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네서점 <책방아이> 책도깨비(독서 모임)
일요 미스터리 책방
4월의 미스터리
아오사키 유고
김은모 옮김
《지뢰 글리코》
리드비
2025년
2026년 4월 26일 일요일
저녁 6시~8시
장소: 책방아이
대구에 ‘추리소설(미스터리 소설) 읽기 모임’을 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서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요. 시간이 많은 주말에 서점을 만나고 싶었지만, 이 서점은 평일에만 열어 있어요. 그래도 주말에 서점의 문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다만 손님을 맞이하는 서점의 모습은 아니에요. 주말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 매달 마지막 일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서점은 <일요 미스터리 책방>으로 변신합니다.


주말에 드문드문 문 여는 서점의 이름은 <책방아이>(책방i, ibooks)입니다. 2017년 율하동의 동네 공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점의 얼굴이 공원의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동네 주민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 거예요. <책방아이>는 동네 주민과 후원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서점입니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 독서 모임을 통틀어 ‘책도깨비’라고 부릅니다. 평일 책도깨비 이름 중 하나가 <읽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독서 모임 이름 같죠? 제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 모임 이름이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입니다. <읽어서 세계 속으로>가 <세속>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저는 출근하기 전에 챙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KBS 2TV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평일 아침에 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재방송입니다. 독서 모임 이름을 세계 여행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변형해서 만들었는데요, <세속> 모임을 석 달 진행하고 난 후에 <읽어서 세계 속으로> 독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의도치 않게 제가 <책방아이> 책도깨비 이름을 따라 하고 말았네요. 다음 모임 때 서점 대표님을 만나면 독서 모임 이름을 <세속>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히겠습니다.
독서 모임 있는 날이면 최대한 일찍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율하동은 제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집에서 출발하여 서점에 도착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책방아이>에 일찍 도착했는데, 서점 문이 닫혀 있었어요. 남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했고, 공원을 산책했어요. 모임 시작 30분 전에 다시 <책방아이>에 가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서점 주변에 한동안 헤매다가 <일요 미스터리 책방>에 꾸준히 참석하는 향기님을 만났습니다! 향기님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세속> 독자입니다. 향기님을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일요 미스터리 책방> 참석자 두 분이 오셨어요. 두 분 역시 향기님 못지않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

아오사키 유고(青崎有吾)의 《지뢰 글리코》(地雷グリコ)는 탐정과 경찰이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추리소설입니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머리가 상당히 좋고,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읽는 영악한 여고생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전부 학생들입니다. 조연으로 나오는 학생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게 똑똑합니다.

주인공 이모리야 마토는 ‘인생은 게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써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면 승부에 강한 지능적인 플레이어(player)가 됩니다. 마토는 수재가 모인 고등학교 학생회가 만든 ‘변형 규칙’ 게임에 도전합니다.
변형 규칙 게임이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놀이에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것을 말합니다. 소설 표제이자, 제일 먼저 나오는 ‘지뢰 글리코’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제일 먼저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글리코 게임’에 지뢰가 추가된 게임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계단에 세 개의 지뢰를 설치합니다.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는 아니지만, 상대편 플레이어가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열 계단 내려가는 벌칙이 있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이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벌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편 플레이어에게 지뢰의 위치가 탄로 납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라이트노벨(Light novel)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문장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과 같습니다. 만화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라이트노벨 속 주인공은 비범한 능력이 있거나 범상치 않은 성격의 학생입니다. 라이트노벨에 주인공이나 조연 인물들의 모습이 묘사된 애니메이션풍 삽화가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라이트노벨은 만화로 만들어지고, 이 만화 역시 반응이 좋으면 TV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뢰 글리코》에 교사를 포함한 어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로 고등학생들만 나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과 추리물이 결합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블루홀식스, 2020년)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다시 비웃는 숙녀》 (블루홀식스, 2020년)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두 사람》 (블루홀식스, 2022년)
향기님은 소설에 나오는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학생회 대표들은 상대방이 사소한 행동과 몸짓만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간파합니다. 심리전에 능숙한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하면 승부사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지배해서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기도 합니다.

향기님은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추리 소설로,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의 <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추천했습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가모우 미치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해서 나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범죄자입니다. 주인공의 악행과 주인공에게 쉽게 조종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본 독자들의 머릿속엔 불쾌하면서도 찝찝한 뒷맛이 남습니다.
이런 유형의 추리 소설을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합니다. 이야미스는 ‘싫음’, ‘불쾌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いや 와 미스터리를 합친 말입니다. 이야미스는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암울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미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의 기분은 씁쓸해집니다.
《지뢰 글리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이야미스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학생들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체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명문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게임을 여러 번 치러야 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면 친구이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경쟁자가 됩니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 성적이 저조한 친구들이 서로 만나면 어색해지고, 어울리지 못합니다. 소설에서 명문고로 묘사된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부유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타산적이고 추악한 자본주의의 축소판’이자 ‘약육강식의 엘리트 양성소’입니다(214쪽).
* [절판] 나오키 산주고, 김소연 옮김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북스피어, 2011년)
일본의 추리 · 미스터리 문학상들을 휩쓴 《지뢰 글리코》는 제171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만들어진 문학상입니다. 나오키상은 ‘대중 문학’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데요, 나오키 산주고는 일본 대중 문학의 선구자입니다.

추리 소설은 대중 문학에 속합니다. 나오키 산주고는 대중 문학에 과학 소설, 소년 · 소녀 소설, 탐정 소설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중 문학(문예)를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표현이 평이하고, 흥미를 중심으로 하되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또는 거기에 인생에 대한 해설과 인간 생활상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
(나오키 산주고,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중에서, 13쪽)
《지뢰 글리코》는 나오키상을 받을 만한 문학 작품입니다. 소설에 나오키 산주고가 정의한 대중 문학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 문학의 선구자가 살아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적이 없는, 학교와 두뇌 게임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지뢰 글리코》를 높이 평가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