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선배 중에 이런 남자가 있다.
키 크고(187cm) 잘 생기고, 옷 잘 입고, 잘 놀고....
아저씨 같은 와이셔츠는 입지 않고 항상 랄프 로렌 셔츠를 입는다.(랄프 로렌 마니아)
소품도 다 명품들이다.
루이뷔통 지갑에, Lazy Susan 시계, Zegna 넥타이 등등...

70년생인데 아직 결혼 안하고 있으니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playboy겠거니....
구속 당하지 않고 이 여자 저 여자하고 놀고 싶은가 보다... 생각한다.

나도 그 선배를 처음 봤을 때,
아주 전형적인 playboy인지 알았다.

그런데 한 번은 그 선배랑 둘이서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별로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무슨 고해성사를 하듯이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는
진실게임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 얘기를 했다.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너무너무 싫었다고...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집에서 절대 권력자였고, 엄마는 아버지의 노예 같았단다.
아버지의 절대권력은 자식들에게도 어마어마해서
아버지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단다.

자기는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자기는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데,
문득문득 자신의 모습에서 그토록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한다.
어떨 때는 거울을 보다가 아버지랑 너무 닮아서 놀란다고 했다.
자기가 결혼을 하면 자기 아버지 같은 가장이 될까봐 그것이 너무도 두렵다고 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으면서 그 선배 생각을 했다.
정신분석이건 심리상담이건 뭐건,
결국 한 인간의 거의 모든 문제와 정체성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세진이란 여자가(김형경 자기 얘기다)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 들이는 내용인데,
세진의 그 많고 복잡한 문제들이 모두 유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에 있었다.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세진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외할머니한테 보내졌는데
자신이 부모의 이혼에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자란다.
(<사람풍경>에 김형경이 자기 얘기를 쓴 거랑 똑 같다.
 읽으면서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마구 헛갈렸다.)

항상 단정적으로 말하고, 너무도 도덕적이고, 도무지 애정표현을 할 줄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심지어 딸에게도 절대 신세지지 않으려 하고, 
모든 것을 자기가 다 알아서 하는 엄마가 싫고 화가 나지만
자기도 엄마랑 똑 같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로 쓴 정신분석 이야기" 처럼 느껴진다.
그 만큼 정신분석을 받는 과정이 세밀하고 길게 묘사되어 있다.

세진은 또는 김형경은 (하도 자전적이라 읽으면서 내내 헛갈렸다.<사람풍경>을 먼저 읽어서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왜 감기가 걸려도 툭하면 병원에 가면서
인생을 구원할 수 있는 정신분석은 받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

소설 속에서 세진은
정신분석을 좀더 일찍 받았다면
그렇게 자기자신을 혐오하며 혼란 속에서 살지 않았을 꺼라고 한다.
또 엄마도 정신분석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한 시간 면담료가 7만원인데, 그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귀가 얇은 나는 정신분석을 한번 받아볼까 잠시 솔깃했다.
그러다 작년에 들은 성형외과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 신경정신과 애들 방송 나와서 말만 잘하는 거지,
  실제로 상담해서 환자 치료하는 의사들 몇 안돼.
  우울증 약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 다 약물치료한다고...
  방송 나와서 썰 풀고..."

뭐...이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금을 내고 모르는 의사 앞에 앉아서
억지로 옛날 기억을 들추어내서 말하며 어깨를 들썩거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정신분석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싸~악 가신다.

"내 아버지의 아들"이기에 결혼하기가 두렵다는 선배나,
이런 정신분석 사례들을 읽을 때면
애를 함부로 낳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성숙한 부모가 애를 낳아
끊임 없이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끊임 없이 애를 학대하고,
그래서 또 하나의 상처 받은 어른이 생겨나고...

"내 아버지의 아들"이기에 결혼하기가 두렵다는 선배는
결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 아닐까...
보통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말이다.

나도....내 자신이 엄마, 아빠의 "미니 인간", "복제 인간" 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가끔씩 징그럽기도 하다.

우리 엄마는 자신을 위해서 돈을 한푼도 쓰지 않는다.
그 흔한 택시 한 번 타지 않고,
좋은 미장원 좀 가라고 그렇게 사정을 해도 좁아 터진 동네 미장원에 가고,
화장품은 샘플까지 아껴 가면서 쓰고...

그런 엄마에 대한 반감으로 나는 돈을 흥청망청 썼다.
출장을 갈 때 마다 면세점에 들러
엄마한테 SK II, 겔랑 이런 비싼 화장품을 사다 주고,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한벌 통째로 사다 주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는 좋아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 돈 아껴 써라. 저금 해야지."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엄마에 대한 반감으로
흥청망청 돈을 쓰고 다니면서
또 내 소비행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

이래도...저래도...자유롭지 못하다.
부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8-01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1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8-0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아버지하고 성장환경도 다르고 삶의 경험도 다르고 문화적 체험도 다른데 왜 저마다 아버지의 복사물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지 전 잘 모르겠네요 혈통에 대한 신비주의 같아요(혹은^^아들이라고 아버지 피만 받는 것도 아닐 텐데...)

로즈마리 2005-08-02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듣기로도 정신상담을 받은 경험을 기반으로 쓴 것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자서전적 소설이겠죠.^^;; 실은 전 상담을 많이 받아봤는데, 학교 생활 상담소에서라 돈은 내지 않았어요. 그래도 심적으로 도움은 많이 받았던 듯...약간 오버해서, 이제 제가 남을 상담해줘도 좋을 지경이예요..^^;;;;;;;;;; 수선님 말씀대로 대체로 가족관계에서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

야클 2005-08-02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버지랑 완전히 딴 판인데요? 크면서 보고 자라서 닮았으려니 하시지만 커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도 많이 좌우되는듯.
그나저나 여행에서 벌써 돌아오셨나요? @.@

moonnight 2005-08-0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우리 수선님이시잖아요. ^^ 저도 궁금. 벌써 돌아오신 건 아닐테구.. ;;
수선님의 그 선배는 정말 결혼할 자격이 충분한 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수선님과 무척 가까우신가봐요. (뭔가 핑크모드를 상상 ^^;;)
가족, 특히 부모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겠지만 전 그렇다고해서 모든 걸 '부모가 잘못 길러서', 의 투는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구요.

드팀전 2005-08-0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저희 아버지는 비교적 자유롭고 자상한 편입니다.가정적이시기도 하죠.그런데 할아버지는 무지하게 엄하고 권위주의적이었다고 합니다.예전에 너무 무서워서 집에 안들어가고 도망다닌적도 있다고 하더군요.그때 아버지는 생각하셨데요. '내가 다음에 아들낳으면 절대 우리 아버지처럼 무섭게 하지말아야겠다.' ㅋㅋ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셨는데.그래서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사분담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청소.빨래.설겆이...등등.도시락도 아버지가 싸주신 경우가 많았죠.ㅋㅋ 어쨋거나 아버지의 선택 덕분에 전 좀 널널하게 컷습니다.저는 그게 제 생각의 범위나 관심의 범위를 마구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억압이 적었기때문에... 전 제 아버지를 닮아가려합니다.그분 역시 시대적 인식의 한계에 갇혀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열려있었던 분이었고...저두 그런 방향을 선택하겠지요.

mannerist 2005-08-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나 제 경우를 돌아보면, 작용과 반작용. 가족이 미치는 영향은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저렇게 살아야지(작용)' '저렇게 안살아야지(반작용)'근데 상대적으로 똑같이 널널하게 컸어도, '작용'에 의해서 널널하게 된 사람과 '반작용'에 의해 널널하게 된 사람은 꼭 결정적일때 차이가 나요... 뭐 사람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서일까. 난 불편해가지구 저 책 끝까지 못 읽겠더라구요. 전역한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지 싶네요.=)

클리오 2005-08-0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그래서 여자들이 참 좋아했었죠.. 그 주인공 뿐 아니라 자신도 치료의 실마리를 얻는 듯한 느낌이요.. 정말 부모와의 관계는, 참.... ㅎ

2005-08-0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5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8-1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 작가는 말이죠, 참 공부를 많이 하는 노력파 작가인것 같아요.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에서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도 그렇고. 참 노력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였어요. 왜 이 책중에 서로 모여서 상담하는 부분 나오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컴플렉스를 보상받기 위해 상대방을 선택한다, 는 부분말예요. 굉장히 공감했던 기억이 나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어제 파키스탄에서 거래선이 왔었다.
점심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무도 쇼킹한 얘기를 들었다.

글쎄....몇달 전, 파키스탄에서 여자 마라톤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있었다는 것이다.

1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여자 마라톤 대회 당일.
마라톤 코스를 대규모의 시위대가 차단하고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했다고 한다.

여자들이 사람들 앞에서 뛰면 안된다고...
마라톤 대회를 취소하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마라톤 선수들이 입는 짧은 바지와 민소매 상의 때문인지 알았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긴팔,긴바지를 입고 얼굴을 가리면
여자들이 마라톤을 해도 되냐?

그러자 Mago가 말했다.
" No! "

경악스럽게도....
여자들이 뛰면 안되는 이유는....

여자들이 달리면 가슴이 흔들기기 때문에
남자들이 유혹을 느낀단다.

즉,
여자들이 뛰면 가슴이 흔들린다.
그러면 남자들이 유혹을 느낀다.
그러므로, 여자들은 남자들 앞에서 뛰면 안된다.

아....이런 황당한 얘기가,
몇십년 전도 아니고,
몇년 전도 아니고,
바로 몇달 전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하도 기가 막혀서
화도 안나고 웃음이 나왔다.

또 얼마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단다.

파키스탄 여자 영화배우가 인도에 영화촬영을 하러 가서
키스신을 한장면 찍었다고 한다.

그 여자배우가 귀국하는 날,
파키스탄에는 그 여자배우를 규탄하는 대규모의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우하하하하.
진정...웃기는 세상이다.
이 세상은 진정 여성과 남성, 또 성적 소수자들이 모두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일까?

휴가 때 뭘 할꺼냐는 Mago의 질문에
조용한데 가서 글을 쓸 계획이라고 했더니
껄껄 웃으면서 Mago가 말했다.

" Oh... You can write about Women's Marathon in Pakistan."

격렬한 대규모 시위로
결국 여자 마라톤 대회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 일요일 아침에 하는 Surprise 같은 프로에 소개되어도 되지 않을까?

Mago한테 말했다.
다음 여자 마라톤 대회에는 나도 참석하겠다고...

오프라 윈프리가 40살 생일에 마라톤 완주를 했다지?
나도 마라톤 완주를 한 번 해보고 싶다.
보스턴 같은 유명한 마라톤 대회가 아닌,
바로 파.키.스.탄에서....

파키스탄 여자 마라톤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릴케 현상 2005-07-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이네요^^
종주하시길...

드팀전 2005-07-2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귀환이시군요.제가 첫번째로 환영의 글을 남깁니다.재수!!!!
이슬람 고유의 독자성을 인정하지만 세계사의 보편원리에 역행할 수는 없겠지요.파키스탄 여자마라톤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네요.다큐멘터리 영화로 찍으면 아주 좋겠는데....파키스탄 여자 마라톤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하는 주인공.그리고 그 과정을 통한 이슬람 사회의 차별의 장벽.....ㅅㅅ

코마개 2005-07-2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살아계셨군요. 궁금했습니다.
ㅋㅋ..글을 보며 생각한건데 여자는 뛸때 가슴이 흔들려서 남자들이 유혹을 느낀다고 안된다 하면, 저라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여자가 뛸 때는 2개가 흔들리지만 남자가 뛸 때는 3개가 흔들리잖아. 여자가 느끼는 유혹이 더 강렬하니까 남자도 뛰지마."

moonnight 2005-07-2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 이렇게 글로 뵈니까 너무 반가와요. 그동안 수선님의 시원하고 산뜻한 글이 얼마나 그리웠다구요. ㅜㅜ 파키스탄의 마라톤. 정말 충격이구만요. -_-;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 라는 놀라움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ㅜㅜ

kleinsusun 2005-07-2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어요.
하도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알라딘 로그인 할 여유가 없더라구요. 시간적 여유 보다는 마음의 여유라는게 더....

자명한 산책님, 감사합니다.홧팅!
드팀전님, 정말 오랜만이예요.다큐멘터리 영화 찍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전세계의 호응을 얻어서 파키스탄의 여자 마라톤 대회가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강쥐님,반가워요. 아...그렇게 말할 껄 그랬다. 너무 쇼크를 받아서 생각도 못했네...
앞으로 지도편달을 부탁드려용.^^
moonnight님, 아...삼일면 있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가...두근두근...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당.

야클 2005-07-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세요. 부럽당~~~ ^^
다시 알라딘 마을에 오신거 환영하구요.

로즈마리 2005-07-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동시에..정말 황당한 시위네요..-_-;;;;;;;;;;;;;;;;;; 퍼갑니다. ^^;;

날개 2005-07-27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참..ㅡ,.ㅡ 무슨 그런 일이....!
그나저나, 오랜만이세요..^^

kleinsusun 2005-07-2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은 휴가 언제예요? 이제 두밤만 자면 되네요.호홋...그리곤...시간이 멈추었으면...^^
로즈마리님, 오랜만이예요. 정말 황당한 시위죠? 하루 빨리 파키스탄에서 여자 마라톤이 개최되기를...
날개님, 오랜만이네요. 이미지도 바꼈네요. 세상엔...참...이상한 일들이 많아요.ㅡ,.ㅡ

2005-07-2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2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기사를 압축하다 보니 눈이 삐꾸처럼 됐다. 기사 전문은

http://www.segye.com/Service5/ShellView.asp?TreeID=1510&PCode=0007&DataID=200505301320000049


오늘 여기저기서 전화와 문자가 온다.

" 내 주위에 신문에 난 사람도 있네.
자랑스럽다,친구!
한국일보도 아니고 세계일보에!!! 세계로 나가는 수선! "

주로 이런 장난스런 전화들이다.

올해 그룹사보를 시작으로 몇번의 인터뷰를 했다.
모두 다 "얼껼"에...
일간지랑 인터뷰를 한건 처음이다.

항상 신바람나게 일하는(또는 항상 그렇게 보이는)
홍보팀 J주임이 인터뷰를 엮었다.

인터뷰 당일(5/19)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피로 누적으로 초췌한 얼굴에 머리까지 부시시...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점심시간에 미장원에 가서 드라이를 했다.

일간지 인터뷰라 딱딱할거라고 생각했는데,
( 말 실수할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
민기자님의 cool함과 털털함으로 편안한 대화 모드의 인터뷰를 했다.

사실...신문에 난다는게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아빠,엄마가 너무도 기뻐하셨기에,
아빠가 신문을 코팅해서 탁자에 끼워 놓기까지 하셨기에,
엄마가 전화번호 수첩을 들고 친척들에게 쭉 전화를 할만큼 좋아라하셨기에,
그 모든 인사치례와 민망함도 달갑게 느껴졌다.

아....정말 이 얼마만의 효도인가?
결혼을 안하고 있으면 곧 이 일회성의 이벤트성 효도는 잊혀지고 말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오랫만에 부모님을 기쁘게 했드렸는지 모르겠다.

어제 동생이 말했다.
" 언니! 내 친구가 언니 기사 보더니
학교 다닐 때 자기가 꿈꾸었던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래."

이 말 듣고 정말 뜨끔했다.
그 친구가 실제 내 모습을 본다면?

자서전이나 신문 인터뷰를 보고
함부러 남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의 한쪽 구석이 얼마나 외로운지,
대쪽같이 강해 보이는 사람들의 한쪽 구석이 얼마나 여린지,
성공의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의 가슴 한켠이 얼마나 허한지...

얼껼에 한 인터뷰.
떠들썩하게 6월을 맞이한다.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듯...

6월에는 좀 더 정리되고,
좀 더 여유 있는,
좀 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5-06-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어쨌든 축하드려요.그리고 부럽네요. ^^

로드무비 2005-06-0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드디어!
수선님은 이제 시작입니다.^^

마냐 2005-06-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물먹었당....ㅋㅋ 진즉에 이너뷰 요청해볼껄...

물만두 2005-06-0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려요^^

2005-06-01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5-06-0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있으세요!! 우와 독일어도 잘하시는군요...^^

오렌지향 2005-06-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축하드려요. 이렇게 멋진 결과를 얻으시니 넘 좋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다. 정말.^^

kleinsusun 2005-06-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감사합니당.부끄부끄.
로드무비님, 네....이제 시작입니당.불끈!
마냐님... 마냐님이 콜하시면 언제라도.... 다이어트하고 기다릴께요.ㅋㅋ
물만두님, 감사합니다.
LAYLA님,"자신 있다" 랑 "잘한다"는 틀리답니당.ㅋㅋ
오렌지향님, 감사합니다. 근데.... 부러워하진 마세용. 실물보면 실망합니당.^^

릴케 현상 2005-06-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코마개 2005-06-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잉

BRINY 2005-06-0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moonnight 2005-06-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뜨끔해하지 마셔요. 그만큼 능력있으시니까 이너뷰를 하는 거지요. 멋지세요. ^^

마태우스 2005-06-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축하드립니다. 멋진 커리어우먼.... 님 글쓰는 것까지 포함이 되었다면 님의 진면목이 드러났을 텐데요^^

세벌식자판 2005-06-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o^)=b

kleinsusun 2005-06-02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볼 때 마다 "충만한 경험"이 생각나요. 인생의 화.양.연.화.
강쥐님, 감사합니당. 그 때...."소개팅"이었어요."선"이 아니라...ㅋㅋ

kleinsusun 2005-06-02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감사합니당. 님의 Taipei 여행일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룽산쓰 정말 작죠?
moonnight님, 감사합니당. 인터뷰라는게.... 좋은 면만 나오는거라...부끄부끄...ㅋ
마태우스님, 인터뷰 할 땐 글 얘기도 했었는데, "비즈"면이라 일 얘기만 나왔나봐요.
기사를 읽어보니,... 마치....훌륭한 사람인 것 같아...ㅋㅋ
세벌식 자판님, 감사합니다.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 페이퍼 잘 읽었어요.
"개구리는 개구리로 대접하라". 좀 더 옮겨 주세용!

글샘 2005-06-0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세계적인 분이셨군요.
세계적인 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축하합니다. ^^

2005-06-05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1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6-1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유리한 때도 있어요. 고객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죠.”
여성성을 충분히 살려서 일하기가 정말 어렵던데...^^:: 한 수 배워얄까봅니다 ^^

2005-06-12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12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2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른살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29살에 난리를 친다.
나도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 시절을 매일 함께 보낸 내 친구 지혜.
스스럼 없이 아무 말이나 다할 수 있는 내 친구 지혜.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라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친구.

지혜가 남아프리카에서 날아왔다.
딱....2년만에...
임신 8개월의 커다란 몸으로....

그 2년 동안....
지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이제 곧 둘째를 낳는다.
결혼하고 요리에 재능을 발견(?)했고,
믿어지지 않게도 척척 음식을 만들어내고,
능숙하게 아기를 안아주고 먹이고 재운다.

그 2년 동안...
시청 앞에는 잔디밭 광장이 생겼고
버스는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통일되었다.
( 지혜가 말해서 새삼 느꼈다.)

그 2년 동안....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외국으로 떠나거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재혼을 하거나 했다.

그 2년 동안 나는?

" 넌 여전히 좌충우돌이구나."
지혜가 말했다.

어제 밀린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말을 하도 많이 해서 목이 잠긴 것 같다.

이렇게 스스럼 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친구,
부담스러울 만큼 내 과거의 행각(?)들과 성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
아프리카의 그 살인적인 전화요금에 떨면서도 먼저 소식을 전하는 친구.

이런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지혜 : 너 아프리카에는 한번 안오냐?
수선 : 20시간 걸리지? 갈 수 있을까?

지혜가 아프리카에 남아 있는 기간은 앞으로 3년.
3년 안에 아프리카로 날아갈 수 있을까?

날아가고 시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5-05-2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여행이라....쉬운일은 아니겠지요.나도 가보고 싶은데... 뛰어다니는 기린하고 타조를 한번 보고 싶어요. 맨날 얘네들 어슬렁거리는 것만 봐서. ^^
여전히 바쁘셨나봐요? 오랫만에 글 올리신걸 보면.

파란여우 2005-05-2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델꾸 가요~~~(아웃 어브 아프리카)에서처럼 잘 생긴 로버트 레드포드같은
남정네를 만날 수 있을까요?

바람돌이 2005-05-2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델꾸 가요~~~~ 저는요 로버트 레드포드 안주셔도 돼요. 여우님은 욕심도 많으셔라~~~^^

moonnight 2005-05-2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요. +_+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우리 수선님께서 먼저 대리만족 시켜주실 듯.. ^^
 

이틀 전,
그러니까 2005년 5월 26일 목요일,
이사를 했다.

84년부터 쭉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20년 넘게 살아온 집을 떠난다는 것...

실감나지 않았다.
아침 7시 반,
이삿짐 센터에서 올 때 까지만 해도....

월~수 중국 출장이었다.
목요일 하루 휴가를 내려고
수요일 저녁에 인천공항에서 막바로 사무실로 가 일을 했다.

힘들고 빡센 일정이었지만 덕분에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
중국 출장이 없었다면

아.... 이 집에서 잘 날이 이제 사흘 남았네, 이틀 남았네 하며,
아..... 이 놀이터를 언제 또 지날까 하며,
아..... 술 취하면 나도 모르게 이집 벨을 누르지 않을까 하며

온갖 감상에 빠져 힘들어 했을지도 모른다.

이사를 앞두고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책"이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했다.

다 들고 갈 것인가,
일부를 해방시킬 것인가?

결국 커다란 상자 두개 만큼의 책을 미련 없이 버리고
쓰레기통에 퉁 던져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책들은
헌책방 책창고 사장님께 드렸다.
책창고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두 상자의 책을 가져 가셨다.

책창고로 보낸 책들은
30권이 넘는 아빠의 라즈니쉬 콜렉션과 남회근 선생의 책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10권(완전 새 책이다),
중고등학교 때 읽은 문고판 책들,
신경숙과 조경란 등 요즘 소설가들의 책들
(나는 다신 읽지 않을꺼지만 헌책방에선 잘 팔리는 책들),
책 값이 비싸 버리긴 아깝지만 필요없는 법규집 등....

쓰레기통에 퉁 던져 버린 책들은
한 때 공부했던 PR 관련 책들,
온갖 구라와 잘난 척으로 가득한 MBA 안내서들,
(Top 5 합격자들의 수기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했어요" 하는
서울대 수석의 9시 뉴스 인터뷰 멘트랑 똑 같다.)
허접한 재테크 책들, 영화 개론서 등....

그렇게 버리고도 책들이 참으로 많았다.

몇몇 친구들이 책이 너무 많으면
박스째 자기 집으로 보냈다가
결혼할 때 가져가라고 친절한 배려를 했다.

난 씩 웃으며 대답했다.
" 됐어. 결혼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뭐."

어짜피 포장이사이기에 짐을 싸는건 어렵지 않았다.
숙련된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이 일사천리로 박스에 물건들을 척척척...
씨름선수 같은 덩치 큰 아저씨가 내 책들을 우악스럽게 잡아서
박스에 퉁 던져 버릴 때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막내동생이 말했다.
" 이사가 이렇게 스트레스 쌓이는 일인지 몰랐어."

그랬다.
노가다 보다 힘든건
온갖 허접한 감상들과
한때 소중하다고 껴안고 있었던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퉁 던져 버릴때의 낯설음,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서운함과 두려움,
애써 덮어두었던 기억을 들추는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오는 빛바랜 사진과 쪽지들,
쓸데 없이 쏟아지는 눈물....
이런거였다.

어제 출근할 때 정신이 없었다.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방에서 옷을 찾아 입고
화장품 상자를 못찾아서 엄마 스킨을 바르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탈진할 만큼 피곤하고 허했다.
출근시간 30분 전에 도착.
회사앞 라면집에서 라면 한그릇을 게걸스럽게,공격적으로 먹었다.
왜 그렇게 허한지....

어디 콕 짱박혀서 좀 자고 싶었다.
그러나...8시부터 상무님이 호출하셨다.
성.대.리!

오랫만에 출근해서 아침부터 깨졌다.
"영업사원이 말이야........(기타생략).....생각이 있는거야?......."
말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그냥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낯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며칠 굶은것 처럼....
왜 이렇게 허할까?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엎어져서 잤다.

술 취하면 나도 모르게 그집으로 갈 것 같다.
동생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당분간 만취하지 말라구!"

오늘 아침,
나의 멘토 송홍지 선생님께 만보기를 선물받았다.
"하루에 15,000보를 꼭 걷기로 약속해요.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구요!"

네....네...네....
허접한 감상은 오늘까지.딱 오늘까지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5-05-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을 살았군요. 한 집에서... 오래 정들었던 것을 바꾼다는 것은 낯선 환경으로 간다는 것은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지요. 아니, 누가 우리 성대리를 저렇게 무시한답니까. 아마 저 사람은 성대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격려>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요. 알고 보면, 세상에 멘토 아닌 것은 없다니까요.

바람돌이 2005-05-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20년정도를 산 친정집을 두고 결혼하고 첫날 내 집(이제는 부모님의 집이 아닌 전셋방일망정 내집이었죠) 으로 퇴근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로드무비 2005-05-29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분간 만취하지 마세요.^^

kleinsusun 2005-05-2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세상에 멘토 아닌 것이 없어요.
어떤 사람에게서도 뭔가를 배우니까요.
아직도 제 방은 난장판이랍니다. 오늘은 꼬박 방정리를 하려구요.
20년간 이사를 안해서 그런지 짐이 넘 많네요.

바람돌이님, 결혼하고 환경 바뀌면 당분간 힘들지 않나요?
무척 피곤할 것 같아요. 저도 체험해 볼 날이 있겠죠.^^

로드무비님, 방명록에 다독다독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