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 연구를 30년간 해왔고 그에 따른 연구를 비롯 학생들과 상담도 해왔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부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그 숱한 폭력적 영상들을 보고 또 그 영상에 대한 후기까지 읽으면서 어떻게 건강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한편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가 분명 영향을 미치는 성범죄 사실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남자들 역시도 포르노의 피해자라는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포르노라는 거대한 산업에 노출되었고 그 세계를 살고 그러다보니 자극에 무뎌지고 범죄에 영향도 받는. 지금의 포르노는 기성세대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포르노와는 그 내용이라든가(없지만) 영상이 더 폭력적이지만 그러니 그걸 보는 남자들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런데 그건 누가 만들었냐 이 사회가 만들었다, 이익을 보기 위한 포르노 산업은 거대한 손길을 여기저기 뻗치고 있다고 밝히는 거다. 그렇게나 폭력적인 영상과 여성을 물화시키는 후기까지 접하면서도 진짜 문제가 뭔지 보려고 하고 그래서 해결하고 싶어하는 데에서는 정말이지 그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일 다인스, 아주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포르노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들 조차 의견이 갈린다. 표현의 자유로 허락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여성들에게도 성적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거다. 우에노 치즈코도 자신의 책을 통해 포르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단,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포르노 자체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전제는 그렇다면 그 아동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말하는 걸까? 18세는 안되지만 19세는 되는 걸까? 그 둘은 한 살 차이인데? 30세지만 아동처럼 차려입고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아동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포즈로 찍는 영상은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아동을 출연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가?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의 명확한 선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그 선의 바로 옆에 있는 선은 그렇다면 아주 작은 차이로 되는 것으로 넘어가버린다면, 결국 그 경계는 불분명해지지 않을까. 게일 다인스가 밝히는 이 거대한 포르노 산업에서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적 전제다. 하다 못해 허슬러 잡지를 만든 래리 플린트 조차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편에 서있단 말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동을 성적대상화 시켜버린 엔번방 이고, 아동을 성애화 시킨 성인용 옷이며, 성인을 아동처럼 꾸민 옷차림들이다. 



이 책의 결말에 가까워지면 아주 중요한 단어가 나온다. 스펙트럼. 



이같이 성인 포르노에서 아동 포르노로 넘어가는 현상은 기존의 통념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사람들은 흔히 아동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남자들이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과 행동을 보이며, 다른 남자들과는 별개의 집단을 형성하는 소아성도착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다이애나 러셀Diana Russell과 내털리 J. 퍼셀Natalie J. Purcell 의 철저한 실증적 문헌 분석 결과, 소아성도착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 모델이 두 가지(소아성도착자와 비소아성도착자)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그보다는 스펙트럼의 형태로 존재한다. 일부 남자는 확실히 한 쪽 극단에 위치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양한 지점에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이 스펙트럼상에서 남자의 위치는 바뀔 수 있는 데, 특정 시점에 그의 삶의 경험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이동한다. 러셀과 퍼셀에 따르면, 과거에는 연구자들이 특수한 삶의 경험, 예를 들면 배우자의 상실, 약물 남용, 실직 등을 관련 요인으로 꼽았다면, 최근 연구는 지속적 포르노 이용이 스펙트럼상의 이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p.313~314



소아성도착 포르노를 보고 소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소아성도착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소아대상 포르노면 볼거야, 나는 그게 취향이야, 그거 보고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야지, 나는 그렇게 태어났어, 가 아니란 말이다. 아동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중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야 그건 아니지'를 생각했던 남자들이라는 거다. 주류  포르노를 보다가 자극에 무뎌지니 곤조 포르노로 옮겨가면서, 처음에는 곤조 포르노의 폭력적인 영상(학대 및 구토)을 보고 뭐야, 이런 걸 왜 봐, 했던 남자들이 결국 곤조 포르노를 보고 흥분했다는 후기를 남기고, 그 자극에도 무뎌지다 보면 '야 아무리 포르노를 좋아해도 아동 포르노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 라고 했던 남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비하고 만드는 남자들이 되는거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분명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나타난다. 게일 다인스도 조심스레 말하고 있지만, '모든 포르노 이용자가 반드시 성범죄자가 된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성범죄자와 대화를 해보면 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포르노가 있었음이 밝혀지는 거다. 포르노를 보고 흥분을 하고 포르노를 보면서 강간에 더 힘을 싣는 거다. 나는 그런 포르노 유저들과 달라, 나는 도덕적이며 경계를 분명히 해, 라고 자신하는 남자들이라 하더라도 러셀과 퍼셀이 말하는 바로 그 스펙트럼 내에 있는 남자들이다. '절대 그러지 않을거야'라는 양극단의 끝쪽에 있는게 아니라, 그러지 않는 남자와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를 끝에 두고 그 사이에 스펙트럼처럼 분포해있는 그 어느 한 지점, 포르노를 보는 당신은 지금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스펙트럼 내에서 당신은 자칫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명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가, 감옥에 가는 범죄자가 된다. 



나는 그간 이성애 연애를 해오면서 내 연애 상대들이 그 모두가 포르노를 봤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에게 '포르노를 봤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 그리고 어떤 요구들은, 내가 그 때 말하지 않았어도 '이 새끼 포르노 보는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그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다가 여러차례 떠오르면서 '그 새끼도 포르노 본거였네'라는 생각을 했고. 그랬더니 어떤 결론이 내려졌냐면,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거였다. 섹스를 잘했던 놈이나 못했던 놈, 근육이 있거나 살만 피둥피둥하게 있던 놈, 그 모두가 포르노를 보았고 가끔 나와 혹은 나에게 그 영상들 중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어했다. 그중에는 '이래도 되는걸까'를 순간 생각하게 할만한 요구들이 있었고, 지금은 나에게 가장 끔찍하게 생각되는 어떤 놈에 대해서는 일부 멘탈이 찢어져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백프로가 보았다는 거였고, 나는 그런 포르노를 본 적 없었으나, 그들과 함께 포르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거다. 물론, 


연애하지 않아도 살고 있고.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자신이 포르노를 잠깐 보고난 후 여자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얘기했더랬다.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음모 색깔에 대해 상상하는 자신이 싫어서 어서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을 했더랬는데, 그 자각이 과연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 중에 몇 프로에게나 찾아들까. 이 책에서도 숱하게 언급되지만 남자들이 자신이 끔찍하게 생각했던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도대체 그 지독한 포르노를 보면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얼마만큼이나 타당한 것일까. 그동안 읽어온 책에서 포르노 편에 드는 사람들은 반포르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성엄숙주의자 나 성보수주의자라고, 성적 자유를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욕을 한다. 나는 그런 주장들에 '나는 성엄숙주의자가 아니야'라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이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부르는 걸로 내가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를 혐오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성엄숙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고루한 사람, 고지식한 사람, 꽉 막힌 사람, 성적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부르면 된다.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는 내가 아는 내가 옳으며, 나는 내 편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보면서 갈것이다. 포르노가 표현의 자유이고 그걸 보는 것은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로 성적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게 옳다고 믿는다면, 그러면 계속 포르노 보고 살면 된다. 포르노 보는 자신 자랑스러워하면서, 그런 자신을 사랑하면서, 포르노 보고 행복해하면서, 포르노 보고 정액 싸대면서, 그러면서 살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내가 옳다고 믿는 바대로 행할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스펙트럼 내에 존재할텐데, 포르노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양끝으로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에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면, 나는 어쨌든 그 스펙트럼에서 반대하는 사람들 쪽으로 사람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 책을 읽을 것이고 글을 쓸것이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을 위해서 그렇게 할것이다. 지금의 나는 힘이 세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그게 왜 안되는건지 계속 말하고 쓸것이다. 다소 속도가 느려도, 결국은 그렇게 되지 못할지라도, 포르노 멸망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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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여기에서 생각하기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2-10-25 11:53 
    정리한 책 중에 포르노에 도전한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3926)라는 책이 있다. 스무살 무렵에 구해 읽은 책은 묘한 동감과 또 다른 생경함이 있었다. 자유를 누리려는 사회에 진입한 여자인 내가 가지는 불만들-뭘 그렇게 다 하지 말래!!!짧은 옷도 입지 말고, 담배도 피우지 말고, 남자들이랑 놀지도 말고-과 충돌하고 무언가 삐걱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책 속의 어조의 강경함에, 그
 
 
등롱 2022-10-25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리뷰예요, 다락방님!
포르노랜드 일찍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가 힘겨워서 쉬고 있었지 뭔가요. 그런데 이걸 쓰고 연구까지 한 저자는 정말 대단하다고 동감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보이는 단호한 결의에 박수를 치고 싶네요 ㅠㅠ

데릭 젠슨의 책이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담으러 갑니다.

다락방 2022-10-25 09:34   좋아요 3 | URL
데릭 젠슨의 책은 무척 좋아요, 등롱 님. 쉬이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각할 게 많은 좋은 책입니다. 좀 두껍지만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두고두고 이렇게 데릭 젠슨의 책을 언급하게 되네요. 후훗.

포르노 연구를 하기 위해 영상도 보고 후기까지 찾아보면서 인류애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저자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멘탈 단단히 붙들어매고 씩씩하게 옳다고 믿는 쪽을 보면서 가야겠다고 새삼 다짐합니다.

청아 2022-10-25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추구하는 포르노사업이 아동을 연상하게 하는 복장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동‘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이 그런 부분을 외면하기 때문에 수많은
아동유괴,성폭력 사건이 가능하지 않나(범죄자들 상당수가 포르노를 봤을것 같은 의혹)싶구요.
다락방님 재독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에게도 힘든 읽기였지만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읽기였다고 믿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36   좋아요 2 | URL
분명 남자들도 처음에는 학대 영상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생각했잖아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영상에 대해 끝내준다고 후기를 달게 되고.. 자극에 무뎌져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성향은 아닐거예요. 누구든 보게 된다면 그렇게 되겠죠. 결국 포르노 시장이 더 학대적이 되고 지금처럼 산업이 커지게 된것도 그런 영향일테고요. 더, 더,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욕망이요. 물론 그 욕망에 부응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는걸 하지 않아야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을 좇다 보니 .. 하아- 포르노를 보는 자들의 멘탈은 찢어지고 포르노를 만드는 자들의 통장은 두둑해지고... 너무 싫어요 미미님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5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좋아요‘ 백 개를 누르는 곳이 따로 없군요??
예전에 다락방님의 포르노 안돼!!!! 내용의 글을 읽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이었는데, 포르노를 왜 봐?? 보면 안되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어요.
헌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아니!!!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가학적인 학대를 즐기는 똑같은 부류라는 걸 모르고 보는 것인가?‘
생각이 있는 것인가? 분노의 포르노 금지 🚫 그래서 시선 자체가 바뀌게 되었네요.
그 내막을 자세히 알고 나니 정말, 더욱, 이것은 안될 일이다!!! 정확한 인식이 자리잡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멘탈을 바로 잡기가 힘들었는데 다락방님과 얄라님 말씀처럼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연구한 작가와 그리고 번역가 모두가 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속이 속이 아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ㅜㅜ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다락방님의 리뷰는 늘 좋지만,
오늘은 각성도 되고, 더 좋네요^^

다락방 2022-10-25 09:39   좋아요 2 | URL
누군가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보고 흥분할 수 있다니, 그 뇌는 얼마나 찢어진걸까요.
인간이란 무릇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 공감하는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포르노 산업은 여성을 물화시키고, ‘이 여자는 이런 대우가 마땅한 사람이야‘를 주입하면서 강간 문화가 형성되고, 결국 이 시대를 사는 남자들은 여자를 성적대상화 시키는게 체화되어 있죠.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 싫고 끔찍해요. 정말이지 그 영상을 보고 누군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게 싫어서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는게, 결국 더 큰 학대로 흘러 들어간다는게 저는 징그러워요, 책나무 님. 그런 와중에 작가처럼 멘탈을 단단히 붙잡고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힘이 됩니다. 저는 그런 힘이 되는 쪽에 서고 싶어요.

책나무 님, 우리는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또 행동하는 사람이 됩시다!!

거리의화가 2022-10-25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펙트럼이라는 단어 다시 되새기고 갑니다.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과연 분명한 경계가 존재할까요? 말씀처럼 그렇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아동 포르노를 포는 이들이 모두 소아 성애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중 그쪽으로 가는 이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시작은 재미? 단순하게 주변 이들이 대부분 보니까 가볍게 시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요즘 포르노는 결코 가볍지 않고 사람을 자극시키는데 주목적이 있으므로 빠져들겠죠. 이후로는 점점 더 윗 단계를 찾게 될테구요.
저도 스쳐간 남자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남자가 포르노를 당연히 볼거라 생각해요. 어휴. 마음이 갑갑합니다ㅜㅜ
한 번 읽는것도 무척 힘들었는데 재독이셔서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완독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43   좋아요 2 | URL
저는 한 번 읽었으므로 담담히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와 재독도 너무 힘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거 .. 활자로 봐도 이렇게 힘든데, 남자들은 어떻게 심지어 영상으로 수차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영상속에서 ‘당하는 쪽‘에 이입하기보다 ‘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예로 들어지지만, 만약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을 그렇게 구토가 나올 정도로 학대한다면 어떨까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그렇게 성기가 찢어지고 피가 날 정도로 학대하는 영상이라면, 남자들이 그렇게 중독되어서 볼까요? 결국 나보다 약한 자를 학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영상 속에서 학대 당하는 쪽에 이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영상이 그저 성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어요. 결국 영상 속의 저 학대가 실생활의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올 걸 생각하면,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영상 보고 그걸 실제에서 하려는 남자가 극히 일부라고 해도, 우리가 만나는 남성이 그 일부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나요?

포르노 산업을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네요. 포르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ㅠㅠ

공쟝쟝 2022-10-25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 시원히 터지는 글 잘 읽었어요! 저는 중독 문제 관심 많아서 중독이랑 연결해서 읽고 페이퍼 남기려고 하는 중인데 … 모든 것은 중독이 될 수 있고 중독은 한번 망치기 시작하면 돌이켜지지 않아 뇌에 치명적이며 특히 청소년 뇌에 치명적이라는 거에요. 포르노에 찌든뇌는 혼자 힘으로 해결 하기 힘들어요 ㅠㅠㅠ
책 카피처럼 그남들은 포르노로 학습하고 엔번방을 만들었고 아주 뇌가 어떻게 썩어서 여자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이젠 경험적으로 똑똑히 알아요. 인간을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지 말고 어떤 기준은 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과감히 버리고 뜯어고쳐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 목소리도 내야 하고요. 이번달도 고생 많으셨씁니다!

다락방 2022-10-25 10:46   좋아요 2 | URL
포르노에 찌든 뇌가 어떻게 혼자 힘으로 해결되겠어요. 포르노에 찌든 뇌는 그야말로 멍청함과 게으름이 가득한 뇌이고 그것은 결국 악을 불러오겠지요. 더 큰 자극을 주는 영상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으로요. 영화 <돈 존>보면 포르노에 찌든 남자 나오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바로 그런 전형적인 남자예요. 결국 여자친구와 섹스도 제대로 못하고 포르노를 봐야만 섹스하는 남자가 되지요. 그런 남자가 그것은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여자를 만나면서 달라지게 돼요. 저는 이것은 좀 지나치게 긍정적인게 아닌가 하는데 어쨌든 남자가 여자와 나누는 교감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그걸 좋아하게 됩니다. 감독도 조셉 고든 래빗 주연도 조셉 고든 래빗. 우리 조 토끼..

이 포르노 세계를 부숴버리고 싶은데 정말 너무 거대한 산업이라서(책 읽다 보면 아마존도 언급됩니다..) 도대체 개인인 내가 어떻게 부술수 있단 말인가 싶거든요. 어쟀든 이런 책을 써주는 사람이 잇으니 저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야겠죠. 사실 저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여자들이 비혼,비연애,비섹스에다가 모두 탈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일단 가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노출 심한 옷 입고서 이건 내 자유야~ 해봤자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아 자유로운 영혼이다‘ 보지 않을테고요, 결국 우리 여자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섹시하고자 하는 그 욕망 자체를 내던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래디컬 화이팅임요!!

라파엘 2022-10-25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교육의 영역에서, 학습이 목적이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성적인데, 학습이 아니라 성적이 목적이 되면서 교육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성의 영역에서도, 사랑이 목적이고 사랑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쾌락인데, 사랑이 아니라 쾌락이 목적이 되면서 성의 영역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해요. 즉, 단순히 포르노 산업을 제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효과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현대 사회의 주류 이념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10-25 10:41   좋아요 3 | URL
라파엘 님의 댓글을 읽으니 어제 친구가 보내줘서 보게된 영상이 생각나네요. ‘지나영‘ 교수의 내적동기와 외적동기에 대한 영상이었거든요.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외적동기만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성적 오르면 뭘 해줄게, 대기업에 가면 고액연봉이 와. 이런 식이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이 외적동기 뿐인건데 인간 누구에게나 내적 동기-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였어요. 이 가족내에서 그리고 이 조직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내 역할-기여를 하고 싶다는 게 작용해야 하고 결국 인간의 행동은 그것으로 발단되어야 하는것인데 계속해서 외적동기로 푸시하면 내적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결국 그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외적동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만들고요. 제가 친구를 만나 젊은 친구들이 입사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성비로만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르친 일만 딱 하는 것이 전부인 것에 대해서요. 그러다보니 친구가 외적동기 내적동기 영상을 보내주더라고요. 라파엘 님의 댓글에서 학습이 목적이 되는 것은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부분인데 성적을 목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외적동기로 움직이게 되는거잖아요.

쾌락도 마찬가지죠. 내가 너랑 사랑하면서 따라오는 게 쾌락이고 그것은 내적동기죠, 그 내적 동기를 기여라고 봤을 때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감정, 너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쾌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것은 나의 내적동기의 움직임인데, 쾌락이 목적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외적동기가 될테고요. 교육에서부터 성적인 쾌락까지 전부 외적동기로만 흘러가고 있네요, 세상이.

라파엘 님, 댓글 참 좋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라파엘 2022-10-25 10:58   좋아요 1 | URL
제가 경제적 영역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직업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다락방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게 정말 맞아요. 그것을 철학에서는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라고 표현하고, 심리학에서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라고 표현합니다. 다락방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다락방 2022-10-25 12:38   좋아요 3 | URL
아! 내적 동기 외적 동기가 심리학 용어였군요! 저는 그런 줄은 몰랐고 지나영 교수가 자신의 철학을 말하는데 나오는 용어라고 생각했어요. 오, 이렇게 알고 갑니다.

그런데 저는 왜이렇게 라파엘 님이 예쁠까요?

이만 총총.

건수하 2022-10-25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떤 글을 써야할지 어려워서 계속 글을 미루고 있어요.
이 책이 아무에게나 권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보통 그럴 땐 다시 읽어보기도 하는데 다시 읽기에는 좀 지쳤구요.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에서 포르노를 로맨스로 바꾸면 얼마 전의 제가 되어서..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에 동의해요. 그래서 자본주의를 마구 미워하다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언제나 거대한 악이 존재하겠지 하며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글은 언제나 참 좋아요.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가 하나의 긍정적인 원동력이 된답니다.

공쟝쟝 2022-10-25 11:0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수하님 로맨스 끊으면 포르노 못 끊어낸 남성들 더 잘 팰 수 있다 ㅋㅋㅋ (어이, 쟝쟝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저는 무럭무럭 자라서 저의 원한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수하님 말마따나 긍정적 원동력 찾는 일에 매진할래요~💕 수하님 고생 많았어요!

다락방 2022-10-25 11:15   좋아요 4 | URL
이 책이 다시 읽기에는 지치는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년 후에 재독하는 저도 재독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재독을 하니까 처음보다 더 잘 읽히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이 책 재독하고 이 리뷰를 쓰면서 ‘사실 모든 책은 재독해야 하는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포르노가 남성의 성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로맨스가 여성의 성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는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마음과 그리고 그 과정의 애씀이 성인 여성과 남성 사이에 애정으로 표현된거긴 하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느껴야 할 성적인 쾌락이 로맨스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애 로맨스를 보는 자신에 대해서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인간의 모순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저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사실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이야말로 로맨스를 봐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네가 원하는 궁극적인 쾌락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사랑을 나누면서 발생될 때 극대화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시간과 노력은 설사 상대로부터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내 자신에게 축적된다, 이런 메세지를 충분히 받아내야 할것 같고요. 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화 보면 그 유명한 대사 나오잖아요.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저는 로맨스가 가져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로맨스가 추구하는 것도 이것이고요. 그러나 포르노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게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침략할 생각을 하게 만들죠.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행복한 끝이다, 라는 결말은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환상을 주입시키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서 본인을 미워하진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로맨스를 보지 않아야 포르노 유저를 팰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저는 이미 이 나이가 되었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 무서운 게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이런 저도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생 그리고 사회 초년생일 때 아주 많은 것들을 참아야 했고 견뎌야 했어요. 또 웃어 넘겨야 했고요. 그런 세상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살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에게도 그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랍니다, 수하 님.

건수하 2022-10-25 13: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제 마음이 조금 약간 편해졌어요. 저도 ‘마음에 관한‘ 것이라서 로맨스를 좋아해요. 그렇지만 로맨스에서는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에 불편할 때가 있어요.

제가 오늘 <노생거 사원>을 다 읽었는데 이 구절에 마음이 좀 걸렸다가.. 다락방님 댓글을 보니 이 구절이 다시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연애 관계에 있어 왜 사람들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을까요. 나를 좋아해주는 감사한 사람인데. 사실 사람들이 진짜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 드라마나 영화나 그런 곳에서 더 부추기는 느낌이 있어요. 포르노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마음대로 되는 사람은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다락방 2022-10-25 14:12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수하 님. 제가 고등학교 시절 한참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에서는 남자는 성경험이 풍부하고 여자는 죄다 처녀였어요. 한 번도 섹스해보지 않은, 그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남자는 우위에 있었죠. 그런 남자 앞에서 수동적인 여성인 것도 그러했고요. 멋진 남자는 구릿빛 피부의 단단한 근육을 가진 부자 남자.. 라고 생각했는데 로맨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판타지였죠. 그런 남자는 없. 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맨스에서도 여성들이 자기 입장과 권리를 알고 당당하게 주장하기도 하면서 더 나아지고 있지만(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도 제게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남자가 사랑해주는 것만이 행복한것처럼 그려지는 건 정말 별로죠. 그런 점에서 이성애 로맨스는 세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로맨스에서 발생하는 오해, 이해, 공감, 서운함 같은 것들을 좀 지금의 남자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있고 당연하게도 여자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람이고, 그러므로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은 교감이지 쾌락만이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하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긴다는 건 유구한 전통이랄까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라고요. 아 너무 구역질 나는 말 아닙니까.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와 다정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더 잘하려고 애쓰고 노력해야죠. 그렇게 관계를 유지해야죠. 저는 어느 한 쪽만 다정한 관계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그런 걸 그렇게 오래 견딜 순 없는 것 같거든요. 포르노는 그런 모든 감정, 애씀을 모두 배제하고 다만 학대 당하는 성적 대상이 있을 뿐이죠. 어느 순간 그것이 잘못인줄도 모르는채로 무감각해진 그걸 보는 남성들과. 교감을 바라는 여성들은 포르노에 중독된 남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휴..

단발머리 2022-10-25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재독이었는데 새롭게(?) 발견한게 아동 성도착자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 때도 놀랐을텐데 그 때는 워낙 충격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어서요. 이번에는 확 다가오더라구요. 더 큰 자극을 원하는건 인간의 본성이고 멈출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럼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포르노 관련 여성주의내의 다툼에서 결국 포르노 지지 쪽이 승리했잖아요. 성과 관련된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쪽이 ‘자유‘라는 기치 아래, 성을 향유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성을 누리는 것을 넘어서, 성관계하는 사람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유해하다‘는 기준을 우리가 어디쯤에 두어야 하나, 폭력의 하한선을 어디까지 둘 수 있는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 나누는 동안 성착취물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하니까요. 돈의 미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을지.... 그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 다 망했어,라는 친구의 말도 메아리쳐 들려오고요.

읽기 힘든 책을 두 번이나 읽고 이런 페이퍼까지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댓글들까지 모두 배울게 많아서 한줄한줄 천천히 읽었습니다.
포르노 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 같이 힘내보자고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고 진지한 인간간의 사귐에 대해서도 우리 더 많이 이야기하고요.

다락방 2022-10-25 13:56   좋아요 3 | URL
성엄숙주의도 성자유주의도 결국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던것 같아요. 엄숙주의라고 한다면 함부로 남자들하고 섹스하고 다니지 마라, 순결을 지켜라가 될테고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섹스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너 왜 그렇게 꽉 막혔어 너 설마 혼전순결이야? 하며 자유롭게 섹스하는 방향으로 억압하고요. 그 자유는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자유일까. 가장 중요한 건 여성들 스스로가 주체적이 되는 것,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욕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포르노 월드, 강간문화의 월드에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겠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의 관점을 내재화 해 바로 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분해하고 타자화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큰 세상,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리고 포르노 월드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이 엄청난 포르노 산업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게일 다인스도 책에서 그러잖아요. 개인적으로 맞서는 것 말고는 사실 자기도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저는 제가 혼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포르노 산업을 멸망시킬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엔번방은 계속 만들어지고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역시 끊이지 않겠죠. 저도 어느 한 순간 인류가 모두 죽고 사라져야만 이 비극이 끝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저는 살아 있고 그리고 저보다 젊은 여성들이 살아 있으니, 그렇다면 좀 더 안전하게 살게 하고 싶어요. 게일 다인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저는 그렇다면 이런 책을 소개하고 제 생각을 쓰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현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만 하더라도 이 책을 함께 읽었더니 그동안 막연하게 포르노를 생각했던 분들이 포르노의 잔인한 현실을 알게 되셨잖아요. 모르는 것보다 아는게 낫고 안다면 또 어떤 부분은 행동으로 이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진지하고 또 쾌락까지 가져오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믿고 있습니다. 힘내서 나아갑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10-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재독하고 이런 멋진 리뷰도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저도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특히 아동포르노에 있어 그렇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되고 저기부터는 안 된다는 말이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 깨달았어요. 전반부의 노골적인 묘사를 보는 괴로움을 넘고 나니 중,후반부는 저자가 글을 설득력 있게 잘 썼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네요. 남성들도 포르노산업의 피해자로서 진술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어요. 저자의 노력이 널리널리 영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10-27 15:40   좋아요 1 | URL
우리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윤리의 선이 자칫하면 부서지거나 지워지기 쉬운 것 같아요.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마련이니, 이정도까지는 그래 이만큼은.. 하고 풀어놓는 건 순간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자각이 들어 와 이건 아니지, 했다면 다시는 그 길로 가지 않는게 맞지요. 모두가 그렇지 않은거야 너무 당연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약한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게 자연스러워지고, 그건 결국 여성과의 관계맺기에 애를 쓰지 않는걸 뜻하는 것 같아요. 애를 쓰지 않음, 애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여성의 성은 그저 내가 갖고 싶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의 멈춤을 어떻게든 열리게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답답하고 갈 길도 멀고, 게다가 그렇게 생각이 멈춘 상태로 살아가라고 포르노 산업이 거대한 힘을 쏟아붓네요.

답답한 읽기 였지만 정말 잘한 읽기였어요. 독서괭 님,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