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다.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지금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프리랜서로 돈 잘 벌고 살고 있다. 2년 전인가, 마지막 통화를 할 때, 나이는 먹어가고 아이는 없고 홀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아주 약간의 두려움 같은 걸 내비치긴 했다. 그치만 친구도 알고 있었듯이 본질적으로 그 친구는 결혼제도에 잘 맞지 않는 성향을 띄고 있었다. 친구도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보니 스스로 그런 점을 인정하고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걸려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사귀는 연하의 남성은 있었는데 결혼 제안을 할 때마다 핑계를 대며 물리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의 첫남편은 동갑 과커플이었는데 순정파 그 남자의 성은 모氏였다. 졸업을 할 무렵 본격적으로 결혼 말이 오고가고 하던 어느 날, 순진한 내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속으로 깜짝이야~ 했다. 서방! 나도 친구도 그런 낱말을 가까이서 듣기로는 처음이었던지라.

 하루는 친구가 그 남자를 집에 초대하여 식구들 모두 인사를 했나본데 그 자리에서 친구 어머니가 ‘某 서방’이라고 부르며 대우했고 나머지 식구들에게도 이제부터 모 서방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언질을 놓으셨나 보다. 그러면서 친구는 “우리 엄마가 ‘모 서방’ 그러니까 되게 듣기 좋더라. 글쎄 우리 모 서방이 ~ 어쩌구저쩌구~ ”

 “야, 너는 모 서방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이~.”

 “아니, 울엄마가 다들 그렇게 불러야 된다던데...”


2.

 남편의 남동생에게 부르는 말은 두 가지다. 그 남동생이 미혼이면 도련님(되련님, 되렴), 결혼을 하고나서부터는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서방님’ 알러지가 있는 터라 그렇게 부르질 못한다. 남편의 두 남동생은 모두 결혼하여 아이들도 있지만 난 서방님이라고 못 부르고 아이들이 부르는 식으로 ‘삼촌’을 빌린다. 예법에 맞지 않다는 건 알지만 ‘서방님’은 어째 간질간질하다. 심하게 윤색된 사극 탓인지, 드라마 속 ‘서방질한다’는 말 때문인지.. 아무튼 무슨 부작용인 것만은 확실한데,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3.

 친정부모님에게는 박 서방이 둘이다. 큰사위, 작은사위 모두 박氏이다 보니.. 함께 있을 때는 큰 박 서방, 작은 박 서방, 이렇게 부른다.

 

 명절이면 그동안 일에 바빠 처가 나들이를 자주 할 수 없었던 우리의 ‘박 서방들’이 심히 힘든 때이기도 하다. 여자들만 명절증후군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박 서방들(김 서방, 이 서방, 정 서방, 마 서방 모두모두 포함)도 못지않게 마음 쓰이는 구석이 많다. 먼 거리에 꽉 막히는 거리를 뚫고 안전운행 해서 가야지, 물질적으로도 섭섭치 않게 써야지, 동서들끼리 모여앉아 있으면 이래저래 감정싸움도 안 보이게 하면서 가오도 세워야지. 더군다나 처가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놀아줘야지.

 여기서 옆지기 자랑 살짝 하자면, 친정부모님께는 큰 박 서방인데 진심으로 앞서서 마음 써주고 챙겨드리고 하니까 살갑지 못한 맏딸로서 참 고맙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면서 제일 원하는 건 당신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인데 무엇보다 '큰 박 서방'은 그걸 잘 한다. 살아오시면서 아무에게도 말 못한 사연들, 남에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이라 공감을 얻지도 못할 것 같은 이야기, 생각할수록 회한밖에 안 드는 슬픈 이야기들을 어디다 내뱉고는 싶었을텐데..

 “이런 이야기를 그저 들어만 줘도 좋아. 밖에 나가면 누가 뭐 내 얘길 구구절절 듣고 있으려고 하나?  난 이렇게 말만 할 수 있어도 한이 풀어지는 것 같다구.”

 큰 박 서방은 오래 듣고 앉아 있었다. 아빠는 다음에 또 할 요량으로 아쉬운 듯 북쪽 고향이야기를 남겨두시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씨암탉도 한 번 못 잡아준 처가지만 그저 "박서방 고맙네", 그렇게 속으로 말씀하시는 것 다 알 거라 믿는다.

 

 사위를 두고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건 그만큼 귀히 대접하는 말이고, 동시에 그만큼 딸을 잘 대해달라는 바람이기도 하였을 터, ‘서방’이라는 호칭을 다시 찾아보았다.

‘서방’은 순 우리말이다.

 

우리의 모든 '박 서방들' 다 수고하셨습니다! (찔리는 사람도 있으려나)



4.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서 찾아 옮겨봅니다.



옛날에 “서방맞다·서방하다(시집가다)·서방맞히다(시집보내다)”라고 했다.
지금도 함경도에서는 “서방재(신랑)·서방가다(장가가다)·서방보내다(장가들이다)”라고 한다.
여기에 쓰인 ‘서방’이란 말은 순우리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네 국어사전들은 기어이 ‘서방’에다가 ‘書房’이라는 한자말을 달아놓았다. “남편은 일은 안 하고 책방에서 글이나 읽는 사람이어서”란다.


사위를 부를 때 ‘김 서방, 박 서방!’이라고 한다. 호사가들은 그 ‘서방’에다가 ‘西房’이라는 한자를 붙이기도 한다. “사위를 서쪽 방에 묵게 했기 때문”이란다.
남편이 ‘농사꾼’이면 ‘농방’(農房)이라 하고, 사위를 동쪽 방에 묵게 했으면 ‘동방’(東房)이라고 할 셈이었던가?


무엇이든지 중국에 있으면 그것이 바로 말밑이라고 우기는 판이니까. 중국에 ‘書房’이란 말이 있으니까, 뜻이야 맞건 틀리건 소리라도 같으니까, 우리말 ‘서방’이 바로 그 ‘書房’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書房’은 소리는 같아도 뜻은 ‘서재, 서실, 서점’이지 ‘남편’이 아니다.


‘서방’의 ‘서’는 “사벌·사불(상주), 서라벌·서벌(경주), 소부리(부여), 솔부리(송악·개성), 쇠벌·새벌(철원)” 들의 ‘사·소·솔·쇠·새’처럼 ‘ㅅ’ 계통 말이다. “새롭다, 크다”라는 뜻도 있다.
‘서방’의 ‘방’은 “건설방(오입판 건달), 만무방(염치 없는 사람), 심방(만능 무당), 짐방(싸전 짐꾼), 창방(농악의 양반 광대)” 들의 ‘방’이다. ‘房’이 아니고, ‘사람’이란 뜻의 우리말이다.


‘서방’은 ‘書房’이 아니고 “새 사람, 큰 사람”이란 뜻이다.
저런 우리 국어사전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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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2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임서방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어요. 일단 옆지기 입장에선 처가가 너무 가까이에 있는데다 남자가 없다보니 자질구레하게 힘쓸 일들이 생길때마다 시시때때로 가서 챙겨야 하는데도 군소리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 너무 당연시하게 생각해 오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임서방~.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7 18:38   좋아요 0 | URL
어? 홍수맘님, 댁도 박서방 아니었나요?ㅎㅎ
임서방이었군요.^^ 남자들도 여자들도 다 힘들지요, 수고하셨구요^^

순오기 2007-09-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우리 '선서방'은 명절에 처가에 한번도 간적 없습니다. 1988년 이후로 지금까지...
그래선 전, 절대 '고맙습니다'라고 죽었다 깨어나도 못합니다~~~~~흑흑
'서방'이란 말이 이렇게 좋은 우리말이라고 알려주셔서 추천!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7 23: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우째 그런일이? 선 서방은 무신 이유로 그러신대요. 흑흑..
서방,이란 말 좋은 우리말이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7-09-2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씨가 아닌게 이리도 서러울 줄이야....흑흑흑...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7 23:16   좋아요 0 | URL
메 서방 고맙네, 라고 속으로들 생각하실 걸요.ㅎㅎ

nada 2007-09-28 01:17   좋아요 0 | URL
메 서방이래, 메 서방이래. 키킥 -.-

애교 많으실 것 같은 혜경 님이신데, 은근 '서방'에는 약하시군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08:46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 메 서방~ 히힛
'서방'은 우째 거시기허네요^^

바람돌이 2007-09-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시비걸때 "어이 서방!!"
애교 떨때 "서방님~~~" 근데 남들앞에서는 그 말 안나오던데요. ㅎㅎ (참고로 우리집도 박서방은 아닙니다.) ㅎㅎ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00:40   좋아요 0 | URL
전에 본 기억이 얼핏 나는데 박서방 아니고 ?서방 맞습니다^^
님은 그래도 애교 떨 때 '서방니~임~' 이렇게 하시나봐요 ㅋㅋ
전 그렇게도 안 한답니다. 이 나무토막을 우째야 쓰까나..

시비돌이 2007-09-28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은 서방 세계에 쓰는거 아닌가요, 라고 했다가 맞을 수도 있겠죠? ㅜ..ㅠ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08:50   좋아요 0 | URL
동방, 서방, 이 아니라 순우리말이라구요, 지 서방~~(이렇게 불리죠?^^)
요새 영화, 감독을 말하다,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시비돌이 2007-09-28 09:47   좋아요 0 | URL
서평은 이번에도 안쓰실거죠? ㅠ..ㅜ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09:51   좋아요 0 | URL
이번엔 좀 써보려고 하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ㅜ..ㅜ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 이게 뭔 말이래요?
아무튼 좋은아침이에요~~~

전호인 2007-09-2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칭찬하는 것으로 듣겠습니다. ㅎㅎ, 박서방! 듣기 좋은 말이지요. 이종사촌 형수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시동생뻘이니까 저에 대한 호칭은 "서방님"으로 하시면 됩니다 했더니 남편외에는 그 말을 쓰고 싶지않다나 모라나, 뻘쯤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셨지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09:53   좋아요 0 | URL
어머, 그동안 어디 갔다 오셨어요? 전호인님은 정말 처가에도 참 잘 하실 것
같아요. 전서방은 아닐 것 같고 아무튼 우리의 박서방들에 포함되시는 거죠?
ㅎㅎ 결혼한 시동생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좀 걸끄러운 사람들이 꽤 있나봐요. 저만 그런가 했네요.^^ 여전히 바쁘고 건강하게 지내시지요? ^^

아영엄마 2007-09-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울 남편에게는 이제 최서방~ 하고 불러줄 장인 장모가 안 계시네요.. ㅡㅜ 근데 저도 시동생에게 서방님~ 이라는 표현이 잘 안 써져요. (-.-)> - 울 남편에게 가끔 서방님~ 하고 부르다 보니..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11:03   좋아요 0 | URL
에고 그러시구나.. 그렇게 불러줄 사람이 있는 것도 복이네요.
아영엄마님이 옆지기님께 서방님~하고 부르시다니, 이건 배신이에욧.ㅎㅎ
전 죽어도 몬 하는기라요..

소나무집 2007-09-2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갑니다.
우리도 "강서방, 고맙네!" 소리를 듣고 오도록 미리 교육 좀 시켜야겠어요.
'서방'의 진짜 뜻을 저도 처음 알았어요.
새 사람, 큰 사람이라 앞으로는 그 의미를 새기면서 남편을 불러봐야겠어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16:42   좋아요 0 | URL
네, 소나무집님 잘 다녀오세요^^
친정어머님 병환은 어떠신지요.. 다정한 이야기 잘 나누고 오세요^^

실비 2007-09-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이라는 뜻도 여러가지 쓰이네요.
어찌보면 쓸때 부끄러워지기도 할것 같아요.ㅎㅎ
서방님들 대단합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07-09-28 16:43   좋아요 0 | URL
서방, 많이 여러 경우에 쓰는 말이죠.
약간 간지럽지만 원래 뜻은 좋은 뜻이니 좋은 말이에요, 실비님^^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총379쪽)

 녹음시작 2019.3.20. (2번 파일 42쪽까지 녹음)

 

 

 어제같은 날은 카페라떼가 마시고 싶었다. 상가에서 커피를 사들고 나와 차를 출발하려고 하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공곶이에 수선화 보러 가는 걸 취소하자고. 비가 올 것 같고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니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내가 먼저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와서 이심전심이네 했다. 비보다는 가고 싶다는 마음이 쉬고 싶다는 마음에 밀린 거라는. 부산수필문예 편집장을 맡아 3년간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이번 봄호를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고 싶었던 차였다. 조용히 혼자 충천하는 체질이라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건 조금 있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튼 이심전심, 반가운 친구 목소리를 들으며 부산점자도서관으로 출발, 길이 제법 밀리고 하늘도 우중중충 날이었다. 부산점자도서관은 사상도서관 건물의 1층에 자리하는데 주차공간이 늘 부족하다. 주차요원의 미안해 하는 말이 제법 부드러웠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 모 회사의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걸어올라왔다. 도서관 접근성이 좀더 용이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좋을 것인데, 아쉬운 점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교육장이 보인다. 유리문이라 안이 들여다보이는데 오늘은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교육을 하고 있었다.  아는 분이 보인다. 70대 중반 여성인데 늘 활기차고 밝은 분이다. 집안일과 요리까지 손수하시고 손글씨를 쓸 때면 남편이 플라스틱 긴 자를 받쳐준다고 하셨다. 선생님 읽기 어려우실 텐데, 라고 말씀하시만 나는 한 자도 어긋나지 않게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보기 좋게 잘 쓰신다. 점자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귀여운 엄살을 부리지만 열심히 하신다. 아, 여기서 '열심히'라는 단어는 다시 쓰자.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분에게는 '열심히' 대신' '즐거이'나 '재미있게' 같은 말이 어울린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힘써 가며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즐기며 하고 계시니까. 내가 시각장애인들과 하는 모든 활동도 그렇다. 13년째 낭독녹음봉사를 하고 있는 것도 4년째 이분들과 문학관련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기쁘고 감사한 일들이다.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최고다. 총무과 선생님에게서 들은, 20대 후반 여성 정**씨가 점자교정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신나게 하며 스스로 보람으로 즐거워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음성지원실로 들어갔다. 세 분의 선생님들이 작업중이다. 2번 녹음실로 목을 적실 차 한 잔을 들고 들어갔다. <고마워 영화> 수정편집 마무리를 시작하는데, 똑똑똑 노크소리에 문을 열었다. 2019 부산원북원도서로 내가 원하던 책이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이 책을 건네받았다. 회원이 원하는 책이 우선이지만 나도 읽고 싶은 책을 녹음하게 되면 더욱 좋다. 일석이조이니까. 작년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에 이어 올해에도 내가 녹음하게 되어 영광! 빨리 읽어야지.

 

유현준의 책이라면 알쓸신잡2의 영향도 있겠지만 유홍준의 추천말처럼 '전문성과 대중성이 분리되지 않은 인문학적 해석'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였지 싶다. 그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 '도시와 건축'에 대한 해석으로. 도시와 공간을 읽는 눈이 생기면 흐릿하게만 보였던 우리 모습이 점차 또렷해진다는 건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의 부제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를 보면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표지와 본문의 일러스트도 저자가 담당했다. 멋진 표지 일러스트를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 본문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는 사진, 그림, 도표에는 설명을 읽어준다. "**쪽 사진 설명 시작합니다. ~ 사진 설명 마칩니다." 글로 이미 적혀 있는 내용이라 그리 큰 지장은 없겠다.

 

11쪽에 걸친 '여는 글'이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과 이 책의 내용을 잘 말해준다. 전체그림을 그리는 통찰과 세부적으로 분류해 들어가는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목차도 긴 데 꽤 상세히 구체적이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잘 이해되도록 읽히고 젠체하지도 않는다. 말을 할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고 똑똑하게 유머러스하다. 지루할 틈이 없이 쉽게 읽히고 흥미롭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1994년 발견된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를 언급한다. 스톤헨지나 이집트 파라미도보다 6천 년 이상이나 앞서 지어진, 기원전 1만~8천 년경의 신석기 시대 유적이다. 구석기 시대 인류가 동굴 밖에 나오면서 짓기 시작한 최초의 이 건축물은 장례식을 치렀던 신전으로 추측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건축물이 기원전 7천 년경에 시작된 농업혁명 이전에 지어졌다는 점이다. 60~70명 사람이 6개월에서 1년 동안 한곳에서 생활하며 건축에 매달려야 하니 지속적인 식량 공급이 필요하고 이렇게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이다.

 

구석기 시대 동굴화를 보면 인간은 동물보다 작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괴베클리 테페 기둥에 새겨진 조각에서는 인간이 동물보다 더 크게 조각되어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러한 모습이 바로소 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키우고 식물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재배해'의 오자인 것 같아 고민하다 그냥 '지배해'로 읽었다) 농업을 할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이 만들어진 증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믿음과 조직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신전 건축이었다. 건축은 인류 문명의 효시인 농업보다도 먼저 시작된, 인간을 인간 되게 만든 본능적 행위다. (8쪽) 

 

 

이 책에는 전작에서 다 말하지 못한 건축과 도시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건축가로서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을 디자인하면서 알게 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부분은 주술이 어긋나 '담았다'로 내가 교정하여 녹음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14쪽)

 

 

 서지사항과 목차, 저자소개, 여는글 다음으로 본문을 읽어 들어가면서 우리 자신과 타인, 우리 아이들, 우리 관계들에 좀더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되었다. 알면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에 좀더 접근하게 된다. 오늘은 하늘이 제법 화창하다. 친구의 예상과는 달리. 내일의 날씨는 알 수 없는 것. 베란다문을 열고 고개를 빼서 왼쪽으로 보면 멀리 광안리바다가 반짝거리며 넘실거린다. 그 위로는 광안대교가 선을 그리고 있다. 고층아파트 숲 사이로 묘하게 어울리는 기하학. 자연과 인공철물이 그리는 풍경, 그 안에 쉼없이 하행상행 달리는 자동차들이 장난감 같다.

 

 

 

 

사람들은 건축물이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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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3-2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수필문예 편집장을 맡아 3년간 하시는 것도, 13년째 낭독녹음봉사를 하고 있는 것도, 4년째 이분들과 문학관련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13년이나 되신 줄 몰랐어요. 문학 관련 수업은 수필 수업인가요?
프레이야 님은 능력자이시네요. 큰 결심이 필요해 보이지 않으십니다. ㅋㅋ
아무쪼록 일 잘 하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이런 분 알고 지내서 좋습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3-25 21:31   좋아요 0 | URL
페크님 응원 감사합니다 😊 늘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란답니다. 페크님 칼럼 좋아해요. 계속 꾸준히 써주시길... 꽃샘추위가 있긴 해도 봄은 봄이네요. 가까이에 있는 동네에 벚꽃터널이 아주 환해요. 마음에 등불 하나 환하게 내어걸고 가자구요.

서니데이 2019-09-1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내일부터 추석연휴입니다. 명절을 맞아 인사드리러 왔어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2019-10-01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6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업 THE PICK UP / Douglas Kennedy / 밝은세상 (총 339쪽)

녹음 시작 2019. 1. 16 녹음완료 2019. 3.6.

 

기해년 새해 첫 녹음완료한 책이다. 어제는 경칩이었고 봄비가 촉촉히 오는 날이었다.

점자도서관으로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비는 그쳤고, 까마귀 소리가 텅 빈 하늘에 울렸다. 울음소리였는지 웃음소리였는지 누굴 부르는 소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자신에게 하는 독백일지도. 언어는 원래 자신에게 말걸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촘스키는 말했다지.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눈앞 벚나무 꼭대기에 커다란 까마귀가 후루룩 날아와 앉았다. 정말 컸다. 만어사와 유후인 마을에서 보았던 까마귀 이후로 처음이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듯 한참 올려다보며 주차장으로 걸어내려갔다. 또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뜻밖의 일에 부딪혀 죽은 나날을 보냈다. 뜻밖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드니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집 <픽업>에는 12편의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비슷한 인물과 상황에서 이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눈에 빛이 부족하여 못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넘쳐 들어와도 오히려 시야가 흐려지고 대상이 뭉개져 버렸을 수 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보면 박장대소하기도 무릎을 치기도 하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 스님은 결혼을 선택하고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콕 짚어준다. 무슨 진정한 사랑씩이나... 자기 주제에...  다 계산하고 결심한 거 아니었느냐고... 덕 보려고 하는 마음 아니었느냐고... 의식에서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무의식에서는 남녀 모두 어떤 계산을 하고 선택한 게 결혼이라고.  연애는 좋은 모습만 보고 보이려는 만남이지만 결혼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연애 때 대상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굳이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니까. 여기서 자기를 속은 건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의 일관된 주제, "인생이 절망과 실패로 점철되어갈 때 우리는 왜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에 무릎 꿇게 된다. 이렇게 인정하게 되는 순간, 대상을 미워하기보다 받아들이게 된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인생의 절반을 훌쩍 지나 종점으로 가는 길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여생의 일들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열쇠뭉치들의 마지막 열쇠가 문을 여는 법이라지.

 

전반적으로 냉소적이고 희의적인 어조를 보이지만 이런 태도가 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라 말하는 건 다소 성급하다. 오히려 어차피 테러리스트 같은 생을 좀더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력을 잃지 않는 태도로 살 수도 있다. 심리를 뚫는 눈에 위트를 겸비하며 술술 읽히고 이야기의 반전도 흥미로운 <픽업>의 첫장에는 키르케고르의 이런 글이 인용되어 있다.

 

이리도 할 수 있고 저리도 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이리 하거나 저리 하거나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을 선책하든 깊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라는 결과물을 피할 수 없다면 좀더 용감하게 시도하고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햇살 따스하다. 봄이라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봄이니까 다시, 시작이다. 詩.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는데 내일쯤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모든 건 맞는 때가 있으니...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가 2019 부산원북원도서 후보 5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지금 투표중이고 어느 책이 최종선정될지 모른다. 작년 최종선정도서였던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는 내가 녹음했다. 선정되자 마자 빠른 시일 내에 해야한다. 이번 해부터는 그래서 후보도서 모두를 미리 나누어 녹음하기로 한다. 나는 그 중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골랐다. 내용 전달력도 좋고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라는 건 알쓸신잡에서 보았고 글은 어떨지 내용이 기대된다.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5권 모두 시각장애인 용 전자도서로 작업 중에 있는데 그 작업이 끝나면 녹음도서로 작업하게 된다. 빠르면 다음주 수요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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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3-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339쪽을 읽으시려면 쉬운 일이 아니겠네요.
픽업, 재미있나요? 요즘 단편 소설에 빠져 있어요. 장편과 달리 하나씩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낭독하시려면 목 보호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네요. 새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점에서 충분히 쉬시며 하시기를요.
요즘 저는 말하는 것도 힘이 든다고 느낄 때가 있답니다. 나이 탓인지...ㅋ 건강합시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3-09 14:57   좋아요 0 | URL
페크 님 안녕하시죠. 진짜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낭독도 말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어요. 제대로 숨 쉬는 것도 조율이 필요한 거 같아요. 픽업은 쉽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인데 별점을 굳이 주자면 셋 반 정도 줄까요. 지리멸렬한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기도ㅠ하고요. 건강이 최고에요 아무튼 ㅎㅎ
 

날도 좋은 늦은 오후에 영도 흰여울길 문화마을에 갔다. 서울에서 내려온 작은딸이랑.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보람찬 대학 2년을 보내고 올해 3학년이 된다. 전공, 이중전공, 밴드동아리, 근로장학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서 여태껏 고마운 딸. 이런저런 젊은날의 고민도 있을 텐데 별로 내색 않고 씩씩하게 살고 있고 할일도 잘 하며 미래도 스스로 계획하여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어 듬직한 딸이다. 팔불출 다 됐네^^

흰여울길에 가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동행했다. 그곳 바닷가서점 “손목서가”에서 좋은 책을 발견했다. 표지부터 마음을 끌고 북디자인과 편집이 전체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건반 위의 철학자’는 3월에 피아노 연주 발표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는 아이에게 선물하고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은 나에게 선물. 사려던 책이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나 반가웠다. 아이가 치던 피아노가 그동안 오래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제기능을 잃고 거실에서 그냥 붙박이 가구가 되어 버렸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저 아래로 절영해안로 따라 바다가 시시각각 얼굴을 달리하며 색의 향연을 벌였다. 절정이던 해가 바다 아래로 잠기고도 한동안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배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골목마다 길냥이들도 많았는데, 혼자 두고 온 냥이 생각하며 반가움에 또 찰칵찰칵 ^^
내일이면 또 올라가네. 하반기에는 독일로 교환학생 가야하고 이후는 계획하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보기보다 여리고 예민한 아이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잘해나가는 편이라 다행이다. 늘 네 편이고 무조건 응원한다. 부디 어디서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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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0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점이네요! 부산가면 꼭 한번 들르고 싶어 지네요!ㅎ 책 한권 사서 근처 카페서 여운있게 읽고 싶네요!
즐거운 명절되십시요!ㅎ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5 11:29   좋아요 1 | URL
네. 풍경 속에 들어가 책 읽고 계실 막시무스님도 풍경이 되겠어요. 멋진 곳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카알벨루치 2019-02-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영해안로에 서점이 있다구요? 제가 영도에서 1년 살았는데~벌써 10년이 넘었군요! 우아 거기 서점이 있다니...<건반 위의 철학자>는 북튜버 김겨울 때문에 알게 된 책인데, 전 <아침의 피아노>가 더 다가왔더랬어요 ㅎ국산작가를 더 생각했다는! 운치가 넘칩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5 12:27   좋아요 1 | URL
절영해안로 위쪽 흰여울길에 있어요. 예쁜 카페들도 많던데 손목서가는 커피도 파는 서점. 뷱튜버라는 게 있군요. 김겨율도 처음 들어요. 아침의 피아노,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2-05 12:34   좋아요 1 | URL
<아침의 피아노>는 철학자의 애도일기입니다 제 페이퍼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김겨울은 젊은 여성인데 유튜브에서 책으로 방송하는 책뷰터, 북튜버입니다 독서광이라 좋은 정보가 종종 보입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네요 바닷바람 쐬면서 ~ㅎㅎㅎ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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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 와 있다. 어쩌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게 되었는데 작은 공항에서 탑승하기 전 이 책을 샀다. 아침에 게으름 부리고 있는 이 시간이 좋다.

하루키와 그의 오랜 팬이자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이다. 예리한 질문에 본질적인 대답으로 하루키의 성향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읽으며 그의 실제 보이스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느리고 여유있으며 위트 있는 어감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모르는 일이고.

조이스의 문장, 상상력은 기억이다, 를 인용하며 미에코는 하루키의 기억 캐비닛과 캐비닛마다 딸린 서랍들을 들추어낸다.

무라카미 ; 소설을 쓰면서 필요한 때 필요한 기억의 서랍이 알아서 탁 열려줘야 합니다. .... 경험을 쌓고 여러 기억을 효과적으로, 거의 자동으로 즉각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죠.
어디 있는지 대강 알게 되는 것과 함께 생각지 못한 순간 생각지 못한 서랍이 탁 열리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 의외성이 없으면 좋은 소설이 되지 못하죠. 소설쓰기란 이른바 액시던트의 연속이니까요. ..... 특별한 조각 하나를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크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도 있죠. 때에 맞춰 그런 조각을 찾아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21-22쪽)


우리 삶의 실제도 그런 게 아닐까. 소설쓰기는 삶쓰기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아침. 뚜벅이걸음을 하고 있는 나를 승용차에 태워준 콜로안 학사비치 부근에 사는 친절한 젊은 부부, 사진을 부탁하면 이쁘게 정성 들여 여러번 담아준 사람들 ... 손 흔들며 바이바이 하던 전당포박물관 관리인... 모두 기억의 서랍에 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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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시쯤 찍으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건가요. 해가 진 것 같으나 아직 완전히 지지는 않아서, 전기조명과 해가 공존해서 만들어내는 음영이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켜요.
기억의 서랍을 부지런히 채우려면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아마도 제 기억의 서랍은 지금 텅텅 비었을 것 같네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4 01:39   좋아요 0 | URL
딱 맞히셨어요. 그런 시간이었어요.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어요.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성당의 노란 외벽에 노란 가로등빛이 번져서요. 바로 앞 카페는 영화 도둑들에 나온 곳이라고 해요.

카알벨루치 2019-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이 <하얀성>에서 머릿속의 서랍장이란 말을 사용한 듯 한데...색감이 멋진 사진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1 22:11   좋아요 1 | URL
하얀성 읽었는데 오래전이라 그런 문장이 생각나진 않지만 파묵이라면 충분히 그런 표현을 썼을 것 같습니다. 가로등이 켜지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해 버렸어요.

2019-02-0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2-0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시는군요. 즐거운 시간되세요. ^^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1 22:13   좋아요 0 | URL
아뇨 ^^ 명절 전에 돌아가요. 어느새 2월이네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2-0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이 사진을 보고, 마카오에는 예쁜 건물을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들었어요.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설연휴가 시작인 것 같아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1 22:15   좋아요 1 | URL
네. 예쁜 건물들이 참 많아요. 독특하고 복잡한 듯한데 잘 섞여서 조화롭다고 할까요.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카알벨루치 2019-02-0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건 명절이 될수밖에 없는 시간, 그런 시간 되시길~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1 22:54   좋아요 1 | URL
님도 즐겁고 평안한 연휴 보내시길요

책읽는나무 2019-02-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을 하기 위한 세트장 같네요?
왠지 아늑해 보이기도 하구요^^
설 잘 쇠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9-02-03 20:09   좋아요 0 | URL
따스한 톤이지요. 마법처럼 순식간에 저런 톤으로 변했어요. 안 그래도 건물 색이 노란색이지만요. 저 왼편 건물은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성당이에요. 안에 김대건 신부상도 있더군요.

님도 즐겁고 평안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