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하루에서 회사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당근 퇴근시간.
그런데...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가 않다.
원래 팬티 고무줄 보다 더 잘 늘어나고,
(참....너무 옛날 표현이다. 요즘 팬티는 얼마나 좋은데...절대 안 늘어난다.)
주가보다 더 유동적이고 변화가 심한 것이 회사원들의 퇴근 시간이다.

퇴근시간 다음으로 회사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시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만큼
아무리 바빠도 다들 점심은 먹는다.

오늘 점심시간.
7명이서 쌈밥을 먹었다.
귀찮아서 쌈은 하나도 싸 먹지 않고 제육볶음만 먹었다.
(쌈밥을 시킨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먹기가 까다로운 음식이다.
예를 들어 꽃게, 왕새우, 크랩 이런거....
까고 살 빼내고 이런거 너무 귀찮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으로서 가끔 그런걸 먹으러 갈 때가 있는데,
자기는 먹지도 않고
남자 앞에서 열심히 꽃게 살을 발라주는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엄마가 살을 발라서 내 숟가락에 얹어 줄 때는 좋다. ㅋㅋ)

쌈밥을 먹고 나오면서 K과장과 테이크 아웃 커피집에 들어갔다.
빅마마의 흐느끼는 듯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꾸물꾸물한 기분에 딱 맞아 떨어지는 노래였다.
잠깐 노래에 빠진 상태로 서 있다가 K과장에게 말했다.

수선 : 이 노래 너무 좋다.
K 과장 : 이 노래 제목이 뭐야?
수선 : 뭐더라....체념도 아니고 break....뭐 그런건가?

우리의 대화를 듣던 커피집 아저씨가 답답한 듯이 말했다.
"여자요, 여자!"

아...노래 제목이 <여자>구나.
"feel" 받은 나는 사무실에 들어와 이어폰을 끼고 빅마마의 <여자>를 들었다.
그 절절한 목소리가 꾸물꾸물한 기분을 마구 휘감으면서 딱 좋았는데,
두번째 듣다가 가사 보기를 했더니 짜증이 났다.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것도 바라지않아
손을 대면 차가운 내가슴 안아주면되

이젠 나는 괜찮아 누구라도 나는 괜찮아
얼음처럼 흘리는 내눈물 가려주면되


뭐냐? 가사가 거지 같다.
힘드니까 아무라도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아무라도 좋으니까 사랑을 하겠다는,
이별로 텅 빈 마음을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우겠다는....

아...정말 지겹다.
근데 노래 가사는 또 왜 "여자"인가?

"여자"가 노래 제목에 들어가는 경우,
대부분의 가사가 이런 식이다.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 뭐 이런....

이런 가사들은
"가구는 여자예요" 라던가
작은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커다란 냉장고를 껴안으며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거랑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노래가사를 자유롭게 쓰는 건 좋은데,
광고카피를 자유롭게 쓰는 것도 좋은데,
왜 "여자"라는 하나의 gender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규정하려 하는지....
또 이런 거 자꾸 듣고 보다 보면,
이런게 여자들의 "속성"인 것으로 머릿 속에 저장된다.

오직 사랑이 전부이고,
당근 일보다 사랑이 먼저이며,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랑 안 하면 못살고,
외롭다고 내 눈물 닦아줄 사람이면 아무나 된다고 울부짖고....

지겹고 짜증나긴 하지만,
창작의 자유가 있으니 마음대로 쓰고 노래하는 건 좋은데,
왜 "여자"라는 gender를 싸 잡아서
"나는 여자이니까..." 하는 노래가 자꾸만 나오는지....

실제로 실연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서 아무하고나 결혼하거나(그것도 몇 달만에)
더 이상 주말에 혼자서 밥을 먹기 싫다는 이유로
"결혼 그 까잇거 뭐...대충..." 하며
부모님 권장사양이랑 "대충" 결혼하는 사람들 정말...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 있다. 아니 많다.
뭐 통계가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본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남자가 더 많았다.

어쨌거나...
제발 "사랑이 전부인 여자이니까..."하며
"가구는 여자예요" 하는 식으로
무지막지한 가사나 카피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노래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면
진짜 사랑 안 하면 죽는지 아는,
허접한 사랑에 목숨거는 여자들이 대량 양산된다.

<여자> → <어떤 여자> 또는 <나 같은 여자>로 제목을 바꾸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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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8-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마마의 이번 앨범 가사가 다 그래요. 뭘 갈구하는 노래 가사조차도 아주 연약한 짐승이 되어 바라고 있거나 난 여자니까 사랑만 채워줘 이런 거...
사랑에 목숨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거저 먹으려는 심뽀는 용서 안됨.

야클 2005-08-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왕새우 껍질 잘 깝니다. 거의 선수죠.(해마다 겨울에 대하 수백 마리는 먹슴다. ^^) 이담에 기회되면 새우속살만 발라드리죠. 푸할할~~~ ^^

코마개 2005-08-2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하가 사는 곳이 귀하를 말해 줍니다' 이것도 엽기 카피중 하나죠. 이거 듣고 머리를 한대 '띵'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죠.
'여자라면 꿈꾸세요'- 젠장, 난 여자인데 그런 꿈 안 꾼다.
'여자 아파트' - 이건 뭔지. 어떤게 여자 아파트인지.
이래놓으니 여자가 무슨 소비의 화신쯤 되어 보이는 군요...
더불어 갑각류를 먹을땐 체면을 버리고 도구도 버리고 두 손을 이용하여 마구 게걸스럽게 먹어야 제맛입니다. 태국서 그렇게 먹고 있는데 문득 돌아보니 종업원들이 나를 구경하고 있더라는..

kleinsusun 2005-08-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맞아요 맞아. 딱 좋은 표현이네..."연약한 짐승". 무슨 노래가사가 다 상처입어서 혼자 못움직이는 짐승처럼 다 그렇다니깐요. 꼭 무슨 "살려줘요!" 같아요.ㅋㅋ

야클님, 저랑 데이트를....새우가 먹고 싶어요.ㅋㅋ

강쥐님, "귀하가 사는 곳이 귀하를 말해 줍니다" 첨 봤을 때 정말 기절하는지 알았어요. 광고심의위원회 이런데서는 체모가 보이니 안보이니 이런 것만 하지 말고,
이런 말세 같은 카피나 한번 연구하면 좋을 것을...

marine 2005-08-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노래 무지하게 짜증났어요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 여자를 나 같은 여자,로 바꾸라는 말에 절대 공감!! 그런데 빅마마는 생긴 건 대단히 주체적으로 보이던데 가사는 왜 다 그 모양이래요?

kleinsusun 2005-08-2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생긴건 대단히 주체적이며, 다이어트 시장의 대상으로 하락한 여자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신감까지 있는 것 같은데.....가사는 왜 그 모양일까나...

오렌지향 2005-08-2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로디만 듣고 가사는 귀에 안들어오던데.
근데 사랑에 푹 빠져 버리면 연약한 짐승이 되든 뭐가 되든 그럭게 수동적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가요?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는 쫌 아니네요. 지적 잘하셨어요!

줄리 2005-08-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리하시네요. 거슬리긴 해도 그냥 넘어가기 쉬운데(아 저말입니다.) 그걸 이렇게 콕 찝어서 바른말 잘하시는 수선님 정말 멋져요!!

바람돌이 2005-08-2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글을 보면 언제나 통쾌해요. 사소한 것에서 어떻게 저런 심오하고 멋진 생각을 이끌어낼까싶은....
근데 저도 귀찮아서 뭐 까서 먹어야 되는거 안좋아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게 다 맛있잖아요? 그래서 남자가 내 옆에 앉아서 일일이 발라주는게 최고예요. 근데 왜 여자가 그러고 있으면 신경질나고 화나는데 남자가 그러고 있으면 그 남자 괜찮아보일까요? 이것도 남녀차별인가? ^^

moonnight 2005-08-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찮게 공들여서 먹어야 하는 음식 싫어한답니다. ^^; <여자>의 가사가 그랬군요. 노래 좋네. 하면서도 가사는 신경써서 안 들었나봐요. 갑자기 어떤 선배생각이 나요. 넌 결혼 안 하냐 하길래 생각없어요 하니까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는 세상에 없다 -_-라고 하던 선배;; 세상이 바뀌는 듯도 한데 어떤 고정관념들은 그렇질 못하네요.

kleinsusun 2005-08-2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그죠? 가사가 귀에 안들어오죠?
가사보기 안했으면 저도 몰랐을꺼예요.
근데....사랑에 빠지면 더 명랑하고 상대방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바뀌지 않나요? 제 연애경험으로는...ㅋㅋ

줄리님, "멋져요!!" 그러시니깐 칭찬 받은 어린애처럼 으쓱으쓱해용.ㅋㅋ

바람돌이님, 그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자기는 안 먹고 그러고 있으면 짜증나는데, 막상 제 옆에 앉은 남자가 헌신적으로 살을 발라주면 얌얌 맛있게 먹죠.ㅋㅋ
아무래도 이번 대하시즌에는 야클님이랑 데이트를....푸하하.

moonnight님, 아.... moonnight님도 귀찮은 음식 싫어하시구나.
moonnight님의 페이퍼에서 떡볶이, 라면 같은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걸 알고 있었어요.점심은 드셨어요? 저는 갈비탕 먹었어요.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김범수가 부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반복해서 들었다.

토요일에 만난 선배가 CD를 10장이나 구워 줬다.
그 CD 중 하나에 김범수 리메이크 앨범 "Again"이 있는데,
"Again"을 듣다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 필 꽂혀서
한 곡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이 노래 예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었는데,
낯설게 들리는 가사가 있었다.

한때는 널 구원이라 믿었었어
멀어지기 전엔...


구원.....구원.....구원이라....
위로도 아니고, 작은 위안도 아니고,
구원이라....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구원하지?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가 뿅하고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갑갑하던 현실이 확 달라지기를 바란다.
모자란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게...구원 아닐까?

누군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나를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
그 엄청난 사랑의 힘으로 갑갑한 현실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환상.

"키다리 아저씨" 비스무리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외로운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을 먹듯이 씹지도 않고 넘긴다.
배가 부른 다음에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 짝퉁이다.
그럼.... 그 사랑은 끝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그런 사랑이 계속 반복, 반복, 반복....지칠 때 까지...

상대방을 구원해 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삶의 고유한 무게가 있다.
그 무게가 장난처럼 가벼워서
다른 사람을 하나 업어야 무게 균형이 맞춰지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위안을 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사랑 받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구원을 바란다는 건.... 글쎄....

주가 예측보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튈지를 예측하는 일이다.

주가 예측은
전문가 집단도 있고,지표들도 많고,복잡해 보이는 그래프들도 많다.
이상한 코스닥 싸게 사서 몇 십배 남기려는 욕심을 내거나,
초단타 매매니 뭐니 하며 샀다 팔았다 난리를 치거나 하지 않고,
대형주를 사서 몇 년 묻어 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사람의 마음이란....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을 구원이라 생각하며
자기 삶의 무게를 몽땅 실어 버리는 건,
소문 듣고 한 종목에 몰빵하는 것 보다 더 위함한 일이 아닐까...

연애란....시소 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힘의 균형이 맞을 때는 즐겁지만
계속 한쪽이 공중에 붕 떠 있게 되면
더 이상 시소를 탈 수가 없다.

나도 한 때는....구원을 바란 적이 있었다.
지금은....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 의해서 구원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그래서....독립적인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나...

아침부터 센티한 노래를 들었더니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네...
내일부터는 비트 강한 댄스곡을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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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2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받을 자격이 없이 구원받는 건 반칙! 기독교에서는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을 구원하는 게 신의 특권인 것 같더라만...그건 신이 반칙하는 걸 거라고 봐요^^

클리오 2005-08-2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 음악의 선율이 머리 속에 맴도네요... 님 분위기가 혹시 올해는 가을 타실 분위기는 아닌가요? ^^

2005-08-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8-2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꿈 깨야되겠습니다. -_-;;

바람돌이 2005-08-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란 시소같은 것이 아닐까... 음 멋진표현입니다.
그래도 수선님은 누군가를 구원해주시지 않을까?

드팀전 2005-08-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또 마음이 한판 당하셨네.언넘이야....캄 다운..
난 근데 왜 한번도 누가 날 구원해줄거라 생각치 않았을까? 나두 연애는 한 학위하는 데...있던 사람 없어져서 애착을 갖고 스토커짓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있다없으니까 열받고 심통나고 스스로의 못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그런거지....구원의 필요때문에 그런건 아니었는데...역시 난 무신론자인가 봐요..구원은 야구장에나 가면 있어요.근데 어떨때는 구원한다고 나와써 더 많은 실점을 하고 비스무리 막던 것 까지 다 날려 먹는 경우도 있지요... 역시 구원따윈 믿을게 못됀다는 결론이 나와버리는데요.ㅋㅋ 거이 무슨 잃어버린 반쪽 뭐...이따위 거짓말들은 빨랑 없어져야되는데.그러니까 자꾸 이성에게서 무슨 구원이 어쩌구 이런거 찾죠.
그냥 자기길 가다가 같이 가자고 따라오는 넘들이 몇명있구..그중에 잘 보고 "그래 너랑같이 갈께..대신 발목잡지마라.." 이러구 그냥 가셈....(그래도 발목잡겠지만.ㅋㅋ) ...구원은 무슨 강아지 나물뜯어 먹는....ㅋㅋㅋ ... 저녁때 데낄라 한잔 드시고 맘을 놓아버리셈....ㅋㅋ 워워.

릴케 현상 2005-08-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제 정서로는 그 반대가 가까워요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바라는 게 없어서가 아닐까....

2005-08-2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8-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자...제 연애학개론에는 사랑이 깨지는 이유는...바래서도 바라지 않아서도 아니고...깨지게 될 때 깨진다 였습니다.그러므로...영화<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해" 할때....크아하하하....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그해 최고의 개그성멘트라서...이영애가 가만있잖아요.ㅋㅋ
사랑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오고 가는데 어느 미친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처럼 방향을 알수 없다는거.....ㅋㅋ..... 봄날도 가는데 사랑이라고 안가겠냐 이거죠.내가 잘하고 못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간다.간다.

2005-08-24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생각했었다.
정말 저런 일이 가능할까?
나흘 동안 만난 사람을 평생 못 잊고 사랑한다는게 가능할까?
소설이 아닌,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

전인권의 불후의 명곡 <돌고 돌고 돌고>에 이런 리얼한 가사가 있다.
"운명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소문되고".

아...정말 마음을 두드리는 수준을 넘어 때리는 가사다.
한 친구가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밥을 사며 이런 말을 했었다.
"오빠는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를 얼마나 부러워 했던지...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있게 말을 하지?
한 인간이 자신을 위해 태어났다고..... 

얼마 전 그 친구가 이혼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오빠는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 오빠라는 사람이 헤어지자고 했단다.

몇년 전, 한 친구의 남자친구를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친구가 그 남자한테 헤어지자고 했더니
그 남자가 한 겨울에 웃통을 벗고 그 친구의 집 앞에 꿇어 앉아 기다리는 쌩쇼를 벌렸었다.
그 온갖 난리를 쳤던 남자가 그 친구랑 헤어진지 한두달 되지도 않아서
<사랑의 스튜디오> 락카페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도대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사랑이 있는걸까?
달랑 나흘 만나고 평생을 잊지 못하는?
오직 그 한 사람을 사랑하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을 때는,
요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룩하기까지 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사랑은 비겁하다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랑 프란체스카는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그 아릿아릿한 사랑을 남겨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로버트랑 프란체스카랑 둘이 훌쩍 떠나서 같이 살았다면,
그렇게 한평생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일상을 같이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지 않았을까?
내가 이 남자 때문에 애들을 버렸단 말인가....하며 아이오와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아이오와에서는 몰랐는데 이 여자 너무 촌스럽네....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던 건,
평생동안 그 두 사람이 함께 보낸 나흘을 끊임 없이 미화하며
보석처럼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두 사람의 사랑은 고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
마치 지갑 속의, 서랍 속의 부적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찌 보면 위험한 일이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애틋함에 목숨 걸고,
일상이 고단할 때 일상과 맞서지 않고 멀리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

만약 금도끼 은도끼처럼 산신령님이 나타나
단 나흘을 만나고 평생 애틋한 사랑을 할래?
매일 으르렁 거리며 싸우더라도 같이 살래?
물으신다면 난 대답하겠다.

"네... 매일 으르렁 거리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체험적인 일이 아닐까?
상대방이 콧구멍을 어떻게 후비는지,
화장실에 가면 평균 몇 분을 있는지,
재치기 할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발톱을 어떤 자세로 앉아 깍는지,
운전하다가 옆에 차가 끼어 들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나흘 동안 번개 같은 사랑을 하고,
그 찌릿찌릿한 사랑을 평생 기억하고(이 기억이 미화되어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평생의 사랑으로 간직한다는 건.... 뭔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실체적인 사랑이라기 보다는 일상을 버티는 힘이 아니었을까?

두루마리 휴지를 말아 쥐고 변기 옆에 앉아
오르페오랑 얘기를 하는 파니핑크의 사랑이
훨씬 더 사랑이라는 실체에 가까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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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님도 이미 사랑의 속성에 대해 너무 많이 눈뜨셨군요... 맞아요, 나흘 밖에 안되어서 평생을 못잊었다에 저도 한표입니다. 그나저나 늦게까지 안주무시는군요...

마냐 2005-08-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하지만, 그 나흘이 있어서...짜릿한 비밀을 안고 사는 생은 훨씬 덜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바람돌이 2005-08-2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몰라요 저는 머리 아픈거 딱 질색이어요. 특히 감정에 있어서는....
나흘간의 사랑은 무슨.... 이거 계속 머리속에 두고 있으면 삶이 얼마나 피곤할까? 그 때 그남자를 따라갔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잔머리 굴린다고...^^
기냥 떠난 사람은 까짓거 하고 잊어버리는게.... 세상에 널린게 남잔데.... 그 중에서 매일 나의 투정과 짜증을 받아주고 또 싸워도 가면서 살아줄 사람한테 올인할래요.

이매지 2005-08-2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매일 으르렁거리겠습니다.
나흘동안의 찌릿한 사랑은 그저 일상을 버티는 힘에 동감하며.

조선인 2005-08-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참 웃긴 건데,
전 나흘간의 사랑이 있어봤으면 좋겠어요.
평생 그리워할 그 무엇이요. -.-;;

코마개 2005-08-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남녀간의 사랑 그것 다 부질 없소. 등 돌리면 남인 것을..

moonnight 2005-08-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애틋하고 절실하다고 느꼈었죠. 지금은.. 남겨진 가족들은 뭐냐.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사랑했을까 또는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갔다면 끝까지 사랑할 수 있었을까..

드팀전 2005-08-2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로 왼손을 이용.공복에 우유나 냉수를 마시면 빨리 나옴.약간 고개를 뒤로 젓히며 피할 기회를 줌,쭈그리고 바닥에 앉아서.이런 개**가.너 오늘 딱걸렸다.ㅋㅋ
이게 사랑이라 이거쥬? ㅋㅋ
앞에 있는 모든 댓글이 다 맞아 ㅋㅋㅋ
사랑에는 3,948,110,328,829 개의 다양한 감정의 조각과 역사의 편린이 존재하니까 어딘가에서 한부분 걸리는 데가 있지않을까요..ㅋㅋ
그렇다면 부분의 합은 전체이냐....꼭 그렇지도 않을터이고...ㅋㅋ

날개 2005-08-2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생각해봤어요.. 아마 그들이 나흘이 아니라 삼년만 같이 살았다면 저런 사랑이 나오지 못했을걸요?

kleinsusun 2005-08-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사랑의 속성에 대해 너무 많이 눈뜨셨군요." 헉....아는건 많은데 시험은 못보는 학생 같아여.밤새 공부하고 시험 못보는 애들 있쟎아요.ㅋㅋ

마냐님, 바로 그거죠. 그 짜릿한 비밀로 일생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버텼다고 해야 하나.... 그 나흘은 실제 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기억되었을 것 같아요. 삶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kleinsusun 2005-08-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님은 매일 투정과 짜증을 받아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과 살고 계시죠? 부러버요.^^

이매지님, 네...저도 으르렁거리고 싶어요.근데...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요? ㅋㅋ
그 날이 오면... ^^

kleinsusun 2005-08-2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전 그리워할 사람 보다 가끔 다투고 그러더라도 늘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있어요.^^

강쥐님, 강쥐님은 늘 cool해용. 부질 없어도 연애질할 땐 좋쟎아요.ㅋㅋ

moonnight님, 맞아요, 저도 예전엔 눈물을 흘리면서 봤었어요. 둘이 도망쳤다면...아마도 그런 가슴 저미는 사랑은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


kleinsusun 2005-08-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948,110,328,829 개의 다양한 감정.....헉, 드팀전님,이거....설마...외우신거예요?

날개님, 3년을 같이 살았다면 그들의 사랑도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요? 3년이면..약간의 권태기도 왔을법한...ㅋㅋ

2005-08-2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전기=위인전"인지 알았다.

어렸을 때 집집마다 세계 위인전 전집, 어린이 위인전 전집 이런 것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 집에도 있었다. 계몽사였나?
갈릴레오,슈바이쩌, 에디슨, 퀴리부인, 간디, 헬렌켈러, 나폴레옹, 나이팅게일....

어렸을 때 참 이런 질문들을 많이 들었었다.
"존경하는 사람은?"
"닮고 싶은 사람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묻는데 대답을 안할 수도 없고.... 참....
물론 다른 애들도 마찬 가지였다.

애들은 대답했다.
대답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그냥 그 순간 넘기려고....
"슈바이쩌요."
"헬렌켈러요."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은 어린이용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관념적"이었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인물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묘사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 인물들의 업적이 큰 글씨로 또박또박.....

그런데....왜 그렇게 어린 애들한테 위인전을 읽으라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다구치는건가?
비싼 위인전 전집을 사주신 부모님께는 미안하지만,
난 위인전에서 어떤 감동도 받지 못했다.
재미없다고 느꼈을 뿐....

보통의 [ Kiss&Tell ]은 평범한 사람의 전기다.
버스정류장에서 당근을 깨물어 먹고,
어쩔 수 없이 생계의 수단으로서 직장에 다니고,
스스로 허접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일(직장)에 대해 얘기하는걸 좋아하지 않으며,
문제가 많은(?) 부모를 가끔씩 사랑하고,
세 남매 중 첫째이며,
수영을 좋아하고, 우유를 좋아해서 바에서 까지 우유를 시켜 마시는
68년 1월생 영국 여자.이름은 이사벨.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전기는 왜 필요한가?
어렸을 때부터 "전기=위인전"이라는 너무 강한 고정관념에 갇힌 나머지,
전기가 "전기를 쓰는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 위인전집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던 내게
전기라는 건 철저하게 관념적이고 계몽적인 것이었고,
전기 작가의 개별성이나 관심의 영역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기를 "읽는다"가 아닌
"쓰기"를 위한 텍스트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왜 전기를 써 볼 필요가 있는가?
그건.....전기의 주인공을 "제대로", "실체적으로" 알기 위해서,이해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평생을 함께 해 온 가족들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 이사벨의 전기는 정확하게 329페이지다.
나는 우리 아빠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두 동생들에 대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도대체 몇 페이지를 쓸 수 있을까?

이 책의 화자 "나"는
이사벨에 대한 전기를 쓰면서 끊임 없이 이사벨의 새로운 모습,
여러 가지 다면적인 모습들을 끊임없이 발견한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옷들을 계속 이것 저것 입어 보고,
화장을 고치고 또 고치며 시간을 끄는 이사벨을 기다리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여자들은 왜 그렇게 욕실에서 오래 있는지를 에덤 스미스적으로 보자.
왜 나는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화장을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이런 사람들은 관자놀이에 난 점 하나에 담긴 자의
우울한 심경에 대해서는 왜 일말의 가책도 느끼려고 하지 않는가?
치마를 입어본 적도 없는 한 남자가 옷장 안에 여섯 벌의 치마가 있는 한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p234)


그렇다.
한 사람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여자친구가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짜증을 내는 남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여자친구가 어떤 "구체적인" 준비를 한다고 늦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자 형제가 있는 남자들은 여자가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대충이나마 알고 있다.
여자 형제가 많은 남자들은 여자가 화장하는 순서, 화장품 종류, 생리대 종류까지 다 알고 있는
남자들도 있지만...

위인전이라 불리는 전기에는 주인공의 "실체적"인 모습이 빠져 있다.
한 인간으로서의 주인공이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어떤 습관이 있었는지, 예를 들어 코는 어떤 식으로 후볐는지,
머리를 어떻게 쓸어 올렸는지,
특이한 발음이나 자주 쓰는 단어는 어떤게 있었는지...

이사벨의 전기 329페이지를 읽으면서,
코를 후빌 때는 큰 덩어리를 빼기 좋아하는 이사벨의 습관,
우유를 좋아하고 가시 많은 생선을 싫어하는 이사벨의 기호들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느꼈다.

궁금한게 있다.
외국에도 세계 위인전 전집 30~50권이 잘 팔릴까?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현상일까?

전기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장(?)으로
억지로 읽어야 하는 수동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내가 타자를 제대로 알기 위한 열려 있는 텍스트일 수 있다는 깨달음.
아...정말 신선하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330페이지짜리 전기를 쓸 수 있을까?
아마....쓰면서 나의 무지함에 놀라 330번쯤 머리를 쿵쿵 찧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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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2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어본 책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쓰는 전기"... 이런 시각으로 책을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깨달음. 같은 기분을 주시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로드무비 2005-08-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쿵쿵) 찍다 --찧다
고치시든 안 고치시든 일단 신고!^^

로드무비 2005-08-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전기'라는 쪽에 초점을 둔 리뷰군요.
저도 재밌게 읽은 위인전이 한 권도 없었어요.
아이들도 약아서 위인전 감동하는 체하며 읽지 않나요?
부모와 선생의 기대에 부응하느라고...ㅎㅎ
보통 씨 이 책 사놓고 읽지 않고 있는데 얼마 전 장시간 인터뷰를 따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무지 스마트하고 유쾌한 사람이더군요.
책을 읽으며 짐작하긴 했지만......^^

클리오 2005-08-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인전은 보통 본받으라고 아이들에게 읽히는데, 지나친 우상화로 오히려 보통 아이들이 나랑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서 효과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 어떤 것이든 진솔하게 써야지 마음까지 닿을텐데...

릴케 현상 2005-08-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멋진 태몽이 없었으니 난 위인하곤 상관없어^^ 하고 체념하고 놀게 만드는...

kleinsusun 2005-08-2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한쪽에서 살짝 본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저도 누군가에게 평면으로 보여지고 있겠죠?

로드무비님, 항상 지도편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당장 고쳤어용. 주하도 세계위인전집 있나요?

클리오님,맞아요. 위인전이 의도와 달리 애들을 좌절하게 하기도 하죠.
요즘에도 위인전이 잘 팔리는지 궁금해요.

자명한 산책님,위인에게는 모두 용이 나오고 하늘이 번쩍이는 태몽이 있다는걸 잊고 있었네요.ㅋㅋ

2005-08-26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나는 남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를 읽다가
혼자 깔깔거리고 웃었다.

부자랑 결혼을 하면 되지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악착 같이 돈을 모으냐는
주위의 온갖 말들과 간섭,핀잔에 저자는 이런 저런 예를 들며
"신데렐라 컴플렉스"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한 예로....
저자의 후배가 인터넷 스킨 스쿠버 동호회에 가입했다.
돈 많은 남자를 낚기 위해서...
장비에,숙소에,제주도 비행기 표에 거금을 쓰고 돌아온 후배가 절망하며 말했다.

"다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들만 있어.
 게다가....여자애들은 다 나랑 같은 목적으로..."

우하하하하.
안 봐도 비디오다.
그 거금을 쓰고 가서 얼마나 처참했을지...

혼자만 똑똑(?)한게 아니다.
다 비슷한 IQ를 가지고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머리를 굴린다.

전에도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후배(남자) 하나가 인터넷 골프 동호회에 열심히 나갔었다.
그 후배가 동호회에 이상한(?) 여자애들이 많다고 했다.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동호회에 나온다는 거다.
주로 뒷풀이에만 참석하는데,
좀 "있어" 보이는 남자들 앞에서 웃고 떠들고, 어떤 애들은 소개팅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뭐....나도 이런 권유(?)를 들어본 적이 있다.
벌써 2년하고도 몇 개월 전, 내가 백조 때였다.
별로 할 일도 없고(도서관 가서 소설이나 읽고),
같이 놀 사람도 없고(전업 주부들이 그렇게 바쁜지 몰랐다),  
남자 친구도 없고(하필 그렇게 시간 많을 때 없었다),
만만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때, 나랑 같이 놀아주던 절친한 친구 W가 이렇게 말했다.
"야....너 아무래도 남자를 만나야 겠다.
 내가 맨날 너랑 놀아줄 수도 없고 말이야.
 Off Road 동호회 이런거 들어보면 어때? 그런데는 남자들만 있을 거 아니야...하하."

난 친구에게 씰룩거리며 말했다.
"야...아무리 심심하다지만.....차도 없으면서 그런데 드냐?"

그 때, 친구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너 코란도 한대 사면 되쟎아. 멋있고 뽀다구 나고.... 얼마나 좋아?
 넌 운전도 난폭하게 하니까 그게 딱이다.딱이야."

난 행동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코란도 견적을 받으러 갔다.
졸고 있던 영업사원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기왕 간 김에 타 보기도 하고, 2륜은 어떻고 4륜은 어떻고, 옵션이 어쩌고 꽤 긴 대화를 나눴다.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그렇게 자유를 꿈꾸다가
막상 꿈에 그리던 나만의 시간이 있는데
뭐가 그리 심심하다고 난리를 쳤는지...
아무리 심심한들, 아무리 외로운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친구의 농담 성분 80% 이상인 말에 "솔깃"해서 차를 보러 가다니...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후로 며칠...
코란도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누군가 했더니.... 코란도 영업사원 아저씨였다.
"고객님! 어떻게...결정은 하셨나요?"
다시 한번 쩍팔림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런데....실제로 스킨 스쿠버, 산악 자전거, 오프 로드...이런 동호회에
남자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또 가입 후 절망하는 애들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우하하하하.

그렇게 까지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을까....
(이런 "안이한" 사고 방식 탓에 내가 아직 결혼을 못했나?)
그래도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골프 동호회에 나가고,
남자 한번 만나 보겠다고 스킨 스쿠버 장비를 사고 하는 건.... 정말....심했다.

그 정도 노력이면 자기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부자의 부인은 언제라도 짤릴 수 있는 "high risk" position인데 말이다.

요즘 나의 "금융지식"에 대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쩌면 그렇게....아무 것도 모를까? 
남자동료들이 닥터 아파트, 아파트 114 이런 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뭐 누적으로 손해가 더 크다 하더라도 주식으로 울고 웃고 할 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멍하게 있었다.
그랬더니 이렇게....백치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고 증식하는 능력이 당근 포함된다.
그런데....많은 여자들이 그걸 망각하고 있다.
"재테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난 그런거 못해!" 하며....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이제는 아니다.

내 소중한 자산,
정말 폭발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새벽 6시 40분에 통근 버스를 타고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힘들게 번 나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또....조금만 신경 쓰면 이자를 3~4% 더 받을 수 있는데,
이자 한 푼 안 붙는 은행 일반예금에 돈을 넣어 놨다면 그건 바보다.
아니면 그 돈과 교환된 자신의 "노동"을 존경하지 않거나....

재테크를 한다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애들이나,
얼마나 모으겠다고 이리저리 빈대 치고 아끼는 애들,
너무 옷을 못 입거나 멋을 안 부리는 애들을 보면 은근히 무시를 했었다.

그랬던 철없음, 멍청함이 진정....정말....후회된다.
정신을 좀만 일찍 차렸어도....

요즘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뭐....인생에 늦은 순간이란 없다고 했다.
IQ, EQ 다 높은데 금융지능도 키우면 되겠지 뭐...스스로 위로,격려하며 생각해 본다.

만약....그 때 코란도를 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Sometimes....Life is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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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코란도를 몰고다니는 멋진 직장여성이셨겠죠... 인생에 당당하고 멋진... ^^

야클 2005-08-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나는 여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는 친구들이 있지요. 위에서 말씀하신 것이랑 조금 방향은 다르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 일만 하는 사람들. 조금 삭막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들 살아가는 자기 취향이라고봐요.
아, 물론 전 <나는 적금통장보다 선녀가 좋다> 입니다만. +_+;;

kleinsusun 2005-08-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코란도를 샀었다면....코란도가 주차장에서 쿨쿨 잠자고 있거나...아님 아직도 개뿔이었을 것 같은데요.ㅋㅋ

야클님, 빨리 선녀를 만나시길...꿈은 이루어진다!!!
오늘 축구 같이 볼 선녀는 있나요? ㅋㅋ

moonnight 2005-08-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였나? 그걸 보는데 빚을 내서 성형수술을 받고 명품을 사고 그러는 여자들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이건 투자일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부자남자 하나 꼬시면 훨씬 더 되돌려받을 수 있다구요. 부자의 와이프로 사는 게 그렇게 행복한 걸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내가 번 돈 아니면 맘편히 쓰지도 못할 거 같은데 말이죠. 하긴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자의 와이프가 되고싶어하지도 않겠지만 @_@;;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의 저자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의 노동을 "존경"해야 한다는 수선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수선님. 코란도 탄 모습도 무지 멋지실 거 같애용 ^^

kleinsusun 2005-08-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번 돈 아니면 편하게 못 써요. 제 친구도 빌딩이 몇개 있는 남자랑 결혼했는데,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돈을 편하게 쓰지는 못하더라구요. 자기가 번돈 아니니까... 코란도...지금 생각해도 넘 웃겨요. ^^

코마개 2005-08-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 모 대학에 부자학이라는 강좌가 열렸는데 부자가 되는 법부터 부자에게 시집가는 법까지 강의 한다고. 쯧쯧쯧. 한국이라는 나라가 돈돈 하다가 돌아버리고 있는 중 아닌지 의심 됩니다.

kleinsusun 2005-08-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그 대학이 도대체 어디예요?
근데...부자에게 시집가는 법이 모예요? ㅋㅋ

파란여우 2005-08-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란도 안사시길 다행입니다.
그거 운전하려면 팔뚝이 겁나게 굵어져요.
님처럼 장만옥 뺨치는 미모에 팔뚝 굵은 모습은 아유, 넘 심하잖아요^^

kleinsusun 2005-08-1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팔뚝은 지금도 남부럽지 않게 굵어요.ㅋㅋ

플레져 2005-08-17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읽은 책 이야기 할 때가 참 좋아요 ^^
만약 운이 좋다면 그런 수선님을 볼 수도 있겠지요? ^^
코란도, 그까이꺼~ 안사길 잘했다구요~
저는 미혼시절에 교회 다니자는 권유를 뿌리치기가 어찌나 힘들었는지...ㅎㅎㅎ

줄리 2005-08-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앞에 나타난 사람이 이상형에 돈까지 많은거는 좋겠지만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된다면 그건 참 씁쓸하죠.
그리고 코란도 안사시길 잘하셨다고 생각해요. 여우님 말씀따나 장만옥 스타일의 님에게는 안어울린다고 봐요!

kleinsusun 2005-08-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아요.교회에 다니자는 유혹도 만만치 않죠.남자를 만나려고 일부러 교회에 나간다는 여자를 본 적도 있어요. 플레져님은 결혼하셨으니깐, 누구랑 결혼할지 또는 할지 안할지 고민 안하셔서 좋겠어요.ㅋㅋ

네..씁쓸해요.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니깐요.
실제로 돈만 많으면 좋다는 여자들이 정말 많아요.우짤라나....
줄리님, 제겐 어떤 차가 어울리까요? ㅋㅋ

BRINY 2005-08-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짝짝짝!!!!

세벌식자판 2005-08-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코란도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

그런데 무슨 물건이든 영수증만 끊으면 중고라는 딱지가 붙고, 그 가치는 30%가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안 쓰는것도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라나 뭐레나...

kleinsusun 2005-08-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부끄....Briny님, 감사합니다.

세벌식 자판님, 맞아요.쓸데 없는거 눈 딱 감고 안사는거, 택시 안타는거 다 돈 버는거라니까요.^^

바람돌이 2005-08-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는 어찌된게 항상 어떡하면 돈을 쓸까쪽으로만 굴러가니 돈벌기는 애저녁에 글렀구만요. 어야둥둥 이 직장에서 안짤리고 열심히 일해야....^^
택시도 저는 꽤 열심히 타는편인데, 항상 하는 생각 내가 돈 몇천원 아끼자고 내몸 고생시켜서 뭐하자는 거야 이런 생각만 가득... 자본주의 사회에 그래서 제가 적응이 안되는건지 원....^^

오렌지향 2005-08-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셨죠? 주변에 10원이라도 쓸데없이 나가는거에 떠는 사람들 있어요. 그래야지 돈좀 모으지 싶은생각이 나이 들수록 드네요.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들면서 현실 파악이 좀 되는거죠. 그래도 미혼이신데 본인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세요. ^^

2005-08-18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8-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요즘 제가 택시를 안타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여태까지....우리나라 택시 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거든요. 늦잠 자서 택시 타는게 젤로 아깝더라구요. 요즘엔 새벽 같이 통근버스를 탄답니다. 홧팅! ^^

오렌지향님, 본인을 위해서 아낌 없이 쓰다가 개털이 되었다는 전설이 바로 저랍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