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ex and the City ]의 Carrie.
Carrie 닮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30대 싱글이고, 글을 쓰고, 자아가 강한 Carrie의 캐릭터를 보면서
여자 후배들,친구들이 말했다.
" 참...많이 닮았다."
그런데 며칠 전, 남자한테 Carrie 닮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화요일 점심. 친한 사람 4명이서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라면 사리가 익었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던 내게 K과장이 말했다.
" [ Sex and the City ]를 요즘 자주 보는데 말이야,
Carrie 보면서 성과장 생각이 나더라. 많이 닮았어, 정말."
K과장 옆에 있던 남자 선배 W는 쌩뚱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 그게 뭐야? 드라마야? 그거 공중파에서 하는거 아니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예 모르는 드라마.
많은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하는 드라마 [Sex and the City].
K과장도 결혼 전에는 [Sex and the City] 제목도 몰랐으나,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자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라, 자기 전에 한편씩 같이 본단다.
" Carrie나 성과장이나
맨날 사랑에 대한 글은 쓰면서,
실제로는 사랑을....두려워 하쟎아.
또 결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누군가와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는 걸 두려워 하쟎아.
생각 많고 맨날 고민하는 것 까지 다 똑 같아."
K과장의 적.나.라.한 지적에 난 정말 뜨끔했다.
K과장은 드라마 속 에피소드까지 몇개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 정말 닮았다니까."를 계속했다.
옆에 있던 후배가 맞장구를 쳤다.
" 맞아요, 맞아. 센 "척"하면서도 여려 터지고, 예민한 것도 똑 같아요."
어찌나 "닮았어, 닮았어" 큰 소리로 그러는지,
옆테이블 사람들까지 흘끔흘끔 쳐다봤다. 쩍 팔렸다.
맨날 사랑을 얘기하지만, 막상 사랑을 두려워 하는 여자.
센 척 하지만, 여리고 예민한 여자.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소한 타협도 힘들어 하는 여자.
내가 이렇게 보이나?
다음 주말에는 [Sex and the City]나 실컷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