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있다. 정말.....조용하다.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지금 내 책상에는 깜찍한 장미꽃 한다발이 있다. 9시가 훌쩍 넘어서 장미꽃 한다발을 안고 들어왔더니 사무실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자작극 아니야?" "꽃 받은 대가로 밥 사주고 왔구만." 친절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남자친구 왔었어요?" 앙징 맞은 작은 꽃다발. 로비에서 모 출판사의 편집자를 만나기로 했는데뜻밖에도 귀여운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 이 앞에서 샀어요." 메일을 통해서 몇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편집자가 말했다. 만약 편집자가 남자였다면 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회사 로비였으니깐....부담스럽게 크지도 않고, 앙징 맞은 작은 장미송이 꽃다발을 내밀며 첫인사를 대신하는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나도 거래선을 방문할 때 써먹어야 겠다.^^) 아케이드에 있는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 편집자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 강유원 블로그에서 봤어요." 강유원 블로그에 강유원 서평집 <책> 리뷰를 몇개 올려 놓았는데, 거기에 내 홈피가 링크 되어 있었다고 한다.웃음이 나왔다. 그 말썽 많았던 독서일기 덕분에 최종규님도 알게 되었고, 오늘의 만남이 생겨났다. 편집자가 비슷한 또래이고, 나랑 비슷한 부류의 솔직한 성격이라 그냥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05년 나의 목표"에 "책을 쓰겠다"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떠들어 놓고 슬쩍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벌써 5월. 진척상황은 "Zero". 앙징 맞은 장미꽃을 선물해준 센스있는 편집자의 방문이 없었다면 헉헉거리는 바쁜 일상 속에,이제 막 더워지는 여름 날에, 연초의 계획을 슬쩍 흘려 버렸을 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얘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 까지 읽을 만큼바쁜 일정에 헉헉거리며"05년 나의 목표"를 잊고 있었던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05년 나의 목표....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