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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류시화 옮김)


팔월 초 무덥던 날,
칭다오미술관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그림<盲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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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1-1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시에용♡♡♡

프레이야 2018-01-19 19:38   좋아요 1 | URL
저는 얼마 전에 알았네요. 나짐 히크메트. ^^

hnine 2018-01-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그림 제목이 왜 맹인일까...갸우뚱
쳐다보고 있으려니 세 사람이 보이네요 ^^

프레이야 2018-01-19 19:38   좋아요 0 | URL
저는 두 사람만 보이는데요. 숨은 한 사람은 어디 있을까요^^

hnine 2018-01-19 22:02   좋아요 1 | URL
사진 찍고 계신 분이요 ^^

프레이야 2018-01-20 11:58   좋아요 0 | URL
나인 님의 심안으로 ^^
저 그림 너무 슬프지 않나요?

꿈꾸는섬 2018-01-2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사진도 넘 좋아요.^^
좋은 주말 되세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8-01-20 12:00   좋아요 0 | URL
꿈섬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 많이 쓰시구요. 홧팅^^

꿈꾸는섬 2018-01-21 12:03   좋아요 1 | URL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
많이 써볼게요.^^

2018-01-2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9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선여정不宣餘情


정끝별


쓸 말은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편지 말미에 덧붙이는 다 오르지 못한 계단이라 하였습니다

꿈에 돋는 소름 같고 입에 돋는 혓바늘 같고 물낯에 돋는 눈빛같이 미처 다스리지 못한 파문이라 하였습니다

나비의 두 날개를 하나로 접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이 이아음을 안아 겹이리든가 그늘을 새기고 아침마다 다른 빛깔을 펼쳐내던 두 날개, 다 펄럭였다면 눈 멀고 숨 멎어 돌이 되었을 거나 하였습니다

샛길 들목에서 점방처럼 저무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봉인된 후에도 노을을 노을이게 하고 어둠을 어둠이게 하는 하염총총 하염총총, 수북한 바람을 때늦은 바람이게 하는 지평선의 목마름이라 하였습니다

때가 깊고 숨이 깊고 정이 깊습니다 밤새 낙엽이 받아낸 아침 서리가 소금처럼 피었습니다 갈바람도 주저앉아

불선여정 불선여정 하였습니다


-------------

말을 할수록 침묵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시와 사랑 아닌가. ˝이대 나온 여자˝ 정 시인의
오늘 특강 중 결미의 말이었다.
밝고 편안한 기운을 나눠주는 시인이었다.
침묵하고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단계라면,
시든 사랑이든,
쉬이 돌아가지 못할 인연의 문턱을 넘은 게 아닐까.
정끝별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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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를 쓴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을 작년 첫날을 시작하며 읽었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썼다.
나의 삶, 우리의 삶‥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사는 삶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이었던 책이었고,
문제는 실천에 있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영화와 함께 보려했지만
영화는 놓치고 말았다.
무려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오는데ㅎㅎ
다음에 보는 걸로.
이번에는 자기결정, 이 나왔네.
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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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9-2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눈여겨보고 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5-09-2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 사과를 내밀다



1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가에 달려 있는 사과들이 불길처럼
나의 걸음을 붙잡았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행동이 나쁜짓이라는 것을
가난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한번 어기고 싶었다

손 닿을 수 있는 사과나무의 키며
담장 안의 앙증한 꽃들도 유혹했다

2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나오는데
주인집 방문이 열리지 않는가

나는 깜짝 놀라 사과를 허리 뒤로 감추었다

마루에 선 아가씨는 다 보았다는 듯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3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다시 놀랐다

젖을 빠는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소 같은 눈길로
할머니는 사과를 깎고 있었다

나는 감추었던 사과를 내밀었다, 선물처럼



■ 국수



젓가락을 구멍 속에 넣고 눈을 감은 채
국수 가락을 건져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집는 양만큼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친구들이 마련한 생일 행사였다

나는 눈을 감고
손에 힘을 주었다
하나, 둘, 셋, 친구들의 외침에 따라 젓가락을 모았다

어쩌나...... 젓가락이 헐거웠다

됐네, 친구들의 만류에
흔들리는 그림자 같은 마음으로 눈을 떠보니
젓가락이 커다란 그릇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눈감고 젓가락에 힘을 주는 순간
친구들이 그릇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나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친구들은 박수를 쳐댔다
나는 부끄러웠지만 그득한 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놓였다




□ 눈썹이라니까요
-아라비안나이트


1

아픈 마음에 쓸 약초를 구하러
어느 산골에 이르렀는데
한 사내가 마을 어귀에 헌병처럼 서서
사람들을 잠깐씩 제지했다가 들여보내고 있었다
살짝 다가가서 보니
소꿉장난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어디가 잘생겼나요
코지요

어디가 잘생겼나요
입술이지요

사람들이 자신의 잘생긴 곳을 말하면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코도 낮고 입술도 두껍고 눈도 작고 피부도 거친데
서로 인정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2

어디가 잘생겼나요
눈썹이지요

사내는 내 눈썹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

어느덧 날이 저물어
막아섰던 사내는 일과를 끝냈다는 듯
자리를 뜨려고 했다

나는 다가가 외쳤다, 눈썹이라니까요!



- 맹문재 시집 / 사과를내밀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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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내 눈 밑으로 열을 지어 유유히 없는 길을 내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내려다본 적 있다, 16층이었다

 

  기럭아, 기럭아

  나 통증도 없이 너의 등을 보아버렸구나

  내가 몹시 잘못했다

 

 

 

- 안도현 시집 [북항],에서

 

 

 

눈 아래로 저 멀리 물가에서 노니는 황조롱이들의 등을 내려다 본 적이 있다.

망원렌즈 속에 잡힌 그네들의 등이 포실하니 햇살을 받아 따사로운데

입술이 마르고 눈이 부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등을 본다는 건 말할 수 없이 스미는 모종의 쓸쓸함을 마주하는 일이다.

이별을 밥 먹듯이 하는 질긴 인연의 등이거나,

혼자 밥술을 뜨는 사람의 어두운 등이거나,

하루치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여윈 어깨에 이어내려온 얇은 등이거나,

갈수록 곱사등이가 되어가는 등을 짊어지고도 미모의 시절 지녔음직한 도도함을

내려놓지 못하는 늙어가는 사람의 등이거나,

두려운 일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다.

그 소리 철렁, 들릴까 봐

획 돌아서지도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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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2-1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할머니가 되어 남들이 전혀 알아주지도 않는 도도함으로 혼자 헤매일까 두렵기도 합니다. ㅋㅋㅋ

프레이야 2013-02-17 18:33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좀 도도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라로 2013-02-1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을 보는 일이 쓸쓸하기도 하더군요,,,요즘 남편의 등을 보면 괜히 애처로와요,,,많이 늙은건가요???ㅎ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13-02-17 18:34   좋아요 0 | URL
젊어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전 고3때 엄마의 등이 잊혀지지 않거든요.
중학생 때 본, 원피스 입은 엄마의 등도 그렇고요.^^

이진 2013-02-1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히 시를 읽고 등가죽이 위로 바짝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비님 말처럼 등은 통증의 부위이군요. 쓸쓸할 뿐더러 이면적인, 늘 그림자져있는, 그러한 부위.
안도현의 시는 언제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구석이 보여서 좋아요.

프레이야 2013-02-17 18:35   좋아요 0 | URL
안도현의 '북항'은 이전의 시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와요.
저 시는 그중 상대적으로 짧게 찌르는 시였어요.
등을 사랑하자구요^^

다크아이즈 2013-02-1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제 버전은요,
<내 통증만 살피느라 너의 등을 못 보았구나
기럭아,내가 몹시 잘못했다> 입니다.

눈썰미 좋은 모든이들은 시인입니다. 휴~~

프레이야 2013-02-17 18:36   좋아요 0 | URL
팜므님의 버전이 제 마음이기도 하네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등골을 빼먹고 살아온 모든 우리들..

순오기 2013-02-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등을 볼 수 없다는 게 모두에게 주어진 축복이기도 하다는...
21일엔 우린 어떤 등을 갖고 만날까 기대도 하는...

프레이야 2013-02-17 18:42   좋아요 0 | URL
전 자주 제 등을 봐요. 거울 비춰서요.^^
남의 등도 제대로 못봐주고 사니 자기 등은 오죽할까요.
등 밀어주는 사람이 제일 좋아요 ㅎㅎ
그날 등 토닥여주며 만나요 우리.

2013-02-17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7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3-02-1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오랜만에 들려요. 잘 지내시죠?

사랑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라는 글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듯해요.^^
그럼 잠을 잘 때도 마주 보고 자야 되나요?ㅋ


프레이야 2013-02-18 13:10   좋아요 0 | URL
페크님, 그말이 정답이에요^^
사랑한다면 등을 보며선 안 되죠!! ㅎㅎ
그래서 배신하는 행위를 등돌린다는 말로 대신하나 봐요.
일상의 소소한 배신들, 조심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