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여성 작가의 이름을 아는 대로 대본다. 조르주 상드,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랑수아즈 사강. 이 작가들은 작품뿐만 아니라 사생활도 유명했다. 상드는 음악가 쇼팽과 시인 뮈셰를 치명적인 사랑의 열병에 앓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남장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다니는 여성해방론자였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 생활을 했다. 사강은 말년에 마약 복용 혐의를 받게 되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탈세 혐의로 벌금형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그녀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기억한다. 소수만이 그녀들의 거침없는 성격을 손가락질하고 있지만, 지금은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행동으로 기억한다. 덤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애독하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왜 이 작가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까? 만약 이 작가의 이름을 대고, 아느냐고 물어보면 태반이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 작가도 상드, 보부아르, 사강만큼이나 대중 앞에서 튀는 인생을 살다 갔다. 그녀는 자신의 별스러운 성격과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성격 탓에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성사회의 풍습을 거부하는 날 것 그대로의 여자였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그녀는 파리를 활보하는 여자 목신(牧神)이었다.

 

콜레트는 1873년 해군 장교인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을 지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한 작가는 발자크였다. 풍부한 독서 덕분에 콜레트는 글쓰기에 관심을 끌게 된다. 그녀는 스무 살에 작가 겸 문학비평가인 앙리 고티에 빌라르와 결혼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파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콜레트의 글쓰기 실력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그 당시 보수적인 파리 문단은 여성의 글쓰기를 관대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1900년 콜레트는 남편의 필명 윌리(Willy)’를 빌려서 자신의 첫 작품 <클로딘의 학교생활(Claudine à l’école)>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콜레트 자신의 소녀 시절을 모티프로 한 자서전적인 소설이었다. 첫 작품이 발표되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편은 콜레트에게 클로딘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더 써내라고 강요한다. 1901<파리의 클로딘(Claudine à Paris)>, 1902<클로딘의 결혼생활(Claudine enménage)>, 1903<떠나는 클로딘(Claudine s’en va)>을 연달아 발표한다. 이 네 작품은 클로딘 시리즈로 붙여져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콜레트는 자신의 작업에 실망한다. 자신이 쓴 작품들이 남편의 필명 단독으로 알려지는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다. 콜레트에게 남편은 자신의 삶을 어둡게 하는 그늘 같은 존재였다. 클로딘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던 무렵에 몇 몇 비평가들이 클로딘 시리즈의 저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남성인 윌리가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문체를 완벽하게 쓸 수 없다고 봤다. 클로딘 시리즈의 진짜 저자가 유명 문학비평가의 아내인 콜레트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악소문은 콜레트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콜레트의 글쓰기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글을 썼을 거라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아야 했다.

 

 

 

 

콜레트는 남편의 그늘에 벗어나 독립적인 작가가 되고 싶었다. 1906년에 앙리와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를 더 이상 남편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콜레트는 생계를 위해 뮤직홀의 배우가 된다. 몸은 무대 위에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작가의 꿈만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딘 시리즈를 완결하는 <쓸쓸한 은거(La Retraite Sentimentale)>, <민느(Minne)><민느의 방황(Les égarements de Minne)>을 합쳐서 수정한 천진난만한 탕녀(L'ingenue libertine)를 출간한다. 이 작품들 모두 콜레트의 이름으로 나왔다.

 

1912년에 잡지 편집장 앙리 주브넬과 결혼한다. 콜레트는 남편이 운영하는 잡지의 문학지면 집필을 담당했다. 콜레트는 무대 생활을 접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었다. 마흔 살의 콜레트는 자신보다 스물네 살이나 어린 연하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하필이면 콜레트가 좋아하는 연하남은 앙리 주브넬과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콜레트는 5년 동안 자신의 의붓아들과 연애했다. 결국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콜레트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비난했다

 

 

 

 

 

목신으로 분장한 콜레트

(머리 위에 있는 뿔은 합성이 아니다)

 

 

 

앙리 주브넬을 만나기 전에도 이미 콜레트는 기성사회의 윤리 규범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콜레트는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을 만난다. 미시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여자는 콜레트의 레즈비언 파트너였다. 미시도 조르주 상드처럼 남장으로 외출했고, 시가를 피웠다. 콜레트는 그녀에게 반했고, 미시의 도움으로 무대 배우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콜레트는 무언극 무대에 올라 목신을 연기했다. 야성적 본능이 넘치는 콜레트의 성격에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콜레트가 출연한 무언극은 관객의 반응을 얻는 데 성공한다.

 

 

 

 

 

가슴 노출의 무대 공연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자,

콜레트는 한쪽 가슴만 드러낸 채 무대 위에 오른다.

(대단한 집념의 여자)

 

 

승승장구한 콜레트는 미시를 설득하여 자신과 함께 무언극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다. 콜레트와 미시가 함께 무대에 오른 무언극 작품 제목은 <이집트의 꿈>이었다. 콜레트는 미라로, 미시는 미라를 부활시키는 남성 고고학자로 분장했다. 공연이 상당히 에로틱한 장면으로 진행되었다. 콜레트는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무대 위에 올랐는데, 고고학자 역의 미시가 콜레트의 몸을 감싼 붕대를 천천히 푼다. 콜레트는 거의 반나체 상태가 된다. 보수적인 관객들은 두 사람의 공연 행위에 불만을 품고 야유를 보냈다. 가까스로 공연을 끝내고, 콜레트가 감사의 의미로 미시에게 키스했다. 이들의 사소한 행동은 음란한 공연에 성이 잔뜩 난 관객들의 마음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관객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언론들은 레즈비언 스캔들을 비난했다. 그 당시에 동성애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식되고 있었다. 콜레트는 좋든 싫든 간에 자신에게 시선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대범한 행동을 한다. 이번에 가슴을 노출하는 무대 의상을 입고 공연을 진행했다. 콜레트는 스트립 댄스에 가까운 벨리 댄스를 선보였다.

 

 

 

 

 

모리스 구드케와 함께 있는 콜레트

 

    

 

두 번의 이혼, 근친상간, 레즈비언, 파격적인 무대 매너 등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닌 콜레트는 1935년 연하남 모리스 구드케와 결혼한다. 모리스는 그녀의 성격을 이해해주었고, 그녀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도록 저택을 마련해주었다. 안락한 저택에서 그녀는 암고양이와 암컷 불테리어와 함께 지냈다. 콜레트는 파리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악명 높은 여성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끝까지 남편으로부터 보호받는 관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도 말년에 이르게 되면서 콜레트는 파리의 문제아가 아닌 작가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다. 그녀는 1945년 공쿠르 아카데미 회원, 1949년에는 아카데미 회장이 되었다. 바람기 많은 발자크도 하지 못했던 아카데미 회장직을 콜레트가 한 것이다. 겹경사로 레지옹도뇌르 훈장까지 받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가 1954년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 윌리와 함께한 콜레트의 초기 소설들은 작가의 자서전적 성격이 짙다. 윌리와 결별한 이후부터 여성의 관능적 본성 및 세밀한 심리적 변화 묘사가 많은 성숙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녀의 소설 속에는 콜레트 자신이 몸담은 파리 화류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윤리라는 허위 속에 가려진 파리 사람들의 야성적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등장인물들의 감성을 날카롭게 포착한 문체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라면 콜레트의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국내에 번역된 콜레트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클로딘은 <쓸쓸한 은거>를 마지막으로 애증이 많은 클로딘 시리즈를 끝낸다. 1922년에 <클로딘의 집(La Maison de Claudine)>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클로딘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추천작품으로 선정되었다.

 

    

 

 

 

 

 

 

 

 

 

 

 

 

 

 

 

  

* Minne (1904)

민느

 

* Les égarements de Minne (1905)

민느의 방황

 

1909년에 이 두 작품을 합친 천진난만한 탕녀(L'ingenue libertine) 출간

조민정 역 / 문학동네 (2000)

 

 

 

 

 

* La Retraite Sentimentale (1907)

쓸쓸한 은거 (지지 외수록) 고혜영 역 / 학원사 (1983, 절판)

 

 

 

 

 

 

 

 

 

 

 

 

 

 

 

  

* La Vagabonde (1910)

바가봉드허경은 역 / 예전사 (1993, 절판)

방랑하는 여인 이지순 역 / 지만지 (2013)

    

 

* Chéri (1920)

셰리 (지지 외수록) 윤동진 역 / 학원사 (1983, 절판)

2010년 영화화

 

 

 

 

 

 

 

 

 

 

 

 

 

 

    

 

* Le Blé en herbe (1923)

사랑에 눈뜰 때민희식 역 / 문학출판사 (1973, 절판)

청맥김용숙 역 / 정음사 (1976, 절판)

청맥 (청맥 / 벨라 비스타수록) 조규철 역 / 을유문화사 (1995)

사랑에 눈뜰 때 민희식 역 / 큰글 (2012)

    

 

 

 

 

 

 

 

 

 

 

 

 

 

 

 

 

* La Naissance du Jour (1928)

여명 (지지 외수록) 윤동진 역 / 학원사 (1983, 절판)

여명 송기정 역 / 문학동네 (2010)

 

 

 

 

 

 

 

 

 

 

 

 

 

 

 

 

 

* La Chatte (1933)

암고양이 임미경 역 / 창비 (2013)

    

 

* Bella Vista (1937)

벨라 비스타 (청맥 / 벨라 비스타수록) 조규철 역 / 을유문화사 (1995)

    

 

* Gigi (1944)

지지 (지지 외수록) 고혜영 역 / 학원사 (1983, 절판)

1988년 우리나라에 연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음

 

    

 

 

* 원제목이 불분명한 번역본

거울 속의 연인예가출판사 (1990, 절판)

참사랑의 수채화예가출판사 (1990, 절판)

 

 

 

 

 

 

 

* 작가의 일대기를 그린 1991년 작 영화 <꼴레뜨>가 있다. 1992년 국내에 개봉되었다. 이 시기에 영화를 소설화한 책이 영화 동명 제목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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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1-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이러스 님 글의 장점은 새로운 정보를 새롭게 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호..

cyrus 2016-01-27 10:10   좋아요 0 | URL
이미 로쟈님이 이 작가를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로쟈님의 글에 없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을 뿐입니다.

stella.K 2016-01-2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 이건 정말 영화감이야. 안 그래도 영화로 만들어졌군.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사강이 했던 말이었구나.
김영하가 했다고 박박 우기면 어쩔 뻔했어?ㅎㅎㅎ

cyrus 2016-01-27 10:14   좋아요 0 | URL
2004년에 사강이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그때서야 말의 출처를 처음 알았어요. 소설 제목이 유명해서 사강이 했던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yamoo 2016-01-2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녀>와 <여명>을 사야 것습니다..ㅎㅎ

저도 곰발 님 생각에 한표~!

cyrus 2016-01-27 10:23   좋아요 0 | URL
《천진난만한 탕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민느라는 여주인공이 사춘기 시절에 본능에 눈을 뜨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성격이 `야성녀`에 가깝습니다.  민느는 유부녀가 되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는 사랑을 찾으려고 남편 몰래 정부를 만나 외도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담 보바리와 조금 비슷한 인물입니다. 남편은 민느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에 불만을 품습니다. 남편과 민느 사이에 이루어지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 묘사가 일품입니다. 이 작품이 2000년에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여명》보다 덜 알려졌습니다. 절판되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

책벌레 2016-01-2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콜레트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cyrus 2016-01-27 10:26   좋아요 0 | URL
콜레트를 소개하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알기로는 콜레트의 삶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으로는 《일곱 명의 여자》가 유일합니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
강윤중 글.사진 / 서해문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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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현대인을 위협하는 무서운 무기다. 찍히면 죽는다. 과거에 원주민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했다. 원주민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의 영혼을 뺏어간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성능이 좋아지는 카메라는 현대인의 영혼을 뺏어가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행복을 빼앗는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유명 인사들을 성가시게 구는 파리 같은 존재다. 특종을 위해 유명 인사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요즘에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가 많아졌다. 이들은 어디선가 숨어서 우리들의 불법행위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다. 파파리치의 과도한 행동은 상대방의 인생을 한 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를 따돌리다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 사진이 하나의 프레임(frame)이 되면, 사람들은 그 사진 속에 있는 상황 그대로 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된다. 그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한 장의 사진처럼 고정된다. 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 즉 편견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생생하게 남는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담스럽다. 이들의 태도가 위협적이다. 불편하고 복잡한 심경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뉴스에 올리게 될 사진을 구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만 바쁘다. 특종만 보여주는 매정한 사진이다. 여기, 매정한 사진과 반대되는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이름이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이다.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의 사진 기획물 <포토 다큐>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특종이 단 한 개도 없다. 그 대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진실이 담겨 있다. 원래 카메라는 위험한 편견을 양산하는 무기다. 그렇지만 강 기자의 카메라는 특별하다. 그는 카메라가 자신의 편견을 드러내어 동시에 깨뜨리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강 기자는 자신이 엮은 사진 기획물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부드러운 이름 속에 카메라가 만들어낸 편견에 도전하는 기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책 87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는 평소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세상 일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어디든 찾아간다. 엄청난 열기로 가득한 지하 탄광 막장으로 내려가 보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철거 지역 현장 속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 땅에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사람들도 만난다. 외국인 노동자,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무슬림, 게이 커플 등이 있다. 기자가 찾아가는 세상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우리는 평소 그들을 향해 이런 생각을 한다. 길에 지나가는 무슬림만 보면 테러분자로 의심하고, 이슬람교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종교로 생각한다. 동성애를 지구상에 사라져야 할 정신병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편견이다. 강 기자는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 그가 찍은 사진 중에는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도 있고, 흐뭇한 표정을 짓게 되는 기분 좋은 사진도 있다. 그 사진을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을 낯설게 대했고, 편견으로 바라봤다.

 

 

 

 

 

책 309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가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꼭 있다. 사진에 담으려는 대상에 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 강 기자는 자신의 눈에 착용하고 있었던 편견이라는 콘택트렌즈를 깨뜨린다. 이슬람 성원의 남성 전용 예배실을 방문한 기자는 성원 관계자에게 이슬람식 여성 차별이 아니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차별이 아니라 엄숙한 의식을 치르기 위한 구분이라고 대답했다. 여성 전용 예배실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이슬람 사원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기자는 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편견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에 반성한다. 이러한 기자의 어수룩한 면모 덕분에 ‘가장 따뜻한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젠체하면서 건방지게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매정한 사진기자들보다 훨씬 낫다. 강 기자의 인간적인 면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그의 카메라 앞에 모델이 되는 사람들은 처음에 강 기자를 경계하다가 나중에는 친한 친구와 혈육처럼 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기자 앞에서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모델들의 표정은 어색하지 않다. 의외로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 사진이 더 많다. 강 기자의 사진에 진짜 사람 냄새가 난다.

 

사실 우리는 사진기자가 아닌데도 카메라 한 대씩 가지고 있다. 이 카메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의 이름은 ‘편견’이다. 우리는 이 싸구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살아간다. 싸구려 카메라 필름에서 현상한 사진들은 거짓과 오해로 색칠된 싸구려 생각이다. 우리는 편견의 카메라로 본 것을 변함없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어떤 사진기자는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오래되고 낡은 편견으로 만들어진 콘택트렌즈와 자신의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자. 언제까지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있을 텐가.

 

 

 

 

 

※ 딴죽걸기

 

 

책 303쪽에 ‘그룹 홈’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책 속에 있는 문장을 인용해본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설로, 7인 이하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 소그룹 공동체를 말한다. 30여 년 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한국에는 1992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울시는 1명의 생활 보조인을 지정해 혼자서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복지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에 모여 함께 생활하도록 했는데, 입주자와 아이들의 부모는 물론 그룹 홈이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문장은 2014년에 출간된 《트렌드 지식여행 2》(인물과사상사)에 있는 것이다. 출처 없이 어떤 글의 일부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쓰는 것은 잘못되었다. 다음 쇄를 만들 때 문제가 되는 글을 삭제하거나 인용 출처를 밝혀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그룹 홈' 내용. 《트렌드 지식여행 2》에 있는 문장을 인용했다. (링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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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4 17:39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찍는 분들의 말 못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레카님이나 강 기자님처럼 훌륭한 사진가들은 인물 사진을 찍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쁜 기자는 싸가지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특종에 눈이 멀어서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장소] 2016-01-24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배려가 담긴 사진을 보는 눈도 길러야 한다고 봐요.
cyrus 님 말에 동감 ㅡ일정부분 ㅡ진실을 전하기위한 기사 거리에 ㅡ과연 이면은 어떤게 있는지도 늘 봐야하고...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것..

cyrus 2016-01-25 15:16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을 너무 쉽게 보고, 보고 있는 것 그대로 판단하고 맙니다.

만병통치약 2016-01-2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좋은 카메라 들고 아이들 찍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저도 그 중 한명) 아이를 주인공처럼 대하는 사진찍기가 아이들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합니다. 자존감이 좋아질지 자뻑이 커질지- 누가 실험안하나 궁금하군요.

cyrus 2016-01-25 15:19   좋아요 0 | URL
주변에 꼭 그런 사람 한 명 있잖아요. 단체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중앙에서만 자리를 잡는 사람이요. 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생각해요. 아마도 자신을 주인공처럼 대하는 부모님의 영향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면 특별한 자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6-01-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사진 수업과장에 윤리 수업이 들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예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사진작가 케빈 카터 사건이 생각나네요.

cyrus 2016-01-25 15:21   좋아요 0 | URL
강윤중 기자님의 글에 고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책 속에 세월 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방을 찍은 사진과 관련 글이 있습니다. 기자님도 사진을 찍기 전에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2016-01-25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6 16:19   좋아요 0 | URL
“글이 재미있다”, “글 잘 쓴다”, 이런 말보다 더 좋은데요. 지금의 글 스타일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글의 분량이 많이 쓰면 ‘이달의 당선작’에 유리할 거라는 무식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A4 용지 2장 반 분량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불필요한 내용을 잔뜩 쓰는 제 모습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왠지 저 혼자만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읽고 싶은 것만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A1 용지 1장 반, 적으면 1장만으로 글을 채웁니다. 직접적으로 글이 짧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

yamoo 2016-01-2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방면으로 열심히 읽으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사이러스님!^^

cyrus 2016-01-26 16:2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저보다 훌륭한 다독가, 애서가들이 많아서 제 독서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골라서 읽는 것뿐입니다. ^^
 
곤충 연대기 - 곤충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하루살이는 지구상에서 오랜 시대에 걸쳐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곤충이다. 인류의 조상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들의 수명은 길어야 고작 3주에 불과하다. 하루살이 유충은 물속에서 3년 동안 지낸다. 성충이 되자마자 짝을 찾으러 날아다닌다. 가끔 우리 눈앞에 하루살이 떼가 공중에 날아다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팔자가 사나운 녀석은 비 오는 날에 성충이 된다. 한번 날아보지도 못하고, 짝도 만나지 못한 채 짧은 일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하루살이의 운명에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하루살이들은 슬프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할 뿐이다.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처럼 바쁘게 살아간다.

 

어째서 하루살이는 이런 치열하게 살게 되었을까? 하루살이 성충들이 우리를 괴롭히려고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눈에는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다. 하루살이 혼자 짝을 찾으러 가면 포식자에 발각되어 잡혀먹힐 위험이 크다. 교미하지 못하고 어이없게 죽다간 하루살이가 절멸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살이들은 한곳에 모여 날아다니면서 만난다. 단체 커플 찾기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짝을 만난 수컷과 암컷은 그 자리에 바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포식자는 하루살이들의 성대한 행사를 방해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힘이 센 포식자라도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 떼를 이겨내지 못한다.

 

하루살이처럼 허약하게 보이는 작은 곤충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다. 인간은 신비로운 사실을 잘 모른다. 그냥 곤충 자체를 혐오한다. 곤충이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지구 땅을 안착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곤충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쓰레기더미 속을 기어다니는 노래기마저도. 《곤충 연대기》의 저자이자 곤충학자인 스콧 R. 쇼는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도 공룡도 아닌, 곤충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오늘날에 현존하는 곤충들의 조상을 찾으려면 4억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시기에 인류의 조상은 물론, 공룡도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는 곤충이 지구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알려준다. 이 책에 우리가 학창 시절 과학 수업 시간에 외우듯이 공부했던 캄브리아기, 페름기, 쥐라기, 고생대 등이 나온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일단 소파에 앉아서 《곤충 연대기》를 펼치시라. 당신은 지구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인 순간들 속에 곤충이 살아남는 극적인 장면을 편안하게 구경만 하면 된다.

 

《곤충 연대기》를 읽으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이 참으로 간사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곤충이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음에도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면 항상 공룡, 포유류, 양서류를 먼저 찾는다.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을 때도 공룡 화석을 찾는다. ‘공룡아, 어디니? 내 말 들리니?’ 고생물학자들이 암만 불러도 진화의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학자들은 진화론의 구멍을 메우려고 진화 과정을 분명하게 정했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순으로. 어라! 셋 다, 척추동물이네. 곤충은 무척추동물에 속한다. 무척추동물의 몸은 딱딱한 외골격으로 이루어져서 화석으로 남기기 어렵다. 고생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화석을 근거로 지구를 마음껏 누빈 우월한 생물이 척추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곤충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진화의 순서를 과학 교과서에 정리하니까 내용을 더 쓸 수 있는 여백이 생겼다. 진화의 읽어버린 고리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뭐 쓰지? 학자들은 고민 끝에 인류의 조상님에 대한 내용을 쓰기로 한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곤충의 조상인 절지동물이 바닷속에 살다가 육상으로 올라온 순간이 역사적으로 제일 앞선 데도, 학자들은 인간이 처음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한 순간을 자화자찬했다. 이로써 지구에 제일 늦게 나온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하게 된다.

 

우리는 지구상에 먼저 등장한 곤충에게 감사해야 한다. 원시 지구에 곤충의 조상들이 좋아할 만한 먹잇감이 많지 않았다. 그중에 포식자가 되어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종이 있었으나 곰팡이나 토양에 사는 세균들을 먹고 사는 스캐빈저(scavenger)도 있었다. 착한 곤충들 덕분에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건강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었다. 우리는 은혜를 잊은 채 생존을 위해 식물들을 마음껏 사용한다. 고마운 스캐빈저는 멸종하지 않고 종족 번식에 성공했다. 놀랍게도 스캐빈저의 후손이 노래기다. 그런데 우리는 노래기가 불쾌한 냄새가 나고 쓰레기만 좋아하는 흉측한 벌레로만 생각한다.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이다. 그런데 말없이 쓰레기를 치워주는 노래기에게 성낸다. 스콧 R. 쇼는 독이 없고,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 노래기를 반려동물로 추천한다. 딱히 키우고 싶지 않지만, 그의 뼈 있는 유머를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없다. 곤충은 사려져야 할 미물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자연을 가꾼 소중한 청소부였다. 길바닥에 지나가는 곤충을 생각 없이 죽이지 말자. 곤충, 함부로 밟지 마라. 과연 우리는 그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최재천 교수님의 ‘알면 사랑한다’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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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24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ㅡ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를 적절히 활용하셨네요 :)
좋은 문장은 어떻게 변형해도 빛이 난다는 걸 다시 실감~

cyrus 2016-01-24 13:09   좋아요 0 | URL
정말 훌륭한 문장이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 저처럼 변형해서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

세실 2016-01-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게 아니었군요.ㅎ

cyrus 2016-01-24 13:12   좋아요 0 | URL
하루살이가 오래 살면 평균 수명이 1년이랍니다. 하루살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살이의 수명이 짧아지게 된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6-01-2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을 때 개미를 안 밟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무엇보다 그 가족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

cyrus 2016-01-24 16:44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큰 개미를 볼 수 있었어요. 집에서 보던 조그만 개미와 다른 크기에 무서워서 밝아 죽이곤 했어요.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고 난 뒤부터 되도록 개미를 죽이지 말고, 개미집에 장난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 동네 도서관 종합자료실에 가면 ‘청렴도서 코너’라는 책장이 마련되어 있다. 청렴과 관련된 주제의 책을 모아 진열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청렴도서 코너’에 어울리지 않는 책이 꽂혀 있다. 한 번 찾아보시라. 책제목이 잘 보이지 않으면 사진을 확대하면 된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분이라면 쉽게 맞출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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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2016-01-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리더는 독서가다?

cyrus 2016-01-23 19:5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청렴`과 어울리지 않는 책이죠. 책을 많이 읽는다고 청렴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심심토끼 2016-01-2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경쟁

심심토끼 2016-01-23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붓다에게물들다?

cyrus 2016-01-23 20:03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붓다에게 물들다》라는 책도 `청렴`이라는 주제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생각하는 정답이 따로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

사실 저는 《투명사회》가 잘못 꽂혀 있다고 생각했어요. 《투명사회》의 `투명`이 청렴의 의미와 완전 다르거든요. ^^

북다이제스터 2016-01-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른 마음>도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진화심리학 책인데 청렴과는 상당한 거리 있다고 생각됩니다. ^^

2016-01-23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4 13: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투명사회>를 생각하다 보니 <바른 마음>이 옆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런 코너를 만드는 의도가 좋긴 한데, 이 책장이 사람들이 잘 지나가지 않은 쪽에 있습니다. 도서관에 자주 오는 사람들도 이 `청렴코너`가 있었는지 잘 모를 겁니다. ^^;;

표맥(漂麥) 2016-01-2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음... 오랜만에 구립도서관에 한번 가볼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에궁~^^

cyrus 2016-01-24 13:15   좋아요 0 | URL
저 같은 책 살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도서관이 구원의 장소입니다. ㅎㅎㅎ

yureka01 2016-01-2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민심서, 코너에 제일 적합한 책일듯.^^..

cyrus 2016-01-24 13:1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런데 공직자 나리들이 안 읽어서 문제죠. 공직자 추천도서로 많이 언급되긴 합니다만. ^^;;

alummii 2016-01-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너무 재미있는 문제에요 청렴도서코너도 신선하네요 우리동네는 너무 뻔한 분류를 해놔서..ㅋㅋ

cyrus 2016-01-24 13:17   좋아요 0 | URL
좋은 의도로 도서코너를 만들어도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해서 안타까워요. ^^;;

페크pek0501 2016-01-2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맞췄어요. ㅋ
답을 찾고 나서 첫 댓글을 봤어요.
아, 그런데 다른 댓글들을 보니 헷갈리는군요. 재밌는 페이퍼입니다. ^^

cyrus 2016-01-24 16:46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정답을 몰라요. 정답이 없습니다. 저 책장을 보다가 주제와 맞지 않는 책이 눈에 띄기에 사진을 올려봤습니다. ㅎㅎㅎ
 

 

 

 

 

 

 

 

‘2,900원짜리 문고본치고는 너무 두껍군.’

 

 

올재 출판사의시경에 대한 첫 느낌이다. 문심조룡시학 / 데 아니마와 같이 올려놓으면 확실히 시경의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시경의 전체 쪽수는 707쪽이다. 이틀 전에 올재 클래식스 열일곱 번째 시리즈를 소개할 때 역자 신동준 소장과 인간관계 출판사의 관계에 염려한 적이 있다. 이번 달에 인간사랑 출판사도 시경을 출간할 예정인데, 올재 출판사가 염가로 먼저 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올재 출판사의시경일러두기라는 글에 출간 목적을 알게 되었다. 올재 출판사의 시경은 공익 목적으로 펴낸 한정판 문고본이며,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양장본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재 출판사의 문고본과 인간사랑 출판사의 양장본은 내용상 큰 차이를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재고가 동나기 전에 얼른 인터넷 교보문고로 들어가십시오, 여러분!

    

 

현재 역자 서문까지만 읽은 상태다. 주요 내용만 간추려서 정리하면 이렇다. 시경을 공자가 쓴 책으로 알려졌는데, 틀린 말이다. 책의 저자명에 공자를 쓸 수 없다. 공자는 3,000편의 시 중에 500여 편을 골라서 시경을 만들었다. 그래서 공자는 저자라기보다 편저자에 더 가깝다. 그러나 편저자가 정말로 공자가 맞는지 확실하지 않다. 공자가 시경편집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맨 처음 언급한 사람이 사마천이다. 사마천의 증언을 토대로 공자가 원래의 시를 10분의 1로 산삭(刪削)했다는 일명 산거설(刪去說)’이 나오게 된다. 산삭이란 불필요한 글자를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학자들은 사마천의 증언을 믿고, 공자가 시경을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산거설에 이의를 제기한 몇 몇 학자들이 있었으나 산거설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시경을 만든 이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어서 작자 미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학자들은 공자와 시경의 관계를 타당성 있게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사마천의 증언을 확신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논어에서 찾기도 한다. 논어양학편에서 공자가 시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경서경, 역경(주역)과 함께 유교 3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유학의 관점으로 시를 이해하는 학습 방식이 하나의 전통이 되자 문제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의 시경집전은 유학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텍스트가 되었다. 그렇지만 사대부들은 시경집전을 과거시험 합격을 위해서 읽어야 하는 책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시를 읽는다기보다는 과거시험 합격을 기원하면서 달달 외웠다. 이런 공부 방식은 악습을 낳는다. 지금의 대학수능시험을 생각하면 된다. 수험생들은 한 문제 더 맞추려고 적지 않은 양의 한국 시를 거의 외우듯이 공부한다. 이렇다 보니 시를 읽는 기회가 줄어들고, 시구 하나하나 해부해가면서 해석하려고 한다. 알고 보면 시구에 별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험문제 출제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시의 해석에 부합하는 정답을 요구한다. 문학작품을 대하는 수능시험 공부 방식은 해석의 다양성이 외면 받는다. 사대부들이 대하는 시경집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주희의 시경주석에 반박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외웠다. 유학자들은 주희의 해석을 흠잡을 데 없는 완전무결한 진리로 믿었다.

 

중국과 일본의 시경학(詩經學)시경집전에 의지하는 시경해석을 폐기한 지 오래다. 오늘날의 시경학은 시경을 유교 경전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섰다. 고대 중국의 사회구조 및 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서정적인 민가(民家)로 분석한다.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 소장은 김학주의 새로 옮긴 시경(명문당, 2010)이 구시대적인 주희의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한 텍스트로 지적한다. 신 소장은 최근 시경학의 추세가 반영된 번역본으로 을유문화사의 시경(정상홍 역, 2014)을 추천했다.

 

신 소장은 시경사랑 타령의 유행가인 뽕짝연가(戀歌)”로 이해하면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시경은 악보가 없는 노랫말 모음집과 같다. , 남녀 간의 애정을 소재로 만들어진 고대 중국의 가요 모음집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뽕짝이라는 표현이 꺼림칙하다. 뽕짝은 트로트를 비하하는 의미가 있는 속어다. 시경의 학문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뽕짝은 비유에 적절한 단어로 부적합하다. ‘대중가요’로 비유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 《시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같이 읽을 수 있는 책들 (신동준 소장이 역자 서문에서 소개한 책들) (링크로 연결되어 있어서 클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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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16-01-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고판과 양장본은 두께가 다른가요? 교보문고에서만 살 수 있는건가요! 시경은 제가 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이자 다다르고 싶은 지점인데 꼭 읽고싶네요..

cyrus 2016-01-22 18:42   좋아요 1 | URL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는 주로 동서양 고전 작품을 펴내는 출판사입니다. 2,900원 가격으로 한정 판매합니다. 책의 수익금은 여러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되고, 재고는 군부대나 교육기관에 기부됩니다.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는 인터넷 교보문고, 교보문고 매장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알라딘에서는 팔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 교보문고에 접속하셔서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2,900원의 착한 가격으로 나오는 고전을 만나기 힘듭니다.

양장본은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당연히 가격은 2만 원 이상대로 책정될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16-01-22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너무 춥네요.
다른 책보다도 시경은 참 두꺼워보여요. ^^
cyrus님, 따뜻하고 좋은 금요일 저녁 되세요.^^

해피북 2016-01-2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2900원에 만날 수 있는 양서라니요! 흔치 않은 기회인걸요 ㅎ 저도 마실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런데 하단에 말씀하신 링크가 북플에서는 보이지 않은가봐요? 아니면 저만? ㅎ

해피북 2016-01-2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방금 다녀왔는데 인터넷 재고는 마감이라는! 역시 눈밝은 독자들이 귀한 보물을 먼저 찾는거 같아요^~^

cyrus 2016-01-22 19: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북플에 뜨지 않는군요. 북플에서는 링크 기능이 되지 않습니다. ‘알라딘 서재’로 접속해야 링크와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금방 팔립니다. 책값이 싸니까요. ㅎㅎㅎ 그러면 해피북님이 사시는 지역에 교보문고 매장에 있으면 그곳에 가보셔야 합니다. 매장 직원에게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있냐고 물어보세요. 재고가 있으면 알려줄 겁니다. 여기에도 없으면 다음 기회에... ㅎㅎㅎ

인터넷 검색창에 ‘올재’를 검색하면 ‘사단법인 올재’ 공식 홈페이지가 뜹니다. 거기에 가입하면 문자 메시지로 출간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6-01-22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시경은 이제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이해하는 텍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cyrus 2016-01-23 15:46   좋아요 0 | URL
공감!! 맞습니다. 혹시 <서경>을 읽어보셨습니까? 어제부터 본문을 읽었습니다. 옛 사람들의 사랑을 진솔하게 느껴지는 노래들이었습니다. 이런 노래들을 유교 관점으로 해석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6-01-23 16:04   좋아요 1 | URL
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표맥(漂麥) 2016-01-22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동준 선생이 최근들어 가장 활발하게 중국고문을 번역하는데요... 전 그게 불만입니다. 임팩트는 분명 있는데 갈고닦은 맛이 없어요... 숙성된 김치가 아니라 겉저리(생김치) 같다는 느낌이... 뭐 그렇다는겁니다... ^^

cyrus 2016-01-23 15:48   좋아요 0 | URL
신동준 소장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군주론>입니다. 서양 고전이니까 이 책을 제외하고, 동양고전은 어제부터 읽은 <시경>입니다. 신동준 소장이 번역한 <장자>도 집에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이분 이름이 들어있는 책이 한꺼번에 나오니까 당혹스럽습니다. 천천히 몇 달 간격으로 내도되는데 말이죠. ^^;;

심심토끼 2016-01-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친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책에 관한 좋은이야기 나누면 좋겠네요.

cyrus 2016-01-23 15:5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심심토끼님,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죠. 그런데 제가 평소에 읽는 책이 요즘에 나오는 신간과 베스트셀러와 완전 거리가 멉니다. 좋은 신간에 대한 정보를 제 블로그에서 얻기 어렵습니다. 심심토끼님도 책 이야기 많이 알려주세요. ^^

심심토끼 2016-01-23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