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법(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또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을 뜻한다. ‘법’은 외로운 글자이다. 그래서 ‘법’은 다른 단어의 뒤쪽으로 다가가서 기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 법은 쓸모 있는 꼴이름씨(의존명사)가 된다. ‘법’은 다른 글자와 같이 있으면 혼자 썼을 때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학습법, 요리법, 운동법 그리고 독서법 등 다양한 예문을 만들 수 있다. 이 예문들은 어떤 행위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알아야 할 방법 또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법’의 의미를 단순하게 생각한다. ‘법’을 정해진 이치, 즉 어떤 행위를 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주 틀린 생각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린 낱말의 의미가 주는 힘에 쉽게 이끌리고, 그것을 맹신한다. 특히 학습법, 요리법, 독서법이 ‘전문가’를 만나면 낱말의 힘은 한 단계 올라간다. 전문가의 ○○법. 이 낱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믿음의 확신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을 살펴보자.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약칭 ‘닥끌대오’), 이동진 독서법》. 나는 출판사(또는 저자)가 책 제목을 잘못 정했다고 생각한다. 모순된 제목은 독자의 혼란만 가중한다. 이 책의 저자 이동진은 이 세상에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말한다. 저자도 끝까지 못 읽은 책이 있다고 고백한다.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2% 부족하다고 느끼는 애서가 입장에서는 정말 위안이 되는 말이다. 그의 말을 확인한 애서가들은 완독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런데 편안히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준 1, 2부를 읽으면서 마음을 한시름 놓은 애서가들은 또다시 좌절감에 빠진다. 이 책의 3부이자 절정(climax)이라 할 수 있는 ‘목록_이동진 추천도서 500’이다. 이 어마어마한 목록을 눈으로 훑어보면서 독자들은 절정을 느낀다. 말로만 듣던 이동진의 독서 편력에 감탄하게 되고, 최고의 경지에 달한 그의 독서 수준에 탄복한다. 어떤 독자는 독서 목록에 포함된 책 중에 자신이 읽은 것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면서 확인한다. 내가 읽은 책이 이동진도 알고 있으면 뭔가 나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반면 500권 중에 한 번도 안 읽은 책, 심지어 제목조차 모르는 책이 수두룩하게 나오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책을 왜 안 읽었을까’ 하면서 탄식의 소리를 낸다.

 

이동진은 독서의 근본적인 목적을 ‘있어 보이기’ 위한 지적 허영심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지적 허영심’은 잘난 척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행위를 의미한 것이 아니다. 이동진의 ‘지적 허영심’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즐기는 행위에 가깝다. 이것은 ‘착한 지적 허영심’이다. 이동진의 도서 목록은 그가 오랜 기간 지식의 결핍과 동행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낸 좋은 결과물이다. ‘있어 보이고’ 싶은 그의 지적 허영심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동진은 독서뿐만 아니라 지식의 결핍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독서목록을 확인하는 순간, 《닥끌대오 독서법》을 읽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지식의 결핍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식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이동진이 추천한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독서에 여러 가지 목적이 있고, 특정한 목적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추천도서 목록에 얽매이면 ‘목적 독서’로 빠질 우려가 있다. 이동진은 이 책에서 ‘목적 독서’를 경계했다. 독자들은 이동진의 추천도서 몇 권을 꼭 읽어야 할 거창한 목적을 세울 필요가 없다. 왜? 이동진은 책을 읽는 행위에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즉 독서 행위에 엄격한 ‘의무’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독서법’은 의무적인 느낌이 강하다. 분명 저자는 부담 가지지 말고 재미있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데(‘닥끌대오’), ‘이동진처럼 책 읽기(독서법)’를 하지 않으면 내가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한마디로 말하면 책 제목 자체가 앞뒤 맞지 않는 ‘모순’이다.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동진은 책을 읽다가 ‘중간 휴식’을 취하는 느린 독서를 권장했다.

 

 

 

저는 책 읽는 중간 중간에 잠시 멈추는 것, 그것도 독서 행위이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집중하기 위해서, 그것을 넓혀나가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서 책을 덮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57~58쪽)

 

 

 

 

나도 몇 차례 ‘중간 휴식’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 ‘중간 휴식’은 단순히 책을 덮는 행위가 아니다. 좀 나쁘게 보면 책을 산만하게 읽는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인상 깊은 내용이 나오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메모지에 짤막하게 기록한다.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보통 메모를 위한 중간 휴식을 수십 번 넘게 한다. 이렇다 보니 책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책을 읽어 왔고, 자연스럽게 몸에 밴 메모 습관 덕분에 지금처럼 리뷰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동진은 책 속에 중요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동진이 부담스러워하는 ‘노트나 메모장을 따로 마련해서 적는 사람’은 비효율적인 독서를 하는 것이다.

 

 

따로 노트나 메모장을 마련해서 적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그냥 읽으면서 바로바로 책을 쓰고 표시하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61쪽)

 

 

나처럼 ‘중간 휴식’에 메모장을 마련해서 기록하는 독서 방식은 밑줄 긋는 독서 방식과 비교해보면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밑줄 긋는 독서 방식을 부담스러워하고, 책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읽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애서가들도 있다.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독서 방식을 만든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읽는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서 방식에 단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책을 즐길 줄 안다. 과연 이런 독서 방식이 ‘비효율적 독서’라고 볼 수 있을까. 책을 읽다가 중간에 메모하는 것도 책을 소화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이다. 양자의 독서 방식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독서 방식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저자의 입장에 유감스럽다.

 

난 이 책의 제목과 책의 구성을 볼 때마다 출판사가 ‘이동진’이라는 명사의 이름을 빌려 ‘독서법’ 관련 책을 쓴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장담하건대, ‘이동진’이 없는 <독서법>은 많이 팔리지 못할 것이다. ‘이동진’이 있어서 이 책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독서법> 중 단시간 내에 두각을 나타낸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동진’을 앞세워 소문난 책에 먹을 것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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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31 17:57   좋아요 1 | URL
앞으로는 제목에 ‘독서법’이 들어간 책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독서법’ 앞에 저자명이 붙여질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 책 제목을 지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책 속에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

syo 2017-10-30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한하게 이 책 별로였어요.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데,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책 같았달까요....

cyrus 2017-10-31 15:19   좋아요 0 | URL
저도요. 처음에 별점을 두 개 줄 것인지, 세 개 줄 건지 고민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점 세 개는 아니었어요. 추천도서 목록을 제외하곤 책에 특별한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

책한엄마 2017-10-30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동진이 잠잔다는 책 만들었어도 팔렸을거에요-.-이렇게 이름이 무섭네요.

cyrus 2017-10-31 15:19   좋아요 0 | URL
‘이동진 독서법’이 들어가지 않아도 이 책은 잘 팔렸을 것입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7-10-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방식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방식을 찾기 까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참고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요. 또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7-10-31 15:2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방식의 단점을 스스로 보완하면서 동시에 방식의 장점을 잘 이용할 줄 안다면 그게 ‘내게 잘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

캐모마일 2017-10-30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평과는 관련 없는 댓글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독서력이 부족한지 영 형편없는 책 아니면 좋은 점만 보게 되는데요. 내공을 키워서 사이러스님과 몇몇 회원님들처럼 비판적 안목을 길러보고 싶어요. 제대로 품평도 해보구요. 주관적 생각이 뚜렷하게 담겨 있고, 공감과 때로는 다른 의견까지 받아보는 서평을 써 봤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10-31 15:32   좋아요 1 | URL
책을 비판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솔직히 다수의 의견과 다른 내 의견을 낼 때 조금은 두렵습니다. 어제 이 글을 공개할 때도 그랬어요. 그렇지만 나를 비판하는 다른 의견은 ‘안목을 키우기 위한 사랑의 매’라고 생각해요. 맞을 땐 좀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맞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손잡이 2017-10-30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단락은 책을 빠르고 많이 읽으려고 하지 말고 여유있게 읽으라는 말 아닐까요? 저는 1부는 별로였고 2부는 재밌었습니다.

cyrus 2017-10-31 15:37   좋아요 1 | URL
‘저 단락’이라면 책 57~58쪽에 인용한 문장을 말씀하시는 거죠? 책을 도서관에 반납한 바람에 인용문을 다시 확인하지 못했어요. 양손잡이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 문장이 ‘여유 있게 책을 읽어라’는 의미가 맞을 것입니다. 저도 2부 내용이 좋았어요. ^^

양손잡이 2017-10-31 15:46   좋아요 1 | URL
네 57쪽 인용부분입니다. 독서법 책은 사실 다 거기서 거기인데...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나와같다면 2017-10-3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님 책은 조선일보 기자시절 썼던 절판된 책도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 읽고 싶다는 마음이 가지 않더라구요..

cyrus 2017-10-31 15:38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중고로 판 사람들이 많을걸요. 이러려고 책을 만든 게 아닐 텐데 말이죠. ^^;;

transient-guest 2017-10-31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을 긋고 메모하는 것이 공부나 리뷰를 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만, 보통 밑줄을 긋는 것이 전부이고 어떤 책은 그냥 읽습니다. 한 호흡에 읽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독서의 대가들의 방법은 그냥 한번 보고 참고할 것이 있거나 하면 따라해보지만 사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빨간책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동진 DJ의 이름을 건 라디오담화정리가 나온 것이 이번 두번째인데, 세번째에는 사야할지 더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엿보기 정도로 생각하면 맘이 편해요.

cyrus 2017-10-31 15:46   좋아요 0 | URL
저도 독서의 대가들처럼 독서를 흉내 내보고 마음에 드는 건 따라하고, 영 아니다 싶으면 따라하지 않아요. 예전에 한 번 책에 밑줄만 그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책에 그은 밑줄을 다시 보는 일이 없어요. 책을 읽으면서 기록한 메모들을 한글 파일로 정리해서 네이버 메일함에 저장해요. 과정이 번거롭지만 저는 이 방식이 편해요. 리뷰를 쓸 때 참고할 내용이 있으면 네이버 메일함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검색하면 메모한 내용이 바로 나옵니다. ^^

얄라알라 2017-10-3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도서관에 계속 대기 걸어 놓아야할 정도로 인기던데, 두 번 대기 걸다가 그냥 안 갔어요. 목록 500은 궁금하네요. 종교학 전공인 저자의 목록에 어떤 책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cyrus 2017-10-31 15:48   좋아요 0 | URL
어떤 분의 리뷰를 봤는데요, 추천도서 목록 대형 브로마이드를 찍은 사진이 있었어요. 리뷰 작성자는 그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있더군요. 아마도 책을 사면 주는 브로마이드인 것 같아요. ^^

짜라투스트라 2017-10-3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책을 깨끗하게 쓰는 쪽이라서 동질감을 느끼네요^^

cyrus 2017-10-31 15:50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산 책은 깨끗해야 된다는 결벽증이 있어요. ㅎㅎㅎ 책이 조금이라도 구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

레삭매냐 2017-10-31 0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동안 책 깨끗하게 읽곤 했었는데, 오마이뉴스
에 실린 어느 분의 독서 기사를 보고 포기해 버렸습
니다.

계속 가지고 있을 책에는 낙서와 포스트잇으로 도배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 책은 깨끗하게 봅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타인의 독서 스타일을 다룬 책들
은 자주 보지 않는 편이라서요. 참조는 해도, 딱히 그
네들의 독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의 책을 읽는 것만도 버
겁거든요. 자기 고유의 책읽기 습관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cyrus 2017-10-31 15: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독서의 목적은 뚜렷하고 확실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열이 강한 부모들은 자녀가 전문가의 독서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러면 자녀가 독서를 좋아하고, 똑똑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환경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고르는 기회가 사라지고, 자신만의 독서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stella.K 2017-10-31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동진 넘 미워하지 마라.
그래도 이동진 땜에 이 나라에 책을 읽어 보겠다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니냐?
너야 이미 독서 고수니까 고수의 입장에서 못 마땅할 수 있다는 거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잖냐. 그러니 니가 이해하렴.ㅋ

근데 내가 얼마 전 마태우스님 책 <서민 독서> 글 올리면서
이동진 책 한 줄 언급했잖아. 그랬더니 너의 리뷰가 북플에 딱 뜨더라.
내가 굳이 이 책이라고 언급도 안했는데 말야.
알라딘의 빅 데이터 능력 놀라운 것 같아.ㅋ

cyrus 2017-10-31 15:59   좋아요 0 | URL
이동진 씨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이동진 씨는 애서가들의 ‘워너 비’입니다. 저는 이동진 씨가 제대로 된 서평집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먼 미래의 일이라서 확신할 수 없지만, 서평집이 나온다면 이동진 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 나온 <독서법>은 저자와 출판사의 성의가 부족한 책이었어요. ^^

호빵 2017-11-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씨는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가 하는 방식이 제 취향에 반하는 것일때는 좀 멀리하는 방법을 쓰는 중입니다. 책 내용이 괜찮은 것 같네요. 다만 사서 읽기에는 다른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돈과 시간이 부족한 인간입니다...

cyrus 2017-11-06 10:13   좋아요 1 | URL
이동진씨의 책 독자리뷰와 출판사 책 소개만 봐도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독자들이 관심 있는 것은 500권 도서목록입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고 누구나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목록에 있는 책을 다 볼 수가 없어요. ^^
 

 

 

‘검은숲’ 출판사시공사의 장르문학 출판 브랜드이다. 브랜드명이 독특해서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다만, 기시 유스케(貴志祐介)《검은 집》(창해, 2004)과 헷갈릴 수 있는 단점도 있다. 필자는 예전에 ‘검은숲’ 출판사에 나온 책을 알아보려고 했을 때 실수로 ‘검은 집’으로 검색한 적이 있다…‥. 나만 이런가. ‘검은숲’이라는 이름이 정해지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전재국 대표가 나무를 좋아해서 그런 것일까. 쓸데없이 두꺼운 《전두환 회고록》이순자 씨의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만든 시공사 계열 출판사명이 ‘자작나무숲’이다. 전 대표가 숲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종이로 변신하기 위해 희생하는 나무에 미안할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대표가 가장 애착이 가는 대상은 숲과 종이책이 아니라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이다.

 

 

 

 

 

 

각설하고 ‘검은 숲’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부터 나오는 ‘검은 숲’은 어떤 사람의 성(姓)이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애청한 분들에겐 아쉽겠지만, 블랙우드 가문(House Blackwood)을 얘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바로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이다. 그는 영국 출신의 작가이다. 그가 주로 쓴 작품들은 고딕 소설(Gothic novel), 환상소설, 공포소설 등이다. 그의 작품들이 라디오,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본인이 자신의 공포소설을 라디오로 낭독하여 소개한 활동도 했다. 왕성한 작품 집필과 방송 활동을 한 블랙우드는 ‘고스트 맨(Ghost Ma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 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 《환상문학의 거장들》 (자음과모음, 2001)

* 《러브크래프트 전집 6》 (황금가지, 2015)

* 김미정, 김아영, 노승엽 《문학 속에서 고양이를 만나다》 (바른번역, 2009년, e-Book)

 

 

 

 

블랙우드는 범신론자다. 범신론(汎神論)은 신과 세계를 하나로 보는 입장이다. 범신론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신이 나타낸 현상이라 믿는다. 블랙우드는 인간의 정신(혹은 영혼) 속에 있는 초자연적인 힘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대표작 『버드나무(The Willows)』, 총 다섯 편의 연작 시리즈 <존 사일런스(John Silence: Physician Extraordinary)>는 범신론적 세계관과 범신론적 인물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버드나무』는 러브크래프트(Lovecraft)가 극찬한 단편 소설이다. 인적이 드문 다뉴브 강의 섬에 두 사나이가 야영을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연의 영적인 힘’이 기운을 느낀다. 다뉴브는 실제로 있는 강이지만, 블랙우드의 소설에 나오는 다뉴브는 현실의 익숙함을 탈피한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버드나무』의 주인공들은 다뉴브 섬에 갇힌 채 지내게 되는데, 현실의 익숙함에 쉽게 타협해 버리는 습성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연의 놀라운 능력에 조금씩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자연의 영적인 힘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들은 낯선 공간에 적응하면서 자연의 영적인 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블랙우드는 유동적은 인간의 의식이 만물에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신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존 사일런스는 초자연적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의사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이 ‘대중적이고 진부한 탐정 소설 분위기’ 때문에 망쳤다고 지적했다.[1] 《문학 속에서 고양이를 만나다》에 수록된 『존 사일런스(원제: A Psychical Invasion, 초자연적 습격』는 ‘존 사일런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존 사일런스의 외모, 성격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존 사일런스는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신비한 사건에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 그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심령 현상의 원인을 파헤치는 ‘심령 전문의’이다. 그가 찾는 환자들은 ‘영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블랙우드가 같은 출신 작가 코난 도일(Conan Doyle)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를 리가 없다. 홈즈는 사람의 정신적 힘이 개입할 수 없는 심령 현상을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사일런스와 다른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졌다. 사일런스의 언행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중적인’ 도일의 탐정소설에 영향을 받은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 앨저넌 블랙우드 《웬디고》 (문파랑, 2009)

*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 (들녘, 2001)

* 노무라 마사타카 《크툴루 신화 대사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3)

 

 

《웬디고(The Wendigo》(문파랑, 2009)는 미국과 캐나다 원주민들의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웬디고는 인간을 습격해서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신이다. 웬디고를 만나 운 좋게 살아남아도 미쳐서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이 작품은 『버드나무』와 유사한 플롯으로 전개된다. 완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웬디고의 등장에 인간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서서히 잠식된다. 이러한 작품의 전개는 러브크래프트의 『던위치 호러(The Dunwich Horror)』에 영향을 주었다. 웬디고는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완성된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에 편입되었다. 그러므로 웬디고를 러프크래프트가 창조한 괴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러브크래프트는 블랙우드의 또 다른 단점들 중 하나로 ‘인종적 교조주의’라고 했다. 블랙우드의 단편소설 『비서의 기이한 이야기(The Strange Adventures of a Private Secretary in New York)』에 유대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 선생, 생전에 흑인과 유색인종을 끔찍이 싫어했던 당신이 그렇게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소.[2]

 

 

 

 

[1] 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134쪽

[2] 관련 글 : [러브크래프트가 무서워했던 것] 2017년 1월 1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042894)

 

 

 

 

 

 

 

 

 

※ 국내에 번역된 블랙우드의 작품들

 

 

 

 

* The Strange Adventures of a Private Secretary in New York (1906)

비서의 기이한 이야기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윤효송 역 / 자유문학사 (2004년, 절판)

 

 

 

 

* The Willows (1907)

버드나무

 

 

 

 

 

 

 

 

 

 

 

 

 

 

《러브크래프트 전집 6》

정진영 역 / 황금가지 (2015년)

 

 

 

 

* A Psychical Invasion (John Silence: Physician Extraordinary, 1908)

존 사일런스

 

 

 

 

 

 

 

 

 

 

 

 

 

 

 

《문학 속에서 고양이를 만나다》

김미정, 김아영, 노승엽 / 바른번역 (2009년, e-Book)

 

 

 

 

* The Wendigo (1910)

웬디고

 

 

 

 

 

 

 

 

 

 

 

 

 

 

 

이지선 역 / 문파랑 (2009년)

 

 

 

 

* Old Clothes (1910)

헌 옷

 

 

 

 

 

 

 

 

 

 

 

 

 

 

《세계 호러 걸작선》

정진영 역 / 책세상 (2004년)

 

 

 

 

* The Centaur (1911)

켄타우로스

 

 

 

 

 

 

 

 

 

 

 

 

 

 

《러브크래프트 전집 1》

정진영 역 / 황금가지 (2009년)

 

 

※ 소설 문장 일부가『크툴루의 부름』 제사(題詞)로 인용됨.

 

 

상상컨대, 위대한 권능과 존재 중에서 끝까지 생존하는 것이 있으니……. 까마득히 먼 시대의 생존자로서……. 진화된 인류가 도래하기 전에 형태와 모습을 감춘 이후로, 그 심상만은 분명하게……. 시와 전설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표현되어서, 찰나의 기억으로 스치는 그 존재는 신과 괴물, 신화적 존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이름으로 불리어 왔다……. (135쪽)

 

 

 

 

* The Whisperers (1912)

속삭임

 

 

 

 

 

 

 

 

 

 

 

 

 

 

 

《세계 호러 단편 100선》

정진영 역 / 책세상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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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0-3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 역시 알라딘에 올라오는 숱한 리뷰를 읽었는데 감히 제가 꼽고 싶은 best of the best!
검은숲, 검은 집...그런 생각 없이 책 보다, 다음부터는 출판사 브랜드명에 더 눈이 갈 것 같아요

cyrus 2017-10-30 18:49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ㅎㅎㅎ 작가에 대한 작품이 많이 번역되지 않아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없었어요.

독특하고 재미있는 출판사 브랜드명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곳이 대형 출판사(문학동네, 민음사 등) 계열입니다. ^^

2017-10-3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30 18:50   좋아요 0 | URL
출판사 대표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자작나무숲’이 나온 걸로 봐서는 새로 선출된 시공사 대표는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seele003 2020-03-06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화된 ‘우주에서 온 색채‘를 보는데 배우중에 하나가 ‘the Willows‘라는 책을 들고 있길래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분 책이었군요. 심지어 러브크래프트 전집6권에 있는것을 아직 읽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앨저넌 검은숲님 작품도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잘 얻어갑니다. ..... ‘자작나무숲‘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ㅎㅎ

cyrus 2020-03-06 14: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eele003님.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었군요. 오늘 처음 알았어요. ^^
 
과학이 말하는 윤리 - 옳은 일을 행하라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4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이동훈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길고 긴 노력 끝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다. 이 말은 현재의 인류가 원시성의 외피를 훌훌 벗어 버리고 문명만을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이 정도나마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인류는 과학기술 문명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주로 사용됐다. 그 결과 과학발전과 인간의 욕구는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류는 과학기술이라는 긍정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과학의 장점을 의심한다. 그 이유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가치관을 토대로 한 윤리적 기반이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토대로 한 삶의 방향설정이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윤리와 마주치는 과학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중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기고된 칼럼들을 모은 《과학이 말하는 윤리》(한림출판사, 2017)는 ‘과학과 윤리의 관계 문제’ 같은 고전적 화두를 다시금 이끌어낸다. 과학기술의 개발 단계가 윤리와 무관하여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자들의 윤리의식이 계속해서 과학기술 발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윤리의식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창조하려고 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이윤과 성과를 내려는 사회구조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의사는 제약회사에서 얼마나 돈을 받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보면 거대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과학의 발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인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비용 금액을 조사해서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는 탐사 보도 기구 소속 기자의 말에 따르면, 특정 제약회사가 특정 의료인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그 의사가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약회사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이윤을 올려주는 처방을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물론, 의료인이 제약회사의 제품 판촉에 지나치게 동원되면 과학자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고(『의약품 연구는 믿을 만한가?』 참조), 전문 자격이 없는 의료인이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제약회사가 의료인에게 지급한 금액을 공개하는 법이 필요하다. 미국은 2013년 8월 1일부터 의사 지급금 공개법이 발효되었다.

 

『개인 게놈 스캔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한가?』, 『소비자용 게놈 테스트』는 개인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사업의 현황을 소개하고, 이 현상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글이다. 사람의 DNA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줄 정보가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잠재적인 건강 가능성, 유전자 돌연변이 가능성 등을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이 맞으면 우린 병원에 가지 않고도 단 한 번의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대비한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전자 정보 서비스를 구축하는 연구 자료가 불완전하며, 실용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정행위의 비용』, 『왜 부정행위를 하는가』는 과학자의 연구 부정 행위, 학술논문의 데이터 위조 등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분석한다. 부정행위는 과학자 개인의 단순한 범죄 행위로 볼 문제가 아니다. 부정행위를 묵인하는 학계의 관행이 이어질수록 연구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즉 부정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과학자 연구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되어 정부에 반납해야 할 연구비를 회수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한다. 『스테로이드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유전자 약물 세트』, 『유전자 도핑』은 금지약물의 시대를 넘어선 ‘유전자 도핑’ 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운동선수들이 유전자를 주입해 근력을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대부분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한 학문적 성과에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윤리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학자들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앞만 보고 뛰는 경주마처럼 살게 된다.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더 나아가 명예를 얻기 위해 좌우를 살필 겨를 없이 앞만 보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건전한 사회 참여 의식과 윤리관이 연구보다 더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제대로 알리고 그 사회적 유용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여론을 형성하는 대중 역시 사회에서 필요한 방향으로 과학 연구들이 이뤄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의 발전은 학자와 대중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고, 모두 그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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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만연해 있는 제약회사와의 리베이트 관행도 뿌리뽑아야 할 적폐죠..‘과학자들의 건전한 사회 참여 의식과 윤리관이 연구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cyrus 2017-10-28 09:54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부정 리베이트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요.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요. 사실 전 이 문제를 깊게 알고 싶었어요.

sprenown 2017-10-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베이트 사건은 기사가 엄청 많죠.. 동아제약,동화약품,한미약품....이게 결국은 회사의 존망과도 직결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니까요..게다가 주식과도 연결되지요... 주가올리고 회사가치 상승해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대치로 올려줘야 하고...제약 회사와 의사와의 커넥션..또한 검찰과의 관계..검사 스폰서도 해야 하고..종근당 갑질.. 이런 병폐를 뿌리뽑고, 의료윤리를 확립해야 합니다.!

cyrus 2017-10-28 09:56   좋아요 0 | URL
문제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악회사들이 포털사이트에 검색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prenown 2017-10-2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불쌍하더라구요.. 의사한테 시달리다가 약사한테도 시달리고..

cyrus 2017-10-28 09:57   좋아요 0 | URL
윗사람들이 문제죠. 아랫사람을 부려먹고, 죄가 발각되면 꼬리를 잘라요.

2017-10-2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8 10:00   좋아요 1 | URL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십니까? 오늘 오후에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만날 때마다 제가 받기만 해서 문제네요.. ㅎㅎㅎ

2017-10-28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포의 챔피언. 이 별명을 가진 자는 누구일까? 에드거 앨런 포, 러브크래프트, 아니면 스티븐 킹? 무시무시한 별명의 주인공은 바로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로버트 블로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영화 <사이코>의 원작자’로만 알고 있다. 어쩌면 영화 <사이코> 속 전설적인 샤워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블록의 작품 세계를 상세하게 소개한 책이 많지 않다. 《환상문학의 거장들》(자음과모음, 2001)‘This Crowded Earth(1958)’을 번역한 《지구는 대만원》(위즈덤커넥트, 2017, e-Book)이다. 지금부터 나올 블록에 대한 설명은 이 책들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공포의 챔피언’은 내가 붙여준 별명이 아니다. 《환상문학의 거장들》 ‘로버트 블로흐 편’을 작성한 책의 저자들(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이 붙인 것이다. 저자들은 블록을 ‘포와 러브크래프트의 계승자’, ‘현대 미국 환상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작가’라고 극찬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블록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올해가 블록 탄생 100주년이다. 1917년 블록은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 출신 유태인 부모에서 태어났다. ‘블로흐(Bloch)’는 독일 성씨이다. 블록은 어렸을 때부터 환상소설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많이 애독했던 잡지가 바로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였다. 이 잡지에 환상, 미스터리, 공포, SF 등 폭넓은 장르의 단편소설이 연재되었다.

 

 

 

 

 

 

 

 

 

 

 

 

 

 

 

 

 

 

17세의 블록은 ‘전업 작가’로 인정받게 된 첫 번째 작품을 <위어드 테일즈>에 발표한다. 그 작품이 바로 『수도원에서의 만찬』(The Feast in the Abbey, 1934)이다. 이 단편소설은 ‘수도원의 향연’이라는 제목으로 정태원 씨가 편역한 《공포특급 5 : 세계편》(한뜻, 1996)에 소개되었다. 이 소설에 ‘신부(神父)로 분장한 식인귀(구울, Ghoul)’가 나온다. 식인귀가 등장하는 러브크래프트의 『픽맨의 모델』에 영향을 받은 블록의 초기작이다.

 

블록과 러브크래프트. 이 두 사람은 평생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편지를 자주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친분 관계를 형성했다. 러브크래프트가 블록의 『사탄의 하인들』(Satan’s Servants, 1949)을 검토한 적도 있다.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와 닮은 주인공이 괴물의 손에 끔찍한 최후를 맞는 『별들의 배회자』(The Shambler from the Stars, 1935)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러브크래프트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어둠에 사로잡힌 자』(The haunter of the dark, 1936, 국내 번역명은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라는 소설을 써서 공개했다. 이 소설은 ‘로버트 블레이크’라는 작가의 기이한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이름만 봐도 ‘블레이크’가 누굴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대선배 작가를 모델로 한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쓴 블록의 패기가 대단하다. 그리고 젊은 후배의 과감한 창작 활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러브크래프트의 대인배적 모습도 훌륭하다.

 

 

 

 

 

 

 

 

 

 

 

 

 

 

 

 

 

 

 

‘The haunter of the dark’를 번역한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주한 그 해 겨울, 블레이크는 유명한 다섯 편의 단편을 창작한다. 「지하의 토굴」, 「지하실의 계단」, 「샤가이」, 「프나스의 골짜기」, 「행성에서 온 방문객」이 그 당시 완성한 대표작이었다. [1]

 

During that first winter he produced five of his best-known short stories—The Burrower Beneath”, “The Stairs in the Crypt”, “Shaggai”, “In the Vale of Pnath”, and “The Feaster from the Stars”

 

 

블레이크가 쓴 다섯 편의 소설은 가공 작품이다. 그렇지만 ‘행성에서 온 방문자(The Feaster from the Stars)’는 러브크래프트가 『별들의 배회자』(The Shambler from the Stars)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 분명하다. 블록을 위한 러브크래프트의 ‘이스터 에그(Easter Egg,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로 볼 수 있다.

 

1940년대부터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에서 벗어난 작품들을 발표했다. 블록의 초기 작품이 사악한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원숙기에 접어든 작품들은 ‘현실적인 인간 내면의 근원적 공포’를 소재를 내세운다. 그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공포는 어둠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 두뇌 속 뒤틀린 작은 공간에서 발생한다”[2]라고 밝혔다. 블록은 악몽과 같은 환각 증세, 자아가 분열된 심리 상태, 강박 관념 등 인간의 내면을 뒤틀리게 하는 공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1943년에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를 소재로 한 『살인마 잭으로부터』(Yours Truly, Jack the Ripper)를 썼다. 이때부터 블록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1950년대는 블록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블록은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특히 『포를 수집한 남자』(The Man Who Collected Poe, 1951)는 포를 완벽하게 모방한 블록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포의 소설에 열광하는 팬이 포를 부활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한다는 이야기다. 포 전문가들은 블록에게 포의 미완성 소설 『등대』(The lighthouse)의 결말을 완성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1953년에 블록이 결말을 쓴 포의 『등대』가 공개됐다.

 

 

 

 

 

 

 

 

 

 

 

 

 

 

 

 

 

 

 

1959년에 그 유명한 《사이코》가 발표되었고, 이 해에 블록은 『지옥으로 가는 열차』(That Hell-Bound Train, 1958)휴고상 최우수 단편소설 상(Hugo Award for Best Short Story)을 받았다. 1960년대 이후부터 블록은 TV 드라마, 영화 각본 집필을 하기 시작했다. 블록은 로드 설링(Rod Serling)<나이트 갤러리> 시즌 2 20화 『Logoda’s Heads』 편(1971년 12월 29일 방영)의 각본을 맡았는데, 이 각본의 원작자는 <위어드 테일즈> 전성기에 활동한 작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다. 1975년 최초로 열린 ‘세계 판타지 컨벤션’에 참석하여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재미있게도 평생 공로상 트로피가 블록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던 러브크래프트의 흉상 모양이었다. 블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로버트 블록 상’이 제정되었다.

 

스티븐 킹은 블록의 등장으로 ‘서스펜스’라는 장르가 재발견되었다고 평가했다.[3] 블록은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추리소설, SF, 스릴러 소설 등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재능 있는 작가이다. 블록을 스티븐 킹 등장 이전에 시대를 군림한 ‘장르소설의 제왕’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블록 탄생 100주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국내에 ‘로버트 블록 작품 선집’ 출간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17년이 거의 두 달 남았는데 이렇게 그냥 지나가기 아쉽다.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420쪽, 정진영 역

[2] 《지구는 대만원》 작가 소개

[3] 《지구는 대만원》 작가 소개

 

 

 

 

 

 

 

 

 

※ 국내에 번역된 로버트 블록의 소설들

 

 

 

* The Feast in the Abbey (Weird Tales 1935. 1)

수도원의 향연

《공포특급 5 : 세계편》

정태원 역 / 한뜻 (1996년)

 

 

 

 

* The Suicide in the Study (Weird Tales 1935. 6)

서재에서의 자살

 

http://blog.naver.com/jinboradory/220819441314

(번역 : 신비동물학자)

 

 

 

 

* The Shambler From the Stars (Weird Tales 1935. 9)

별들에서 기어드는 자

 

http://blog.naver.com/jinboradory/220814541210

(번역 : 신비동물학자)

 

 

 

 

* Change of Heart (1948)

변심

 

 

 

 

 

 

 

 

 

 

 

 

 

 

 

 

《나의 꿈꾸는 여자 : 환상 미스테리 걸작선》

정태원 역 / 동숭동 (1993년)

 

 

 

 

* String of Pearls (1956. 8)

진주목걸이

 

 

《세계의 걸작 미스테리 1》

정태원 엮음, 송노미 역 / 한길사 (1992년)

 

 

 

 

* That Hell-Bound Train (1958. 9)

지옥으로 가는 열차

 

 

 

 

 

 

 

 

 

 

 

 

 

 

 

 

《토탈호러》

박상준 엮음 / 서울창작 (1993년)

 

 

 

 

 

* This Crowded Earth (1958. 10)

《지구는 대만원》 (전 2권)

 

 

 

 

 

 

 

 

 

 

 

 

 

 

 

 

TR클럽 역 / 위즈덤커넥트 (2017년, e-Book)

 

 

 

 

 

* Psycho (1959)

《사이코》

 

 

 

 

 

 

 

 

 

 

 

 

 

 

 

정태원 역 / 도서출판 다시 (2004년)

※ 2004년에 나온 종이책은 절판되었고, 올해 e-Book으로 재출간되었다.

 

 

 

 

 

* Life in Our Time (Ellery Queen's Mystery Magazine 1966. 10)

우리 시대의 삶

타임캡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2 : 1950~1960년대》

홍현숙 역 / 황금가지 (2005년)

정태원 역 / 새로운사람들 (2007년)

 

 

 

 

 

* The Model (1975. 11)

모델

 

 

 

 

 

 

 

 

 

 

 

 

 

 

《호러 사일런스》

미첼 슬렁 엮음, 김성화 역 / 고려문화사 (1994년)

 

 

 

 

* Nina (1977. 6)

니나

 

 

《공포특급 5 : 세계편》

정태원 역 / 한뜻 (1996년)

 

 

 

 

 

* The Closer of The Way (1977. 8)

그 길의 끝

 

 

 

 

 

 

 

 

 

《토탈호러 2》

서울창작 (1996년)

 

 

 

 

 

* 미인과 초콜릿 (원제 확인 불가)

 

 

《악성인자 : 세계 미스터리 명작여행》

정태원, 최진섭 편역 / 우담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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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7 17:50   좋아요 1 | URL
책을 많이 읽어서 안다기보다는 책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작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90년대에 나온 단편소설 앤솔러지를 모으다 보니 로버트 블록의 작품을 알게 됐고, 그의 작품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어요. ^^

sprenown 2017-10-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공포하면 공동묘지와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고, 위의 리뷰중에 아는 것이라곤 영화로 봤던 ‘싸이코‘뿐인 문외한이지만... 이런 훌륭한 작가의 탄생 100주년인데도 돈 때문에 출판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매니아들 만이라도 블록 탄생 100주년 기념모임이라도 가져보시는게 어떠실지?

cyrus 2017-10-27 17:51   좋아요 0 | URL
블록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도 러브크래프트처럼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을 알라딘 장르 문학 MD 직원으로 추천합니다.

cyrus 2017-10-27 18:34   좋아요 0 | URL
아직 못 읽은 장르소설이 많습니다. 곰발님처럼 스티븐 킹을 분석할 수준의 경지에 오르려면 한참 멀었어요. 알라딘 장르 문학 MD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은 물만두님입니다. ^^

임모르텔 2017-10-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이러스님네오면 굶주린 후, 잔치집에 온 것처럼 뭐부터 먹어야할지 휘둥그레 설레입니다.^^

cyrus 2017-10-28 10:06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음식의 맛에 비유하면 싱거운 음식입니다. 저는 ‘맛이(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잘 안 ‘먹는(읽는)‘ 책을 좋아해요. 제 글을 계속 보면 부작용이 생겨요. 처음에는 흥미있다가 계속 보면 질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임모르텔 2017-10-28 11:5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ADHD라 ..뭐든 작심삼일이고..권태가 빨라서,3번이상 못보거나 못하는데.. 이 곳을 들락인지가 3번이상 되네요.ㅎ~
밑줄안내 해주셔서 - 신비동물학자님네 글도 읽는 중입니다.^^

zombie 2017-10-3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어드 테일즈 출신 작가들을 많이 언급하시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해외에서도 이쪽 장르가 인정받은 역사가 최근이다보니 우리나라는 이런 작가들 작품 번역서를 보는게 힘드네요. 흔히 러브크래프트 사후 덜레스가 발굴한 3군작가들의 작품도 보고싶더라구요. 콜린윌슨의 정신기생체를 제외하면 램지 캠벨이나 린 카터의 작품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크툴루 신화에서 이 작가들이 창작한 창작물(글라키,이호트 등등)들도 꽤나 신화내에서 유명한 반면에 정작 이작가들의 소설은 국내에서 보기 힘드네요... 빨리 번역서들이 양질의 퀄리티로 나올정도로 위어드 테일즈소설들이 유명해졌음 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팬으로서요....

cyrus 2017-11-01 12:05   좋아요 0 | URL
왠지 좀비님은 저보다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많이 아실 것 같습니다. 저는 국내에 나온 책들을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러프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를 소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와 위어드 테일즈 소속 작가들을 비평한 S. T. 고시의 책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zombie 2017-11-0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안다기보다는 대략적인 크툴루신화의 개요를 이해하고있는 정도입니다. 저는 크툴루 신화에서 분류를할때 1군 소설들은 러브크래프트 본인의 순수 작품들로 보고있습니다. 2군 소설들은 러브크래프트 생전 영향을 받거나 창작활동을 공유했던 작가들로 보고있구요. 애슈턴 스미스, 로버트 e 하워드, 로버트 체임버스, 로버트 블록, 특히 어거스트 덜레스 등이 2군 신화작가들에 해당되구요. 특히 덜레스는 신화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함과 동시에 신화 분위기를 망치는 설정들을 집어넣어 러브크래프티안들 사이에서 만년 논쟁의 대상이 되었죠. 3군은 러브크래프트사후에 덜레스가 계승한 신화를 바탕으로 위어드 테일즈에서 발굴된 작가들입니다. 콜린윌슨, 램지캠벨, 린카터 등의 작가들인데 현재 살아있는 작가들도 있죠. 재밌는건 현재 국내에 나온 크툴루신화 사전같은 해설서들은 대부분 카오시움 회사의 콜오브 크툴루 TRPG에서 만들어진 설정을 반영하고있다는겁니다. 카오시움은 콜오브크툴루 시리즈를 만들기위해 덜레스가만든 출판사 아컴하우스와 직접 연계해서 위어드 테일즈 크툴루 신화 작품군의 모든 라이센스를 얻어놓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이들이 게임을위해 자신들의 입맛대로 신화 설정을 만든 부분들도 꽤 됩니다. 물론 카오시움의 초창기엔 러브크래프트의 신화체계를 잘 정립하고 반영했지만 게임으로서 판매가 먼저였던지라 갈수록 이상한 설정들도 붙어가는게 보이더군요. 특히 TRPG로 크툴루 신화를 먼저 접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는 크툴루 신화가 전파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플레이어들이 만든 잡다한 설정들도 섞여서 혼란스럽게 되었더군요. 어쨋든 우리나라는 현재 러브크래프트전집 출간으로 1군 중심의 신화체계는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덜레스를 중심으로한 2,3군의 신화들은 실제 작품보다 카오시움 게임을 통한 해설서의 영향이 먼저 받아들여졌다는 겁니다. 물론 크툴루 신화가 애초 확장되는 세계관인데다가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이걸 장려하기도 했지만 좀더 깊게 신화를 정립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2,3군 소설들의 정발이 안되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러브크래프트는 죽기전 자신의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들이 없는것을 한탄했다고 하네요. 자신이 포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처럼 본인도 그런 영향력을 호러계에 남기고싶었나봅니다. 이제보면 러브크래프트는 그 꿈을 사후에 충분히 이루고도 남은것 같네요.
 
[전자책] 지구는 대만원 1 - SciFan 제43권 SciFan 43
로버트 블로흐 / 위즈덤커넥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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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신인류’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일 것이다. 1993년에 나온 015B 4집의 타이틀곡 <신인류의 사랑>이 없었으면 평소에 ‘신인류’라는 말을 사용하는 상황이 없을 것이다. 노래 제목은 거창하게 ‘신인류의 사랑’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신인류’는 ‘신세대’를 의미한다. 시간이 흘러 신세대는 나이 많은 ‘쉰 세대’, 즉 구세대가 된다. 그러나 신인류가 단순히 구습을 벗어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할 줄 아는 젊은 세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탈과 파격으로 구세대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 신세대는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그 어느 시대에도 늘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인류가 등장하려면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에서 ‘진화적 변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진화를 거쳐서 등장하는 신인류라는 소재는 그 성격상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좋은 영양분이다. 신인류가 사는 SF소설의 미래 세계는 유토피아(utopia)보다는 디스토피아(dystopia)가 많은 편이다. 미래 세계의 모습을 비관적이거나 암울하게 묘사한 작품이 많다. ‘엘로이’‘몰록’이라는 미래의 신인류가 나오는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타임머신》(The Time Machine, 1895)은 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유토피아의 신인류를 그린 것인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의 신인류를 그린 건지 분류하기 어려운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로버트 블로흐’로 표기하는 사람도 있다)《지구는 대만원》(This Crowded Earth, 1958)이 있다. 로버트 블록은 영화가 더 유명한 《사이코》(Psycho, 1959)의 원작자이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살기가 어려운 미래의 지구. 푸른 별에 거주하는 인구의 수가 1,000억 명에 이른다. 좁아 터지는 지구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면 우리나라 전 지역의 모든 지하철의 통근 길을 ‘지옥철’로 상상해보시라. 해리 콜린스는 인구 초과 밀집 도시에 생활하는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고 레핑웰 박사의 주도로 설립된 심리 치료 센터에 입원한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정부의 실험 대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심리 치료 센터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구는 대만원》은 여타 SF소설들과는 다르게 기묘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많은 SF 작가들은 과학기술에 맹신하는 인류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지구는 대만원》은 그 클리셰(Cliché)를 살짝 거부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신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 덕분에 수명을 멈추게 하는 장애물이 없는 장밋빛 삶을 살고 있다. 그야말로 질병이 없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완전 평화의 시대이다. 하지만 전 인류의 무한한 번식과 수명 연장은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완벽해 보이는 평화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내부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일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구 조절 정책을 내놓는다. 여성은 임신할 때마다 호르몬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 호르몬제 주사를 맞은 아이는 다 성장해도 난쟁이로 살아야 한다. 난쟁이들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인구가 번식해도 인구 증가 문제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서 난쟁이의 수가 정상인의 수를 넘어선다. 호르몬 주사를 거부한 키가 큰 정상인은 정부가 강요하는 진화를 거스르는 불순 세력으로 낙인찍힌다.

 

《지구는 대만원》은 단순히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신인류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은 해리 콜린스가 자살을 시도하는 시점인 ‘현재’를 시작으로 65년 후의 미래까지 보여준다. 65년이라는 짧으면서도 긴 세월 동안 해리 콜린스를 비롯한 신인류는 정부의 통제에 의해 진행되는 진화의 흐름 앞에서 전전긍긍한다. 이 소설에 실려 있는 12개의 이야기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인물들(윈드롭 대통령, 미니 슐츠, 마크 카벤디시, 에릭 도노반, 제시 프링글, 리틀존 등)의 등장과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정부와 과학의 은밀한 결탁,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의 통제, 생명 윤리, 인종 차별 등)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중간 경계에 서 있다. 전염병, 기아, 전쟁에 대한 근심이 사라진 지구는 유토피아에 더 가깝지만,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인류가 사는 지구는 디스토피아다. 이상적인 세계이건, 아니면 암울한 세계이건 간에 과학기술 자체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주즌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려왔던 우리가 인류 문제를 과학 기술에 책임 전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잘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의 욕망을 한결같다. 삶의 욕망을 멈추지 못한 인류는 장밋빛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 그런 만큼 《지구는 대만원》에 묘사된 인류의 미래는 구체성과 현실성을 지닌다. 사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환경이 아니라 어느 틈엔가 달라져버린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욕망이 숨 가쁘게 우리의 세상을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잘 적응하는 누구는 미래가 유토피아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누군가의 미래는 디스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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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7 13:47   좋아요 2 | URL
인구 절벽 현상을 소재로 한 SF작품이 나오면 어떻게 묘사될 지 궁금해요. 거시적인 예상 시나리오를 신문에 본 적이 있어도 미시적인 예상 시나리오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

sprenown 2017-10-26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섬뜩한데요..차라리 지금 우리나라 저출산상황이 다행이다 싶을 만큼.^^

cyrus 2017-10-27 13:48   좋아요 2 | URL
늙은이들만 있는 나라도 끔찍해요. 늙어서도 일을 해야될껄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10-26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015B 노래 나왔을 때 신세대였다가 지금은 구세대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ㅋㅋ

cyrus 2017-10-27 13:49   좋아요 2 | URL
저도 구세대입니다. 015B 노래가 빼빼로 CM송으로 사용했던 것도 기억해요.. ^^

이하라 2017-10-26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f소설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도 걱정도 만들어내니 요물 아닌 요물이네요^^;;

cyrus 2017-10-27 13:50   좋아요 1 | URL
좋은 표현입니다. 그게 바로 SF의 매력이죠. ^^

transient-guest 2017-10-2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인류‘라는 표현이 일본에서 온 것 같습니다. 일단 앞서 ‘새로울 신‘자를 붙이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80년대 중후반에 번역해서 들여온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이나 일본사회현상을 진단하는 책들이 당시 젊은이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F는 다양한 모습의 미래를 보여주면서 현실을 투영한다는 얘길 본 것 같습니다. ‘지구는 대만원‘에서 그려지는 세계도 혹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우화적으로 그려진 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cyrus 2017-10-27 13:51   좋아요 0 | URL
《지구는 대만원》 1부에 인구가 넘치는 도시 풍경 묘사가 나옵니다. 요즘 도시의 풍경과 분위기가 조금 비슷해요.

Jeff 2018-05-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즈덤커넥트쪽 번역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개해주신 작품 말고 몇개를 봤는데 집단 번역이라 작품별 퀄리티가 보장안되고 글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cyrus 2018-05-23 15:40   좋아요 0 | URL
위즈덤커넥트에 나온 전자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번역의 질에 대해서 의견을 내기 어렵네요. 그런데 제가 읽었던 위즈덤커넥트 전자책 중에는 비문과 오자 몇 군데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