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

반만년 역사에 빛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다.

뒤웅박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쌀을 담을 수도 있고, 여물을 담을 수도 있고,
여물도 못 담아서 허구한 날 휑하고 비어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여자도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돈 펑펑 쓰며 "김기사, 골프장으로!"를 외치며 살 수도 있고,
입고 갈 옷이 없어서 동창회도 못 나가고 콩나물 값을 깍으며 살 수도 있고,
남자의 바람기에 한 평생 속을 태우며 지지리도 복 없이 살 수도 있다....
뭐 이런 말이다.

여자들의 경제활동이 궤도에 오른 지금이야
이런 말을 자주 듣지 않지만,
40~50년대에 태어난 엄마들 세대에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은 "진실"이었다.

어려서부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신앙처럼 믿고 자라난,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역전되는 드라마를
평~생, 질리도록 보고 몸소 겪으며 살아온 여자들 중 일부는,
딸을 키울 때 "세뇌교육"을 시켰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시집 잘 가는 게 최고다!"
"여자 잘나봤자 소용 없다. 팔자만 세진다." 등등....

고등학교 때, 이런 세뇌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고 자라난 애가 있었다.
Y는 정말 애 늙은이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 매일 "결혼"을 생각했다.
여자에게 있어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혼이라고 했다.

고 3때, 대학 원서를 쓸 때,
Y에게는 가고 싶은 과가 없었다.
아무 과나 상관 없고,그냥 E여대만 가면 된다고 했다.
이유는? E여대를 가야 S국립대와 결혼을 하기가 좋다나?

어쨌든 Y는 E여대의 커트라인 과에 입학했다.
같은 신촌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Y를 종종 만났다.
Y는 미팅,소개팅을 무진장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알았는지
의대 애들하고만 만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이 되면서 무진장 바빠졌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Y하고는 스멀스멀 연락이 끊어졌다.

대학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
지금은 한물간 "I love school"이 유행 급살을 타면서
시내의 온갖 호프집은 동창회로 들썩 거렸다.

동창회에서 잊고 있던 Y의 소식을 들었다.
선 보고 몇 달만에 의사와 결혼을 했다고 했다.
남자네 집도 디따 부자란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역시....꿈은 이루어진다.

그런데...몇달 후 동창회에서 Y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글쎄 남자가 너무 심한 마마보이였단다.
남자의 엄마는 영화 <올가미>의 윤여정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Y를 학대 수준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저런.....뒤웅박이 깨졌다.
그 얘기를 듣고 무척 씁쓸했었다.
그 후로는 Y의 얘기를 듣지 못했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부모님께 한 번도 "여자 팔자는...." 이런 말 들어본 적 없다.
제사 지낼 때도 여자, 남자 똑 같이 한다.

우리 아빠가 딸만 있어서 페미니스트가 된 건지,
만약 아들만 있는데도 지금처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가 되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부모님은 한번도 "여자 팔자는...." 이런 말 하신 적 없고,
어렸을 때부터 여자도 확실한 자기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누구나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내가 어디 가든 기 죽지 않고 매사에 당당할 수 있었던 건,
만만하지 않은 회사 생활을 어쨌거나 버티어 낼 수 있었던 건,
힘들다고 회사 그만두고 쪼르르 대학원에 가거나 확신 없는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온전하게 엄마, 아빠 덕분이다.

만약 나도 Y처럼 어렸을 때부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귀가 따갑게 듣고 자랐다면,
나도 돈 많은 남자에게 올인하고,
그런 남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 에너지를 몽땅 쏟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남자 후배 하나가 고민을 말했다.
여친을 만난지 1년 정도 됐는데, 양쪽 집안에서 결혼 얘기를 하고 있단다.
여친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싶어서라고 한다.

후배의 여친은 회사 다니기를 너무너무 힘들어 하는데
대안 없이 백조될 용기가 없어서 회사를 다녔고,
남친이 생기자 결혼하면 당장 회사를 때려 친다고 벼르고 있단다.

이제 막 직장생활 4년차인 후배는 두렵다고 했다.
자기도 힘든데 평생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결혼하기가 망설여 진다고 했다.
후배는 두려워 하고 있었다.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새록새록 느꼈다.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엄청난 부자랑 결혼을 하건,
싸우디 왕자랑 결혼을 하건,
일부 연예인들처럼 늙다리 재벌 아저씨랑 결혼을 하건,
자기 밥벌이 정도는 힘들더라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지금쯤 Y는 뭘하고 있을까?
행복했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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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찍고 갑니다.

이리스 2006-02-2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일상적 생활은 자기가 책임질 줄 알아아죠. 밥 해먹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떨어진 단추 달기, 다림질 하기, 재활용품 갖다 버리기 같은 그 자질구레한 것들. 돈을 벌 수 있다는건 대단한 자립이지만 일상생활 자립엔 젬병인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주변사람에게 폐나 끼치고 살거든요.

남자가 주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부작용인지 역작용인지 몰라도 여자들도 슬슬 그런 사람들이 늘어만 갑니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몸만 성인이고 아이같은 사람이 늘어가는 듯 해요. 부모에게 기대고, 무책임한게 얼마나 부끄러운지도 잘 모르는 아이같은 어른들.

여자에게는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남자에게는 자기 밥은 스스로 해 먹으라고 교육하면 이 간극이 좀 좁혀지려나요? ㅋㅋ아직까지는 밥벌이도 하고 밥도 스스로 먹으며 심지어 가족들것까지도 다 챙기는 여자가 꽤 많은데. 남자는 어느 세월에 밥벌이도 하고 가족들 밥까지 차려주려는지 원. -_-;;


프레이야 200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옆지기는 요즘 아침밥을 스스로 하는 날이 많아요, 낡은구두님.^^
수선님, 살면서 뒤웅박팔자가 안 되게 중심을 잘 잡아야겠어요 정말^^ 추천 꾸욱~

거친아이 2006-02-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moonnight 2006-02-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을 이렇게 잘 길러주신 부모님께 경의를 ^^ 맞아요.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에게 제 인생을 기대려 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싫어요.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죠. 그리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하구요. 우리수선님처럼요. 저도 당근 추천 꾹 ^^

검둥개 2006-02-2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두 찍고 가요.

kleinsusun 2006-02-2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오늘 날씨 디따 좋아요.봄이 왔네요.^^

낡은구두님, 맞아요....일상에 무능한 사람들이 많아요.특히 남자들....엄마나 아내가 없으면 밥도 못먹는 남자들이 많죠. 근데....다림질은....저도 쫌 찔리네요.ㅎㅎㅎ

혜경님, 우와....옆지기가 해주는 아침은 어떤 맛이예요?
저도 옆지기가 해주는 bed in breakfast를 먹어보고 시퍼요.^^

거친아이님, 감사합니당.^^

달밤님, 부모님께 전해드릴께요.음하하하.
아직까지도 결혼만 하면 어떻게 되겠지...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어려서부터 경제적 자립의 중요함을 교육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검둥개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오렌지향 2006-02-2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부모님의 가치관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죠. 여자는 착하고 이쁘고 시집잘 가야 된다. 저도 아니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렇게 듣고 자랐을 거예요.

kleinsusun 2006-02-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오랜만이예요.
네....착하고, 이쁘고, 참하고.....이런 말 귀가 따갑게 들었죠.ㅠㅠ
새해 목표는 잘 지키고 계신가요? ^^
 
부자 만드는 경제기사
이상건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 가을.
어이 없는 사고로 손가락 뼈가 부러져서 기부스를 했을 때,
난 공포에 가까운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응급실로 달려가는 10분 동안,
그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
핸펀에 저장된 400명 넘는 사람들 중에서
전화를 할 사람, 떠오르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었다.

펜잘 CF처럼 "내 여자의 두통을..." 하며 전력으로 달려올 남자가 내겐 없었다.

그래서 그때...안하던 소개팅을 디따 많이 했다.
우울모드에 빠졌던 내 기분을 주위에서 느꼈던지
소개팅이 쏟아져 들어왔다.

<부자 만드는 경제기사>.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만났던 소개팅남 K가 생각났다.

K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전공은 성악. 직업은 건설회사 직원.
성악을 포기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K는 무척 진지한 또는 썰렁한 스타일이었다.
처음 만난 소개팅여에게 자신의 "꿈"을 한참 동안 얘기했다.

K는 아버지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최선을 다해 키워서 종합건설회사로 만드는게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종합건설회사가 되어야 대단지 아파트 분양도 할 수 있고 어쩌고....한참을 말했다.

그런데...
건설업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었지만,
왠지 K가 하는 말이 깊이가 없이 들렸다.
자기도 잘 모르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슬쩍 물어봤다.
"오늘 주가지수가 몇이었어요?"

K는 쌩뚱 맞은 질문에 잠시 당황하더니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제가 주식을 안해서..."

K의 당황한 모습에 살짝 미안하긴 했지만,
확인사살 차원에서 다시 질문했다.
"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요즘 난리쟎아요.
얼마나 더 오를까요?"

K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글쎄요...제가 주식을 안해서....통 몰라요.
사실...건설현장에 있다보면 신문 볼 시간도 없어요."

K가 무식하다고 욕을 하고 있는게 아니다.
정말 바쁘면 신문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주식을 안하고 관심이 없으면, 주가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건설업을 한다면,
그것도 오너의 2세라면,
그래서 언젠가 그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면,
"종합건설회사" 어쩌고 하며 자신의 야망을 얘기하려면,

최소한...
적어도...
주가지수 정도는 알아야 한다.
헤드라인만 듬성듬성 읽더라도 신문은 읽어야 된다.
출근하는 길에 메트로 같은 꽁짜 신문이라도 읽어야 된다.

부동산과 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건설업을 할 수 있을까?

이 책 <부자 만드는 경제기사>는
"경제기사"를 다룬 다른 책들하고는 다르다.

다른 책들이 경제기사에 자주 나오는 용어들을 중심으로
경제기사를 "해설"하는데 반해,
이 책은 경제 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손해 보지 않고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 신문사는 광고수입에 70~80%를 의존하는,
광고주인 기업들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기업"이니,
기업/금융상품 관련 기사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무엇 보다도
경제신문을 "매일" 읽을 것,
적어도 1년은 계속 읽어야 흐름이 보인다는 걸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소한 1년 동안은 매일 시간을 정해서 기사를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경제기사를 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도둑놈 심보를 가진 사람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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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24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기사를 보지 않고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도둑놈 심보다라고요? 저는 경제기사 안봐도 돈벌거라고는 생각안하니까 도둑놈 아니겠죠? ^^
근데 그남자는 진짜 웃기는군요. 돈벌겠다면서 아무런 준비가 없다니.... 차라리 전공으로 다시 돌리는건 어떨지....

세벌식자판 2006-02-2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일주일에 1권 꼴로 리뷰가 올라오는군요.
재테크에 아주 제대로 불타오르고 계신거 아닌가요? ^^;
저도 분발 좀 해야겠네요.

코마개 2006-02-2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경제신문, 기사 안보고 돈 벌 생각도 안합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전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구독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더군다나 요즘은 인터넷으로 신문들을 보니까 필요 없다고 하는데, 신문을 종이로 봐야 제맛인데.

kleinsusun 2006-02-2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그 남자.....무대공포증으로 고생을 했데요. ㅠㅠ

세벌식 자판님, 네....제가 마구 불타오르고 있어요.ㅎㅎㅎ

강쥐님, 네...요즘 신문 구독 안하는 사람들 많아요.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고, 회사에 꽁짜 신문 많으니깐.... 게다가 무간지까지...메이저 아닌 신문사들은 힘들데요.

검둥개 2006-02-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확인사살까지 하시고 ^^;;;
경제기사가 그렇게 중요하군요.

kleinsusun 2006-02-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그 남자가 넘 잘난 척을 하기에....골탕 먹인거죠.ㅎㅎ

moonnight 2006-03-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 수선님과의 소개팅이후 경제신문 빡세게 읽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히히 ^^ 전, 신문은 매일 읽지만 경제란은 슬금슬금 넘어가버리는데 으음. -_-;

kleinsusun 2006-03-0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는 아마도...신문 안 읽을껄요? ㅎㅎ
전 요즘 경제신문을 열씨미 읽고 있답니당.호홋
 

아는 남자 중에 살짝 이상한, 좋은 말로는 "특이한" 사람이 있다.

너무도 평범하고(사실...평범에서 살짝 쳐진다.) 왜소한 외모 탓에
절대 가만히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남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소란을 떠는 5살 짜리 애처럼
엽기적인 말을 하거나 신경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을 끊임 없이 뱉어 낸다.
그래서....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디따 튄다.

S 국립대, 미국 Top 10 MBA를 나오고, 집까지 부자인 이 남자는
(혼자서 56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친구들 불러서 놀기에 좋다고 자랑하는데,
같이 놀 친구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지 않다.

그 남자 외모를 보면 "신토불이", "화개장터" 이런 단어가 생각난다.
그런데...그 남자 차는 빨간색 스포츠카다.
그 남자가 그 차 옆에 서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뒤집어 지게 웃었다.

옷이랑 지갑...모두 하나 같이 명품이다.
그 남자를 보면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 옷은 알마니, 얼굴은 Gap"

한국 나이로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그 남자는
결혼을 하려고 주말마다 선 및 소개팅을 하고 있다.
이 남자의 새해 목표는 결혼. 물론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 남자는 주말 마다 만나는 그 많은 여자들을 "평가"하는
"채점표"가 있다.
excel로 관리하며, 선을 보고 집에 가면 각 항목별로 점수를 기입한단다.
그래서 각 항목별 점수를 더한 총점을 근거로
또 만날지 말지를 결정하고, 최근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여자와 비교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입이 딱 벌어진 내게 그 남자가 말했다.
"수선씨도 해봐요. 큰 도움이 된다니까...
MBA식 의사 결정 방법이라고 할까요? 음하하하."

불 타는 호기심이 슬슬 올라오는 짜증 보다 컸던 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 그런데....그 항목들은 어떤거예요? "

그 남자는 나의 관심에 의기 양양해 하며 말했다.
" 크게 7가지 항목이 있구요, 각 항목별로 세부 항목이 따로 있죠.
물론 중요도에 따라 가점이 있구요."

난 다시 물었다.
" 네...그 7가지 항목이 어떤건데요? "

그 남자는 쩍 팔리지도 않은지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다 영어로.
" Physical attraction, Intelligence, Family background, Job, Financial Status...."

걸어 다니는 호기심 천국인 나는 또 물었다.
" Physical attraction은 어떤 기준으로? "
" 네...저는 하얀 피부에 가장 비중을 두죠. 피부미인을 좋아하거든요.
수선씨 피부 참 좋네요.음하하하.
물론 얼굴형, 키, 몸매도 다 세부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죠."

어이 없음과 호기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며 또 물었다.
"Financial Status는 어느 정도를?"
"하하... 뭐 저 정도만 되면 되죠."
"네...? 56평 아파트가 있는 미혼 여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야 뭐....항목이 7개나 되니까요. 으허허..."

그 남자와 대화를 마치며 생각했다.
" 도대체.... 이 남자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

그런데... 그 남자에게 결정적으로 궁금했던 건 물어 보지 못했다.
그 질문은...
"혼자서 채점하고, 혼자서 결정하면 뭐해요?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끝인데..."

그 남자, MBA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그 아저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 결혼은....혼자 하는 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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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02-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뭉텅그려서밖에 생각을 못해서 채점표 만드는 일이 넘 고역이겠어요^^

코마개 2006-02-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마 그간 만난 상대방 여자는 채점표 만들 필요도 없이 그냥 "재수 없어서 싫어"한마디로 성적매기기 끝이었을것 같은데요.

암리타 2006-02-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콘에서 나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정말 재수없어!' (개인적으로 그분을 잘 모르지만^^;) 좀 심하다 심네요 ^^ 정말 결혼은 혼자만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정답입니다. ㅋㅋ

드팀전 2006-02-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안들을테니...저딴 분들을 위해 우리 선조들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지랄 엽차기하고 있네" ㅋㅋㅋㅋ

검둥개 2006-02-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맞아요.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명문!
상대가 싫다면 그 복잡한 채점표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
은근히 불쌍한 인물이군요, 그 남자분.

kleinsusun 2006-02-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저도 그래요. 항상 "뭉텅"거려 생각해요. 올인하는 습관.ㅎㅎ

강쥐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그래요.
"돈"을 결혼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여자들이 생각보다...많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만나는 여자들이 있더라구요.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예요.ㅠㅠ

암리타님, 맞아요. "정말 재수 없어!" ㅎㅎ
그 사람이 도대체 어떤 여자랑 결혼할지 궁금해요.

드팀전님, 우와....속이 시원하다. 그 남자한테 문자 보낼까봐요."지랄 엽차기하고 있네." 음하하하.

kleinsusun 2006-02-2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이미지를 바꾸셨군요.멋져요.
근데...그 남자 좋다는 여자들도 있더라구요. 미스테리!!!

mannerist 2006-02-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아마 제가 그양반 누나였다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놋북에서 자리 떴을때 그 엑셀파일, 혹은 쉬트 이름을 이렇게 고쳤지 싶네요. 너나 잘하세요.xls, 혹은 즐~.xls. 아니지. 잉글리쉬 좋아하니 이렇게 해야겠다. shut_the_fxxx_up.xls 혹은 self_yourself.xls ㅎㅎㅎ

moonnight 2006-02-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하네요. -_- 일곱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절대 못 만나겠는데요. 자신은 그걸 모르겠지만... 수선님 글 읽으니 어쩐지 그 사람, 안 됐단 생각 들어요. 다른 사람이 불쌍해한다는 것도 그는 역시 모르겠지만 -_ㅠ

LAYLA 2006-02-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라도 혼자서 노는 법을 터득했으니 다행이네요 뭐 세상은 지 잘난맛에 사는거라던데 ^^

kleinsusun 2006-02-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넌 천재야!!! shut_the_fxxx_up.xls 파일 이름 정말 "perfect" 해.ㅎㅎㅎ

달밤님, 네...그 사람은 그런거 몰라요. 자기가 젤로 잘난지 알아요. 쫌....불쌍하죠?
이번 주말에도.... 휑한 56평 아파트에서 엑셀에 점수를 넣겠네요.ㅎㅎ

LAYLA님, 네...그 남자는 주로 "혼자서" 놀더라구요.ㅎㅎ

마태우스 2006-02-2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저희집은 55평인데...
수선님 피부야 세계적이죠.
글구 제가 보기엔 그 사람, 결혼에 뜻이 있다기보다 그런 걸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kleinsusun 2006-02-2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그 남자 디따 결혼하고 싶데요. 주말마다 선보고...
근데 실현 가능성은? 앞으로 10년 동안 쭈~욱 excel을 채우지 않을까요? ㅎㅎ

야클 2006-02-2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수선님이 아는 남자다.
2.재력이 있다.
3.올해 불혹이 되었다.
4.S 국립대를 나왔다.
5.신토불이.... =3=3=3

흠.... 다년간 추리소설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범인은 마아무개군. -_-+

2006-02-2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2-2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하나 차이점이 있어요.
그 남자 집은 56평, 마아무개군 집은 55평. 추리가 어긋났는데요.푸하하하.

2006-02-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24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33세 14억, 젊은 부자의 투자 일기
조상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신입사원 때, 나는 참 "이상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 때 난 "회사=대학원"이라고 생각했다.
무역/국제통상 이런 대학원에서 지루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대학원의 차이를 그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회사 - 훨씬 더 많이 배우면서 돈을 받는다.
대학원 - 지루한 강의를 들으면서 돈을 낸다.

회사를 "돈 받으면서 다니는 대학원"으로 생각하니,
월급이 무슨 선물처럼 느껴졌다.

대학원은 한 학기에 몇백만원씩 내야 하는데
대학원 안 다니고 훨씬 더 많이 배우니까 돈 굳힌거라 생각했고,
그러니까 등록금 만큼은 써도 된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 없고 기가 막힌 논리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진지했다.

그래서....월급을 아낌 없이 펑펑 썼다.
계절마다 브랜드 정장을 몇벌씩 사고, 구두에 핸드백에 온갖 악세사리에....
저축은 할 생각도 안했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한마디로....아무 생각이 없었다.

<33세 14억, 젊은 부자의 투자 일기>의 저자 조상훈은 90학번.
95년. 조상훈은 갓 임관하고 보직을 받은 신출내기 소위였다.(학사장교)

" 이제 갓 임관하고 보직을 받은 신출내기 소위에게 무엇보다 재정적인 면은 너무 취약했다.모은 돈이 있을 리 없고,수당까지 다 합쳐야 연 800만 원밖에 되지 않는 수입으로 누구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p16)

이런 "두려움"으로 조상훈은 결혼 한 달을 앞두고 도망쳤다.
누구를 평생 책임진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부자가 되고 싶었다.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그래서 다시 또 소중한 사람을 내가 준비되지 않아서 보내야 하거나 도망치는 경우를 겪고 싶지 않았다."(p19)

조상훈은 부자가 되겠다는 "절실한 필요"를 느꼈다.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아끼고 저축해서 돈을 모으고, 공부하고, 투자를 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내가 이재에 밝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재에 밝고 재테크에 능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조상훈과 나의 차이점은
조상훈은 부자가 되겠다는 "절실한 필요"를 일찍 느낀거고,
나는 돈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를 그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거다.

지금은?
절실히...느낀다.
그래서 이런 책도 읽게 되었다.
정신을 좀 일찍 차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런 생각을 하지만,
후회는 소용 없는 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저축하고,공부하고, 투자해야지...하고 불끈 결심한다.^^

투자를 잘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조상훈도 정말 공부 열심히 했다.

"어떤 투자를 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해당 분야 책을 세 권 이상은 읽고 덤벼들었다.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꼭 그렇게 했다.적어도 내 판단 기준에는, 설사 기회를 놓칠지언정 그 분야에 대해 다룬 책을 먼저 읽어보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것이다."(p67)

"장담하건대,책을 읽지 않으면서 부유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엄청난 독서량을 내뿜으면서 책만 붙들고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관심 분야의 책을 손에 들 만한 겸손함이 필요하다.나보다 잘난 사람이 썼다는 그 이야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p68)

이 책은 구체적인 투자기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주식을 사라,집을 사라,땅을 사라,상가에 투자하라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조상훈이 했던 투자의 실례들을 보면서,
조상훈의 투자 과정들을 보면서
투자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배울 수 있다.
특히,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걸 확실히 배울 수 있다.

사족) 이 책은 중요한 부분이 빨간색으로 써 있다.
심지어 아주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큰글씨로 써 있다.

무슨 학원 교재도 아니고 읽기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르다.
왜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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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해 너무 펑펑 썼어요. 제가 한달에 얼마 썼다고 하면 친구들이 미쳤구나, 그랬어요. 쩝. 줄여야할텐데...

암리타 2006-02-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쓰지만 알았지 어떻게 벌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할때면 이미 돈은 수중에 없다는 모순속에서 살고 있지만 저자의 고민이 저의 또다른 인생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로드무비 2006-02-2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부자가 되시는 건 반가운데 아무래도 수선님의 매력은
조금 잃으실 것 같아요.
-- 심술쟁이 로드무비

moonnight 2006-02-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세 14억. 억소리나는군요. 흑흑 ㅠㅠ 난 그동안 모했을꼬 -_-a 좌우지간 소비를 좀 줄여야겠다 싶긴 해요. 대학원등록금고지서를 보니 더더욱 절실 ;;;; 수선님 공부열심히 하시고 한수가르쳐주셔용 ^^; (얌체 -_-;)

마태우스 2006-02-2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모아둔 돈은 없지만, 그간 쓴 돈을 헛되게 썼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제 친구 중 집 다섯채를 산 친구 얘기 전에 했지요? 그에겐 남아있는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kleinsusun 2006-02-2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얼마 쓰셨는데요? ㅎㅎ 아프락사스님은 그래도 정말 대학원 다니셨쟎아요.^^

암리타님, 요즘 저도 지출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그동안 정말....아무 생각 없었거든요.ㅎㅎ 또다른 인생 출발점....멋진 말이예요. 암리타님, 홧팅!

로드무비님, "내가 쏠께!" "아니야, 아니야, 내가 낼께."
이게...그동안 저의 매력이었어요. 음하하하.

달밤님, 정말 열심히 사신당....영어+중국어+대학원+와인교실....헉!!!
저는 저녁에 대학원 다닐 엄두도 못내요. 달밤님은 에너자이저!^^

마태님, 헉...집 다섯채요? 그 친구 얘긴 들은 적 없는데....
항상 계산서를 잽싸게 들고 카운터로 달리는 멋진 모습.
근데...그거 아세요? 마태님은 안 그래도 인기 만점이란걸....넘 귀여버요.ㅎㅎㅎ

야클 2006-02-2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 하십니당 ~ ^^
돈을 꼭 써야 할 곳에 안 쓰며 모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돈 보다 더 중요한 사람을 잃거든요.중요한 것은 돈을 제대로 증식시키고 안 써도 될 돈을 줄이는 것이라고 봐요.
그냥 살다보니 부자가 되어있더라는 식의 무용담은 더 이상 안 통하는 세상이니 머리 써 가며 돈 모아야죠. 훈.늉.하십니당! ^^

BRINY 2006-02-2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전 모든 것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로 미루고 있습니다. 1년 학비랑 교통비랑 책값, 저녁식사값 등등만 아껴도 수백만원은 더 저금할 수 있겠죠.

kleinsusun 2006-02-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네....안 써도 될 돈을 줄이는거....정말 중요하죠.
예를 들어, 아침에 늦잠 자서 택시 타고 출근하는거.
부끄럽지만...전 택시 못잡아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모범택시 타고 출근한 적도 있어요.ㅠㅠ 그런 돈은 쓰면 안되겠죠?^^

BRINY님, 알라딘엔 대학원 다니시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대단해요!!!
회사 다니는것 만도 힘든데 공부까지 하시고....
BRINY님, 즐겁게 재미있게 공부하세요! 홧팅!

세벌식자판 2006-02-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요즘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참 괜찮은 것 같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라는 책인데요....
알라딘에서 찾아보면 알바 리뷰 같은 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거기에 신경 쓰지 마시고 한번 보셨음 합니다.

kleinsusun 2006-02-2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벌써 읽었어요.^^
제가 요즘....재테크에 관심이 쫌 많걸랑요. 호홋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더난 '따로 있다' 시리즈 3
이상건 지음 / 더난출판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로 날리는 세이노는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 당신이 돈에 대한 기초가 전혀 안 되어 있다면,
또 재테크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라면,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즉, 재테크 "쌩" 초보자들에게 좋은 책이란 얘기다.

그러면....이 책을 읽고 엄청 도움을 받은 나는
재테크 "쌩" 초보자다.
재테크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

외국계 보험회사 컨설턴트인 후배가 말했다.
" 누나, 여자치고 금융 지능 진~짜 높네요. 대단해요."

이 말은 과연....칭찬인가?

난 똑똑한 여자 후배들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단과대 수석 졸업, 토익 만점, 4점 대 학점 이런 애들이 드글드글한데, 증권 계좌도 하나 없고, 신문 경제란은 아예 안보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이자 한푼 안 붙는 급여통장에 몇천만원을 묻어 두고 있는 애도 있고, 적립식 펀드를 넣으면서 그 펀드가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운용회사는 어딘지, 심지어 펀드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애들도 있다. 판교 분양이 그렇게 시끄러워도, 청약예금 하나 없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나도 몇년 전까지 그랬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넘 아껴쓰고 저금 많이 하는 애들 보면 쪼잔해 보였다.
또 너무 재테크에 밝은 애들을 보면 약아 보여서 싫었다.
저축을 왜 해야 되는지 목적의식도 없었다.
힘들게 돈을 벌면서도, 그저 어떻게 돈을 쓸지만 생각했다.

요즘 절실하게 느끼는건
"돈을 버는 것"과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거다.
매일 출근을 하고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아도,
수입과 지출이 똑 같아서 자산이 하나도 없다면
그 사람은 경제적으로 독립한게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흠칫 했던 부분.

돈 버는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무슨 공부냐면 바로 '돈 버는 공부'다. 재테크 고수들 중 공부하지 않는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1년에 1백 권 가까운 책을 읽기도 한다.공부와는 통 거리가 멀 것 같은 사채업자들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반면 돈을 잃는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식도 쌓지 않은 채 돈을 벌려고 한다. 허황된 꿈을 좇아 불나방마냥 엷은 귀로 투자를 결정한다.이런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모두 돈을 잃는다.운이 좋아서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3~4년 후에 다시 돈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불나방마냥 엷은 귀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코스닥 OOO을 샀다가 손절매를 한 바로 얼마 전의 아픈 기억.

이 책은 아주 기초적인 책이다.
나처럼 재테크 관련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시작하기 좋은 책이다.

너무도 똑똑하지만,
똑 부러지게 일도 잘하고 유능하지만,
금융 지능은 빵점인 여자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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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겠군요. 험. 여자는 아니지만 금융지식은 빵점입니다. 번 돈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썼습니다. 물론 대학원등록금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두 충분히 남길 수 있었는데 씀씀이가 헤퍼서. 쩝.

바람돌이 2006-02-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금융지식 빵점인데요. 근데 돈을 벌려면 역시 이렇게 공부도하고 부지런해야 하는데.... 항상 이 귀차니즘이 문제라구요. ^^

moonnight 2006-02-1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배는 아니지만 ^^; 여잔 건 맞고 금융지능 빵점인 것도 맞으니 읽어봐야겠군요.;; 돈을 벌고 싶긴 한데 돈버는 공부를 하고 싶진 않으니 원. 도둑놈 심보겠죠? 흐흐 -_-;

2006-02-13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2-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후배가 적립식 펀드 하라고 하던데 적립식 펀드에도 주식형과 채권형이 있단 말입니까? 그 친구 그런 것도 재대로 안 가르쳐 주던데...이 책은 저를 위한 책이군요. 읽어봐야겠군요.^^

야클 2006-02-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벌어오면, 돈 쓰는 사람도 분명 따로 있지요. ㅋㅋㅋ

원래 돈이란게 다들 많이 벌고 펑펑 쓰고는 싶어하지만 그 방법을 공부하기는 싫어하죠.

마치 "호랑이 가죽은 탐이나고 호랑이는 무섭고" 처럼. ^^


kleinsusun 2006-02-1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함 읽어보세요.^^ 한달 정도는 아끼시게 될꺼예요.ㅎㅎㅎ

바람돌이님,맞아요, 돈을 벌려면 부지런해야 되요. 안하던 짓을 요즘 하려니 어색하네요.^^

moonnight님, 금융지능 빵점이라도 저축을 열심히 하면 되는데....저는 그게 아니었답니다.ㅠㅠ 지금부터라도...홧팅!^^

stella님, 네..한번 읽어보세요.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참! 펀드 가입 안하셨으면 하난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야클님, 제가 요즘 재테크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