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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제 이 책을 100분 만에 다 읽었다.
헬스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간 50분 + 집에 가는 버스에서 50분.
이런 가벼운 소설은 우울할 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의기소침해질 때,
그 틈새에 잡념이 마구 몰려올 때,
읽으면 딱 좋다.
일단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가독력"에 있어서 단연 최고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 간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내용이 없다거나, 경박하지 않다.
<파크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탄 작가다.
팔리는 소설을 쓰면서도 놀라운 문장과 예리한 시각으로
평론가들의 인정을 두루 받고 있는 흔하지 않은 작가다.
특히, 요시다 슈이치의 "묘사"는 정말 압권이다.
매우 사실적이면서 비디오적이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도,
술술 책장을 넘기면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 자주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 지는 건
이미지가 톡톡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슈이치의 묘사에
감독,PD들이 반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7월 24일 거리>는 "연애 소설"이다.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회사원 여자. (동시에 소설의 "화자"이기도 하다.)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읽는다면,
독자들은 작가를 "여자"라고 전혀 의심 없이 믿어버릴 것 같다.
진~짜 여자가 쓴 것 같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남자랑 연애를 해 보면 어떨까?
편할까? 아님 오히려 징그러울까?
이 책에는 "인기 없는 여자"의 특징 10가지가 나온다.
1. 인기 많은 남자가 좋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4. 의외로 가족 관계는 양호하다
5. 첫 경험은 열아홉 살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때로 순정 만화를 읽는다
8.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
9. 아웃 도어는 싫다
10. 실수하고 싶지 않다
나랑 참.......거리가 먼 특징들이다. ㅋㅋ
이 소설을 읽으며 "실수하고 싶지 않다." 가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렸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 좋아하는 남자의 가슴에 뛰어 들었다가
후회할까봐, 버림을 받을까봐, 상처를 받을까봐,
미리 온갖 걱정 다하고, 주저하고, 가슴 졸이다가
결국...포기한다. 왜?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불나방" 같은 나의 기질과 참.....먼 얘기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을까?
요즘....타고난 기질인지 알았던 불나방 같은 기질이 희미해지며,
나 또한...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갈수록 두려움이 많아진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과 관심을 "올인"하는 게 두렵다. 망설여진다.
<7월 24일 거리>.
100분 동안 우울했던 하루의 고단함을 앗아가 준 고마운 소설이며,
동시에 불나방 → "실수하고 싶지 않다"로 옮아가는 나의 변화를
자각하게 해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