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말하는 윤리 - 옳은 일을 행하라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4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이동훈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길고 긴 노력 끝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다. 이 말은 현재의 인류가 원시성의 외피를 훌훌 벗어 버리고 문명만을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이 정도나마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인류는 과학기술 문명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주로 사용됐다. 그 결과 과학발전과 인간의 욕구는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류는 과학기술이라는 긍정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과학의 장점을 의심한다. 그 이유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가치관을 토대로 한 윤리적 기반이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토대로 한 삶의 방향설정이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윤리와 마주치는 과학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중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기고된 칼럼들을 모은 《과학이 말하는 윤리》(한림출판사, 2017)는 ‘과학과 윤리의 관계 문제’ 같은 고전적 화두를 다시금 이끌어낸다. 과학기술의 개발 단계가 윤리와 무관하여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자들의 윤리의식이 계속해서 과학기술 발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윤리의식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창조하려고 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이윤과 성과를 내려는 사회구조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의사는 제약회사에서 얼마나 돈을 받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보면 거대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과학의 발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인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비용 금액을 조사해서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는 탐사 보도 기구 소속 기자의 말에 따르면, 특정 제약회사가 특정 의료인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그 의사가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약회사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이윤을 올려주는 처방을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물론, 의료인이 제약회사의 제품 판촉에 지나치게 동원되면 과학자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고(『의약품 연구는 믿을 만한가?』 참조), 전문 자격이 없는 의료인이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제약회사가 의료인에게 지급한 금액을 공개하는 법이 필요하다. 미국은 2013년 8월 1일부터 의사 지급금 공개법이 발효되었다.

 

『개인 게놈 스캔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한가?』, 『소비자용 게놈 테스트』는 개인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사업의 현황을 소개하고, 이 현상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글이다. 사람의 DNA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줄 정보가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잠재적인 건강 가능성, 유전자 돌연변이 가능성 등을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이 맞으면 우린 병원에 가지 않고도 단 한 번의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대비한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전자 정보 서비스를 구축하는 연구 자료가 불완전하며, 실용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정행위의 비용』, 『왜 부정행위를 하는가』는 과학자의 연구 부정 행위, 학술논문의 데이터 위조 등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분석한다. 부정행위는 과학자 개인의 단순한 범죄 행위로 볼 문제가 아니다. 부정행위를 묵인하는 학계의 관행이 이어질수록 연구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즉 부정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과학자 연구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되어 정부에 반납해야 할 연구비를 회수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한다. 『스테로이드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유전자 약물 세트』, 『유전자 도핑』은 금지약물의 시대를 넘어선 ‘유전자 도핑’ 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운동선수들이 유전자를 주입해 근력을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대부분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한 학문적 성과에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윤리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학자들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앞만 보고 뛰는 경주마처럼 살게 된다.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더 나아가 명예를 얻기 위해 좌우를 살필 겨를 없이 앞만 보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건전한 사회 참여 의식과 윤리관이 연구보다 더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제대로 알리고 그 사회적 유용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여론을 형성하는 대중 역시 사회에서 필요한 방향으로 과학 연구들이 이뤄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의 발전은 학자와 대중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고, 모두 그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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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만연해 있는 제약회사와의 리베이트 관행도 뿌리뽑아야 할 적폐죠..‘과학자들의 건전한 사회 참여 의식과 윤리관이 연구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cyrus 2017-10-28 09:54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부정 리베이트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요.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요. 사실 전 이 문제를 깊게 알고 싶었어요.

sprenown 2017-10-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베이트 사건은 기사가 엄청 많죠.. 동아제약,동화약품,한미약품....이게 결국은 회사의 존망과도 직결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니까요..게다가 주식과도 연결되지요... 주가올리고 회사가치 상승해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대치로 올려줘야 하고...제약 회사와 의사와의 커넥션..또한 검찰과의 관계..검사 스폰서도 해야 하고..종근당 갑질.. 이런 병폐를 뿌리뽑고, 의료윤리를 확립해야 합니다.!

cyrus 2017-10-28 09:56   좋아요 0 | URL
문제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악회사들이 포털사이트에 검색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prenown 2017-10-2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불쌍하더라구요.. 의사한테 시달리다가 약사한테도 시달리고..

cyrus 2017-10-28 09:57   좋아요 0 | URL
윗사람들이 문제죠. 아랫사람을 부려먹고, 죄가 발각되면 꼬리를 잘라요.

2017-10-2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8 10:00   좋아요 1 | URL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십니까? 오늘 오후에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만날 때마다 제가 받기만 해서 문제네요.. ㅎㅎㅎ

2017-10-28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