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몸의 감옥에 갇혔다. 한 달이 다 되어간다. 9월 30일에 산성 오리불고기 집에 모시고 갔을 때만해도 잘 드시고 걸음도 걷고 하셨다. 가을 햇살 좋던 찻집에서 산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산길을 차로 내려와 수목원도 조금 걸었는데 이제도 다시 못 일어날 것만 같아 믿기지 않는다. 2019년 7월에 동생과 같이 모시고 간 일본여행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때 내가 스케줄 짜고 배 기사 자청해 벳부와 유후인을 모시고 다녔는데 그 때를 참 좋았다고 표현해 주시니 그 마음이 읽혀서 짠하다. 어제도 집에 가 뵙고 오면서 눈앞이 흐려져 길가에 차를 세웠다. 집에 돌아와 지난 사진들을 찾아 보며 일상의 소중한 순간만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간을 이동해 다른 시간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러고는 몸의 감옥에 갇혀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고 서평을 쓴 그이, 물만두 님이 생각났다.  이 책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팔린다. 1주년 동영상 트레일러가 책소개 아래에 뜨는데 검색하여 함께 보시길. 나는 이 책을 10년 전에 녹음하며 웃고 울고 가슴 뜨거워지는 귀한 시간을 선물받았다. 여러분에게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홍윤

 

 

20111220일 녹음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이 그해 마지막으로 낭독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어쩐지 소리 내어 읽고 싶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내용이라는 확신도 들었기에 내가 갖고 있는 책을 추천했고 승낙되었다. 최대한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으려 했는데 부록에 있는 낯익은 알라디너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안녕의 인사는 기어이 나를 목메이게 했다. 우느라 웃느라 정지버튼을 누르기를 여러 번 하며 완료했다.


아마 오랜 알라디너를 비롯해 그리 오래지 않은 분들까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게 마음의 빚과 선물을 동시에 지고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당시에 생일이면 서로 책선물을 주고 받고 이벤트도 자주 열어 헌 책 나누기도 하였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부제가 깜찍하게 달린 이 귀한 책의 저자는 물만두라는 닉네임으로 2000년부터 추리소설 리뷰를 꾸준히 올렸다. 내가 이곳에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게 큰아이 7살 적이었으니까 그 시점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아마 그 비슷하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인터넷 서재 시스템이 운용되기 전이다. 20048월 지금의 서재가 마련되어 우리는 뜻밖에 작은 집 하나씩을 분양받고 알라딘마을의 주민이 되어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고 소소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물만두 님의 추리소설 리뷰도 좋았지만 단란한 가족의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 이야기와 댓글로 간명하게 주시는 좋은 말씀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땐 그런 것들이 그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별 다섯 인생를 읽으며 우리가 어쩌면 쉽게 나누는 댓글 한 줄과 몇 마디 안부가 물만두 님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였던지 알 수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실한 리뷰를 올린 블로그는 세상 밖을 바라보고 세상에 인사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창이었다. 나는 그녀가 육체적으로 그렇게 힘든 감옥에 갇혀있는 줄 몰랐고 그해 추석 끝에 그녀가 올린 글에서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뭔가 심각한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10년 전이다. 나의 사람살이가 그토록 껍데기였나 싶어 나중에야 마음 한 귀퉁이가 쿵 내려앉았다. 혹여나 그동안 내 한심한 투정과 일상사 불만의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부끄럽기도 했다.

 

,

,

그 리 고

사 랑 에

대 하 여.

 

, , 그리고 사랑이 있다가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와 너는 남았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나와 네가 사라지고 사랑이 남는다 해도 그 사랑 또한 좋은 것이니 족하다.

, , 그리고 사랑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슬픔은 남지 않아 좋지 않을까.

나와 사랑만 남거나 너와 사랑만 남는다면

그 남은 한 자리는 슬픔이고 그리움이고 아쉬움일 테니

2006. 11. 18

                       (별 다섯 인생, )

 

위의 글은 에필로그와 부록 앞, 마지막 페이지 바로 앞장에 있는 블로그 비공개글이다. 이 글을 읽고 책을 잠시 덮는데 잔잔한 물결이 밀려들어 온몸을 적시는 느낌이었다. 별 다섯 인생에는 인터넷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비공개로 써둔 일기가 사이사이에 들어있는데, 나는 이 글들이 너무 좋아 베껴 두고 싶은 정도였다. 이 글들에서는 우울과 조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며 그녀가 깊이 사색하는 모습과 세상을 보고 읽는 정직하고 다정한 입김, 여리지만도 강하지만도 않은 감수성과 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고 겸양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남긴 1800여 편의 추리소설 리뷰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고 있는데, 하물며 몸이 성하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굉장한 노동이었을 것이다.


데미지를 입기 싫어 로맨스를 읽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무조건 삶에 강한 척만 하지는 않은 순수한 배짱을 볼 수 있다.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글은 영화 '청원'의 주인공을 떠올려 주는데, 60초만이라도 관에 들어가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순간을 체험해 보라던 말이 새삼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삶은 몸으로 살아내는 것! 그녀는 온몸으로 견디고 싸우며 치열하게 살다가 레테의 강을 건넌 것이다. 머리로만 사는 나는 할 말이 없고 먹먹했다. 그녀의 삶은 내가 감히 연민하거나 안타까워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누구의 삶인들 별이 아닐까마는 물만두 님의 '별 다섯 인생'에는 별 하나 아니 두 개 더 드리고 싶다. 별 다섯은 우리가 리뷰에 주는 최고점이었고 그녀의 리뷰는 거의 다 별 다섯이었다.

 

200493일의 글 '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해 200312월에서 20071월까지의 글이 담긴 이 책은 주로 물만두 님의 가족사, 가족과의 일상, 인터넷서점 알라딘서재와 알라디너들의 이야기다. 언제든 창가로 가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우리와는 달랐던 그녀의 시간을 곱씹어보며 숙연해지길 여러 차례, 웃지 못할 기막힌 상황에서도 유머를 날려 깔깔깔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다. 비공개 일기 속에 묻어둔 솔직한 회한과 갈망의 심정, 삶에 대한 동경과 무시로 찾아오는 우울, 삶을 긍정하는 포용과 용기가 대조적으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이름도 예쁜 홍윤이 예기치 않은 희귀병으로 고통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웃어넘길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곳곳에 어머니에 대한 뼈아픈 미안함과 고마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두 동생들을 향한 맏이로서 갖는 책임감과 보살피려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있다. 다섯 식구가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 토닥거리며 사는 정경이 푸근하게 그려지는 장면들, 빨간 야구모자를 삐딱하게 쓴 꾸밈없이 말간 그녀의 얼굴처럼 참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읽다 보면 곳곳에 '우띠', '에헤라디야' 이런 추임새 덕에 나는 또 정지버튼을 눌러야 했다.


'에헤라디야'는 그냥 글자 '에헤라디야'가 아니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곡조가 붙어져 ''에서 최고음으로 가락을 붙여 녹음해놓고는 혼자 우스워 배꼽을 잡았다. 특히 욕실 앞에 엎어져 있는 딸을 보고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 "엉덩이 상한 거 아니야?" 에 물만두 님이 넘어져 누워 있는 상태로 "어버버 아버버..." 뭐 이렇게 반응했던 대목을 읽을 때, 내가 빙의라도 된 듯 어버버 아버버...” 이렇게 녹음되었다. 이 글은 예전에 물만두 님 서재 페이퍼에서 '상한 엉덩이'라는 제목으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도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하! 참으로 유쾌한 분!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복지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사안에도 늘 관심 두고 비판적 견해를 갖고 계셨던 분,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어 입부터 작아지고 나중엔 여섯 손가락의 힘으로 마지막 자판을 두드렸던 그녀, 이제는 평안한 곳에서 몸도 자유로이 지내시길, 그 감옥에서 풀려나셨길 바란다. 지금 당신들은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힘주어 전한 말씀, 고맙습니다.


2012년 초까지 15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이 책을 녹음 완료했고 편집교정을 하며 일독을 더 하게 되니 나로선 감사하고 느꺼웠다. 물만두 홍윤 님의 깊고 진실된 사유와 온기있는 마음씀씀이, 쉽지 않은 생을 끌어안는 사랑과 여유, 재치와 유머, 무엇보다 조증과 울증 사이에서 때로는 가슴앓이하며 솔직히 토로하는 글귀가 또다시 마음을 울린다. 입이 점점 작아지는(, 나는 그녀의 입이 원래 작은 줄 알았다) 그녀에게 음식을 잘게 잘라 입에 넣어주는 만순이에 대해 고마움을 쓴 대목에서도 가슴이 찡해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만순이는 그녀의 여동생을 칭하는 닉이고 언니의 사후 이 책을 출간하였다. 그녀만큼 생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간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이 책을 녹음하며 진짜 노래를 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책 속에 나오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가사를 시적으로 옮겨둔 대목이 있는데 낭독을 한다는 게 그만 자동으로 노래가 되어 나왔다. 1차 편집을 하며 듣다가 나도 놀랐다. 이왕이면 좀 더 잘 부를 걸. 그런데 최종편집에서 아무런 말씀이 없는 걸 보니 그대로 녹음도서로 완성된 것이다. 그녀에게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한 게 되었다. 들으신 분들, 놀라셨다면 용서하시길...


계절이 선택의 여지 없이 가고 또 오듯, 물만두 님의 글귀대로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 그런 것 같다. 한때는 내가 선택해서 살아왔다고 착각했지만 돌아서 생각해보면 그 반대가 아닌가. 한편으로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물밀듯 밀려오고 밀려가는 느낌. 강물에 흘러가는 꽃잎처럼 살자. 도서관 입구에서 보았다, 백목련화 꽃봉오리들을. 입을 앙다물고 야심 차게 열릴 희열의 순간을 예고하며 단단하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었다. 폰카메라로 그걸 담고는, 어느 순간 열렸다 화르르 닫힐 그네들의 뽀얀 꽃이파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눈물이 새큰 났다. 하늘이 너무 새파래서만은 아니지.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어 보면 또 달라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그냥 살자. 어떤 삶이 더 낫다, 못하다 저울질 말고 그저 내 삶이 제일이려니 생각하고 살자. 누구든 살면서 남보다 우위에 놓이길 원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게 그리 중요한가. 내 삶은 이생에서 단 한 번뿐이고, 그 삶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스스로가 아름답게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중략) 살아 있어서 좋다는 건, 백 번의 불행이 닥쳐와도 단 한 번의 행복이 그 백 번의 불행보다 찬란하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해피데이'라고 하는 건가. (별 다섯 인생 175)


 

인터넷의 폐해도 크고 단점도 많지만 물만두님에겐 하루 일과의 많은 부분, 거의 전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창구가 인터넷, 윈도우였다. 수족관 물고기들에겐 그 크지 않은 세상이 세상의 전부이고 화분 속의 꽃은 그 얕은 흙밭이 세상의 전부이듯,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세상의 전부일 테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루미의 말처럼 우리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면서 동시에 거울 자체이기도 하다. 행위자이자 관찰자로서 ''는 생이 몰아가는 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하좌우 돌고 도는 어지러운 바퀴살이 아니라 바퀴의 굴대, 중심에서 살자.

 

세상에는 열 가지 보따리가 있다. 그중 아홉은 불행 보따리고 나머지 하나만 행복 보따리다.

아홉에 얽매일 것인가. 하나에 기뻐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별 다섯 인생 184)



기장 마레 앞 밤바다 (2021.12.18 박유영 라이카 촬영)

밤바다처럼 알 수 없기도 알 것 같기도 한 인생.


손 (2021.12.18. 배혜경 아이폰12)

피부가 좋은 편이었던 아빠의 90년 인생. 





댓글(59) 먼댓글(0) 좋아요(7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프레이야 2022-01-07 18:55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서니데이 2022-01-07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

thkang1001 2022-01-07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러블리땡 2022-01-08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2-01-08 00:2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러블리땡님 ^^

희선 2022-01-08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또 축하합니다 불행 아홉 행복 하나여도 하나를 잘 보면 좋을 텐데, 생각은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1-08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들 올라오는거 보느라 자꾸 들어와서 밤바다 사진 볼때마다 가슴이 먹먹한느낌을 받네요
사진 정말 좋슿니다.

프레이야 2022-01-08 10:22   좋아요 2 | URL
밤바다 위로 둥근 달이 무언가 말을 하지요 그레이스 님에게도 달빛 가득 풍만한 한 해 매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초록색 불빛을 떠올리며


침대와 책정혜윤 / 2010년 10월 녹음완료

 


 













축제가 열리면 밤하늘 광안대교 위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집안에서 다 들린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다. 매년 시월이면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수십억의 돈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 같아 교통마비보다 더 마음이 불편하다. 많은 사람이 즐기며 축제도 어느덧 회를 거듭해 제법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바이러스 사태로 2년간 잠정 중지다.)


2003년 처음 불꽃축제가 열리던 날, 작은딸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가장자리,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첫해라 신기하기도 하고 굳이 안 가 볼 이유도 없었다. 야간이라 꽤 쌀쌀했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나가 조금 보다가 심드렁해져선 중간에 되돌아왔다. 그저 겉으로만 화려하게 반복되는 그것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고 아무런 영감도 얻지 못했다. 나는 무얼 바라고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불꽃이 피우는 갖가지 조악한 이미지들 옆으로 무심히 떠 있던 만월이 기억에 더 생생하다. 화려한 불꽃과는 대조적인 이미지였다.


영화 <해운대>에는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소 머금은 얼굴이 나온다. 일상의 손을 잠시 놓고 각자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잠시 뒤로 한 채 검은 하늘의 불꽃을 올려다보며 아이 같은 웃음을 날리던 그들은 잠시 후 일어날 불운의 전조를 읽지 못했다.

 

팡팡 터지는 소리가 멎었다.

축제는 그렇게 끝났나 보다.

갑자기 세상이 그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허무를 남기며 명랑을 가장한 불꽃 소리가 멎자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날마다 응시했던 '초록색 불빛'에 대한 까마득한 상상,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그때의 전율을 환기했다. 스무 살에 처음 책으로 상상했던 롱아일랜드 저 너머 어딘가에서 아직도 빛나고 있을 것만 같은 그 불빛을.

 

50피트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이웃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위대한 개츠비>

 

정혜윤은 독서에세이 침대와 책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위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사랑하는 여자를 불러놓고 기껏해야 구석구석 집 자랑을 하고 영국제 셔츠를 구경시키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금주법을 악용하고 도박꾼과 결탁한 그 시대 속물의 완성판 개츠비를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문장에 다 나온다홀로 완전한 세계를 가졌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 어리석은 방법으로 몸부림을 쳤다는 점에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내세운 셔츠나 집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점 불빛이었다는 점에서. 파멸당함으로써 우리에게 허상이 뭔지 알려줬다는 점에서(침대와 책 201)


다시 정혜윤은 아래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은 아미 도시 저쪽의 광막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나는 왜 개츠비를 읽는가?

세상의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초록 불빛은 있어도 그 불빛에 이르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날, 개츠비를 읽는다.

모든 순간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순간은 목숨을 앗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중략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침대와 책 202)



이 책 녹음을 201010월에 마치고 스무 살 적 내겐 초록색 불빛만 보였던 개츠비에게서 우리의 불안한 자화상을 본 정혜윤의 다른 책이 보고 싶어졌다. 역시 편견은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쓰레기다.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하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우정으로 내 미래를 만들어보려고 한 것은 아무리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침대와 책2007년 작이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개성 있는 독서가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침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신선한 조합이 낳은 진심 어린 독서기다


지금 당신의 침대 옆이나 아래에 놓인 책은 어떤 책인가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한 독서에세이가 한 권 더 있는데,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이다. 저자는 소설읽기를 즐기며 알라딘에서 쓰는 닉네임은 다락방이다. 정혜윤과는 다른 통통 튀는 개성이 있어 즐겁게 녹음했다. 저자의 성격과 어조에 맞게 발랄하고 좀 높은 톤으로 읽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2-19 14: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침대옆엔 지금 주경철님의 마녀 가 있어요 ㅎㅎ 다락방님 책 녹음하셨군요. 프레이야님의 발랄하고 높은 톤 저도 듣고싶네요 ~ 개츠비에 대한 글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19 15:09   좋아요 4 | URL
톤을 가라앉혀 읽는 것보다 에너지 세 배 들어요.ㅎㅎ
락방님의 발랄한 문투를 최대한 살리려고 톤도 올리고 가볍게 말하듯 ^^
미니 님 침대와 주경철의 ‘마녀‘ 우잉 어쩐지 제목만으로 어울리는 듯요.
그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1-12-19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통통 튀는 목소리라면? 어떤 느낌일까요?ㅋㅋㅋ
<침대와 책>도 어떤 책에서 소개된 걸 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19 15:11   좋아요 5 | URL
정혜윤 독서에세이들 좋아요. 사람도 매력적이고 글도 매력적이고요.
통통 튀려고 바등거렸지만 잘 되었는지는 몰라요 ㅎㅎ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읽었어요. 친구에게 말하듯...

얄라알라 2021-12-19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만난지 수년 된 친구가, 점자도서관 낭독녹음 봉사자라 해서
저도 언젠가는 알아보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프레이야님 음성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책날개 속 아름다운 분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상상 속에서 분명히 듣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7:23   좋아요 4 | URL
하세요 님 적극 권유합니다. 목소리 나눔 할 수 있을 때 하시길요.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일석삼조예요. 목소리는 어느 정도는 훈련과 단련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은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소설의 경우 대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에세이나 시집은 또 그 어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쪽으로요. 성우는 아니지만 듣는 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면 되니 시작하시길요^^

scott 2021-12-19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디오 음성 들으려면 부산 시립 도서관증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ㅅ^

프레이야 2021-12-19 18:12   좋아요 4 | URL
아니어요 ㅎㅎ 부산시립도서관이랑은 다른 곳입니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것이구요. 여기가 제일 많은 음성도서를 제작 배포하는데 비장애인에게나 상업적으로는 유통하지 않고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ㅎㅎ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도 이곳에서 먼저 만들어 배포합니다.

희선 2021-12-20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군요 부산에 살아도 바다와 먼 곳에 사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사는 곳도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30분 넘게 걸어가야 해요 바다라고 해도 그렇게 멋지지는 않네요 거기보다 좀 먼 곳으로 가야 멋진 바다를 볼 듯합니다

통통튀는 프레이야 님 목소리는 어떨지... 그걸 녹음하는 시간 즐거우셨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20 08:25   좋아요 2 | URL
이곳도 여러군데 바다가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요. 저는 소박한 포구도 좋아해요 특히 비 오는 포구. 새만금 지나 선유도를 간 적이 있어요. 나오면서 서대구이를 먹었는데 아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저는 물 가까이해야 좋대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물이 끌려요.

책 전체를 통통 튀게 읽다간 에너지 금방 아웃되어요 ㅎㅎ 문장의 리듬에 따라 어느 곳에선 특히 그랬네요. 락방님 특유의 유머가 깃든 문장에서. 녹음하는 동안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목관리도 잘해야하는데 전 편도선염이 자주 오는 편이라 늘 조심스러워요.

키라키라 2021-1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나눔으로 빛나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프레이야님은 뭔가모를 따뜻함이 많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불꽃을 보고서 캐츠비의 초록불빛을 떠오르게 하고 더 너머의 생각에도 이르게 하는걸 보면 문학의 힘이 이런건가 생각되네요. 저도 책을 벗삼아 남은 인생 함께 가보려 합니다. 작은 시작 느린 걸음이지만 책이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될까 기대가 됩니다^^

프레이야 2021-12-20 17:38   좋아요 1 | URL
키라키라 님 반갑습니다.^^
책은 정말이지 좋은 친구에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주변에 보면 다른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북피플공동체 입주자라 그런 면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자주 이야기 나누어요^^ 느리게 꾸준히 오래오래 가자구요. 많은 게 바뀔지도 몰라요. 낭독녹음 봉사는 제가 얻는 게 많은 일이고 목소리랑 눈이랑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좀 주춤했는데 어여 활발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수하 2021-12-21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대와 책>이 참 좋았는데, 절판되어 아쉬워요. 그런데 다시 읽으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서, 그 시절의 저에게 좋은 책이었구나 싶었답니다.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떨까요.. 상상만 해 봅니다 ^^

프레이야 2021-12-22 08:14   좋아요 1 | URL
그죠 책도 독서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시절인연이랄지. 참신한 책이었고 이후로도 독서에세이 쪽으로 꽤 좋은 느낌이었어요. 에세이 폭이 다양해지고 있더군요 최신작 보니.
제 목소린 아휴 상상만요^^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총379쪽)

 녹음시작 2019.3.20. (2번 파일 42쪽까지 녹음)

 

 

 어제같은 날은 카페라떼가 마시고 싶었다. 상가에서 커피를 사들고 나와 차를 출발하려고 하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공곶이에 수선화 보러 가는 걸 취소하자고. 비가 올 것 같고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니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내가 먼저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와서 이심전심이네 했다. 비보다는 가고 싶다는 마음이 쉬고 싶다는 마음에 밀린 거라는. 부산수필문예 편집장을 맡아 3년간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이번 봄호를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고 싶었던 차였다. 조용히 혼자 충천하는 체질이라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건 조금 있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튼 이심전심, 반가운 친구 목소리를 들으며 부산점자도서관으로 출발, 길이 제법 밀리고 하늘도 우중중충 날이었다. 부산점자도서관은 사상도서관 건물의 1층에 자리하는데 주차공간이 늘 부족하다. 주차요원의 미안해 하는 말이 제법 부드러웠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 모 회사의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걸어올라왔다. 도서관 접근성이 좀더 용이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좋을 것인데, 아쉬운 점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교육장이 보인다. 유리문이라 안이 들여다보이는데 오늘은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교육을 하고 있었다.  아는 분이 보인다. 70대 중반 여성인데 늘 활기차고 밝은 분이다. 집안일과 요리까지 손수하시고 손글씨를 쓸 때면 남편이 플라스틱 긴 자를 받쳐준다고 하셨다. 선생님 읽기 어려우실 텐데, 라고 말씀하시만 나는 한 자도 어긋나지 않게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보기 좋게 잘 쓰신다. 점자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귀여운 엄살을 부리지만 열심히 하신다. 아, 여기서 '열심히'라는 단어는 다시 쓰자.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분에게는 '열심히' 대신' '즐거이'나 '재미있게' 같은 말이 어울린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힘써 가며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즐기며 하고 계시니까. 내가 시각장애인들과 하는 모든 활동도 그렇다. 13년째 낭독녹음봉사를 하고 있는 것도 4년째 이분들과 문학관련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기쁘고 감사한 일들이다.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최고다. 총무과 선생님에게서 들은, 20대 후반 여성 정**씨가 점자교정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신나게 하며 스스로 보람으로 즐거워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음성지원실로 들어갔다. 세 분의 선생님들이 작업중이다. 2번 녹음실로 목을 적실 차 한 잔을 들고 들어갔다. <고마워 영화> 수정편집 마무리를 시작하는데, 똑똑똑 노크소리에 문을 열었다. 2019 부산원북원도서로 내가 원하던 책이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이 책을 건네받았다. 회원이 원하는 책이 우선이지만 나도 읽고 싶은 책을 녹음하게 되면 더욱 좋다. 일석이조이니까. 작년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에 이어 올해에도 내가 녹음하게 되어 영광! 빨리 읽어야지.

 

유현준의 책이라면 알쓸신잡2의 영향도 있겠지만 유홍준의 추천말처럼 '전문성과 대중성이 분리되지 않은 인문학적 해석'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였지 싶다. 그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 '도시와 건축'에 대한 해석으로. 도시와 공간을 읽는 눈이 생기면 흐릿하게만 보였던 우리 모습이 점차 또렷해진다는 건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의 부제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를 보면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표지와 본문의 일러스트도 저자가 담당했다. 멋진 표지 일러스트를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 본문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는 사진, 그림, 도표에는 설명을 읽어준다. "**쪽 사진 설명 시작합니다. ~ 사진 설명 마칩니다." 글로 이미 적혀 있는 내용이라 그리 큰 지장은 없겠다.

 

11쪽에 걸친 '여는 글'이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과 이 책의 내용을 잘 말해준다. 전체그림을 그리는 통찰과 세부적으로 분류해 들어가는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목차도 긴 데 꽤 상세히 구체적이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잘 이해되도록 읽히고 젠체하지도 않는다. 말을 할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고 똑똑하게 유머러스하다. 지루할 틈이 없이 쉽게 읽히고 흥미롭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1994년 발견된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를 언급한다. 스톤헨지나 이집트 파라미도보다 6천 년 이상이나 앞서 지어진, 기원전 1만~8천 년경의 신석기 시대 유적이다. 구석기 시대 인류가 동굴 밖에 나오면서 짓기 시작한 최초의 이 건축물은 장례식을 치렀던 신전으로 추측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건축물이 기원전 7천 년경에 시작된 농업혁명 이전에 지어졌다는 점이다. 60~70명 사람이 6개월에서 1년 동안 한곳에서 생활하며 건축에 매달려야 하니 지속적인 식량 공급이 필요하고 이렇게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이다.

 

구석기 시대 동굴화를 보면 인간은 동물보다 작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괴베클리 테페 기둥에 새겨진 조각에서는 인간이 동물보다 더 크게 조각되어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러한 모습이 바로소 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키우고 식물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재배해'의 오자인 것 같아 고민하다 그냥 '지배해'로 읽었다) 농업을 할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이 만들어진 증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믿음과 조직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신전 건축이었다. 건축은 인류 문명의 효시인 농업보다도 먼저 시작된, 인간을 인간 되게 만든 본능적 행위다. (8쪽) 

 

 

이 책에는 전작에서 다 말하지 못한 건축과 도시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건축가로서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을 디자인하면서 알게 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부분은 주술이 어긋나 '담았다'로 내가 교정하여 녹음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14쪽)

 

 

 서지사항과 목차, 저자소개, 여는글 다음으로 본문을 읽어 들어가면서 우리 자신과 타인, 우리 아이들, 우리 관계들에 좀더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되었다. 알면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에 좀더 접근하게 된다. 오늘은 하늘이 제법 화창하다. 친구의 예상과는 달리. 내일의 날씨는 알 수 없는 것. 베란다문을 열고 고개를 빼서 왼쪽으로 보면 멀리 광안리바다가 반짝거리며 넘실거린다. 그 위로는 광안대교가 선을 그리고 있다. 고층아파트 숲 사이로 묘하게 어울리는 기하학. 자연과 인공철물이 그리는 풍경, 그 안에 쉼없이 하행상행 달리는 자동차들이 장난감 같다.

 

 

 

 

사람들은 건축물이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 P5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9-03-2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수필문예 편집장을 맡아 3년간 하시는 것도, 13년째 낭독녹음봉사를 하고 있는 것도, 4년째 이분들과 문학관련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13년이나 되신 줄 몰랐어요. 문학 관련 수업은 수필 수업인가요?
프레이야 님은 능력자이시네요. 큰 결심이 필요해 보이지 않으십니다. ㅋㅋ
아무쪼록 일 잘 하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이런 분 알고 지내서 좋습니다.^^

프레이야 2019-03-25 21:31   좋아요 0 | URL
페크님 응원 감사합니다 😊 늘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란답니다. 페크님 칼럼 좋아해요. 계속 꾸준히 써주시길... 꽃샘추위가 있긴 해도 봄은 봄이네요. 가까이에 있는 동네에 벚꽃터널이 아주 환해요. 마음에 등불 하나 환하게 내어걸고 가자구요.

서니데이 2019-09-1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내일부터 추석연휴입니다. 명절을 맞아 인사드리러 왔어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2019-10-01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6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水巖 2019-10-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대전을 망서리다가 열게 되었기에 제일 먼저 알립니다.
초대전을 만들어주신 박물관협회 회장이시고 가회민화박물관장이신부으로 장소는 가회동에 있는 한옥마을에 가회민화박물관 전시장이랍니다.
초대일시는 11월 4일 오후 4시이고 13일까지 전시를 합니다.
지난반 고판화전 에 초대해 주신분이 모든 준비를 해 주시고 초대전이라 대관료는 물론 도록도 그곳에서 만드신답니다.
마지막 전시로 어리둥절 해 지고 마지막 큰 선물을 받은것 같군요.

프레이야 2019-10-26 18:14   좋아요 0 | URL
수암님 반가운 소식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꼭 가서 보고 싶어요. 일정 맞춰 보겠습니다

2019-11-06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업 THE PICK UP / Douglas Kennedy / 밝은세상 (총 339쪽)

녹음 시작 2019. 1. 16 녹음완료 2019. 3.6.

 

기해년 새해 첫 녹음완료한 책이다. 어제는 경칩이었고 봄비가 촉촉히 오는 날이었다.

점자도서관으로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비는 그쳤고, 까마귀 소리가 텅 빈 하늘에 울렸다. 울음소리였는지 웃음소리였는지 누굴 부르는 소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자신에게 하는 독백일지도. 언어는 원래 자신에게 말걸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촘스키는 말했다지.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눈앞 벚나무 꼭대기에 커다란 까마귀가 후루룩 날아와 앉았다. 정말 컸다. 만어사와 유후인 마을에서 보았던 까마귀 이후로 처음이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듯 한참 올려다보며 주차장으로 걸어내려갔다. 또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뜻밖의 일에 부딪혀 죽은 나날을 보냈다. 뜻밖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드니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집 <픽업>에는 12편의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비슷한 인물과 상황에서 이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눈에 빛이 부족하여 못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넘쳐 들어와도 오히려 시야가 흐려지고 대상이 뭉개져 버렸을 수 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보면 박장대소하기도 무릎을 치기도 하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 스님은 결혼을 선택하고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콕 짚어준다. 무슨 진정한 사랑씩이나... 자기 주제에...  다 계산하고 결심한 거 아니었느냐고... 덕 보려고 하는 마음 아니었느냐고... 의식에서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무의식에서는 남녀 모두 어떤 계산을 하고 선택한 게 결혼이라고.  연애는 좋은 모습만 보고 보이려는 만남이지만 결혼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연애 때 대상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굳이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니까. 여기서 자기를 속은 건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의 일관된 주제, "인생이 절망과 실패로 점철되어갈 때 우리는 왜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에 무릎 꿇게 된다. 이렇게 인정하게 되는 순간, 대상을 미워하기보다 받아들이게 된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인생의 절반을 훌쩍 지나 종점으로 가는 길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여생의 일들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열쇠뭉치들의 마지막 열쇠가 문을 여는 법이라지.

 

전반적으로 냉소적이고 희의적인 어조를 보이지만 이런 태도가 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라 말하는 건 다소 성급하다. 오히려 어차피 테러리스트 같은 생을 좀더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력을 잃지 않는 태도로 살 수도 있다. 심리를 뚫는 눈에 위트를 겸비하며 술술 읽히고 이야기의 반전도 흥미로운 <픽업>의 첫장에는 키르케고르의 이런 글이 인용되어 있다.

 

이리도 할 수 있고 저리도 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이리 하거나 저리 하거나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을 선책하든 깊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라는 결과물을 피할 수 없다면 좀더 용감하게 시도하고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햇살 따스하다. 봄이라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봄이니까 다시, 시작이다. 詩.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는데 내일쯤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모든 건 맞는 때가 있으니...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가 2019 부산원북원도서 후보 5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지금 투표중이고 어느 책이 최종선정될지 모른다. 작년 최종선정도서였던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는 내가 녹음했다. 선정되자 마자 빠른 시일 내에 해야한다. 이번 해부터는 그래서 후보도서 모두를 미리 나누어 녹음하기로 한다. 나는 그 중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골랐다. 내용 전달력도 좋고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라는 건 알쓸신잡에서 보았고 글은 어떨지 내용이 기대된다.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5권 모두 시각장애인 용 전자도서로 작업 중에 있는데 그 작업이 끝나면 녹음도서로 작업하게 된다. 빠르면 다음주 수요일 시작.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9-03-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339쪽을 읽으시려면 쉬운 일이 아니겠네요.
픽업, 재미있나요? 요즘 단편 소설에 빠져 있어요. 장편과 달리 하나씩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낭독하시려면 목 보호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네요. 새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점에서 충분히 쉬시며 하시기를요.
요즘 저는 말하는 것도 힘이 든다고 느낄 때가 있답니다. 나이 탓인지...ㅋ 건강합시다.

프레이야 2019-03-09 14:57   좋아요 0 | URL
페크 님 안녕하시죠. 진짜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낭독도 말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어요. 제대로 숨 쉬는 것도 조율이 필요한 거 같아요. 픽업은 쉽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인데 별점을 굳이 주자면 셋 반 정도 줄까요. 지리멸렬한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기도ㅠ하고요. 건강이 최고에요 아무튼 ㅎㅎ
 

기해년 새해가 절반 넘어 지나가고 있다. 모든 게 지나가고 또 다시 오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나는 거자혹반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돌아온 경우도 있지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더욱 많으니.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는 더욱 그렇지 싶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무언가가 사라지면 그 기억도 관계도 함께 사라지는 거라는 대사가 나온다.  정말 그럴까. 함께한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그 시간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몰려온다. 하잘 것 없는 게 되어 버리는 자신이 싫은 것이다. 그러니 돌아온 경우에는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감격, 감동, 감사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이다. 다 인연이겠거니.

 

새해 들어 이틀째 밤, 서울에 살고 있는 작은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냥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밤 11시였고 추운겨울밤이었다. 4층 원룸에서 내려와 찾아보던 중, 좀전에 담벼락 틈새에서 녀석의 옆모습을 봤는데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10개월밖에 안 된 녀석이 어디서 떨고 있을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놀라고 상심한 딸아이도 안쓰러웠는데 다행히도아이는 합리적으로 냥이를 찾기 시작했고 포기하지도 당황해 하지도 않았다. 조심하지 않은 상황들에는 화가 좀 났지만 일상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제 할일을 하며 차분히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였다. 나는 그동안 딸아이집에 가서 아이마음도 보듬어 주고 냥이가 사라진 방청소도 하고 밤에는 아이가 만들어온 전단지를 함께 붙였다. 그다지 멀리 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며 전봇대와 담벼락에 냥이 사진이 붙은 전단지를 단단히 붙였다. 가게 유리창에 붙이라고 선뜻 말씀해주신 성산로 18길 '23시 그린마트' 주인아저씨, 감사하다. 골목을 환히 비추며 우리를 내려다보던 가로등 불빛이 아니어도 밤공기가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는 먹이와 물과 화장실을 집 밖에 내어놓았고 날마다 기다렸다. 먹이를 먹은 흔적이 있어서 멀리 안 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진짜 집주변에서 2주일을 배회했던 것이다. 어젯밤 11경 다시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녀석을 찾았다고. 전화 너머로 냐옹냐옹 소리가 들렸다. 케이지를 놓은 지 한 시간만에 걸려든 것이다. 고 불쌍한 것이 케이지 안에서 덜덜 떨고 있더란다. 케이지덫을 사려고 마음 먹고 있던 차에 그걸 빌려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고 그 덕분에 냥이를 다시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가출 2주일만에 돌아온 녀석은 살이 쏙 빠져 있고 흰색 털부분이 회색이 되어 있었다.

 

고양이가 사라진 2주일 동안 나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마음이 궁금했다. 열린 문으로 바깥세상이 궁금해 나간 고양이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사람의 이해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고양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모를 일이지만, 모든 짐작은 사람 기준이 아닐까. 길냥이들의 영역 다툼에서 밀려 멀리 갔을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생각을 뒤엎고 역시 집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 얼마나 춥고 두려웠을까. 집에 데리고 들어와 케이지를 열어주니까 아이발에 머리를 부비로 핥고 가릉거리며 바들바들 떨더란다. 사람을 알아보는구나 싶어 찡했다.

 

아침에 '평화의 꾹꾹이'라며 동영상을 보내왔다. 냥이가 돌아와 안정되면서 덩달아 딸아이도 순해졌다. 공부하느라 집에도 안 내려온 아이는 그동안 속상해 날카로워져 있었다. 나로선 냥이가 눈앞에 삼삼하면서도 다행히 어디 좋은 데로 갔기를 바랐고, 돌아오지 않아도 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다. 원룸에서 냥이와 동거하는 아이 마음은 알겠지만 좁은 방이 엉망이었다. 마음껏 사랑을 주고 한번은 떠안아야 할 상실감에  아픔을 겪는 아이를 보며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8월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면 냥이의 거처를 어떻게 해야할지 살짝 고민이다. 어쩌면 내가 데려와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들이 정작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예상과 예감은 어긋나기 일쑤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새해 들어 첫 낭독녹음을 하러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갔다. 점심시간 직후이긴 하지만 따끈하게 간식으로 나눠드시라고 점자도서관의 착한 선생님들에게 드렸다. 나도 두 개 먹고.

 

 

픽업 /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총 339쪽)

녹음시작 2019.1.16. (73쪽 3번 파일까지 완료)

 

12개의 단편소설 모음집 중 '픽업'은 첫번째 소설이다. 이슬람교도에 대한 편견이 엿보이는 문장이 있지만 그것이 작가의 편견이라기보다 자칭 타칭 인간쓰레기 주인공 찰스의 편견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더글라스 특유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이 재미나게 읽힌다. 결말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한 방과 함께 생의 통찰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얼마나 강한 충격타를 받아야 정신을 차릴까.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중략)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73쪽)

 

더글라스 케네디가 격찬을 받은 여행기로 <Beyond the Pyramids>, <In God's Country> 등이 있다는 건 책날개의 작가소개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고마워 영화 / 배혜경 / 세종출판사 (총 315쪽)

편집 2019. 1. 16. (118쪽 5번 파일까지 완료)

 

작년에 녹음완료, 편집교정 중이다.

며칠 전 영화 <채식주의자> 임우성 감독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제목에 이끌려 책을 고르고 커피샵에서 누굴 기다리며 읽던 중

목차의 영화들과 서문이 마음에 들었고 영화 목록을 보다가 <채식주의자>를 발견했다고.

몇 안 되는 리뷰 중 가장 마음에 들고 가장 정확한 글이라고, 인연에 대한 내 문장에 공감하셨다.감독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감상하진 못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며, <채식주의자>의 아름답고 슬픈 이미지들이 다시 스쳐간다.

한강의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좋은 영화였다. 올해는 한 가지 중책을 더 맡아 좀더 바빠질 것 같지만 틈틈이 길을 떠날 것이고, 넓고 깊게 아름다움에 좀더 가까이 가보고 싶다.

 

 

 

물구나무를 서듯 거리에 뿌리를 박고 햇살을 받아 타오르는 초록잎들의 불꽃, 활짝 벌린 가랑이 사이로 피어나는 꽃들의 냄새, 아무런 생각도 마음도 없이, '누린내 나는 살의 죄'를 먹지 않아도 햇빛과 물만 있으면 생명을 이어가는 순연한 식물의 꿈으로 현실은 환원된다. 재생과 부활의 꿈이다.

   하지만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몰라. 꿈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꿈에서 깨어나면 그래도..." (301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9-01-1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프레이야 2019-01-18 15:07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세요. 전 조금만 받겠습니다. 이곳 바다쪽 햇살이 포근해요

수퍼남매맘 2019-01-1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2 주만에 돌아오다니 정말 기적이네요 .

프레이야 2019-01-18 20:23   좋아요 0 | URL
그죠^^ 넘 신기하고 반갑고 눈물겨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