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원고를 쓰고 있다.
8월말에 출판사에 넘겼어야 할 원고를 아직 붙잡고 있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일주일간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휴가 기간 동안 바뀐 낮과 밤이 문제였다.

새벽을 하얗게 새고
전투복 같은 정장을 차려 입고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미열이 나며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때 좀 쉬었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출근한 기념으로 술을 마셔 버렸다.
마실 땐 좋았는데 일주일간 꼬박 앓았다.

지난주에는 일본에 3일간 출장을 다녀 왔다.
오사카는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찜질방 같았다.
그 더운 도심에서 쌩뚱 맞게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하고 있었고,
몸이 약한 노인들은 폭염으로 죽어 갔다.

인간은....어쩔 수 없는 동물이다.
굶어도 죽고, 날이 너무 더워도 죽고, 날이 너무 추워도 죽는다.

출장을 다녀 오니 또 바빴다.
출장 보고에 밀린 일들에.
하루는 너무 바빠서 해야할 일들을 다 포기하고 술을 마셨다.

한번 리듬이 끊어지니 원고를 다시 잡기가 힘들었다.
며칠 전 친한 선배가 "원고 다 마쳤어?" 물어 보기에
"아니, 2주 넘게 한 줄도 못 쓰고 있어."라고 대답했더니
자상한 선배는 이렇게 물었다.

"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헉... 영감이라!

영감~ (왜불러)
뒷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 할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지!

아...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같이 취해서 노래 부를 남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ㅋㅋ

무슨 대단한 문학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새벽 3시에 떠오르는 오묘한 영감이 아니라 "체력"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라도 많이 받은 날은
오피스텔에 들어오자 마자 기절하듯이 뻗어 자버렸다.
책상에 앉는다는 물리적인 행위 자체가 힘들었다.

아...책을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이 좋은 토요일에 좁아 터진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무슨 짓이람?

어떻게 해서든,
온갖 발악을 다해서라도,
다음주까지는 원고를 마치고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드러누워 자고 싶다. 쿨~쿨.
바다를 보고 싶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는 꿈결 같은 시간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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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7-09-0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엉덩이로 쓰는거라는.. ^^ 빨리 마감하삼...

kleinsusun 2007-09-0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마감하고 한잔해요!^^

BRINY 2007-09-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부와 글을 엉덩이로 하는 거네요...뜨끔..

Mephistopheles 2007-09-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잡(?)을 하셔서가 아닐까...싶기도 하고...그런데 뜸금없는 영감.....
은....으흐..오사카에서 불러주셨어야 어느정도 폭염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나욧!

hnine 2007-09-0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가능한 소망이 아닐까요?
더구나 과업을 마치고 떠나는 여행이란 얼마나 산뜻할까요.

마늘빵 2007-09-0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엉덩이가 가벼워서, 책상에서 책 보는거보다 일어서서 길거리에서 책보는게 더 잘 들어온다는 -_-

kleinsusun 2007-09-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논문은 잘돼가세요? 홧팅!^^

Mephi님, 그 노래 듀엣인데... 같이 부를 영감이 있어야 부르죠. 흑흑

hnine님, 네...빨리 산뜻하게 여행을 떠나고 시퍼요.^^

아프님, 아...길에서 책을 보신다구요? 꽃미남이 길에서 책 읽는 모습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