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수리 및 도배를 해야 했고 그 일로 엄마가 몹시 힘드셨을 거라 퇴근 후 엄마를 불러 외식을 했다. 엄마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내가 가고 싶었던 식당이 생겼어. 탄탄면 먹으러 가자. 나는 퇴근후 백화점에서 엄마를 만나 12층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로 갔다. 탄탄면과 마파두부밥과 소룡포 그리고 소주를 시켜서 엄마랑 함께 맛있게 먹었다. 탄탄면 먹으러 갈 데가 별로 없었는데 가까운데 생겨서 좋네, 그런 얘기도 했고 아빠의 회복에 대한 얘기도 했다. 다 먹고 계산을 한 후 엄마랑 화장실에 들렀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2층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와 백화점 바깥으로 나갔다. 엄마 집까지 슬슬 걸어가자 소화시킬 겸, 그리고 가는 길에 이마트 들러서 키오스크로 상품권좀 교환하자, 그러면서 걸었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중이신 아빠랑 통화를 시작하셨고 나는 그런 엄마보다 두 걸음쯤 앞서 걸었다. 그런데 저기 앞에 불빛이 환하게 보였다. 저 불빛은.. 뭐지? 하는데, 아니, 그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라는 걸 이내 알게 되었고, 내가 그걸 알게된 이유는 자동차 한 대가 차도에서 인도로 돌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헤드라이트를 본 건 그 차가 내가 있는 인도 쪽을 향했기 때문이고. 차가 달리고 있다는 걸 안 순간 나는 얼른 뒤를 돌아 엄마를 붙잡고 "도망쳐!"라고 말했다.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나랑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고 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저 차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내 쿵 소리가 났고 두려운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인도로 뛰어든 차는 옷가게를 들이박고 멈춰 있었다. 차의 앞부분 중간쯤이 가게에 박혔으니 당연하게도 가게는 다 박살이 나 있었다. 길거리에 유리파편이 널려 있었다. 나는 얼른 그 자리에서 119에 신고를 했다.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하고 내가 본 상황을 말했다.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은 내게 사람이 다쳤냐고 물었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는 동안 그리고 끊고 나서도 보았을 때는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흰머리가 조금 있는 차의 남자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는데 어디 불편해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안에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나봐, 하면서 가까이 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고 차 근처에 두어명이 차 밑을 보다가 사람이 있다고 꺼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들어 올려야 한다고. 나는 얼른 달려갔다. 엄마는 나를 붙잡고 가까이 가지 말라 말리셨는데, 사람이 밑에 있다잖아! 하고는 달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들어 올렸다. 올리면서도 올려질까 의심했고 그런데 올려야한다 생각했다. 여러명이 차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밑에 깔린 사람을 꺼내려던 사람들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했다. 그리고 이제 됐다고 해서 차를 놓았을 때 차 밑에서 꺼낸 사람은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피를 바닥에 흘리고 있었고 숨을 헐떡이는 것 같았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나는 얼른 119에 전화했다. 부상자가 있다고 알려야 했다. 그런데 내가 119에 전화를 하자 동일건으로 신고 전화를 한 거라면 끊으라는 안내 메세지가 나왔다.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 걸 보니 사람들이 죄다 전화를 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 내 옆의 어떤 여자분과 통화가 된 것 같았다. 그 분은 전화의 상대방에게 규칙적으로 헐떡이시는 것 같다, 엎드려 있다, 여자분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 차리세요, 제 말 들리세요, 쓰러져있는 분께 말을 걸었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고 옆에 떨어진 가방을 뒤졌는데 거기에선 핸드폰이 나오지 않앗다. 구급대원들이 바로 도착했고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기척이 없었다. 아 어떡해 어떡해, 그렇게 엄마가 계신 곳으로 갔는데, 우리가 차를 들어올렸던 그 자리로 천장에서 커다란 유리가 조각나며 떨어졌다. 아마도 차가 박을 때 금이 갔다가 지금 떨어진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고, 나는 방금 내가 거기 있다 온 터라 다시 한 번 놀랐다. 구급대원들은 부상자를 저 쪽으로 옮겨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엄마는 사는 거, 저 사람 살아있다는 거 보고 가고 싶어, 라고 하셔서 한참 거기 있었지만 내내 심폐소생술 하는 것만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여러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인도로 향하는 차를 보는 순간 도망치면서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찰나의 그 두려운 감정, 차를 들어올리고 그 밑에서 피 흘리던 부상자를 꺼냈을 때의 그 주저앉을 것 같았던 두려운 감정. 이런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우리가 화장실에 들르지 않았다면,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그렇게 1,2분만 앞서 나왔다면, 돌진하는 차에 내가 부딪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쓰러져 있는 부상자를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났었다. 저 사람 어떡해, 엄마, 저 사람 어떡해, 저 사람 가족들은 어떡해, 이럴 줄 몰랐을텐데 어떡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들까지. 그리고 천장에서 쏟아지던 유리를 내가 간발의 차이로 피했던 것까지. 이런것들이 휘몰아쳤다. 중간에 엄마와 전화를 끊었던 아빠는 무슨 일이냐 다시 전화를 걸어오셨고 나는 동생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여동생은 언니, 청심환 먹고 자, 그리고 한바탕 울어, 라고 했는데, 동생들과 전화를 끊고 여동생이 메세지로 그걸 내게 전한 순간, 엄마는 내게 "너 청심환 사줄까?" 하셨다. 나는 응, 먹어야될것 같아, 라고 말하고 그걸 신호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길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자꾸 생각나, 인도로 뛰어들던 차의 불빛이 자꾸 생각나, 차를 들어올렸을 때 그 밑에서 사람을 꺼냈던 게 자꾸 생각나, 이러면서 울었다. 엄마는 걷다가 나온 약국에 들러 내게 청심환을 사주셨다.



집에 돌아오니 머리도 아픈 것 같고 뱃속 가득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맥이 풀렸다. 청심환 먹었으니 괜찮겠지, 아빠는 너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오셨고 여동생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왔다.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야지. 엄마는 내게 수면제를 먹겠냐 물으셨고, 청심환을 먹은 마당에 수면제까지 먹으면 안될 것 같아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았고 머릿속에 반복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우리가 차를 들어올리던 장면, 엄마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울지 않는데 눈물이 자꾸 흘렀다. 나는 안우는데 왜 눈물이 나오고 있지. 그리고 밤새 잠을 설쳤다.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랑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다리면서, 엄마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아무리 신호를 잘지켜도 인도로 돌진하는 차가 있으면 사고가 나는 건데,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다 부질없네. 나는 이렇게 허무주의자가 되는걸까, 생각했다.

알고 보니 부상자는 자전거를 타고 그 가게 앞을 지나던 터였다. 나중에야 흩어진 파편들 중에 자전거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저 사람, 저렇게 자전거 타고 가던 사람, 저 사람은 인도로 돌진한 차에 치어 부상을 입을 줄 알았을까. 가족들은 집에서 기다리다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울까.

잠을 한숨도 못자고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느껴야 했다.

나 괜찮을까? 나는 괜찮은걸까? 이게 나를 지배하게 될까? 나는 내가 잘 때 곧잘 하던 가슴 쓸기를 했다. 손바닥을 펴고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런데 뭐가 괜찮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은 집에 돌아오면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심환 처음 먹어본 거였는데 나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된 것 같아. 신경안정제 한 알 먹고 자자. 사실은 아침부터 먹고 싶었지만 그걸 먹으면 졸린 터라 먹을 수 없었다. 회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사람 사망했대, 라고 엄마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어떡해 엄마, 어떡해. 그 사람 살려야 돼서 차를 들어올렸는데.. 살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그 사람 어떡해.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을텐데 어떡해.


엄마랑 전화를 끊고 나자 그 사람을 차에서 꺼내지 말아야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었던가 아니면 방송이었던가, 사고난 그대로 사람을 두는게 더 나빠지는 걸 방지한다는 걸 본 것 같은데, 만약 차 밑에서 꺼내지 않았다면 살았을까? 잘못한걸까?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단독]천호역서 SUV차량 상가로 돌진…1명 사망·2명 부상 - 노컷뉴스 (nocutnews.co.kr)




오늘 아침, 친구에게 문자로 이 소식을 알렸다. 친구야, 나 괜찮은걸까?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난 후 너는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조금만 슬퍼해도 될 것 같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런데도 자꾸 울지않는데 눈물이 난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질까. 도망치라고 말하던 일과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과, 차를 들어올리던 일과, 그 밑에서 피 흘리던 사람이 나왔던 일을 생각하며 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람 어떡해, 어떡해, 안타까워하던 그 마음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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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나를 웃게 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10-27 08:55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
 
 
청아 2022-10-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ㅠ.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 분...아...다락방님도 어머님도 큰 위기를
넘기셨네요. 요즘 이런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것 같아요.
어제 졸음운전으로 소년들이 차에 치인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다락방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읽으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ㅠ

PersonaSchatten 2022-10-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도 안국동에서 아이가 치여서 날아간 걸 보고 나서 내내 고통스러워 했었어요. 다락방님도 어머님께서도 한동안 오랫동안 고통스러우시겠지요. ㅠㅠ 에고. ㅠㅠ 자전거에 깔려 넘어지는 걸로도 아픈데 그분은 얼마나 힘드시다 가셨을까요.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잠자냥 2022-10-26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여러 가지로 안타깝고 심란한 일입니다.
글 읽는 내내 그 사고 당한 분이 무사하길 바랐는데..... 에휴.
제가 다락방 님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얼른 잊으라는 말씀은 섣불리 못 드릴 거 같고, 따뜻한 음식 드시면서 다른 생각을 하도록 애쓰는 수밖엔 없을 것 같아요.
인생 참 허무하죠. 저도 가끔 자전거 탈 때나 인도를 걸어가다가도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저쪽 차량에서 졸음운전, 음주운전 또는 운전 미숙/자동차 결함으로 내게 돌진해온다면 아무 소용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그래도 또 살아가야하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두 가지 메뉴 드세요~ 따뜻한 것으로.

따라쟁이 2022-10-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을 위한 기도에 오늘은 다락방님과 어머님의 깊고 다정한 수면을 더해 기도할게요.

단발머리 2022-10-2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다락방님과 어머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다락방님... 병원 아니더라도 회사 근처 약국이라도 가서 이야기하고 약을 타면 어떨까 싶어요. 저도 우황청심환 생각했는데 그게 효과가 없으시면... 그거 아닌 다른 약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인생이 허무하다는 거,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너무 안타깝네요. 그 분도 안타깝고 또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그렇고요.
밥 꼭 챙겨드시고요. 잠을 많이 잘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회사이실테니... 얼른 저녁 시간되기를 ㅠㅠㅠ

쎄인트 2022-10-2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어요...당분간 종종 그 현장이 생각나서 힘드시겠습니다. 결국 그 여자분은 운명하셨군요...ㅠㅠㅠㅠ

수이 2022-10-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기억은 가급적 잊도록 애쓰는 게 좋아요. 생각날 거 같으면 다른 거 하면서 빨리 잊어요. 락방님

그레이스 2022-10-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그 상황이 그려져서 힘든데, 다락방님 ....ㅠ

독서괭 2022-10-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예요. 정말 큰 사고가 있었네요.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 얼마나 충격이 크실지..
그래도 다락방님을 비롯해 달려가 힘을 합쳐 차를 들어올린 사람들, 한마음으로 119에 전화하고 그 사람이 무사하기를 빌었던 사람들, 사망 소식에 슬픔과 안타까움에 괴로워할 사람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 2022-10-2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이 물리적으로 다치시진 않으셨더라도 분명히 충격이 크셨을 거같고 몸 살살 잘 달래서 평안해지시길 바라요. 너무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기지 발휘하셔서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서 조처취하신 것 같구… 인생은 정말 예측불허이지만, 또 하루가 일이 있다는 글도 울림이 크고요. 그리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눈 앞에서 겪으시다니요..많이 놀라셨겠어요..
약을 드시더라도 잘 주무시고 잘 드시도록 하시고요.
돌아가셨다는 분 소식 들으니 인생 한순간이구나 또 생각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파랑 2022-10-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 큰일을 목격하셨네요 ㅜㅜ 앞으로도 정신적 후유증이 있으실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ㅜㅜ 안잊혀질거 같긴한데 잘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ㅜㅜ

건수하 2022-10-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많이 놀라셨죠.. 어머님과 다락방님이 피하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전 그냥 토닥토닥햐드릴게요.

거리의화가 2022-10-2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썼다 지우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다락방님 어쨌든... 쉽지는 않겠지만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시면 좋겠어요. 고인의 명복을 저도 같이 빌겠습니다.

blanca 2022-10-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저는 읽다가 중간에 다락방님 꿈 이야기인가 그랬어요. 아우, 어떡해요. 너무 안타까운 사고네요. 다락방님도 마음이 힘드실 것 같고요. 아, 그 사람 생각하니 아...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람돌이 2022-10-2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분은 정말 큰일이 나버렸고.... 그걸 모두 현장에서 보셨으니 한동안 많이 힘드실듯요. 이런 일은 그냥 자동반사로 문득문득 떠올라서 사람을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어머님이랑 다락방님 무사하신거 다행이라 생각하시고 오늘 하루가 다 선물이구나 나는 나 하고싶은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행동 이런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겟다 그런 생각하면서 살아가는거 같아요.

테레사 2022-10-2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가슴이 철렁하네요...정말 큰일을 겪으셨습니다...ㅜㅜ아이고 참..

dollC 2022-10-2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은 좀 어떠신지... 섣불리 댓글 달기가 조심스럽네요. 혹시라도 많이 괴로우시면 혼자 감당하려하지 마시고 상담치료를 고려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큰일을 겪으셨어요...

2022-10-26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 연구를 30년간 해왔고 그에 따른 연구를 비롯 학생들과 상담도 해왔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부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그 숱한 폭력적 영상들을 보고 또 그 영상에 대한 후기까지 읽으면서 어떻게 건강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한편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가 분명 영향을 미치는 성범죄 사실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남자들 역시도 포르노의 피해자라는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포르노라는 거대한 산업에 노출되었고 그 세계를 살고 그러다보니 자극에 무뎌지고 범죄에 영향도 받는. 지금의 포르노는 기성세대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포르노와는 그 내용이라든가(없지만) 영상이 더 폭력적이지만 그러니 그걸 보는 남자들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런데 그건 누가 만들었냐 이 사회가 만들었다, 이익을 보기 위한 포르노 산업은 거대한 손길을 여기저기 뻗치고 있다고 밝히는 거다. 그렇게나 폭력적인 영상과 여성을 물화시키는 후기까지 접하면서도 진짜 문제가 뭔지 보려고 하고 그래서 해결하고 싶어하는 데에서는 정말이지 그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일 다인스, 아주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포르노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들 조차 의견이 갈린다. 표현의 자유로 허락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여성들에게도 성적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거다. 우에노 치즈코도 자신의 책을 통해 포르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단,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포르노 자체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전제는 그렇다면 그 아동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말하는 걸까? 18세는 안되지만 19세는 되는 걸까? 그 둘은 한 살 차이인데? 30세지만 아동처럼 차려입고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아동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포즈로 찍는 영상은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아동을 출연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가?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의 명확한 선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그 선의 바로 옆에 있는 선은 그렇다면 아주 작은 차이로 되는 것으로 넘어가버린다면, 결국 그 경계는 불분명해지지 않을까. 게일 다인스가 밝히는 이 거대한 포르노 산업에서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적 전제다. 하다 못해 허슬러 잡지를 만든 래리 플린트 조차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편에 서있단 말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동을 성적대상화 시켜버린 엔번방 이고, 아동을 성애화 시킨 성인용 옷이며, 성인을 아동처럼 꾸민 옷차림들이다. 



이 책의 결말에 가까워지면 아주 중요한 단어가 나온다. 스펙트럼. 



이같이 성인 포르노에서 아동 포르노로 넘어가는 현상은 기존의 통념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사람들은 흔히 아동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남자들이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과 행동을 보이며, 다른 남자들과는 별개의 집단을 형성하는 소아성도착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다이애나 러셀Diana Russell과 내털리 J. 퍼셀Natalie J. Purcell 의 철저한 실증적 문헌 분석 결과, 소아성도착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 모델이 두 가지(소아성도착자와 비소아성도착자)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그보다는 스펙트럼의 형태로 존재한다. 일부 남자는 확실히 한 쪽 극단에 위치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양한 지점에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이 스펙트럼상에서 남자의 위치는 바뀔 수 있는 데, 특정 시점에 그의 삶의 경험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이동한다. 러셀과 퍼셀에 따르면, 과거에는 연구자들이 특수한 삶의 경험, 예를 들면 배우자의 상실, 약물 남용, 실직 등을 관련 요인으로 꼽았다면, 최근 연구는 지속적 포르노 이용이 스펙트럼상의 이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p.313~314



소아성도착 포르노를 보고 소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소아성도착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소아대상 포르노면 볼거야, 나는 그게 취향이야, 그거 보고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야지, 나는 그렇게 태어났어, 가 아니란 말이다. 아동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중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야 그건 아니지'를 생각했던 남자들이라는 거다. 주류  포르노를 보다가 자극에 무뎌지니 곤조 포르노로 옮겨가면서, 처음에는 곤조 포르노의 폭력적인 영상(학대 및 구토)을 보고 뭐야, 이런 걸 왜 봐, 했던 남자들이 결국 곤조 포르노를 보고 흥분했다는 후기를 남기고, 그 자극에도 무뎌지다 보면 '야 아무리 포르노를 좋아해도 아동 포르노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 라고 했던 남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비하고 만드는 남자들이 되는거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분명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나타난다. 게일 다인스도 조심스레 말하고 있지만, '모든 포르노 이용자가 반드시 성범죄자가 된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성범죄자와 대화를 해보면 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포르노가 있었음이 밝혀지는 거다. 포르노를 보고 흥분을 하고 포르노를 보면서 강간에 더 힘을 싣는 거다. 나는 그런 포르노 유저들과 달라, 나는 도덕적이며 경계를 분명히 해, 라고 자신하는 남자들이라 하더라도 러셀과 퍼셀이 말하는 바로 그 스펙트럼 내에 있는 남자들이다. '절대 그러지 않을거야'라는 양극단의 끝쪽에 있는게 아니라, 그러지 않는 남자와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를 끝에 두고 그 사이에 스펙트럼처럼 분포해있는 그 어느 한 지점, 포르노를 보는 당신은 지금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스펙트럼 내에서 당신은 자칫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명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가, 감옥에 가는 범죄자가 된다. 



나는 그간 이성애 연애를 해오면서 내 연애 상대들이 그 모두가 포르노를 봤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에게 '포르노를 봤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 그리고 어떤 요구들은, 내가 그 때 말하지 않았어도 '이 새끼 포르노 보는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그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다가 여러차례 떠오르면서 '그 새끼도 포르노 본거였네'라는 생각을 했고. 그랬더니 어떤 결론이 내려졌냐면,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거였다. 섹스를 잘했던 놈이나 못했던 놈, 근육이 있거나 살만 피둥피둥하게 있던 놈, 그 모두가 포르노를 보았고 가끔 나와 혹은 나에게 그 영상들 중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어했다. 그중에는 '이래도 되는걸까'를 순간 생각하게 할만한 요구들이 있었고, 지금은 나에게 가장 끔찍하게 생각되는 어떤 놈에 대해서는 일부 멘탈이 찢어져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백프로가 보았다는 거였고, 나는 그런 포르노를 본 적 없었으나, 그들과 함께 포르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거다. 물론, 


연애하지 않아도 살고 있고.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자신이 포르노를 잠깐 보고난 후 여자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얘기했더랬다.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음모 색깔에 대해 상상하는 자신이 싫어서 어서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을 했더랬는데, 그 자각이 과연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 중에 몇 프로에게나 찾아들까. 이 책에서도 숱하게 언급되지만 남자들이 자신이 끔찍하게 생각했던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도대체 그 지독한 포르노를 보면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얼마만큼이나 타당한 것일까. 그동안 읽어온 책에서 포르노 편에 드는 사람들은 반포르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성엄숙주의자 나 성보수주의자라고, 성적 자유를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욕을 한다. 나는 그런 주장들에 '나는 성엄숙주의자가 아니야'라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이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부르는 걸로 내가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를 혐오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성엄숙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고루한 사람, 고지식한 사람, 꽉 막힌 사람, 성적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부르면 된다.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는 내가 아는 내가 옳으며, 나는 내 편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보면서 갈것이다. 포르노가 표현의 자유이고 그걸 보는 것은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로 성적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게 옳다고 믿는다면, 그러면 계속 포르노 보고 살면 된다. 포르노 보는 자신 자랑스러워하면서, 그런 자신을 사랑하면서, 포르노 보고 행복해하면서, 포르노 보고 정액 싸대면서, 그러면서 살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내가 옳다고 믿는 바대로 행할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스펙트럼 내에 존재할텐데, 포르노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양끝으로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에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면, 나는 어쨌든 그 스펙트럼에서 반대하는 사람들 쪽으로 사람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 책을 읽을 것이고 글을 쓸것이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을 위해서 그렇게 할것이다. 지금의 나는 힘이 세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그게 왜 안되는건지 계속 말하고 쓸것이다. 다소 속도가 느려도, 결국은 그렇게 되지 못할지라도, 포르노 멸망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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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여기에서 생각하기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2-10-25 11:53 
    정리한 책 중에 포르노에 도전한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3926)라는 책이 있다. 스무살 무렵에 구해 읽은 책은 묘한 동감과 또 다른 생경함이 있었다. 자유를 누리려는 사회에 진입한 여자인 내가 가지는 불만들-뭘 그렇게 다 하지 말래!!!짧은 옷도 입지 말고, 담배도 피우지 말고, 남자들이랑 놀지도 말고-과 충돌하고 무언가 삐걱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책 속의 어조의 강경함에, 그
 
 
등롱 2022-10-25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리뷰예요, 다락방님!
포르노랜드 일찍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가 힘겨워서 쉬고 있었지 뭔가요. 그런데 이걸 쓰고 연구까지 한 저자는 정말 대단하다고 동감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보이는 단호한 결의에 박수를 치고 싶네요 ㅠㅠ

데릭 젠슨의 책이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담으러 갑니다.

다락방 2022-10-25 09:34   좋아요 3 | URL
데릭 젠슨의 책은 무척 좋아요, 등롱 님. 쉬이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각할 게 많은 좋은 책입니다. 좀 두껍지만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두고두고 이렇게 데릭 젠슨의 책을 언급하게 되네요. 후훗.

포르노 연구를 하기 위해 영상도 보고 후기까지 찾아보면서 인류애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저자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멘탈 단단히 붙들어매고 씩씩하게 옳다고 믿는 쪽을 보면서 가야겠다고 새삼 다짐합니다.

청아 2022-10-25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추구하는 포르노사업이 아동을 연상하게 하는 복장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동‘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이 그런 부분을 외면하기 때문에 수많은
아동유괴,성폭력 사건이 가능하지 않나(범죄자들 상당수가 포르노를 봤을것 같은 의혹)싶구요.
다락방님 재독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에게도 힘든 읽기였지만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읽기였다고 믿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36   좋아요 2 | URL
분명 남자들도 처음에는 학대 영상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생각했잖아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영상에 대해 끝내준다고 후기를 달게 되고.. 자극에 무뎌져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성향은 아닐거예요. 누구든 보게 된다면 그렇게 되겠죠. 결국 포르노 시장이 더 학대적이 되고 지금처럼 산업이 커지게 된것도 그런 영향일테고요. 더, 더,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욕망이요. 물론 그 욕망에 부응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는걸 하지 않아야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을 좇다 보니 .. 하아- 포르노를 보는 자들의 멘탈은 찢어지고 포르노를 만드는 자들의 통장은 두둑해지고... 너무 싫어요 미미님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5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좋아요‘ 백 개를 누르는 곳이 따로 없군요??
예전에 다락방님의 포르노 안돼!!!! 내용의 글을 읽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이었는데, 포르노를 왜 봐?? 보면 안되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어요.
헌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아니!!!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가학적인 학대를 즐기는 똑같은 부류라는 걸 모르고 보는 것인가?‘
생각이 있는 것인가? 분노의 포르노 금지 🚫 그래서 시선 자체가 바뀌게 되었네요.
그 내막을 자세히 알고 나니 정말, 더욱, 이것은 안될 일이다!!! 정확한 인식이 자리잡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멘탈을 바로 잡기가 힘들었는데 다락방님과 얄라님 말씀처럼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연구한 작가와 그리고 번역가 모두가 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속이 속이 아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ㅜㅜ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다락방님의 리뷰는 늘 좋지만,
오늘은 각성도 되고, 더 좋네요^^

다락방 2022-10-25 09:39   좋아요 2 | URL
누군가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보고 흥분할 수 있다니, 그 뇌는 얼마나 찢어진걸까요.
인간이란 무릇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 공감하는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포르노 산업은 여성을 물화시키고, ‘이 여자는 이런 대우가 마땅한 사람이야‘를 주입하면서 강간 문화가 형성되고, 결국 이 시대를 사는 남자들은 여자를 성적대상화 시키는게 체화되어 있죠.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 싫고 끔찍해요. 정말이지 그 영상을 보고 누군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게 싫어서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는게, 결국 더 큰 학대로 흘러 들어간다는게 저는 징그러워요, 책나무 님. 그런 와중에 작가처럼 멘탈을 단단히 붙잡고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힘이 됩니다. 저는 그런 힘이 되는 쪽에 서고 싶어요.

책나무 님, 우리는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또 행동하는 사람이 됩시다!!

거리의화가 2022-10-25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펙트럼이라는 단어 다시 되새기고 갑니다.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과연 분명한 경계가 존재할까요? 말씀처럼 그렇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아동 포르노를 포는 이들이 모두 소아 성애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중 그쪽으로 가는 이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시작은 재미? 단순하게 주변 이들이 대부분 보니까 가볍게 시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요즘 포르노는 결코 가볍지 않고 사람을 자극시키는데 주목적이 있으므로 빠져들겠죠. 이후로는 점점 더 윗 단계를 찾게 될테구요.
저도 스쳐간 남자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남자가 포르노를 당연히 볼거라 생각해요. 어휴. 마음이 갑갑합니다ㅜㅜ
한 번 읽는것도 무척 힘들었는데 재독이셔서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완독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43   좋아요 2 | URL
저는 한 번 읽었으므로 담담히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와 재독도 너무 힘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거 .. 활자로 봐도 이렇게 힘든데, 남자들은 어떻게 심지어 영상으로 수차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영상속에서 ‘당하는 쪽‘에 이입하기보다 ‘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예로 들어지지만, 만약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을 그렇게 구토가 나올 정도로 학대한다면 어떨까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그렇게 성기가 찢어지고 피가 날 정도로 학대하는 영상이라면, 남자들이 그렇게 중독되어서 볼까요? 결국 나보다 약한 자를 학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영상 속에서 학대 당하는 쪽에 이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영상이 그저 성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어요. 결국 영상 속의 저 학대가 실생활의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올 걸 생각하면,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영상 보고 그걸 실제에서 하려는 남자가 극히 일부라고 해도, 우리가 만나는 남성이 그 일부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나요?

포르노 산업을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네요. 포르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ㅠㅠ

- 2022-10-25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 시원히 터지는 글 잘 읽었어요! 저는 중독 문제 관심 많아서 중독이랑 연결해서 읽고 페이퍼 남기려고 하는 중인데 … 모든 것은 중독이 될 수 있고 중독은 한번 망치기 시작하면 돌이켜지지 않아 뇌에 치명적이며 특히 청소년 뇌에 치명적이라는 거에요. 포르노에 찌든뇌는 혼자 힘으로 해결 하기 힘들어요 ㅠㅠㅠ
책 카피처럼 그남들은 포르노로 학습하고 엔번방을 만들었고 아주 뇌가 어떻게 썩어서 여자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이젠 경험적으로 똑똑히 알아요. 인간을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지 말고 어떤 기준은 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과감히 버리고 뜯어고쳐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 목소리도 내야 하고요. 이번달도 고생 많으셨씁니다!

다락방 2022-10-25 10:46   좋아요 2 | URL
포르노에 찌든 뇌가 어떻게 혼자 힘으로 해결되겠어요. 포르노에 찌든 뇌는 그야말로 멍청함과 게으름이 가득한 뇌이고 그것은 결국 악을 불러오겠지요. 더 큰 자극을 주는 영상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으로요. 영화 <돈 존>보면 포르노에 찌든 남자 나오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바로 그런 전형적인 남자예요. 결국 여자친구와 섹스도 제대로 못하고 포르노를 봐야만 섹스하는 남자가 되지요. 그런 남자가 그것은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여자를 만나면서 달라지게 돼요. 저는 이것은 좀 지나치게 긍정적인게 아닌가 하는데 어쨌든 남자가 여자와 나누는 교감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그걸 좋아하게 됩니다. 감독도 조셉 고든 래빗 주연도 조셉 고든 래빗. 우리 조 토끼..

이 포르노 세계를 부숴버리고 싶은데 정말 너무 거대한 산업이라서(책 읽다 보면 아마존도 언급됩니다..) 도대체 개인인 내가 어떻게 부술수 있단 말인가 싶거든요. 어쟀든 이런 책을 써주는 사람이 잇으니 저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야겠죠. 사실 저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여자들이 비혼,비연애,비섹스에다가 모두 탈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일단 가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노출 심한 옷 입고서 이건 내 자유야~ 해봤자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아 자유로운 영혼이다‘ 보지 않을테고요, 결국 우리 여자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섹시하고자 하는 그 욕망 자체를 내던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래디컬 화이팅임요!!

라파엘 2022-10-25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교육의 영역에서, 학습이 목적이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성적인데, 학습이 아니라 성적이 목적이 되면서 교육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성의 영역에서도, 사랑이 목적이고 사랑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쾌락인데, 사랑이 아니라 쾌락이 목적이 되면서 성의 영역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해요. 즉, 단순히 포르노 산업을 제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효과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현대 사회의 주류 이념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10-25 10:41   좋아요 3 | URL
라파엘 님의 댓글을 읽으니 어제 친구가 보내줘서 보게된 영상이 생각나네요. ‘지나영‘ 교수의 내적동기와 외적동기에 대한 영상이었거든요.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외적동기만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성적 오르면 뭘 해줄게, 대기업에 가면 고액연봉이 와. 이런 식이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이 외적동기 뿐인건데 인간 누구에게나 내적 동기-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였어요. 이 가족내에서 그리고 이 조직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내 역할-기여를 하고 싶다는 게 작용해야 하고 결국 인간의 행동은 그것으로 발단되어야 하는것인데 계속해서 외적동기로 푸시하면 내적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결국 그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외적동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만들고요. 제가 친구를 만나 젊은 친구들이 입사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성비로만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르친 일만 딱 하는 것이 전부인 것에 대해서요. 그러다보니 친구가 외적동기 내적동기 영상을 보내주더라고요. 라파엘 님의 댓글에서 학습이 목적이 되는 것은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부분인데 성적을 목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외적동기로 움직이게 되는거잖아요.

쾌락도 마찬가지죠. 내가 너랑 사랑하면서 따라오는 게 쾌락이고 그것은 내적동기죠, 그 내적 동기를 기여라고 봤을 때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감정, 너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쾌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것은 나의 내적동기의 움직임인데, 쾌락이 목적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외적동기가 될테고요. 교육에서부터 성적인 쾌락까지 전부 외적동기로만 흘러가고 있네요, 세상이.

라파엘 님, 댓글 참 좋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라파엘 2022-10-25 10:58   좋아요 1 | URL
제가 경제적 영역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직업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다락방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게 정말 맞아요. 그것을 철학에서는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라고 표현하고, 심리학에서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라고 표현합니다. 다락방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다락방 2022-10-25 12:38   좋아요 3 | URL
아! 내적 동기 외적 동기가 심리학 용어였군요! 저는 그런 줄은 몰랐고 지나영 교수가 자신의 철학을 말하는데 나오는 용어라고 생각했어요. 오, 이렇게 알고 갑니다.

그런데 저는 왜이렇게 라파엘 님이 예쁠까요?

이만 총총.

건수하 2022-10-25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떤 글을 써야할지 어려워서 계속 글을 미루고 있어요.
이 책이 아무에게나 권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보통 그럴 땐 다시 읽어보기도 하는데 다시 읽기에는 좀 지쳤구요.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에서 포르노를 로맨스로 바꾸면 얼마 전의 제가 되어서..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에 동의해요. 그래서 자본주의를 마구 미워하다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언제나 거대한 악이 존재하겠지 하며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글은 언제나 참 좋아요.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가 하나의 긍정적인 원동력이 된답니다.

- 2022-10-25 11:0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수하님 로맨스 끊으면 포르노 못 끊어낸 남성들 더 잘 팰 수 있다 ㅋㅋㅋ (어이, 쟝쟝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저는 무럭무럭 자라서 저의 원한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수하님 말마따나 긍정적 원동력 찾는 일에 매진할래요~💕 수하님 고생 많았어요!

다락방 2022-10-25 11:15   좋아요 4 | URL
이 책이 다시 읽기에는 지치는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년 후에 재독하는 저도 재독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재독을 하니까 처음보다 더 잘 읽히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이 책 재독하고 이 리뷰를 쓰면서 ‘사실 모든 책은 재독해야 하는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포르노가 남성의 성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로맨스가 여성의 성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는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마음과 그리고 그 과정의 애씀이 성인 여성과 남성 사이에 애정으로 표현된거긴 하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느껴야 할 성적인 쾌락이 로맨스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애 로맨스를 보는 자신에 대해서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인간의 모순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저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사실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이야말로 로맨스를 봐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네가 원하는 궁극적인 쾌락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사랑을 나누면서 발생될 때 극대화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시간과 노력은 설사 상대로부터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내 자신에게 축적된다, 이런 메세지를 충분히 받아내야 할것 같고요. 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화 보면 그 유명한 대사 나오잖아요.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저는 로맨스가 가져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로맨스가 추구하는 것도 이것이고요. 그러나 포르노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게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침략할 생각을 하게 만들죠.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행복한 끝이다, 라는 결말은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환상을 주입시키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서 본인을 미워하진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로맨스를 보지 않아야 포르노 유저를 팰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저는 이미 이 나이가 되었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 무서운 게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이런 저도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생 그리고 사회 초년생일 때 아주 많은 것들을 참아야 했고 견뎌야 했어요. 또 웃어 넘겨야 했고요. 그런 세상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살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에게도 그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랍니다, 수하 님.

건수하 2022-10-25 13: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제 마음이 조금 약간 편해졌어요. 저도 ‘마음에 관한‘ 것이라서 로맨스를 좋아해요. 그렇지만 로맨스에서는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에 불편할 때가 있어요.

제가 오늘 <노생거 사원>을 다 읽었는데 이 구절에 마음이 좀 걸렸다가.. 다락방님 댓글을 보니 이 구절이 다시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연애 관계에 있어 왜 사람들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을까요. 나를 좋아해주는 감사한 사람인데. 사실 사람들이 진짜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 드라마나 영화나 그런 곳에서 더 부추기는 느낌이 있어요. 포르노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마음대로 되는 사람은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다락방 2022-10-25 14:12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수하 님. 제가 고등학교 시절 한참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에서는 남자는 성경험이 풍부하고 여자는 죄다 처녀였어요. 한 번도 섹스해보지 않은, 그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남자는 우위에 있었죠. 그런 남자 앞에서 수동적인 여성인 것도 그러했고요. 멋진 남자는 구릿빛 피부의 단단한 근육을 가진 부자 남자.. 라고 생각했는데 로맨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판타지였죠. 그런 남자는 없. 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맨스에서도 여성들이 자기 입장과 권리를 알고 당당하게 주장하기도 하면서 더 나아지고 있지만(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도 제게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남자가 사랑해주는 것만이 행복한것처럼 그려지는 건 정말 별로죠. 그런 점에서 이성애 로맨스는 세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로맨스에서 발생하는 오해, 이해, 공감, 서운함 같은 것들을 좀 지금의 남자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있고 당연하게도 여자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람이고, 그러므로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은 교감이지 쾌락만이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하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긴다는 건 유구한 전통이랄까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라고요. 아 너무 구역질 나는 말 아닙니까.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와 다정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더 잘하려고 애쓰고 노력해야죠. 그렇게 관계를 유지해야죠. 저는 어느 한 쪽만 다정한 관계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그런 걸 그렇게 오래 견딜 순 없는 것 같거든요. 포르노는 그런 모든 감정, 애씀을 모두 배제하고 다만 학대 당하는 성적 대상이 있을 뿐이죠. 어느 순간 그것이 잘못인줄도 모르는채로 무감각해진 그걸 보는 남성들과. 교감을 바라는 여성들은 포르노에 중독된 남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휴..

단발머리 2022-10-25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재독이었는데 새롭게(?) 발견한게 아동 성도착자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 때도 놀랐을텐데 그 때는 워낙 충격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어서요. 이번에는 확 다가오더라구요. 더 큰 자극을 원하는건 인간의 본성이고 멈출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럼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포르노 관련 여성주의내의 다툼에서 결국 포르노 지지 쪽이 승리했잖아요. 성과 관련된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쪽이 ‘자유‘라는 기치 아래, 성을 향유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성을 누리는 것을 넘어서, 성관계하는 사람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유해하다‘는 기준을 우리가 어디쯤에 두어야 하나, 폭력의 하한선을 어디까지 둘 수 있는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 나누는 동안 성착취물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하니까요. 돈의 미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을지.... 그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 다 망했어,라는 친구의 말도 메아리쳐 들려오고요.

읽기 힘든 책을 두 번이나 읽고 이런 페이퍼까지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댓글들까지 모두 배울게 많아서 한줄한줄 천천히 읽었습니다.
포르노 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 같이 힘내보자고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고 진지한 인간간의 사귐에 대해서도 우리 더 많이 이야기하고요.

다락방 2022-10-25 13:56   좋아요 3 | URL
성엄숙주의도 성자유주의도 결국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던것 같아요. 엄숙주의라고 한다면 함부로 남자들하고 섹스하고 다니지 마라, 순결을 지켜라가 될테고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섹스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너 왜 그렇게 꽉 막혔어 너 설마 혼전순결이야? 하며 자유롭게 섹스하는 방향으로 억압하고요. 그 자유는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자유일까. 가장 중요한 건 여성들 스스로가 주체적이 되는 것,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욕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포르노 월드, 강간문화의 월드에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겠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의 관점을 내재화 해 바로 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분해하고 타자화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큰 세상,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리고 포르노 월드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이 엄청난 포르노 산업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게일 다인스도 책에서 그러잖아요. 개인적으로 맞서는 것 말고는 사실 자기도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저는 제가 혼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포르노 산업을 멸망시킬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엔번방은 계속 만들어지고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역시 끊이지 않겠죠. 저도 어느 한 순간 인류가 모두 죽고 사라져야만 이 비극이 끝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저는 살아 있고 그리고 저보다 젊은 여성들이 살아 있으니, 그렇다면 좀 더 안전하게 살게 하고 싶어요. 게일 다인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저는 그렇다면 이런 책을 소개하고 제 생각을 쓰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현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만 하더라도 이 책을 함께 읽었더니 그동안 막연하게 포르노를 생각했던 분들이 포르노의 잔인한 현실을 알게 되셨잖아요. 모르는 것보다 아는게 낫고 안다면 또 어떤 부분은 행동으로 이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진지하고 또 쾌락까지 가져오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믿고 있습니다. 힘내서 나아갑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10-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재독하고 이런 멋진 리뷰도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저도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특히 아동포르노에 있어 그렇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되고 저기부터는 안 된다는 말이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 깨달았어요. 전반부의 노골적인 묘사를 보는 괴로움을 넘고 나니 중,후반부는 저자가 글을 설득력 있게 잘 썼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네요. 남성들도 포르노산업의 피해자로서 진술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어요. 저자의 노력이 널리널리 영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10-27 15:40   좋아요 1 | URL
우리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윤리의 선이 자칫하면 부서지거나 지워지기 쉬운 것 같아요.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마련이니, 이정도까지는 그래 이만큼은.. 하고 풀어놓는 건 순간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자각이 들어 와 이건 아니지, 했다면 다시는 그 길로 가지 않는게 맞지요. 모두가 그렇지 않은거야 너무 당연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약한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게 자연스러워지고, 그건 결국 여성과의 관계맺기에 애를 쓰지 않는걸 뜻하는 것 같아요. 애를 쓰지 않음, 애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여성의 성은 그저 내가 갖고 싶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의 멈춤을 어떻게든 열리게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답답하고 갈 길도 멀고, 게다가 그렇게 생각이 멈춘 상태로 살아가라고 포르노 산업이 거대한 힘을 쏟아붓네요.

답답한 읽기 였지만 정말 잘한 읽기였어요. 독서괭 님,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갑시다!!
 

할아버지든, 위우원삼촌이든, 레이웨이든,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 사람이 있던 세계가 사라진다. 나는 그들 없이 살아야만 한다. 원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더 애매하고, 차갑고, 무관심을 숨기려 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에 내 다리는 얼어붙는다. 따뜻한 외투가 하나씩 벗겨져 알몸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온기를 원하는데, 그러나 내 영혼은 그렇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영혼은 그들과 있음을 느낀다. 그들의 눈으로 매사를 보고, 그들의 귀로 소리를 듣고, 그들의 태도로 영원한 동경을 품는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오랜 세계로 잠겨간다.
내 마음은 그렇게 위로받는다. -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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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2022-10-2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분명 이 책을 읽었습니다만, 왜 이 글귀는 생각나지 않을까요? 그것도 최근에 읽었는데 말입니다.
다락방님이 옮겨 놓으니 좋군요. 좋은데.. 왜 기억이 안나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천천히 읽고 있기 때문인지 윌에게 정이 너무 들어버렸다. 이번주 분량에서는 '루'가 '윌'로 하여금 살고 싶은 의지가 생기게끔, 안락사에 대한 결심을 바꿀 수 있게끔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생각과 의욕으로 가득차 있어서 실행에 옮긴다. 경마장에 데려가지만 일은 루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윌은 '왜 나의 의견을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서운해한다. 나는 말도 싫고 경마도 싫단 말이야, 그런데 넌 내게 묻지 않고 그것이 내게 좋을 거라고 네 마음대로 생각했지. 늘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지만 나의 선의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고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도 선의일 수는 없다.

그리고 클래식 콘서트. 윌의 친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그 친구의 공연이 윌의 동네에서 열린다고 한다. 친구는 윌에게 초대권을 보내줬다고 윌은 클라크에게 그걸 네게 줄테니 어머니랑 다녀오렴, 이라고 말한다. 클래식 공연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으면서 루는 자신은 클래식 연주를 즐기지 못한다, 좋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거절한다. 그때 윌은 루이자에게 지독하게 속물이라고 표현한다.


"당신만큼 지독한 속물은 처음 봤어요, 클라크"

"뭐예요? 내가?"

"혼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온갖 경험들을 아예 막아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아닌 걸요."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 데도 안 가봤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길이 없었는데?" -책속에서


번역본으로 먼저 읽었던 터라 '속물'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속물인건가?



'You're the most terrible snob, Clark.'

'What? Me?'

'You cut yourself off from all sorts of experiences because you tell yourself you are "not that sort of person".'

'But, I'm not.'

'How do you know? You've done nothing, been nowhere. How do you have the faintest idea what kind of person you are?' -p.205-206


snob 을 사전에서 찾아보닌 '고상한 체하는 사람', '속물' 이라고 되어있긴 하네. 


그런데 정말 저런 사람을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해본 적 없으면서 그것을 단정하는 사람. 일전에 최재천교수가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알면 사랑하게 된다,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경험하지 않고 모르는 채로는 싫다고 말하기도 쉽고 욕하기도 쉽다. 그러나 경험해보면 내가 단순히 가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곤 하는 거다. 간혹 '나는 그거 싫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해봤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는데 '안해보고 어떻게 알아?' 라고 되물으면 '내가 그걸 좋아할 리 없어'라고 하는 거다. 글쎄. 그럴까? 나는 사실 실생활에서 루이자처럼 말하는 사람에게 좀 짜증이 나고, 실생활에서는 이 책에서의 윌과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안해보고 어떻게 알아?


클래식은 이런 대화 혹은 경험의 대표적인 클리셰다. 미 비포 유에서도 클라크는 결국 윌에게 '너가 함께 간다면 내가 한 번 가보마' 하게 되어 생애 처음 클래식 공연에 가게 되고 감동에 젖어 어쩔 줄을 모른다. 아주 오래된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도 길거리에서 성을 팔던 여자 '줄리아 로버츠'는 재벌인 남자 '리처드 기어'가 데려간 오페라 공연에서 감동받아 눈물을 흘린다. 미 비포 유 에서도 언급되지만 피그말리온. 돈 많고 경험 많았던 남자들이 여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해주고 새로운 감동에 눈을 뜨게 해준다. 식상하고 전형적이고 그야말로 클리셰이지만, 그런데 나는 이런 거 좋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모든걸 경험하며 살아갈 순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첫 스타트를 끊어 줘야 한다. 윌은 부유한 집에서 자랐고 모든 경험에 열려 있었다. 그러나 루이자에게는 한정된 공간이 주어졌고 또한 일찍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다. 스무살 시절,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뭔가 달라졌던 동창을 보고 루이자 역시 해외 여행을 계획해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었지만, 그러니까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찰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 여행을 가기 전, 루이자는 타인에 의해 추락한다. 차츰 그 일이 언급되면서 루이자가 다른 사람의 몸을 기피하고 자신을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하고, 남자들에게 성희롱 당하지 않게끔 괴상한 옷으로 자신을 무장하려는 이유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의 루이자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단정하게 된 이유는 남들보다 경험이 적어서이며 제한되기도 해서이지만, 또 일어나지 않아도 좋았을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과 즐거이 어울려 놀다가 자신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경험은 루이자를 한 곳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루이자에게 뭐가 더 나은지는 루이자 자신이 판단할 수 있을 테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진심 어린 관심이 도움이 된다. 윌은 아직 그런 루이자의 트라우마를 알지 못한 채로 너 안해보고 어떻게 알어, 해봐, 라면서 권유해주고 루이자는 서서히 바뀐다. 이건 가족도 그리고 남자친구도 루이자에게 해주지 못했던 일이었다. 어쩌면 같은 제안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또다른 결과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합'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루이자에게 끊임없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제안하기도 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러나 루이자는 함께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윌과 함께 클래식 공연에 처음 가게 되고 거기에서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거다. 아, 프랑스 영화를 처음 본 것도 이십대 중반, 윌과 함께였다. 난 그런 영화 내 취향이 아니야, 라고 했다가 윌이 세상에, 한 번도 안봤다고? 하며 함께 보자고 했다가 너무 재미있게 보는 루이자를 마주하게 된 것. 어쩌면 클래식이어서 외국 영화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윌과 클래식'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루이자는 자신에게 자신이 쳐놨던 어떤 경계들을 이제 슬쩍슬쩍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서 예상치 못하게 나의 회복 혹은 치유를 돕는다.



나에게도 물론 상처가 있고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내 평생 이것이 완전히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다만 사람들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때 나를 이해해주길 바랐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런걸 알잖아, 내가 이런말을 할 때 나를 좀 이해해주며 안돼? 라는 생각을 때로는 속으로 한다. 내 상처는 어른이 되고난 후에 어떤 반응으로 내게 작동했고, 그것은 나를 오래 지배했다. 나는 어떤 걸 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한 친구를 만났다. 어쩌다보니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그 친구에게 말하고 있었고, 친구는 내 말을 듣고 내게 한 마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엉엉 울었고, 그 후에 나는 나를 억압하던 어떤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친구의 그 말을 듣기전보다 인생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지만 내가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한 적 없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한 거였다. 그러나 그 뒤로 그 일에 대해 언급했을 때 그 친구처럼 말해준 사람이 없기도 했다. 그 친구여서 그리고 그 말이어서 내가 좀 자유로워진 건 분명하다. 나는 그 점에 대해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네 덕분이라고.



미 비포 유에서 하필이면 남자 윌이 여자 루이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허물게 해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성 사이에서 그리고 연인(이 될 가능성을 품은) 사이에서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내게 일어났던 것처럼 동성의 친구로부터도 가능해지고 또 동성의 선후배에게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연인의 가능성이 없는 이성 사이에서도 물론 가능하다. 내가 인생에서 큰 축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그 말을, 나는 나와 같은 성별의 그러나 나보다 나이는 어린 친구로부터 들었다. 그 친구는 내가 잘못생각하고 내가 어린 나를 원망하며 살았다는 걸 알려주었고, 화나거나 슬픈 상황에서 웃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 인생의 그 시점에서 그 친구를 만나 그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안에는 하나의 그러나 그 사람만의 커다란 세계가 있다. 바깥에서 보기에 그것이 닫혀있고 좁은 것으로 보여도(내가 루이자를 그렇게 봤듯이)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쌓여 견고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루이자에게 그 일이 있었고 그 일은 루이자를 그런 사람이 되게끔 했다. 그리고 인생의 이 시점에 윌이라는 사람을 만나 인생의 축과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그건 윌에게도 마찬가지. 윌이 바라보는 방향은 '이것은 내 삶이 아니고 나는 살지 않는 걸 택할 것이다' 였고 그 방향이 변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가 죽음으로 가기 전에 그는 루이자를 부르고 루이자를 웃게 해주고 루이자라는 사람을 만나 그 시간들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특별히 더 누구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필요한지도 모르는채로 필요했던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그리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그래서,



윌 때문에 더 미치겠다. 그러니까 윌의 선택은 윌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함에는 변함이 없는데, 나는 이제 윌을 아끼는 사람1이 되어버린 거다. 다른 한 사람-애정을 품게된-과 농담을 하고, 네 안에 다른 네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던 윌. 그런 윌 때문에 내 세계가 달라져버린 루이자. 그걸 알기 때문에 미치겠다. 콘서트에 다녀온 후 차에서 내리기 전, 잠시만 이대로 있자, 빨간 드레스를 입고 함께 콘서트에 다녀온 남자로 잠깐만 있고 싶어, 라고 말하는 윌이라서 보내기가 너무 힘이 든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고 책도 두번째 읽는데, 이만큼의 가슴 아픔은 원서와 함께 읽는 지금이 처음이다. 슬픔의 크기가 너무 달라졌다. 어제 문득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넷플릭스에 없는 거다. 유튜브로 들어가 콘서트신을 검색해 보았다. 연관되어 나오는 윌의 마지막 장면도 보았다. 루이자와 삶에서 나누는 마지막 대화 신에서 미칠듯한 기분이 되었다. 윌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했건만, 영상을 보는 나는 '어떻게 보내, 못 보내, 보낼 수 없어' 라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 되는 거다. 아 안돼, 안된다, 안돼! 벌써부터 이 책을 완독할 시점 펑펑 울 내가 그려진다.

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달라고. 그리고 살아줬으면 좋겠다. 




어제 알라딘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드디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 오, 윌리엄!!















원서를 가진 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번역본 나오면 읽어야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나왔어. 만세!!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포르노랜드를 읽으면서 왔는데,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가 소위 '바니걸'이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들과 그의 큰 저택에서 함께 사는게 텔레비젼에서 리얼리티 쇼? 뭐 이런걸로 보여지기도 했다는데, 그 바니걸 중 한 명, 플레이보이 맨션에 살았던 여성의 책이 있다고 하더라.



헤프너의 전 '걸프렌즈'였던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는 자신의 저서 『버니 이야기Bunny Tales』를 통해 실제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언급했다. 헤프너는 피임 없이 수많은 여성과 돌아가며 섹스하려 했지만, 아무리 많은 여자에게 삽입한다 한들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해야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인트제임스는 헤프너와 섹스하기를 원치 않는 여자들이 많았지만, "그건 암묵적인 규칙의 일부였고, 흡사 우리가 누린 모든 것의 대가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장면에 쇼에 나올 리가 없었다. -《포르노랜드》, 게일 다인스, p.89



나는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나 번역본은 없었고 원서만 검색되더라.
















전자책을 다운 받아 앞에 프롤로그만 살짝 읽어봤다. 세인트제임스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었다.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유명한 남자 배우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그녀를 줄곧 보고 있었다며 다음날 초대한거다. 그렇게 그 유명한 남자 배우와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녀가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살았다는 걸 알고는 그가 분노했다는 거다. 세인트제임스는 이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 자유로운 나라의 대통령 클린턴은 인턴 직원과 업무장소에서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고, 유명한 배우 휴 그랜트는 매춘을 하다 발각되었는데 사람들은 그냥 다 넘겼다. 그런데 왜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살았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판단하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왜 그것만으로 판단하냐, 안되겠다 책을 써야겠다 생각한 것. 그러자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남자배우는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인트제임스는 아니 쓸거야, 그리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직접 하라고. 



Did I really ruin my life? You be the judge. -《Bunny Tales: Behind Closed Doors at the Playboy Mansion》, Izabella St. James, p.13



이번호 시사인 장정일의 독서일기 에서는 세 명의 철학자에 대한 얘기가 실렸다. 하나는 최근에 알라딘에서도 엄청 핫했던 한나 아렌트의 평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버마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키르케고르 평전이었다. 

















나는 장정일의 글을 읽다가 특히 키르케고르의 평전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클레어 칼라일의 <마음의 철학자키르케고르 평전>(사월의책, 2022)을 보면 키르케고르로 하여금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을 평생의 문제로 씨름하게 만든 것은 창세기 22장에 나오는 어느 이야기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외동아들 이삭을 바칠 것을 요구했고 아브라함은 아들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올라갔다. 키르케고르는이 이야기에서 엄청난 철학적 교훈을 이끌어냈으며 "아브라함의 칠흑 같은수수께끼에 매혹되었다". 키르케고르는 저 일화를 이성에 대한 신앙의 우위로 해석하는 목사들이나, 아브라함의 행위를 도덕 법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이삭을 희생시키라는 목소리를 악마의 속임수거나 미망으로 추론해야 한다는칸트를 함께 물리쳐야 했다. 그는, 도덕법칙은 시민적 제도를 대표할 뿐이며 칸트는 신을 도덕적 삶으로 축소시켰다고 말한다(실제로 교회나 절이 뭐 필요하냐면서 "선하게 살면 그게 종교다"라고 믿는 모범적인 시민이 있다).

목사들이 저 일화에서 신에 대한 인간의 무조건적인 굴복을 읽어낸 것과 달리, 키르케고르는 공포를 강조한다. 신앙은 나의 실존을 파괴할 수도 있고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다. 신앙은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세속의 휴머니즘과 공포 사이의 도약에 의해서만 얻어진다. -<시사인 제78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中, p.66


아마 기독교가 아닌 사람도 그리고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아버지가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던 저 얘기를 다들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따른 각자의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것이고. 저 이야기는 분명 강렬하고 이승우도 자신의 책을 통해 저 이야기를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해 쓰기도 했다. 나에게도 아주 흥미로운 부분인데 나는 제물로 바쳐질 아들의 입장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내 아버지가 나를 제물로 바친다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 참에 키르케고르가 저 부분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사야겠다.



그런 한편 하버마스 평전에 대해서는 하버마스 평전을 사고 싶은게 아니라 칸트가 더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이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실려있다.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것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다. 서구 철학은 시작부터 이분법적이고 위계적(플라톤)이면서 주관성(데카르트)과 자기동일성(헤겔)을 받들었다. 근대적 도덕 이론을 정초한 칸트의 정언명령 제1정식은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여겨질 수 있도록 행위하라"인데, 하버마스는 칸트가 선험적인 선(善) 논리로부터 도덕을 구출하고, 이를 규범 검사 절차로 재구상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저 정식에는 고독한 개인과 독백적 절차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시사인 제78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中, p.67



아니, 칸트가 맞는말 했구먼 왜... 라고 반응함과 동시에 나는 '저 정식에는 고독한 개인과 독백적 절차밖에 없다'는 문장에 끌렸다.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그래서 나의 외로움과 고독을 깊이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 아, 칸트여..



트윗을 통해서는 이 책을 알게 됐다.
















아... 사실 이 페이퍼가 이렇게나 길어지게 된 건 다 이 책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면서 '아니 박테리아에서 바흐라니' 라고 놀라웠던 거다. 박테리아랑 바흐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박테리아랑 바흐를 언급하면서 무려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는 걸까. 나는 궁금해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고, 그러다 바흐.. 나는 클래식을 모르는데.. 생각하게 되었고, 클래식, 이라고 하니까 어제 읽었던 미 비포 유의 클래식 장면이 생각난 거였는데, 페이퍼를 작성하려고 똭- 글쓰기 페이지를 열었던 시점에서 바로 그 생각이 주루룩 저기 맨 위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페이퍼의 원래 목적은 사고 싶은 책 언급하는 거였는데, 윌 살아주길 바라... 가 되어버리게 된 것. 흐미......... 삶은, 



뭘까?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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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0-20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한무더기 주문하셨다는 거죠? ㅋㅋ 원서도 사셨고요?? ㅋㅋㅋ
누군가는 스타트를 끊어줘야 한다, 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중산층 아이들이 어른을 잘 대할 줄 알고 권한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똑똑해도 누리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뭔가를 요구하는 걸 잘 못하고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경제관념이랄까, 돈에 대한 인식을 습득하지 못해서 독립 후 고생한단 얘기도 봤었는데,, 여러가지 문을 열어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10-20 14:48   좋아요 2 | URL
으하하 아직 사지는 않았고요, 다음 구매에 포함할 책들입니다. 다음 구매가 그렇다면 언제이냐? 안알랴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일지 일주일 뒤일지 내년일지...으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문화자본을 엄청나게 갖고 태어난 사람과 같이 여행해본 적이 있는데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친구였는데도 저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고 즐길줄 아는 것도 많더라고요. 어릴 때 더 많은 것들을 접하면 그만큼 시야가 더 넓어지잖아요. 자라면서 누구나 자연스레 모든걸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제가 너무 많은 것들을 모르는 채로 살아왔다는 걸 알고 그래서 제 스스로가 저에게 해주려고 하는 편입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열린 마음이라는 것도 노력해야 가질 수 있는 것 같고요. 많은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가 혹은 선인가는 사람들마다 좀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왕 태어난 인생 좀 많은 걸 경험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요. 그런데 저희 아빠는 ‘그걸 왜 꼭 경험해봐야 하냐..‘고 하시는 입장입니다. 하하하하하.

성인이 되어서도 그리고 나이 많은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가 문을 열어줘야만 보게 되는 세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정 부분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기에 어떤 것들이 가능해졌을 것이고 제가 또 누군가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겠죠. 제가 다른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제가 열 수 있는 문이 일단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 2022-10-20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방금 뒤메질의 최후를 댓글달고 왔는데 여기서 바흐와 바이러스와 키에르케고르에 관심을 가져하는 악의 게으름 철학자를 만난다.그러니까 막 사제낀거 후회하긴 하는 데, 그래도 살 거라는 거죠? 책?
- 저, 그거 생각났어요. 우리 여행 갔을 때 읽은 책. 만남 이라는 모험. 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를 구성하고 있는 풍경 총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뭐 어쩌고 저쩌고. 했던.
마음을 열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그것들을 공유하고... 각자의 방식 대로 성장한다는 거 되게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이별까지도요. 아. 이별 알고 있어서 마음이 찢어지지만. 나는 모든 만남의 이별을 아는 그런 으른이다.) 와. 미비포유. 넘나 좋은 책.

다락방 2022-10-21 09:59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에서는 루이자의 부모님이 윌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루이자가 너와 함께하고 나서부터 확실히 변했다 성장했다고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성장을 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너무 좋은 변화잖아요. 결코 쉽지 않은. 이 사람 덕분에 비로소 내가 이만큼까지 올 수 있었다, 더 나아갈 수 있다 라는 자각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런 관계가 되어주고 또 추구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빡치게 하고 뒤로 돌아가게 만들고 움츠리게 만들곤 하죠.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느냐는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쁘다는 판단이 든다면 질질 끌지 말고 돌아서야 할 것 같아요. 물귀신처럼 나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미 비포 유 읽기가 너무 재미있는데 윌에게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너는 지금 너무나 슬픕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0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을 살거라고 미리 예고를 하시는군요?ㅋㅋㅋ
그래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잖아요^^
이자벨라 세인트 제임스라는 여자 책이 좀 궁금하긴 합니다. 이미 어떤 내용일지 예상은 됩니다만...ㅜㅜ
<포르노랜드> 읽으면서 어이상실! 정신혼미!
가슴답답! 부들부들!! 온갖 감정들이 밀려왔었네요.
어쨌거나 현재 6장 들어갑니다^^

다락방 2022-10-21 10:00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일단 책 구매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있습니다. 좀 더 미뤄보려고요. 일단 10월은 벗어나자... 생각하고 있는데 잘 되겠죠? ㅋㅋ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 책은 국내에 번역될 가능성이 1도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한데 말예요. 음, 짐작해보자면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여성주의 적인 책은 아닐 것 같아요.

6장이라니, 많이 읽으셨네요, 책나무 님! 저는 열심히 달려가야 합니다. 빨리 끝내고 다른 거 읽고 싶어요! ㅠㅠ

mini74 2022-10-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비포유 영화 봤어요. 원작하고 조금 다르던데요. 울었어요 ㅎㅎ 영화보고 우는 거 오랜만이에요. ~ 하버마스 ㅎㅎ 하면 전 오규원의 시만 동동 떠오르네요 *^^*

다락방 2022-10-21 10:01   좋아요 0 | URL
미 비포 유 를 저는 책으로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영화를 봤거든요. 남주인공이 영화에서 너무 잘생겨서.. 지금 책을 다시 읽는 시점에서 윌을 주인공의 얼굴 떠올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문제는... 그래서 더 정이 들어버리는 지도 모르겠다는...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실제의 얼굴을 대입해버리게 되니까 아주 미칠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흑흑 ㅠㅠ

바람돌이 2022-10-20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 랜드 읽기가 점점 두려워지는..... ㅎㅎ 바흐에서 클래식으로 미비포유로 생각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 좋아요. ^^
오 윌리엄을 읽기 위해서 저는 루시바턴부터 읽어야겠다는.....
그래도 하버마스와 키에르케고르는 저는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계속 안 궁금할테야요. ㅎㅎ


다락방 2022-10-21 10:0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 포르노랜드 읽다가 여러번 책을 던져버리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차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악의 세계가 거기에 있고요, 그런데 그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읽게될 바람돌이 님을 위해... 화이팅 전합니다.

오 윌리엄 읽을 생각에 너무 신나요!! >.<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를 처음 읽었던 건 2020년 이었다. 이번에 읽으면 재독인건데 두 번째 읽는 것이니만큼 나는 내가 덜 힘들거라고 생각했건만, 웬걸, 펼치자마자 수시로 책장을 덮어야했다. 글로 묘사된 것만 읽어도 포르노의 장면장면 들은 역하고 끔찍한데, 그걸 영상으로 보는 남자들은.. 안녕한가? 글로 묘사된 일부만 조금 읽어도 멘탈이 찢어질 것 같은데, 그걸 영상으로 보는 남자들의 멘탈은 정말로, 괜찮은가? 그들의 일부는 분명히 파괴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아니, 나는 결코 파괴되지 않아, 포르노는 판타지야, 그건 우리가 그저 재미삼아 볼 뿐이라는 말들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파괴되어 있는지 혹은 무너져 있는지 모르는 채로 그들은 포르노를 현실에서 답습하고 있으니까. 


우선 게일 다인스는 이 책에서 주로 '곤조 포르노'에 대해 다룬다고 밝히고 시작한다. 잠깐 설명을 보자.



미국 주류 포르노는 크게 두 가지, 장편 포르노와 곤조 포르노로 분류된다. 플롯 중심의 장편과는 달리 곤조는 성행위만 주로 집중해서 보여주며 폭력성이 더 짙다. -p.20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인터넷 주류 포르노가 곤조 포르노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과 기성세대 들은 지금의 포르노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짐작도 못하고 그저 누드인채로 섹스하는 영화이겠지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아니다. 나는 SNS에서 뜻하지 않게 무방비상태로 포르노에 노출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포르노 사이트로 유도하는 광고였던 것 같은데 보자마자 숨이 막혔더랬다. 남자들이 무더기로 여자 한 명을 마치 노예처럼 다루면서 학대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서는 정액이 흘러내리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게 내가 검색해서 본 것도 아니고 부러 찾아본 것도 아니고, 그저 트윗을 보다가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짧은 영상인데, 이걸 만약 굳이 찾아보고자 한다면, 그래서 검색어로 넣는다면 도대체 어떤 영상들이 얼만큼 펼쳐질까? 물론 게일 다인스는 검색어 하나를 넣었을 때 나오는 포르노 사이트와 그에 대한 설명들 그리고 짧은 예고편들에 대해 이 책에서 처음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아, 물론 일부만. 그것이 아주 일부임에도 그리고 글로만 읽었어도 정말로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만약 남자들이 그것이 타인과의 교류에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그저 본인의 쾌감을 위해 보는 거라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쾌감 혹은 쾌락을 위해서 그런 영상을 보는 멘탈은, 괜찮은거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잠깐동안 포르노를 보았던 경험에 대해 적고 있다.





포르노는 나의 무의식적인 공상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나의 판타지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여성을 봤는데 관심이 간다면, 즉시 ‘저 여자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어떤 창조적이고 열띤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르노를 보았을 뿐인데도, 가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의 음모는 무슨 색일까, 성기는 어떤 모양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 질색이다. 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문명과 혐오》, 데릭 젠슨, P179







짧은 시간 동안 본 포르노를 통해서도 여자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자신을 데릭 젠슨은 마주했다. 그렇다면 수시로 보는 남자들은 여자를 도대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데릭 젠슨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친구에 대해 얘기했던 한 여성과의 일화도 적어두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여자가 해준 이야기였다. 자기랑 같이 사는 남자가 자기한테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종종 밤에도 침실에 있다 말고 서재로 갔다. 여자는 그가 일을 하러 가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따라가보니 그가 포르노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있는 여자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고 그 여자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와 경쟁해서 이길 방법이 없었어. 그 여자는 말을 안 하니까." 여자는 관계를 끝냈다. 관계라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문명과 혐오》, 데릭 젠슨, P158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가 확대되기 전에 '휴 헤프너'의 <플레이보이>가 있었음을 언급한다. 남자들에게 고급진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면서 그러나 그 안에 여성의 누드를 끼워 팔던 잡지. 플레이보이의 메시지는 남자들에게 꽃뱀을 조심하라고, 결혼이라는 족쇄에 매이지 말고 아내 한 명을 거느리는 대신 젊고 아름다운 여자 여러명을 거느리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1950년대, 가족을 찬양하던 미국에서. 전국적인 메세지는 여자에게 결혼하라고 하고 있었고 가정에 충실하라 하고 있었고 가족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플레이보이는 남자들아 싱글로 살면서 여러 여자를 거느리렴, 했던 거다. 




이렇듯 대중 심리학자들이 경제계가 미국 남성을 "하찮은 남자"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하는 동안,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한 여자들은 미국의 남성성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에런라이크는 "경제계를 이끄는 자들은 냉전 시대 미국에서 비판의 대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목하기 쉽고 받아들일 만한 악역은 여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여성은 욕심 많고, 교활하고, 게으르게 묘사되면서 남자들을 지나치게 길들여 남성성을 거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P.59



자, 그러니까 우리는 이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휴 헤프너와 그 이하(든 뭐든)는, 여자들은 남자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돈을 뜯어내려 하고(일하는 건 남잔데!) 남성에게 위협적이야, 그러니까 우리의 남성성을 살리고 남성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젊고 예쁜 여러 여자들을 거느리라고, 그리고 그녀들 위에 군림하자고! 라고 진행됐던 것. 결국 플레이보이라는 세미 포르노 잡지는 그저 벗은 여자와 그 벗은 여자들과 어떻게 섹스할 것인지만 슬쩍 슬쩍 보여줬다가 지금의 곤조 포르노까지 오게 된것이다. 신체에 훼손이 올 때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이, 여자의 감정이나 기분 혹은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본인의 성기로 무조건 힘차게 박아대기만 하는 영상이. 

자극적인 말과 영상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생각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쌓이고 길어질수록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노출되는 매체에 내 몸을 맡기는 일은 자연스레 일어난다. 둠칫 두둠칫. 휴 헤프너의 생각과 시도는 남성들로 하여금 플레이보이를 사게 만들었고 여자들을 무릎 꿇(고 성기를 핥)게 만들었으며 조금 더 심한 영상과 조금 더 심한 자극을 찾도록 했다. 그래서 사고를 멈추면 안된다. 생각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지배하에 들어가기가 쉽다. 휴 헤프너가 지배한 세계에 그리고 포르노가 지배하는 세계는 아주 쉽게 남자들을 점령했다. 그렇다면 남자들만 점령해서 여자들은 자유로워졌냐 하면, 그게 그럴 수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랑을 받고 또 주고 싶은 동물이다. 그런 과정에서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이 만나 좋은 감정으로 관계를 시작하려고 했고 또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가 나에게 원하는 건 날 무릎 꿇게 하고 내 얼굴에 정액을 싸버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포르노 영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는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이거 기분 나쁜데, 그런데 내버려둬야 하나? 이게 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나? 이게.. 사랑이라고? 섹스할 때마다 매번 여기까지는, 이만큼은.. 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포르노속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포르노는 그대로 현실 세계로 넘어와 내 세계가 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내가 포르노를 보지 않아도 내가 이성애 연애를 하고 있다면 나는 포르노 세상을 산다. 아니, 내가 이성애 연애를 하지 않고 있어도 포르노 세상을 산다. 모든 광고와 영상은 포르노속 여성들을 재현하고 재연하고 있으니까. 여자들은 어느틈에 섹시한 것이 최상의 찬사인듯 하며 자신을 꾸민다. 이건 내 자유야, 라며 남성의 자신에 대한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플레이보이』가 가판대에 등장한 때는 여성을 혐오하고 가족을 찬양하던 바로 이 시기였다. 1950년대의 테마를 취사 선택한 『플레이보이』편집자들은 창간호에서부터 싱글 여자를 『플레이보이』독자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싱글 여자가 남자에게 결혼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재정적 출혈을 일으킬 기회를 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P.60


잘 차려입고 세련된 이 남자는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고 여성이 제공해야 하는 모든 쾌락을 즐길"줄 안다. 『플레이보이』는 플레이보이를 꿈꾸는 남자들에게 매뉴얼이 되어 주고자 했는데, 물질적 빈곤(대공황과 2차 대전)과 성보수주의의 시대에 나고 자란 이 남자들이 상품과 여성을 소비하는 씀씀이 큰 고급품 소비자가 되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P.62



그러니까 이게 남자들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자, 씀씀이 크게 여성을 소비하자는 것이 남자들의 주장이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라면, 소비되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 휴 헤프너와 그의 일당들이 주장했던 바는 남성들만 너무 일한다는 거였고 여자들은 집에 머물면서 돈만 뜯어 먹는다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그 시절, 왜 그래야 했는데? 여자들에게도 남자들만큼의 일자리가 주어지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다 괜찮았잖아. 애초에 여자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그게 여자들의 할 일이라고 말한게 누군데. 그래놓고서 이제는 여자들이 집에 머문다고 지랄들이야. 자, 여러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얘기해줄게 잘 들어봐요. 1953년 휴 헤프너는 플레이보이를 창간했다. 1963년에는 누가 뭘 썼을까?



베티 프리단이《여성성의 신화》를 썼다!! 소름돋지 않나요? 휴 헤프너가 여자들은 일하지도 않으면서 남자들 돈이나 뜯어 먹는다! 하고 있는데, 베티 프리단은, 집안에 있는 여성들이 이름붙일 수 없는 문제에 휘둘리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문제를 느낀 여성들은 결혼 생활이나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성들은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엌 바닥에 윤을 내면서 불가사의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도대체 자기는 어떻게 된 여성이란 말인가? 그런 여성은 자기 불만을 인정하는 행동을 너무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같은 불만을 지니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었다. 남편에게 말해보려고 애썼지만 남편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조차도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15년 넘게 미국 여성들은 섹스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들조차 이런 증상에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많은 여성들이 그랬듯이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러 간 어느 여성은 "무척 수치스러워요" 또는 "전 절망적일 정도로 신경질적이에요"라고 말했다. 교외의 어느 정신과 의사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요새 여자들이 뭐가 문제인지 통 모르겠어요. 우연찮게도 환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어요. 성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러나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대체로 정신과 의사에게 가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정말 문제될 게 없어. 아무 문제도 없단 말이야."

1959년 4월의 어느 날 아침, 나는 뉴욕에서 15마일 떨어진 교외의 새 주택가에서 주부 네 명과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가 넷 있는 엄마가 절망적인 어조로 조용히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나머지 부인들은 그가 남편이나 아이들 또는 가정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 자리에 있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모두 똑같은 문제, 설명할 수도 없는 그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깨달았다. 그들은 주저하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이들을 보육원에서 데려와서 낮잠을 재운 두 명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순수한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p.67-68




결혼하고 남편이 돈 벌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정말 끔찍했다고, 그게 여성들을 괴롭혔다고 여자들은 이미 깨닫고 말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들은 그 점에 대해 알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휴 헤프너가 남성들을 자신의 뜻대로 계몽(?)시키기 위해 주장했던 모든 것들은 읽을 때마다 '백래시네' 라고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여성들을 '소비하기' 위한 백래시, 여성들을 '기죽이기 위한' 백래시.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는, 자신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백래시. 

휴 헤프너는 말했다. 결혼한 남성은 여성에게 종속되는 거라고 여자들에게 돈을 뜯긴다고. 그러니 가정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고 젊고 예쁜 여자들을 여럿 거느리는 삶을 살라고.



그리고 아, 우리의 '수전 팔루디'는 휴 헤프너가 주장한 바가 모두 틀렸다는 것을 1991년 《백래시》에서 밝혀주었다.
















미시건 대학교 사회연구소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에서 남성의 정신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로널드 케슬러 Ronald Kessler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싱글 여성으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떠들어 대는 모든 활동들은 대단히 황당무계해 보입니다. 여기서 가장 악전고투하는 건 싱글 남성들이에요. 남성이 결혼을 하면 정신 건강이 크게 향상되죠.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1


실제 싱글 남성들은 기혼 남성들보다 시무룩하고 소극적이며 혐오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1


싱글 남성들은 싱글 여성에 비해 숱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 더 우울해하고, 소극적이며, 신경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기절에서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리적 고난의 증상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한 연구에서는 싱글 남성의 3분의 1이 중증 신경증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싱글 여성의 경우는 겨우 4퍼센트 뿐이었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2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모든 문헌을 검토하고 유전학에서부터 월경 전 증후군, 피임약 등 다양한 요인들을 테스트해 본 저명한 정신 건강 연구자 제럴드 클러먼 Gerald Kleman과 미르나 와이즈먼Myrna Weissman은 여성 우울증에는 두 가지 큰 원인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었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97


문학 비평가 샌드라 길버트Sandra M. Gilbert와 수전 구바Susan Gubar가 전후 시대에 대해 논평한 것처럼 "뇌를 써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늘어갈수록 소설, 연극, 시에서 여성을 육체밖에 없는 존재로 재현하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118



휴 헤프너가 한 짓은 휴 헤프너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플레이보이 는 날개돋힌 듯 팔렸으니까. 고급진 라이프를 자기것이 될거라 착각했던 남자들은 휴 헤프너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었다. 소설 몇 개 끼워 넣으면서 고급 잡지인척, 고급 라이프스타일 파는 척, 그는 여성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강간 모의 사이트 소라넷도 성인 소설을 연재했더랬다. 소라넷에 소설을 연재했던 사람들은 '그러나 나는 강간 모의는 하지 않았는 걸' 하고 자유로울까? 휴 헤프너는 『뉴요커New Yorker』편집자였던 콩트 스펙토스키를 고용해 플레이보이의 문학란을 키우고자 했고 콩트 는 그런 능력을 가진 자였지만, 그러나 그는 잡지의 성적인 콘텐츠를 불편해하며 휴 헤프너와 자주 충돌했다. 소라넷에서 소설을 연재하던 남자들은 결국 소라넷의 컨텐츠가 불편했을까? 소라넷에서 소설 연재했던 걸 자랑스런 이력인양 삼는 이도 있던데? 포르노를 야한 동영상이라며 그걸 보는 내가 쿨하고 성에 개방적인 거라고 살다가 멘탈 이미 찢어진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있다. 대부분 그렇다. 나는 포르노에 뇌가 절여지는 남자들이야말로 악으로 귀결되는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음, 애쓰지 않음. 무지와 게으름. 이에 따른 욕망의 실현은 악이다. 



1953년에 휴 헤프너가 플레이보이를 만들어 떼돈을 벌고 1963년 베티 프리단이 여성성의 신화를 쓰고 1991년 수전 팔루디가 백래시를 쓰고 2011년 게일 다인스가 포르노랜드를 써서 휴 헤프너를 꼬집는다. 

이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자, 더 읽어보겠다.

2020년에 포르노랜드 읽고 썼던 글들과 혹은 관련된 글들을 덧붙여둔다.


《포르노랜드》그것이 정말 당신을 위해서인가? 


《포르노랜드》우리가 살고 있는 포르노랜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아무튼 이런 교감이 미치도록 좋다 


정작 봐야할 놈들은 안보겠지. 


《포르노에 도전한다》only words 


[포르노그래피]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폴댄스는 이제 매우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메릴랜드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포르노 영화를 상영했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는 포르노 배우이자 감독인 조애나 에인절Joanna Angel을 섹슈얼리티 강의의 연사로 초빙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할 얘기는 많지만, 이들 사례만으로도 포르노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 또 굳이 언급하기도 새삼스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의 평범한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중대한 질문을 하나 던지자면, 이러한 포화 상태가 우리의 문화, 세규얼리티, 성역할에 관한 인식,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대대적인 사회 실험이 진행 중이고, 그 실험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며,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 P17

나와 대화를 나눈 여자 대학생들은 대부분 곤조 포르노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곤조는 점점 더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잠식하고 있다. 남자 파트너가 포르노 섹스를 그들의 몸에 시도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섹스 파트너가 항문성교를 강요하거나, 얼굴에 사정하고 싶어 하거나, 포르노를 섹스 보조용으로 이용할 때마다, 이 여자들은 포르노 문화의 최전방에 서게 된다. 이들 중 몇몇은 항복하고, 일부는 협상하며, 다수는 자신의 섹스, 데이트, 결혼 상대인 남자가 왜 항상 성적 한계선을 넘어서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 P22

주류 잡지, 포르노 업계, 심지어는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이런 변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축배를 드는 동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많은 여학생들은 그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압박받고,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획일화된 모습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이 만나는 남자는 포르노 섹스를 기대한다. 그것은 유대감도 친밀함도 없이 익명으로 전개되는 섹스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설 뿐이다. 여자가 남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포르노 문화에서는 어떤 여자든 어느 정도까지 통상적인 ‘섹시함‘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다른 여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 P23

앞서 언급했듯, 남아가 처음 포르노를 접하는 나이는 평균 11세이고, 그때쯤이면 이미 컴퓨터를 꽤 잘 다루기 때문에 이들 중 대부분이 위에서 묘사한 여러 웹사이트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포르노 문외한이라면 내가 방금 묘사한 장면들이 이 업계에서 가장 심한 경우에 속하는 특수 사례처럼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미지들은 인터넷과 대량 생산되는 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을 너무나도 잘 대표하고 있다. - P38

남자가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포르노를 본다면 남는 것은 단순한 사정 그 이상이다. 포르노의 이야기가 성적 정체성의 핵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섹스를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만, 현실 세계에서 그것이 구성, 인식, 수행되는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학적 욕구도 문화적 의미나 표현 없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 사회에서 포르노는 남자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알아듣기 좋은 스토리텔러다. - P40

포르노가 유포하는 여성에 관한 메시지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성으로 수렴된다. 여자는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남자가 원한다면 그 행위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굴욕적이고, 해롭더라도 뭐든 하려고 안달 나 있다. 포르노 속 여자들의 어휘에 ‘싫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여자들은 부디 자기 몸에 있는 구멍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호은 그 한계를 넘을 정도로 벌려지기를 바라는 듯 보이며, 그 행위가 더 기괴하고 굴욕적일수록 성적 흥분도 더 많이 느끼는 듯하다. - P41

이 여자들은 박히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섹스에 대한 자기만의 상상은 없는 듯하다. 이들의 욕구는 언제나 남자의 욕구를 그대로 비춘다. 사실상 그들이 남자에게 요구하는 건 더 세게 박아달라는 것 뿐이다. - P41

야동의 세계에 사는 여자는 자신에게 경멸과 혐오만을 표출하는 남자와의 섹스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이며, 대개는 그 모욕이 심하면 심할수록 당사자 모두가 더욱더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하다. 이곳은 여성에게 동일 임금, 의료 및 보육 서비스, 은퇴 후 계획, 자녀를 위한 양질의 교육, 안전한 주거 환경 같은 건 필요치 않은 단순한 세계다. 이 세계는 일차원적 여성, 구멍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여자들로 가득하다.
포르노가 전달하는 남자에 관한 메시지는 사실 훨씬 단순하다. 포르노 속 남자는 영혼도, 감정도, 도덕 관념도 없이 발기한 음경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 유지 체계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여자를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이 남자들은 섹스 상대인 여자가 얼마나 불편해하든, 고통스러워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어떠한 공감이나 존중,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남자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성적 흥분을 표출하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음경은 곧추서 있지만 - P42

실제 포르노의 ‘판타지‘ 섹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보다는 성폭력에 가까워 보인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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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19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딩!!동!!!댕!!!!!!! 저도 어제 시작했어요, 부장님!!!
지면 주지마 마이크 주지마. 포르노 없는 감옥에서 뇌좀 헹구고 와!!!

다락방 2022-10-20 09:57   좋아요 2 | URL
휴 헤프너가 플레이보이 만들고 그 뒤로 펜트하우스랑 허슬러 나오면서 여성의 성을 보란듯이 파는게 더 급속화되고 더 극단적이 되고.
어제는 문득 남자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여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플레이보이지 만드는 남자가 있는데 여자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여성성의 신화가 쓰이고
디지털성폭력 저지르는데 디지털 성폭력 고발하는 박지현이 나오고.

남자들은 진짜 쓸데없네요.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돼요, 진짜.

단발머리 2022-10-19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우리가 읽은 책들을 총망라하는 이런 명품 페이퍼라니요! @@ 휘둥그레! 천천히, 천천히 읽습니다.

이성애 연애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포르노세상을 산다는 걸… 우리는 알죠. 이런 모든 끔찍한 일이 돈과 연결된다는것도 참 안타깝고요. 답을 찾아야할텐데요…. 답을…. 흐미…

잠자냥 2022-10-19 14:14   좋아요 2 | URL
˝우아! 우리가.......... (아니 여러분들이) 읽은 책들을 총망라하는 이런 명품 페이퍼라니요.˝ <-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다락방 2022-10-20 09:59   좋아요 2 | URL
베티 프리단이 그리고 수전 팔루디가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들이 틀린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그걸 지적해주고 밝혀주는 것 같아요. 한쪽은 헛소리하고 한쪽은 그걸 바로잡고자 하고. 역사는 그런식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또 잘못하는 남자들과 함께 사느라 우리 여자들이 참 고생이 많아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19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머리말의 충격이 가장 컸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재독이시라니 더 힘드실듯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링크해주신 글들도 찬찬히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2-10-20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두번째라 처음이 아니라서 더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와 너무 힘들더라고요. 세상에, 재독도 힘들다니.
그런 한편 여러분들게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한게 많이 미안해졌어요. 어휴. 이렇게 힘든 책을 함께 읽자고 했다니. 으, 너무 잔인했다 싶더라고요 ㅠㅠ

잠자냥 2022-10-19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이 글 읽는데도 힘든데(인용 구절마다 왜케 적나라해요;;) 아니 그걸 보고 또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휴... 인간 대체 무엇.... 곤조 포르노라는 장르(?)가 또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아갑니다....

다락방 2022-10-20 10:01   좋아요 0 | URL
여기 인용된 영상들의 장면들은 아주 진짜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 영상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웃긴건(안웃김) 그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어요. 너무.. 악이죠. 그냥 악이죠. 잔혹한 성학대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나누는 삶을 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자각도 없겠죠.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가는 포르노 세계에서 이제는 대부분의 포르노가 곤조 포르노화 되었다고 해요 ㅠㅠ

건수하 2022-10-19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 읽고 요즘 마음이 너무 추워요..

잠자냥 2022-10-19 14:13   좋아요 2 | URL
어휴, 요즘 이거 읽는 분들 대단하십니다요.....;;

다락방 2022-10-20 10:02   좋아요 1 | URL
힘들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어요 ㅠㅠ 여러분에게 같이 읽자고 한 게 미안해질 정도로요 ㅠㅠ

건수하 2022-10-20 17:00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그래도 읽은 제가 좋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2-10-20 17:0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아니에요 읽고 나니 읽어서 너무 다행이고 제가 대견하고 (응?) 그렇습니다!

청아 2022-10-19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글을 프린트해서 정독하고 PC에서도 다시 읽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포르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말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저는 크롭티가 유행하고
여성들이 자신감있게 노출하는 옷을 입는것에 갈수록 더 당당해지고 있는거라고
1차원적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노출된 스타일이
다름아닌 남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이돌의
관문과도 같은 교복 스타일도, 아이같은 복장들도요.

다락방 2022-10-20 10:04   좋아요 1 | URL
네, 여성들이 아무리 ‘나는 이렇게 해야 기분이 좋아‘라고 말해봣자, 그건 나를 욕망하는 남성들의 시선을 욕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롭티와 노출 풀메이크업이 정말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면,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러지는 않잖아요. 어디까지 타인-특히나 성적대상화 시키는 대상-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지요. 저는 페미니즘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더 화장을 안하게 되었고 이제는 노메이크업으로 다니거든요. 머리도 짧고요. 털도 안깎아요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사니까 세상 편해요. 남자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살았다고 하니 어쩐지 억울하고요. 하아-

얄라알라 2022-10-2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지만, 정말 좋은 리뷰를 읽어도
본인이 그 책을 직접 읽고 리뷰를 읽는 것과, 서문만 읽었거나 읽다 말고 리뷰를 접하는 건 천지 차이인것 같습니다.

다락방님께서 2020년 저리 촘촘히, 그리고 격렬하게 분노하면 읽으셨던 책을 2022년 다시 읽으시니

중간 중간 따라오라고 징검다리 많이 놔주실 수 있는 거네요.

<포르노랜드>도 덕분에 진짜 신나게 읽었습니다(오해는 마시어요. 이 주제를 생각해보게 되어 쾌속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여러 인용서 중에서 특히
˝부엌 바닥에 윤을 내면서 불가사의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도대체 자기는 어떻게 된 여성이란 말인가? ˝ 문장을 접하는 순간, 나는 여태 <여성성의 신화>를 다른 분들 리뷰로만 겉핥기 하고 넘어가왔구나, 현타 왔습니다...

계속 징검다리 타고 걸어가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8:44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포르노랜드 완독했습니다. 저 역시도 신나게 읽었어요. 어떤 결의 같은게 막 타오르면서 지금 젊은 여성들이 마주한 세상이 어떤건지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보다 확실히 아는게 낫다, 그래야 갈 길을 정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 신나게 읽었습니다. 상세한 포르노 묘사들이 너무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는게 저는 저에게 매우 좋았다고 생각해요. 뭔가 저에게 더 단단한 근육이 생긴 것 같달까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얄라알라 님! 그리고 읽느라 고생 하셨고요. 자, 우리는 계속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