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남자 중에 살짝 이상한, 좋은 말로는 "특이한" 사람이 있다.

너무도 평범하고(사실...평범에서 살짝 쳐진다.) 왜소한 외모 탓에
절대 가만히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남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소란을 떠는 5살 짜리 애처럼
엽기적인 말을 하거나 신경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을 끊임 없이 뱉어 낸다.
그래서....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디따 튄다.

S 국립대, 미국 Top 10 MBA를 나오고, 집까지 부자인 이 남자는
(혼자서 56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친구들 불러서 놀기에 좋다고 자랑하는데,
같이 놀 친구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지 않다.

그 남자 외모를 보면 "신토불이", "화개장터" 이런 단어가 생각난다.
그런데...그 남자 차는 빨간색 스포츠카다.
그 남자가 그 차 옆에 서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뒤집어 지게 웃었다.

옷이랑 지갑...모두 하나 같이 명품이다.
그 남자를 보면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 옷은 알마니, 얼굴은 Gap"

한국 나이로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그 남자는
결혼을 하려고 주말마다 선 및 소개팅을 하고 있다.
이 남자의 새해 목표는 결혼. 물론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 남자는 주말 마다 만나는 그 많은 여자들을 "평가"하는
"채점표"가 있다.
excel로 관리하며, 선을 보고 집에 가면 각 항목별로 점수를 기입한단다.
그래서 각 항목별 점수를 더한 총점을 근거로
또 만날지 말지를 결정하고, 최근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여자와 비교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입이 딱 벌어진 내게 그 남자가 말했다.
"수선씨도 해봐요. 큰 도움이 된다니까...
MBA식 의사 결정 방법이라고 할까요? 음하하하."

불 타는 호기심이 슬슬 올라오는 짜증 보다 컸던 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 그런데....그 항목들은 어떤거예요? "

그 남자는 나의 관심에 의기 양양해 하며 말했다.
" 크게 7가지 항목이 있구요, 각 항목별로 세부 항목이 따로 있죠.
물론 중요도에 따라 가점이 있구요."

난 다시 물었다.
" 네...그 7가지 항목이 어떤건데요? "

그 남자는 쩍 팔리지도 않은지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다 영어로.
" Physical attraction, Intelligence, Family background, Job, Financial Status...."

걸어 다니는 호기심 천국인 나는 또 물었다.
" Physical attraction은 어떤 기준으로? "
" 네...저는 하얀 피부에 가장 비중을 두죠. 피부미인을 좋아하거든요.
수선씨 피부 참 좋네요.음하하하.
물론 얼굴형, 키, 몸매도 다 세부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죠."

어이 없음과 호기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며 또 물었다.
"Financial Status는 어느 정도를?"
"하하... 뭐 저 정도만 되면 되죠."
"네...? 56평 아파트가 있는 미혼 여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야 뭐....항목이 7개나 되니까요. 으허허..."

그 남자와 대화를 마치며 생각했다.
" 도대체.... 이 남자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

그런데... 그 남자에게 결정적으로 궁금했던 건 물어 보지 못했다.
그 질문은...
"혼자서 채점하고, 혼자서 결정하면 뭐해요?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끝인데..."

그 남자, MBA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그 아저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 결혼은....혼자 하는 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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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02-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뭉텅그려서밖에 생각을 못해서 채점표 만드는 일이 넘 고역이겠어요^^

코마개 2006-02-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마 그간 만난 상대방 여자는 채점표 만들 필요도 없이 그냥 "재수 없어서 싫어"한마디로 성적매기기 끝이었을것 같은데요.

암리타 2006-02-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콘에서 나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정말 재수없어!' (개인적으로 그분을 잘 모르지만^^;) 좀 심하다 심네요 ^^ 정말 결혼은 혼자만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정답입니다. ㅋㅋ

드팀전 2006-02-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안들을테니...저딴 분들을 위해 우리 선조들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지랄 엽차기하고 있네" ㅋㅋㅋㅋ

검둥개 2006-02-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맞아요.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명문!
상대가 싫다면 그 복잡한 채점표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
은근히 불쌍한 인물이군요, 그 남자분.

kleinsusun 2006-02-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저도 그래요. 항상 "뭉텅"거려 생각해요. 올인하는 습관.ㅎㅎ

강쥐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그래요.
"돈"을 결혼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여자들이 생각보다...많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만나는 여자들이 있더라구요.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예요.ㅠㅠ

암리타님, 맞아요. "정말 재수 없어!" ㅎㅎ
그 사람이 도대체 어떤 여자랑 결혼할지 궁금해요.

드팀전님, 우와....속이 시원하다. 그 남자한테 문자 보낼까봐요."지랄 엽차기하고 있네." 음하하하.

kleinsusun 2006-02-2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이미지를 바꾸셨군요.멋져요.
근데...그 남자 좋다는 여자들도 있더라구요. 미스테리!!!

mannerist 2006-02-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아마 제가 그양반 누나였다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놋북에서 자리 떴을때 그 엑셀파일, 혹은 쉬트 이름을 이렇게 고쳤지 싶네요. 너나 잘하세요.xls, 혹은 즐~.xls. 아니지. 잉글리쉬 좋아하니 이렇게 해야겠다. shut_the_fxxx_up.xls 혹은 self_yourself.xls ㅎㅎㅎ

moonnight 2006-02-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하네요. -_- 일곱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절대 못 만나겠는데요. 자신은 그걸 모르겠지만... 수선님 글 읽으니 어쩐지 그 사람, 안 됐단 생각 들어요. 다른 사람이 불쌍해한다는 것도 그는 역시 모르겠지만 -_ㅠ

LAYLA 2006-02-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라도 혼자서 노는 법을 터득했으니 다행이네요 뭐 세상은 지 잘난맛에 사는거라던데 ^^

kleinsusun 2006-02-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넌 천재야!!! shut_the_fxxx_up.xls 파일 이름 정말 "perfect" 해.ㅎㅎㅎ

달밤님, 네...그 사람은 그런거 몰라요. 자기가 젤로 잘난지 알아요. 쫌....불쌍하죠?
이번 주말에도.... 휑한 56평 아파트에서 엑셀에 점수를 넣겠네요.ㅎㅎ

LAYLA님, 네...그 남자는 주로 "혼자서" 놀더라구요.ㅎㅎ

마태우스 2006-02-2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저희집은 55평인데...
수선님 피부야 세계적이죠.
글구 제가 보기엔 그 사람, 결혼에 뜻이 있다기보다 그런 걸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kleinsusun 2006-02-2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그 남자 디따 결혼하고 싶데요. 주말마다 선보고...
근데 실현 가능성은? 앞으로 10년 동안 쭈~욱 excel을 채우지 않을까요? ㅎㅎ

야클 2006-02-2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수선님이 아는 남자다.
2.재력이 있다.
3.올해 불혹이 되었다.
4.S 국립대를 나왔다.
5.신토불이.... =3=3=3

흠.... 다년간 추리소설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범인은 마아무개군. -_-+

2006-02-2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2-2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하나 차이점이 있어요.
그 남자 집은 56평, 마아무개군 집은 55평. 추리가 어긋났는데요.푸하하하.

2006-02-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24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