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레벨의 쓰기,읽기 선생님은 Rina 였다. 말하기,듣기 선생님은 따로 있었고, 4레벨에서는 선생님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태 총 네 명의 선생님을 만난건데, 그 중에 누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고민없이 나는 Rina 를 말할거다.

Rina는 우리가 모를 것 같다고 생각되는 단어에 대해 설명할 때, 그러니까 어떤 단어에 대해 설명할때 막연하거나 추상적으로 대충 어떤 단어랑 비슷하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그것은 무엇이다, 라고 설명해줬는데, 그 때 그 설명은 마치 내가 사전을 펼쳐 읽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Rina 가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할 때면 그게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영어 단어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듣노라면, 그 단어가 더 명확하게 이해되고 더 잘 기억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설명해준 단어중에 처음 배워서 기억하게 된 단어가 commute 였다. 나는 그 당시 처음 보는 단어였다. 그리고 이 단어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 아, 통학하거나 출퇴근 하는 걸 의미하는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잠시, 여기서 영영한사전에는 뭐라고 나와있는지 들춰보겠다.


commute: to travel regularly in order to get to work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이동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는 사람을 commuter 라고 한다. 통근자. 



너무 잘 이해되고 기억되어서 바로 외운 단어가 되었는데, 첫번째 test 에서 이 단어가 답인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정답을 맞혔다.


나는 Rina 가 단어에 대해 설명해주는게 너무나 좋았다. 그녀는 마치 사전 같아, 라고 생각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단어에 대해 저렇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Rina 를 제외한 다른 어떤 선생님들도 Rina 같지 않았다. 사전같지 않았다. 사실 단어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라면, 다른 선생님들이 말해줄 때 다소 불만일 때가 많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전에, 가장 처음으로 Rina 의 설명을 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 왜 Rina  처럼 설명해주지 못하는거야? 내심 속으로 불만을 가졌더랬다.


그러던 어느날 복도에서  Rina 를 마주쳤다. 나는 반가워서 네가 그립다고 말하며 그녀에게도 내 생각을 말했다.


"너가 너무 그리워. 특히 너가 단어에 대해 설명할 때면 너는 사전 같았어. 너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Rina 는 너무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나는 정말로 Rina 가 그리웠다. 단어에 대한 그녀의 설명이 특히 그리웠다. 그래서 영엉사전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영사전 이라면 이미 가진게 있었다. 한국 집에. 내가 대학 들어가고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첫 월급으로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영영사전을 샀더랬다. 사놓고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들춰보기도 했다. 영영사전은 나의 보물이었다. 사실 한동안 보고 그 뒤로는 보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영영사전이 집에 있는데 여기서 또 사는건 낭비겠지, 그런데 한국에 있지 여기엔 없잖아, 나는 당장 보고 싶다고,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걸 여기로 보내달라고 하면, 그 돈으로 사전을 사겠지...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에 내가 영한사전을 사고 싶다는 페이퍼를 썼고 거기에 라파엘 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던게 생각났다. 다시 그 페이퍼를 찾았다. 라파엘 님은 영영한 사전을 사라고 조언해주셨다. 아, 맞다, 그랬었지!


마침 한국에서 나를 보려고 싱가폴 오겠다는 친구가 있으니, 나는 그 사전을 사서 그 친구 집으로 보냈다. 친구야 올 때 가져다주렴. 그렇게 영영한사전이 내게로 왔다.

















그리고 이 사전을 받아들고 단어를 찾아보는데 너무 좋다! 아, Rina 가 단어 설명해주던 그걸 이제 수시로 느낄 수 있어. 만세!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이 영영한사전은, 영영한사전 자체로 재미있다. 그리고 자꾸 반복해 찾다보면, 어쩐지 영어도 잘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단어 뜻 읽으면서 수시로 문장을 만나게 되잖아. 게다가 그 문장은 우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결코 어렵지가 않다. 사전을 반복해 보다보면 영어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후훗.


독서괭 님의 요청을 받아 사진도 좀 추가해본다.







이거 사진 찍다가, 아, 나는 유튭 계정 있는 사람이지! 유튭으로도 짧게 리뷰해보았다. 이게 다 독서괭 님 때문이다.


(목소리가 너무 작게 나오니 알아서 조절해서 들으세요. 편집 기술 없습니다..)






방금 빨래 널고 있으면서 텔레비젼 틀어두었는데, 싱가폴 뉴스에서도 한국 계엄 얘기 나온다..




그럼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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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12-0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choice의 뜻을 새로 알았네요. 저는 지금까지 choosing (선택하는 행위)와 choice (선택할 권리, 선택할 기회)를 별 구분 없이 쓰고 있었어요.
종이사전 오랜만에 보니 그것도 좋구요. ‘사전적 정의‘ 라고들 하잖아요. 어떤 말의 의미를 넓혀가며 쓰는 것이 필요할때도 있지만 ‘사전적 정의‘를 알고 있을 때 더 정확한 말과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chocolate을 찾아보신 다락방님 ^^ youtube에 올라와있는 것외에 또 뭘 찾아보셨을까요?)

독서괭 2025-12-0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사전 유용할 것 같아요. 애들 영어공부 할 때도.. 사놔야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단어 설명을 잘해주시면 참 좋겠어요. 집중 잘 될 듯. 또 안 잊고 리나에게 칭찬 아낌없이 해주는 다락방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니깐..

책읽는나무 2025-12-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특히 리나 선생님 이야기.
복도에서 가르쳤던 학생이 진심을 담아 건넨 그 말 한마디를 들었을 리나 선생님의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더 다정하고 더 자세히 수업에 임하실 것 같아요.
영영한 사전 정말 유용할 것 같습니다.
종이 사전 정말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얇은 종이가 차라락 넘어가던 질감과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저렇게 곳곳에 형광펜이나 볼펜으로 그어가던 시간들. 또 좋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