 누군가를 소개시켜 준다는 일이 썩 내키지가 않는다.
소개팅 시켜줬다고 끝이 아니다. 간혹 애프터 서비스도 해줘야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한쪽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데, 한쪽은 "너 죽을래?" 할 때...참으로 난감하다.
많은 경우, 소개팅 주선은 자기자신의 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개팅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용이한 장치다.
" 여자친구 있으세요? 제 친구 한번 만나 보실래요? " 이렇게 말을 건네면서 대화는 시작된다.
벌써 몇년 전.... 나도 이런 방법을 써먹은 적이 있다. 관심있던 남자선배와 "소개팅 하실래요?" 하나로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선배가 소개팅을 하기로 한날, 갑자기 친구에게 일이 생겨 펑크카 났다.
난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술한잔 살까요? " 난 가슴 속 깊이 친구에게 감사하며 술을 마셨다. ( 각주 : 그 시절의 난 참....귀여웠던 것 같다.ㅋㅋ)
2005년 현재. 소개팅 자체가 시큰둥하게 느껴진다. 하는 것도, 해주는 것도, 소개팅을 빙자해서 작업을 하는 것도....
자연스런 만남. 사랑할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사랑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을까? 파니핑크의 23번 난닝구처럼?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출근길에 매일 지나치는 현수막이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결혼을 해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