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를 처음 읽었던 건 2020년 이었다. 이번에 읽으면 재독인건데 두 번째 읽는 것이니만큼 나는 내가 덜 힘들거라고 생각했건만, 웬걸, 펼치자마자 수시로 책장을 덮어야했다. 글로 묘사된 것만 읽어도 포르노의 장면장면 들은 역하고 끔찍한데, 그걸 영상으로 보는 남자들은.. 안녕한가? 글로 묘사된 일부만 조금 읽어도 멘탈이 찢어질 것 같은데, 그걸 영상으로 보는 남자들의 멘탈은 정말로, 괜찮은가? 그들의 일부는 분명히 파괴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아니, 나는 결코 파괴되지 않아, 포르노는 판타지야, 그건 우리가 그저 재미삼아 볼 뿐이라는 말들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파괴되어 있는지 혹은 무너져 있는지 모르는 채로 그들은 포르노를 현실에서 답습하고 있으니까. 


우선 게일 다인스는 이 책에서 주로 '곤조 포르노'에 대해 다룬다고 밝히고 시작한다. 잠깐 설명을 보자.



미국 주류 포르노는 크게 두 가지, 장편 포르노와 곤조 포르노로 분류된다. 플롯 중심의 장편과는 달리 곤조는 성행위만 주로 집중해서 보여주며 폭력성이 더 짙다. -p.20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인터넷 주류 포르노가 곤조 포르노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과 기성세대 들은 지금의 포르노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짐작도 못하고 그저 누드인채로 섹스하는 영화이겠지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아니다. 나는 SNS에서 뜻하지 않게 무방비상태로 포르노에 노출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포르노 사이트로 유도하는 광고였던 것 같은데 보자마자 숨이 막혔더랬다. 남자들이 무더기로 여자 한 명을 마치 노예처럼 다루면서 학대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서는 정액이 흘러내리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게 내가 검색해서 본 것도 아니고 부러 찾아본 것도 아니고, 그저 트윗을 보다가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짧은 영상인데, 이걸 만약 굳이 찾아보고자 한다면, 그래서 검색어로 넣는다면 도대체 어떤 영상들이 얼만큼 펼쳐질까? 물론 게일 다인스는 검색어 하나를 넣었을 때 나오는 포르노 사이트와 그에 대한 설명들 그리고 짧은 예고편들에 대해 이 책에서 처음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아, 물론 일부만. 그것이 아주 일부임에도 그리고 글로만 읽었어도 정말로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만약 남자들이 그것이 타인과의 교류에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그저 본인의 쾌감을 위해 보는 거라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쾌감 혹은 쾌락을 위해서 그런 영상을 보는 멘탈은, 괜찮은거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잠깐동안 포르노를 보았던 경험에 대해 적고 있다.





포르노는 나의 무의식적인 공상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나의 판타지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여성을 봤는데 관심이 간다면, 즉시 ‘저 여자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어떤 창조적이고 열띤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르노를 보았을 뿐인데도, 가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의 음모는 무슨 색일까, 성기는 어떤 모양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 질색이다. 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문명과 혐오》, 데릭 젠슨, P179







짧은 시간 동안 본 포르노를 통해서도 여자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자신을 데릭 젠슨은 마주했다. 그렇다면 수시로 보는 남자들은 여자를 도대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데릭 젠슨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친구에 대해 얘기했던 한 여성과의 일화도 적어두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여자가 해준 이야기였다. 자기랑 같이 사는 남자가 자기한테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종종 밤에도 침실에 있다 말고 서재로 갔다. 여자는 그가 일을 하러 가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따라가보니 그가 포르노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있는 여자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고 그 여자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와 경쟁해서 이길 방법이 없었어. 그 여자는 말을 안 하니까." 여자는 관계를 끝냈다. 관계라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문명과 혐오》, 데릭 젠슨, P158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가 확대되기 전에 '휴 헤프너'의 <플레이보이>가 있었음을 언급한다. 남자들에게 고급진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면서 그러나 그 안에 여성의 누드를 끼워 팔던 잡지. 플레이보이의 메시지는 남자들에게 꽃뱀을 조심하라고, 결혼이라는 족쇄에 매이지 말고 아내 한 명을 거느리는 대신 젊고 아름다운 여자 여러명을 거느리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1950년대, 가족을 찬양하던 미국에서. 전국적인 메세지는 여자에게 결혼하라고 하고 있었고 가정에 충실하라 하고 있었고 가족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플레이보이는 남자들아 싱글로 살면서 여러 여자를 거느리렴, 했던 거다. 




이렇듯 대중 심리학자들이 경제계가 미국 남성을 "하찮은 남자"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하는 동안,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한 여자들은 미국의 남성성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에런라이크는 "경제계를 이끄는 자들은 냉전 시대 미국에서 비판의 대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목하기 쉽고 받아들일 만한 악역은 여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여성은 욕심 많고, 교활하고, 게으르게 묘사되면서 남자들을 지나치게 길들여 남성성을 거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P.59



자, 그러니까 우리는 이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휴 헤프너와 그 이하(든 뭐든)는, 여자들은 남자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돈을 뜯어내려 하고(일하는 건 남잔데!) 남성에게 위협적이야, 그러니까 우리의 남성성을 살리고 남성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젊고 예쁜 여러 여자들을 거느리라고, 그리고 그녀들 위에 군림하자고! 라고 진행됐던 것. 결국 플레이보이라는 세미 포르노 잡지는 그저 벗은 여자와 그 벗은 여자들과 어떻게 섹스할 것인지만 슬쩍 슬쩍 보여줬다가 지금의 곤조 포르노까지 오게 된것이다. 신체에 훼손이 올 때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이, 여자의 감정이나 기분 혹은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본인의 성기로 무조건 힘차게 박아대기만 하는 영상이. 

자극적인 말과 영상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생각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쌓이고 길어질수록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노출되는 매체에 내 몸을 맡기는 일은 자연스레 일어난다. 둠칫 두둠칫. 휴 헤프너의 생각과 시도는 남성들로 하여금 플레이보이를 사게 만들었고 여자들을 무릎 꿇(고 성기를 핥)게 만들었으며 조금 더 심한 영상과 조금 더 심한 자극을 찾도록 했다. 그래서 사고를 멈추면 안된다. 생각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지배하에 들어가기가 쉽다. 휴 헤프너가 지배한 세계에 그리고 포르노가 지배하는 세계는 아주 쉽게 남자들을 점령했다. 그렇다면 남자들만 점령해서 여자들은 자유로워졌냐 하면, 그게 그럴 수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랑을 받고 또 주고 싶은 동물이다. 그런 과정에서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이 만나 좋은 감정으로 관계를 시작하려고 했고 또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가 나에게 원하는 건 날 무릎 꿇게 하고 내 얼굴에 정액을 싸버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포르노 영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는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이거 기분 나쁜데, 그런데 내버려둬야 하나? 이게 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나? 이게.. 사랑이라고? 섹스할 때마다 매번 여기까지는, 이만큼은.. 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포르노속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포르노는 그대로 현실 세계로 넘어와 내 세계가 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내가 포르노를 보지 않아도 내가 이성애 연애를 하고 있다면 나는 포르노 세상을 산다. 아니, 내가 이성애 연애를 하지 않고 있어도 포르노 세상을 산다. 모든 광고와 영상은 포르노속 여성들을 재현하고 재연하고 있으니까. 여자들은 어느틈에 섹시한 것이 최상의 찬사인듯 하며 자신을 꾸민다. 이건 내 자유야, 라며 남성의 자신에 대한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플레이보이』가 가판대에 등장한 때는 여성을 혐오하고 가족을 찬양하던 바로 이 시기였다. 1950년대의 테마를 취사 선택한 『플레이보이』편집자들은 창간호에서부터 싱글 여자를 『플레이보이』독자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싱글 여자가 남자에게 결혼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재정적 출혈을 일으킬 기회를 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P.60


잘 차려입고 세련된 이 남자는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고 여성이 제공해야 하는 모든 쾌락을 즐길"줄 안다. 『플레이보이』는 플레이보이를 꿈꾸는 남자들에게 매뉴얼이 되어 주고자 했는데, 물질적 빈곤(대공황과 2차 대전)과 성보수주의의 시대에 나고 자란 이 남자들이 상품과 여성을 소비하는 씀씀이 큰 고급품 소비자가 되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P.62



그러니까 이게 남자들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자, 씀씀이 크게 여성을 소비하자는 것이 남자들의 주장이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라면, 소비되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 휴 헤프너와 그의 일당들이 주장했던 바는 남성들만 너무 일한다는 거였고 여자들은 집에 머물면서 돈만 뜯어 먹는다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그 시절, 왜 그래야 했는데? 여자들에게도 남자들만큼의 일자리가 주어지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다 괜찮았잖아. 애초에 여자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그게 여자들의 할 일이라고 말한게 누군데. 그래놓고서 이제는 여자들이 집에 머문다고 지랄들이야. 자, 여러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얘기해줄게 잘 들어봐요. 1953년 휴 헤프너는 플레이보이를 창간했다. 1963년에는 누가 뭘 썼을까?



베티 프리단이《여성성의 신화》를 썼다!! 소름돋지 않나요? 휴 헤프너가 여자들은 일하지도 않으면서 남자들 돈이나 뜯어 먹는다! 하고 있는데, 베티 프리단은, 집안에 있는 여성들이 이름붙일 수 없는 문제에 휘둘리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문제를 느낀 여성들은 결혼 생활이나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성들은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엌 바닥에 윤을 내면서 불가사의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도대체 자기는 어떻게 된 여성이란 말인가? 그런 여성은 자기 불만을 인정하는 행동을 너무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같은 불만을 지니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었다. 남편에게 말해보려고 애썼지만 남편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조차도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15년 넘게 미국 여성들은 섹스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들조차 이런 증상에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많은 여성들이 그랬듯이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러 간 어느 여성은 "무척 수치스러워요" 또는 "전 절망적일 정도로 신경질적이에요"라고 말했다. 교외의 어느 정신과 의사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요새 여자들이 뭐가 문제인지 통 모르겠어요. 우연찮게도 환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어요. 성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러나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대체로 정신과 의사에게 가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정말 문제될 게 없어. 아무 문제도 없단 말이야."

1959년 4월의 어느 날 아침, 나는 뉴욕에서 15마일 떨어진 교외의 새 주택가에서 주부 네 명과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가 넷 있는 엄마가 절망적인 어조로 조용히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나머지 부인들은 그가 남편이나 아이들 또는 가정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 자리에 있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모두 똑같은 문제, 설명할 수도 없는 그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깨달았다. 그들은 주저하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이들을 보육원에서 데려와서 낮잠을 재운 두 명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순수한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p.67-68




결혼하고 남편이 돈 벌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정말 끔찍했다고, 그게 여성들을 괴롭혔다고 여자들은 이미 깨닫고 말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들은 그 점에 대해 알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휴 헤프너가 남성들을 자신의 뜻대로 계몽(?)시키기 위해 주장했던 모든 것들은 읽을 때마다 '백래시네' 라고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여성들을 '소비하기' 위한 백래시, 여성들을 '기죽이기 위한' 백래시.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는, 자신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백래시. 

휴 헤프너는 말했다. 결혼한 남성은 여성에게 종속되는 거라고 여자들에게 돈을 뜯긴다고. 그러니 가정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고 젊고 예쁜 여자들을 여럿 거느리는 삶을 살라고.



그리고 아, 우리의 '수전 팔루디'는 휴 헤프너가 주장한 바가 모두 틀렸다는 것을 1991년 《백래시》에서 밝혀주었다.
















미시건 대학교 사회연구소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에서 남성의 정신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로널드 케슬러 Ronald Kessler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싱글 여성으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떠들어 대는 모든 활동들은 대단히 황당무계해 보입니다. 여기서 가장 악전고투하는 건 싱글 남성들이에요. 남성이 결혼을 하면 정신 건강이 크게 향상되죠.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1


실제 싱글 남성들은 기혼 남성들보다 시무룩하고 소극적이며 혐오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1


싱글 남성들은 싱글 여성에 비해 숱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 더 우울해하고, 소극적이며, 신경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기절에서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리적 고난의 증상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한 연구에서는 싱글 남성의 3분의 1이 중증 신경증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싱글 여성의 경우는 겨우 4퍼센트 뿐이었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72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모든 문헌을 검토하고 유전학에서부터 월경 전 증후군, 피임약 등 다양한 요인들을 테스트해 본 저명한 정신 건강 연구자 제럴드 클러먼 Gerald Kleman과 미르나 와이즈먼Myrna Weissman은 여성 우울증에는 두 가지 큰 원인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었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97


문학 비평가 샌드라 길버트Sandra M. Gilbert와 수전 구바Susan Gubar가 전후 시대에 대해 논평한 것처럼 "뇌를 써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늘어갈수록 소설, 연극, 시에서 여성을 육체밖에 없는 존재로 재현하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p.118



휴 헤프너가 한 짓은 휴 헤프너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플레이보이 는 날개돋힌 듯 팔렸으니까. 고급진 라이프를 자기것이 될거라 착각했던 남자들은 휴 헤프너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었다. 소설 몇 개 끼워 넣으면서 고급 잡지인척, 고급 라이프스타일 파는 척, 그는 여성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강간 모의 사이트 소라넷도 성인 소설을 연재했더랬다. 소라넷에 소설을 연재했던 사람들은 '그러나 나는 강간 모의는 하지 않았는 걸' 하고 자유로울까? 휴 헤프너는 『뉴요커New Yorker』편집자였던 콩트 스펙토스키를 고용해 플레이보이의 문학란을 키우고자 했고 콩트 는 그런 능력을 가진 자였지만, 그러나 그는 잡지의 성적인 콘텐츠를 불편해하며 휴 헤프너와 자주 충돌했다. 소라넷에서 소설을 연재하던 남자들은 결국 소라넷의 컨텐츠가 불편했을까? 소라넷에서 소설 연재했던 걸 자랑스런 이력인양 삼는 이도 있던데? 포르노를 야한 동영상이라며 그걸 보는 내가 쿨하고 성에 개방적인 거라고 살다가 멘탈 이미 찢어진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있다. 대부분 그렇다. 나는 포르노에 뇌가 절여지는 남자들이야말로 악으로 귀결되는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음, 애쓰지 않음. 무지와 게으름. 이에 따른 욕망의 실현은 악이다. 



1953년에 휴 헤프너가 플레이보이를 만들어 떼돈을 벌고 1963년 베티 프리단이 여성성의 신화를 쓰고 1991년 수전 팔루디가 백래시를 쓰고 2011년 게일 다인스가 포르노랜드를 써서 휴 헤프너를 꼬집는다. 

이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자, 더 읽어보겠다.

2020년에 포르노랜드 읽고 썼던 글들과 혹은 관련된 글들을 덧붙여둔다.


《포르노랜드》그것이 정말 당신을 위해서인가? 


《포르노랜드》우리가 살고 있는 포르노랜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아무튼 이런 교감이 미치도록 좋다 


정작 봐야할 놈들은 안보겠지. 


《포르노에 도전한다》only words 


[포르노그래피]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폴댄스는 이제 매우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메릴랜드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포르노 영화를 상영했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는 포르노 배우이자 감독인 조애나 에인절Joanna Angel을 섹슈얼리티 강의의 연사로 초빙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할 얘기는 많지만, 이들 사례만으로도 포르노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 또 굳이 언급하기도 새삼스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의 평범한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중대한 질문을 하나 던지자면, 이러한 포화 상태가 우리의 문화, 세규얼리티, 성역할에 관한 인식,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대대적인 사회 실험이 진행 중이고, 그 실험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며,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 P17

나와 대화를 나눈 여자 대학생들은 대부분 곤조 포르노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곤조는 점점 더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잠식하고 있다. 남자 파트너가 포르노 섹스를 그들의 몸에 시도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섹스 파트너가 항문성교를 강요하거나, 얼굴에 사정하고 싶어 하거나, 포르노를 섹스 보조용으로 이용할 때마다, 이 여자들은 포르노 문화의 최전방에 서게 된다. 이들 중 몇몇은 항복하고, 일부는 협상하며, 다수는 자신의 섹스, 데이트, 결혼 상대인 남자가 왜 항상 성적 한계선을 넘어서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 P22

주류 잡지, 포르노 업계, 심지어는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이런 변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축배를 드는 동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많은 여학생들은 그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압박받고,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획일화된 모습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이 만나는 남자는 포르노 섹스를 기대한다. 그것은 유대감도 친밀함도 없이 익명으로 전개되는 섹스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설 뿐이다. 여자가 남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포르노 문화에서는 어떤 여자든 어느 정도까지 통상적인 ‘섹시함‘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다른 여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 P23

앞서 언급했듯, 남아가 처음 포르노를 접하는 나이는 평균 11세이고, 그때쯤이면 이미 컴퓨터를 꽤 잘 다루기 때문에 이들 중 대부분이 위에서 묘사한 여러 웹사이트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포르노 문외한이라면 내가 방금 묘사한 장면들이 이 업계에서 가장 심한 경우에 속하는 특수 사례처럼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미지들은 인터넷과 대량 생산되는 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을 너무나도 잘 대표하고 있다. - P38

남자가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포르노를 본다면 남는 것은 단순한 사정 그 이상이다. 포르노의 이야기가 성적 정체성의 핵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섹스를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만, 현실 세계에서 그것이 구성, 인식, 수행되는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학적 욕구도 문화적 의미나 표현 없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 사회에서 포르노는 남자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알아듣기 좋은 스토리텔러다. - P40

포르노가 유포하는 여성에 관한 메시지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성으로 수렴된다. 여자는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남자가 원한다면 그 행위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굴욕적이고, 해롭더라도 뭐든 하려고 안달 나 있다. 포르노 속 여자들의 어휘에 ‘싫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여자들은 부디 자기 몸에 있는 구멍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호은 그 한계를 넘을 정도로 벌려지기를 바라는 듯 보이며, 그 행위가 더 기괴하고 굴욕적일수록 성적 흥분도 더 많이 느끼는 듯하다. - P41

이 여자들은 박히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섹스에 대한 자기만의 상상은 없는 듯하다. 이들의 욕구는 언제나 남자의 욕구를 그대로 비춘다. 사실상 그들이 남자에게 요구하는 건 더 세게 박아달라는 것 뿐이다. - P41

야동의 세계에 사는 여자는 자신에게 경멸과 혐오만을 표출하는 남자와의 섹스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이며, 대개는 그 모욕이 심하면 심할수록 당사자 모두가 더욱더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하다. 이곳은 여성에게 동일 임금, 의료 및 보육 서비스, 은퇴 후 계획, 자녀를 위한 양질의 교육, 안전한 주거 환경 같은 건 필요치 않은 단순한 세계다. 이 세계는 일차원적 여성, 구멍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여자들로 가득하다.
포르노가 전달하는 남자에 관한 메시지는 사실 훨씬 단순하다. 포르노 속 남자는 영혼도, 감정도, 도덕 관념도 없이 발기한 음경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 유지 체계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여자를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이 남자들은 섹스 상대인 여자가 얼마나 불편해하든, 고통스러워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어떠한 공감이나 존중,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남자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성적 흥분을 표출하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음경은 곧추서 있지만 - P42

실제 포르노의 ‘판타지‘ 섹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보다는 성폭력에 가까워 보인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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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0-19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딩!!동!!!댕!!!!!!! 저도 어제 시작했어요, 부장님!!!
지면 주지마 마이크 주지마. 포르노 없는 감옥에서 뇌좀 헹구고 와!!!

다락방 2022-10-20 09:57   좋아요 2 | URL
휴 헤프너가 플레이보이 만들고 그 뒤로 펜트하우스랑 허슬러 나오면서 여성의 성을 보란듯이 파는게 더 급속화되고 더 극단적이 되고.
어제는 문득 남자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여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플레이보이지 만드는 남자가 있는데 여자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여성성의 신화가 쓰이고
디지털성폭력 저지르는데 디지털 성폭력 고발하는 박지현이 나오고.

남자들은 진짜 쓸데없네요.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돼요, 진짜.

단발머리 2022-10-19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우리가 읽은 책들을 총망라하는 이런 명품 페이퍼라니요! @@ 휘둥그레! 천천히, 천천히 읽습니다.

이성애 연애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포르노세상을 산다는 걸… 우리는 알죠. 이런 모든 끔찍한 일이 돈과 연결된다는것도 참 안타깝고요. 답을 찾아야할텐데요…. 답을…. 흐미…

잠자냥 2022-10-19 14:14   좋아요 2 | URL
˝우아! 우리가.......... (아니 여러분들이) 읽은 책들을 총망라하는 이런 명품 페이퍼라니요.˝ <-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다락방 2022-10-20 09:59   좋아요 2 | URL
베티 프리단이 그리고 수전 팔루디가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들이 틀린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그걸 지적해주고 밝혀주는 것 같아요. 한쪽은 헛소리하고 한쪽은 그걸 바로잡고자 하고. 역사는 그런식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또 잘못하는 남자들과 함께 사느라 우리 여자들이 참 고생이 많아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19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머리말의 충격이 가장 컸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재독이시라니 더 힘드실듯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링크해주신 글들도 찬찬히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2-10-20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두번째라 처음이 아니라서 더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와 너무 힘들더라고요. 세상에, 재독도 힘들다니.
그런 한편 여러분들게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한게 많이 미안해졌어요. 어휴. 이렇게 힘든 책을 함께 읽자고 했다니. 으, 너무 잔인했다 싶더라고요 ㅠㅠ

잠자냥 2022-10-19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이 글 읽는데도 힘든데(인용 구절마다 왜케 적나라해요;;) 아니 그걸 보고 또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휴... 인간 대체 무엇.... 곤조 포르노라는 장르(?)가 또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아갑니다....

다락방 2022-10-20 10:01   좋아요 0 | URL
여기 인용된 영상들의 장면들은 아주 진짜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 영상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웃긴건(안웃김) 그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어요. 너무.. 악이죠. 그냥 악이죠. 잔혹한 성학대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나누는 삶을 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자각도 없겠죠.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가는 포르노 세계에서 이제는 대부분의 포르노가 곤조 포르노화 되었다고 해요 ㅠㅠ

건수하 2022-10-19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 읽고 요즘 마음이 너무 추워요..

잠자냥 2022-10-19 14:13   좋아요 2 | URL
어휴, 요즘 이거 읽는 분들 대단하십니다요.....;;

다락방 2022-10-20 10:02   좋아요 1 | URL
힘들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어요 ㅠㅠ 여러분에게 같이 읽자고 한 게 미안해질 정도로요 ㅠㅠ

건수하 2022-10-20 17:00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그래도 읽은 제가 좋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2-10-20 17:0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아니에요 읽고 나니 읽어서 너무 다행이고 제가 대견하고 (응?) 그렇습니다!

미미 2022-10-19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글을 프린트해서 정독하고 PC에서도 다시 읽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포르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말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저는 크롭티가 유행하고
여성들이 자신감있게 노출하는 옷을 입는것에 갈수록 더 당당해지고 있는거라고
1차원적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노출된 스타일이
다름아닌 남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이돌의
관문과도 같은 교복 스타일도, 아이같은 복장들도요.

다락방 2022-10-20 10:04   좋아요 1 | URL
네, 여성들이 아무리 ‘나는 이렇게 해야 기분이 좋아‘라고 말해봣자, 그건 나를 욕망하는 남성들의 시선을 욕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롭티와 노출 풀메이크업이 정말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면,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러지는 않잖아요. 어디까지 타인-특히나 성적대상화 시키는 대상-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지요. 저는 페미니즘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더 화장을 안하게 되었고 이제는 노메이크업으로 다니거든요. 머리도 짧고요. 털도 안깎아요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사니까 세상 편해요. 남자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살았다고 하니 어쩐지 억울하고요. 하아-

얄라알라 2022-10-2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지만, 정말 좋은 리뷰를 읽어도
본인이 그 책을 직접 읽고 리뷰를 읽는 것과, 서문만 읽었거나 읽다 말고 리뷰를 접하는 건 천지 차이인것 같습니다.

다락방님께서 2020년 저리 촘촘히, 그리고 격렬하게 분노하면 읽으셨던 책을 2022년 다시 읽으시니

중간 중간 따라오라고 징검다리 많이 놔주실 수 있는 거네요.

<포르노랜드>도 덕분에 진짜 신나게 읽었습니다(오해는 마시어요. 이 주제를 생각해보게 되어 쾌속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여러 인용서 중에서 특히
˝부엌 바닥에 윤을 내면서 불가사의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도대체 자기는 어떻게 된 여성이란 말인가? ˝ 문장을 접하는 순간, 나는 여태 <여성성의 신화>를 다른 분들 리뷰로만 겉핥기 하고 넘어가왔구나, 현타 왔습니다...

계속 징검다리 타고 걸어가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8:44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포르노랜드 완독했습니다. 저 역시도 신나게 읽었어요. 어떤 결의 같은게 막 타오르면서 지금 젊은 여성들이 마주한 세상이 어떤건지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보다 확실히 아는게 낫다, 그래야 갈 길을 정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 신나게 읽었습니다. 상세한 포르노 묘사들이 너무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는게 저는 저에게 매우 좋았다고 생각해요. 뭔가 저에게 더 단단한 근육이 생긴 것 같달까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얄라알라 님! 그리고 읽느라 고생 하셨고요. 자, 우리는 계속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