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사이언스 클래식 30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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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핼리 혜성이 나타났던 1835년에 태어났다. 혜성은 1910년에 다시 온다. 나는 혜성과 함께 갈 것이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자신의 임종 날짜를 핼리 혜성이 나타나는 날로 예견했다. 정말로 그는 1910년 4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기 전날에 핼리 혜성의 꼬리가 지구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마크 트웨인은 죽음에 초연한 품격을 보이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혜성의 등장이 두렵지 않았는가 보다. 혜성이 나타나기 전부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무시무시한 소문이 퍼졌다. 핼리 혜성이 늘어뜨린 꼬리 부분을 지구가 통과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혜성 꼬리를 감싼 독가스에 질식사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자살했다. 온 세계가 핼리 혜성에 공포를 떨었으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핼리 혜성은 76년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혜성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헬리(Edmund Halley)는 1531년과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모든 같은 것이란 사실을 밝혀내고, 1758년 12월 25일 다시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 혜성에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게 됐으며, 가장 최근에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날은 1986년 2월 9일이다. 그러나 76년마다 찾아오는 우주의 손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핼리 혜성이 나타나기 일주일 전에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해 그곳에 탑승한 7명의 대원이 전원 사망했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희비가 교차하는 역사적 순간을 모두 지켜봤다. 칼 세이건의 책 《혜성》은 1985년에 발간되었다. 아마도 그는 이듬해에 나타나게 될 핼리 혜성과 챌린저호 발사 소식에 한껏 기대감을 부풀었을 것이다. 핼리 혜성이 나타난 지 10년 후에 그의 영혼은 아주 먼 우주로 날아갔다.

 

고대인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로 여겼다. 혜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구 종말론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떡밥 중의 하나가 '딥 입팩트(Deep Impact)'나 '아마겟돈(Armageddon)' 같은 혜성 및 소행성 충돌이다.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마야 종말론’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종말론의 '종말'은 없을 것 같다. 혜성을 종말의 날을 앞당기는 신의 등장이라고 떠벌리는 자들에게 나는 수학자 라플라스(Laplace)의 말을 빌려 "저는 그런 허무맹랑한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1]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과학 공부가 먹고 사는 게 별 도움이 없다고 해도 혜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혜성과 소행성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중 ·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기본적인 과학 지식만 알고 있으면 지구에 근접하는 혜성이 무섭지 않아 보인다. 혜성은 지구에 잠깐 근접하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손님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시작과 끝, 그와 운명을 같이한 특별한 존재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F. Whipple)은 혜성이 얼음과 가스, 먼지가 뭉쳐진 ‘더러운 얼음 덩어리’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1986년 핼리혜성을 관측하기 위해 보낸 탐사선 조토(Giotto)의 근접 촬영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단단한 얼음 덩어리였던 혜성은 태양 주위를 지나가면서 태양열과 태양빛을 받아 녹아 증발하게 된다. 여기서 가스와 먼지가 튀어나와 핵 주위를 둘러싸는 대기층인 코마(Coma, 혜성의 머리 부분)와 꼬리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생성되는 곳을 태양계 바깥쪽에 존재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과 카이퍼 벨트(Kuiper belt)로 추정한다. 오르트 구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에 약 1조 개의 혜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카이퍼 벨트(Kuiper belt)는 해왕성에서 16억 km 떨어져 있는 얼음과 운석의 띠로 태양계 생성 때 행성이 되지 못한 소행성의 잔해로 추정된다.

 

혜성은 지구 생명의 근원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다. 혜성 표면에 얇은 물 성분의 얼음층이 있다. 지구상에 있는 물이 혜성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생명체의 탄생에도 혜성이 큰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혜성은 오래전 지구가 형성될 무렵 이 행성에 물과 생명의 물질을 가져다준 생명의 모태인 동시에, 백악기 말 충돌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 대부분을 몰살시켰듯 거대한 재앙이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혜성이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달린 '창조적 파괴'의 힘을 지닌다고 했다.

 

그래도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한다고 해서 쫄 필요가 없다. 사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핵무기이다.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생긴 먼지가 수년 동안 햇빛을 가려 가뭄과 한발을 가져와 지구 생태계에 치명타를 가했다. 칼 세이건은 이 재앙의 결과를 대량의 핵무기로 인류가 절멸하는 '핵겨울' 시나리오와 유사하다고 봤다. 진짜 우리가 무서워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 우주에서 오는 혜성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인 핵무기다.

 

2061년 7월 28일에 핼리 혜성이 지구에 방문할 것이다. 필자가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74세가 된다. 먼 50여 년 동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칼 세이건은 스스로 자멸하는 방법을 터득한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최근에 우리는 자멸하는 방법들을 마련했다. 핼리 혜성이 다음번에 지구 가까이 오는 2061년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이 남아 있을지 정말로 의문이다."[2]

 

그의 말이 '슬픈 예지'가 되지 않길 바란다. 혜성은 2061년에 다시 온다. 나는 그것과 함께하고 싶다. 그러려면 인류가 미래를 생각해서 정신 차려야 할 텐데…….

 

 

 

[1] 칼 세이건 《혜성》275쪽 ("나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2] 같은 책, 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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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드디어 읽으셨네요.
별 다섯개 주시다니ㅎ
가격이 ㅎㄷㄷ해서 눈팅만ㅠ.ㅠ

cyrus 2017-03-03 16:00   좋아요 2 | URL
진짜 이 책은 소장해야 합니다. 이 책을 엄청 보고 싶어서 집에서 거리가 먼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새벽까지 다 읽었어요. 책 속에 사진과 도판이 많아서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니까 가슴이 뭉클했어요.. 세이건.. 당신은 대체..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7-03-03 16:22   좋아요 0 | URL
소장용 구입으로 낙찰ㅠ
아직 코스모스,창백한푸른점도 못 읽었는데ㅎ

2017-03-03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03 16:14   좋아요 1 | URL
76년이면 사람의 평균 수명입니다. 아무리 100세 인생 시대라고 해도 자연 재해나 전쟁이 일어나면 오래 살기 힘들어요. ^^;;

에로틱번뇌보이 2017-03-0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의 속삭임‘도 읽다 말았는데 ‘혜성‘은 언제 읽죠? 지금 ‘풀하우스‘를 읽고 있는데 스티븐 제이 굴드 이름을 보니 반갑네요~

cyrus 2017-03-04 11:23   좋아요 0 | URL
저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을 아직 안 읽어봤어요. ^^

겨울호랑이 2017-03-03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트 에코의 「중세」4부작에 필적하는 세이건의 3부작이군요..^^: ㅋ 전 다음 핼리 혜성은 보기 힘들 것 같아요.. cyrus님께서 제 몫까지 봐주시길 ㅋㅋ

cyrus 2017-03-04 11:24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연의가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핼리 혜성 이야기 꼭 해주세요. 연의는 핼리 혜성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2061년이라...ㅠㅠ

cyrus 2017-03-04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AgalmA 2017-03-0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ㅋㅋ...낯설고 재밌네요. 고대부터 생태 진화를 설명하는 거 생각하면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왠지 따지기 좋아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살아 있다면 그 명칭에 한 소리 첨가할 것도 같고ㅎㅎ

cyrus 2017-03-04 11:26   좋아요 1 | URL
고고학이 유물을 발굴하고,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식해서 그런지 ‘고고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

보슬비 2017-03-03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소장욕 불태우가 하는 책이군요. 찜해두었다가, 특별한날 선물 사달라고 졸라야겠어요. ㅎㅎ 소장하고 싶은 책은 제가 구입하는것보다 선물 받을때가 더 기분이 좋아요. ㅋㅋㅋㅋ

cyrus 2017-03-04 11: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격이 비싼 책을 선물로 받을 때가 제일 기분 좋습니다. ^^

2017-03-04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4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3-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제이 굴드 양반의 책은 사서 소장만
하고 있네요.

몇 페이지 읽다 말고 마저 읽을 생각도 안하고 ㅋㅋ

cyrus 2017-03-08 15:08   좋아요 0 | URL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만 읽었어요. 그런데 2012년에 나왔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이 절판되었어요. 중고 책 판매자들이 좋아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