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힘든 일주일이었다.

화요일에는 조퇴까지 했다.
목이 넘 아파서 이빈후과에 갔더니 인후염이라고 했다.

요즘은 작은 병원들도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인다.

몇달 전 새로 생긴 회사 근처의 이빈후과는
오픈 전에 병원 이름 설문을 했었다.
점심 먹고 삼삼오오 사무실로 들어가는
태평로의 직딩들에게 가나 초코렛 하나를 미끼로!

참...유난 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주 그 이빈후과에 세번이나 갔다. 쩝

병원은 환절기 감기 환자들로 붐벼 터졌다.
전형적인 "범생이"과인 30대 후반 남자 의사의 통통한 손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결혼 반지가 거슬렸다.

하루 종일 감기 환자들의 콧물 치료를 하느라(비위 상할 것 같다)
돈 쓸 시간도 없이 바쁜 남자가 있다면,
돈 쓰느라 바쁜 사모님이 계시겠지.

아...나도 돈 쓰느라 바빠 봤으면 좋겠다.
아파 죽겠는데 하루 쉬지도 못하니
삐딱한 분노(?)가 뭉개뭉개 피어 올랐다.
지금이라도 확~ 전업주부가 되어 버릴까?

며칠 계속 감기로 골골 거리고 있으니
친한 후배가 초짜들을 위한 "콩나물국" 레시피를
직접 써서 쪽지로 보냈다.

"원래 콩나물국은 뚜껑을 덮고 끓여야 하는데
초짜들은 그게 어려우니까
아예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팔팔 끓여. 꼭 먹어. 알았지?"

후배의 정성에 알았다고 말은 했지만
내가 먹을 콩나물국을 끓이려
콩나물 대가리를 손질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청승 맞고 구질구질하다.
차라리 아프고 말지!

아프니까 혼자 있는게 서러웠다.
쩍 팔리지만 다시 집에 들어갈까?
순간 약정 계약을 한 인터넷과 비데가 떠올랐다.
해지하면 얼마를 뱉어내야 할까?
별별 생각을 다했다.

목요일 밤에는 감기약을 먹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TV를 봤다.

배두나랑 김승우가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배두나가 코미디를 보면서 미친 듯이 웃다가
갑자기 엉엉 울었다.

나도 울었다. 소리내서. 엉~엉~
정말....스타일 구긴다.

이제 좀 살만하다.
원고를 쓰려고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아...콩쥐를 도와준 두꺼비가 나타나
원고를 대신 써 줬으면 좋겠다.

요즘엔 깨진 장독도 없고,
하수구가 막히면 강력한 뚜러펑도 있으니
두꺼비가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겠지? 음하하하

영감도 필요 없고,
두꺼비가 진짜 올 것 같지도 않으니,
제발 아프지만 말자. 감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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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5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6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7-09-16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비는 뚫어진 독은 막아주지만
절대 원고는 써주지 않습니다.
이야기 파는 남자는 있어도
이야기 써주는 남자는 없는 거랑 똑같겠죠
혹시 그런 두꺼비를 만나신다면
저에게도 꼭 소개시켜 주세요
(일주일마다 원고마감이 돌아오는 1人)

일요일에 푹 쉬고 나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아픈데도 몸을 추슬러 안 아픈 척 하며 가족들을 챙겨야 하는
전업주부보다는
원고가 잔뜩 쌓인 직장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딱히 위로가 되진 않겠군요;

체력이 필력이랍니다.
아프지 마세요.
빨리 나으세요.

세실 2007-09-16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절기라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데 님도 아프시군요.
딸내미도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으니 좀 나아졌습니다.
주말에 푹 쉬시고 상쾌한 월욜 맞이하시길...아 책 기대됩니다^*^

Mephistopheles 2007-09-1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여태까지 혼자 자취하는 녀석들에게 넌 언제가 제일 힘드냐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아플때" 혼자 사는 것이 느므느므 서럽고 한스럽다고 하더군요.

아 콩쥐 이야기 나왔길래 옛날에 들었던 우스개소리가 기억나는군요.
팥쥐와 팥쥐엄마가 놀러나가면서 콩쥐에게 올때까지 넓은 밭을 매라고 나무호미를 던져주고 가잖아요. 그런데 콩쥐 그 나무호미로 호미질하다가 동강 부러트렸잖아요.그러자 어디서 퍼벙 하더니 누런 황소가 나타나 "내가 도와줄께..음매.."라고 했더래요..콩쥐는 황소만 믿고 놀러나갔다죠..신나게 놀다 밭으로 돌아오니 밭 한가운데서 소가 등을 돌리고 낑낑거리더랍니다. 뭘하나 콩쥐가 돌아봤더니..황소가 앞발(그러니까 넙데데한 발톱두개있는 앞발)로 나무호미를 붙일려고 낑낑거리고 있더랍니다. 안웃겼나요..전 이애기 듣고 엄청 웃었는데...
(나이는 처먹고...웃기지도 못하고...흐유..)

kleinsusun 2007-09-1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 어제 밤새 기다렸는데 두꺼비는 커녕 청개구리도 한마리 안 오더라구요.ㅋㅋ
체력이 필력! 110% 공감해요!^^
오즈마님도 주말에 에너지 만땅 충전하시고 즐건 한주 시작하세요!^^

세실님, 요즘 환절기 감기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딸내미 감기 걸렸을 때 콩나물국 끓여주셨어요?^^
즐건 주말 보내세요!^^

메피님, 한참 웃었어요. 특히 "넙데데한 발톱 두개있는 앞발"이라는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는 묘사에서 쓰러졌어요. 아...메피님, 쵝~오!^^

클리오 2007-09-1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풀무원에서 나온 제품 중에, 다 손질 되서 나온 콩나물 있거든요.. '씻어나와 어쩌구' 하는 콩나물이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세요.. ^^

kleinsusun 2007-09-1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런 콩나물도 있군요. 클리오님 감사합니당^^

아영엄마 2007-09-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비가 바쁘면 우렁각시라도 섭외를 해보시어요. ^^ 요즘 환절기라 감기 걸린 분들이 많네요.(우리집에도 쿨럭 쿨럭 기침하는 양반이... -.-) 감기 얼른 나으시길 바랄께요

실비 2007-09-2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면 정말 서러워요.. 정말 고생하셨네~
옆에 있으면 머라도 해드리면 좋을텐데..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