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김범수가 부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반복해서 들었다.

토요일에 만난 선배가 CD를 10장이나 구워 줬다.
그 CD 중 하나에 김범수 리메이크 앨범 "Again"이 있는데,
"Again"을 듣다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 필 꽂혀서
한 곡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이 노래 예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었는데,
낯설게 들리는 가사가 있었다.

한때는 널 구원이라 믿었었어
멀어지기 전엔...


구원.....구원.....구원이라....
위로도 아니고, 작은 위안도 아니고,
구원이라....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구원하지?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가 뿅하고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갑갑하던 현실이 확 달라지기를 바란다.
모자란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게...구원 아닐까?

누군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나를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
그 엄청난 사랑의 힘으로 갑갑한 현실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환상.

"키다리 아저씨" 비스무리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외로운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을 먹듯이 씹지도 않고 넘긴다.
배가 부른 다음에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 짝퉁이다.
그럼.... 그 사랑은 끝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그런 사랑이 계속 반복, 반복, 반복....지칠 때 까지...

상대방을 구원해 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삶의 고유한 무게가 있다.
그 무게가 장난처럼 가벼워서
다른 사람을 하나 업어야 무게 균형이 맞춰지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위안을 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사랑 받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구원을 바란다는 건.... 글쎄....

주가 예측보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튈지를 예측하는 일이다.

주가 예측은
전문가 집단도 있고,지표들도 많고,복잡해 보이는 그래프들도 많다.
이상한 코스닥 싸게 사서 몇 십배 남기려는 욕심을 내거나,
초단타 매매니 뭐니 하며 샀다 팔았다 난리를 치거나 하지 않고,
대형주를 사서 몇 년 묻어 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사람의 마음이란....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을 구원이라 생각하며
자기 삶의 무게를 몽땅 실어 버리는 건,
소문 듣고 한 종목에 몰빵하는 것 보다 더 위함한 일이 아닐까...

연애란....시소 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힘의 균형이 맞을 때는 즐겁지만
계속 한쪽이 공중에 붕 떠 있게 되면
더 이상 시소를 탈 수가 없다.

나도 한 때는....구원을 바란 적이 있었다.
지금은....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 의해서 구원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그래서....독립적인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나...

아침부터 센티한 노래를 들었더니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네...
내일부터는 비트 강한 댄스곡을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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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2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받을 자격이 없이 구원받는 건 반칙! 기독교에서는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을 구원하는 게 신의 특권인 것 같더라만...그건 신이 반칙하는 걸 거라고 봐요^^

클리오 2005-08-2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 음악의 선율이 머리 속에 맴도네요... 님 분위기가 혹시 올해는 가을 타실 분위기는 아닌가요? ^^

2005-08-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8-2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꿈 깨야되겠습니다. -_-;;

바람돌이 2005-08-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란 시소같은 것이 아닐까... 음 멋진표현입니다.
그래도 수선님은 누군가를 구원해주시지 않을까?

드팀전 2005-08-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또 마음이 한판 당하셨네.언넘이야....캄 다운..
난 근데 왜 한번도 누가 날 구원해줄거라 생각치 않았을까? 나두 연애는 한 학위하는 데...있던 사람 없어져서 애착을 갖고 스토커짓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있다없으니까 열받고 심통나고 스스로의 못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그런거지....구원의 필요때문에 그런건 아니었는데...역시 난 무신론자인가 봐요..구원은 야구장에나 가면 있어요.근데 어떨때는 구원한다고 나와써 더 많은 실점을 하고 비스무리 막던 것 까지 다 날려 먹는 경우도 있지요... 역시 구원따윈 믿을게 못됀다는 결론이 나와버리는데요.ㅋㅋ 거이 무슨 잃어버린 반쪽 뭐...이따위 거짓말들은 빨랑 없어져야되는데.그러니까 자꾸 이성에게서 무슨 구원이 어쩌구 이런거 찾죠.
그냥 자기길 가다가 같이 가자고 따라오는 넘들이 몇명있구..그중에 잘 보고 "그래 너랑같이 갈께..대신 발목잡지마라.." 이러구 그냥 가셈....(그래도 발목잡겠지만.ㅋㅋ) ...구원은 무슨 강아지 나물뜯어 먹는....ㅋㅋㅋ ... 저녁때 데낄라 한잔 드시고 맘을 놓아버리셈....ㅋㅋ 워워.

릴케 현상 2005-08-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제 정서로는 그 반대가 가까워요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바라는 게 없어서가 아닐까....

2005-08-2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8-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자...제 연애학개론에는 사랑이 깨지는 이유는...바래서도 바라지 않아서도 아니고...깨지게 될 때 깨진다 였습니다.그러므로...영화<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해" 할때....크아하하하....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그해 최고의 개그성멘트라서...이영애가 가만있잖아요.ㅋㅋ
사랑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오고 가는데 어느 미친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처럼 방향을 알수 없다는거.....ㅋㅋ..... 봄날도 가는데 사랑이라고 안가겠냐 이거죠.내가 잘하고 못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간다.간다.

2005-08-24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