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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일본 출장 때 이 책을 읽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몇 꼭지씩, 또 서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출장 때는 이런 가벼운 에세이가 딱이다.
소설을 읽으면, 그것도 장편이면, 내용이 궁금해서
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된다.
잠이 부족하면 오전 미팅에 차질이 생긴다.
또 너무 어려운 책을 들고 가면 부담스럽다.
작년 12월 대만 출장 때,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들고 갔었는데
업무만도 골치 아픈데 네이션, 스테이트....같은 단어들을 보고 있으니 실 없이 웃음이 났다.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지난 겨울,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읽는 내 모습에
반한 남자가 있었다.
거 참...새로운 발견이었다.
책으로도 남자를 꼬실 수 있구나. 음하하
김경의 글들은 참...솔직하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이다. 또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그의 솔직함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 보다는
솔직함이 "무기"처럼 느껴진다.
예쁜 여자가 미모를 무기로 삼는 것처럼.
<나쁜 여자가 잘 팔린다>는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흡연, 음주, 동거, 문신 등 나쁜 여자들의 대표적인 전력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살인, 강간, 폭행에 비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사는 여자에게는 꽤 치명적인 것들이다." (p223)
도발적인 시작이다.
치명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말한다. 그러니까 계속 읽어봐!
김경은 자신이 AA(alcoholic anonymous) 모임에 나가고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자기는 여자들이 미용실에 앉아 멍청하게 보는 패션지에서
주로 연예인에 대한 한심한 기사나 다루는 에디터였다고
자조적(?)인 고백을 하기도 한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을 때도 느낀 건데...
김경은 자기를 너무도 사랑했다가 혐오했다가 하는
극과 극을 오가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김경의 글이 불편하면서도 연민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그러니까. 쩝
공감 가는 글들이 많았다.
"여자란 대개 더 예쁘고 싶어 안달 난 가엾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옷도 사고 필사적으로 다이어트도 한다." (p260)
원고를 쓰느라 다이어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운동도 못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뭘 계속 먹는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이어트와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일단 다이어트는 잠시 미루고 원고를 마치자!고 생각하면서도
살이 찌지 않을까 불안해서 글을 쓰다 몸을 만져 본다. 몇번씩!
정말....가여운 존재다.
제발 원고를 마칠 때 까지 몸이 살 찌지 않는 항상성을 유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