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책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살아있는 주체 없이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각적 특징들은 공간과 늘 연결되어 어떤 질서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과도 연결되어 있다. 주체라는 의식, 이 주체가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가 세계를 구성한다. 즉 주체에 따라 세상과 맺는 관계는 다르고 다양하다. 그러니 다양한 생명체의 지각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 인간은 이 다채로운 생명과 세상을 포용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은. 우리가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모두가 각기 다르게 인식하는 '공동의 세계'에서 우리는 공동의 세상, 공동의 감각, 공동의 소속감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공동'이란 정의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상식을 상실하고 개념을 왜곡하는 현재,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표적인 예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1.0 ver.)처럼 권력이 있으면 질병면역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우매한 자들과도 공존해야 하는 위험성도 있다. 이런자들이 권력을 가진 탓에 타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수년 전 코로나로 대두된 문제는 현재 각국의 우익화, 우민화 등의 정치적인 문제로 가지를 쳤다. 뿌리에 악영향을 끼칠만큼 거세지는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는 동시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해를 끼치는 동시에 피해를 입을수도 있는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뱉은 숨이 타인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공동의 세계'에서 상식이 되어야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현상학에서 정치학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봄직한, 주디스 버틀러의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