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배따라기 어린 벗에게 용과 용의 대격전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1
이광수.김동인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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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쯤, 창비가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50권 완간을 자축하면서 대대적으로 할인예약 판매를 한 적이 있다. 역시나 나는 혹해서(무려 40%를 깎아 준다기에) 다소간 무리를 각오하고 이 시리즈를 구입하였다. 창비의 이 시리즈 완간은 자못 그 의의를 높이 살만 하겠다. 무엇보다 지난 격동의 20세기 우리 문학을 정리하는 한 차원에서, 그 거대한 작업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소설을 모아 내었다는 것이 크게 높이사야 할 업적이다. 차후로 소설 외에 문학 전반에 걸친 작업이 시도되어야 하겠고, 이것은 그 초석을 마련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

이 시리즈를 구입하기까지 내게는 얼마간의 흔들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름의 국문학도라고 자처하는 나로서는 일반인의 교양 수준 이상의 (준)전문가적 역량이 요구되어진다. 그러하기에 나는 그간 문학사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읽어 내려는 그런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것은 아직도 크게 변함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은 내게 얼마간 불필요한 일은 아닐까 하는 흔들림이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여러 작가들의 각종 작품들을 개별적으로 구해 읽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시리즈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바에도 이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은 이중의 지출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일반인의 교양 수준으로서, 중고등학생들의 필독서 수준으로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한가지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일반인의 교양 수준에도 못 미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뒤로 밀어놓고는 이렇게 말만 떠벌렸던 것을 나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이 시리즈를 구입했다. 더이상 뒤로 밀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양 수준이라도 섭렵하고 가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더 나아간 생각은 어차피 이 소설들은 거반 원본 텍스트들을 구해 읽어야 하겠다는, 또한 다시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니까 이 소설들을 한 번 읽고는 내버릴 수 없는 것이 국문학도의 운명일 터이다.

그렇게 몇 달 책장을 차지하던 이 50권의 시리즈를 얼마전 그 첫 권부터 꺼내어 들었다. 역시나 시작은 이광수, 김동인으로부터였다. 이광수나 김동인, 나아가 신채호, 현상윤 등은 근대문학의 초창기 여명으로써 익히 배우고 들어 친근감 마저 느끼게 하는 인물들이다. 이광수의 <무정>, 김동인의 <배따라기> 등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 첫 권을 읽어내는 것에는 약간의 지루함 마저 동반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고백을 하자면, 문학사적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신채호의 단편이나, 양건식, 나혜석의 단편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별반 새로움이랄 것은 느끼지 못했지만, 단편적인 문학사적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을 작품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부족함은 또한 말할 수 없이 많지만) 만나볼 수 있는 작은 기회였다.

이광수는 우리 근대문학, 근대소설의 논의에서 그 첫 장을 장식하는 인물이기에, 우리에게는 누구보다도 잘 알려져 있다. <무정>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읽었을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20세기의 한국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무정>을 싣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광수의 문학 세계를 그의 두 편의 단편을 통해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그리 탓할 바는 못되는 듯도 하다. 사실 우리 근대문학, 근대 소설에 있어서 무게있는 장편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때문에 이 시리즈가 단편소설만으로 구성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20세기의 소설을 정리한다는 것은 50권으로는 턱없이 모자람이 있다. 문학사적 평가를 높게 받는 작가(작품)으로만 구성하더라도 100권을 넘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 시리즈가 그 작업을 완벽히 해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50권의 작업도 함부로 시도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말의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지만, 현상윤, 양건식, 나혜석 등을 만나게 해준다는 것은, 그 부족함이 크더라도 칭찬 한마디 해주기에는 족하다.

1권을 읽고난 소감을 몇자 적는다면, 우선 기존의 문학사적 평가를 바탕으로 했다곤 치더라도, 대중적 취향과 필요성에 너무 치우친 얄팍한 상술이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이광수, 김동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근대문학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상윤의 소설이 달랑 <핍박> 한 편 밖에는 올려놓지 못한 것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건식이나 나혜순의 경우도 그런 아쉬움은 남는다. 뭐 이것저것 다 따져서는 1권의 분량이 넘치고 넘치겠지만, 김동인의 <붉은 산>은 어느정도 빠져도 될 성 싶다. 조절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편집부분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뒤에 낱말풀이를 부록으로 남겨놓고 있지만, 후주보다는 각주로 처리해 놓는 것이 불편함을 덜어줄 듯 하다. 편집자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일일이 낱말풀이를 찾아보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 걸리적 거리는 것을 뒤로 빼놓은 듯도 하지만, 찾아보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 없지 않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이 시리즈는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유용하고, 필요한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창비를 더불어 역량있는 출판사의 20세기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 작업들이 이루어 지기를 더없이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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