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을 고한 이래, 혹자는 '문학의 위기'를 경솔한듯 한 누군가는 '문학의 죽음'을 말하며 애통해했다. 어쩌면 21세기는 모든 것의 '종언'을 고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종언을 기점으로 이런저런 종언과 죽음에 대한 선언이 늘어간 것 같다. 그것은 사멸을 의미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학의 죽음은 문학의 사멸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것인가? 

오늘날 문학이 죽었다고 운운하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문학이 죽었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혹여 오늘날 문학이라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자신들이 죽게 생겨서 흔히 즐기는 문학적 기교로서의 표현이 아닐까? 어떤이는 거창해야할 문학이 심심풀이 땅콩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현실을 애통해하며, 죽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이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뚝딱하고 생기지 않은 이상에, '문학'이라고 하는 실체는 변해온 것이 사실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같은 문학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선 시대에서 김시습의 조선 최초의 한문소설은 '문학'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문학이지 못한 다종다양의 잡다한 글들이 그 시기에는 문학이기도 하였다. 이것은 문학의 범주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렇듯 문학의 변해만 가는 것인데, 변하는 것에도 죽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 내 서가에 꽂혀있는 그 문학'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은 살아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생각건대, 글자가 남아있는 한,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표기형식이 남아 있는한 문학은 그 말의 표면적 의미가 가지는 그대로 여전히 변화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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