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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무딘 감동으로 들리는
나이 사십 줄에 시를 읽는 여자

따뜻한 국물 같은 시가 그리워
목마와 숙녀를 읊고는
귓전에 찰랑이는 방울소리에
그렁한 눈망울 맺히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더 뭉클해
정성스런 다림질로 정을 데우고
학위처럼 딴 세월의 증서
가슴에 품고 애 닳아 하는

비가 오면
콧날 아리는 음악에 취하고
바람불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아직도 꽃바람에 첫사랑을 추억하며
밥 대신 시를 짓고 싶은
감수성 많은 그녀는

두 열매의 맑은 영혼 가꾸면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질 때를 알아
오늘도 속절없이
속살보다 더 뽀얀 북어국을 끓인다

아...
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김춘경·시인, 1961-)


18년 전 오늘 올린 글이라며 뜬다.
방금 책읽는나무 님 페이퍼를 보고 응원의 마음으로 댓글을 쓰고 왔는데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 18년 전에 내가 올린 시에 책읽는나무 님과 나눈 댓글과 답글을 만나다니. 반가워라. 그때도 난 호기심과 도전, 사소한 것에 대한 경이감과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소중히 여겼구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뽀얀 북어국도 탕국도 잘 끓이고 가지가지 나물도 조물조물 잘 무친다. 꾸준히 읽고 쓰고 보고 느끼고 나누고 여행하고 …

18년 전 오늘 난 스케이트를 막 시작해 인생선배 언니들과 초급반에서 타고 있었다. 2년반 정도 신나게 타고 그만 두었는데 지금도 올림픽 스케이트 종목은 보는 편이다. 그땐 제법 물찬 제비처럼 스케이팅 했는데 이제 못한다. 무릎이 후들후들 ㅎㅎ
그리고 독서지도사를 하며 대학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에 등록하고 3월 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렸고 지금은 나름 제몫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성인이 되었다. 5년 터울 자매가 같은 고교와 대학교를 졸업해 감회가 남다르다. 오랜 객지생활이 짠하기도 하고. 큰애 때와는 달리 작은애는 이번에 온라인 졸업이라 교정에서 학사복 입고 자유롭게 사진 찍고 오후엔 아이의 제안으로 처음 스튜디오에서 우리 가족 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기적으로 찍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을 어색해 하는 큰아이를 보며 스튜디오에 안고 가서 백일사진 찍던 때 사진사가 딸랑이를 흔들어주자 이도 없는 연분홍 무른 잇몸을 아래위 활짝 내보이며 까르르 까르르 웃던 뽀얀 얼굴이 내내 생각났다. 지금은 서른을 앞두고 왜 살아야 하는가를 자문하며 열심히 또 느긋하게 하고 싶은 일 하는 여리고 또 강한 딸. 올해 말에는 10년의 서울 생활 접고 집으로 오겠다고 한다. 가치관이 서로 다른 딸들, 행복하길 무조건 응원한다. 작은딸은 로스쿨 입학,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자식 이야기 하는 거 아니랬는데 노친네처럼 해버렸네. 아무튼 주말에 혜화동으로 이사한다. 이사에 정리까지 돕고 집에 오면 3월이 훅 다가와 있을 듯.

18년 후 우리는 무얼 하며 또 어떻게 되어 있을까.
화가들의 자화상을 눈여겨 보길 좋아한다. 얼마전 미술책이 많은 갤러리카페에서 창밖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혼자 세잔을 만났다. 햇살 좋은 엑상프로방스의 세잔 아뜰리에와 소담한 정원의 산들바람을 추억하며… 그때의 추억은 다음에 세잔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하기로...
우리 가족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자화상이지 않을까. 소중한 날들 가슴 벅찬 나날. ^^


세잔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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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22 1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8년 전에도 알라딘 서재가 있었군요 ㅋ 완전 놀랍네요. 아직까지 꾸준하신 프레이야님은 대단하신거 같아요 ㅋ 저도 18년 전에 알라딘 했으면 좋았을텐데 ㅜㅜ

프레이야 2022-02-22 10:31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지금부터 18년 주욱~^^

미미 2022-02-22 1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꽤 오래되었네요?
추억을 되살려주는 알라딘! ^^*

프레이야 2022-02-22 10:31   좋아요 4 | URL
글쵸. 추억 소환해 줘서 땡큐더라구요 ^^

stella.K 2022-02-22 1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18년 전에 전 뭐하고 있었을까요? 짝수 년이라 나름 좋은 해를 보내고 있었을 것 같긴한데 전반적으로 하던 일 지겨워 코에 바람 뿜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22-02-22 10:34   좋아요 5 | URL
ㅋㅋ 코에 바람은 뿜기도 들여보내기도 해야죠 자주.

책읽는나무 2022-02-22 14:23   좋아요 3 | URL
오 천 원!!!
맞아요..오천 원 한 번 받아 볼꺼라고 기를 쓰고 서재폐인 노릇 했었어요. 이제 서서히 기억납니다.
그땐 리뷰 당첨금도 오 만 원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그것도 어떡하면 받을까? 기를 썼던 열정이 넘치던 때였단 걸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열정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분들의 열정 넘치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으니 너무 노친네 같은 소리 같군요?ㅋㅋㅋ

프레이야 2022-02-22 15:19   좋아요 3 | URL
ㅋㅋ 책읽는나무 님 노친네라굽쇼.
라떼타령이지만 당첨금이 컸죠 ㅎㅎ 당시 넘사벽 지존들 생각납니다. 서재폐인,이라는 말도 새삼 다시 보니 반갑네요. 밤샘하며 폐인 노릇했어요 저도. 어찌나 다이나믹했던지.

stella.K 2022-02-22 16:19   좋아요 2 | URL
ㅎㅎ 책나무님도 기억하시는군요!
저도 기억이 나는데 그게 주 장원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주 장원에게 그렇게 많이 줬나? 아리까리 하더라구요.
한 다섯 명인가? 10명 줬던 것 같은데...
여기서 또 가려서 월 장원인지 기 장원(?)인지 뭔지해서
10만원도 준적 있어요. 저 그때 딱 한 번 10만원 받아 본 적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알라딘이 통이 참 컸구나 싶어요.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그때 벽돌책은 거의 만5천에서 2만원 정도면
샀거든요. 지금 15000원 하는 책은 250페이지 정도 밖엔 안 되죠.ㅠ

프레이야 2022-02-22 17:17   좋아요 2 | URL
그때보다 지금은 상금을 낮추고 넓게 주는 걸로 바꾼 거 같아요. 당선작이 지금보다 적었더랬죠. 스텔라 님 거금을 받으신 적도 있었군요 와우. 그때 리뷰 당선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 사는 동네 어디든 그렇겠지만요.

stella.K 2022-02-22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지금도 늦지 않았슴다. 알라딘 못해도 18년 이상 건재할 겁니다. 제가 알기론 2001, 2년 그 무렵에도 알라딘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블로그가 생기고 주간 단위로 순위를 매겨 30위 안에 들면5천원도 주고 그랬던 믿기지 않은 시절도 있었죠.🤭
앗, 이거 파랑새님 댓글에 다는 글인데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프레이야 2022-02-22 10:44   좋아요 4 | URL
그랬죠. 제가 어린이책 리뷰 여기 올린 게 1990년도 후반부터였던 거 같아요. 지금도 종종 그때 쓴 리뷰에 좋아요가 오더군요. 우린 서재 1세대였죠. 묵은지들 ㅎㅎ 스텔라 님 짝수년도에 좋은 기운 들어오나요? ㅎㅎ
그렇담 올해도!!

프레이야 2022-02-22 15:21   좋아요 2 | URL
ㅎㅎ 🤣 파랑새 님은 누구신가요.
새파랑 님이 파랑새 님으로!! 스텔라 님 때메 완전 빵터져요. 데굴데굴~~~

stella.K 2022-02-22 16:24   좋아요 1 | URL
ㅎㅎ 제가 가끔 이래요.
예전에 이매지님을 이지매님이라고 한 적도 있었죠.
글자 위치를 제가 막 바꿔요.ㅠㅠ

프레이야 2022-02-22 16:28   좋아요 2 | URL
ㅎㅎ 이매지 님도 생각이 납니다.
쑥떡같이 알아들으니 괜춘해요. 저도 요새 무슨 고유명사가 얼른 생각 안 나고 뭐더라뭐더라 하다가 그다음날 생각나요 ㅎㅎ

페넬로페 2022-02-22 1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8년전부터 서재에서 활동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때 저는 yes** 에서만 책을 구입했거든요.
두 분처럼 계속 서재에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2-22 10:34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 님도 지금부터 18년 이상 주욱요~^^

거리의화가 2022-02-22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가입은 2001년에 했는데 서재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이제야 좀 활동하고 있는 저로서는 놀랍습니다 그때부터 굳건히 활동한 북플러들이 있어서 알라딘의 명맥이 유지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프레이야 2022-02-22 11:25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화가님. 알라딘서재라는 이름의 둥지가 2003년인가 생겨서 우리는 작은 방을 분양받은 셈이죠. 북플의 전신이랄지요 ^^ 앞으로 더 좋은 시스템으로 진화할거라 믿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책읽는나무 2022-02-22 14: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8 년!!!!!^^
2 년을 더하면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시간이 되네요?
그런데, 왜 제겐 2 년 정도 지난 시간처럼 생각되는 걸까요?^^
무슨 얘긴가? 싶어 링크를 클릭하니, 아...제가 저런 댓글을 남겼군요?
새삼스러워 순간 얼굴이 빨개질 뻔했어요ㅋㅋㅋ
저는 저렇게 날아 오는 제 글들을 읽으면 매번 화들짝 놀라 누가 볼까? 무섭더군요.
어찌나 글을 못썼던지??ㅜㅜ
지금도 늘 그 부분이 고민이긴 합니다만~^^
프레이야님은 18 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음에 또 감탄 했습니다.
오히려 더 발전하셨군요? 나물도 조물조물, 북어국, 탕국까지~^^ 저도 한 번씩 놀란답니다. 18 년이 지났더니 내가 이렇게 요리를 즐기며 하고 있을 줄이야?? 하면서요. 아...즐기며.는 빼겠습니다. 하기 싫을 때가 더 많으니까요~ㅋㅋㅋ
암튼 저도 잠깐, 그때와 내가 많이 변한 부분도 있고, 달라지지 않은 부분도 있어 생각하느라 하던 일 멈추고 앉았네요.
암튼 추운데 따님 살뜰하게 챙겨 드리고, 같이 시간 많이 나누시고 내려오시길요~^^
이 와중에 저는 모카롤 케잌 사진에 군침 흘리는 중입니다.ㅋㅋㅋ
둘째 따님이 희령이었나요? 이름이 이뻐 기억에 남는데...큰 따님의 이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합니다. 암튼 그림책 읽던 아이들이 벌써 서른이 목전이고, 둘째는 로스쿨을 가게 되고...모두들 대단합니다.
18 년 전 저도 서른이었던 것 같네요?
그때 저도 큰 따님처럼 좀 심란했던 것도 같고...그러네요?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

프레이야 2022-02-22 15:14   좋아요 4 | URL
진짜진짜 소중한 댓글이죠. 서로 위로하고 힘을 주고 같이 으샤으샤 하며 토닥거렸던 시간들. 고맙습니다. 요리 잘 못하는 울엄마 덕에 한때 요리는 제가 못하는 종목인 줄 알았는데 관심 가지고 팁을 기억하며 해보다 보니 느끈히 해낼 수 있다 뭐 그런 기본적으로 묵은지주부의 배짱이 생겨요. 제가 나름 맏며느리다 보니 어제도 시조부 기일 음식을 했답니다 에고. 둘째가 희령이 맞아요. 그걸 기억하시다니 괌동이네요. 덩치는 크지만 씩씩한 막내랍니다. 님 18년 전 서른이었다구용. 우와! 암튼 그림책 같이 보던 아이들이 어느새 요래 커설랑은… 대견 ㅎㅎ
아 저거 얼그레이롤인데 은은한 단맛에 부드러움이 카페라떼랑 잘 어울렸어요. 저 카페는 부산이에요.
삼월의 어느 좋은 날을 기다리며~^^

oren 2022-02-22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살이 몇 해였던지 이젠 손꼽아 헤아려봐도 몇 해나 흘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시간이 흘렀네요.
네이버에서 블로그 기능이 처음으로 생겼던 때가 대략 2002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알라딘 서재 블로그도 생겨났던 듯해요. 저도 2003년부터 알라딘에 ‘서재‘라는 걸 마련했었고요. 알라딘 초창기 시절 프레이야 님의 열정 넘치는 리뷰와 페이퍼에 달렸던 (여러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어야 했던) 수백 개의 댓글돌도 새삼 떠오르네요.^^ 시도때도 없이 알라딘을 후끈거리게 만들었던 그 옛날의 그토록 열정 넘치던 알라디너 님들은 다들 어디로들 사라졌는지도 문득 궁금하네요. 다들 안녕하시겠지요? 원시 마을 같았던 알라딘 초창기 시절, 댓글이 달리면 꼬박꼬박 이메일이 오고, 그걸 보고 나서야 댓글을 달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도 댓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달면서 신기해 했던 생각도 나고요. 주말이면 아이들 데리고 어딜 다녀올까 고민했는데, 이젠 주말에나 볼 수 있는 직장인 아들을 기다리는 처지로도 변했고요. 사람이 50 고개를 넘으면 어떤 기분일까, 가끔씩 궁금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 나이도 청춘으로 여겨질 때도 있어요. 자화상도 내 꺼보단 과거에 살았던 인물들을 더 살펴보게 되고요.^^
* * *
나는 25세와 35세 때의 내 초상화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지금의 것과 비교해 본다.
이미 몇 갑절이나 내가 아니게 되었던가!
- 몽테뉴

프레이야 2022-02-22 15:03   좋아요 3 | URL
그때 그사람들 진짜 어디로 가셨을까요. 어디선가 제자리에서 또 좋은 삶을 꾸리고 계실 거라 여깁니다. 북적북적 주고받고 이벤트도 자주 하고 날밤 새며 비댓 주고받으며 마음 나누고 그랬죠. 어떤 사인에 논쟁도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상처입고 떠난 분들은 아쉽구요. 좋은 책벗들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말이에요. 50은 생각지도 못했던 숫자인데 오렌 님도 비슷한 감정이시죠. 청춘입니다 아직. 늘 깊이 있는 독서를 하시는 님 덕분에 몽테뉴의 문장을 또 만나네요. 길을 걷다 종종 뒤를 돌아보는 일, 필요한 것 같아요. ㅇ전의 초상화나 초상사진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은 그렇다해도 표정이나 얼굴의 분위기는 자신이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생각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겠거니 싶어요. 추억소환 감사합니다 😊

잉크냄새 2022-02-22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1기라 불리던 시절이었죠. ㅎㅎ
알라딘을 쓱쓱 문지르니 18년전의 추억을 가져오는군요. 감사해야겠어요. 그 오랜 세월 빛바랜 흔적을 간진해준것만으로도.

프레이야 2022-02-22 14:55   좋아요 3 | URL
잉크냄새 님도 같은 기수지요. 반갑습니다. 간혹 게으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소중한 램프지요. 쓰담쓰담 해주면 추억이 슝~ 하고 떠오르니 말이죠. 빛바랜 것들이 새로이 살아나는 마법 같은. ^^

水巖 2022-02-22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1기 알라디너 있어요.ㅋㅋ
그때도 할아버진데. 아직까지 할아버지를 계속하고 있군요.
2003년부터 알라딘 서재 문을 열었는데 프레이야님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안착을 했죠. 고마워요.

프레이야 2022-02-22 15:51   좋아요 2 | URL
우왓 수암 님 진석이 외할아버지의 서재지기 님이시죠. 건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특히 미술과 사진 관련해 풍부하고 깊은 혜안을 갖고 계셔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평생 하나의 길로 정진하신 점도 그렇고 고매한 감식안도 존경합니다. 중절모 쓰고 베이지 트랜치코트에 따스한 미소 못 잊지요. 인사동 떡카페가 처음 만남이었는데요. 그때로부터도 14년은 흐른 거 같아요. 오래 건강 잘 돌보시길 바랍니다 수암님.

stella.K 2022-02-22 16:28   좋아요 3 | URL
와, 수암님 여기서 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오늘 프레이야님 페이퍼 덕분에 동창회 하네요.
그 시절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어요.ㅠㅠ

mini74 2022-02-22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18년 우와. 18년전이면 애 업고 일하러 다닐때네요 ㅎㅎㅎㅎ 그 땐 꼬물꼬물 귀여웠는데ㅠㅠ 그 시절엔 알라딘에서 유아그림책을 제일 많이 샀던 거 같아요. 프레이야님 나무님 등 알라딘의 시조새? ㅎㅎ 같은 분들이군요 영광입니다 ㅋㅋ 공부라는게 참 지칠만도 한데 작은 따님 대단하세요. 파이팅입니다 ~

프레이야 2022-02-22 18:15   좋아요 3 | URL
파이팅 고맙습니다 ^^
저를 안 닮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미니 님 애 업고 일하러 다니셨다니 힘들 때도 있었겠지만 씩씩하게 막 뿜뿜 상상되면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꼬물꼬물 귀여운 것들이 이제 늙어가네요 같이 ㅎㅎ 그 시절 어린이책과 그림책 무지하게 사면서 리뷰 쓰게 되었고 그렇게 알라디너로 발을 들였지요. 시조새 ㅋㅋ 그림책은 언제나 참 좋아요. 요새도 가끔 책장에서 눈에 드는 대로 골라 봅니다.

희선 2022-02-23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 님과 프레이야 님은 열여덟해 된 사이군요 열여덟해가 지났을지... 오랫동안 사이를 이어가시다니 대단합니다 열여덟해 뒤는 어떨까요 길게 느껴지지만 열여덟해가 지난 뒤엔 벌써 그렇게 지났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이곳이 있을지, 있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바뀔지... 많이 바뀌지 않으면 좋겠네요 열여덟해가 지났으니 따님도 많이 자랐군요 따님 둘 다 앞으로 멋지게 살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2-23 01:41   좋아요 3 | URL
희선 님 늦은 밤에 댓글 반가워요.
저도 책 좀 보다 늦어졌어요. 자기 전에 보게 되었네요 희선 님의 발자국을. 어떤 것도 단정짓지 말고 일희일비하지 않기로요. 앞날은 아무도 모를 일이고 날씨는 매일 바뀌지요. 어느 날이든 나름 괜찮으니 즐길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다 정도에요. 시조새 알라디너 1세대들 아이들 자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누고 그랬어요. 그림책 보며 같이 아이들 키운 느낌 ㅎㅎ 그땐 지금을 예상이나 했을까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 굿나잇 ~

transient-guest 2022-02-24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8년 전이면 전 무려 이십대의 나이였어요 그때도 알라딘 서재가 있었다니 신기합니다 제가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대충 11년 정도가 되니 아직 7년이 더 남았네요 그 즈음엔 요즘 꿈꾸는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지 궁금하고 막 걱정도 되네요

프레이야 2022-02-24 19:42   좋아요 3 | URL
2011년이었군요. ^^
7년 후, 적지 않은 게 달라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꿈꾸고 계신 것들에 가까이, 즐기고 계실 것 같습니다.
덩달아 무작정 고무되는 느낌이에요.

페크pek0501 2022-02-25 14: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서재의 문을 연 게 2009년이었으니 13년째네요. 프레이야 님이 선배네요.ㅋㅋ
18년 뒤에 우리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그때도 서재에 제가 글을 쓰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 예상은 반반이에요. ^^ 오늘이 제일 젊은날이 되겠습니다. 이것에 의미를 두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2-25 15:51   좋아요 4 | URL
오모나 2009년이면 전 좀 힘들 때였어요. 불혹이라는 나이로 이미 접어들었는데 불혹은커녕 혹이 번성해서는 ㅎㅎ 그런 것들의 과정이 마음에 굳은살이 된 점도 있지만요. 반반메뉴처럼 인생은 늘 반반 ㅎㅎ 18년 후에도 우리 여기서 살아요. 페크님 글을 그때도 볼 수 있기를. 오늘이 최고 젊은날 맞습미돠!

서니데이 2022-03-0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년 전이라고 하면 한참 전 같은데, 그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오래전 같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읽으면서 저는 18년 전을 생각하니 특별한 것이 없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네요.
프레이야님 오늘은 날씨가 많이 따뜻했어요.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3-03 18:4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올해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삼월이 사흘 지나네요. 아직 바람이 좀 차갑지만 봄기운은 완연하네요. 마음이 먼저. 이월엔 서울을 세 번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새로운 계절 기운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이래저래 정신없이 페이퍼가 밀렸다. 일단 미뤄두고 간단히라도 한 가지만 기록하자. 설날을 맞이하야 내일은 음식준비를 하고 뭐 마음이 또 분주해진다. 


방전된 느낌이랄까, 뭔가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어 연료를 채울 필요성이 느껴졌다. 훌쩍 2박 3일의 제주 여행을 하고 돌아왔더니 일상은 그대로 나를 반겨주었다. 물론 우리집 고양군 모꾸 일명 꾸돌이도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서 내려와 슬쩍 내 바지에 부비적거렸다. 잘 다녀왔냐옹. 제주에서 길냥이들을 볼 때마다 요 녀석 생각이 나서 말도 걸고 그랬는데 간식을 들고 가지 않아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특히 성격 좋던 하북포구의 뚱냥이 녀석, 미안하다. 뭐 좀 내놓고 가라고 그렇게나 애옹거리며 다가왔는데 ㅜㅜ 


이번엔 조천 쪽에 숙소를 두고 다닐 생각이었다. 제주에 내린 첫날은 보슬비가 내렸다. 공항에서 우산을 사고 렌터카 찾으러 가는 버스에 올랐다. 금방 빗방울은 잦아들었고 함덕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만춘서점에 들렀다. 1호점과 2호점이 나란히 조금 간격을 두고 있는데 2호점에서는 구매한 책을 창가 테이블에 앉아 읽을 수 있다. 나처럼 혼자 온 아짐이 열심히 책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인지는 모름.


 김승옥의 <차나 한 잔>

 한 권만 골랐다. 민음사 쏜살문고. 부피가 작아 가볍게 여행에서 읽기에 좋다. 

 단편 4개가 실려 있다. 서울의 달빛, 야행, 차나 한 잔, 서울 1964년 겨울.

 숙소에서 자기 전에 읽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성감수성이 어떻고 할 대목들이 많지만 60년대 중반이란 걸 감안하고   흥미로운 단편들. 현대 지식인의 허약한 민낯을 심연에서 건져올려 까발리는 느낌이다.

 비단 이런 부류에게만 국한된 것일까나. 뭔지 모를 힘에 떠밀려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섬 뜩한 두려움...  젊음이란 게, 여생이란 게 어두운 미로를 더듬어 나아가야 하는 일이지. 두려움은 삶의 종결지점까지도 가시지 않을걸.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 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 - 서울 1964년 겨울, 중




서점을 나와 바다쪽으로 걸어가는데 비를 맞아 털옷이 축축한 고양이 한 마리가 음침한 눈으로 소나무 아래 앉아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내가 서서 바라보니, 나를 잠시 쳐다보다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한다. 추워 보이고 어딘가 몸이 불편해 보였다. 울집 냥이와 달리 길냥이들에게서 느끼는 공통점은 눈빛이 흐리고 눈을 바로 뜨지 못한다는 사실. 몸이 좋지 못하면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불쌍한 녀석들.



전이수 카페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에서 이수와 동생 우태의 글과 그림에 놀랐다. 2008년생 물고기자리 이수는 동화작가로 이미 알려져 있다. 현재 15살인데 미래가 기대되는 공감능력 천재다. 사람의 마음 곁에 이토록 따듯하게 다가가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결국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것이어야 하리. 이수는 글을 항상 먼저 쓰고 그 글을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우태는 이수보다 좀더 활달하고 느긋하고 당당하다. 이수는 4남매의 맏이답게 진지하고 의젓하고 섬세하다. 배우 김고은과 류준열을 섞어 닮은 얼굴에 눈웃음이 밝고 귀엽다. 머리는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른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의 교육관도 범상치 않은데 어른에게도 존대어를 강요하지 않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우리는 무슨 말이든 생각이든 표현하지 않고 삼가는 게 몸에 배었는데 참 괜찮은 방식이다. 그림이 하나같이 밝고 따뜻해서 마음을 토닥여준다. 어른들이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온기있고 진지하게 표현할 줄 안다. 그림 옆에 놓인 글은 더욱 그렇다. 사전 예약하고 인원수대로 입장.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하고 와야했다.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온세상이 음소거된 듯 조용한 아침을 맞이한 다음날 산굼부리에 올랐다. 억새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며 제법 나긋한 풍경을 연출했다. 몸도 마음도 시원했다. 점심을 먹고 1100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길에 서서 바라본 한라산과 고지에서 본 맑은 하늘, 잔설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올라가면서 좌측으로 눈여겨 봐두었던 카페, 내려오면서 '고도500'에 들러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측 옆에는 신비의 도로다. 좌측 옆 신축 타운빌리지가 꽤 괜찮아 보였다. 훗날 이런 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날이 따스해 테라스로 나와 앉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냉장고 언제 오냐고. 오래된 냉장고 탓인지도 모르고 식혜가 자꾸 상한다고 하셨던 엄마다. 어제 숙소에서 주문을 하고 며칠 후 배송받기로 했는데 기다려지는지 또 확인을... 전화기 단절이 안 된다. 검색도 하고 전화도 받고 카톡도 받고 북플도 보고...


1100고지에서( 2022. 1. 26.아이폰12)



납읍초등학교 바로 앞의 원시림에 혹해서 세 번 갔던 납읍 난대림. 그보다 규모면에선 훨씬 큰 활엽수림 동백동산을 가려고 예정했다. 동백군락이었던 시절이 있어 이름이 동백동산이지만 전체적으로 동백보다 화산암 위에 활엽수림이 형성된 선흘리 곶자왈 지역이다. 이곳도 제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 곶자왈은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곶은 숲, 자왈은 바위. 그러니 제주에 곶자왈이 여러 곳이었던 것. 마스크를 벗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올랐다.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누워 있었다. 뿌리 쪽에 박인 돌덩이들이 곶자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래 사진) 동백동산 입구에서 먼물깍 쪽으로 올라서 한 바퀴 걷는 데 100분 정도 걸렸다. 사람손이 닿지 않은 숲이고 사람도 없어 살짝 무서웠지만 올라가다 보니 그런 기분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먼물깍을 지나고 부터 가끔 한두 명이 맞은 편에서 내려왔다. 곳곳에 뱀조심이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뱀은 겨울이라 그런지 한 마리도 안 보여 다행이었지.


동백동산, 쓰러진 나무 (2022.1.27.아이폰12)



동백동산에는 도틀굴이라는 지하 굴 입구가 있다. 4.3사태 때 양민이 숨어 있었던 곳 중의 하나이다. 숲을 빠져나와 낙선동 4.3성과 너븐숭이 4.3기념관, 북촌포구, 화북포구를 둘러 곤을동 환해장성과 4.3유적지로 갔다. 조천은 특히나 당시 엄청난 핍박과 희생이 따랐던 곳이고 그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당시 쫓겨났다가 허락을 받고 들어오면서 직접 돌을 날라 쌓은 낙선동 4.3성에는 붉은 눈물처럼 동백이 처연하게 떨어져 있었다. 너븐숭이 기념관에서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와는 좀 다른 전시가 되어 있었다. 강요배의 그림 '젖먹이'가 입구에 걸려 있고 현기영의 <순이삼촌>이 초판본과 번역본까지 전시되어 있다. 특히 북촌마을에서 사태의 기점이 되었던 구체적 연월일 시간과 사건이 적혀 있다. 음력 1948년 12월 19일. 이후에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 국제법상에도 어떤 이유에서든 제노사이드는 금지되어 있다. 기념관 맞은편에 애기무덤들 그리고 추모비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무거워진 마음을 덜어주려는지 북촌포구로 이어지는 바다가 무심하게 찰랑거리고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흰 구름이 시시각각 변주하며 하늘에 붓칠을 해대었다. 




애기무덤을 지키는 수선화(2022.1.27. 아이폰12)



너븐숭이로 간다니 그전날 귤을 한 그릇 갖다준 펜션 주인장이 친절하게도 인근 카페를 추천해 주셨다. 아라파파 a la papa. 프랑스어로 천천히, 한가로이라는 뜻. 바다가 바로 눈앞. 카페에 가면 비치해둔 책을 보는 편인데 여긴 과월호 채널예스가 여러 권 있었다. 주인장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대목. 정유정 소설가 인터뷰가 마음에 들어왔다. 인간심리에 관심이 많고 <완전한 행복>은 욕망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고. 2년 후 나올 두 번째는 미래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강단이랄까 배짱이 느껴졌다. 세상의 비위를 맞출 생각은 없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이 좋아해주길 바라지 세상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쫓아다니며 쓸 생각은 없다는 작가다. 불안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다 써 놓고 아름다운 문장은 지워버린다는 인터뷰를 본 적도 있다. 이거 저거 좀 보면서 바다멍도 하고 화북마을 곤을동으로 달렸다. 화북포구에 잠시 차를 대자마자 붙임성 좋은 치즈냥이가 애옹대며 다가왔지만 줄 게 없었다. 그걸 눈치채고는 저만치 가서 야속하다는 듯 쳐다보네. 에고 맨날 깜박하지 말고 간식 넣어다녀라 좀!! 




아라파파 앞마당(2022.1.27 오후 1시경)




 














곤을동4.3유적지에서 나와 화장실 갈 겸 근처 카페에 갔는데 뜻밖의 이런 책. 

우지현 작가가 명화와 함께 나란히 짧은 글을 실어 놓았다.

우지현 님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표지를 그린 분이네.


<풍덩!> 책장을 넘겨보다가 골라놓은 그림들에 마음 끌렸다.

특히 모네의 스승이자 인상주의 시초, 외젠 부댕의 에트르타 바다가 6년전 추억을 불러 주었다. 모네는 5살 때 부댕을 만났다.

모네의 일출과 부댕의 일몰을 대조해 보는 것도 재미나다. 평생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바다에 빠져 평생 그 바다 풍경을 그린 부댕은 말년에 자신이 태어났던 항구마을 옹플레흐에 머물며 항구와 바다를 그렸다. 부댕의 그림에는 격정적이거나 평화로운 하늘과 바다와 구름이 살아 있다. 한시도 같은 풍경이지 않다. 항구가 그림 같던, 항구를 그리는 화가들이 캔버스를 놓고 서서 열심이던 옹플레흐에는 에릭 사티 박물관이 있다. 항구에서 목조 까트린성당을 지나 조금 오르막 골목으로 걸어 한 바퀴 돌아내려와 에릭 사티 생가가 있는 골목으로 내려왔다. 


에트르타에 닿았을 때는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며 항구마을의 분위기를 흠뻑 적셔 주었다.

외젠 부댕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던 르 아브르의 앙드레 말로 미술관 MuMa는 오르셰미술관 다음으로 인상주의 그림을 많이 보유한다. 그 때 보았던 외젠의 그림 속 바다와 항구, 폭풍과 구름 그리고 풍경 속의 고독하거나 강인한 사람들의 평범한 인상이 강렬하다. 지금은 다소 흐릿해진 추억을 한 장의 그림이 소환해 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지. 미술관에서 눈여겨 보였던 건 부댕의 그림만이 아니었다. 노인분들이 유독 눈에 띄었고 모두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에트르타의 이 코끼리바위를 배경으로 그림을 자주 그렸다고 하는데 우지현의 <풍덩!>에서 발견한 이 그림은 그때 미술관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그림이다.




2016. 7월초 앙드레말로미술관 외젠 부댕 특별전(윗층에서 아래로, 아이폰 촬영)



르 아브르 항구의 일몰/외젠 부댕/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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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30 22: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네의 스승격이면서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읽은 기억이 나요. 프레이야님 에트르타의 코끼리 바위를 가보셨군요. 부럽습니다 ㅎㅎ제주도의 풍경도 좋고 ~ 강요배의 그림엔 늘 제주의 바람이 담겨있는거 같아요. 애기무덤은 넘 먹먹했고.~ 프레이야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저도 낼 음식해야 하는데 ㅎㅎ 맘은 바쁘고 몸은 느긋하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01-30 22:38   좋아요 7 | URL
그림 좋아하시는 미니 님이라 더 잘 아시지요^^ 자연, 특히 바다와 하늘과 구름은 사람에게 무한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저는 바다를 더 좋아했는데 요즘은 숲 또한 좋아집니다. 나이 들어가는 증거인가 봐요. 강요배작가의 <풍경의 깊이>를 만지작거리다 살포시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어요. 작년에 제주의 어느 책방에서요. 눈에 삼삼해서 아무래도 영접해야할 것 같아요. 애기무덤들 ㅠㅠ 설날에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맛난 것도 많이 드세요^^ 저도 현재는 몸이 느긋합니당. 뭐든 닥쳐야 하는 사람이라.ㅎㅎ

scott 2022-01-30 22: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부댕의 그림보다 제주 아라파파 앞 마당 풍경이 더 멋져 보입니다!
설 연휴 제주 기행 프레이야님 겨울 바다 향기 가득!!

즐거운 명절 새해 福 마뉘 ^ㅅ^

프레이야 2022-01-30 22:45   좋아요 6 | URL
와락~ 그동안 수다 못 떨고 좀 어수선했어요.ㅎㅎ 지금도 그렇지만.
본 것들이 좀 있는데 집중 안 되어 못 쓰고 자꾸 밀려버렸네요.
앗참, 사울레이터 다큐도 절묘하게 찬스가 왔지요.
24일에 이곳 영화의 전당에서 하루 딱 한 차례 마지막으로 상영했어요.
횡재한 기분!! 지각해 전반 10분을 못 보았지만 ‘사람‘이 보여서 참 좋았어요.
옆지기도 노년에 그러고 있을 것 같아 필름 잘 보관해두라고 했어요.ㅎㅎ
아라파파 괜춘했어요. 발효차도 좋았고요.
님, 건강하게 해피설날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1-30 22: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제주의 소식을 들으면 공감대가 많아 반갑습니다~^
겨울 제주에 다녀오셨군요~~
아라파파 앞마당에서 보는 버다가 넘 좋았겠어요.
저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해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책을 읽는 분들은 어디서나 책과 함께라서 좋습니다**

프레이야 2022-01-30 23:15   좋아요 6 | URL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 보이고 돌아오면서 그다음을 예정합니다. 바다 좋아하시는군요. 저두요. 인자도 지자도 아니지만 바다든 숲이든 마냥 좋습니다. 책처럼 숲도 바다도 시절인연이라^^ 설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님.

희선 2022-01-30 23: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멋지지만 아라파파 앞마당에서 담은 풍경이 더 멋지네요 카페 이름처럼 천천히 한가롭게 지내기에 좋을 곳이겠습니다 제주에 다녀오셔서 좋으셨겠네요 슬픈 역사가 있는 곳에도 가셨지만... 1100고지에 있는 건 흰 사슴이군요 찾아보니 심성이 어질고 효성이 지극한 사람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백록이 바로...

프레이야 님 설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2-01-31 00:22   좋아요 5 | URL
희선 님 마음 담은 말씀 늘 고맙습니다.
백록이 그런가요 ^^ 좋은 뜻이 담겼군요.
설날 보낼 연료 좀 채우고 왔어요.
까치까치 설날 즐겁게 마음 편히 가족과 함께 보내세요. 2월 1일네요 설날이. 우리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에요. ^^

책읽는나무 2022-01-31 06: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주 여행의 동행인은 곧 책이었군요?
어쩜!!!^^
아름다운 풍경과 프레이야님이 올려주신 책들의 풍경이 너무 잘 어우러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집사님 본능!!!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명절 잘 쇠시구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요♡

프레이야 2022-01-31 06:59   좋아요 6 | URL
와락 책나무 님 댓글 보려고 눈이 떠졌나 봐요. 홀로여행 좋아요. 가는 곳마다 날 기다리는 책과 고양님들 ㅎㅎ 집사본능 제대로 하려면 먹거리 잘 챙겨다녀야 해요. 허술해 ㅠㅠ
귀여운 둥이랑 민이랑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새파랑 2022-01-31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제주도 다녀오셨군요? ㅋ 완전 부럽습니다 ㅜㅜ 사진 보니까 너무 멋지네요. 역시 사진은 아이폰!

프레이야님이 가보신 곳을 전 한군데도 안가봤군요 😅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음식은 조금만 하세요 ^^

프레이야 2022-01-31 13:20   좋아요 3 | URL
넵 음식은 조금만 먹을 만큼만 해야지요 ㅎㅎ 불 앞에 있으면 안구건조증 심해지고 완전 뻑뻑해요. 아직은 안 바쁘고 어정거리고 있어요. 제주는 갈 때마다 다른 게 보이고 다음에 갈 곳도 내정하고 그맛에 자꾸 가나 봐요.
새파랑 님 연휴 느긋하게 건강히 보내세요 ^^

미미 2022-01-31 12: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거문오름 갔을 때 세계자연유산 투표가 한창이어서 저도 한 표 넣었는데 이제 한 달전 예약해야 갈 수 있는 곳이 되었군요. 어쩐지 씁쓸하네요. 그래도 이곳저곳 다니시며 충전이 듬뿍 되셨을것 같아요!! 다음에는 프레이야님 냥이 간식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1-31 13:08   좋아요 6 | URL
넵 냥님 간식 챙겨 나가기!
미미 님 가보셨군요. 전 두어 갈 후 예약해야겠어요 ㅎㅎ 그렇게 인원 제한하여 출입하고 관리를 잘하나 보더라구요. 연료탱크 만땅에서 2프로만 덜 채우고 왔어요. 훌쩍 떠날 수 있음에 감사해요. 해피 설날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1-31 12: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냥 확 떠나 버릴까요?
ㅋㅋ
부러워요~

프레이야 2022-01-31 14:57   좋아요 6 | URL
떠날 때는 이거저거 재지 말고 확~ ㅎㅎ 님 피아노 페이퍼 보고 저도 추억 소환했는데 댓글 못 남기고 피아노 좋아하는 작은딸 픽업해 와서 점심 먹고 앉았네요.
해피설날 보내세요 그레이스 님.

페크pek0501 2022-02-04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라파파 앞마당 사진이 너무 좋네요. 한참 보게 만들어요.
19호실로 가다, 김승옥 작가, 순이 삼촌은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순이 삼촌은 읽었는데 오디오북으로도 나와서 최근 들었어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죠.
책 구경, 이야기 구경, 사진 구경을 실컷 하고 갑니다.^^

프레이야 2022-02-05 14:28   좋아요 2 | URL
페크 님 들으시는 오디오북 어떤 건지 좀 가르쳐 주세요. 오디오는 진짜 집중해서 들어야 하지요. 듣다 옆길로 새기 일쑤라 좀 멀리했는데 이제 좀 가까이해 볼까 싶어요. 이 페이퍼에 사실 하고픈 말이 많은데 간략히 줄였어요. ^^

2022-02-0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6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6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2-06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제주여행 다녀오셨군요. 얼마전에 연휴 시기에 제주도 여행 가는 분들 많다고 뉴스에서 봤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제주도도 겨울이라서 그런지, 사진 속에서 차가운 느낌이 묻어나요.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2-08 23:1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 님 어느새 2월도 2주차네요.
제주에 갔던 날은 따스했어요. 저는 추울까봐 생전 안 입던 내복까지 입고 가설랑 ㅎㅎ
날마다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22-02-16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설연휴 지나고 페이퍼 읽었는데, 잠깐 사이에 시간이 벌써 많이 지났네요.
조금 늦긴 했지만, 오늘(15일)이 정월대보름이예요.
프레이야님,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세요.^^

프레이야 2022-02-16 08:05   좋아요 2 | URL
어제 대보름날이었는데 달 보는 걸 깜빡했어요. 오늘 봐야겠어요. 하루 지나서 보면 더 둥글대요. 만월이 되려면 하루가 더 필요하다고. 서니데이 님도 보름달처럼요^^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무라카미 하루키




시계 깨우기 / 배혜경



오렌지색 둥근 벽시계가 또 멈추었다. 시곗바늘이 12199초를 가리킨다. 오전일까, 오후일까. 시곗바늘을 피하다가 노려보다가 두어 달째 그러는 중이다.


꼼꼼한 아버지는 잘 보이는 벽마다 시계를 걸었다. 집 안 곳곳에서 시계가 우리를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시곗바늘이 섰거나 정확하지 않으면 칼같이 맞춰 두었다. 어른이 되고 내 살림을 꾸리며 나도 시계를 늘려 갔다. 특히 앤티크 시계에 마음을 빼앗겨 사 모았다. 언젠가부터 시곗바늘이 자주 멈추었고 전지를 갈아주면 한동안 가다가 서길 반복하더니 아예 걸음을 멈추고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전지 가는 일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책장 위에서 두 번째 칸에 잠든 탁상시계 세 개를 나란히 올려 두었다. 가끔 쳐다보면 정물로 박인 시계가 나를 보는 건지 내가 시계를 보는 건지 기묘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편으론 정체한 삶의 테두리, 그 바깥의 세상마저 정지한 것 같았다.


시곗바늘이 멈춘 시계가 집에 있으면 좋은 운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오래도록 잠자는 시계 세 개를 모두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내어주었다. 총총걸음을 더 이상 놓지 않겠다고 버티는 시계와 때가 되었다는 듯 가뿐하게 헤어졌다. 다른 데 가서는 또 툭툭 털고 일어나 걸음을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별을 고한 그 시계의 바늘 중 하나는 105139, 또 하나는 72922, 다른 하나는 8932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또한 알 수 없었다. 시간을 따로 묶어 보관해 둔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시간이 어쩌면 훗날의 안녕을 위해 유예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미래의 열매에 과즙이 될 것이라고 어렴풋이 믿었다. 시곗바늘들을 쳐다볼 때마다 시간을 상기했다. 하루하루 잊고 지내다가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남아 달랑거리면 새삼 그 존재를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멈춰 선 그 시곗바늘은 나를 지켜보며 역설적으로 말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도도한 나를 좀 보란 말이야.


철도 녹슬게 하는 시간이라는 괴물은 생각보다 강하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자비롭지도 않다. 시간의 정체를 나는 모른다. 무엇보다 영원한 미스터리인 시간이 이렇게나 스피드광인 줄 그땐 미처 몰랐다.


그 무렵 나는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쓰고 안자이 미즈마루가 삽화를 그린 이 쿨한 에세이 시리즈는 서울-부산 고속철에서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가끔 고개를 들어 빠르게 스치는 창밖 풍경에 눈을 씻고 넋을 잃어도 다 읽기에 무리가 없는 두께다. 하루키의 개인적 에피소드마다 나도 하나둘 추억과 상념이 따라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묻혔던 기억에 잠시 빠졌다가 돌아와도 완독하기에 너끈한, 내용이 아니라 포장이 가벼운 책이다.


'시계의 조촐한 죽음' 편을 읽다가 "전지식 시계의 죽음에 차갑고 무거운 어떤 것이 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는 글귀에 잠시 정차했다. 서른일곱 살 아는 여자의 죽음과 동시다발로 예전에 그 여자에게서 받은 시계가 새벽 두 시 십오 분에 정지해 있더라는 사연이다. 우연이었을 수도 있지만 삶의 정교한 암시를 등한시하지 않는 세심함이 마음에 들어왔다. 고양이 밥을 주고 커피를 끓이는 안온한 일상의 스케치에 이어서 이런 문장이 따라온다.


“ ... 그러고 보니 그 애도 이제 죽고 없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시계는 마치 삶의 여운에 마지막 쐐기를 박듯이 딱 멈춰 있었던 것이다.”


어느 해 2월에 본 박제된 시간의 원형이 떠올랐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 있는 집필실 시계는 박경리가토지를 마무리한 새벽 두 시에 시곗바늘이 멈추었다. 깊은 잠에 빠진 오래된 그 시계는 목숨줄을 끊고 박제한 동물의 형상처럼 으스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중성을 띠고 야릇한 인상을 풍겼다.


파릇한 시절의 나는 가난한 문학도에게서 약혼의 의미로 전지식 손목시계를 받았다. 그 시계는 우리의 첫 번째 분신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건네주었다. 전지식 시계는 우선 편리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지를 교체하는 일이 꽤 성가시다. 전지 수명이 다된 시계는 유한성이라는 생의 한계를 냉정하게 빗대는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기계식 시계에 마음이 기운다. 기계식은 전지를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지만 태엽이 다 풀리면 발걸음을 멈춘다. 태엽이 풀리는 과정을 확대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궤도가 떠오른다. 태엽의 마지막 힘겨운 한 걸음까지 다 풀리면 삶의 여행자로서 우리의 지친 걸음도 쉬어가라는 듯 시계는 단잠에 빠진다. 언제든 다시 태엽만 감으면 잠에서 깨어나고 태엽이 서서히 풀리면서 시곗바늘을 생기발랄하게 되살려준다. 시간은 무한하고 영원하다는 태도를 즉각 취하고 행동에 옮겨준다. 전지식이든 기계식이든 시계는 시간의 유한을 반복해 무한으로 나아가게 한다.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든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지난 일을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삶은 없다. 과거를 다독여 현재와 미래로 나아간다. 삶은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어가는 것이다.


손목시계를 찰 때마다 태엽을 감고 시곗바늘을 맞춘다. 처음엔 번거롭더니 시나브로 이 작은 의식이 썩 마음에 든다. 태엽을 감고 시곗바늘을 2분 정도 앞서도록 맞추면 마음이 조금 느긋해진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기분에 빠진다. 백일몽 비슷한 기분이라 해도 잠자는 시계를 내 손으로 깨우고 시간의 손을 잡고 나아가는 착각을 즐긴다. 잠자는 공주의 시간을 깨운 멋진 이웃 왕자가 되어...


잠자는 오렌지색 벽시계를 내려서 책장 아래 깊숙이 넣어 둔다. 태엽을 감는 기분으로 언제든 전지를 갈아주면 잠에서 깨어나리라.



- 월간 <수필과비평>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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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8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너무 잘 어울리는 멋진 글이네요. 이 글을 <수필과 비평>에 실으셨군요~!! 완전 멋집입니다. 어느순간 스마트폰이랑 워치 때문에 벽시계를 안쓰게 되더라구요. 저도 이 글을 보니 기계식 ⏰ 가 가지고 싶네요 ㅋ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

프레이야 2022-01-08 21:58   좋아요 3 | URL
한때 뻐꾸기 벽시계가 살림템이었죠.
오래된 벽시계 좋아합니다. 요샌 편리하게 뭐든 변해가는데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편할 때가 있더라구요. 연식이 드러나는 건지. ㅎ 고맙습니다 새파랑 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mini74 2022-01-08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정에 있던 커다란 괘종시계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가 시계밥 준다하시면 막 구경했던. 봐도뵈도 질리지 않던 풍경입니다 그시계가 매년 어느 순간조금씩 느려지고 초침이 떨어지고ㅠㅠ우리도 그 시계도 그 집에서의 그 시간을 잡고싶었던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러고보니 전 첫번째 시계가 미키전자시계였습니다 ㅎㅎㅎ 그것도. 제가 커서 번 돈으로 처음 산. 어릴 적 너무 너무 갖고 싶었거든요

프레이야 2022-01-08 21:57   좋아요 2 | URL
시계 밥 준다고 말했었죠. ^^ 미니 님 아빠도 시계 밥 잘 주시던 부지런한 분이시군요. 미키시계 로망이었죠. 전 중학교 들어가서 아빠가 사 주신 카시오 전자시계가 첫 시계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멋 없는 시계였지만 그당시엔 나름 검소한 아빠의 시계사랑이 제게도 전해졌던 거 같아요. 미니 님은 내돈내산하셨군요. 야무지고 대단하세요.

stella.K 2022-01-08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전지식 시계는 편하긴한데 갈아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지금은 시계점도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도 쉽지가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런 거 생각하면 기계식이 나은 것도 같은데 그건 하루에 한 번씩 태엽을 말아줘야하고.
예전에 그걸 두고 시계에 밥 준다고 하기도 했었죠.
어렸을 때 그 얘기 듣고 시계가 어떻게 밥을 먹는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가 어리둥절 하기도 했었다능.ㅋ

몇년 전 시계 라디오를 사서 쓰고 있는데 쭝국산이라 그런지
시간이 잘 안 맞더군요. 항상 앞서가요. 전기식인데 그것도 앞서가서 좀 벙쩠다능.
지금은 거의 제 시간에 맞쳐놓고 있는데 얼마 안 있으면 또 앞서갈 거예요.
2, 3분 앞서가면 마음이 좀 느긋하긴 하죠.^^

프레이야 2022-01-08 21:56   좋아요 4 | URL
우리집 시계는 모두 시곗바늘이 제각각이라 신경 안 쓰다가 불현듯 시계가 걸려 있다는 것만으로 그냥 무슨 의미인지 싶어서 벽시계를 좀 없앴어요. 건전지 갈아주는 것도 귀찮고 탁상시계도 마찬가지고요. 디지털시계가 정확하고 간편한 면이 있지만 어쩐지 시계는 저렇게 좀 빠르기도 느리기도 한 거지 싶어요.
스텔라 님 시계도 좀 빠른 걸음이라 몇 분힉 앞서가나 봅니다. 그럼 그런대로요 ㅎㅎ 시계 밥은 제때 줘야 하지만 간헐적으로 줍니다 저는.
시간은 조금 밀고 당기고 그렇게 살자구요^^

2022-01-09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9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1-11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들은 소설도 좋지만, 이전에 썼던 에세이도 좋았어요.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고요.
이제는 휴대전화를 많이 쓰지만, 그래도 벽시계가 없으면 답답한 걸 보면 정해진 공간에는 시계가, 달력이 있는 게 익숙한 생활 같기도 합니다. 얼마전 탁상시계가 고장이 났는데, 고치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보던 생각도 나고요.
프레이야님,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11 22:22   좋아요 4 | URL
하루키 에세이 좋아하죠 대부분. ^^
시계를 좋아하는 건지 시곗바늘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 추워지네요 또. 감기 조심하시고요 굿나잇 ~

희선 2022-01-12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멈춘 시계가 집에 있는 것도 별로 안 좋군요 멈춘 벽시계는 없지만... 시간은 흘러가니 멈춰 있으면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습니다 소설 같은 데 그런 거 쓰였을 듯도 합니다 시계가 멈췄는데 그날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같은... 태엽을 감아주는 시계, 멋질 듯합니다 손목시계도... 지금은 거의 전지식이잖아요 멈춘 시계를 다시 깨울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프레이야 2022-01-12 01:15   좋아요 2 | URL
집에 걸렸거나 놓인 시계 갯수를 좀 줄였어요. 왠지 마음도 좀 느긋해지더군요. 여백이 생기니까요. 그게 2020년 봄에 대정리를 할 때였어요. 시간의 압박에서 놓여나도록 잘 조절해야겠지요. ^^
하루키의 태엽감는새, 생각납니다.
아 그리고 정리컨설턴트 말이 시계만 그런 게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모든 물건은 좋은 기의 흐름에 별로랍니다. 고장난 게 있으면 고쳐서 쓰거나 아니면 처분하거나 해서 미니멀하게요. 미니멀이 무조건 버리라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소유해서 충분히 잘 쓰는 것이라는 말이죠. 공감되었어요 이말이 제일. 막힘없이 잘 흐르고 통하게!! 시계든 뭐든 안 쓰고 쟁여둔 게 얼마나 많은지. 책도 그렇겠죠.

2022-01-1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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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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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손바닥소설



비굴

 


구룡포 시장 안으로 먼지 뒤집어쓴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방금 찬물로 아침세수를 한 개량시장에는 어제의 난장(亂場)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마른 몸에 두툼한 점퍼를 걸친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질퍽거리는 고인 물을 피해 드문드문 문이 열린 식당을 기웃거리더니 한 곳에서 일행에게 손짓한다.


손바닥만 한 식당에 아주머니 혼자 냉큼 난로를 켜고 보일러를 올리고 분주하다 금방 따뜻해질 겁니더.” 


방석 위로 냉기가 엉덩이에 착 올라붙는다.


기호도 취향도 모르는 사람들과 생글거리며 다니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라는 걸 순영은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허난설헌을 모르다니... 역사가라도 되는 줄 안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순영은 어제 강릉에서의 일이 생각나 또 속으로 날이 선다.


땡초 좀 많이 넣을까예?” 


전라도 같기도 경상도 같기도 한 억양인데 둘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매운탕은 조금 맵싹해야지예.”


우럭매운탕이 끓는 동안 아주머니가 밑반찬과 밥을 내온다. 온장고에서 꺼내준 누런 밥은 사흘은 돼 보이고 그마저도 돌덩이다. 순영은 온도가 어정쩡한 국물로 까끌한 목구멍을 적신다. 점퍼를 벗은 종수는 어젯밤 일은 전혀 기억도 안 나는지 매운탕 한 그릇에 밥을 말아 잘도 넘긴다. 예민한 사람인데 아닌 척하는 건 둘이 똑같다. 숟가락을 그만 놓은 순영은 지난밤 일이 꿈만 같아 어깨를 웅크린다. 숨통이라도 틔우자는 생각에 종수도 순영도 무작정 사람들에 섞인 게 사흘째다.


아침은 늘 신기하기도 무섭기도 하다. 딜리트키를 눌러 어제 일은 싹 지우고 새로 시작하라고 세상을 눈앞에 떠다미는데, 그게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론 간이 안 맞는 국물 같이 역겹다. 사는 일이 원래 간이 잘 안 맞는 음식 같지 뭔가. 맛나게 만들려고 하면 간이 더 안 맞기 일쑤다. 순영은 이런 생각이 들자 오스스 어깨를 떨며 종수 손에 떠밀린 쇄골 부위를 손으로 문질러 본다.


갑자기 웬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시장 안을 찢는다.


아침부터 누가 저렇게 싸워요?” 


종수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말 걸기를 좋아한다. 어떨 땐 무심한데 어떨 땐 사정없이 정답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 곧이곧대로 얼굴에 다 드러나는 순영에게는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때가 있었다.


오죽하면 저라겠나? 남자가 깨끗하이 해 주고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든가 말든가. 이혼도 안 해주고 다른 여자캉 살고 생활비도 안 주고... 저랄 만도 하재. 쯧쯧.”


순영은 아주머니 말을 뜨거운 숭늉 한 모금으로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제야 바닥이 따뜻해져 온다.


일본가옥거리에 일본 사람들은 없던데요. 아베 한번 만날까 했더니 아베도 없고.”


그 사람들은 다 죽고 없지예. 집만 쪼매 남아 있지예.”


순영은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어젯밤 일만 해도 일면식 없는 타인에게 마스크도 하지 않고 자꾸 말 거느라 벌어진 일이잖은가. 순영은 시장판에서 악다구니하던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밖으로 나간다.

여자는 그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어제 낮에 걸려 있던 세로로 반쪽 난 소머리도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머릿속을 시장판에 내어 걸고 역시 텅 빈 회색 눈동자만 뜨고 있던 출구가 막힌 미로. 속을 보인다는 것도 속을 훤히 본다는 것도 고통 속을 통과하는 일이란 걸 순영은 안다. 늙은 엄마가 생에 마지막으로 위대장 내시경 시술을 받는 동안 모니터로 지켜본 속을 떠올린다. 수면 중인 엄마의 신음이 늘어진 괄약근에서처럼 무방비로 새어 나왔고 노쇠한 그 짐승 소리는 시퍼런 배설물이 고인 구불구불한 속과 함께 순영의 창자를 몹시도 흔들어댔다.


종수도 식당을 나와 담배 한 대를 물고 세상을 악다구니로 살던 때를 떠올린다. 비전이 보이지 않던 회사를 탈출해 바다를 찾아다니던 때 아내와 소원해지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이기적인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긴 쉽지 않고, 거리가 생기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내는 졸혼 비슷한 걸 선포했다. 종수는 억울했다. 세 아이들에겐 친구 같은 아빠로 아내에겐 마당쇠 같은 남편으로 산 게 얼만데... 이쯤에서 더 비굴해지고 싶진 않았다.


역마살이 맞춤이던 그해 봄, 놀이 멋진 서쪽 포구마을에서 동화책 삽화를 그리며 혼자 사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 과거를 입에 올리지 않는 순영은 당차지만 여리고 물러설 줄 아는 구석도 있었다. 바람 따라 사는 종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이쁜 글씨로 편지를 자주 썼다. 여자가 좋아하는 걸 정확히 아는 남자다. 때때로 모르는 척할 뿐. 종수는 순영이 본 세상에서 두 번째로 복잡한 남자였고 순영은 종수가 본 세상에서 두 번째로 까칠한 여자였다. 서로 결핍이 무언지 잘 알았다. 순영은 가시를 능숙하게 숨기는 대범한 여자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았고,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엔 그게 잘 안 되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불평 한마디했기로 막무가내 튀어나온 말도 안 되는 질타 앞에서 순영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동안 자존심도 감추고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절벽 앞에 선 것 같았다.


왜 울어? 지금 우는 거 비굴한 거야. 너 그렇게 비굴한 여자였어?”


굴비도 아니고 비굴인데 순영은 그깟 단어가 뿜는 비린내에 구토가 나왔다.


집에 돌아온 순영은 서랍을 정리하다 잊고 있던 걸 발견했다. 쓰지 않은 장이 많이 남은 줄지 스프링 노트에 이십 대의 고민이 휘갈겨져 있다. ‘하나도 안 변했어.’ 제대로 한번 펀치도 날려보지 않고 무릎 꿇는 자신이 바이러스보다 암세포보다 마흔다섯 순영은 무서워졌다. 속이 또 울렁거렸다.



촌평 _

손바닥소설은 통상 엽편소설, 콩트라 지칭하지만 콩트는 프랑스어의 단편소설에 해당된다. 그래서 20매 안팎의 소설을 우리는 '손바닥소설'이라 편의상 지칭하고 작고 좋은 소설을 골라 게재하려 한다. 또한 크로스오버 시대에 대응하는 장르해체와 융합에 대한 실험과 새 지평을 열기 위한 코너임도 밝힌다. 


짧은 스토리로 원형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날카롭게 인간과 삶, 그리고 세상을 비판하는 소설, 소설 같은 소설을 계속 찾으려한다. 배혜경의 <비굴>은 이 맥락 상에 놓인 짧은 소설로, 결말 부분의 반전을 언어 트릭으로 시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굴비'와 '비굴'의 음운도치로 콩트적 기법을 살리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개성적인 소설문체이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명증한 관계양식을 보여주기 위한 소설문장에 대한 관심이 더했으면 한다.

 (손바닥소설 심사위원회)




- 계간 <인간과문학> 2021겨울호(제36호), 손바닥소설.




책에는 싣지 않은 창작노트 _ 

그해 겨울 한 해가 가기 열흘 전이었나. 구룡포 시장 바닥에서 두개골을 훤히 열고 가게 앞에 걸려 있는 소의 머리를 보았다. 14매, 손바닥소설은 거기서 출발했다. 시장 한복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시장에 가면 양가감정이 이는 어떤 원형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곳에 마치 굴비가 걸리듯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세로로 쩍 갈라놓은 두개골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훤히 열리는 듯 바람이 슝하고 불었다. 토악질이 나려했지만 한편 시원했다. 비굴하게 살지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순응과 현실타협은 한끗 차이다. 순응과 타협의 속내가 다르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한 때는 용왕을 꿈꾸고/ 삼천정병을 이끌고 토끼를 잡으러 가고 싶었을 게다/ 속살까지 퍼렇게 물든 바다에서 혁명을 꿈꾸다/ 태어나 처음 공기를 맛보고/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에 소금이 뿌려진 채로/ 제 태어난 바다를 동공에 담고/ 나일론 끈에 효수당한 채로/ 석 달 열흘을 매달려 있다가/ 지폐 몇 장에 팔려/ 불빛 가난한 이의 밥상에 누웠다// 우르르 달려든 쇠꼬챙이에/ 몸뚱이는 산산이 부스러지고/ 앙상한 뼈와 헤진 내장을 드러낸 채 / 누웠다/ 두 눈 부릅뜨고 / 누웠다// 아버지가/ 누웠다. ― 박현 시 <굴비> 전문




_비굴의 시대

_비굴이 아니라 굴비옵니다

_굴비낚시






구룡포 적산가옥 카페, 가지야 & 까멜리아(배혜경 아이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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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22-01-06 1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구룡포에도 적산가옥이 있나 봅니다.
적산가옥 찾아 군산이며 목포, 부산 등 찾아다녔었거든요. ^^

프레이야 2022-01-06 15:02   좋아요 5 | URL
브리즈 님, 부산이면 남부민동과 초량 쪽에 오셨군요.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곳 많더군요 요새. 구룡포 일본가옥거리 저곳에 여명의눈동자 촬영한 가옥도 있고 동백이 나오는 드라마도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예전 느낌은 안 살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거 같아요 ^^

햇살과함께 2022-01-06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지원 아니십니까?!

프레이야 2022-01-06 13:51   좋아요 5 | URL
원고 보낼 때 최대한 얼굴이 가려진 사진을 보냈는데 알아보시면 ㅋㅋ 농담이어요 돌 날아올라요. ㅎㅎ 한번 웃고 가세욤 햇살과함께 님.

얄라알라 2022-01-08 10:11   좋아요 1 | URL
같은 생각^^

다락방 2022-01-06 1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지원인줄 알았어요!!

프레이야 2022-01-06 15:41   좋아요 4 | URL
아아니 락방 님꺼정 왜 이러세요. ㅎㅎ

미미 2022-01-06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앗~♡ 프레이야님 반갑습니다🖐 사진보니 인사를 하고 싶어져요!!ㅎㅎ

프레이야 2022-01-06 15:19   좋아요 4 | URL
앗 귀여운 미미 님 안녕하세요 하이 👋 ㅎㅎ

책읽는나무 2022-01-06 14: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지원인 줄?? 프레야님만 세월을 거슬러 오라가고 계시군요? 어머 어쩜~^^
근데 이젠 소설도 쓰시는군요?? 좋은데요?^^

적산가옥이라 하니까 부산 아이유가 밤편지 촬영한 정란각이 생각 나네요^^ 이름이 생각 안나 금방 찾아봤더니 문화공감으로 바뀌었네요. 적산가옥도 일본가옥이라고 명칭이 바뀐 듯도 하고 그렇네요.
암튼 그곳 참 운치 있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저곳도 그러하겠죠?^^

프레이야 2022-01-06 15:25   좋아요 6 | URL
우잉 책나무 님 ㅎㅎ 이게 사진 크기가 줄여지지 않네요. 어케 하는지. ㅠ 컴맹. 글, 틀에 박히지 않고 싶어서요. 말씀하신 정란각 그곳 문화공감 수정, 지금은 임시휴업 상태더군요. 안 그래도 대신 거기서 가까운 카페 초량1941, 내일 작은딸이랑 가보려구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1-06 15: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하지원보다 멋지고 예뻐요.
에세이와 영화 평론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소설까지 집필하시는군요~~
넘사벽이란 이런 것인것 같아요.
구룡포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꼭 가봐야할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01-06 18:40   좋아요 3 | URL
아휴 과찬에 몸둘바를요 ㅠㅠ
새로이 시도해 보았어요.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구룡포 가 보실 만해요. 과메기 덕장도 있고 바다랑 옛날집들 골목요. 조용한 저녁 누리세요 페넬로페 님^^

새파랑 2022-01-06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룡포는 과매기죠~!! 예전에 구룡포 놀러 많이 갔었는데 반갑네요~! 그리고 손바닥 소설 재미있어요~!!

프레이야님 혹시 작가겸 배우 이신가요? 미모에 깜짝 놀랐어요 ^^

프레이야 2022-01-06 18:43   좋아요 2 | URL
아아니 새파랑 님 ㅎㅎ 뽀샵이란 게 있잖여요. 재미나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룡포 과메기 좋아하시죠. 청어가 귀하대요. 전 많이 즐기진 않지만 훈련을 한 번 먹어줘야 하는데 올겨울은 지나갈 것 같아요.

stella.K 2022-01-06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위에서들 다 하셨고,
저도 첨에 굴비로 읽었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자꾸 글자를 바꿔 읽게 되더러구요.
그래도 이 글은 바꿔 읽어도 그리 비굴하지 않아 좋네요.ㅋㅋ
대단하십니다!^^

프레이야 2022-01-06 18:45   좋아요 2 | URL
비굴하지 않게 장치하고 살아요 우리. ㅎㅎ 저도 요샌 눈도 침침하고 글자도 헷갈리고 어리버리 그럽니다. 고맙습니다 스텔라 님 ^^

키라키라 2022-01-06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재밌어 빠져 읽었습니다 ^^ 손바닥 2편도 궁금해지네요 ㅋ

프레이야 2022-01-06 18:46   좋아요 2 | URL
키라키라 님 재미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편도 다음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온한 저녁 보내세요.

mini74 2022-01-06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넘 좋다. 굴비와 비굴이 이렇게 멋진 글로 ㅎㅎ이래서 작가님이신거죠 . 넘 좋아요 ~~작가님 예쁘기까지 하시군요.

프레이야 2022-01-06 18:48   좋아요 3 | URL
똘망이 엄마 미니 님 고맙습니다 ^^
언어에 예민한 거 같아요 우리 북플들은요.
어느 순간 딱 꽂히는 글자 하나에도 많은 게 칡넝쿨처럼요. 우리 기억이 없다면 얼마나 가난할까요. 저녁 맛나게 드세욤.

라로 2022-01-06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야님의 미모와 피부는 여전하군요!!! 아름다움에 눈이 부셔요~~~!!^^

프레이야 2022-01-06 18:58   좋아요 1 | URL
아고 ㅎㅎ 옆지기 카메라라 그래 보이나 봐요. 그나저나 강릉 박이추 커피점이 상암동에도 있어요 서울 오면 가요 같이. 괜찮더라구요^^

여울 2022-01-06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이런 글 원했는데 님의 글인 걸 알고 더 깜짝. 잘 어울리네요^^

프레이야 2022-01-07 07:5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여울 님 ^^

서니데이 2022-01-06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 아니었군요. 북플로 보는데, 하지원님인줄 알았습니다.
프레이야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07 07:5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까지 ㅎㅎ 오늘도 좋은 날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scott 2022-01-07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 포스팅에 새겨진 사진

앵두 커버로 바꿔 버립시다!!

판매량이 전 보다 🤞배 뛰어서
랜선 독자 미팅을 열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 할 것 같습니다!!

2022년 새해 베스트 셀러 작가 이름에

프레이야님이 뙁!💓

프레이야 2022-01-07 15:39   좋아요 1 | URL
아아니 그런 트릭을요 ㅎㅎ
앵두홧팅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캇님
오늘 날이 따시해요.
남은 시간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 ^^

희선 2022-01-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굴과 굴비 재미있네요 이런 손바닥소설도 쓰시다니 멋지고 사진도 멋집니다 시간은 가고 주말은 다가오다니... 프레이야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2-01-08 00:30   좋아요 0 | URL
희선 님 추운 겨울밤 조용한 시간 맞이하시고 내일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2-01-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의 <비굴>은~~~~.???
와 멋져요!!!!!!!!!!!!!!! 프레이야 님은 너무 대단하신 분 같아요. 수필에 이어 소설에 이미 도전하신 건가요?
이미 뽑히시기까지 하신 건가요?
저도 손바닥 소설을 써 보겠다고 가와바타 야쓰나리의 책과 보르헤스의 책을 몇 년 전에 샀는데
결국 도전에 실패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하하하~~~ 저는 한 장르라도 잘 쓰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도 맘대로 안 된다는...

님이 쓴 소설을 복사붙이기 해서 천천히 감상하겠습니다. 또 글 실리면 올려 주십시오...^^

프레이야 2022-01-09 18:56   좋아요 1 | URL
로망이었지만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뽑혔어요 ㅎㅎ 미숙하지만 해볼까 합니다. 먼저 많이 읽어야겠지요. 하지만 너무 많은 인풋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 습작 오래도록 하고 있는 언니가 있는데 내년엔 짧은 이야기집 정도로 책을 내려고 하더군요. 저는 마구마구 응원했어요. 저도 공부를 좀 해야하겠지요. 페크님은 보르헤스와 야스나리를 선생님으로 모셨군요 이미. 전설이 실화가 되는 날이 있겠지요 페크 님 으샤!!
 

 












새해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눈 뜨면 북플을 훑어보는데 오늘 눈에 띈 책은 두 권이다. <끝낼 수 없는 대화>와 이 책 <빅터 프랭클>을 당장 구매한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옮긴 이시형 박사가 번역했다. 


나는 2013년 새해를 맞이하며 오리무중인 삶과 그 안에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을 느꼈다. 그해 1월 초, 내 갈급한 마음에 화답하듯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만나 단숨에 읽었다. 명료한 생각과 단호한 문장이 무척이나 힘이 되었고 저자의 정신력에 감탄하며 <이것이 인간인가>를 떠올리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의 선택은 다르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수용소에서는 항상 선택을 해야 했다. 매일같이, 매시간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죽음의 수용소에서, 120쪽)"로 이어지는 프랭클 박사의 처방은 유효적절했다. 














우리의 현 상황이 마치 수용소의 수감자 같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한다. 비단 현 상황만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인간 실존의 문제에 연루한다. 선택의 자유가 허용될 때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은 인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죽음의 수용소에서, 121쪽)". 그러면서 프랭클 박사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인용한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수용소에서는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과 친해진 후,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이 말을 자주 머리 속에 떠올렸다. 수용소에서 그들이 했던 행동, 그들이 겪었던 시련과 죽음은 하나의 사실, 즉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는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 주고 있다. 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121-122쪽) 















회상록에서 훨씬 더 좋은 사유와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저 볼드체 문장!


결국 늙는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덧없음의 측면이다. 하지만 이 덧없음이 근본적으로 삶을 책임지게 하는 유일하게 큰 자극제이다.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임감에 대한 인식. ......

두 번째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라. 첫 번째 인생을 잘못해서 모두 망쳤는데 두 번째 인생을 살면서도 지난번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라. 실제로 책임감은 그런 가상의 자서전을 거쳐 진짜 자신의 삶으로 옮겨 가게 된다. (193쪽)


우리 집 수족관에 사는 물고기들은 좁게 보이는 그 공간에서 수감자로 산다. 단지 우리가 보는 관점일 뿐, 물고기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느긋하게 쉬고 24시간이 바쁘다. 먹이가 주어지면 맛있게 먹고 또 움직인다. 한 달에 두 번 수족관 청소를 옆지기가 한다. 오래도록 관리를 맡겼는데 작년부터 우리 손으로 해보자 했다. 수초에 낀 때가 잘 빠지지 않아 며칠 후 확 다 뒤집어 갈아주고 수족관 안을 재배치할 것이다. 예전에 살았던 앵두플래티는 가고 없지만 삶이 그러저러하다 생각될 때면  '앵두'를 생각한다. 새해가 시작하면 새 마음을 먹고 덕담을 나누기는 그게 작심삼일이 된다해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작심삼일을 계속 이어가면 된다는 농담 아닌 진담. 


연초에 덕담을 나누다 어느 선생님이 내 글 '앵두를 찾아라'에서 한 문장을 피드백해 주셨다. 나는 그때 자유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구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 "본능적인 욕구에 집착하지 않고 과욕하지 않기란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비결이다. 자유롭지 않음은 아직 버리지 않은 게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선택을 다시 새긴다. 그 의미란 게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하는지 잘 살피는 양치기가 되자. 풀어헤치고 모으고 여유있게 지혜롭게 잘 건사하자. 작은딸이 곧 도착한다. 특강 시작하기 전에 며칠 마지막으로 쉬겠다고.^^  착한고양이 모꾸 목욕 한 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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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3 10: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지나온 사람들의 말은 항상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저런 고통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도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계속 되풀이되어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죠. 원하는건 그저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일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새해에는 모든 고통받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기를 기원합니다.

프레이야 2022-01-03 11:02   좋아요 5 | URL
몸의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몸의 고통 앞에서 우리의 정신은 얼마나 나약한지요.
손끝만 조금 불편해도 힘든데 말이죠.
세상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

새파랑 2022-01-03 11: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너무 공감가는 문장이네요 ㅜㅜ 역시 도선생님은 천재~!! 수용소 관련된 책을 읽으면 자유란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됩니다 ㅋ

오늘이 작심삼일의 마지막 날이니까 새로운 다짐을 하나 해야할거 같아요 ^^

프레이야 2022-01-03 13:37   좋아요 4 | URL
전 사실 무슨 다짐을 잘 안하는 편인데 올해에 우연히 일주론을 알게 되어 좀 들었어요. 겸손과 조심조심을 다짐했답니다. 뭔가 순간순간 깨어있기가 중요한 것도 같구요. 고통을 승화한 도선생이나 플랭클의 말이 또 마음 안에 다시 들어오네요. 새파랑 님 오늘도 좋은 하루에요. ^^

stella.K 2022-01-03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회상록은 또 언제 나왔다 절판된 걸까요?
더구나 중고샵에선 3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나원...
프랭클은 정말 멋있는 의사죠. 다시 한 번 읽는다고 하곤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ㅠ

프레이야 2022-01-03 17:08   좋아요 3 | URL
앗. 절판요 ㅠ 전 2013년 1월 2일에요. 회상록이 못지않게 좋던데요. 전기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개인의 몫으로 모든 걸 돌리면 부당하지만 그런 관점이라기보다 우리의 의지를 높이 산 강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mini74 2022-01-03 18: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목욕잎에 착한 고양이는 없습니다 ㅎㅎㅎ 어제 울 똘망이 목간 시키는데 시간이 좀 길어지니 막 바둥거리며 나가겠다고 ㅎㅎ 저도 프레이야님처럼 잘 살피는 영치기가 되고 싶습니다. *^^* 언제나 좋은 글, 참 좋습니다 ~

프레이야 2022-01-03 23:37   좋아요 3 | URL
미니 님네 똘망이 바둥거리는 거 생각하니 막 귀여움이 돋네요. ㅎㅎ 목욕 아직 못 시키고 아무튼 작은딸 상경하기 전에 목욕하는 걸루요. 고맙습니다. ^^

희선 2022-01-04 0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에 놓여 있어도 잘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인 듯해요 수용소에서는 더 어렵겠습니다 거기에 있으면서 그날을 잘 살려고 한 사람은 살았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게 누구 이야기였는지 잊어버렸네요 빅터 프랭클일지도... 의사였다고 했으니 맞는 듯합니다 잠깐 다른 사람을 생각했네요 살아 있다는 걸 좋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1-04 11:19   좋아요 3 | URL
프랭클 박사는 실제로도 장수했어요 타고난 정신력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무한존경심이 생겨요. 오래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한 적이 있고 지금도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삶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선택이 우리의 의지도 밀고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은 특히 든답니다. 오늘 하루도 밝게 따뜻하게 보내세요 희선 님^^

거리의화가 2022-01-06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아직 버리지 않은 게 많다는 말이 마음에 남네요.
나를 구속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결국 끌어안은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요.
새해 빅터 프랭클의 책이 주는 메시지가 여러 모로 저를 일깨웁니다.

프레이야 2022-01-06 17:34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 님 공감 고맙습니다.
욕심이 사람을 옭아매는 경우를 주변에서 봅니다. 오늘 겨울햇살이 밝아요.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