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갔더니, 예년과 다르게 시끌벅적 하더군요. 역시나 애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가 봅니다.

누님댁도 인천에 있습니다만, 뭐 무슨 날이나 돼야 일 년에 한 번 볼까 하는데, 요새는 통 못 보고 지내지요. 이번 명절에 내려가 보니 조카들이 무럭무럭 컸더군요.



제 첫 조카 은솔이입니다. 참 이쁘네요.ㅎㅎ 제가 나이 26이 되도록 죄다 동생들이었는데, 누나가 매형이 만들어준 제 첫 조카가 되겠습니다. 이 아이 갓난 시절에는 한 집에 같이 살기도 했더랬는데, 요렇게 커서는 통 못보고 지냅니다.

요번에 시골에 내려가서 보니, 삼촌 하면서 달려와 안기고 뽀뽀를 해주는데는, 아주 이쁘고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더군요.

이제는 말도 제법 잘합니다. 몇 살이냐고 하면 지는 다섯 살이라고 우기는데, 이제 네 살이라더군요. 세배하는데 "할아버지 새해 복 마니 받으셔여"하고 혀짧은 소리를 내며 큰절을 엉거주춤하는데 고게 그렇게 깜찍할 수가 없더군요.

새뱃돈을 참 많이도 벌어갔더랍니다.ㅋㅋ

더 이쁜 건 이 아이가 어른에게는 언제고 높임말을 쓰더란 것입니다. 말끝마다 요자를 붙이고 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하는데는 어른들에게 이쁨을 듬뿍 받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이게 참, 제 엄마가 워낙 성질이 사나워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참 이쁘고 착하게 크겠구나 하는 생각에 참 즐거워지더군요.



이 놈은 우리 은솔이 동생 동혁이랍니다. 지난 가을인가 돌 때 보고 처음인데, 이제는 제법 사내아이 티가 나네요. 삼촌 뽀뽀하면 입을 크게 벌리고, 꼭 입에다 뽀뽀를 합니다. 세배도 얼굴을 바닥에 댈 정도로 허리를 휘청 구부려서 하는데, 이 아이 웃는 얼굴은 세배 보다도 더 좋은 축복 같더군요.

지금은 엄마 아빠 정도 하지만, 또 나중에 보면 부쩍 크겠지요.

이 아이들 하고 놀면서 보낸 명절이 가장 즐겁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놈들만 보면 얼런 장가가서 요렇게 이쁜 애들 낳고 싶어지더군요. ㅎㅎ

제 조카들 무척이나 이쁘죠? 은솔이는 무슨 미미핸드폰을 사달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세뱃돈만 만원 쥐어주고는 미미핸드폰은 사주지도 못했네요.ㅎㅎ

조카들에게 삼촌이라고 뭐 해준 것도 없고, 이거 삼촌이 영 변변찮아서 조카들에게 미안스럽네요. 조카들이 너무 이쁘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서 모든 해주고 싶은 심정, 이게 삼촌의 마음인가봐요.ㅎㅎ

제가 아이들에게 뭐가 좋은지 뭘 알아야지요. 여러분들께서 좀 도와주실거죠? 여자아이 은솔이는 이제 4살이고요, 사내아이 동혁이는 지난 가을 돌을 지냈습니다. 얼마전 받은 알라딘 적립금이 조금 남아서 그걸로 뭐 아이들 책이나 장난감 같은 걸 사줄까 하고요.

뭐가 좋을지 좀 골라주세요.ㅎㅎ 골라주시는 분 중 한 분께 고작 딸랑 책 한 권 선물해 드릴거지마는 그래요, 좀 도와주십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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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카 선물 추천하기
    from 비우고 채우기 2008-02-10 02:12 
    지난 가을에 돌이었다구요. 제 둘째 조카랑 몇 달 정도 차이가 나네요. 조카를 지켜보니 유독 팝업북을 좋아라 했어요. 움직이고 튀어나오는 것이 신기한가봐요. ^^       그리고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으로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추천이에요. '까꿍'이라는 의성어 때문에 아이들 반응이 좋은 듯해요. 그밖에...   부모가 읽어주기 때문에 함께 들여다볼 때 더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도
  2.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from 나비의 오래된 감각 2008-02-10 06:45 
    4살과 작년 가을에 돌이 지난 조카의 선물로 고민하시는 멜기세댁님은 정말 좋은 삼촌이에요!! 제 동생 녀석들은 존으로 주고 때우던데,,,왕부럽군요~.ㅎㅎㅎ 조카들에게 잘하는 남자가 장가가면 자식들에게도 잘하던데...ㅎㅎㅎ 먼저 은솔이건 제 아이들을 키우며 유용하게 썼던 선물들을 떠올리고 바로 은솔이와 동갑인 제 조카가 즐겨 가지고 노는 것을 생각해서 함 골라 봤어요. 1. 퍼즐      &
  3. 멜기님 조카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2-10 11:23 
    멜기세덱님이 조카들에게 선물할 책을 고른다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끼적여봅니다. 나비님과 마노아님이 추천한 책 중에서 다른 책은 제가 잘 모르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저도 강추합니다. 동혁이 은솔이 모두 좋아할 책입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의 반복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아주 흡족하지요.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해 줄 수 있어 제법 큰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마 멜기
  4. 4살 여자아이 2살 남자아이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8-02-10 23:37 
    마로 4살 때 기준과 지금 해람이 좋아하는 책을 골랐어요. 우선 4살이면 한참 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될 때이지요. 감성이 따스한 책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 좋고, 그 중에서도 딸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감성에는 역시 시집. 넉 점 반과 엄마 마중. 그림도 아주 고와요. 강아지똥. 두 말 할 필요 없는 책이죠. 비디오도 좋아요. 구
 
 
멜기세덱 2008-02-1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고요, 여기 [이벤트] 카테고리에 페이퍼를 작성해 주셔도 감사합니다. 알라디너 여러분들의 물심양면 협조 부탁드립니다.ㅎㅎ

웽스북스 2008-02-10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런 건 마노아님 전문일 것 같은데 ^_^ 마노아님 동화책 리뷰 보면 저도 탐나는 것들이 몇개 있더라구요 ㅎㅎ

저는 얼마전 돌쟁이 애기한테 헝겊책을 선물했는데요, 애들 손가락 베지 않고, 물고 빨아도 안전해서 엄마들이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구요- ㅎㅎ 은솔이 보고 너무 예뻐서 미소짓고, 동혁이 보고 너무 귀여워서 감탄했어요! ㅎㅎ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918345 요거 샀었는데 디게 귀여웠었어요 ^_^

Mephistopheles 2008-02-1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숙모"일지도 모릅니다.

순오기 2008-02-10 09:27   좋아요 0 | URL
호호~ 메피님 댓글 최고의 선물에 나도 동감!!
그러면 숙모가 알아서 척척 합니다~~ 요만한 애들보면 이뻐서 꺼벅 죽는...^^

멜기세덱 2008-02-10 19:29   좋아요 0 | URL
우선 그 선물은 저한테 먼저....ㅋㅋㅋ

마늘빵 2008-02-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나도 어린이책엔 완전 전무 -_-

stella.K 2008-02-1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창 이쁠 때로군요. 나는 25무렵에 첫조카를 봤는데 아, 이 녀석이 이제 이모라고 부르겠구나 하니 감개가 무량하더라구요. 근데 왠걸 이 녀석이 점말 이모라고 부르는 때는 그로부터 2,3년 후가 지나야했다는...남자 녀석이라 말이 좀 늦더라구요.ㅠ.ㅠ

bookJourney 2008-02-1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고 가다가 ... 전에 만들었던 리스트 중에 동혁이에게 맞을 것 같은 리스트가 있어 흔적 남깁니다. (꼭 이벤트 때문에 흔적 남기는 것 같아 쑥스럽네요.)

http://blog.aladdin.co.kr/mysunshines/1245943 직장 동료의 아가들에게 돌잔치 선물로 주었던 책들입니다. 막 돌이 되는 아기에게 주었던 선물이지만 대개 1~2년은 더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랐던 거라 님의 조카에게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엄마들의 반응은 참 좋았어요. ^^)

http://blog.aladdin.co.kr/mysunshines/1485321 돌 지난 아가에게 보여줄 영어 그림책을 추천해 달라기에 골라보았던 리스트에요. 영어공부라기 보다는 아이가 재미있게 볼만한 책들을 모은 리스트랍니다.

한 가지 더 ... 멋진 삼촌이십니다 !!

라주미힌 2008-02-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조카들은 삼촌 얼굴 쳐다도 안보던데.. 몇 년만에 보니 남 남 ㅡ..ㅡ;;;;
선물공세를 안해서 그런가..

작은도서관 2008-02-1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단골로 선물하는 책 2권 - 구름빵, 입이 큰 개구리 추천합니다^^
 

[語文生活 바로잡기]

外來語 原音主義 表記의 明暗

沈在箕(서울大 名譽敎授)

우리나라 語文生活(어문생활)의 不條理(부조리)를 한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漢字語(한자어)를 漢字로 적지 않으려는 風潮(풍조)라 하겠다. 外來語(외래어) 原音主義(원음주의) 表記(표기)도 漢字로 적을 수 있는 中國(중국)과 日本(일본)의 人名(인명) · 地名(지명)에 와서 딜레마에 빠진다.

外來語란 원래 외국어이지만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말 次元(차원)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잉크, 펜, 마이크, 필름 같은 일반명사도 외래어이고 아이젠하워, 아웅산 수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사람 이름이나 샌프란시스코, 블라디보스토크, 프랑크푸르트 같은 땅 이름도 외래어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그런데 世界(세계)의 모든 나라가 이 外來語를 表記하고 發音(발음)할 때에는 자기 나라 말소리의 성질에 맞추어 발음하는 것을 慣行(관행)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英語(영어)에서는 프랑스의 땅 이름 'Paris'를 '빠리'라 발음하지 않고 '패리스'라고 발음하며, 러시아의 땅 이름 'Moskva'를 '모스크바'라 발음하지 않고 '모스코우'라 발음한다. 이것이 生硬(생경)한 外國語(외국어)를 자기 나라 音韻體系(음운체계)에 맞추어 歸化(귀화) 定着(정착)시킴으로써 日常(일상)의 言語生活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이러한 外來語 受容(수용) 原則(원칙)에 따라 二重(이중)의 體系가 通用(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즉 가까운 나라, 중국과 일본의 人名 · 地名은 모두 漢字로 적을 수 있으므로 漢字로 적고 우리나라 한자음으로 읽었고, 그 외의 먼 나라는 그 나라 발음을 존중하여 그것을 한글로 音寫하는 이른바 原音主義를 채택하였었다.

그래서 魯迅(노신), 蔣介石(장개석), 毛澤東(모택동), 北京(북경), 延吉(연길), 上海(상해)가 우리에게 익숙하였고, 伊藤博文(이등박문), 臣秀吉(풍신수길), 東京(동경), 大阪(대판)이 우리 입에 편하게 오르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1986년에 改定(개정) 施行(시행)한 外來語 表記法은 大原則을 原音主義 하나로 固定(고정)시키고, 다만 필요한 경우 漢字를 倂記(병기)하도록 하였고 종전 慣行을 약간 許容(허용)하는 것으로 規定(규정)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表記가 共存할 수 있게 되었다.

· 鄧小平 / 떵샤오핑 / 등소평
· 胡錦燾 / 후진타오 / 호금도
· 黃河 / 황허 / 황하
· 臺灣 / 타이완 / 대만
· 北海道 / 홋카이도 / 북해도
· 玄海灘 / 겐카이나다 / 현해탄

그러나 言論(언론) · 出版物(출판물)에서는 漢字가 실질적으로 사라졌으므로 '쑨원', '와이멍구'가 각각 '孫文(손문)'이요, '外蒙古(외몽고)'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일본의 人名에 이르러서는 철저한 원음주의가 지켜져서 '후꾸사와류기치'가  '福澤諭吉(복택유길)'이요, '나쓰메소세키'가 '夏目漱石(하목수석)'이라고 짐작할 수도 없다.

저들은 우리나라 固有名詞(고유명사)를 모두 자기네식으로 부른다. 金大中(김대중)을 '찐따종', 盧武鉉(노무현)을 '루우쒠'으로 부르고 三星(삼성)을 '싼씽', 現代(현대)를 '쎈따이'로 부른다. 李承晩(이승만)을 '리쇼방', 全斗煥(전두환)을 '젠또깡'으로 부른다.

우리도 중국 · 일본의 고유명사는 우리 한자음대로 읽는 전통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 『語文生活』통권 제121호 2007.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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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전처럼 우리 한자음대로 읽는 것이 좋아요!
원음으로만 써 놓으니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욧!
 

漢字의 올바른 인식을 위하여

安秉禧(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우리가 가용하는 漢字를 '중국글자'라 부르는 사람이 간혹 있다. 우리나라 글자인 한글과 대비하려는 뜻이 숨겨져 있다. 나아가 한자를 混用하자는 사람을 중국에 빌붙는 非愛國者로 치부하려는 含意가 내포된 용어이다. 그러나 나라 사이의 문물교류를 생각한다면, 더욱이 우리나라 한자의 특수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용어가 적절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현대생활의 대표적인 의식주를 비롯하여 그 밖의 문물제도에 대하여 그 原籍의 나라 이름으로 부른다면 큰 망발이 될 것이다. 한자를 중국글자라고 하는 일도 똑같이 망발에 속한다.

중국글자라 하지 못하는 근거는 우리나라 한자 안에 존재한다. 한자의 三要素에 形音義가 있다. 可視的인 글자의 꼴을 字形, 글자가 나타내는 發音을 字音, 글자의 뜻을 字義라 하는데, 모든 한자는 이 三要素를 갖추고 있다. 表音文字가 形音의 두 要素만을 가진 것과 대립된다. 이들 三要素를 우리나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되는 한자에서 살피면 공통되는 점도 있지만 차이나는 것도 있다. 字形과 字義는 대체로 공통된다. 오늘날 標準字體가 中國에서는 簡體字로 되고 日本에서는 많은 略字로 되어 있으나, 간체자나 略字의 기본은 이른바 繁體字나 正字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標準字體이다. 따라서 字形의 공통성은 인정된다. 字義도 똑같다. 나라에 따른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한자는 세 나라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字音은 세 나라가 확연히 다르다. 일찍부터 언급되는 사실이지만 '韓國'을 '한국'으로 발음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허용된다. 극히 일부 한자의 발음이 같을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한자의 거의 대부분은 독특한 발음을 지닌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한자를 중국글자로 부르지 못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 한자학습은 《千字文》과 같은 蒙學書로 행해져 왔다. 책을 펼치면 大字로 된 한자가 있다. 韓石峯과 같은 名筆이 쓴 한자로 字形을 익히면서 習字도 하고, 그 아래 한글로 된 '하늘 천'과 같이 한자의 뜻과 발음을 공부한다. 그리하여 '天'이란 한자의 形音義를 익히는 것이다. 《千字文》은 16세기 후반에 비로소 나타나지만 이러한 학습법은 훨씬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자료가 없으나 아마도 한글 창제 훨씬 이전부터 있은 것으로 추측된다. 字形을 보이지 못하는 한글로나 口頭로 한자를 가리키게 되는 경우에 '뜻+발음'이란 묶음이 한자의 이름으로 사용된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15세기 후반의 醫學書諺解에 《救急方》과 《救急簡易方》이 있다. 前者는 國漢混用이나 後者는 한글만으로 번역되었다. 두 책에는 환자의 혓바닥에 漢字 '鬼'를 쓰라는 方文이 똑같이 수록되었는데, 前者는 '혀에 鬼ㅅ字를 쓰고'(권 상, 16)로 되었으나 後者는 '혀 위에 귓것 귀짜를 쓰고'(권 1, 49)로 되어 대조적이다. 前者는 國漢混用으로 '鬼'의 字形을 보일 수 있으나 後者는 字形을 보일 수 없어서 '귓것+귀'(여기의 '귓것'은 雜鬼란 뜻이다)란 한자의 이름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口頭로 말할 경우에도 같다. 필자도 어렸을 적에 이름의 글자를 묻는 어른 앞에서 같은 묶음의 이름으로 대답한 경험이 있다. 이 묶음은 오랜 학습에서 굳어진 한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뜻+발음'이란 이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 이름으로 부르는 글자가 어떻게 중국글자인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 한자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거나 독특한 뜻으로 사용되는 글자가 있다. 이른바 韓國俗字가 존재한다. 일본에도 그 나름의 俗字가 있으나 전혀 다르다. 妹, 田沓, 垈地, 媤家, 黑太' 등등의 ', 沓, 垈, 媤, 太'가 우리의 俗字다. 이러한 한자는 古文書는 말할 것도 없고 實錄과 같은 史書에도 빈번하게 사용되어 있다. 이들 俗字까지 통틀어서 중국글자라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들 한자가 우리나라의 글자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한자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로 우리나라 한자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다.

그러나 동양 세 나라의 한자는 공통되는 성격이 많다. 서구문물의 東漸으로 일본에서 일어난 한자폐지론이 다른 나라로 번져 간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한자의 부정적인 측면이 사실 이상으로 강조된 점까지 같다. 그러나 한자가 이들 세 나라의 문화 발전에 남긴 불후의 功績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수한 중국 고전이나 우리 고전을 들지 않더라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朝鮮王朝實錄》과 《訓民正音(解例本)》(한글이 아니라 한글을 한문으로 설명한 책)이 우리에게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게 한 사실로써 충분히 인정된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큰 효용을 가진 문자다. 한자는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常用文字이고, 그 언어에는 우리와 공통되는 많은 漢字語가 있다. 이들 한자와 한자어는 세 나라 사이의 문화교류나 經濟交易에서 사회간접자본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연말 경제5단체 대표가 각 단체 新入社員 채용에서 한자시험을 치르기로 하고 회원사의 채용 시험에도 이를 권장하기로 하였다는 보도는 바로 그 기능을 인정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우리는 한자에 대한 올바른 認識이 있어야 할 것이다. 편협한 애국주의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帳幕일 수 있다. 역사의 이해를 위할 뿐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하여도 止揚되어야 할 태도이다.

<전통문화> 2007년 가을호,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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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0-2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 이걸 일일이 타자치신 거예요?

멜기세덱 2007-10-20 19:45   좋아요 0 | URL
이정도는 약과에요..ㅎㅎ 예전엔 모든 한자어를 죄다 한자로 바꿔서 쳤거든요..ㅎㅎ

심술 2007-10-2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맨이십니다.

누에 2007-12-3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漢字를 살려 쓰자는 意見엔 同意
 

[語文隨想]

"'한글' 創制 전에는 어느 나라 말을 썼나요?"

우리 학교 편입생 面接試驗을 치를 때마다 내가 즐겨서 던지는 質問이 있다. "世宗大王이 한글을 만들기 전에는 우리 민족은 어느 나라 말을 썼을까요?" 그 질문을 면접시험 문제로 추가하게 된 데는 背景이 있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어느 學者와 대화하던 어느 날이었다. 이른바 一流 大學을 나오고 博士學位까지 받은 그분이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創制하시기 전에는 우리는 어느 나라 말을 썼지요?" 나는 너무도 놀라 그 질문의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혹시 내가 잘못 듣지는 않았나 해서였다. 하지만 그분의 질문은 確實했다. 그분은 세종대왕이 만든 것이 바로 우리말(國語)이라 알고 있었고, 따라서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만들기 전에는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있었다면 어느 나라 말을 썼는지 이 점이 궁금해서 내게 물은 것이었다. 아주 심각하게.

세상에, 박사이며 교수인 분도 한글과 국어를 混同할 수 있구나! 國語敎育에 문제가 있구나! 그 후로부터 나는 시험 때 이 질문을 종종 한다. 지난번 수시면접 때도 물었더니, 세종대왕이 만든 게 우리말이라고 自信 있게 대답하기에 설명해 주었다.

周知하듯, 우리말은 세종대왕 이전부터 있었다. 다만 우리말을 적는 文字가 없어 漢字를 빌어다 적었고, 세종대왕께서 우리 글자인 한글을 만들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우리 글자인 한글이지 우리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한글은 國文과도 다르다. 한글은 英語의 'A B C D' 같은 알파벳이다.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같은 우리 알파벳을 運用해 우리의 입말(국어)을 적어 놓은 결과물은 國文이다. A, B, C, D를 운용해서 영국인의 입말을 적은 것이 英文이고, 한자를 활용하여 작문해 놓은 것이 漢文이듯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우리말, 즉 국어는 한글로 表記할 수도 있고 漢字로도 로마자로도 표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한글을 이용해 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요즘 자기네 固有 文字가 없는 種族에게 우리 한글을 가르쳐서 자기네 말을 적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한글이 얼마나 優秀한지, 자음 모음 몇 가지만 補完하면 대부분의 音價를 다 적을 수 있다. 예컨대 脣輕音(순경음) 'ㅸ'같은 것을 되살리면 有聲音 'ㅂ'의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음성기호로는 90여 개 소리밖에 못 적는데 우리 字母音을 활용하면 120여 개의 발음과 억양과 聲까지 적을 수 있다니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글'과 '韓國語(우리말)'를 혼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알파벳'을 '英語'로, '한자'를 '中國語'로, '가나(假名)'를 '日本語'로 혼동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 학교의 그 학자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물론 한글날 무렵이면 "한글의 危機", "영어를 잘하려면 한글부터 잘해야" 이런 말들이 신문과 방송에 반드시 등장해 매년 필자의 귀를 괴롭게 한다. 하도 괴로워 최근에는 아예 이 문제를 논문으로 썼다. 그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생, 국어 교사, 국문과 강사와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보니 정말 심각하였다. '한글'은 '우리 글자(문자)라고 남북한 國語辭典에서 분명하게 規定하고 있는데도 學生의 58%, 敎師 29%, 敎授 및 講師의 24%가 '한글'의 개념을 '우리말'로까지 認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욱 용기를 얻고 개탄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한국어의 의미로까지 쓰는 것은 誤用'이란 주장을 담아 이 논문을 어느 학회에 투고했더니만 審査委員 중의 한 사람이 '揭載不可' 판정을 내렸다. 그 이유가 내게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誤用이 아니다. 文脈에 따라 한글을 한국어로 쓸 수 있다. 따라서 게재 불가"라는 것이었다. 국문과 교수(국어학자) 중에서도 이 두 어휘를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어 놀랍기만 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왜 국어학자까지 '한글'과 '한국어'를 같은 말로 쓰는 세상이 되었을까? 그 原因으로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가장 源泉的인 것은 '訓民正音', '正音' 같은 원래의 漢字語 명칭을 그대로 쓰거나 '國字', '韓字' 같은 명칭을 썼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한글'이라는 새 명칭을 만들어 내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글'과 '글자'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한글'이라 하여 글자의 이름에 '글'이란 말을 붙여 무리하게 造語하다 보니 이상하게 된 것이다. '한글學會'라는 기관명도 이 문제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朝鮮語學會'가 光復 이후 改名할 때 마땅히 '韓國語學會'라고 했어야 자연스러웠을 텐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글학회'라 하면서 잘못되었다. '한글학회'라고 기관명을 고쳤다면 '한글(훈민정음)' 연구에만 주력했어야 하지만, 이름은 그렇게 바꾸고 우리말(한국어) 연구와 보급에 주력해 오다보니, 言衆의 뇌리에 不知不識間에 '한글=한국어(우리말)'라는 인식이 계속하여 심어지고 확산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라도 각급 학교 '國語' 과목 첫 시간에 이 문제부터 확실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국어(한국어)와 한글'이 어떤 관계인지, 이 지극히 基本的인 문제부터 정확하게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제발 한글날마다 내 귀를 자극하는 誤用 표현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李福揆 (西京大 敎授)/ <語文生活> 통권 제119호, 2007.10,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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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0-0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 58%, 교사 29%, 교수 및 강사 24%. 틀린 이들이 정말 많네요.

순오기 2007-10-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특히 가르치는 분들이!

2007-10-10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0-10 22:06   좋아요 0 | URL
어디....가시나요?
 

<어문생활>에서 서울대 우한용 교수의 글을 옮겨 온다. 『그리스 인 조르바』에 대한 글인데,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몇몇 분들이 이 소설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하시는 것을 자주 듣곤 했는데, 이 참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움직인 한 권의 책] 『그리스 인 조르바』




진정한 自由人, 조르바




  지지난 해 동료 몇 사람과 그리스를 방문했다. 이탈리아 레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學術會議가 있어 參與했다가 내친김에 그리스를 다녀오자는 計劃이었다. 일정을 그렇게 잡은 뒤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나라를 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出生地이며 소설 『그리스 인 조르바』의 背景인 크레타에 가는 길을 미리 알아 두고 싶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카잔차키스 출판사를 찾아가 그리스어로 된 原本 『그리스 인 조르바』를 얻어 가지고 왔다. 그 회사 대표의 署名을 받아 가지고 온 소설의 그리스어 이름은 이렇게 되어 있다. ΒΙΟΣ ΚΑΙ ΠΟΛΙΤΕΙΑ ΤΟΥ ΑΛΕΞΗ ΖΟΡΜΠΑ. 아마 “알렉시스 조르바의 생애와 사업” 정도가 되는 모양이다. 출판사 마크가 특이했다. 가운데 태극이 들어 있고 그 주위에 둥그렇게 八卦가 그려져 있다. 아마 동서를 떠나 宇宙의 原理를 생각하는 작가의 사상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책을 서너 차례 읽었다. 『희랍인 조르바』로 번역된 板本을 두 번 읽었고, 『그리스 인 조르바』로 번역된 책을 두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 소설의 주제가 인생의 본질적인 局面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自由가 삶의 본질적 項目에 해당하리라.

  이 작품에서 주인공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친구인 實存 人物로 알려져 있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自敍傳』에서 조르바가 삶의 진리를 가르쳐 준 사람이라는 것을 기록해 놓고 있다. 실존 인물을 소설 장르 속에 形象化함으로써 불멸의 인간형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다. 잘 형상화된 주인공은 시시껄렁한 실존 인물보다 한결 큰 정신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역사상 실존 인물과 함께 몇몇 작중 인물을 기억한다. 세계는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自由 문제를 떠올릴 때 정신과 몸, 영혼과 육신 등을 동시에 考慮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위해 육신을 학대하거나, 육신의 衝動을 따라 사느라고 영혼을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러나 영혼과 육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 현상으로 統合되어 존재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서 영혼을 지닌 육신의 자유를 향한 투구가 삶의 실상이다. 이 실상에 도달하는 것이 자유를 위한 아름다운 투쟁의 과정이 아니겠나.

  文學을 한다는 사람이 윤기 바랜 까칠한 글을 쓰고 있을 때, 노래 한 자락 없이 술자리를 차고 앉아 술에 탐닉하고 있을 때, 문득 문득 나는 『그리스 인 조르바』를 떠올린다.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이 강토에 와서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카잔차키스의 나라 그리스 병사들을 생각하곤 한다.

  삶의 본질이 이성인지, 의지인지, 아름다움인지, 사랑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自由가 삶의 本質 條件 가운데 거대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마음이 흔들리고 육신이 고달프면 나는 『그리스 인 조르바』를 다시 읽을 것이다. 마음과 육신이 함께 이루어 내는 자유를 위해서. 작가의 墓碑銘을 확인하러 나는 크레타로 가는 꿈을 꾼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그 묘비명이 나의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해도 자유인 한 아무 걱정이 없다.

禹漢鎔(서울大 敎授 ․ 소설가), <어문생활> 통권 제118호 10쪽.




考慮 고려, 局面 국면, 計劃 계획,  文學 문학, 背景 배경, 本質 條件 본질 조건,

墓碑銘 묘비명, 署名 서명, 實存 人物 실존 인물, 宇宙 우주, 原理 원리, 原本 원본,

自敍傳 자서전, 自由 자유, 參與 참여, 出生地 출생지, 衝動 충동, 統合 통합, 板本 판본,

八卦 팔괘, 學術會議 학술회의, 項目 항목, 形象化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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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 한자 좀 혼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스스로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느낌..

멜기세덱 2007-09-12 23:22   좋아요 0 | URL
반가운 말씀이시네요.ㅎㅎ 무엇보다도 우리의 귀한 문화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는 것 같다서 안타까워요.

순오기 2007-09-1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려고 독서모임 토론도서로 두번이나 정했었는데, 꼭 일이 생겨서 못 읽었어요~~그러다보니 누가 빌려가서 가져오지도 않는군요. 님의 글 때문에 다시 사야 할 것 같은 예감이... 어려울 것 같다는 지레짐작에 겁을 먹는지도 모르겠어요...

짱꿀라 2007-09-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조르바 책 한번 읽어보세요. 느끼는게 많을 겁니다.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우한용 교수의 글을 읽으니 새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