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사이언스 클래식 30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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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핼리 혜성이 나타났던 1835년에 태어났다. 혜성은 1910년에 다시 온다. 나는 혜성과 함께 갈 것이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자신의 임종 날짜를 핼리 혜성이 나타나는 날로 예견했다. 정말로 그는 1910년 4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기 전날에 핼리 혜성의 꼬리가 지구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마크 트웨인은 죽음에 초연한 품격을 보이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혜성의 등장이 두렵지 않았는가 보다. 혜성이 나타나기 전부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무시무시한 소문이 퍼졌다. 핼리 혜성이 늘어뜨린 꼬리 부분을 지구가 통과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혜성 꼬리를 감싼 독가스에 질식사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자살했다. 온 세계가 핼리 혜성에 공포를 떨었으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핼리 혜성은 76년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혜성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헬리(Edmund Halley)는 1531년과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모든 같은 것이란 사실을 밝혀내고, 1758년 12월 25일 다시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 혜성에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게 됐으며, 가장 최근에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날은 1986년 2월 9일이다. 그러나 76년마다 찾아오는 우주의 손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핼리 혜성이 나타나기 일주일 전에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해 그곳에 탑승한 7명의 대원이 전원 사망했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희비가 교차하는 역사적 순간을 모두 지켜봤다. 칼 세이건의 책 《혜성》은 1985년에 발간되었다. 아마도 그는 이듬해에 나타나게 될 핼리 혜성과 챌린저호 발사 소식에 한껏 기대감을 부풀었을 것이다. 핼리 혜성이 나타난 지 10년 후에 그의 영혼은 아주 먼 우주로 날아갔다.

 

고대인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로 여겼다. 혜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구 종말론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떡밥 중의 하나가 '딥 입팩트(Deep Impact)'나 '아마겟돈(Armageddon)' 같은 혜성 및 소행성 충돌이다.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마야 종말론’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종말론의 '종말'은 없을 것 같다. 혜성을 종말의 날을 앞당기는 신의 등장이라고 떠벌리는 자들에게 나는 수학자 라플라스(Laplace)의 말을 빌려 "저는 그런 허무맹랑한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1]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과학 공부가 먹고 사는 게 별 도움이 없다고 해도 혜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혜성과 소행성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중 ·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기본적인 과학 지식만 알고 있으면 지구에 근접하는 혜성이 무섭지 않아 보인다. 혜성은 지구에 잠깐 근접하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손님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시작과 끝, 그와 운명을 같이한 특별한 존재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F. Whipple)은 혜성이 얼음과 가스, 먼지가 뭉쳐진 ‘더러운 얼음 덩어리’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1986년 핼리혜성을 관측하기 위해 보낸 탐사선 조토(Giotto)의 근접 촬영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단단한 얼음 덩어리였던 혜성은 태양 주위를 지나가면서 태양열과 태양빛을 받아 녹아 증발하게 된다. 여기서 가스와 먼지가 튀어나와 핵 주위를 둘러싸는 대기층인 코마(Coma, 혜성의 머리 부분)와 꼬리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생성되는 곳을 태양계 바깥쪽에 존재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과 카이퍼 벨트(Kuiper belt)로 추정한다. 오르트 구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에 약 1조 개의 혜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카이퍼 벨트(Kuiper belt)는 해왕성에서 16억 km 떨어져 있는 얼음과 운석의 띠로 태양계 생성 때 행성이 되지 못한 소행성의 잔해로 추정된다.

 

혜성은 지구 생명의 근원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다. 혜성 표면에 얇은 물 성분의 얼음층이 있다. 지구상에 있는 물이 혜성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생명체의 탄생에도 혜성이 큰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혜성은 오래전 지구가 형성될 무렵 이 행성에 물과 생명의 물질을 가져다준 생명의 모태인 동시에, 백악기 말 충돌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 대부분을 몰살시켰듯 거대한 재앙이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혜성이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달린 '창조적 파괴'의 힘을 지닌다고 했다.

 

그래도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한다고 해서 쫄 필요가 없다. 사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핵무기이다.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생긴 먼지가 수년 동안 햇빛을 가려 가뭄과 한발을 가져와 지구 생태계에 치명타를 가했다. 칼 세이건은 이 재앙의 결과를 대량의 핵무기로 인류가 절멸하는 '핵겨울' 시나리오와 유사하다고 봤다. 진짜 우리가 무서워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 우주에서 오는 혜성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인 핵무기다.

 

2061년 7월 28일에 핼리 혜성이 지구에 방문할 것이다. 필자가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74세가 된다. 먼 50여 년 동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칼 세이건은 스스로 자멸하는 방법을 터득한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최근에 우리는 자멸하는 방법들을 마련했다. 핼리 혜성이 다음번에 지구 가까이 오는 2061년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이 남아 있을지 정말로 의문이다."[2]

 

그의 말이 '슬픈 예지'가 되지 않길 바란다. 혜성은 2061년에 다시 온다. 나는 그것과 함께하고 싶다. 그러려면 인류가 미래를 생각해서 정신 차려야 할 텐데…….

 

 

 

[1] 칼 세이건 《혜성》275쪽 ("나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2] 같은 책, 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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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드디어 읽으셨네요.
별 다섯개 주시다니ㅎ
가격이 ㅎㄷㄷ해서 눈팅만ㅠ.ㅠ

cyrus 2017-03-03 16:00   좋아요 2 | URL
진짜 이 책은 소장해야 합니다. 이 책을 엄청 보고 싶어서 집에서 거리가 먼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새벽까지 다 읽었어요. 책 속에 사진과 도판이 많아서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니까 가슴이 뭉클했어요.. 세이건.. 당신은 대체..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7-03-03 16:22   좋아요 0 | URL
소장용 구입으로 낙찰ㅠ
아직 코스모스,창백한푸른점도 못 읽었는데ㅎ

2017-03-03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03 16:14   좋아요 1 | URL
76년이면 사람의 평균 수명입니다. 아무리 100세 인생 시대라고 해도 자연 재해나 전쟁이 일어나면 오래 살기 힘들어요. ^^;;

에로틱번뇌보이 2017-03-0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의 속삭임‘도 읽다 말았는데 ‘혜성‘은 언제 읽죠? 지금 ‘풀하우스‘를 읽고 있는데 스티븐 제이 굴드 이름을 보니 반갑네요~

cyrus 2017-03-04 11:23   좋아요 0 | URL
저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을 아직 안 읽어봤어요. ^^

겨울호랑이 2017-03-03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트 에코의 「중세」4부작에 필적하는 세이건의 3부작이군요..^^: ㅋ 전 다음 핼리 혜성은 보기 힘들 것 같아요.. cyrus님께서 제 몫까지 봐주시길 ㅋㅋ

cyrus 2017-03-04 11:24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연의가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핼리 혜성 이야기 꼭 해주세요. 연의는 핼리 혜성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2061년이라...ㅠㅠ

cyrus 2017-03-04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AgalmA 2017-03-0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ㅋㅋ...낯설고 재밌네요. 고대부터 생태 진화를 설명하는 거 생각하면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왠지 따지기 좋아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살아 있다면 그 명칭에 한 소리 첨가할 것도 같고ㅎㅎ

cyrus 2017-03-04 11:26   좋아요 1 | URL
고고학이 유물을 발굴하고,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식해서 그런지 ‘고고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

보슬비 2017-03-03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소장욕 불태우가 하는 책이군요. 찜해두었다가, 특별한날 선물 사달라고 졸라야겠어요. ㅎㅎ 소장하고 싶은 책은 제가 구입하는것보다 선물 받을때가 더 기분이 좋아요. ㅋㅋㅋㅋ

cyrus 2017-03-04 11: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격이 비싼 책을 선물로 받을 때가 제일 기분 좋습니다. ^^

2017-03-04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4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3-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제이 굴드 양반의 책은 사서 소장만
하고 있네요.

몇 페이지 읽다 말고 마저 읽을 생각도 안하고 ㅋㅋ

cyrus 2017-03-08 15:08   좋아요 0 | URL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만 읽었어요. 그런데 2012년에 나왔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이 절판되었어요. 중고 책 판매자들이 좋아하겠어요. ^^;;

 

 

 

 

 

 

 

 

 

 

 

 

 

 

 

 

 

 

 

 

 

 

 

 

 

* 오모리 후지노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소미미디어, 일본에서는 11권까지 발행, 국내는 10권까지 발행)

 

 

 

 

아이소라 만타의 라이트노벨 《기어와라! 냐루코 양》(약칭 ‘냐루코 양’)은 제1회 GA문고 대상 전기 장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GA문고는 라이트 노벨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브랜드이다. 이 회사는 매년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장려상 입상 작품을 선정한다. 그리고 장려상 수상작 중에 우수상과 대상 작품을 선정한다. 수상 선정 절차가 좀 까다로워서 그런지 대상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 최초로 GA문고 ‘대상’을 받은 라이트노벨 작품이 오모리 후지노의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약칭 ‘던만추’)이다. 이 작품은 제4회 GA문고 대상 후기 장려상을 수상했고, 그 해 GA문고 대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던만추》가 정식 발매된 해는 2013년이다. 라이트노벨이 발매된 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출판되었다. 《던만추》가 발매되고 있을 때, TV 애니메이션 《기어와라! 냐루코 양 W》이 방영되고 있었다. 두 작품이 ‘GA문고 수상작’이라서 애니메이션 중간에 《던만추》가 깨알같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던만추》의 TV 애니메이션도 유명한데, 인기몰이의 주역이 바로 《던만추》의 히로인 ‘헤스티아(Hestia)’다. 그녀의 복장은 남성 덕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녀의 가슴 아래에 파란 리본 끈 장식이 있다. ‘가슴 끈 디자인’은 헤스티아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주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 검색 창에 ‘헤스티아’를 검색하면 대부분 《던만추》의 헤스티아 사진이 나온다. 헤스티아의 복장이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시길.

 

헤스티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화로(火爐)의 여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베스타(Vesta)’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가장 유명한 여성들이 즐비하다. 올림포스(Olympos) 12신 중에는 헤라(Hera), 아프로디테(Aphrodite), 아테나(Athena), 아르테미스(Artemis), 데메테르(Demeter)가 있다. 신들과 연관된 여성들이 더 많다. 프시케(Psychē), 이오(Io), 메데이아(Medea), 아라크네(Arachne), 헬레네(Helene) 등이 있다.

 

그런데 헤스티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헤스티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여신이다. 신들을 위한 무기를 잘 만드는 재능 빼곤 특별히 존재감 없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us)보다 비중이 없다.

 

 

 

 

 

 

 

 

 

 

 

 

 

 

 

 

 

* 아폴로도로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도서출판 숲, 2004)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한 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Bibliotheke)》에 보면 헤스티아는 딱 한 번 언급될 뿐이다. 그녀는 크노로스(Cronus)와 레아(Rhea)가 낳은 3남 3녀 중 가장 먼저 태어난 장녀이다. 그 다음으로 태어난 자식들이 데메테르, 헤라, 플루톤(Pluton), 포세이돈(Poseidon) 순이다.

 

크로노스는 데려온 형제들을 묶어 다시 타르타로스[1]에 가두고 누이인 레아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자식들이 태어나는 대로 모두 삼켜버렸다. 자식들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게[2]와 우라노스[3]가 예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맏이인 헤스티아를, 그 다음에는 데메테르와 헤라를, 이어서 플루톤과 포세이돈을 삼켰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20쪽)

 

[1] 지하에 있는 세계

[2]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

[3] 하늘의 신, 게의 남편이자 크로노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식들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까 봐 두려워하여 자식들을 집어 삼킨다. 막내아들 제우스(Zeus)만 살아남게 되는데, 성인이 된 그가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는 신들을 구해낸다. 크로노스가 자식들을 토해냈을 때 마지막에 나온 신이 헤스티아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태어났음에도,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마지막으로 부활하는 바람에 막내가 되었다.

 

 

 

 

 

 

 

 

 

 

 

 

 

 

 

 

 

* 낸시 헤더웨이 《세계 신화 사전》 (세종서적, 2004)

 

 

《세계 신화 사전》의 저자 낸시 헤서웨이가 헤스티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는데, 헤스티아의 특징을 아주 잘 표현했다.

 

온화하고 수줍은 헤스티아는 별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올림포스 신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헤스티아에 관한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신화 사전》 253~254쪽)

 

헤서웨이의 말이 사실이다! 그리스 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면, 헤스티아가 주연급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름은 남아 있을 뿐, 등장 장면이 단 한 개도 없는 '아웃 오브 안중', ‘투명 여신’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안습한 건, 헤스티아가 원래 올림포스 12신에 속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헤스티아도 크로노스의 장녀이기 때문에 올림포스 12신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자기 아들인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를 올림포스 12신 자격을 부여해주고 싶었다. 마음씨 착하고, 다툼을 싫어하는 헤스티아는 스스로 12신 자격을 포기, 디오니소스에게 양보한다. 이렇게 되면서 헤스티아의 존재감은 확 줄어들게 된다.

 

헤스티아는 신들의 구애를 거부할 정도로 순결을 영원히 지킨다. 그녀를 숭상하는 무녀들도 평생 순결을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가혹한 형벌을 받는다. 그리스 신화의 헤스티아와 《던만추》의 헤스티아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약간 비슷하면서도 뚜렷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신화의 헤스티아는 조용한 성격이라서 올림포스에서 일어나는 신들의 분쟁에 나서지 않는다. ‘중립’이 아닌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이다. 《던만추》의 헤스티아도 여신임에도 신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고, 늘 혼자 집에 틀어박혀 지낸다. 그러다가 우연히 벨 크라넬(Bell Cranell)이라는 인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헤스티아는 초보 모험가인 벨을 자신의 파밀리아(familiar) 첫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헤스티아는 자신의 체면을 버리면서까지 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던만추》의 헤스티아는 사랑하는 인간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평생 순결을 지켜야 하는 신화의 헤스티아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도서출판 숲, 2005)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 (민음사, 1998)

 

 

 

고대 그리스인들은 헤스티아에 관심 없었지만, 로마인들은 그녀를 ‘베스타’라고 부르면서 국가와 가정의 수호신으로 숭배했다. 로마에 그녀를 위한 축제도 열렸다. 그녀를 모시는 신전의 제단에는 화로가 놓여있고, 그 위에 불이 타올랐다. 화로 위의 불이 꺼지면 로마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재앙이 온다는 신호로 여겼다. 그래서 베스타의 무녀(巫女)들은 화로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잘 살펴야 했다. 오비디우스《변신 이야기》율리우스 카이사르(Caesar)를 베스타로부터 보호받는 위대한 인물로 묘사했다. 그 정도로 로마에서의 헤스티아, 아니 베스타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그리스 신화는 남성 위주의, 남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이야기다. 남성은 ‘사랑과 전쟁’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오만방자한 신들 때문에 인간이나 영웅이 엄청 고생하는 이야기가 신화 중에 제일 기억이 남고, 가장 유명하다. 그래서 싸움을 싫어하는 헤스티아는 비중이 없는 여신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헤스티아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아르테미스에 비하면 훌륭한 덕성을 가진 여신이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착한 여신보다는 ‘남자를 고생시키는 나쁜 여신’들을 좋아했다. 특히 아프로디테는 남자들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팜 파탈(femme fatale)’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은 아프로디테의 바람기를 싫어해도 그녀의 뛰어난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은 남성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인기 주제였다. 이렇게 아프로디테에 관련된 신화는 오랫동안 널리 구전되었고, 오늘날까지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헤스티아보다 제일 불쌍한 존재가 베스타의 무녀들이다. 그녀들은 연애는 물론,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처녀성을 잃으면 채찍질 또는 생매장당하는 형벌을 받았다. 뭐든지 잘못 하면 무녀들의 책임으로 전가했다. 순결을 잃어버리면 ‘정결하지 못한 여성’으로 비난받았고, 가해자의 책임보다는 피해자의 책임을 더 따지는 불합리한 상황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아프로디테가 ‘사랑스럽지만, 음란한 비너스(Venus)’로, 헤스티아가 ‘순결을 지키는 위대한 베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여자에게는 순결을 요구하면서 다른 여자에 흑심을 품는 남자의 이중성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육체의 쾌락을 인정하면서도, 여성의 순결을 고귀하게 여기는 남자의 이중성은 교활하다. 겉으론 자기가 개방적인 척하면서 속으론 처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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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2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02 16:51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인간은 생존 번식의 본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식이 자신을 뛰어넘는 걸 두려워합니다. 세상에는 뜨는 존재가 등장하면, 지는 존재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권력을 오래 누리고 싶을수록 상승 하락의 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문학 작품이나 역사에 보면 자식을 위협하거나 자식 간에 갈등을 빚는 아버지들이 나옵니다. ^^;;

2017-03-0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의 입자 - 우주가 답이라면, 질문은 무엇인가
리언 레더먼 & 딕 테레시 지음, 박병철 옮김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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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물질의 질량 생성에 관여하는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Higgs Boson) 발견에 성공했다. 대단한 연구업적으로 현대 과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뉴스는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단위조차 생소한 미시의 세계에서 원자보다도 더 작은 입자들을 충돌시키고 관측하는 입자물리학 연구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의 입자(God particle)》가 뒤늦게나마 다시 번역돼 나온 것은 여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93년에 나온 이 책은 일명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에 한발씩 다가선 책이다.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리언 레더먼(Leon Lederman)은 미국 국립 페르미 가속기 연구소 명예소장을 지냈고, 중성미자의 정체를 밝힌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의 원자론으로부터 돌턴(J. Dalton), 러더퍼드(E. Rutherford)의 원자모형을 거쳐 현대적 원자모형으로 발전해오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물리학자가 축적해 온 성과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이 나온 이듬해에, 페르미 가속기 연구소의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톱 쿼크(Top Quark)’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로써 물질의 형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인 쿼크 6종 모두 발견되었다.

 

90년대에 힉스 입자의 실체를 규명하는 연구는 ‘물리학의 성배(聖杯)’를 찾는 일이었다. 물리학에서는 우주가 보이지 않고 신비스런 장(場, field)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힉스장은 우주 공간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입자가 힉스장을 지나가면서 얼마나 힉스장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가에 따라 입자의 질량이 결정된다.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질량이 무거워진다. 톱 쿼크가 무거운 것은 힉스장과 반응을 많이 하기 때문이고, 질량이 없는 광자는 아예 반응하지 않는다. 이처럼 힉스 입자는 입자들이 성질은 비슷하지만 질량이 크게 다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힉스장을 풀장에 비교하면 입자는 수영선수들이고, 수영선수들이 헤엄을 치면서 물과 부딪칠 때 비로소 질량이 생성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스코틀랜드 출신 과학자 피터 힉스(Peter Higgs)의 이름을 따 명명된 힉스 입자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로 고안된 개념이다. 힉스 입자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거대한 가속기를 이용해 양성자를 빠른 속도로 충돌시켜 태초의 환경을 재연하는 것이다. 힉스 입자는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특별히 눈여겨볼 인물이 있다. 물리학의 기초이론에 변혁을 일으킬만한 연구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 정말 많다. 과학자들은 축적된 이론을 바탕으로 계속 진보했다. 고전물리학의 기틀을 완성한 뉴턴(I. Newton), 상대성이론을 정립하여 뉴턴의 시대를 넘어선 아인슈타인(A. Einstein), 불확정성 이론을 주창한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 등이 있다. 아무튼, 더 열거하면 끝이 없다. 그런데 레더먼은 자신의 책에 과학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의외의 인물을 페르미 연구소에 소환한다. 그 인물이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다.

 

 

 

 

 

 

 

고대로부터 여러 철학자는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동안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연 현상이 신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데모크리토스는 자연 속의 물질이 극히 작은 기본 구성 요소들로 결합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물질을 계속해서 잘라 나가면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작고 단단한 입자에 도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가상의 입자에 그리스어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원자(atom)’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과학적으로 접근한 실험적 연구라기보다는 사색과 직관에 의한 것이라서 오늘날의 과학이론과 무관하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느냐는 존재성을 놓고 철학적인 고뇌로부터 시작, 만물의 근원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은 눈으로 볼 수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전자란 전류를 느끼기에 그 실체를 검증할 수 있다. 이렇게 검증이 가능할 때 이를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방법으로 그 실체가 검증되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뜻에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끝에 힉스 입자를 알아낸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레더먼이 《신의 입자》를 출간하기 전에 원제를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로 지으려 했다. 그 당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이 대단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입자의 성질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고 팽창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궁금증은 아주 오래전 데모크리토스가 먼저 시작했고, 아인슈타인은 더 나아가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도달하기 위해 시도했다. 힉스 입자는 바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이다. 궁극의 이론에 아주 가까이 다가선 것은 틀림없지만 모든 것들의 의미는 여전히 희미할 뿐이다. 그래도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의 모든 자연법칙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원리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신은 우주를 구성하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을까”라는 아인슈타인의 질문도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느냐를 밝히는 것은 우리 인간의 영역이다. '신의 입자'는 실생활에 쓸모 없고, 무척 어려워보이는 존재이지만, 그 존재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신의 입자'는 우리가 알아야 할 좋은 입자(Good particl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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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02 13:43   좋아요 0 | URL
국가의 전폭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지원 없이는 과학 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돈 되는 연구에만 지원하는 것은 기초과학 성장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oren 2017-02-28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님의 글 덕분에 데모크리토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좀 뒤져봤더니, 동시대 철학자였던 플라톤이 데모크리토스에 대해 굉장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군요. 그의 가르침이 나중에 에피쿠로스(BC342∼270)에게로 이어졌다가, 루크레티우스(BC99∼55)를 거쳐 그로부터 훨씬 뒤인 근세의 기계론적 유몰론에 와서야 크게 주목받는 철학적 주제가 되었다고도 하고요.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이 그토록 기나긴 연결을 거쳐 마침내 힉스 입자에까지 연결된 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2,400년 전에 그가 남긴 말도 놀랍고요.
* * *
˝나는 페르시아의 왕국을 얻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원인 설명(main aitiologian)을 찾아내길 원한다.˝ -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중에서

cyrus 2017-03-02 13:45   좋아요 1 | URL
《신의 입자》를 읽으면서 데모크리토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생각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AgalmA 2017-03-01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힉스 입자 발견은 연역의 또다른 쾌거로군요~
지적 탐험이 펼쳐질 이 책 기다려지는데요^^

cyrus 2017-03-02 13:47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Agalma님! 《신의 입자》는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1990년대의 과학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
 
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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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씨의 리뷰가 불량합니다. 저항기가 있군요. C급입니다.”[1]

    

 

 

인생 여정의 중간 혹은 종착점에 이르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달려온 길이 고통스러워도, 현재의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면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은 더욱 강렬하다. 부모님 세대는 청년기에 경험한 전쟁의 참혹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 지옥의 시간은 이미 소설이나 영화 속 과거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그런 시대를 얼마간 편안한 마음으로 보며 추억하고 있다. 50~70년대 시절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분산된 기억들을 끄집어내 영화와 소설이라는 문화적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하고, 그리하여 개인들의 체험이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대되고, 세대 차원의 공통된 기억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근대사는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없었던, 힘의 논리와 저항으로 일관됐던 부자(父子) 관계의 연속이었다. 그것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향수(鄕愁)의 힘이 필요했다.

   

공터에서는 마씨 집안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마동수는 6 25전쟁 때 이도순을 만나 고생 끝에 가정을 이룬다. 그들이 낳은 자식 마장세와 마차세도 시대의 그림자에 벗어나지 않았다. 마장세는 복역 중에 월남전에 파병되었고, 제대한 후에 괌으로 건너가 사업을 한다. 그는 자신을 가족으로부터 격리된 삶을 산다. 장남의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마차세가 이어받는다. 마차세는 아버지의 사망과 가난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기자로 취업했지만, 언론통폐합 조치로 펜을 내려놓게 되고 물류회사에 재취업하여 오토바이 배달을 한다. 고달픈 시련 속에서 마차세는 박상희의 내조에 힘입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착실하게 살아간다.

     

작가는 현대사의 주요 계기들 속에서 무기력했지만, 묵묵히 시대를 감내하며 살아온 부모님 세대에 대한, 쓸쓸하면서도 애정 어린 연민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그려진 아버지상은 그런 역사의 질곡을 다시 바라보려는 과정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다. 이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폭넓은 공감은 이 시대의 고통과 상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공동의 기억을 토대로 세워지는 상상의 공동체는 모든 세대를 하나로 묶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 과거에 대한 공동의 기억으로 더 잘, 더 쉽게 하나가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진부한 징후들 속에서 음습하게 스며 있는 구시대의 늙은 유령의 그림자를 함께 본다. 김훈은 소설을 통해 아버지와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그리려 했다고 말한다.[2] 그 표면적 서사 밑에 독자들, 특히 중장년층 남자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흐름이 들어 있다.[3] 인내심과 책임감 그리고 힘으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에 대한 매혹이 그것이다. 부모님 세대들의 영혼 깊은 곳에 유령처럼 스며들어 있는 건 전쟁의 공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향수는 현대에 들어 힘과 권위를 상실해가고 있는 중장년층 아버지들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환상의 그림자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의아한 장면이 있다. 마차세가 일자리를 잃어 백수로 지내고 있을 때, 박상희가 그에게 집안일을 맡겼다. 마차세는 아내의 요구를 순순히 응한다.

 

박상희는 마차세가 실직한 동안에 집안일의 일부를 남편에게 맡겼다. 마차세는 가끔씩 빨래를 널고 유리창을 닦고 싱크대를 청소했다. 박상희는 그 사소한 노동으로 남편의 마음이 일상에 정착하기를 바랐다. 마차세는 아내의 마음을 짐작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195)

 

박상희가 미대 출신이라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여성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착시에 가깝다. 그러나 국가가 가부장적 권위를 강요하던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보시라. 1970년대의 여성은 보수적 분위기로 인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흡수될 수밖에 없었다. 가부장적 가치관을 등에 지고서 억척같이 밖에서 일했던 아버지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볼지 무척 궁금하다. 아버지들은 집안일은 '아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를 존중하는 마차세의 배려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려지지만,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에게 호되게 당한 적 있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고 싶은 걸까. 작가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조금은 생뚱맞게 느껴진다.

     

세대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의 불화(不和)’에 비유되곤 한다. 아버지 부정(否定)’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진통이다. 마차세는 아버지의 자리에 서면서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된다. 박상희는 산파가 산모의 출산 과정을 돕듯, 마차세의 마음을 옥죄이는 아버지의 존재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그녀의 역할은 마동수의 아내이자 마장세 · 마차세의 어머니 이도순의 존재감을 위축시킨다. 이도순은 숨 가쁘게 달려온 현대사의 그늘에서 인고와 희생으로 우리 가정과 사회를 지탱해온 우리네 어머니들의 원형이다. 70년대엔 인내 · 순종 · 희생의 어머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도순은 마장세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고통을 언어로 호소한다.

 

너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무슨 헛것이 씌었는지 도통 밖으로만 싸지르고 두어 달에 한 번씩 집에 오는데, 왜 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 인간하고 살을 섞고 살아서 너희들을 내지른 세월을 생각하면 내 가슴에서 벌레가 끓고 들불이 인다. 너는 힘들고 쓸쓸하면 너보다 더 쓸쓸한 이 어미를 생각해라.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의 전부다. (170)

 

가부장제의 큰 피해자는 아내어머니의 역할을 맡은 여성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개인이 되지 못했고, 자기 언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여성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부장제 사회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소수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가부장제의 압력 앞에서 개인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목소리이다. 그런데 박상희는 힘들고 쓸쓸한이도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소설 속 박상희는 마차세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보여줄 뿐이다.

 

박상희 : “어머니는 어땠어?”

마차세 : “그저 그래. 잠든 거 보고 왔어.”

박상희 : “어머니보다 당신이 더 가엾어.”

 

(245)

 

박상희는 치매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남편의 정신적 부담감을 이해한다. 그녀는 마차세를 어머니보다 더 가엾은 남편(아들)’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은 홀로 사는 어머니와 가족을 충실히 돌보는 가장의 고통을 부각할 뿐, 어머니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러한 박상희의 시선은 사회적 가부장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바로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반영됨을 의미한다. 박상희는 무의식적으로 가부장제 유지의 정당성에 가담하고 있다.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가부장제 위계구조는 아들들을 또 다른 가부장으로 만든다. 마차세는 빈약한 물적 토대를 세워야하는 가부장이 된다.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니는[4] 마동수와 마차세는 지금 현실에서 강력한 권위를 가진 가부장을 갈망하는 중년 남성들의 무의식의 초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40대 남성 독자들이 김훈의 소설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터에서는 모든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소설이다. 김훈은 과거 가부장제의 환상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는 이번 신작 소설을 통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여성도 슬퍼했고, 아팠다라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1] 원문은 김훈 공터에서193쪽

 

[2] <소설가 김훈, 장편 공터에서출간 “70년간 갑질의 시대아버지와 내가 살아온 야만의 시대를 그렸다”> 경향신문, 201726일자

 

[3] <김훈 공터에서베스트셀러 종합 1“40대 남성 독자 지지”> 아시아경제, 2017224

 

[4]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작가 후기, 공터에서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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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28 13:05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소설처럼 과거를 이해하면서, 희망을 발견했음을 암시하는 전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전개는 단순하고, 뻔합니다.

이 소설의 독자서평을 다 읽어봤는데요, ‘아버지‘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평이 많았어요. ‘어머니‘ 이도순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한 독자서평은 알라딘에 1편뿐이었습니다. 이도순도 마동수 못지 않게 힘들게 살아왔고, 개인적 상처가 깊은 인물입니다. 박상희가 마차세에게 ‘어머니보다 당신이 더 가엾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황당했습니다. 박상희를 제외한 마씨 집안 사람들 모두 가엾은 인물입니다.

레삭매냐 2017-02-28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 왜 독재자가 죽은 기미년
으로 잡았을까 궁금해집니다.

그 뒤의 등장할 격동의 현대사를 다룰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작은 의구심이 듭니다.

cyrus 2017-02-28 13:0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볼 수 있군요. 저는 시대적 배경과 이야기 전개 구조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

스윗듀 2017-02-28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cyrus님 문학동네이벤트 당첨되셨던데.... 50권이라니요..! 이거야말로 책심은데 책나고 가진 자가 더 가지는 상황 아닙니까? 에잇 ㅋ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cyrus 2017-02-28 16:30   좋아요 1 | URL
이벤트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는 성격이라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걸 보셨군요.. ㅎㅎㅎ 축하 인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knulp 2017-03-0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하게 분석하셨네요. 저 역시도 김훈의 글에 열광하는 1인. 뭐 가부장제에 딱히 동의하진 않지만 그의 문체가 좋습니다. 무겁고 무거운. ㅎㅎ 그래서 읽어요. 시대 의식도 강하고. 서평이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cyrus 2017-03-02 13:49   좋아요 0 | URL
저도 김훈 작가의 문체, 특히 그 문체의 매력이 많이 발산되는 산문을 좋아합니다. 이번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체가 미장세가 초콜릿 한 입 베어 먹는 순간을 묘사한 내용이었습니다. ^^
 

 

 

 

 

 

 

 

어제 동원화랑에서 진행되는 박진형 시인의 신작시집 낭독회에 참석했습니다. 박진형 시인이 펴낸 시집 제목은 《고마 됐다》입니다. ‘고마’는 ‘그 정도까지만’의 방언입니다. ‘고마 됐다’는 ‘그 정도까지만 해라’ 또는 ‘그만 됐다’의 의미가 되겠습니다.

 

 

 

 

 

 

 

 

 

 

 

 

 

 

 

* 박진형 《고마 됐다》 (만인사, 2016년)

 

 

 

이 시집은 참말로 독특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향인 경주에서 사용된 ‘신라 입말’을 발굴하여 시어로 만들어냈습니다. 신라 입말처럼 오래된 말일수록 ‘낮은 말’이 됩니다. ‘낮은 말’의 반대는 ‘높은 말’입니다. ‘높은 말’은 바른말, 고운 말 그리고 표준어인 거죠. 신라가 이 한반도를 지배했을 때까지만 해도 표준어는 신라 입말이었습니다. 나라와 정권이 바뀌면서 신라 입말의 존재는 점점 잊혔고, 연륜이 깊은 소수의 경주 토박이들만 아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고마 됐다》는 눈으로 읽는 시집이 아닙니다. ‘신라 입말’이 들어있는 시이기 때문에 입으로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신라 입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고마 됐다》에 수록된 시를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입말로 이루어진 시를 여기에 인용하면, 눈으로 봐야 하는 ‘글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낭독회가 열렸던 장소는 동원화랑입니다. 동원화랑은 1982년에 문을 연,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화랑입니다. 이곳에 대구 출신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저는 어제 알았는데, 연예인 하정우, 구혜선, 조영남 씨의 그림 전시가 동원화랑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시 낭독회가 시작하기 20분 전에 장소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yrureka01님(유레카)’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여태까지 화랑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혼자 들어가기가 뻘쭘했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유레카님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유레카님이 도착하고, 같이 화랑 안에 들어갔습니다. 시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시 낭독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서 있었습니다. 힘들진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젊으니까요! (찡긋) 오히려 서 있는 게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서 있었던 곳 바로 앞에 다과상이 차려져 있었으니까요. (개이득) 저는 시를 읽는 척하면서 다과상으로 차려진 쿠키, 육포, 과일 등을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오래 서 있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배고픔은 참지 못했거든요. 음료는 물과 주스 그리고 포도주였습니다. 이 셋 중에 여러분은 뭘 마실 겁니까? 당연히 포도주죠! 포도주 반 정도를 비우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한 컵만 마셨어요. 화랑에 일하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이 제 근처에 서 있어서 술을 홀짝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다과상에 눈독 들이고 있었을 때, 유레카님은 시 낭독회의 생생한 현장을 사진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원래 시 낭독회가 참석하기 전에 《고마 됐다》를 읽어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구에 세워진 모든 공공도서관 중에 이 시집을 소장한 곳이 딱 한 군데 밖에 없었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 가까운 도서관이 ‘대구서부도서관’입니다. 이곳에 대구 · 경북 출신의 문인들의 책들을 따로 보관하고, 문인들의 유품까지 전시한 ‘향토문학관’이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부도서관에는 《고마 됐다》가 없었습니다. 시집이 잘 안 팔리는 것도 서러운데, 공공도서관마저 홀대합니다.

 

《고마 됐다》 한 부 챙겨왔습니다. 무료로 받은 셈이죠.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 하긴 안 팔리는 시집을 창고에 썩혀둘 바에 정말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모든 이들을 위한 좋은 일입니다. 시인은 돈 몇푼 더 벌려고 《고마 됐다》를 쓴 것이 아닙니다. 시인은 신라 입말과 고향 사람들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시의 형태로 기록했습니다. 역사가들도 하지 않는 일입니다. 《고마 됐다》는 신라 입말을 빌어 기록한 ‘민중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세상을 만났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태초의 입말이 단순히 과거를 알기 위한 증거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와 ‘우리’를 이루는 기본적인 말이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입말은 글말의 씨앗입니다. 입말은 사람과 삶에서 떨어질 수 없습니다. 즉 입말이 곧 사람이고 말하고 듣는 것이 곧 사람의 삶입니다. 이런 까닭에 입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야 우리가 사용하는 글말의 세계도 튼튼히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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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2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과 두분의 우정이 부럽네요.^^

cyrus 2017-02-25 14:20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도 대구에 사시는 걸로 압니다. 다음에 유레카님을 뵙게 되면 그날 북프리쿠키님도 뵙으면 합니다. ^^

페크pek0501 2017-02-2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낭독회, 예전에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간 곳은 주로 찻집이었는데...
다과상이 있는 시 낭독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좋은 소식 주셨습니다.

cyrus 2017-02-25 14:23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제가 가본 시 낭독회는 테이블에 사람들 쭉 모여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를 읽고, 자유롭게 수다를 떨었던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이런 분위기의 시 낭독회를 좋아해요. ^^

표맥(漂麥) 2017-02-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 됐다... 고마해라~ 이 말 저도 많이 쓰는디... ^^

cyrus 2017-02-25 14:25   좋아요 0 | URL
영화 <친구>의 명대사 ‘고마 해라, 많이 묵었다 아니가’ 때문에 많이 알려졌을 겁니다. ^^

꼬마요정 2017-02-2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 해라... 많이 쓰는 말이지만 점점 안 쓰게 되는 말이기도 하네요... 시 낭독회..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꼭 가보고 싶습니다~^^

cyrus 2017-02-25 22:35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진짜 ‘고마 해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 <친구>를 본 세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쓸 겁니다. ^^

yureka01 2017-02-25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즐겁고 재미난 시간이었어요.ㅎㅎㅎ

고마 됐다...이걸 더 줄이면
마,,됐다.,,^^.

cyrus 2017-02-25 22:36   좋아요 0 | URL
역시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7-02-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과 함께 다녀오셨군요.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7-02-25 22: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새아의서재 2017-02-2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이득!!! ㅋㅋㅋㅋ

cyrus 2017-02-25 22:37   좋아요 0 | URL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은 공복 상태라서 눈앞에 있는 다과상이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ㅎㅎㅎ

붕붕툐툐 2017-02-2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서 있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배고픈 건 참지 못한다는 말에 완전 공감하며, ‘낭독회‘에 꼭 가보고 싶네요~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cyrus 2017-02-25 22:42   좋아요 0 | URL
yrureka01님이 시인님을 알고 지내셔서 시인들 모임 소식을 많이 접합니다. 유레카님이 서재에 모임 일정을 알려주십니다. 유레카님의 서재를 즐겨찾기 하면 됩니다. ^^

stella.K 2017-02-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을 뵈었구나. 어떻든? 캐리커처랑 똑같이 생기셨든?
난 왠지 유레카님 착하게 생긴 이웃집 아저씨일 것 같은데 말야.ㅋ

근데 포도주와 육포. 왠지 묘한 조합일 것 같은데...
괜히 먹고 싶네.ㅠ

cyrus 2017-03-02 13:50   좋아요 1 | URL
정말 ‘착하게 생긴 이웃집 아저씨‘입니다. 캐리커처와 비슷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