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다.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지금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프리랜서로 돈 잘 벌고 살고 있다. 2년 전인가, 마지막 통화를 할 때, 나이는 먹어가고 아이는 없고 홀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아주 약간의 두려움 같은 걸 내비치긴 했다. 그치만 친구도 알고 있었듯이 본질적으로 그 친구는 결혼제도에 잘 맞지 않는 성향을 띄고 있었다. 친구도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보니 스스로 그런 점을 인정하고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걸려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사귀는 연하의 남성은 있었는데 결혼 제안을 할 때마다 핑계를 대며 물리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의 첫남편은 동갑 과커플이었는데 순정파 그 남자의 성은 모氏였다. 졸업을 할 무렵 본격적으로 결혼 말이 오고가고 하던 어느 날, 순진한 내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속으로 깜짝이야~ 했다. 서방! 나도 친구도 그런 낱말을 가까이서 듣기로는 처음이었던지라.

 하루는 친구가 그 남자를 집에 초대하여 식구들 모두 인사를 했나본데 그 자리에서 친구 어머니가 ‘某 서방’이라고 부르며 대우했고 나머지 식구들에게도 이제부터 모 서방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언질을 놓으셨나 보다. 그러면서 친구는 “우리 엄마가 ‘모 서방’ 그러니까 되게 듣기 좋더라. 글쎄 우리 모 서방이 ~ 어쩌구저쩌구~ ”

 “야, 너는 모 서방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이~.”

 “아니, 울엄마가 다들 그렇게 불러야 된다던데...”


2.

 남편의 남동생에게 부르는 말은 두 가지다. 그 남동생이 미혼이면 도련님(되련님, 되렴), 결혼을 하고나서부터는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서방님’ 알러지가 있는 터라 그렇게 부르질 못한다. 남편의 두 남동생은 모두 결혼하여 아이들도 있지만 난 서방님이라고 못 부르고 아이들이 부르는 식으로 ‘삼촌’을 빌린다. 예법에 맞지 않다는 건 알지만 ‘서방님’은 어째 간질간질하다. 심하게 윤색된 사극 탓인지, 드라마 속 ‘서방질한다’는 말 때문인지.. 아무튼 무슨 부작용인 것만은 확실한데,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3.

 친정부모님에게는 박 서방이 둘이다. 큰사위, 작은사위 모두 박氏이다 보니.. 함께 있을 때는 큰 박 서방, 작은 박 서방, 이렇게 부른다.

 

 명절이면 그동안 일에 바빠 처가 나들이를 자주 할 수 없었던 우리의 ‘박 서방들’이 심히 힘든 때이기도 하다. 여자들만 명절증후군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박 서방들(김 서방, 이 서방, 정 서방, 마 서방 모두모두 포함)도 못지않게 마음 쓰이는 구석이 많다. 먼 거리에 꽉 막히는 거리를 뚫고 안전운행 해서 가야지, 물질적으로도 섭섭치 않게 써야지, 동서들끼리 모여앉아 있으면 이래저래 감정싸움도 안 보이게 하면서 가오도 세워야지. 더군다나 처가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놀아줘야지.

 여기서 옆지기 자랑 살짝 하자면, 친정부모님께는 큰 박 서방인데 진심으로 앞서서 마음 써주고 챙겨드리고 하니까 살갑지 못한 맏딸로서 참 고맙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면서 제일 원하는 건 당신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인데 무엇보다 '큰 박 서방'은 그걸 잘 한다. 살아오시면서 아무에게도 말 못한 사연들, 남에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이라 공감을 얻지도 못할 것 같은 이야기, 생각할수록 회한밖에 안 드는 슬픈 이야기들을 어디다 내뱉고는 싶었을텐데..

 “이런 이야기를 그저 들어만 줘도 좋아. 밖에 나가면 누가 뭐 내 얘길 구구절절 듣고 있으려고 하나?  난 이렇게 말만 할 수 있어도 한이 풀어지는 것 같다구.”

 큰 박 서방은 오래 듣고 앉아 있었다. 아빠는 다음에 또 할 요량으로 아쉬운 듯 북쪽 고향이야기를 남겨두시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씨암탉도 한 번 못 잡아준 처가지만 그저 "박서방 고맙네", 그렇게 속으로 말씀하시는 것 다 알 거라 믿는다.

 

 사위를 두고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건 그만큼 귀히 대접하는 말이고, 동시에 그만큼 딸을 잘 대해달라는 바람이기도 하였을 터, ‘서방’이라는 호칭을 다시 찾아보았다.

‘서방’은 순 우리말이다.

 

우리의 모든 '박 서방들' 다 수고하셨습니다! (찔리는 사람도 있으려나)



4.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서 찾아 옮겨봅니다.



옛날에 “서방맞다·서방하다(시집가다)·서방맞히다(시집보내다)”라고 했다.
지금도 함경도에서는 “서방재(신랑)·서방가다(장가가다)·서방보내다(장가들이다)”라고 한다.
여기에 쓰인 ‘서방’이란 말은 순우리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네 국어사전들은 기어이 ‘서방’에다가 ‘書房’이라는 한자말을 달아놓았다. “남편은 일은 안 하고 책방에서 글이나 읽는 사람이어서”란다.


사위를 부를 때 ‘김 서방, 박 서방!’이라고 한다. 호사가들은 그 ‘서방’에다가 ‘西房’이라는 한자를 붙이기도 한다. “사위를 서쪽 방에 묵게 했기 때문”이란다.
남편이 ‘농사꾼’이면 ‘농방’(農房)이라 하고, 사위를 동쪽 방에 묵게 했으면 ‘동방’(東房)이라고 할 셈이었던가?


무엇이든지 중국에 있으면 그것이 바로 말밑이라고 우기는 판이니까. 중국에 ‘書房’이란 말이 있으니까, 뜻이야 맞건 틀리건 소리라도 같으니까, 우리말 ‘서방’이 바로 그 ‘書房’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書房’은 소리는 같아도 뜻은 ‘서재, 서실, 서점’이지 ‘남편’이 아니다.


‘서방’의 ‘서’는 “사벌·사불(상주), 서라벌·서벌(경주), 소부리(부여), 솔부리(송악·개성), 쇠벌·새벌(철원)” 들의 ‘사·소·솔·쇠·새’처럼 ‘ㅅ’ 계통 말이다. “새롭다, 크다”라는 뜻도 있다.
‘서방’의 ‘방’은 “건설방(오입판 건달), 만무방(염치 없는 사람), 심방(만능 무당), 짐방(싸전 짐꾼), 창방(농악의 양반 광대)” 들의 ‘방’이다. ‘房’이 아니고, ‘사람’이란 뜻의 우리말이다.


‘서방’은 ‘書房’이 아니고 “새 사람, 큰 사람”이란 뜻이다.
저런 우리 국어사전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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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2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임서방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어요. 일단 옆지기 입장에선 처가가 너무 가까이에 있는데다 남자가 없다보니 자질구레하게 힘쓸 일들이 생길때마다 시시때때로 가서 챙겨야 하는데도 군소리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 너무 당연시하게 생각해 오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임서방~.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07-09-27 18:38   좋아요 0 | URL
어? 홍수맘님, 댁도 박서방 아니었나요?ㅎㅎ
임서방이었군요.^^ 남자들도 여자들도 다 힘들지요, 수고하셨구요^^

순오기 2007-09-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우리 '선서방'은 명절에 처가에 한번도 간적 없습니다. 1988년 이후로 지금까지...
그래선 전, 절대 '고맙습니다'라고 죽었다 깨어나도 못합니다~~~~~흑흑
'서방'이란 말이 이렇게 좋은 우리말이라고 알려주셔서 추천!

프레이야 2007-09-27 23: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우째 그런일이? 선 서방은 무신 이유로 그러신대요. 흑흑..
서방,이란 말 좋은 우리말이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7-09-2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씨가 아닌게 이리도 서러울 줄이야....흑흑흑...

프레이야 2007-09-27 23:16   좋아요 0 | URL
메 서방 고맙네, 라고 속으로들 생각하실 걸요.ㅎㅎ

nada 2007-09-28 01:17   좋아요 0 | URL
메 서방이래, 메 서방이래. 키킥 -.-

애교 많으실 것 같은 혜경 님이신데, 은근 '서방'에는 약하시군요.^^

프레이야 2007-09-28 08:46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 메 서방~ 히힛
'서방'은 우째 거시기허네요^^

바람돌이 2007-09-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시비걸때 "어이 서방!!"
애교 떨때 "서방님~~~" 근데 남들앞에서는 그 말 안나오던데요. ㅎㅎ (참고로 우리집도 박서방은 아닙니다.) ㅎㅎ

프레이야 2007-09-28 00:40   좋아요 0 | URL
전에 본 기억이 얼핏 나는데 박서방 아니고 ?서방 맞습니다^^
님은 그래도 애교 떨 때 '서방니~임~' 이렇게 하시나봐요 ㅋㅋ
전 그렇게도 안 한답니다. 이 나무토막을 우째야 쓰까나..

시비돌이 2007-09-28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은 서방 세계에 쓰는거 아닌가요, 라고 했다가 맞을 수도 있겠죠? ㅜ..ㅠ

프레이야 2007-09-28 08:50   좋아요 0 | URL
동방, 서방, 이 아니라 순우리말이라구요, 지 서방~~(이렇게 불리죠?^^)
요새 영화, 감독을 말하다,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시비돌이 2007-09-28 09:47   좋아요 0 | URL
서평은 이번에도 안쓰실거죠? ㅠ..ㅜ

프레이야 2007-09-28 09:51   좋아요 0 | URL
이번엔 좀 써보려고 하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ㅜ..ㅜ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 이게 뭔 말이래요?
아무튼 좋은아침이에요~~~

전호인 2007-09-2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칭찬하는 것으로 듣겠습니다. ㅎㅎ, 박서방! 듣기 좋은 말이지요. 이종사촌 형수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시동생뻘이니까 저에 대한 호칭은 "서방님"으로 하시면 됩니다 했더니 남편외에는 그 말을 쓰고 싶지않다나 모라나, 뻘쯤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셨지요?

프레이야 2007-09-28 09:53   좋아요 0 | URL
어머, 그동안 어디 갔다 오셨어요? 전호인님은 정말 처가에도 참 잘 하실 것
같아요. 전서방은 아닐 것 같고 아무튼 우리의 박서방들에 포함되시는 거죠?
ㅎㅎ 결혼한 시동생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좀 걸끄러운 사람들이 꽤 있나봐요. 저만 그런가 했네요.^^ 여전히 바쁘고 건강하게 지내시지요? ^^

아영엄마 2007-09-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울 남편에게는 이제 최서방~ 하고 불러줄 장인 장모가 안 계시네요.. ㅡㅜ 근데 저도 시동생에게 서방님~ 이라는 표현이 잘 안 써져요. (-.-)> - 울 남편에게 가끔 서방님~ 하고 부르다 보니..

프레이야 2007-09-28 11:03   좋아요 0 | URL
에고 그러시구나.. 그렇게 불러줄 사람이 있는 것도 복이네요.
아영엄마님이 옆지기님께 서방님~하고 부르시다니, 이건 배신이에욧.ㅎㅎ
전 죽어도 몬 하는기라요..

소나무집 2007-09-2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갑니다.
우리도 "강서방, 고맙네!" 소리를 듣고 오도록 미리 교육 좀 시켜야겠어요.
'서방'의 진짜 뜻을 저도 처음 알았어요.
새 사람, 큰 사람이라 앞으로는 그 의미를 새기면서 남편을 불러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7-09-28 16:42   좋아요 0 | URL
네, 소나무집님 잘 다녀오세요^^
친정어머님 병환은 어떠신지요.. 다정한 이야기 잘 나누고 오세요^^

실비 2007-09-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이라는 뜻도 여러가지 쓰이네요.
어찌보면 쓸때 부끄러워지기도 할것 같아요.ㅎㅎ
서방님들 대단합니다!

프레이야 2007-09-28 16:43   좋아요 0 | URL
서방, 많이 여러 경우에 쓰는 말이죠.
약간 간지럽지만 원래 뜻은 좋은 뜻이니 좋은 말이에요, 실비님^^
 

 

 

 

 

 

 

 

 

 

 

 

 

 

 

 

요즘 사람 만나기를 꺼리고 두문불출한다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하루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셈이다. 하루 중 집 앞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잠시의 시간이지만, 쓰다가 놓아버린 물건, 쓰지도 않고 쟁여두고 외면한 물건들을 나누고 마스크 쓴 얼굴로 서로 눈빛을 집중해 본다. 이 와중에도 서로 배려하고 인사하고, 사람들이 참 밝다. 어제는 어떤 분이 마스크 5장을 그냥 주셨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건 불안과 공포인데 마스크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상대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기능으로 내쪽에서 먼저 쓰고 대하는 게 에티켓이 되었다. 어제는 구청에서 일인 두 장씩 마스크롤 분배해 주었다. 특별히 필요한 분들에게 잘 쓰이길... 

 

사람들을 대면하다 보니 때론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도 몇 있었지만, 그 이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내쪽의 기준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순발력있게 넘기면 문턱에 발이 걸리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문자메시지를 나눌 때의 느낌과 실제 만났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혹은 조금 다르다는 거다. 그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보다 완전히 다른 경우가 훨씬 많으니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껍데기들에 속지 말것! 그나저나 그 사람이 쓰는 물건을 보면 사람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을까. 그또한 욕심과 허영이 만든  껍데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것! 오래 두고 보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게 사람이기도 하고.

 

설날 전에 베를린 다녀온 후 2월 한 달은 책 읽고 영화 보며 계간지 봄호 편집도 마감했고 결혼식장과 장례식장도 다녀왔다. 텅텅 빈 좌석이 생경했는데 혼주가 엄청 고마워했다. 친인척도 꺼리는데 와주셨다고. 2월 중순에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날카로운 상황이었으니 사람들 마음이 그랬을 거다. 작은딸도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베를린에서 돌아와 2주간 함께 있었다. 8개월만의 귀환이었다. 한 사람 짐이란 게 엄청나다. 안팎으로 어수선한 날들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마음이 더 어수선했던 것 같다. 마음 다잡으려고 책이며 영화며 꽤 보았다. 베를린 이야기는 좀 길고 많아서 두고두고 할 참인데 언제 집중이 될지 모르겠다. 그곳에서의 일도 그렇지만 베를린행 전후로 읽은 베를린과 독일 관련 책과 영화들 소개하고픈 게 많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늘 벌어진다. 2월초, 친구(친구였던가?)와의 어긋난 일로 마음 아파 3주간 이해해 보려고 애쓰며 다른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그 과정에서 한 사람(친구), 두 사람(나와 친구) 아니 세 사람(나와 친구와 또 다른 친구)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친구는 이 감염병 상황에서 휴업중일지도 몰라 마음도 여유가 없었을 거라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동안 둘 다 좋은 친구가 되려고 애썼는데 서로 감당하기엔 벅찬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다. 성향도 기질도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찬스처럼 나를 돌아보았고 관계를 다시 보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을 안 하면 모르는 게 사람이더라. 서울에서 다니러 온 다른 친구와 오래 이야기 나누며 도움이 많이 되었다. 2월 마지막 날에는 4학년이 되는 작은딸 서울 이사를 돕고 그렇게 3월이 어김없이 왔다.

 

3월 한달간 집정리를 할 마음으로 결연히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버릴 게 많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한달간 쉬엄쉬엄 하다보면 뭔가는 되겠지. 묵은 살림이라고 핑계대지 말고 이참에 생각과 생활을 좀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모셔둔거야?  하찮은 욕심의 쓰레기. 요즘 거의 신화가 된 양준일이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에서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냐는 질문에 쓰레기를 계속 버렸다고, 자신 안에 있던 쓰레기를 계속 버렸다고 했다. 내 안에 있는 각종 쓰레기를 버려야 좋은 것들을 담을 공간이 나온다. 이 사람 참! 명언이 많지만 특히 반짝거린 말이다.

 

버리고 닦고 재정리하며 나를 보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큰 것에는 물욕이 없는데(이건 다른사람들이 인정함) 자잘한 것에 은근히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큰마음을 봐야하는데 언행에 발이 걸려 서운함이 못내 가시질 않다니...그럼에도 언행이 결코 자잘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다. 여러 사람들 조언대로라면 사람이 참 아니다 싶으면 놓았어야 되는데 3주를 못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추억을 생각하며 마음을 생각하며 옷이며 뭐며 오래도록 못 버리고 있었듯이... "버려!" 툭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웃곤 하는데 이말이 정답이 될 줄이야. 가볍게 살라고 했건만.^^

 

좋은 건 아까워서 쓰지도 않고 쟁여두는 점도 그렇다. 이런 사람은 늘 낡은 것만 쓰다가 한세상 간다. 팔순이 된 우리엄마처럼 말이다. 어리석은 방식이다. 이제 바꾸기로 한다. 새것, 이쁜 것, 좋은 것부터 입고 쓰고 먹고 유통기한 내에 못 쓸 것 같으면 즉시 나누기로!!! 사람도 어제 같이 식사한 자리, 차 한잔의 자리가 그와의 마지막 자리가 될 수 있으니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인연도 약속도 계획도 언제 어떻게 불발될지 모르는 일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유보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기로 하자.

 

여기저기서 온 오래된 계간지와 저서들도 많이 버리고 솎아내고 있다. 서명을 해서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책은 그래도 못 버리고 둔다. 중고거래 할 도서는 따로 쌓는 중이다. 크레마를 애용해 보려고 했는데 손이 자주 가지는 않는다. 종이책이 아무래도 좋으니 이제부터 밑줄긋기 자제하고 노트하기로 결심한다. 아주 소장할 것은 별개이지만.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의 저 책은 작년 이맘때 사서 이번에 새로 읽었다. 유튜브에도 구체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데 현실적으로 아주 유용하다. 유튜브에서 주방정리편 보다가 빵터졌다. 빵끈!!! 이거 왜 모아두냐고요. ㅎㅎ 반짝반짝 금색이라?? 이 대목에서 빵이 빵빵 터짐.

 

책에서는 실용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정리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오히려 실용적이다. 꽤 도움되는 이야기이고 자신의 습관을 돌아보게 되는 뼈아픈 팁이 많다. 예를 들면 옷정리 시, 죄다 쏟아놓고 지금 입을 옷을 산다는 생각으로 새로 고르라는 것이다. 걸려 있는 옷들 중 버릴 걸 빼내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방식이다.

 

 

선택에 집중하라.

수납의 팁은 사용하기 좋게, 사용할 물건 위주로 하라고 한다. 다음에 언젠가는 쓸 거라고 안쪽에 깊이 수납해 놓은 물건은 조만간 잊어버리고, 사용되지 않는다. 정말이다. 이번에 다 꺼내어 안 쓸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나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첫단계는 버리는 것이다!!! 아직 남은 길이 멀지만 조금씩 비어가는 공간이 좋다. 슬슬 마음에 든다. 버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중이다. 모델하우스처럼 해놓고 산다는 친구처럼은 못 돼도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이든 뭐든 미니멀, 도전이다!!!  재정리한 물건들은 꼭 자주 사용하고 애용하자. 1년을 두고 봐서 한 번도 안 쓰는 물건은 다시 버리자.

 

자주 쓰는 물건에는 먼지가 앉지 않지만 쓰지 않고 넣어둔 물건에는 먼지가 소복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점자도서관 가는 길 벽에서 본 문장이다.(요즘 도서관 공사중이라 녹음을 쉬고 있다)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자주 그길을 걷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여 막혀 버린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

 

나는 얼마만큼의 물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일,

정리를 내 인생에 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인생은 길고, 일상은 계속된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물건만 가져야

더 평온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_ 윤선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164쪽

 

 

책 뒷쪽, extra note로 '윤선현의 물건 정리 원칙' 에 집약한 10가지 원칙을 명심할 것.

특히 정리관련 책들만 먼저 사서 읽다가 더 정리가 안 되는 상황 만들지 말고 자신만의 원칙으로 정리하라는 말씀.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내곁에 두자.

 

 

"저마다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바람 따라 떠도는 건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 -21- P21

"네가 뭘 가졌는지 아는 것
네가 필요한 게 뭔지 아는 것
너한테 뭐가 필요 없는지 아는 것
이게 재고 관리야." -191- P191

"자신이 속한 곳에서(place),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며(love), 삶의 목적을 위해(purpose), 자기 일을 하는 것(work), 이 네 가지가 바로 인생의 가방을 새로 꾸릴 때 초점을 맞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이다." -214-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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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0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0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0-03-10 09:07   좋아요 1 | URL
우리집 호기심대마왕 고양이가 제일 신났어요. 옷장문 싱크대문 수납장문 등등 열지를 못해요. 들어간 줄 모르고 제가 문을 닫아 갇히기도 하고 ㅎㅎ 붙박이처럼 앉아있던 사람이 자꾸 뭔가를 벌이니 신기한가 봅니다.

페크(pek0501) 2020-03-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며 살기, 공감합니다. 저도 버릴 땐 옷이고 책이고 확 버립니다. 자주 안 버려서 탈이죠. ㅋ

앞으로 베를린과 관련한 글, 기대할게요!!!

프레이야 2020-03-10 14:34   좋아요 0 | URL
버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즐기는 중이에요. 이제 수시로 버리고 정기적으로 일년에 한번은 해볼까 해요. 오늘 이곳은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

서니데이 2020-03-1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셨나요.
페이퍼를 읽으니, 그 사이 여러 가지 일들로 많이 바쁘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집에도 금색 빵끈이 서랍안에 여러개 있어요. 잘 쓰지 않는데, 그런 것들을 모르게 되더라구요.
잘 버리고 새로 사고, 그런 것들의 순환이 좋은데, 가끔은 새로 사는 것만큼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같아요.
오늘은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이었어요.
프레이야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20-03-10 18:44   좋아요 1 | URL
지금도 주방에서 아직 이러고 있다가 잠시 쉬어요. 아주 어깨가 빠집니다 ㅎ 제가 참 정리를 못하구나 새삼 느끼고 있어요. 에너지와 기의 순환을 위해서라도 버려서 남은 공간이 많은 집으로 만들어야지 불끈!! 본인은 혹시나 쓸까 아깝다고 못 버리는 걸 남은 과감히 버릴 수도 있으니 정리컨설턴트에게 맡기는구나 싶어요. 비가 와서 더 조용한 저녁이에요
빵끈은 빵끗 하며 버리자구요 당장 ㅋ

희선 2020-03-11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보니 결혼식은 해도 음식은 취소하면 안 되겠느냐 하니 그렇게 해도 돈을 다 내야 한다더군요 결혼식이나 돌잔치 이런 거 취소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답니다 그래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가봐요 자연재해라면 돌려주지만, 누군가는 코로나19가 자연재해 아니냐 하기도 하던데... 장례식은 더 쓸쓸할 듯하네요 그것도 제대로 못 치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버려야 할 건 잘 버려야 할 텐데, 저도 잘 버리지 못합니다 더 늘리지 않아야지 하는데, 그래도 쌓이는군요 먼지도... 여러 친구분과 이야기를 하다니 그게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혼자 생각하다 그만두자 할 때가 더 많아요 사람은 오래 봐야 어떤지 알기는 하겠지요

프레이야 님 쉬엄쉬엄 집안 정리하세요 다른 분한테 답글 쓴 거지만 고양이 귀엽네요 고양이는 상자만 보면 들어가려고 한다더군요 서랍도 상자와 다르지 않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0-03-11 08:18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서 어려워하는 목소리가 많아요.
장례식장도 북적거리던 예전과 달리 너무 한산했어요.
여행사는 그래도 취소를 해주더라고 하더군요.
이탈리아에선 결혼식 장례식 모두 못하게 한다고 뉴스가 나오고... 글로벌 대란으로 갈 것 같아요.
저도 내향성이라 혼자 생각하다 곡해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상대가 공감능력 부족이면
더욱 내쪽에서 원하는 점이 어떤 건지 모르게 되구요. 사람, 어찌됐든 속단은 금물인 것 같아요.
냥이에게는...그렇군요. 아주 커다란 상자가 뜨악 열렸으니 ㅎㅎ 고녀석 귀엽지요.
봄이에요 희선님!!!
오늘은 가까운 곳에 잠시 차 몰고 나가볼까 해요.
희선님도 건강히^^

2020-03-11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1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2 0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성지 2020-03-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음을 알리면서 조문은 사절한다는 문자도 함께 오더라고요. 코로나19 이후 친구 어머님 두 분을 보내는 조문은 하지 못하고 성의만 표하였네요. 제 블로그에 들러 반가운 마음에 왔어요. 재택근무하다 오늘 출근하였는데 여전히 어색한 조직입니다. 프레이야 님도 각별히 조심하며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0-03-26 11:1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이곳은 오늘 잔잔하게 봄비가 내립니다. 잘 지내세요 자성지 님.

2020-04-06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배우를 아시나요?

최근에 본 영화 속 한 장면입니다. 이 남자배우의 이름을 맞혀 보세요. 성형을 했다곤 하지만 세월이 흘러흘러 얼굴이 이리도 달라 보이디니 놀랐지 뭐에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날의 그때 그 얼굴 표정이 살짝 엿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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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2-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하프위크>의 미키 루크 아닌가요?ㅎㅎ

프레이야 2020-02-09 16:02   좋아요 1 | URL
와우. 어려운데 맞히셨어요. 미키 루크라뇨!! 처음엔 전혀 연결이 안 되지 뭐에요. 몸은 영화 레슬러 이후 여전한 거 같아요. 저 장면 어느 영화인지 아세요??

stella.K 2020-02-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나홀로 집에 그 소년 아닌가요?ㅎㅎㅎㅎㅎ
눈매가 낮설진 않는데...
이건 딴 얘긴데 얼마 전 리모컨 운동을하다 레전드 7080을 봤는데
레이프 가렛이 나오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그 가렛이 맞아? 하면서...
턱수염을 길러 그렇지 알아보긴 하겠더군요. 하지만 젊은 시절 날렵함은 사라지고 흑흑~
나도 그렇겠지? 좀 서글퍼지더군요.
진추아도 봤는데 그 여잔 정말 예쁘게 나이 들었더군요.^^

프레이야 2020-02-16 10:10   좋아요 0 | URL
정답은 틀리셨지만 레이프 가렛을 소환해 주시다니 문득 시간을 거슬러 가보네요. 진추하는 저도 얼마전 티비에서 우연히 봤는데 달라보이긴 해도 느낌은 있더군요. 우리도 자연스레 좀 달라지고 있겠지요. 사진 보면 확연히 달라보여요 으흐 ..

서니데이 2020-02-0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키루크 일 것 같은데요.
문제에서는 성형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프레이야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0-02-09 16:07   좋아요 1 | URL
성형 힌트찬스 잘 쓰셨어요. 맞아요 미키 루크. ㅎㅎ 요즘 두문불출하고 게으른 시간 보내고 있어요. 충전이 필요한지도 모르죠^^ 편하게 휴일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카스피 2020-02-0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사진보고 미키 루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잘생긴 미남의 미키 루크는 기억이 없고 씬시티에 나왔던 강인한 인상의 미키 루크만 기억이 나네요.

프레이야 2020-02-09 19:30   좋아요 0 | URL
우와 그랬군요. 나인하프위크의 얼굴이 넘 강렬한데 저렇게 늙어가네요. 저 영화에서 저 느물거리는 표정이 나중에 엄청 회한과 후회의 얼굴로 바뀌며 오열해요. 그러다 역시 죽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반전으로 ㅎㅎ 저 영화는 다음 기회에 소개 드릴게요

비연 2020-02-0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 루크... 알아는 봤는데.. 서글퍼요. 나인하프위크.. 그 얼굴과 매치가 안되는 거죠 ㅠㅠ

프레이야 2020-02-09 20: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너무 변해버렸지요. 곱상하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말이죠. 어딘지 불량스러워 보이면서도 매력 있는 건 뭐죠. 물론 저 영화에서지만 불쌍하기도 하구요.

cyrus 2020-02-0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먼저 다신 분들이 맞췄네요. 저도 사진 보자마자 미키 루크라고 생각했어요. ^^

프레이야 2020-02-09 20:36   좋아요 0 | URL
대단해요. 눈썰미가 ^^ 어찌 알아 보셨어요. 일단 피부색도 너무 달라졌어요.

레삭매냐 2020-02-0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키 루크가 아닐까 싶었는데...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막을 수 없나
봅니다.

프레이야 2020-02-09 22:40   좋아요 0 | URL
알아보셨네요 ^^ 저는 전혀 못 알아봤어요. 70이 다 되어가더군요.

scott 2020-02-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루크 눈빛만 그대로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0-02-09 22:39   좋아요 1 | URL
ㅎㅎ 눈빛이라도요

psyche 2020-02-1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인지 듣고 보니 아 미키 루크구나 싶네요. 아 세월의 무상함이란 ㅜㅜ

프레이야 2020-02-10 10:46   좋아요 0 | URL
그죠 살짝 보이긴 해요^^

hnine 2020-02-10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영화일까요?

프레이야 2020-02-10 10:46   좋아요 0 | URL
베를린 아이러브유. 속닥속닥 ^^

2020-02-15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언젠가, 거의 1년 동안 언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이래로 작가에게는 자신이 과거에 썼고, 앞으로 쓸 수 있다고 느낀 문장 모두가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첫문장>



크레마로 담아 놓은 도서들 중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이 책! 42년생 노작가의 자전적 소설, 첫문장부터 밀도가 높다.

페터 한트케는 전직 천사였던 우리 모두에게 헌사하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를 감독 빔 벤더스와 공동 집필했다. 시적인 대사와 시적인 장면 장면이 슬프고도 다정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고통 있는 사랑을 택하여 스스로 지상에 떨어진 전직 천사였던 우리. 전쟁과 장애, 외로움, 어떤 상흔도 스스로 치유하고 일어서는 자들이다. 베를린 장벽에 이어지는 그래피티들 중 아이그림 앞에서 놀고 있는 아무렇지 않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특히 인상깊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를 리드미컬하게 반복하며 전직 아이였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내레이션 중,

“ 아이가 아이였을 때는 사진 찍을 때 억지웃음을 짓지 않는다” 가 생각나네.
아이였을 때 찡그리며 불통한 표정으로 찍힌 사진들이 생각난다. 오래된 앨범과 졸업앨범을 펼치면 그런 사진들 투성이. 맞다 그랬던 거 같다. ㅎㅎ 언제부터 이쁜 척하며 혹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척 사진을 찍었더라? 그때가 아마 아이가 아이가 아니기 시작한 때였을 거다.

크레마는 큰딸이 작년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딸애는 아주 잘 이용하며 독서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 이동 중이거나 공간절약 면에서 좋은 거 같다. 제것보다 업그레이드된 사양이라며 같은 색 커버랑 같이 주문해 주었다. 종이책이 더 좋지만 이것도 장점이 많다며. 나도 갖고 싶었던 거라 흔쾌히 받고는 종이책에 미련을 끊지 못해 자주 열지는 못했다. 만져보고 쥐어 보고 냄새 맡기를 포기해야 하니까. 종이책이랑 겸해서 적절히 이제 좀 적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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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1-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마가 계속 업그레이드되어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평이 크레마가 좀 약하다고 하던데 프레이야님 써보시니 기기의 품질은 어떤한가요? 프레이야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프레이야 2020-01-09 15: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장 넘김이 좀 느린 것 같고 구동이 아직 제 손에 덜 익숙한 거 같아요. 화면 글자 보기에는 좋으네요 ^^

서니데이 2020-01-11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도 크레마 쓰시는군요.
크레마 사용후기를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아직 써보지 않아서 관심있게 읽었어요.
벌써 저녁시간이네요.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0-01-11 21:23   좋아요 1 | URL
조용한 저녁 시간이네요 서니데이님.
크레마는 무게도 아주 경량이라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아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게 늙음의 증거 중 하나라는데
안 그러려면 새로운 것들과도 친하게 지내야겠죠^^

페크(pek0501) 2020-01-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새해에도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프레이야 2020-01-12 21:11   좋아요 1 | URL
페크 님에게도 반사합니다 ^^ 발레도 계속 해주세요

희선 2020-01-1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 멀리 갈 때는 전자책이 좋다는 사람도 많더군요 갈수록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종이책만은 못하겠지만...

새로운 주 시작이네요 프레이야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0-01-13 08:02   좋아요 1 | URL
네.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만 잘 써보도록 하려구요. 희선님도 기분 좋은 한 주 시작하세요^^

2020-01-1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3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7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프레이야 > The Constant Gardener & The English Patient

13년 전 그해 첫 영화로 잉글리쉬 페이션트였던 랄프 파인즈를 보았군요. 페이퍼를 다시 읽어 보니 작년에 보았던 <비거 스플래쉬> 에서 랄프 파인즈는 당시 희미하나 분명히 느껴졌던 다른 면을 온몸으로 잘 연기합니다. 누구든 다면이 있듯 세월이 묻어나며 또다른 면이 농익어 연출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랄까요. 치졸하고 우스꽝스러운 불쌍한 찌질남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훌륭한 영화, 과거의 영광이랄 것도 사랑이라 부를 만한 어떤 경로의 감정이랄 것도 시원한 빗줄기에 씻겨 웃고 치워져 버릴 한바탕 난리법석 비거 스플래쉬. 난민 문제까지, 묘하게 여운이 긴 영화. 오늘 오후부터 사흘간 비가 올거라는데 그래서인지 잔뜩 흐린 하늘이네요. 새해의 한 주 조용하고 나긋하게 시작할까요 ^^

상품넣기한 걸로 본 건 아니고 자막 있는 영화로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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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0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내리니까 겨울 날씨를 제대로 경험하게 되네요. 제가 느끼기에 2019년 대구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거든요. 감기 조심하세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20-01-06 23:19   좋아요 0 | URL
확실히 덜 추워지는 거 같아요 점점.
오늘이 소한이란 걸 아까야 알았네요. ^^
조용하게 유머 깃든 통쾌한 페이퍼 늘 감사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밤에 고요히...

2020-01-08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