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생으로 주옥같은 시들을 남겨 놓고도 아직 그 온전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뛰어난 시인이다. 월북한 시인들이나 이북의 시인들이 해금되면서는 누구보다 정지용이 가장 크게 조명되었다. 하지만 백석은 근래에 들어 그 연구가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도 백석의 시적 가치를 온전히 밝혀내기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백석의 시중에서 <여승>이라던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시를 교과서에서 배워 알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온전히 백석의 시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여승>에서 보이는 슬프고 애절한 이야기 시적 경향이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의 시적 자아의 고독의 편지와 같은 경향은 백석의 많은 절창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백석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러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일순위로 꼽히는 김소월과 같은 지역 출신이며, 김소월을 잇는, 그러면서도 가일층 변화된 발전을 보여주는 우리 시사의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왜 이런 평가를 단정하여 그에게 부여하는가?

    멧새 소리

  처마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위의 시를 나는 백석의 절창 중의 으뜸으로 꼽는다. 왜 그런가? 제목에 보이는 '멧새'는 시행 어디를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멧새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도 않다. 제목을 빼고 보면 이 시는 영락없는 명태타령이다. 시 제목을 명태라고 한들 이 시가 어디에 내 놓아도 기죽지 않음이 분명하다. 얼핏 제목을 잘못 지은 것만 같지만, 우리는 이 시를 더욱 뜻깊게 읽기 위해서는 행간 사이 사이 숨어있는 시인 백석의 위대성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제목이 '멧새 소리'다. 처음 읽을 때는 들을 수 없던 그 소리가, 두 번, 아니 세 번째 읽을 때는 강원도 어느 바닷가 해변에 길게 널린 명태 사이 사이에 손가락 만한 멧새 한 마리가 숨어 날아다니며 울음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 소리의 음향을 상상하며 이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 곧 왜 제목이 명태가 아니고 멧새 소리인가를 알 수 있다.

  이 시에서 명태는 시적 화자 '나'와 동일시되는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하겠다. 즉 '나'는 추운 겨울 바닷 바람 싸늘히 불어오는 해변가에 '파리'하게 널린 '명태'인 것이다. 그 사이에 시인은 한 편 대조적이면서도, 가일층 쓸쓸하게 하는 음향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읽어 보라. 과연 멧새 소리는 이 시의 의미를 최고조로 강화시키는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백석의 위대함이다. 김소월의 운율적 감각에 못지 않는 리듬이 있다. 우리 옛 이야기가 녹아나는 전통과 애환 또한 그의 시에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시가 한 개인의 고뇌의 산물임을 또한 드러내고 있다. 우리시의 근대성, 혹은 현대성을 또한 찾는다면, 그의 시는 훌륭한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백석의 시집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살아 생전 내놓은 것은 단 한 권의 시집 뿐이다. 바로 <<사슴>>이라는 시집이다. 아직도 그는 우리에게 청년 백석으로 기억된다. 그는 우리에게 어쩌면 목이 길어 슬픈 '사슴'이었던 거싱 아닐까? 백석의 위대함이 진정으로 조명되고 우리에게 기억되기를 나는 바란다.

 

 

  참고로 백석의 시 전집을 몇 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 나는 가운데, 이동순 선생이 편한 <<백석시전집>>을 추천한다. 부록으로 산문을 포함하고, 더욱 좋은 것은 백석의 시어들을 친절히 풀어놓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백석의 생애와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책은 이미지가 없지만, 건국대출판부에서 문학의 이해와 감상 시리즈로 출간한 백석에 대한 해설서다. 간단히, 하지만 충실히 백석의 생애를 중심으로 백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두번째 책은 백석의 애인 자야여사가 백석을 회고하며 쓴 책이다. 그리고 최근에 <<백석 시 바로 읽기>>라는 책이 나왔는데, 얼마나 바로 읽었는지는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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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6-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가요, 백석시전집...그의 시도 좋지만 편한이 이름도 반갑고..

멜기세덱 2006-06-1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이란 이름은 참 멋진 이름이에요! 그 이름이 반가우실 정도이면...

김희중 2015-01-21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생각이 나서 <멧새 소리>를 검색하던 중 닉네임이 낯익어 유심히 다시 보니 역시 형이었네요. 전에 세미나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명태처럼 삽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