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제 이 책을 100분 만에 다 읽었다.
헬스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간 50분 + 집에 가는 버스에서 50분.

이런 가벼운 소설은 우울할 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의기소침해질 때,
그 틈새에 잡념이 마구 몰려올 때,
읽으면 딱 좋다.

일단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가독력"에 있어서 단연 최고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 간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내용이 없다거나, 경박하지 않다.
<파크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탄 작가다.
팔리는 소설을 쓰면서도 놀라운 문장과 예리한 시각으로
평론가들의 인정을 두루 받고 있는 흔하지 않은 작가다.

특히, 요시다 슈이치의 "묘사"는 정말 압권이다.
매우 사실적이면서 비디오적이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도,
술술 책장을 넘기면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 자주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 지는 건
이미지가 톡톡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슈이치의 묘사에
감독,PD들이 반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7월 24일 거리>는 "연애 소설"이다.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회사원 여자. (동시에 소설의 "화자"이기도 하다.)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읽는다면,
독자들은 작가를 "여자"라고 전혀 의심 없이 믿어버릴 것 같다.
진~짜 여자가 쓴 것 같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남자랑 연애를 해 보면 어떨까?
편할까? 아님 오히려 징그러울까?

이 책에는 "인기 없는 여자"의 특징 10가지가 나온다.

1. 인기 많은 남자가 좋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4. 의외로 가족 관계는 양호하다
5. 첫 경험은 열아홉 살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때로 순정 만화를 읽는다
8.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
9. 아웃 도어는 싫다
10. 실수하고 싶지 않다

나랑 참.......거리가 먼 특징들이다. ㅋㅋ

이 소설을 읽으며 "실수하고 싶지 않다." 가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렸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 좋아하는 남자의 가슴에 뛰어 들었다가
후회할까봐, 버림을 받을까봐, 상처를 받을까봐,
미리 온갖 걱정 다하고, 주저하고, 가슴 졸이다가
결국...포기한다. 왜?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불나방" 같은 나의 기질과 참.....먼 얘기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을까?

요즘....타고난 기질인지 알았던 불나방 같은 기질이 희미해지며,
나 또한...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갈수록 두려움이 많아진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과 관심을 "올인"하는 게 두렵다. 망설여진다.

<7월 24일 거리>.
100분 동안 우울했던 하루의 고단함을 앗아가 준 고마운 소설이며,
동시에 불나방 → "실수하고 싶지 않다"로 옮아가는 나의 변화를
자각하게 해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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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0-1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단 생각이 화륵 밀려드는 리뷰입니다. 저도 요즘 왠지 산뜻하고 잘 읽히는 책이 고프거든요. ^^ 참. 글고 전 인기없는 여자의 특징 중 몇가지와 일치하는군요. 헉. 어쩐지. -_-;;;;;;

kleinsusun 2006-10-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그게.....쉽나요? ㅠㅠ

달밤님, 혹시....일치하는 특징이 3,4,7 아니신가요?^^
보고 시퍼요~ 달밤님!!!

2006-10-20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6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만 있으면 한국처럼 살기 편한 나라가 없지."
엄마는 무슨 근거에서인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권 두 권에 더 이상 도장 찍힐 자리가 없이
구두 뒤축이 닳도록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 다니면서
이 말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말은 이렇게 정정되어야 한다.
"돈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살기 불편한 나라가 없지."

그렇다. 돈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살기 불편한 나라가 없다.
돈만 있으면.
문제는 세상의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돈을 욕망하는 사람은 넘쳐 난다는 것 뿐.

오늘 아침, 게이트가 세 개 밖에 없는 조그마한 HILVERSUM역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아니라
이 세상 자본주의의 끝에 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추적추적, 칙칙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날이 추운 건지 마음이 허한건지 사람들은 벌써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나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무당이 칼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그 곳에는 "꽃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서울 곳곳에 널린 무수한 편의점처럼 수많은 자판기를 봐왔다.
커피부터 컵라면, 생리대, 콘돔까지 안 파는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자동판매기"는 처음 봤다.
A,B는 10유로, C,D는 6.5유로.
A에서 D까지 네 칸으로 나뉘어진 자판기에는
번호를 단 꽃들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난 촌스럽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꽃들을 구경했다.
마침 오늘 미팅이 있었던 거래선의 구매 담당자 Sjoerd가
지난주에 아빠가 되었다고 자랑했던 게 생각났다.
축하도 할 겸, 자판기의 성능도 시험할 겸 꽃을 사기로 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자판기를 쳐다 보다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선택했다.
번호는 A21.
오른손 검지로 A21을 꾹꾹 눌렀다.
LCD창에 Euro10을 넣으라는 문장이 오락실의
"insert coin to continue" 처럼 툭 튀어 나왔다.

시키는 대로 10유로 한 장을 넣었다.
세탁기 돌아가는 것처럼 비~잉 소리가 나더니
캔 자판기에 콜라가 툭 떨어지듯이 장미꽃 한 다발이 떨어졌다.
냉장 보관한 싱싱한 장미꽃 다발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난 수고스럽게 장미 다발을 흔들어 물기를 털었다.

싱싱하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한 장미 다발을 들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꽃도 자판기로 사다니... 정말 신기한 세상이구나!
동시에 번호표를 달고 홍등가 쇼윈도에 앉아 있는 여자들이 떠올라 어지러웠다.
뭐든 번호로 선택하는 세상!

돈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정말 그런가....
유치한 회의가 불쑥 튀어 올랐다.

"회장님을 존경해요."라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고
늙다리 재벌회장이랑 결혼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뇌를 뜯어 본다면,
CF 하나 찍어도 몇 억씩 벌면서 애 딸린 이혼남 재벌 2세랑 결혼하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연자 연예인들의 뇌를 해부해 본다면,
쓰레기 버리듯 자신의 일을 사전 통보 없이 때려 치고 결혼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아름답고도 명석한 두뇌를 분석해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판기에서 산 꽃을 선물하고
피자헛에서 시킨 피자를 사이 좋게 나눠 먹고
들어오는 길에 자판기에서 뽑은 콘돔을 착용하고 사랑을 나눌 연인들이 떠올랐다.

아....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자판기의 꽃들이 빙빙 돌아가듯
내가 서 있는 세상도 빙빙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허접한 감상을 써 내려가며
맥주를 두 잔 마셨더니 머리도 빙빙 돈다. 맴맴.

난 어디에 있는 걸까?
When will I accept wher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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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0 0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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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20대였을 때, 엄마가 '너는 세상 어디에 떨어트려놔도 잘 살거야'라고 몇번이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생각했죠. 응, 그런데 현금으로 가득한 지갑과 신용카드도 같이 떨어트려줘야하는데.

이리스 2006-09-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자판기로 팔다니 -.- 낭만이 없네 낭만이. 돈만 있으면 남극에서도 편하게 살 수 있는거야? 그런거야? ㅎㅎㅎ
언니,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구 일단 현재를 즐기셈!!

마늘빵 2006-09-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낭만이 없네. 이런건 이렇게 하면 안돼요. -_-

로드무비 2006-09-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페이퍼로 보여주셨던 그림이 생각납니다.
저 영문 문구가 적혀 있던.......
지금 수선님이 있는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라고
곧 말씀하실 거예요.^^

코마개 2006-09-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예요. 좋은 곳에 가 계시는군요. 부러워라
저도 그 아나운서, 다른건 관심없는데 어떻게 직장인이 저렇게 '나 그만둬'그러면서 그만둘 수 있는지 놀라웠어요. 그래서 다른 선량한 여자들을 욕먹이는 거라구요. '여자들은 결혼하면 다 그만이야'그럼서...

끼사스 2006-09-2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신 곳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면 드디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펼쳐지는 것 아닐까요? ^^

2006-09-23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0-0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꽃자동판매기라니. ^^; 정말 신기하네요. 힘내세요. 술이나 한 잔 해요. 우리 ^^
 

새벽 5시 30분, 아직 어둑어둑하다.
호텔방이 반지하라 바깥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Joost van den Vondel 이라는 17세기 네덜란드 작가가 살았던
옛저택을 개조한 3층 짜리 작은 호텔이다.
반지하에 있는 이렇게 작은 방이면 싸지 않을까...생각되지만
하루에 170유로(20만원이 넘는다!)나 한다.

암스테르담 시내 한 복판인데다,
(반고흐 뮤지엄이 500m 이내에 있다)
세계적인 무역도시인 암스테르담의 호텔비는 살인적으로 비싸다.

어제 헬싱키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날아 왔다.
매일매일 비행기를 타는 건 굉장히 몸을 축나게 하는 일이다.
유럽 출장 마지막날 한국 가는 대한항공에서 몇번이나 "쌍코피"를 쏟았었다.

그래서 그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면서 조심한다. 아프지 않으려고.
커다란 트렁크랑 노트북을 들고 혼자 떠돌이처럼 돌아 다니면서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객지에서 아픈거처럼 서러운 일은 없다.

어제 호텔에 도착했을 때
내 거대한 트렁크를 반지하 방까지 들어다 준
깡마르고 키 작은, 까무잡잡한 동남아계의 벨보이가 물었다.

"Are you from south Korea?"

그렇다고 대답하며 너는 어디서 왔냐고 묻자 "미얀마"라고 했다.
그는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다.

"My brother is working in Busan."

아...... 갑자기 가슴이 콕콕 찔렸다.
머나먼 미얀마의 가난한 형제들은
한명은 암스테르담 한 복판에서 짐을 나르고 있고,
한명은 부산의 영세한 방직공장 같은 데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월급이나 제대로 받을까? 아프면 병원이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자기 형이 한국에 있다며 반가워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순진하게 웃는 깡마른 남자를 쳐다 보면서
괜시리 미안했다. 내가 그의 형을 착취하기라도 한것처럼.

지갑에서 5유로를 꺼내 팁으로 줬다.
5유로, 그러니까 6천원을 팁으로 주는 건 과도하다.
"부산"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주사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것 처럼 불편해서
허겁지겁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하면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나 편하자고.

좁아 터진 반지하 호텔방에 짐을 풀고,
인터넷 접속이 안돼 서비스 제공자인 swisscom 테크닉션이랑 두번이나 통화를 하고 나니,
긴장이 확~ 풀리면서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ondel의 서재에서 글을 쓰면 뭔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호텔 바에 노트북을 들고가 소설 비스무리한걸 한장 썼다. 하하.

8시가 되면 씩씩하게 나가 기차를 타고
HILVERSUM이라는 근교 도시에 가야 한다.
거래선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아자!

미팅을 빨리 끝낼 수 있으면
오후에는 반고흐 뮤지엄에 가볼 생각이다.
내 홈페이지 대문 그림을 그려주신 사랑하는 빈센트 오빠.

이렇게 또, 암스테르담의 아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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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1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니임, 몸 조심하세요 비행기 타는 거 정말 힘들잖아요. 글구 님이 쓰신 소설, 기대되옵니다. 담에 뵈면 내용 이야기해주시어요!!

2006-09-19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9-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수선님.
돌아오시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보여주셔도 좋구요. 헤헷 :)
건강 잘 챙기셔서 무사히 일 마치시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오세요!

이리스 2006-09-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빈센트 오빠, 잘 만나구 와아~~ *^^*

2006-09-19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십니다. 맘씨도 고운 수선님. 언제나 씩씩하려 노력하시는 모습이 넘 아름다워욧! >.< 반고흐 뮤지엄. 수년전에 갔었어요. 암스텔담 떠나는 날. 수선님 글 읽고 있자니 은근히 그리워집니다. ^^; 잘 있나 대신 확인해 주시어요. 건강하시구요! ^^
 

여기는 헬싱키.
Holiday Inn Helsinki City West 8층의
알록달록한 커튼과 메탈 스텐드가 놓여 있는 아담한 책상이 있는 cozy한 방.

인천에서 Frankfurt까지 10시간,
Frankfurt 공항에서 2시간의 기다림,
다시 Frankfurt에서 Helsinki까지 2.5시간의 비행.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 50분.

몸이 축 늘어지게 피곤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1시쯤 잠들었을까? 뒤척뒤척하며.

그런데....4시 30분에 핸드폰이 울렸다.
(세상 어디서나 터지는 011 로밍. 결코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잠이 덜깬 허스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성과장님! 깨워서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듣고 보니 정말 급한 일이었다.
눈을 부비고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다.

6시 30분.
급한 일은 해결했지만 다시 침대에 들어가면 일어날 자신이 없어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용하게 커피나 한잔 마시려 했는데,
뜻밖에 가슴에 똑같은 뺏지를 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바글거렸다.
세상 어디에나 중국,일본,한국 관광객들이 넘쳐 난다.
가슴엔 뺏지, 허리엔 전대, 어깨엔 무비 카메라를 맨 채로!

커피 한잔, 꿀을 바른 토스트 한 쪽,
간단한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할 겸 호텔 앞을 한 바퀴 돌았다.

아.......너무 추웠다.
아무리 일교차가 크다지만... 북유럽은 곧 겨울이 올 것 같다.

다시 호텔방.
미팅 시간까지 2시간 30분 남았다.
다시 잠들면 일어날 자신이 없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상하게 피곤하면 끈적끈적한 노래가 듣고 싶다.
남들은 피곤하거나 우울하면 쿵쾅쿵쾅 흥겨운 노래를 들어야 힘이 난다는데,
난 착~가라 앉는, 슬프다 못해 서러운 발라드를 들어야 서서히 몸이 복구된다.

그래서 지금...바이브 3집을 듣고 있다.
자일리톨과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에서 바이브의 가슴 짠~한 노래와 함께 아침을!
(어찌...무척 어울리지 않는다.)

출장 첫날, 헬싱키의 약간은 쓸쓸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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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9-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많이 멀리 가셨군요. 이럴때 수선님이 마구 부럽다고나 할까요 ^^

글샘 2006-09-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싱키면 핀란드던가요? 그쪽은 어디가 어딘지...
중국인... 좀 무섭네요. 세계를 덮은 중국인의 무리들...

이리스 2006-09-1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괜찮아. 난 시칠리에서 엠씨더 맥스의 노래를 들으며 오후를 보냈는데 뭐.
건강 조심~ 일도 잘 마무리 하고 즐거운 출장되길!
다녀오면 꼭 보자! *^^*

비연 2006-09-1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헬싱키. 넘 부러버요~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출장이신가요?

비로그인 2006-09-18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차 적응하는 것만 해도 힘드실텐데, 날씨도 으슬으슬, 많이 춥겠군요. 아마도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오후 세 시쯤 되면 어둑어둑해지지 않던가요..모쪼록 일 잘 끝내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잉크냄새 2006-09-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출장을 가셔도 멋진 곳으로 가시네요. 헬싱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헬싱키 올림픽 로고입니다. 아마도 원반을 던지는 남자선수의 모습이었죠.

hnine 2006-09-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소설의 첫장을 읽고 있는 기분이어요...

2006-09-18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1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출장첫날부터 힘드시네요. 헬싱키. 작년에 갔을 때 (앗. 그러고보니 꼭 이맘때였군요. +_+;)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라는 느낌이었어요. 담에 다시 한 번 가서 푹 쉬다 오고 싶다. 생각했었지요. 식사 꼭꼭 챙겨드시고, 일 잘 보셔요. 유럽의 하루하루 전해주시길 기다립니당. ^^

2006-09-18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친아이 2006-09-1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는 헬싱키. 여기는 방구석. 일하러 가신 거지만, 말만 들어도 이 부러운 감정은 어쩌죠? ^^ 일 잘하시고 건강히 컴백해주세요.

BRINY 2006-09-18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까지 가셨네요.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 좋은 결과 얻어오세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벌써 9월 중순.
회사에서는 07년 경영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패션잡지들은 겨울 유행 아이템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제 곧 12월이 되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온 시내에 울려 퍼지고, 방송국들은 "연기대상", "가요대상" 같은 연말특집을 내기하듯 방영할 것이다.

12월엔 신문이나 잡지나, 개인들의 블로그나 어디서나
"올해의 잊지 못할 사건 Top10" 같은 걸 한다.(호들갑을 떨면서!)

곧 3분기 마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06년 Top 10"을 떠올려 본다.
올해 내겐 어떤 특별한 일들이 있었나?
4분기에 대한 예의로 3개 정도는 빈칸으로 남겨 두어야겠지?

인색하게 7개만 리스트에 올리더라도 꼭 넣고 싶은 하나.
정미경의 소설을 만났다는 것!
정미경은 소설 나부랭이와 최소간격 이상의 평행선을 두고 살아가려 애쓰던,
나름 건조하게 살려고 노력하던 10년차 회사원의
소설을 향한 잠들어 있던 짝사랑,목마름에 불을 붙혔다.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과 작가와의 구분이 혼동스러운
신경숙이나 전경린 같은 여자 작가들의 정물화 같은 소설들에 질렸던 나는
한국 여자 작가들이 쓴 소설을 웬만하면 읽지 않았다. 정미경의 소설을 만나기 전까지!

내게 정미경의 소설은....
삶은 달걀 세개를 소금도 찍지 않은 채 연거푸 먹고 마시는
시원한 "칠성 사이다" 같았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 실려 있는 6개의 소설.
어느 것 하나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 나릿빛 사진의 추억
- 호텔 유로, 1203
- 나의 피투성이 연인
- 성스러운 봄
- 비소 여인
-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정미경은 비루하고도 질긴, 질기디 질긴 일상을 무섭도록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그런데 영화를 찍어가면서 , 어떤 고통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일상의 잔인한 영속성을 미옥 씨에게서 보았어요. 그걸 기록하고 싶었어요...."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中 241p)

골목시장의 영화 감독 승우의 고백처럼
정미경은 "일상의 잔인한 영속성"에 천착하고,
그 치열한 주제를 "냉정하게" 담아낸다.

정미경의 소설은 절제되어 있고
그 어떤 사건, 그 어떤 인물과도 일정 간격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다.
냉정한 서사 속에 문장 하나하나는 이글거린다. 그 절묘한 비유들이란!

내일 프랑크푸르트로 날라가는 비행기에서는 <장밋빛 인생>을 읽어야지.
오.........나의 칠성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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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09-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과 느끼는게 비슷한가봐요, 저는. 저도 사실 국내여류작가의 소설들은 읽지 않았었지요. 그러다 재작년쯔음인가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보고 바뀌게 됐죠. 그뒤로 읽는 것들이 어찌나 좋았는지요. 송은일, 정이현, 이명인등이 제가 최근에 푹 빠진 작가들이었어요. 특히 정미경은 그중 으뜸인지라 [장밋빛 인생]을 읽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비행기안에서의 수선님의 시간이 무척 부러워지는걸요. 잘 다녀오세요 :)

로드무비 2006-09-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옥과 비소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저도 리뷰 썼었죠.
신경숙과 전경린에 대한 감상이 우리 비슷한가봐요.
프랑크푸르트라니!
지금 독일 어드멘가는 맥주 축제가 한창이라는디.
출장 멋지게 보내고 돌아와서 <장밋빛 인생> 리뷰도 올려주세요.^^

비로그인 2006-09-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가 사람을 잡아끕니다.

2006-09-19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