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주 목요일 모 아침 프로그램에 나왔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심리에 대한 짧은 강의를 하던데 처음부터 듣지는 못했지만 그다지 내용의 초점이 없었고
와닿지 않았고 강의 자체의 방식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거기다 사람이 외모로 풍기는 기나 느낌이 호감을 주지 못했다.
말하는 태도나 목소리도. 물론 내 주관적인 느낌일거라 생각했고 그냥 내용만 들었는데,
역시 사람은 초면에 전해오고 전해주는 기와 느낌이 그다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황상민이라는 이름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작년 중학교 독서동아리를 마치고 사서샘이 선물로 한 권씩 준 책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실용적인 방향으로 썼던데 대충 훑어보니
아이를 거의 다 키운 내겐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신작으로는 이 책. 안 읽어본 책이지만 ㅇ님 페이퍼로 간단히 본 기억이 난다.
대체로 좋은 평인 것 같다.
그치만 그분이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한 건 어떤 심리일까, 무척 난감하고 속상하다.
앞서 황 교수는 지난 22일 CBS FM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가 언제 대학교에 다녔나.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교생 실습을 나가냐. 김연아가 CF도 많이 찍어야 되고, 원하는 곳이 많아 바쁜 건 사실이다. 김연아의 교생 실습은 쇼”라며 교생 실습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이어 “우리는 스포츠스타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나중에 스타는 그걸로 인해 돈도 많이 번다”고 일갈했다. 뿐만 아니라 “김연아가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서 주로 훈련을 하는데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해주고 졸업을 시켜주는 게 학교인가”라며 “교생실습은 4년간 수업을 다 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BC뉴스 서하나기자 press@cbci.co.kr (2012, 5. 25)의 기사 중 발췌
김연아 측도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 연아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가 마음 아프다.
스포츠스타가 받는 혜택... 내 한계 내에서 다른 선수들의 혜택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연아가 받는(받을) 혜택은
비교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세계적 신기록을 7번이나 갱신하고 피겨 불모지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등등 그런 거창한 공적은 차지하고라도 연아의 책임감, 자신감, 노력과 성실성,
무엇보다 자신을 관리하는 절제심, 재능과 노력으로 빛나는 예술성과 아름다움이 저절로 굴러갔을까, 그녀에게?
나는 김연아 선수가 진선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하는 첫 날의 모습을 티비에서 보고 마음이 참 좋았다.
5월초 올댓스케이트에 직접 가서 보아서가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아가 빙상 위에서 날갯짓을 할 때면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만큼이나 애틋하고 감동스럽다.
황교수가 말한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욕망과 결핍이 어느 방향인지 읽을 수 있다. 물론 나의 생각이겠지만.
황교수가 말하듯 나중에 스타는 그걸로 인해 돈도 많이 벌 수도 있겠지만 그건 피나는 노력을 한 그 사람의 몫이다.
왜 다른 사람의 정당한 몫을 시기하고 비난하는 걸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안타깝다.
어느 면으로든 최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잊고 있는 듯하다.
부처님오신날이 든 연휴기간,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침묵입문>을 다 읽었다.
부제는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이다.
'용감한 침묵'이라는 단어와 '자기 농도'라는 단어가 와닿는다.
여기저기서 분노, 탐욕,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말들이 난무할 때, 그속에서 조용히 침묵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당히 맞춰주며 안절부절못하며 아첨하는 꼴불견이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또 상대를 부정하는 '분노'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고, 상대를 두고 이해 득실을 따지는 '탐욕'에도 휘둘리지
않게 해준다.
"그런가요?" 하고는 용감하게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담담하고 씩씩한 모습이다.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