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폭발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당신 가슴속에 아주 많이 쌓아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것의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지요.당신도 가끔 폭발할 때가 있습니까?"

나는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보십시오,당신은 교양 있는 사람이어서 내부에 쌓인 에너지가 폭발하려는 것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거기에 정신적인 갈등이 있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원초적인 사람이었다면, 나는 당신에게 장작을 패고,쇠를 구부리고,돌을 두들기라고 충고하였을 것입니다.만약 당신이 적당한 나이만 되었더라도 아마 외과의사가 되는 공부를 하라고 권했을 겁니다.왜냐하면 칼로 뭔가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것에 특별한 관심이 있습니까?"

그에게 나는 내가 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음악과 증권시장 두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것에 관해서 글을 쓰십시오."

========== Kostolany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중에서=========

유럽의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해서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한 심리학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서...

"독서일기"를 다 쓰지는 못했지만,
올해 들어 투자, 부동산,재테크 관련 서적을 15권 이상 읽었다.

원래 뭘 하나를 하면 "파는" 성격에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런데....별 생각 없이 "건조하게" 잡은 투자서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서 이 부분을 만났을 때, 전기가 통한 것 같았다.찌리릿...

"그러면 그것에 관해 글을 쓰십시오."

신경쇠약과 우울함에 시달리던 코스톨라니를 구해낸건 바로 "글쓰기"였다.

오늘 오후.
일부러 그러는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 언니는 정말 멋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모습이..."

난 그저....할 말이 없었다.
그저....소리나지 않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 너....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 아니?"

월요일 낮,
그것도 근무시간에,
그것도 사람 많은 엘레베터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기에
그냥....꿀꺽 삼켜버렸다.꿀꺽.

"4월에는 금주를!"
이라는 이틀 전에 지은 구호를 깜박 망각하고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필 MP3에 있던 온갖 감상적이고 칙칙한 발라드들을 들었더니
휑~한게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해서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생각했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
나를 견디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글쓰기였구나.

2006년 어느 늦은 밤,
내일의 피곤함과 졸림을 뻔히 알면서도 잠자기를 거부하는 어느 불량 회사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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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0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오늘 후두부에 좀 강렬한 충격-_-이 있어서 나름 끄적대나 나도 이지경인데... 내일은 좀 늦게 일어나야겠어요. 도시락두 미리 싸두고. 이시간에 반가워서. 잘자요. 잘 자면 한 두세시간은 자겠네. =)

야클 2006-04-04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잠 안자는 회사원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 ^^

로드무비 2006-04-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불량주부의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저도 페이퍼 하나 쓸까요?
오늘 수선님이 꾸벅꾸벅 졸 여유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2006-04-0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4-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4월에는 금주를 해야 한답니까?? 그러심 안됩니다.

kleinsusun 2006-04-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너도 늦게 잤구나. 안 피곤해?
아....비도 오고, 졸리고, 나른한 오후야.
퇴근 시간까지 잘 버티자구!^^

야클님, 지각 안하셨어요?^^

로드무비님, 네...."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로 써주세요. 제가...열렬한 애독자랍니다!!!

속삭이신님, 아.....이제 딱 한 달 지났네요. 방학 되려면 아직 3달하고도 반은 남았나요?
요즘도 "야자" 하나요? 힘내시구요, 피부 관리도 잘하세용!^^ 아자!

마태님, 3월에 하도 달려서....또 몸짱 프로젝트도 차질이 크고 해서 4월에 금주를 하려 했죠.근데 뭐....4월도 쭈~욱 달리네요.ㅎㅎ

moonnight 2006-04-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까지 노트북을 톡탁거리신 수선님 ^^ 수선님께 버틸힘을 준 멋진 글들, 곧 책으로 만날 수 있겠죠? (앗. 너무 부담드리는 건가? ^^;;;;) 봄비가 제법 촉촉하게 내리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kleinsusun 2006-04-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4월 금주할라 그랬는데, 벌써 마셨네요. 달밤님은 요즘 스코어가 어떠세요? ㅎㅎㅎ

글샘 2006-04-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 아니?
이런 말씀은, 사랑스런 후배한테는 하시는 거 아닙니다.
그 후배가 수선님 보면서 얼마나 용기를 내서 사는지 모르잖아요?
꼭 금주 하실 필요까지야... 근데, 술 마시면, 그게 다 뱃살로 간다던데요.(저도 요즘 걱정 모드 중...)

kleinsusun 2006-04-0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선생님 댓글을 읽으면서 무진장.....찔려요.헉!!!
네....정말......다.....뱃살로 가요. ㅠㅠ

글샘 2006-04-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