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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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명문대를 나오고,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 죽어라 공부한다는 건 무척 팍팍한 일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치열하게 공부했던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겠다.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입사를 위한 공부는 나의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공부’하는 삶은 ‘공’허하고 ‘부’질 없다. 공허하고 부질없는 공부는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학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부에 매몰된 사람들은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친다. 이러면 본인의 흥미와 관심에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공부하게 된다. 내가 중심이 되지 못한 공부는 나 자신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치열하게 공부하다 지친 나를 위로해주지도 못한다. 곽아람 기자의 수필 《공부의 위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공부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저자는 무엇을 더 많이 아는 사람으로 변화하지 않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공부의 위로》는 대학생 시절 저자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늘날 대학교는 ‘취업을 위한 통과 의례’로 취급받는다. 그렇지만 20대의 저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수강한 교양 과목 수업을 통해 읽고 쓰고 생각하는 훈련을 배운다. 1학년 미술사 수업은 저자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획기적인 창문’을 알려주었다. 2학년 영미 단편소설 강독은 공부가 무조건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단편소설을 해석하면서 나름의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계속 생각하는 훈련을 한다. 4학년 2학기 19세기 미국소설 수업에서 저자는 시대가 변해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공부의 본질을 깨닫는다. 나 자신을 위한 공부는 꾸준하면서 성실하게 책을 읽는 일이다.

 

누군가는 먹고사는 데 필요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문과를 졸업하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현실에서 인문학은 찬밥 신세다. 그래도 나를 위한 공부는 젊을수록 빨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20대는 본인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열정이 가득한 인생의 시기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새로운 자아로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나이대다. 코미디언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지만, 공부는 예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무언가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공부의 위로》는 다시 공부하려는 의지의 불씨를 일으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부싯돌이다. 이 부싯돌이 진짜 나를 알아가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단단한 마음에 제대로 부딪히기를 바란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알

 

 

* 79쪽




 

 이 그림은 소식의 시 「해당(海棠)」의 마지막 구절 “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粧[주1]”(밤이 깊어 꽃이 잠들어 져버릴까 두려워 촛불 높이 밝혀 붉은 모습 비추네.)에서 화제(畫題)를 가져왔다 알려졌는데, 이백(李白)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국내판 『중국 회화사』의 번역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헷갈린) 젊은 캐힐은 이렇게 썼다.

 

 

[주1] 저자가 아마도 「해당」의 마지막 글자를 헷갈린 것 같다. ‘粧’이 아니라 ‘妝’이다. 두 한자 모두 훈과 음이 같은 ‘단장할 장’이다.


[수정: 2023년 4월 1일]

粧(단장할 장)은 妝(단장할 장)의 이체자다. 따라서 책에 인용된 「해당」의 마지막 글자는 오자가 아니다.

 





* 161쪽





할로윈 → 핼러윈







* 184~185쪽


 혹여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History of Art』라는 책도 존재한다.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미술사학자 H. W. 잰슨의 책으로 곰브리치의 책보다 몇 배나 두껍고 무겁다. 내 경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마존 ‘직구’를 감행한 책이 그 책이었다.

 친구들이 사는 걸 보니 사야만 할 것 같았고, 보티첼리(Botticelli)의 「봄」이 그려진 하드커버 책[주2]을 끙끙대며 품에 안고 캠퍼스를 지나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나 미술사 하는 여자야.”라는 티를 팍팍 낼 수 있으니까.

 


[주2] H. W. 잰슨(Horst Woldemar Janson)의 《History of Art》는 1962년에 나온 이후로 현재 8판까지 출간되었다. 《History of Art》는 여러 차례 증쇄되고 개정되면서 책 표지도 달라졌다. 구글에 ‘History of Art’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다양한 책 표지가 나온다. 표지 그림의 출처를 알아봤지만, 판본이 생각보다 많아서 출판연도 순서별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정확하지 않지만, 『History of Art』 표지로 사용된 그림 출처는 다음과 같다.

 


2판: 고대 이집트 파라오 네페르티티 흉상

3판: 『사모트라케의 니케』

4판: 페르메이르의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부분)

5판: 작가명, 작품명 확인 불가(16세기 정물화로 추정)

6판: 작가명, 작품명 확인 불가

7판: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부분)


그 밖의 판본: 라파엘로의 『갈라테이아』,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보티첼리의 『시모네타 베스푸치의 초상』,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페르세포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

 


저자는 아마존으로 양장본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책 표지를 확인하면서 보티첼리의 『봄』이 그려진 《History of Art》는 본 적이 없다. 보티첼리의 『봄』이 그려진 서양미술사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History of Art》는 1985년에 ‘서양미술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때 나온 표지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에 표현된 아담과 신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을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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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09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는 사람 ㅠ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ㅎㅎ 보티첼리의 봄이 그러진 미술사의 정체 저도 궁금해지네요 ~

cyrus 2022-04-10 08:55   좋아요 2 | URL
모르는 게 많을수록 책에 눈길을 많이 주게 돼요. 시험을 안 쳐도 되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2-04-09 13: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시절 전공이 저하고 맞지 않아 재미가 없었는데~~
전공말고 교양과목으로 들은 여러 학문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이 무척 좋았어요.
그런것들이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일까요?
먹고 사는데는 지금도 허덕입니다 ㅎㅎ

cyrus 2022-04-10 08:56   좋아요 4 | URL
저의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면 전공과목보다 교양과목 강의가 더 재미있었고, 학점을 잘 받았어요.. ㅎㅎㅎ

blanca 2022-04-09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cyrus님의 예리한 눈썰미! 한자를 한참 들여다봤네요. 저는 대학 이후로 한자와 담을 쌓아서인지 한자를 거의 다 잊어버렸더라고요. 진짜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cyrus 2022-04-10 09:00   좋아요 3 | URL
저도 한자 공부를 안 한 지 오래됐어요. 한자 자격증 2급 공부를 한창 했을 땐 일상에 많이 쓰는 한자어를 쓰고 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자 공부를 오랫동안 안 하니까 한자를 읽고 쓰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모르는 한자가 있으면 네이버 한자 사전을 이용합니다. ^^

청아 2022-04-09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때 공부보다 요즘 제가 스스로 찾아하는 공부가 훨 재밌고 만족스러워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게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책 제목을 참 잘 지은것 같네요. *^^*

cyrus 2022-04-10 09:01   좋아요 2 | URL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푹 빠진 저의 대학생 시절이 떠올렸어요. 그땐 정말 세상 걱정 없이 책 읽고 글을 썼어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얄라알라 2022-04-09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자까지 ˝한 자 한 자˝. 저도 대학 입학위한 한자 공부 이후 빠이했더니 올려주신 문장 지적해주셨어도 가물가물. 부싯돌 축언 감사드립니다. 한자1800제.고등학교때.쓰던.책.아직 있는데.부싯부싯 꺼내서 다시~

cyrus 2022-04-10 09:03   좋아요 3 | URL
한자 공부를 다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종종 한문이 섞인 오래된 책을 읽을 때가 있는데, 예전에 배운 한문을 다 잊어버려서 안 읽고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았거든요. ^^;;

그레이스 2022-04-10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넘 멋있어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부싯돌!

cyrus 2022-04-10 09:04   좋아요 4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 것 다음으로 어려운 게 제목 정하는 일이에요. 제목이 마음에 안 들면 만족할 때까지 여러 번 수정합니다. ^^;;

그레이스 2022-04-10 10:05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제목 붙이는게 어려워요^^

새파랑 2022-05-07 0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북클럽 독자가 아니신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

이하라 2022-05-07 0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너무 축하드립니다.
기쁘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thkang1001 2022-05-07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22-05-0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강나루 2022-05-0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택이 2023-01-30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粧와 妝은 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글자로 알고 있습니다. 粧은 妝의 이체자 중 하나로요.

*네이버 사전 참고

妝의 이체자

妆간체자 / 妆속자 / 粧속자 / 娤동자/ 䊋동자 / 糚동자 / 𤖩와자

cyrus 2023-04-01 15:24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택이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에 저도 네이버 한자 사전을 참고했는데 본 자와 이체자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잘못 쓴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색은 대체로 불길한 느낌을 만들어주는 색이다. 밝은 분위기와 정반대로 칙칙하다. 그렇지만 몇몇 화가는 검은색이 최고의 색이라면서 추켜세웠다. 르누아르(Renoir)는 화려한 색채로 행복한 일상과 젊은 여성을 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검은색을 잘 안 쓸 것 같은 그가 검은색을 ‘색의 여왕’이라고 했다. ‘무색(無色)’이라 하면 투명한 흰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르누아르 이전에 활동한 화가들은 검은색을 무색으로 여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보기에 검은색은 빛이 없는 상태일 뿐이다. 그걸 색이라고 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검은색을 무시한 화가들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검은색은 색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미술문화, 2021)

 

 


검은색에 대한 인식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또 시대가 변할수록 검은색의 상징도 달라졌다. ‘해시태그 아트북(hashtag art book)’ 시리즈 첫 번째 책인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는 검은색은 그저 어둡기만 한 단색이라는 편견을 깨뜨린다. 검은색이 권력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검은색을 썼다. 《검정》은 고대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검은색이 품어온 다양한 시각적 해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리즘(prism)이다. 우리는 예술적 프리즘에서 나온 검은색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의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Whistler)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검은색도 마찬가지다. 검은색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런데 이 예술적 프리즘에 흠집이 있다. 그 흠집이란 오역과 오류다. 먼저 오역부터 언급해본다. 

 


 휘슬러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자유분방하게 살았다. 어머니가 미국에서 발발한 시민전쟁을 피해 그의 집에 왔을 때, 그는 매우 긴장했다고 한다. (38쪽)

 

시민전쟁은 ‘남북전쟁(Civil War)’의 오역이다.

 

80쪽 왼쪽 부분에 ‘상징주의’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한 글이 있다.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상징주의는 1876년 에밀 졸라가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을 상징주의자의 작품이라고 명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상적이고 염세적인 미학을 추구했던 상징주의 작가들은 몽상과 심령, 잠재의식에 심취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구스타프 클림트, 오딜롱 르동, 귀스타브 모로, 페르낭 크노프, 제임스 앙소르, 스테판 말라르메,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등이 있다. (80쪽)



에밀 졸라(Emile Zola)는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인간의 삶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있는 그대로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에밀 졸라 《실험소설 외》 (책세상, 2007)




졸라의 논문 《실험소설》은 자연주의 문학의 등장을 알린 알린 ‘선언문’이다. 이 책에서 졸라는 자연주의 작가라면 상상력이 아닌 현실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랬던 그가 공상을 중시한 상징주의를 인정한 작가라고? 졸라가 이 내용을 보면 졸라 어리둥절하겠는데. 본인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으니까.



















* 조이스 카를 위스망스 《거꾸로》 (문학과지성사, 2007)


 


‘상징주의’라는 명칭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 모레아스(Jean Moréas)다. 그는 1886년에 『상징주의 선언(Le Symbolisme)』을 발표하면서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이론적 지도자가 된다.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를 상징주의자로 평가한 사람은 조이스 카를 위스망스(Joris-Karl Huysmans)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징주의자 위스망스가 문단에 등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자연주의자 에밀 졸라다. 위스망스는 모로의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했다. 위스망스의 대표작 《거꾸로》의 주인공 데 제셍트(Des Esseintes)는 고독한 탐미주의자다. 그는 모로의 그림 두 점을 사들인 다음, 매일 밤 모로의 그림을 보면서 몽상에 잠긴다.







* [절판]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상징주의 미술》 (열화당, 1987년)

 

 


국내에 상징주의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술평론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Edward Lucie-Smith)의 《상징주의 미술》이 전부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상징주의 문학을 ‘졸라와 같은 소설가로 대표되는 고압적인 자연주의에 대한 항거(58쪽)’라고 평가한다. 《상징주의 미술》은 1987년에 나온 책이라 절판되었고,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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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03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 책 예전에 미니님 리뷰로 봤었는데 또 보니 반갑네요~! 검정색이 불길한건 까마귀 때문일까요? 😅 검은색이 부재 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니 예술은 신비한거 같아요~~!

전 그래도 옷 살때는 검정색을 즐겨삽니다 ㅋ

cyrus 2022-04-09 10:57   좋아요 2 | URL
저 같은 패션 테러리스트는 검은색 옷을 선호해요.. ㅎㅎㅎㅎ 검은색 옷만 있으면 다른 색깔의 옷을 고를 필요가 없거든요.. ^^;;

Angela 2022-04-04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은색 수트 시크해요~ㅎ

cyrus 2022-04-09 10:57   좋아요 1 | URL
검은색 정장에 잘 어울리는 남자를 보면 부럽습니다.. ㅜㅜ
 








이번 달 ‘최해성 책장’의 큐레이팅 주제는 ‘이상한 책장의 앨리스’다. 3월 1일 분홍색 책장에 앨리스와 관련된 책들을 비치해두었다. 동시에 ‘앨리스 컬렉션’으로 선정된 책들을 소개한 글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했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쓸 수 없어서 책 한 권 한 권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서 3월이 지나가기 전에 ‘앨리스 마니아’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고,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막상 써보니 3월의 독서를 결산하는 글 같군. 그나저나 다음 달 책장 주제는 뭐하지? 일단 글을 마무리 지은 다음에 생각해보자.


올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약칭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 탄생 190주년이다. 대부분 사람은 루이스 캐럴을 ‘동화 작가’로 알고 있다. 《앨리스》가 어린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동화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알고 보면 《앨리스》가 단순히 동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앨리스》는 후대의 작가와 예술가, 심지어 철학자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고전이다.

















* [품절] 스테파니 로벳 스토펠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만나다》 (시공사, 2001)

   




《앨리스》를 제대로 읽으려면 캐럴의 삶과 《앨리스》의 탄생 과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다. 작가의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이다. 캐럴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는데, 그가 제일 친하게 지낸 아이가 바로 앨리스 리들(Alice Liddell)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수학을 전공한 캐럴은 수학 강사가 되었다. 캐럴은 대학 학장인 헨리 리들(Henry Liddell)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리들 세 자매와 친해졌다. 캐럴이 유독 아낀 앨리스는 세 자매 중 둘째다. 캐럴은 말을 더듬는 편이었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멋진 이야기꾼이 되었다.


캐럴은 앨리스 단 한 사람을 위한 선물을 공들여 만들었고, 그 선물이 《앨리스》다. 하지만 이때 만들어진 《앨리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제목과 달랐다. 첫 제목은 《땅속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Under Ground)였다. 캐럴은 삽화도 직접 그렸다. 그러나 정식 출판을 위해 제목이 변경되었으며 캐럴의 그림 대신에 만평 전문 삽화가인 존 테니얼(John Tenniel)의 그림이 포함되었다. 캐럴은 본인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했다. 지인의 소개로 존 테니얼을 만났다. 테니얼은 캐럴의 제안에 수락했으며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삽화를 제작했다. 《앨리스》가 성공하자 테니얼은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약칭 ‘거울 나라’) 삽화도 그렸다. 《거울 나라》 삽화가 그려지는 과정에서 ‘가발을 쓴 말벌(The Wasp in a Wig)’이라는 제목의 글이 삭제되었다. 테니얼은 말벌을 그리지 못해서 캐럴에게 이 글을 빼자고 제안했다. 결국 캐럴은 ‘가발을 쓴 말벌’을 삭제했고, 삭제된 이야기가 있는 원고의 행방이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74년에 원고가 발견되면서 《거울 나라》 무삭제판이 출간되었다.
















* [절판] 마틴 가드너, 존 테니얼 그림 《Alice-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북폴리오, 2005)





《앨리스》와 《거울 나라》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알려졌지만, 전체적으로 내용이 난해하다. 앨리스와 여러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 속에 말장난과 난센스가 가득해서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앨리스》에 매료된 독자와 학자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단어도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주석을 만들고 있다. 이 주석의 양이 어마어마한데, 수학자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의 주석이 달린 《앨리스》와 《거울 나라》(The Annotated Alice)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 마틴 가드너, 루이스 캐럴 《The Annotated Alice: 150th Anniversary Deluxe Edition》 (W W Norton & Co Inc, 2015)





가드너의 주석이 있는 《앨리스》와 《거울 나라》에 삭제된 ‘가발을 쓴 말벌’도 수록되었다. 하지만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가끔 알라딘 중고도서 서점에 정가의 반값으로 매겨진 번역본이 심심찮게 나온다. 정말 앨리스 상급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 책을 사지 마라. 절판된 번역본은 1999년에 나온 개정 2판이다. 2015년에 《앨리스》 초판본 출간 150주년을 맞아 개정 3판이 나왔다. 여기에 새로운 주석이 추가되었으며 다른 삽화가들이 그린 그림들도 포함되었다. 잡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앨리스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주석 달린 앨리스》를 선호하겠지만, 방대한 양의 주석을 하나하나 쫓아가면서 읽는 일이 상당히 버겁다. 나처럼 오역이나 오탈자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석 달린 앨리스》를 여러 번 천천히 읽는 것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나는 고작 오역이 확실한 문장 한 개 찾았다.

















* 루이스 캐럴, 존 테니얼 그림, 정병선 옮김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의 놀라운 세상 모험》 (오월의봄, 2015)

 

* 구와바라 시게오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쉽게 쓰인 《앨리스》 해설서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만나다》도 내용이 충실한 《앨리스》 해설서이지만, 알라딘에서는 ‘품절’ 도서로 나온다. 캐럴이 어린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를 소아성애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독자에게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권하고 싶다. 존 테니얼의 그림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캐럴이 《땅속 나라의 앨리스》를 쓰면서 그렸던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캐럴의 삽화 몇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앨리스 설탕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을 찾아서》 (난다, 2021년)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블랙 라벨 특별판)

살바도르 달리 그림 / 문예출판사 (2022년 2월)

※ 블랙 라벨 특별판은 YES24 한정 판매

 

* 토베 얀손 그림, 한낙원 · 한애경 옮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창비, 2015)

 

* 쿠사마 야요이 그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문학수첩, 2015)

 

* 리스베트 츠베르거 그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이작가정신, 2009)

 

* 앤서니 브라운 그림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살림어린이, 2009)

 




《앨리스》가 출간된 이후로 전 세계의 삽화가와 예술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앨리스를 새롭게 창조했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는 다양한 《앨리스》 초판본 삽화를 시대별로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 ‘무민(Moomin)’ 시리즈로 유명한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앨리스》 삽화 일부와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그린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도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리스베트 츠베르거(Lisbeth Zwerger)의 삽화를 만나 볼 수 있다.

















* [품절] 로버트 휴즈 《마그리트 명작 400선》 (마로니에북스, 2008)

 

 

요즘 내가 눈길이 가는 《앨리스》는 앤서니 브라운의 삽화가 있는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앨리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그림을 패러디한 삽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쓰고 싶은 글은 앤서니 브라운의 《앨리스》 삽화에 관한 주석이다. 마그리트는 《앨리스》를 주제로 한 그림을 몇 점 남기기도 했다. 이 그림들은 《마그리트 명작 400선》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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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6 1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같아서는 이 책들 모두 한번씩은 들여다보고 싶네요!
사이러스님 인스타그램도 하시는군요.ㅎㅎ
‘앨리스마니아‘다운 글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cyrus 2022-04-03 17:08   좋아요 1 | URL
제 책장에 꽂힌 책 말고 루이스 캐럴과 앨리스에 관한 책이 몇 권 더 있어요. 나머지 책은 따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

프레이야 2022-03-26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일단 달리, 토베, 앤서니의 앨리스 그림책 모두 보고 싶네요. 무려 61가지나 있군요.
쿠사마 야요이까지. 이상한 책장의 앨리스! 멋집니다!

cyrus 2022-04-03 17:09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어떤 책을 채워야 할지 고민입니다... ^^;;

mini74 2022-03-26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저도 다 사고싶어요. ㅎㅎ 저는 모자장수가 제일 이상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그 당시 모자를 비버털로 많이 만들었고 그걸 주로 수은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했기에, 모자장수들이 대부분 수은중독 상태라고 하는 글을 읽고 헉. 앨리스가 애들 책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ㅎㅎ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들은 명화 패러디도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좋지요 *^^*

cyrus 2022-04-03 17:11   좋아요 2 | URL
앨리스 이야기에 생각해 보면 잔혹한 진실과 의미가 숨겨져 있는 내용이 곳곳에 있어요. 저는 그런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
 



지난 주말에 작성한 니체의 《우상의 황혼》(박찬국 역)에 대한 비판적인 서평에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은 ‘정오표’다. 니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열을 올리다 보니 정오표 쓴다는 걸 깜빡 잊어버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20년에 나온 1판 4쇄다. 






 빵과 서커스는 독재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제공하는 음식과 오락을 가리킨다.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로, 자신의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물에 빠져 죽게 했다.

 

(역주 25, 18쪽)



[주1]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한 존재는 키르케가 아니라 세이렌(Siren)이다. 키르케는 마법에 능숙했으며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하게 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독일 북부의 도시로 칸트가 일생을 산 곳이다.[주2] 인간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고 현자가 이미 사는 세계는 아니지만, 약속된 세계였던 참된 세계는 칸트 철학에 와서는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는지 인식될 수 없는 세계로서 한갓 희망 사항, 즉 ‘이념’이 된다. [생략]

 

(역주 79, 51쪽)



[주2] 칸트가 살았던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는 독일의 영토였다. 동프로이센의 수도였으나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 패전하면서 소련의 영토로 합병되었다. 현재 러시아 땅이 된 쾨니히스베르크의 명칭은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다.







 치통을 막기 위해 치아을[주3] 뽑아버리는 치과의사들을 우리는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 (55쪽)

 

 

[주3] ‘치아를’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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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Nietzsche)는 소크라테스(Socrates), 플라톤(Plato), 칸트(Kant)라는 우상을 파괴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쳤다. 그런 자신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표현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과연 새로운 우상의 비밀을 캘 수 있을까? 이 작은 책은 중대한 선전포고다. 비밀이 캐어져야 할 대상들은 이번에는 한 시대의 우상들이 아닌 영원한 우상들이다. 여기서는 그것들에 소리굽쇠를 갖다 대듯 쇠망치를 갖다 댈 것이다. 이 우상들보다 오래되고 확신에 차 있고 교만한 우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들보다 더 속이 비어 있는 우상도 없다. 그런데도 그것들은 가장 많이 신봉된 우상이었다.

 

(니체, 《우상의 황혼》 「저자 서문」, 박찬국 옮김, 9쪽)




니체가 미치기 1년 전에 쓴 《우상의 황혼》의 부제는 ‘또는 어떻게 쇠망치로 철학을 하는가’다. 이 책의 2장(「소크라테스 문제」)에서 니체는 삶을 무가치하다고 본 소크라테스를 비판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성주의 철학의 원류다. 그러나 니체는 오랫동안 숭배받은 두 사람을 인간의 삶을 병들게 하고, 본능을 말살하는 우상으로 규정한다. 개인의 욕망을 근절하는 그리스도교의 금욕주의는 서양인이 맹목적으로 수용한 가치다. 니체는 그런 가치를 ‘재평가’한다. 이런 자신의 작업을 ‘엄청난 과제’로 여긴다. 니체가 밝혔듯이 《우상의 황혼》은 ‘영원한 우상’을 향한 선전포고다. 그들에게 갖다 대는 ‘쇠망치’는 니체의 철학적 무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니체는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면서 니체도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이 글은 《우상의 황혼》에 있는 문장 한 줄에 대한 선전포고다. 나는 그 문장을 쓴 니체에게 쇠망치를 갖다 대려고 한다.



 완전한 여성은 작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문학을 한다. 시험 삼아, 일시적으로, 누가 보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리고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며‥….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박찬국 옮김, 20쪽)



이 문장은 《우상의 황혼》의 첫 장 「잠언과 화살」 20절이다. 니체가 생각한 ‘완전한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 생물학적 여성을 뜻하는 걸까? 지금으로선 ‘완전한 여성’의 진짜 의미를 알아내는 일은 중요치 않다. 니체가 보기에 문학을 하는 여성, 즉 글 쓰는 여성은 ‘작은 죄를 저지르는 존재’다.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글을 쓴다.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면서.


여성을 하대하는 니체의 편견은 그가 쓴 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점’이다. 《우상의 황혼》에도 여성에 대한 니체의 생각이 심심찮게 나온다. 9장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 6절(106쪽)은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를 혹평한 내용이다. 여기서 니체는 무자비할 정도로 상드를 저격한다. 니체가 본 상드는 ‘남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버르장머리 없는 소년 같은 태도로 여성적 교태를 부리는’ 작가다. 그런 그녀를 ‘흡사 시계태엽 감듯이 자신을 조이면서’ 글을 썼다고 언급한다. 6절은 글을 많이 쓴 상드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다산(多散)의 글 쓰는 암소.


편력(遍歷)은 ‘여러 가지 경험한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니체는 루 살로메(Lou Andreas-Salomé)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났다. 니체는 여성을 만나본 경험을 토대로 상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것은 ‘편력’이 아니라 ‘편견’이다. 《우상의 황혼》 6장 제목은 ‘네 가지 커다란 오류’다. 「잠언과 화살」 20절과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 6절은 글 쓰는 여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니체의 ‘커다란 오류’다. 나는 쇠망치를 들어 니체의 오류를 부수고 싶다.


글 쓰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글이 독자의 눈길을 받길 바란다. 수많은 독자의 호의적인 반응은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다. 작가도 사람이다. 좋은 글을 써서 독자와 비평가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여기에 힘입어 돈과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글 쓰는 행위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활동으로만 볼 수 없다. 글 쓰는 목적은 다양하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쓸 수 있다.


니체는 욕망과 열정을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자다. 그런데 글 쓰고 싶은 욕망과 열정을 가진 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를 범죄 행위로 바라본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를 포함한 과거에 여성의 글쓰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도덕적 행위였다. 서구 남성은 자신들을 태어날 때부터 ‘이성’이 장착된 존재로 여겼다. 그들이 생각한 여성은 이성이 없는 데다가 그것을 영영 가질 수 없는 열등한 존재다. 그런 여성이 남성처럼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며 담배 피우면서 글을 쓴다? 남성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글 쓰는 여성을 비난했다. 그리하여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남성 작가로 보일 수 있는 가명을 사용했다.
















* 리디 살베르 《일곱 명의 여자: 문학사를 바꾼 불꽃의 작가들》 (뮤진트리, 2015)




《일곱 명의 여자》는 니체의 여성 작가 편견을 부수는 데 쓸 수 있는 ‘쇠망치’다. 책에 나온 ‘일곱 명의 여자’는 가명으로 글을 쓴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를 포함한 여성 작가들을 가리킨다. 책의 저자 리디 살베르(Lydie Salvayre)는 글쓰기를 삶의 전부로 여긴 일곱 명의 작가를 ‘일곱 명의 미친 여자’라고 표현한다. ‘일곱 명의 미친 여자’는 남성의 편견이 장악한 문단 한가운데서 글을 쓰기 위해 미쳐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글 쓰는 행위를 ‘문학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관광객의 가벼운 산책(《일곱 명의 여자》 머리말, 8쪽)’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일곱 명의 미친 여자에게 글쓰기는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삶 그 자체다.

















* 타니아 슐리 《글 쓰는 여자의 공간: 여성 작가 35인,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 (이봄, 2020)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은 글쓰기에 대한 35인의 여성 작가들의 생각과 자신만의 공간에서 글 쓰는 작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함께 소개된 책이다. 이 책은 다작하는 상드를 ‘암소’로 비유하면서 조롱한 니체에게 갖다 댈 수 있는 또 다른 쇠망치다. 니체는 상드가 쉬지 않고 글을 계속 써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에서 독자는 상드가 글쓰기에 미치게 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내 딸을 키우고, 내가 다른 사람들이나 나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기 위해서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 42쪽)

 


상드는 본인과 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 그녀는 또 슬픔이 밀려오면 글을 쓴다고 밝혔다. 글을 쓰면 슬픔을 잊을 수 있으니까. 상드를 슬프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글 쓰는 여성을 별종으로 취급하는 암울한 세상이다.

















* 조애나 러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낮은산, 2021)

 

 


SF 작가 조애나 러스(Joanna Russ)는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에서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11가지 수법을 알려준다. 이 수법 중 하나가 ‘금지하기’다. ‘금지하기’ 수법의 단적인 예는 집안일을 해야 하는 여자가 글을 쓰는 건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비난이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은 글 쓰는 여자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망치의 여러 가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 장영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민음사, 2020)

 

 


25명의 여성 작가가 글을 쓰면서 살아온 과정을 소개한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일곱 명의 여자》에 만족하지 못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상드처럼 오로지 살기 위해 글을 쓴 25명의 미친 여자에 에밀리 디킨슨과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은 《일곱 명의 여자》에도 소개되어 있다.


















* 미셸 우엘벡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필로소픽, 2022)

 

 


욕망을 중시한 니체는 시인에게도 욕망이 있다고 봤다. 니체가 생각하기에 그 욕망이란 최고의 시인에게 주는 영광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며 그것은 창작열을 자극하는 힘이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은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에서 글 쓰게 만드는 시인의 욕망을 정의한 니체의 견해를 ‘개지랄하는 소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비판한다(49쪽).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시인은 여자를 밝혔고, 여성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글을 썼다.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최고의 시인은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고의 시인은 글을 쓰면서 번 돈을 좋아했다. 돈 벌기 위해 그들은 글을 썼다.







상드를 포함해서 글 쓰는 여자를 무시한 니체의 글도 ‘개지랄하는 소리’다. 니체는 글을 쓰려는 여자의 욕망을 외면했다. 그리고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도덕을 비판한 니체는 글 쓰는 여자의 창작 의지를 꺾는 ‘도덕 천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무지한 니체는 도덕 천장에 쇠망치를 갖다 대지 않았다. 니체! 망치로 맞아 봤음?(코찡긋) 망치로 함 마(hanma)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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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1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이러스님처럼 니체에게 쇠망치를 갖다 대고 싶네요.ㅎㅎ 그러려면 우선 니체를 읽어야하는 책쟁이적 숙명! ^^ 그의 책을 여러권 가지고는 있는데 올해 안에 꼭 망치를 들어보겠습니다. 엣헴

cyrus 2022-03-26 14:41   좋아요 1 | URL
글에서 드러나는 니체의 성격을 봐서는 자신의 철학을 때릴 때 쓰는 망치를 무척 좋아할 겁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2-03-21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함 마볼래?
보는 순간 이 말을 알아듣는 책쟁이 여기 있습니다^^
니체마저도 그랬군요.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매번 알아가고 있습니다**

cyrus 2022-03-26 14:46   좋아요 2 | URL
저의 언어 유희를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니체의 한계를 단순히 시대적인 문제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비판적인 독서를 하려면 그것에 대해서 짚어야 합니다. 물론 니체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니체 철학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아요. 철학 공부는 니체의 표현대로 ‘모든 가치의 재평가’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

프레이야 2022-03-22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니체, 진짜 함마봐야 정신 차리겠군요.
글쓰는 여자의 공간, 저 책 저도 넘 좋더라구요.
상드 부분도 모두요.
재미나게 읽었어요 페이퍼.

cyrus 2022-03-26 14:48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22-03-22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가 웬만해서 제목을 잘못 쓴 적이 없는데 왜 그러지 했다.ㅋ
니체 시대야 뭐 더 말해 뭐하겠니? 오히려 그 어르신이 여자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면 문학은 휠씬 발전했을거요.
한마디로 똑똑한 바보셨어.

cyrus 2022-03-26 14:49   좋아요 3 | URL
니체는 자신을 ‘천재’라고 여겼는데 정말 ‘똑똑한 천재’였어요. ‘똑똑하고 천하에 재수 없는’ 사람이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04-09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4-09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 전문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

Redman 2022-05-0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의 저 문장이 들어가 있는 부분의 전체 맥락도 제시하지 않고 니체가 저 문장에서 의미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은 채로 달랑 저 한 문장만 덜렁 제시하면서 니체의 여성관을 비판하는 게 과연 타당한 비판인지 의문이 드네요.

cyrus 2022-05-07 19:38   좋아요 1 | URL
민우님이 언급한 ‘저 문장’은 《우상의 황혼》에서 인용한 문장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제가 인용한 문장은 니체의 아포리즘이에요. 니체는 아포리즘을 쓰면서 본인의 생각을 투영했겠죠? 니체의 아포리즘에 있는 진짜 의미, 저도 알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니체의 아포리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짤막한 문장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니체가 문장을 난해하게 쓰는 편이잖아요.

저는 니체의 책을 이렇게 읽었어요. 철학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니체 철학의 핵심이 뭔지 알고 난 다음에 그가 쓴 문장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독해했어요. 이 글은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한 거예요. 니체의 여성관을 비판한 제 글에 민우 님이 의문을 느낀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니체의 여성혐오주의 관점을 반박하는 견해도 있어요. 천천히, 꾸준히 니체의 책을 읽어나갈 겁니다. 읽다가 니체가 여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장을 발견하면 글로 언급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