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주간지 <매경 이코노미> 서평에서 이 책을 알게 됐다.

공병호가 쓴 서평이었는데,
"매년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는 피터 드러커의 공부법이 눈에 띄었다.

보통 회사원들은 책을 안 읽어도 잭 웰치나 피터 드러커 책은 한권씩 읽는데, 난 이번에 피터 드러커의 책을 처음 읽었다.
피터 드러커의 "공부법"이 궁금해서...

저술 활동과 강의 등 일 외에 나는 매년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2004년에는 명나라 시대의 중국 미술에 몰두했다.일본에 관해서는 수묵화를 소장할 정도로 잘 알면서도 일본에 큰 영향을 끼친 중국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나는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3년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다.예를 들면 '셰익스피어 전집을 천천히 주의깊게 다시 읽는 것' 같은 일이다.이는 몇 년 전에 끝마친 일인데,나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발자크의 대표작인 <인간희극>시리즈에 몰두했다."
(p13~14)

2004년에 피터 드러커는 "95살"이었다.
명나라 시대의 중국 미술을 공부하는,
세익스피어 전집을 읽고 발자크 희극을 읽는 95살 할아버지.
멋있지 않은가?

택배로 배달된 이 책을 처음 펼쳐 봤을 때,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옮긴이 남상진
일본 산노대학 경영정보학부 및 JAIST 정보과학연구과를 졸업.


왜 역자가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이지?
혹시 일본어를 번역한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을 넘겨 보니,
그제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27회분의 피터 드러커 기고문을 엮은 책이다.
즉, 일본어로 번역되어 연재되었던 27회분의 기고문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고, 한국에서는 다시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거다.

일본 신문에 연재되었다는 것은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일본 사람들이 읽으면 좋아할만한 얘기들이 참 많다.
피터 드러커 자신이 일본과 얼마나 인연이 깊으며,
일본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 왔는지 누누이 강조한다.

당연할 수 밖에....
글도 상품이다. 상품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생산된다.

서양인과 일본인을 섞어서 파티를 열었다고 하자.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면 서양사람은 '회계사'라고 대답하고,일본인은 '도요타자동차'라고 대답한다.자기 직업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조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 가족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다.여기에 일본 최대의 강함이 있다."(p178)

공항의 입국심사카드에 "Job"을 쓰는 칸이 있다.
서양인들은 "sales manager", "purchasing manager" 이런 식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쓴다.
한국, 일본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쓴다.
나도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무슨 회사에서 일해요." 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게 "가족의식" 때문일까?

일본은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회사다. 일본 주식회사.
일본 주식회사의 엄청난 조직력이 오늘날 일본을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 최대의 강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여기에 일본 최대의 약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이 책은 가볍게 읽힌다.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를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한 책이다.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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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4-10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 드러커의 책들이 남편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있어요.
툭하면 들춰보면서 저한테도 보라고 하지만, 손이 쉽게 가지는 않아요.
수선님은 칼럼 쓰셔도 참 잘 쓰실 것 같아요.
쉽고 재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글, 수선님 글의 장점이에요.

신지 2006-04-1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ㅡ> 라는 것에는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요. 저도 플레져님 말에 동감.^^


moonnight 2006-04-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 피터 드러커.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라고 하는데, 저 역시 손이 안 가서 아직입.니다. 저도, 몇살까지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 항상 책을 읽고 공부하며 살고 싶어요.

kleinsusun 2006-04-1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호홋.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져님은 남편과 각각 별도의 책장을 가지고 있나요? 아니면 한 책장에 두 주인의 책이 섞여 있나요? 궁금해요. <서재 결혼시키기>가 생각나네요.^^

이엠님, 네...."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은 좀 과도하죠. 무리가 있기도 하고....우리나라 회사나, 일본 회사나 피터 드러커가 생각하는 "가족주의"하고는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kleinsusun 2006-04-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님은 지금도 항상 공부하시쟎아요. 와인도 배우고, 중국어도 배우시고...
이제 쉬운 중국어 회화는 다 할 수 있으시죠?^^

다락방 2006-04-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비소설류는 재미가 없던데 수선님은 참 잘 읽으시네요. 전공때문에 어쩔수 없이 샀던 피터 드러커의 책이 집에 있긴 한데, 아직까지 읽을 생각이 없어요. 하하..부끄러워서 이거야 원..^^;;

kleinsusun 2006-04-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예전에 이런 책 읽으면 재미가 없었는데 요즘 이상하게 재미있네요. 다 이게...돌고 도는거 같아요.ㅎㅎㅎㅎㅎ
다락방님 경영학 전공자예욤?

다락방 2006-04-1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전공은 발레예요, 라고 뻥치고 다녔더니 다들 때리려고 하더군요. ㅋㅋ

kleinsusun 2006-04-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저도 어렸을 때 "수중발레"를 해서 코가 뾰족하다고 뻥치다가 맞은 적 있어요.ㅎㅎㅎ
 




[ Sex and the City ]의 Carrie.
Carrie 닮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30대 싱글이고, 글을 쓰고, 자아가 강한 Carrie의 캐릭터를 보면서
여자 후배들,친구들이 말했다.
" 참...많이 닮았다."

그런데 며칠 전, 남자한테 Carrie 닮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화요일 점심. 친한 사람 4명이서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라면 사리가 익었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던 내게 K과장이 말했다.

" [ Sex and the City ]를 요즘 자주 보는데 말이야,
Carrie 보면서 성과장 생각이 나더라. 많이 닮았어, 정말."

K과장 옆에 있던 남자 선배 W는 쌩뚱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 그게 뭐야? 드라마야? 그거 공중파에서 하는거 아니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예 모르는 드라마.
많은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하는 드라마 [Sex and the City].

K과장도 결혼 전에는 [Sex and the City] 제목도 몰랐으나,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자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라, 자기 전에 한편씩 같이 본단다.

" Carrie나 성과장이나
맨날 사랑에 대한 글은 쓰면서,
실제로는 사랑을....두려워 하쟎아.
또 결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누군가와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는 걸 두려워 하쟎아.
생각 많고 맨날 고민하는 것 까지 다 똑 같아."

K과장의 적.나.라.한 지적에 난 정말 뜨끔했다.
K과장은 드라마 속 에피소드까지 몇개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 정말 닮았다니까."를 계속했다.

옆에 있던 후배가 맞장구를 쳤다.
" 맞아요, 맞아. 센 "척"하면서도 여려 터지고, 예민한 것도 똑 같아요."

어찌나 "닮았어, 닮았어" 큰 소리로 그러는지,
옆테이블 사람들까지 흘끔흘끔 쳐다봤다. 쩍 팔렸다.

맨날 사랑을 얘기하지만, 막상 사랑을 두려워 하는 여자.
센 척 하지만, 여리고 예민한 여자.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소한 타협도 힘들어 하는 여자.

내가 이렇게 보이나?
다음 주말에는 [Sex and the City]나 실컷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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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0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마세요. ㅎㅎㅎ

마늘빵 2006-04-0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그거 보고싶군요.

조선인 2006-04-0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매너님, 사랑에 빠진 남자다운 충고시군요. *^^*

2006-04-09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4-09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거 자랑이죠? ㅋㅋ
사랑처럼 두려운 게 또 있을까요? 알랭 드 보통 소설 보셨죠?
사람들은 맨날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
그때 그때 다른 게 사랑이니까요. 두려워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보통'은 넘는 거 아닐까요?

kleinsusun 2006-04-0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그래, 너처럼 용감하고 씩씩하게!^^

아프락사스님, 한번 보세요.Girl들과 대화할 때 좋답니다.ㅎㅎㅎ

조선인님, 그죠? 사랑에 빠진 청년의 충고^^

숨어계신님, 제가 더 이쁘다구요? 음하하하, 감사합니다.^^

글샘님, 자랑 아니예요, 선생님.부끄부끄 ㅎㅎ
맞아요, 모두들 사랑을 얘기하지만, 다들 다른 사랑을 얘기하죠.
아...정말 쉽지 않은게 사랑입니다요.^^

2006-04-09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4-0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감정을 부정하면서 이건 아냐.. 병에 걸린 인간들도 도처에 널려 있으니 걱정 마셔요. ㅎㅎ

kleinsusun 2006-04-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지금....사랑을 하고 있으면서 애써 감정을 부정하고 계신가요? 흠.....
수상한데요.ㅎㅎ

2006-04-09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리보다 수선님이 훨씬 예뻐요.^^

kleinsusun 2006-04-1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로드무비님, 쵝~오!!!^^

이리스 2006-04-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니에요. ^^; 저는 아냐 병에 걸린 인간들을 싫어해요~

kleinsusun 2006-04-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아....전 낡은구두님이 사랑을 만나셨길 살짝꿍 바랐죠.ㅎㅎㅎ
제 주변에도 아냐 병에 걸린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ㅠㅠ

드팀전 2006-04-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우..어려워!! 그 드라마에서 코 긴 여자...맨날 누구랑 자는 이야기만 하던데..아닌가? 외국 드라마는 잘 안봐서..ㅋㅋ 몰라 몰라요.사랑이 뭐가 어렵더냐 하면 되지...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듯이 글로 쓴 사랑은 백권을 묶어도 한번 채인 것 만 못하니..... 아싸리 연애를 하삼.연해 하다보면 실패도 하는 거고 가끔 성공인 듯 느껴지지만 결국 실패인 것도 있는 거고... 무슨 수능 보듯이 '이번 아니면 안돼' 절벽 위에 서 있듯이 연애하지 마시고..ㅋㅋ 봄날 연애을 안하면 도대체 무엇을 한단 말인가?

kleinsusun 2006-04-10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누구랑 자는 얘기만 하는 여자는 사만단데...
봄날에 연애를 안하면?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음하하하.

니르바나 2006-04-1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kleinsusun 2006-04-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드팀전 2006-04-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피피....먹고는 살아도 삶이 깊어지거나 황폐해지거나 풍요로와지거나 넓어지거나..곱하기 100....기타 등등....삶의 다양한 색깔을 느끼지 못하고 살잖아요.밥만 먹고 사나....강추 봄날 연애..!!!!

kleinsusun 2006-04-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의 "봄바람"을 재촉하시는군요. 바람나면 무서운데.....ㅎㅎㅎ

mannerist 2006-04-1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봄날 연애 강추요~ ^_^o-

코마개 2006-04-1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여기서 씨니컬 등장.
사랑이란 일시적 정신 장애 상태입니다. ㅋㅋ.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네!

kleinsusun 2006-04-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이번 주말도 즐거운 데이또를!^^

강쥐님, 음하하하하, 일시적 정신 장애 상태. ㅋㅋ 강쥐님은 지금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아님 계속되는 장애를? ㅋㅋ

moonnight 2006-04-2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캐리보다 수선님이 훨씬 알흠다우시단 말씀에 동의. ^^

kleinsusun 2006-04-2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정말정말? ㅎㅎㅎ 감사합니당.^^
 

난 책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나름 책 선물 할 때, 고민을 많이 한다.
선물할 사람을 떠올리며 한참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산을 좋아하는 회사 선배의 작년 생일에는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등
산에 대한 책 4~5권을 커다란 리본으로 묶어서 선물했다.

작년 연말에 정년 퇴직하신 거래선 이사님께는
장정일의 삼국지 10권 세트를 고급스런 포장지로 포장한 다음
들고 가시기 좋게 굵고 질긴 리본으로 묶어서 선물했다.
원래 역사서를 좋아하시는 분이고,
은퇴를 하면 당분간 등산과 독서를 하며 쉬겠다고 하셨기에 생각해 낸 선물이었다.
부피도 큰 것이 송별회 자리에서 뽀다구도 날 꺼라고 생각했다.
그 선물은 정말....대박이었다.

책을 선물 받고 엄청 기분이 좋았던 적도 많다.
예를 들면, 작년 내 생일에 회사 후배 남생이는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 일본어 원판을 선물했다.
아....그 잔잔한 감동.
작년에 나는 요시나가 후미에 열광하고 있었고, 또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다.

책을 선물하고, 책을 선물 받는 일은 참....행복하다.

여태까지 책을 선물한 많은 기억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가장 기뻤던 기억 중 하나는
방콕에서 K상무님께 아사다 지로의 <장미 도둑>을 선물했을 때였다.

그 때가 아마...01년이었던 것 같다.
K 상무님은 前회사 태국법인 법인장이셨고,
난 태국 시장 담당자라 태국 출장을 자주 갔다.
가끔 법인장님이나 주재원들한테 책을 선물했다.
( LA나 Tokyo 같은 한국사람 많은 도시 아니면 한국책 사기 쉽지 않다.)

K상무님은 아주 감성적인 분이셨다.
물론...그게 아무에게나 보이는 건 아니었다.
K상무님이 뭐 "감성경영" 이런걸 하신 것도 아니고,
요즘 신문에 자주 나는 OO건설 사장처럼 직원들에게 시를 선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언뜻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무서운 전형적인 임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상무님의 말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법인장실 책장에는 잭웰치, 피터 드러커 이런 책들 사이 사이에 문학서들이 수줍게 꽂혀 있었다.
(회사 생활 10년차의 짠밥으로 볼 때, 임원실 책장에서 문학작품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 보다는 쉽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한 번은 K상무님께 아사다 지로의 <장미도둑>을 선물했다.
그 때, <장미도둑>을 읽고, 특히 단편 중 <나락>을 읽고 거의 신음을 흘리며 감탄했다.

아사다 지로는 언뜻 보기엔 잘 팔리는,
말랑말랑한 소설 써서 먹고 사는 구라쟁이 아저씨 같지만,
가끔씩 만나는 그의 단편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나락>은 조직생활의 僞惡과 "虛"를 여실히 보여 주는, 섬뜩하기 까지한 작품이다.
조직에 몸담은 개인은 항상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나락>의 주인공 같이 심약하고 그저 좋기만 한 사람은,
그래서 "만만하다"고 소문난 사람은,
그래서 온갖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이용 당하는 사람은,
소리 소문 없이 "out" 된다.
<나락>처럼 조직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은 정말이지 드물다.

난 K상무님이 아사다 지로를 아는지도 몰랐다.
그저 내가 <장미도둑>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기에,
<나락> 외에도 읽으면 마음이 잠시나마 따뜻해 지는 단편들이 많기에 선택했다.

그런데...
"상무님, 책 한권 사왔어요." 하며 책을 내밀었을 때,
상무님은 화들짝 놀라셨다.

" 너 내가 이 책 읽고 싶어하는지 알았었니?"

K상무님은 바로 며칠 전에 <장미도둑>을 사러 방콕에 있는 일본 서점에 가셨었는데,
책이 없었다고 한다.(K상무님은 일본서적은 거의 일본어로 읽으신다.)

상무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 작년엔 출장자들 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를 사와서 도대체 몇권을 받았는지 몰라. "

그 날 저녁에 K상무님과 출장자들의 저녁 식사가 있었다.
술이 어느 정도 돌았을 때, K상무님이 웃음을 띄고 말씀하셨다.
" 넌 참...하는 짓도 이쁘구나."

책을 선물하고, 책을 선물 받는 일은 참...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가능하려면 서로간에 "애정"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슈퍼마켓 가듯이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집어서 선물하려면 차라리 문화상품권을 주는 게 낫다.

몇년 전인가?
중학교 동창회에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무 반갑다며, 한번 둘이 만나자고 집요하게 계속 연락하기에
나중엔 자꾸 약속을 미루기가 미안해서 황금같은 일요일에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그 친구의 용건은 따로 있었다. 아뿔싸!

그 친구는 암웨이를 하고 있었다.
물건을 사라는 거면, 샴푸나 몇개 사고 말겠는데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거였다.
순간 확~ 짜증이 밀려왔다.

힘들게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레밍 딜레마>.
다이아몬든지 뭔지 돈 많이 버는 대빵의 성공사례를 녹음했다는 테이프와 함께...
모질지 못한 나는 싫은 티도 내지 못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책을 선물 받아도 기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후배에게 책 한권을 선물했다.
<우리 사랑하는 거야 미워하는 거야>
얼마 전 헤어진 남친과 "성격 차이"로 디따 힘들어 했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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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6-04-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락이 뜸~~~~하다가 누가 만나자고 하면 긴장하지요. 헐 헐 헐
저도 오래도록 연락이 뜸하다가 누구한테 연락을 하려면 머뭇거려집니다.
행여나... 아쉬운 소리를 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까봐요.
그러니깐 결론은... 평소에 자주 연락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
에구.. 행설 수설이다.

2006-04-06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4-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선물 받는 거, 하는 거(다른 건 살줄을 모르니...^^;;) 참 좋아해요~ 누군가가 좋아할만한 책을 고르는 거, 정말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죠. 수선님은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시는 걸거예요. 이쁜 짓~~ ^^

다락방 2006-04-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그런분이셨군요. 하는짓도 이쁜 분 :)

플레져 2006-04-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도 수선님은 이쁜 사람이에요.
하는 '짓'도 이쁠 수밖에요 ^^

2006-04-07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4-0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조선인 2006-04-0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회사에 부업으로 암웨이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어요. 허걱.

2006-04-07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4-0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판님, 오랜만에 누가 전화했을 때 드는 생각. "결혼하니?" ㅎㅎㅎ
맞아요, 소중한 사람들에겐 잊지 말고 안부전화를 하자구요!^^

속삭이신님, 3권 아닌가요?^^

아영엄마님, 네...책 선물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고르기가 힘들어요.
또....모든 선물이 그렇겠죠? 넥타이 하나도. 아영엄마님은 책 말고는 어떤 선물을 좋아하세요?^^

kleinsusun 2006-04-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부끄부끄....^^

플레져님, 제가 보기에 플레져님은....아름다운 사람이예요.^^

속삭이신님, 진심으로, 마음이 짜~안하게 감사드립니다.

아프락사스님, ^^ * 1,000

조선인님, 그분들은 회사 사람들한테도 영업활동(?)을 하나요? ㅠㅠ

속삭이신님, <장미도둑> 꼭 읽어보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단편집이랍니다.^^

2006-04-09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입사원 때, 친하게 지내던 선배 언니가 결혼을 했다.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제주도 OO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푹 쉴꺼라고 했다.

한참 혈기왕성하던 난 이렇게 말했다.
" 제주도? 그럼 차라리 서로 운전하면서 전국일주를 한번 하지 그래? "

아...그 언니의 황당한 눈빛이 아직도 생각난다.또렷하게.
" 야...무슨 사서 고생할 일이 있냐? 신혼여행이 무슨 극기 훈련이냐?"
언니는 기가 막힌 듯 날 쳐다보며 껄껄 웃었다.

오늘 오랜만에 일찍 들어와서 엄마가 애청하는 일일드라마를 같이 봤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KBS 1TV 일일 드라마의 특징.
너무나 "건전(?)"하고 시청자를 선도 또는 계몽하려 한다.

어쨌거나 이제 막 결혼한 드라마 속 커플의 신혼여행은?
둘이 핑크색 커플 티를 입고,
자전거엔 풍선을 가득 달고,
커다란 배낭을 매고,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흥분하며 말했다.
" 저게 무슨 신혼여행이야? 고생을 사서 하는구만."

그 커플이 신나서,좋아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 야~ 너무 좋다!!" 소리 지를 때,
난 신입사원 때 선배언니가 날 쳐다보던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헉....돈 주고 하라 그래도 못하겠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노래처럼 나도 변했나 보다.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매고,
매일매일 바뀌는 숙소에 짐을 풀고 싸고 하면서 강행군을 하는 여행.

지금은 할 자신이 없다.
솔직히....하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서울에 있는 호텔에 며칠 틀혀박혀 쉬고 싶다.
늦잠 자고, 게으름 떨고, 느긋하게 한잔 하고 하면서...

작년 여름인가?
20~22살 어린 후배들이 금요일 밤에 동해에 놀러 간다고 했다.

애들의 일정을 듣고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금요일 밤차를 타고 토요일 새벽에 도착.
하루 종일 돌아 다니고, 해수욕 하고 놀다가
토요일 밤은 젤로 싼 민박에서 자고,
일요일 오후에 해수욕 한번 더하고 저녁에 올라 온다고 했다.

그들의 강철체력과 힘들게 놀아도 그저 좋기만 한 그 혈기왕성함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 너 그때로 돌아 가고 싶니? 그때로 보내줄까?" 하고
산신령님 또는 요정이 뿅하고 나타나서 묻는다면
선뜻 대답을 못하겠다.

너무도...편안한 것들에 익숙해 졌다.
작은 불편함도 견디지 못한다.

2년 전 여름에는 작은 사찰로 명상수련을 갔다가
열악한 시설과 커피/콜라 금단현상을 극복하지 못해 3일만에 뛰쳐 나왔다.
탈출한 날 저녁에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커피와 콜라, 파스타에 디저트까지 실컷 먹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너 왜 이렇게 변했니?
너 왜 그렇게 작은 불편함도 못견디니?"
하고 스스로를 다구치고 싶지 않다.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저 좀...편하고 싶다.

신혼여행을 간다면,
좀 비싸도 한적한, 조용한 리조트로 가고 싶다.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세상에서 젤로 게으르게 뒹굴뒹굴하다 왔으면 좋겠다.

언젠가....지금은 내게 없는 "치기 어린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제는 할 수 없는, 또 하고 싶지 않은 가난한 여행에 대한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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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06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은 극기여행이 아니라는데 동감해요. 이십대 초반에 결혼한다면 또 모를까. 한가한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서로 대화하는게 최상이 아닐까요. ^^

이매지 2006-04-0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살임에도 전 벌써 혈기왕성함을 잃었습니다. 쩝. 그냥 점점 더 정적인게 좋아져요

코마개 2006-04-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신혼여행은 전국일주 이런거 하면 죽습니다. 그 전에 이미 진을 다 빼놓아 버렸기 때문에. 전 돈 없이 하는 여행도 잘하고, 더러운 것도 잘 참고, 더러운 식당에서 밥도 잘먹고...다 잘하는데 딱 하나. 욕실이 공용이건 개인이건 깨끗해 주기만 하면 ok.
그런데 한겨레 21에 수선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필자의 글이 있는데, '휴가'그러면 피피, 리조트, 발맛사지, 스파...이런 것만 온통 머리에 떠오른다며 나도 늙었다고 자학하더군요.

로드무비 2006-04-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비데 없는 곳에 가서 하룻밤 자는 것도
불편해졌어요.
김혜자 씨가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봉사 내용을 떠나서 개인적인 불편함을 감수한
그의 구체적인 실천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수선님, 그래도 너무 단정적으로 말할 건 없어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드팀전 2006-04-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 꽃 색깔이 한 빛이 아니듯이 여행의 목적과 방법 역시 하나이진 않겠지요,저도 어제 그 드라마 보면서....웃긴다고 했어요.자전거 타는 씬은 내리막길 이데요.차도 하나도 없고...자전거로 오르막길 올라보삼...신혼은 무슨 신혼...그리고 자전가 오래타면 허벅지 안쪽이랑 엉덩이...종아리 팅팅 부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ㅍㅍ
10대 아이들 보면 혹하는 만화같은 장면이더군요.예고 보니까...여자 주인공이 좀 가다 못하겠다고 그러더만요...ㅎㅎ
결혼 후 첫 여름 휴가때 강원도 평창에 있는 팬션에 사흘 있어본 적이 있습니다.주인 집 은 한옥이고 팬션 사이에 작은 길을 두고 호박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지요.주인 집 아이는 팬티도 안입고 맨발로 자갈길을 뛰어 다녔습니다.팬션 앞에는 작은 밭이 있어서 점심때는 고추랑 상추 따먹었습니다.그집 꺼는 아닌데..밤에 몰래 와이프랑 옆집 당근밭에서 당근 두개 뽑아왔습니다.어찌나 귀엽고 맛있던지...낮에는 오대산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오면 매미 소리 들으며 여름 오후를 보냈지요.... 내려올때는 태백,봉화,안동 이렇게 내려 오다 새로지은 여관있으면 들어가서 자고..ㅋㅋ 아...다시 그 조용함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라.

mannerist 2006-04-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지금도 뱅기값 포함 토탈 270만원으로 5주동안 유럽 싸돌아다닐때가 그리운데... 앤하고 만나도 심심하면 걸어댕기구... 평생 이리 살아봐야지... 귀찮아질때꺼정. ㅎㅎㅎ

moonnight 2006-04-0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고생고생 가난한 여행 했던 것이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저역시 다시는! 다시는! 그런 여행은 안 할꼬에용 ^^; 이젠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한(매우 중요;;) 숙소에서 조용히 산보나 하고 책읽고 맛난 거 먹으며 휴가를 보내고 싶지요.^^ 하물며 신혼여행에 극기훈련? 안 되지요. -_-;

2006-04-0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4-0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그죠?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죠? 아....지금 당장 공간이동을 하고 싶당.^^

강쥐님, 저도.....스파, 마사지 이런거 생각나요. 아....지금도 누워서 아로마 마사지 이런것 좀 받으면 좋겠당.ㅎㅎㅎ 강쥐님은 신혼여행은 어땠어요? 궁금...

이매지님, 제게 위로가 되는군요.ㅎㅎㅎ

kleinsusun 2006-04-0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호홋, 아주 솔직하고 적나라한 표현인데요. 비데 없는 곳. ㅎㅎㅎ
오지로 떠난 젊은 부부(무슨 책이드라?) 얘기를 들으면서 푸세식 화장실을 생각했어요. 전 산이나 계곡에서 텐트치고 야영할 자신이 없어요. 화장실 때문에....ㅎㅎㅎ

kleinsusun 2006-04-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드팀전님도 어제 그 드라마 보셨군요.ㅎㅎ
저도 기가 막혔어요. 차 한대도 없는 곳에서 비탈길을 경쾌하게 내려가는 모습이...
근데 요즘 중딩, 고딩들은 그런거 멋있다고 생각안해요. 애들이 얼마나 럭셔리한데요. 요즘 대딩들은 옛날처럼 대성리에 큰방 하나 빌려서 바글바글하는 MT도 안가요.콘도로 가더라구요.ㅎㅎㅎ

참....그 평창 펜션 어딘지 좀 알려주세요. 저도 가고 싶어요. 아....쉬고 싶어라.

kleinsusun 2006-04-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 너의 유럽 사진이 생각나는구나.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뭘해도 좋지.하이힐 신고 하루 종일 걸어도....그래도...신혼여행으로 자전거 여행은 체력적으로 못가겠당.강철체력 매너가 한번 도전을? ㅎㅎㅎ

달밤님,그죠...깨끗한 숙소가 중요하죠. 또 조용한 곳. 가끔씩은요...그냥 주말에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아무도 몰래 푹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꽁꽁 숨어서...한번 해보고 말씀드릴께요.^^

속삭이신님, 아...님도 그 드라마 즐겨 보시는군요.^^
근데, 님이라면 두명의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하겠어요? 그 착한 허브 사장이랑 말썽 많은 홈쇼핑맨 중에서? 님의 의견이 궁금해용.^^

kleinsusun 2006-04-0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호홋...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몇살때였어요?
어릴 땐 친구들이 반응 안하면 맘 상하고 그러쟎아요.^^
근데...정수라가 예쁘다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어요. 어른들은 통통한 여자 좋아하시쟎아요.ㅎㅎㅎ

2006-04-0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은 폭발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당신 가슴속에 아주 많이 쌓아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것의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지요.당신도 가끔 폭발할 때가 있습니까?"

나는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보십시오,당신은 교양 있는 사람이어서 내부에 쌓인 에너지가 폭발하려는 것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거기에 정신적인 갈등이 있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원초적인 사람이었다면, 나는 당신에게 장작을 패고,쇠를 구부리고,돌을 두들기라고 충고하였을 것입니다.만약 당신이 적당한 나이만 되었더라도 아마 외과의사가 되는 공부를 하라고 권했을 겁니다.왜냐하면 칼로 뭔가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것에 특별한 관심이 있습니까?"

그에게 나는 내가 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음악과 증권시장 두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것에 관해서 글을 쓰십시오."

========== Kostolany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중에서=========

유럽의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해서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한 심리학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서...

"독서일기"를 다 쓰지는 못했지만,
올해 들어 투자, 부동산,재테크 관련 서적을 15권 이상 읽었다.

원래 뭘 하나를 하면 "파는" 성격에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런데....별 생각 없이 "건조하게" 잡은 투자서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서 이 부분을 만났을 때, 전기가 통한 것 같았다.찌리릿...

"그러면 그것에 관해 글을 쓰십시오."

신경쇠약과 우울함에 시달리던 코스톨라니를 구해낸건 바로 "글쓰기"였다.

오늘 오후.
일부러 그러는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 언니는 정말 멋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모습이..."

난 그저....할 말이 없었다.
그저....소리나지 않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 너....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 아니?"

월요일 낮,
그것도 근무시간에,
그것도 사람 많은 엘레베터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기에
그냥....꿀꺽 삼켜버렸다.꿀꺽.

"4월에는 금주를!"
이라는 이틀 전에 지은 구호를 깜박 망각하고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필 MP3에 있던 온갖 감상적이고 칙칙한 발라드들을 들었더니
휑~한게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해서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생각했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
나를 견디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글쓰기였구나.

2006년 어느 늦은 밤,
내일의 피곤함과 졸림을 뻔히 알면서도 잠자기를 거부하는 어느 불량 회사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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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0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오늘 후두부에 좀 강렬한 충격-_-이 있어서 나름 끄적대나 나도 이지경인데... 내일은 좀 늦게 일어나야겠어요. 도시락두 미리 싸두고. 이시간에 반가워서. 잘자요. 잘 자면 한 두세시간은 자겠네. =)

야클 2006-04-04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잠 안자는 회사원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 ^^

로드무비 2006-04-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불량주부의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저도 페이퍼 하나 쓸까요?
오늘 수선님이 꾸벅꾸벅 졸 여유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2006-04-0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4-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4월에는 금주를 해야 한답니까?? 그러심 안됩니다.

kleinsusun 2006-04-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너도 늦게 잤구나. 안 피곤해?
아....비도 오고, 졸리고, 나른한 오후야.
퇴근 시간까지 잘 버티자구!^^

야클님, 지각 안하셨어요?^^

로드무비님, 네...."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로 써주세요. 제가...열렬한 애독자랍니다!!!

속삭이신님, 아.....이제 딱 한 달 지났네요. 방학 되려면 아직 3달하고도 반은 남았나요?
요즘도 "야자" 하나요? 힘내시구요, 피부 관리도 잘하세용!^^ 아자!

마태님, 3월에 하도 달려서....또 몸짱 프로젝트도 차질이 크고 해서 4월에 금주를 하려 했죠.근데 뭐....4월도 쭈~욱 달리네요.ㅎㅎ

moonnight 2006-04-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까지 노트북을 톡탁거리신 수선님 ^^ 수선님께 버틸힘을 준 멋진 글들, 곧 책으로 만날 수 있겠죠? (앗. 너무 부담드리는 건가? ^^;;;;) 봄비가 제법 촉촉하게 내리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kleinsusun 2006-04-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4월 금주할라 그랬는데, 벌써 마셨네요. 달밤님은 요즘 스코어가 어떠세요? ㅎㅎㅎ

글샘 2006-04-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 아니?
이런 말씀은, 사랑스런 후배한테는 하시는 거 아닙니다.
그 후배가 수선님 보면서 얼마나 용기를 내서 사는지 모르잖아요?
꼭 금주 하실 필요까지야... 근데, 술 마시면, 그게 다 뱃살로 간다던데요.(저도 요즘 걱정 모드 중...)

kleinsusun 2006-04-0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선생님 댓글을 읽으면서 무진장.....찔려요.헉!!!
네....정말......다.....뱃살로 가요. ㅠㅠ

글샘 2006-04-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