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나는 남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를 읽다가
혼자 깔깔거리고 웃었다.

부자랑 결혼을 하면 되지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악착 같이 돈을 모으냐는
주위의 온갖 말들과 간섭,핀잔에 저자는 이런 저런 예를 들며
"신데렐라 컴플렉스"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한 예로....
저자의 후배가 인터넷 스킨 스쿠버 동호회에 가입했다.
돈 많은 남자를 낚기 위해서...
장비에,숙소에,제주도 비행기 표에 거금을 쓰고 돌아온 후배가 절망하며 말했다.

"다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들만 있어.
 게다가....여자애들은 다 나랑 같은 목적으로..."

우하하하하.
안 봐도 비디오다.
그 거금을 쓰고 가서 얼마나 처참했을지...

혼자만 똑똑(?)한게 아니다.
다 비슷한 IQ를 가지고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머리를 굴린다.

전에도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후배(남자) 하나가 인터넷 골프 동호회에 열심히 나갔었다.
그 후배가 동호회에 이상한(?) 여자애들이 많다고 했다.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동호회에 나온다는 거다.
주로 뒷풀이에만 참석하는데,
좀 "있어" 보이는 남자들 앞에서 웃고 떠들고, 어떤 애들은 소개팅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뭐....나도 이런 권유(?)를 들어본 적이 있다.
벌써 2년하고도 몇 개월 전, 내가 백조 때였다.
별로 할 일도 없고(도서관 가서 소설이나 읽고),
같이 놀 사람도 없고(전업 주부들이 그렇게 바쁜지 몰랐다),  
남자 친구도 없고(하필 그렇게 시간 많을 때 없었다),
만만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때, 나랑 같이 놀아주던 절친한 친구 W가 이렇게 말했다.
"야....너 아무래도 남자를 만나야 겠다.
 내가 맨날 너랑 놀아줄 수도 없고 말이야.
 Off Road 동호회 이런거 들어보면 어때? 그런데는 남자들만 있을 거 아니야...하하."

난 친구에게 씰룩거리며 말했다.
"야...아무리 심심하다지만.....차도 없으면서 그런데 드냐?"

그 때, 친구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너 코란도 한대 사면 되쟎아. 멋있고 뽀다구 나고.... 얼마나 좋아?
 넌 운전도 난폭하게 하니까 그게 딱이다.딱이야."

난 행동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코란도 견적을 받으러 갔다.
졸고 있던 영업사원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기왕 간 김에 타 보기도 하고, 2륜은 어떻고 4륜은 어떻고, 옵션이 어쩌고 꽤 긴 대화를 나눴다.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그렇게 자유를 꿈꾸다가
막상 꿈에 그리던 나만의 시간이 있는데
뭐가 그리 심심하다고 난리를 쳤는지...
아무리 심심한들, 아무리 외로운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친구의 농담 성분 80% 이상인 말에 "솔깃"해서 차를 보러 가다니...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후로 며칠...
코란도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누군가 했더니.... 코란도 영업사원 아저씨였다.
"고객님! 어떻게...결정은 하셨나요?"
다시 한번 쩍팔림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런데....실제로 스킨 스쿠버, 산악 자전거, 오프 로드...이런 동호회에
남자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또 가입 후 절망하는 애들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우하하하하.

그렇게 까지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을까....
(이런 "안이한" 사고 방식 탓에 내가 아직 결혼을 못했나?)
그래도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골프 동호회에 나가고,
남자 한번 만나 보겠다고 스킨 스쿠버 장비를 사고 하는 건.... 정말....심했다.

그 정도 노력이면 자기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부자의 부인은 언제라도 짤릴 수 있는 "high risk" position인데 말이다.

요즘 나의 "금융지식"에 대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쩌면 그렇게....아무 것도 모를까? 
남자동료들이 닥터 아파트, 아파트 114 이런 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뭐 누적으로 손해가 더 크다 하더라도 주식으로 울고 웃고 할 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멍하게 있었다.
그랬더니 이렇게....백치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고 증식하는 능력이 당근 포함된다.
그런데....많은 여자들이 그걸 망각하고 있다.
"재테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난 그런거 못해!" 하며....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이제는 아니다.

내 소중한 자산,
정말 폭발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새벽 6시 40분에 통근 버스를 타고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힘들게 번 나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또....조금만 신경 쓰면 이자를 3~4% 더 받을 수 있는데,
이자 한 푼 안 붙는 은행 일반예금에 돈을 넣어 놨다면 그건 바보다.
아니면 그 돈과 교환된 자신의 "노동"을 존경하지 않거나....

재테크를 한다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애들이나,
얼마나 모으겠다고 이리저리 빈대 치고 아끼는 애들,
너무 옷을 못 입거나 멋을 안 부리는 애들을 보면 은근히 무시를 했었다.

그랬던 철없음, 멍청함이 진정....정말....후회된다.
정신을 좀만 일찍 차렸어도....

요즘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뭐....인생에 늦은 순간이란 없다고 했다.
IQ, EQ 다 높은데 금융지능도 키우면 되겠지 뭐...스스로 위로,격려하며 생각해 본다.

만약....그 때 코란도를 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Sometimes....Life is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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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코란도를 몰고다니는 멋진 직장여성이셨겠죠... 인생에 당당하고 멋진... ^^

야클 2005-08-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나는 여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는 친구들이 있지요. 위에서 말씀하신 것이랑 조금 방향은 다르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 일만 하는 사람들. 조금 삭막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들 살아가는 자기 취향이라고봐요.
아, 물론 전 <나는 적금통장보다 선녀가 좋다> 입니다만. +_+;;

kleinsusun 2005-08-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코란도를 샀었다면....코란도가 주차장에서 쿨쿨 잠자고 있거나...아님 아직도 개뿔이었을 것 같은데요.ㅋㅋ

야클님, 빨리 선녀를 만나시길...꿈은 이루어진다!!!
오늘 축구 같이 볼 선녀는 있나요? ㅋㅋ

moonnight 2005-08-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였나? 그걸 보는데 빚을 내서 성형수술을 받고 명품을 사고 그러는 여자들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이건 투자일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부자남자 하나 꼬시면 훨씬 더 되돌려받을 수 있다구요. 부자의 와이프로 사는 게 그렇게 행복한 걸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내가 번 돈 아니면 맘편히 쓰지도 못할 거 같은데 말이죠. 하긴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자의 와이프가 되고싶어하지도 않겠지만 @_@;;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의 저자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의 노동을 "존경"해야 한다는 수선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수선님. 코란도 탄 모습도 무지 멋지실 거 같애용 ^^

kleinsusun 2005-08-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번 돈 아니면 편하게 못 써요. 제 친구도 빌딩이 몇개 있는 남자랑 결혼했는데,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돈을 편하게 쓰지는 못하더라구요. 자기가 번돈 아니니까... 코란도...지금 생각해도 넘 웃겨요. ^^

코마개 2005-08-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 모 대학에 부자학이라는 강좌가 열렸는데 부자가 되는 법부터 부자에게 시집가는 법까지 강의 한다고. 쯧쯧쯧. 한국이라는 나라가 돈돈 하다가 돌아버리고 있는 중 아닌지 의심 됩니다.

kleinsusun 2005-08-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그 대학이 도대체 어디예요?
근데...부자에게 시집가는 법이 모예요? ㅋㅋ

파란여우 2005-08-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란도 안사시길 다행입니다.
그거 운전하려면 팔뚝이 겁나게 굵어져요.
님처럼 장만옥 뺨치는 미모에 팔뚝 굵은 모습은 아유, 넘 심하잖아요^^

kleinsusun 2005-08-1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팔뚝은 지금도 남부럽지 않게 굵어요.ㅋㅋ

플레져 2005-08-17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읽은 책 이야기 할 때가 참 좋아요 ^^
만약 운이 좋다면 그런 수선님을 볼 수도 있겠지요? ^^
코란도, 그까이꺼~ 안사길 잘했다구요~
저는 미혼시절에 교회 다니자는 권유를 뿌리치기가 어찌나 힘들었는지...ㅎㅎㅎ

줄리 2005-08-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앞에 나타난 사람이 이상형에 돈까지 많은거는 좋겠지만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된다면 그건 참 씁쓸하죠.
그리고 코란도 안사시길 잘하셨다고 생각해요. 여우님 말씀따나 장만옥 스타일의 님에게는 안어울린다고 봐요!

kleinsusun 2005-08-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아요.교회에 다니자는 유혹도 만만치 않죠.남자를 만나려고 일부러 교회에 나간다는 여자를 본 적도 있어요. 플레져님은 결혼하셨으니깐, 누구랑 결혼할지 또는 할지 안할지 고민 안하셔서 좋겠어요.ㅋㅋ

네..씁쓸해요.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니깐요.
실제로 돈만 많으면 좋다는 여자들이 정말 많아요.우짤라나....
줄리님, 제겐 어떤 차가 어울리까요? ㅋㅋ

BRINY 2005-08-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짝짝짝!!!!

세벌식자판 2005-08-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코란도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

그런데 무슨 물건이든 영수증만 끊으면 중고라는 딱지가 붙고, 그 가치는 30%가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안 쓰는것도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라나 뭐레나...

kleinsusun 2005-08-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부끄....Briny님, 감사합니다.

세벌식 자판님, 맞아요.쓸데 없는거 눈 딱 감고 안사는거, 택시 안타는거 다 돈 버는거라니까요.^^

바람돌이 2005-08-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는 어찌된게 항상 어떡하면 돈을 쓸까쪽으로만 굴러가니 돈벌기는 애저녁에 글렀구만요. 어야둥둥 이 직장에서 안짤리고 열심히 일해야....^^
택시도 저는 꽤 열심히 타는편인데, 항상 하는 생각 내가 돈 몇천원 아끼자고 내몸 고생시켜서 뭐하자는 거야 이런 생각만 가득... 자본주의 사회에 그래서 제가 적응이 안되는건지 원....^^

오렌지향 2005-08-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셨죠? 주변에 10원이라도 쓸데없이 나가는거에 떠는 사람들 있어요. 그래야지 돈좀 모으지 싶은생각이 나이 들수록 드네요.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들면서 현실 파악이 좀 되는거죠. 그래도 미혼이신데 본인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세요. ^^

2005-08-18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8-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요즘 제가 택시를 안타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여태까지....우리나라 택시 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거든요. 늦잠 자서 택시 타는게 젤로 아깝더라구요. 요즘엔 새벽 같이 통근버스를 탄답니다. 홧팅! ^^

오렌지향님, 본인을 위해서 아낌 없이 쓰다가 개털이 되었다는 전설이 바로 저랍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