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울산으로 당일 출장을 다녀 왔다. 아침 7시 15분 비행기로. 첫비행기를 타려면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한다. 아침잠을 설쳐야 하고 당근 피곤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 보다 훨 좋다. 왜 이렇게 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걸까? 예전에 이메일로 돌아다니던 '전생 찾기'를 해보니 전생에 난 마더로스였다는데 진짜 그런걸까? 아침에 공항에서 박진영을 봤다. 너무 평범해서 처음엔 닮은 사람인지 알았다. 매니저 같지도 않고 기획사 직원 같지도 않은 전형적인 범생이로 보이는 촌스럽기까지 한 젊은 남자랑 같이 앉아 있었다. 박스티와 헐렁한 반바지 츄리닝을 입고서. 머리에 무스 하나 바르지 않은 것이 너무 평범해서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박진영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가수다. 대학 때는 박진영을 보기 위해 박진영이 출연하는 나이트에 가보기도 했다. 연예인이 저자인 수많은 책 가운데 대필이 아닌 직접 쓴 책이 있다면 박진영의 <미안해> 정도가 아닌가 한다. 솔직하고 살짝 도발적인 글들이 쿨하다. 오늘 아침 공항에서 동네 마트나 비디오 가게에 있어도 전혀 튈 것 같지 않은 너무도 평범한 박진영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다. 얼마 전 읽은 책,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의 머릿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10년 동안 이 바닥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아무리 잘나 보이는 사람도 그저 나와 똑같은 곳에 가서 엎어지고 멍이 드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란 사실이었다." 그렇다. 아무리 잘나 보여도, 진짜 잘났다 해도, 다들 쉽게 상처 받고 상처 받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나도 강한 척, 센 척, 쿨한 척 많이 했다. 밖에서 강한 척, 센 척, 쿨한 척 하느라 지쳐서 집에 오면 기절하듯이 뻗어 잔 날들이 허다하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지금도 그러고 있다.) 매일 "Am I being the person I want to be?"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데, 한번도 "Yes"라고 대답한 적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인간이 되고 싶은 걸까? 억지 같지만, 머리에 무스도 안 바른 평범한 박진영을 보니 이상한 위안이 느껴진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