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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원룸엔 여닫이 문이 있다. 삐걱대다가 얼마전에 잘 열리지가 않았다. 기름칠을 해야하나 싶었다.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이상, <가정>(『가톨릭 청년』34호, 1936.2)
 

* 제웅 : 짚으로 만든 모조 인형.
* 식구 : 여기서는 아내의 호칭.

이상의 가정이란 시다. 나에겐 생활이 모자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늘어지듯 매어달렸다. 문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을 열려고." 안 쓰던 힘을 써서였는지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왔다. 소싯적에는 그래도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졌는데, 며칠이 지나도 이게 괜찮아지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등산을 다녀왔으니, 원! 급기야는 어제 오늘 병원엘 다녀왔다. 주사도 맞고 약도 타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그랬더니 괜찮아 지더라. 병원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병원에 가려고 외출을 허락맡으러 가니, "젊은 사람이!"라는 교감의 혀차는 소리가 가슴에 와 박힌다. 아! 아 아직 젊은데, 이제 늙는구나, 슬프다.

 

** 여기서 문제. 인천에서 가장 높은 산은? ① 마니산 ② 문학산 ③ 계양산. 마니산 아니고 계양산이다. 지난 일요일에 계양산엘 처음으로 올랐다. 정상 근처가 가팔라 힘이 들었다. 날이 그리 무덥지 않아 그나마 나았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친우들과 산에 오른 것은 이전의 약속이었기 때문이고, 내 늙음의 속내를 밝히기가 꺼려져 기를 쓰고 올랐다. 오르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정상에는 첨탑이 있다. 송전탑 같았다. 방송사들 로고가 박혀있으니 뭐 그런 종류의 것이리라. 거기를 몇 명의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군사시설이니 그렇겠지. 그런데 안타까웠다. 이들이 휴가를 가자면 먼저 몇 시간의 유격훈력을 하고 가야하니 말이다.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던데, 이네들이 휴가갈 때 헬리콥터를 태워줄까? 아무렴! 군대가 그리 친절치는 않을 거다. 늙은 간부들이나 오갈 때 타고 말겠지.

 

*** 내가 돌아왔다. 2008년 서재의 달인에 빛나는, 3회 리뷰대회 우승에 빛나는, 멜기세덱이 장 시간의 칩거를 끝내고 돌아왔다. 알라딘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한 달에 2권씩을 주고 리뷰를 쓰라는 숙제와 더불어 월초에 신간 브리핑 같은 걸 해야하는 숙제가 끼었다. 달랑 2권 주고 부려먹는 것이 참 많다. 한달 책 2권에 글 3편은 내가 손해같다. 나는 좀 원고료가 비싼데. 한 5권은 주어야지 수지가 맞지 않겠는가. 5권을 주고 그중에 정말 제대로 리뷰가 나올 수 있는 책 한 2권만 리뷰를 쓰게 하는 게 알라딘에도 좋지 싶다. 몇 편의 리뷰는 어쩔 수 없이 그지 같다. 미안하다. 그런데 서운하다. 내가 돌아왔는데, 내가 글을 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댓글을 달아주는 순오기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간혹 댓글을 달아주시던 그 맘 좋고 시간 많으신 알라디너들은 다 어디를 가셨는지, 어찌 댓글이 좀체 하나도 달리지 않는가? 너무들 하신다. 매정해지셨다. 이렇게 글을 쓰면 댓글이 하나 달릴까? 다는 사람 착한 사람.

 

**** 같이 근무하시는 선배 분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39살의 일본어 여교사. 난 완곡히 거절했다. 아직 여유가 없다고. 그런데 속은 나보다 3살이 많은 여인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이었다. 내가 늙은 것이리라. 그러니 나이 같은 걸 따질 게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그 선배의 아내의 친구라던데, 부쩍 외로움을 타길래 소개팅을 주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내가 발탁이 된 것인데, 나는 거부했다. 아내의 후배가 28살이 있는데, 그 분은 너무 어려서 안 되겠다는 발언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왜 안 되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니 말 하지 못 했다. 여유가 아직 없다했으니 말이다. 속은 젊은 여자를 만날 마음의 여유는 언제나 충분한데도 말이다. 이런 된장이다. 28살의 여인을 만나기에는 나의 나이가 걸리적 거릴 만큼 나는 늙었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리 열심히 글을 쓰는데 알라디너들의 댓글은 하나도 안 달리면 섭하다. 섭해. 이 시각 이후로 두고 봅니다. 누가 먼저 댓글 다는가. 누가 멜기세덱 글에 댓글을 달 것인가? 이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닐게다. 그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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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히 2014-09-0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재미있게 읽고갑니당~~^^ 더 좋은 분 만나실꺼에욥!!!
다음 리뷰도 기대할께여~~~ㅋㅋㅋㅋㅋ

멜기세덱 2014-09-04 11:13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다니 '다히'앵 입니다. ㅎㅎ 근데 이건 리뷰가 아니고 기냥 잡설이에요.ㅎㅎ 잡섭을 잡잡할 때만 쓰는 거라, 언제 나올지 몰라요..ㅎㅎ

Forgettable. 2014-09-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멜기님 오랜만이에요!! 인천의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인지 막걸리인지를 마셨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말이죠. ㅎㅎ 오겡끼 데스까????

멜기세덱 2014-09-04 11:15   좋아요 0 | URL
음...기억이 가물가물이네요. 제가 생생했다면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지 않은 거니 당연히 기억이 없고, 소주나 막걸리를 마셨다면 쌩쌩하지 못하니 기억이 없을 테구. 기억 회복 차원에서 자주 좀 오셔요, ㅎㅎ

다크아이즈 2014-09-04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이 너무 진솔해서 댓글 안 달 수가 없어요.
누구나 댓글을 (속으로) 구걸하지만 안 달려도 초연한 척하잖아요.
아직 젊은데 늙는 것도 서러운데, 라니요!

맘 돌려 그 여교사 분은 만나보시는 게 어떨까요?
혹, 알아요, 젊은 28살 보다 그 분이 훠얼씬 나을 수도 있잖아요.
순진한 얘기지만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잖아요~~

멜기세덱 2014-09-04 11:16   좋아요 0 | URL
역시나 진솔해야 반응이 오는 군요.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떠들기 시작하면 나이든 거에요...ㅎㅎㅎ 나이 안 든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죠...ㅎㅎ

chika 2014-09-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착한사람이니까... ^^
오랫만에 다시 서평단 활동을 시작으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거 봤습니다만.... 덧글 한번 안 쓴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 ^^;;
나이 상관없이, 외로워하는 사람 말고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보시길. 앞으로 좋은 소식들이 올라오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근데 늙었다는 걸 실감할 나이는 아직 안된거 아닌거 아닌가,가 아닌가...요? ㅎㅎㅎ
(근데 왠지 투정어린 페이퍼를 보니 나이 먹기 시작한건가 싶기도 하고말이죠. ㅎㅎㅎ)

멜기세덱 2014-09-04 11:16   좋아요 0 | URL
치카 차카!! 오랜 만이에요. ㅎㅎ 전 아직 어립니다. 그래서 부끄럼을 많이 타죠. 부끄럼 안탈 세월이 아직 4년 남았네요.

세실 2014-09-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저도 왔어요~~~
아직 어리시니(?) 더 찾아보시어요^^
근데 세댁을 새댁으로 읽고는 자꾸 여자분으로 착각합니다. 쿄쿄쿄

표맥(漂麥) 2014-09-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는 것도 서러운데, 댓글도 안 달리니, 우리 맘 좋은 알라디너들은 다 어디에?...
공감하면서 잠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메인대문 이미지의 여인... 경세황비의 주인공인가요?

풉풉 2015-05-13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이네요. 한몇년된줄 알았더니 몰래 다녀가려다가 이 글을 보니 왠지 인사해야 할듯하여....^^;
 

*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부터 내리 4일을 정말 말 그래도 푹~ 쉬었더니, 월요일 아침의 출근은 무척 벅차고 노곤하다. 나는 쉬고 노는 것을 일로 삼고 싶다. 예전에 밝혔던 것처럼, 손익계산은 신경 안쓰고 그냥 저냥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만 나타나면 난 바로 팔려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오랜만의 출근날은 아침부터 우중충했다. 난 이런 우중충한 모호한 날씨가 좋다. 후배 녀석이 물었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요, 눈이 올 것 같아요?" 
"뭐? 음! 우중충한 인간들만 올 것 같다 겁난다." 

기우였다. 별스런 일도 없어서, 하루 종일 농땡이만 부렸다. 이런 우중충한 날에 나는 줄창 센티멘탈해진다. 내가 이 우중충한 날에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으로 다가가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일까? 난 센치해진 짠한 마음으로 혼자서 감상에 빠지곤 한다. 오늘 내 감상을 자극한 것은, 최진실 덕에 알게된 이은미의 노래 <애인있어요>다. 

우선, 싸이월드에 가서 도토리를 무려 6갤 주고 이 노래를 샀다. 사던 김에,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듣게 된 <가브리엘 오보에>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찾아봤다. 있는 건 <가브리엘 오보에> 밖에 없었다. 이 음악을 내 컬러링으로 바꿀 생각으로 오래 찾아봤는데, 컬러링 서비스로는 제공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아무튼 이 두 곡을 무한반복해 틀어놓고, 아무도 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목청껏 불러 제꼈다. 가사가 애잔하다. 

   
 

애인 있어요  -이은미-

작사 최은하
작곡 윤일상

아직도 넌 혼잔 거니 물어보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건가 봐
좋은 사람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나는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 내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알겠죠 나 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언젠가는 그 사람 소개할게요
이렇게 차오르는 눈물이 말하나요
그 사람 그대라는걸

 
   

뒤늦게 안 노래지만, 이 노랫말처럼 누구나 이런 애인 한 명쯤은 있지 싶다. 난 너무 많아서 탈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리 가까이 지내는 것이 아니어서, "좋은 사람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지는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노랫말의 주인공처럼, 누구나 마음 속에 숨겨둔 '애인' 하나쯤 있을테지만, 여기서 우릴 더욱 애잔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애인'에게 말 못하고 계속 품고 살아간다는 것일테다. 아마도 그는 지금은 남의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합치되면 더욱. 그런데 '언젠가' 말할거라는데, 그때 되어봐야 머리는 백발이 되어있을테니, 그때쯤에는 "세월이 약이겠"다 싶다. 

영상이 지나간다. 어린 시절,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동네 오빠, 그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살포시 겹쳐지더니,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 그를 보면서, 그의 행복을 빌지만, 그를 잊지못하고, 숨겨둔 '애인'으로 가슴속에 묻어둔채, 이제는 백발이 되어 서로 홀로 남아, 어느 가을날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오라버니였쎄여~" 

말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까? 여간해서 나는 그 말을 입에 담기가 힘들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금의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말할거야, 그 사람이 바로 너였다는 걸. 그래봐야 소용없는 짓. 그래서 난 말한다. "애인 없어요!" 이런 말은 가치가 떨어지지만 말이다. 다시, 난 말할 수 있을까? 

** 얼마 전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은 바 있다. 사실 짧은 단상들을 모아놓은 것이지만, 읽어나가기가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바르트는 이 글을 늘그막에 썼던 모양이다. 주책이기도 하지! 그 나이쯤 되어서야 사랑을 그렇게 구석구석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나도 바르트처럼, 늘그막에 이러저러 떠벌일 사랑 건덕지라도 있어서, 주책을 떨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 엊그제 KBS 연예대상에서 황현희가 우수 남자 코미디부문상을 수상했다. 알고보니 이 친구, 나보다 한 살이 어리더군. 그의 코미디를 재밌게 봐왔던 나로서는 축하할 일이다. 황현희 PD라고 불리만큼, 올 한 해 인기도 많이 끌었다. 그는 머리가 좋아보였고, 머리쓰는 코미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타개한 김형곤의 시사정치비판 코미디를 구사할 수 있는 유력한 후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황현희다. 

그런 그가 수상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얼마 전에 모 단체에서 선정한 2008 나쁜 프로그램으로 ‘개그 콘서트’가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걸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런 선택은 안 했을 것” 

순간, 이상하다 싶었다. 머리가 좋아보였는데 수상소감이 별로다 싶었다. 아마도 수상 소식을 미리 전해듣고 소감을 준비했었던 것 싶은데, 이런 식의 수상소감은 별로다 싶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어제 뉴스들을 보니 이 황현희의 수상소감이 논란이 된 듯 하다. 대부분 경솔했다는 의견인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평소 그가 보여준 시니컬하면서도 명철한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그런 소감이었고 본다. 일단 말에 논리성이 결여된, 어린아이 생떼에 불과해 보이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날밤새가면서, 굶어가면서, 고민고민해가며, 고생하면서, 한다는 것에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 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노력끝에 짜낸 코미디라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좋은 코미디가 되라는 법이 있는가? 사기꾼도 사기를 치기 위해 황현희 만큼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날밤을 새기도 하겠지만, 그가 별을 달면서 이런 식의 소감을 피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교가 뭣하긴 하지만. 

순간, 떠오른 것은 현 정부다. 이들도 수많은 밤을,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다. 촛불시위때 나온 재미난 말들이 많았는데, 생각하지 말라거나, 진중권이 말한 이명박 대통령은 잠을 더 자야한다고 조소를 보낼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노력을 많이하고 고민하고 날밤을 새워도, 그게 반드시 옳고, 선하고, 잘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생각하지도 말고, 노력하지도 말고, 잠이나 자라고 그럴까? 황현희의 그 수상소감을 듣고는 아찔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현희는 아마도 그의 유행어를 본인 스스로 돌려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몇몇 잠 안 자고 일찍 일어나는 푸른 기와의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누군가 나한테, 논쟁을 안하느냐는 물음을 했던 것 같다. 내 주제에 무슨! 난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냉혈치도 못 해서, 그리고 말도 느려서, 말 싸움에는 재주가 없다. 그렇다고 주먹 싸움에 능통한 것도 아니다. 요사이 알라딘 논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논쟁의 당사자가 되보고 싶다는. 

아무래도 난 너무 백옥같이 선하고 맑아서, 안티가 없는 탓에, 이런저런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일테다. 그래도 논쟁은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논쟁을 통해 변화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게 사회건 개인이건 간에. 그래서, 앞으로는 논쟁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세치 혀, 아니 손가락을 휘둘러야 할까 싶다. 강마에처럼 독설도 쏟아내는 것은 어떨까? 그럼 내게도 안티가 생길까?  

안티? 정신차리자. 애인부터 생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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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12-3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은 "너무 백옥같이 선하고 맑은" 분이셨군요...제가 아는 멜기님과 다른 분인가~? ㅋㅋ

멜기세덱 2008-12-30 10:08   좋아요 0 | URL
맨, 끝부분만 읽었군요~ㅎㅎ
음,,,
제이드에게
멜기 란? ㅎㅎㅎ

L.SHIN 2008-12-30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마음 속에 '숨겨둔 애인 하나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ㅡ.,ㅡ..힝.

멜기세덱 2008-12-30 10:09   좋아요 0 | URL
저를..마음 속에 숨겨두셔도 좋겠습니다.ㅡ.,ㅡ..행.

L.SHIN 2008-12-31 07:23   좋아요 0 | URL
오옷, 그래도 됩니까?
나중에 '무르기' 뭐..이따위 것은 안 받습니다. ㅡ_ㅡ (훗)

무해한모리군 2008-12-3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만 나타나면 난 바로 팔려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 혹여 그런여자 만나시면 저를 알바로 써주십시요.. 저는 동네 서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서점알바가 되고 싶어요. (전 진짜로 책분류를 아주 잘해요)

그나저나 내 마음속에 있던 앙징맞은 멜기님이 없어져서 아쉬워요.. 흑

멜기세덱 2008-12-30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풋풋한 대학생을 알바로 쓸 작정을 이미 예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서점에도 활력을~~~ㅎㅎ
아참, 저는 동화책을 팔지는 않을 건뎅....ㅋㅋ
그리고 언제 제가 '앙징맞'았을까요?

Arch 2008-12-3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가 어슷어슷하게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긴밀하게 쫙 틀이 맞는건 아닌데 얘기들의 요소가 기우뚱거리며 맞아들어가는 느낌? 사실 그건 느낌 뿐이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그나저나 멜기세댁님~ 2009년엔 숨겨진 애인이 아니라 '나도 애인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길 바랄게요. 한적한 곳으로 유도해 시 한번 읊어주면 바로 넘어올거 같은데 말이죠^^

멜기세덱 2008-12-30 11:04   좋아요 0 | URL
'멜.기.ㅅㅔㄷㅔㄱ'이라고 명명백백히 써주시길 바라요..ㅎㅎ
글고, 시를 읊어주든, 입술을 덮치든 간에,
중요한건.....
한적하고 으슥한 곳으로의 유도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게, 아프와 나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고도의 수법과 능란한 언변과 부드러운 칼있으마가 있어야,
여인네들은 유도되는 법이라지요? 끌고가지 않는 이상에야,
읊어주고 싶어도 읊을수 없는 현실~~~ㅠㅠ;;

Arch 2008-12-30 21:09   좋아요 0 | URL
ㅋㅋ 나 한참 눈을 홉뜨고 내 댓글 봤잖아요. 멜.기 ㅅ ㅔ ㄷ ㅔㄱ님!
전 기술없는 분도 좋아하는걸요. 뭐, 그래봤자 저 역시 끌고가야지 수준이지만^^ 언제 제가 슬쩍 미친듯이 혹은 유도 당하는거야 이러면서 끌려가면 정말 시 읊어주시는거에요? 낭랑한 목소리가 카랑카랑 골목 벽을 타고 오를 정도로 멋지게? 아, 생각만해도...

웽스북스 2009-01-03 02:04   좋아요 0 | URL
멜기님은 노래도 잘하신대요
(이거 왠 뒷북?) --> count 3 (근데 나 이거 왜 세더라?)

멜기세덱 2009-01-03 02:20   좋아요 0 | URL
웬디 count 10개 모으면 노래방 고고씽?^^;;

심술 2008-12-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맘맞는 애인 얻으세요!

멜기세덱 2008-12-30 19:09   좋아요 0 | URL
브라보~~~

반딧불이 2008-12-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진행형 외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저 노래를 사랑하는 멜기님.
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건 아니셔요?
손익계산은 신경안쓰고 그냥저냥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 <--다른 조건 없으신거 맞죠?(부시럭 부시럭 틱틱-전재산 현금으로 확인하는 소리)

사랑의 단상, 이거 사랑에 빠졌을 때 읽으면 팍팍 옵디다. 별개의 문제지만 바르트가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좀 충격이었죠.

멜기세덱 2008-12-30 19:09   좋아요 0 | URL
전,,, '조건만남' 같은 거 안하는 사람입니다...맹세코~~~
ㅋㅋㅋ
아잉~~그래서 난 충격을 안 받았구나...

무스탕 2008-12-3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을 만들려고 하지 마시고 누군가의 애인이 되어 보세요.
조금은 쉬운 방법일수도 있지요 ^^

웽스북스 2008-12-30 14:28   좋아요 0 | URL
와 무스탕님. 이 표현 정말 최고.

멜기세덱 2008-12-30 19:06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건 무슨, 주객전도, 적반하장?
(웬디 댓글 count 2)

순오기 2008-12-3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다들 대단한 댓글입니다~~ ㅎㅎㅎ
외로운 멜기님, 어여 애인을 만나셔야죠!^^

멜기세덱 2008-12-30 19:07   좋아요 0 | URL
이제는 절 버리시는 건가요? 장모~~님?
ㅋㅋㅋㅋ

순오기 2008-12-31 0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장모님은 항상 유효한데~~
작은 서점 하나 차려주기 어려운 거 같아서~~~ㅋㅋㅋ

2008-12-30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초롬너구리 2008-12-3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의 수상소감의 요지는 뒷부분에 있었던거 같아요. '웃기 힘든 현실에서 웃기려고 노력한다'는. 물론, '노력한걸 보면 결과가 어떻든 잘봐줘야 하지않냐'란 부분은 아마추어 수준이지만요. 어떤 방법을 쓰던지 간에 웃기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웃는 순간이 적어지는 와중에 웃겨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예요.
 

*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몇몇 분들에게는. 한 두세분 정도가 그간의 나의 공백을 간혹 묻기는 했지만, 든 자린 알아도 난 자린 모른다 정도의 의문일 뿐이겠지. 하여간 뭐 세간을 관심과 의문을 증폭시키고자 그간 무소식이었던 건 아니다. 무자식이 상팔자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 몇몇분들의 의문은 이 멜기가 무소식이니 희소식이 있겠거니 지레짐작으로다가 연애를 하느니 하시지만, 그 기쁜 소식, 복된 소식을 세상에 널리 전하리, 멜기의 사랑을, 그 하늘 높이 울려퍼지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 배길 멜기가 아니기에 그 짐작은 영락없이 어긋난 것일 뿐이다.

내가 그간 조용했던 것은, 알라딘에 어떤 혐오감을 느껴서도, 불미스런 어떤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하다보니, 뜸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허접한 글쓰기 용량이 다해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쓰자니, 몇 줄을 못 넘어가고, 그렇다고 수시로 읽고 채우자니, 자꾸 한 쪽에서는 비우고 있어서, 뭐 되는 게 별로 없었다. 날은 덥고, 자자란 일들은 쌓이고, 공부도 좀 하자하니, 놀기도 좀 하자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그러다보니 이러고 있었다. 아니 그러고 있었다. 처지는 몸, 처지는 마음, 마냥, 졸립기만 했다. 이번 여름 참 힘겹게 지나고 있다.

**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전의 상태에서 어떤 변화, 호전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몇 자 끄적이고 싶어서일 따름이다. 알라딘 공백의 한 1~2달의 기간에 나는, 일도 좀 하고, 공부도 좀 하고, 아주아주 옛날 옛적 오락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걸 구해 해보기도 하고, 바둑도 좀 두고, 기타 치는 사람들 모임도 들락날락, 다시 옛 단골 당구장이 문을 열어 안 치던 당구도 치고, 여전히 아침드라마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얘긴다. 이건 거의 바이러스 수준이다. 마봉춘의 아침 드라마 덕에 여전히 지각을 밥으로 먹고 있다.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는 점점 꼬이고 있고, 내 생활은 그에 따라 꼬여간다. 수현이는 밉지만 정이가고, 민정이는 좀 뻔한 캐릭터라 흥미가 반감되며, 강필이는 좀체 못난 구석이 있어 별로고, 보국이는 밥맛이지만, 좀체로 이 드라마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하여간 바이러스다.

마봉춘이 중계한 축구를 보고 참내 답답스럽다 하던 차에, 이어진 오늘 첫방송 '베토벤 바이러스'를 수지니아 때문에 보게 되었다가, 점점 빠져들더니, 아차차, 내일 2편이 와장창 기대되고 마는 것이다. 노나메 칸다빌레 라는 영화(드리마?)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드라마도 그와 비슷한가? 아무튼 오케스트라 얘기인 듯 한데, 사실 뭐 뻔해 보이기는 하지만(어중이 떠중이가 모여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 뭐 그런거) 캐릭터들이 참 재미나다. 수지니아는 괄괄한 말광량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고, 기타등등 다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일테지만, 제각각의 장점 혹은 흥미로움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얍삽하게 생긴 남자 주인공은 좀 밥맛이지만, 게중에서 이런 캐릭터가 그나마 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보아줄 만은 하다. 그리고 그 "클래식은 개똥이다"를 온몸으로 체감시켜 줄 전직 이순신 장군께서 마에스트로 강으로 나올거라는 사실에 기다감 만빵이다. 아무튼 내일밤 10시부터 매주 수,목 10시는 이 드라마에 고정될 듯한 공포가 몰려온다. 공부는 언제?

*** 축구를 봤는데, 축구 얘기 잠깐 해야겠다. 올림픽 후 축구장에 물 채우라는 둥, 그 물 얼리라는 둥, 축구장에 축구선수를 세워서 진종오 사격연습 시키라는 둥, 우스갯소리들이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 뼈아픈 비수가 꽂혀 있었다. 게다가 같은 구기종목으로 야구가 선전에 선전을 거듭해서, 금메달을 땄으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한 듯도 하다. 게다가 오늘의 졸전이란, 하여간 설상가상이다.

그런데,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 축구장에 물 채워도 거기서 박태환이가 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 물 얼려도 김연아가 거기서 피겨스테이팅을 할까? 아니 축구장에 축구 선수 세워놓고 진종오가 사격 연습을 하면 그건 살인 혹은 살인 미수가 될 뿐이다. 이명박이 자랑삼아 방문하고 다녔던 태능 선수촌의 그 열악한 수영장을 보수해주거나, 괜찮은 수영장 하나 지어 주는 것이 낫고, 연습 한 번 제대로 할 곳이 없어 외국으로 떠도는 김연아가 연습할 만한 공간을 축구장이 아닌 다른 곳에다가 만들어 주는 게 옳다.

그러니까, 축구를 비난하지 말고 비판하고, 좀 눈 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뭐 그런 주장이다. 감독을 바꿔야 된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 뭐 그런 소리도 나오는데, 그런 초간단 방법으로 괜히 이 비난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좀 곤란하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덧붙여, 군면제 논란이 되는 걸로 아는데, 어떤 면에서 강의석에게 동감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나는 군면제의 범위와 방식 등을 대폭적으로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따면 주는 군면제가 아니라, 올림픽에서 메달따게 주는 군면제여야 한다고 본다. 비단 올림픽 뿐만은 아니겠다. 하여간, 군면제를 늘릴 필요성이 다분하다. 여기에 대한 논란, 그러니까 군면제 비리 같은 것들은 또 다른 문제니 시비걸지는 말자.

**** 오랜만에 쓰는 내 일상의 잡감들이라, 뒤죽박죽이다. 하여간 나는 내일도 이 드라마 바이러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책은 언제일고, 공부는 언제하고, 연애는? 어디 연애 바이러스를 구할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다.

***** 아, 감사할 것이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이상스레 즐찾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하다가, 지난 번 처럼, 나를 즐찾하신 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조만간 실시할 생각이다. 방법은 지난 번과 똑같다. 그러니까, 나를 즐찾하신 분들 중에 즐찾공개 설정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무한 사다리타기를 돌릴 생각이다. 그래서 몇몇 분께 책 한 권을 드리는 거다. 아무튼 이 이벤트 아직 시작 안 한거니깐, 즐찾하신 분들 중에서(새로 즐찾하실 분들도) 이벤트 끝나기 전에 살짝 공개를 돌려 놓으시면 좋겠다. 이만 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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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1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오신 멜기세덱님 반가워요. ^^
안부 안물었죠? 저도 뭐 띄엄띄엄인지라... ㅎㅎ
저도 오늘 간만에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두편 봤는데 베토벤 바이러스는 살짝 기대감이 생겼고 바람의 나라는 이게 뭥미? 였어요. 아 즐찾 안뺀 일인입니다. ㅎㅎ

2008-09-11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9-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익후 나 즐찾 비공개인데 ㅜㅜ 저 멜기님 진짜 즐찾했는데, 알라딘 들어와서 제일 먼저 즐찾한 5위 안에 멜기님 있는데....

그나저나 베토벤바이러스가 드라마이름이었군요

순오기 2008-09-12 10:06   좋아요 0 | URL
공개 아니면 그걸 어찌 믿어요?ㅎㅎㅎ
난 무조건 공개~~ 그래야 내가 즐찾했다는 걸 알 거 아녜요?ㅋㅋㅋ

순오기 2008-09-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멜기님 간만의 소식에 솔솔 불어올 봄바람을 기대했건만~ 썰렁한 가을바람만 예상되누나.ㅜㅜ 아니~ 아직도 드라마에서 탈출하지 못한거예요? 연애를 해야 드라마 바이러스에서 해방될 텐데~~ 이벤트 사다리타기는 기대가 되는 데요.^^

마노아 2008-09-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난 열공모드에 알라딘도 잊고 사나 했어요.
베토벤 바이러스 재밌죠. 울트라 장군님, 강마에 포스도 멋져요! 전자 바이올린 켜는 두 처자 어찌나 섹시한지 눈이 하트가 되었어요^^ㅎㅎㅎ
 

* 3월은 이래저래 바빴다. 봄을 맞아서 해야 할 일들이 밀려들었다. 봄이어서 그런지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생동하는 느낌을 갖지만, 그래도 바쁘고 정신 없는 건 딱 질색이다. 내 본질적 게으름일지, 대다수의 바쁜 일상에 대한 반항적 게으름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바쁜 것이 좋은 것이고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바쁘게, 주위를 돌아다 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을 볼 때, 내가 다 어지럽다. 예전 군대에서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을 '바쁘게' 읽은 적이 있다. 세 권이나 나왔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세 권을 다 읽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던 것은 우연이었다. 심심하던 차에 몇 권 없는 소대의 책꽂이에 이 책이 꽂혀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때는 책 읽을 만한 여유로운 짬밥이 아니었던지라, 눈치코치 살펴가며 '바쁘게' 읽었다. 그래서인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척 궁금했지만, 진정으로 그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다. 그래서 제대하면 다시 찬찬히, 제대로 '느리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그 생각을 이루지 못했다. 하여간 바쁜 탓은 아니었던 걸로 안다.

 

 

 

 

 

(어라! 그 새 4권도 나왔네.)

** 아침부터 서울서 일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교육을 혐오하고, 나 자신도 사교육을 혜택을 받은 바가 없었지만, 이 땅에서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어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는 강하게 든다. 그래서 요새는 고시생들이 칩거하는 옆동네에서 토요일 오전엔 기웃거린다. 사실 뭔가는 해야겠는데, 내 스스로의 의지로는 그 뭔가를 하기가 너무 싫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교육과 손잡았다. 여전히 공부는 안 되지만, 토요일 아침을 잠으로 허비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해주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낮에는 바둑 동호회 모임엘 가서 바둑 몇 판을 두고 왔다. 변화 무쌍한 바둑의 세계에서 나는 한갓 하수에 지나지 않지만, 361개의 바둑판은 하수의 돌을 가리지 않는다. 내 무모하고 허접한 인생의 수를 놓을 세상의 바둑판은, 그리 썩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저 바둑을 두는 것에 무력하게 심취하게 된다.

*** 세상이 자꾸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구 시대적 발상이 광기를 선동하는 것일까? 삽질의 신화로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세상, 이런 세상에 자꾸들 몰입하면, 적어도 미국에 가서 어륀쥐는 사먹을 수 있으려나? 오늘, 지하철 1호선 막차를 타고 주안역에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버스는 모두 끊기고, 비가 오는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나도 택시를 타야해서 역 앞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이상한 것은 승강장으로 마련된 지붕있는 공간은 텅 비어 있고, 죄다들 우산을 쓰고 승강장 반대로 줄을 서 있다. 나는 어쩌라고? 나는 승강장에서 혼자 우뚝하게 서서 택시를 기다려봤다. 하지만 택시는 내 반대로 줄을 서 있는 우산쓴 사람들 차지였다. 내가 선 옆으로 어느 중년 부부가 무거운 짐을 들고 다가왔다. 여기가 택시 타는 줄 맞냐고 묻는다. 나도 택시를 타려고 하는 데, 이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산 쓴 사람들의 줄을 본 그 중년 부부는 뭐가 뭔지를 몰라 했다. "비 오는 데, 왜 다들 승강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 거기들 비맞고 있어요?" 그 부부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우산을 들고, 그들은 줄을 서서 간혹 오는 택시를 자기들 줄의 순서대로 탑승했다. 나는 몇 분을 그냥 우둑하니 혼자 서 있다가, 비를 맞으며 조금 먼길을 돌아, 택시가 종종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택시를 잡아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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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23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린 2001년이던가 학부모독서회 토론도서였어요. 그 당시 화두가 '느림'이었지요.^^

멜기세덱 2008-03-24 00:43   좋아요 0 | URL
제 삶의 화두는 늘 '게으름'인데요...ㅎㅎ

2008-03-2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집을 비워두고 며칠 외유를 했더니 방안이 냉골이다. 신발을 벗고 내딛은 첫발부터 찬기운에 까무라친다. 아이고 차가! 깜깜한 방에 불도 키기전 보일러부터 가동하고 온도를 최대한 높인다. 한 30분이 지났는데도 아직 차다. 좀 전까지 하얀 입김이 서렸는데, 지금은 가셨다. 그래도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시리다. 한 2년간 이렇게 오래 집을 비워보긴 처음인 것 같다. 뭐 워낙 재미없는 인생이고, 귀찮고 하찮은 인생인지라, 어디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천상 게을러 터져 돌아다니는 건 딱 질색이다. 뭐가 먼저였는지 모르지만 갈 곳 있으면 귀찮고, 오라는 데 없으면 지겹다. 그나저나 이놈의 방은 언제 찬 기가 가시려나. 추운 건 딱 질겁이다. 그렇다고 더운 것은 취미 없다. 그냥 땃땃한 것이 좋고 서늘한 것이 애뜻하다. 그래서일까? 예수도 차든지 덥든지 하라고, 이도 저도 아니면 뱉어버린댔데나, 어쨌거나 그래서일까 보다. 성미가 영 우유부단하고 뭐하나 시원스레 하는 것이 없다. 아 아직도 춥구나. 얼른 따땃한 구들장에 등짝을 뜻뜻허니 지저볼란다.

** 외유를 했다는 것은 구정을 쇠러 시골에 다녀온 것을 말한다. 외유란 말이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나에게는 어디까지 이 외유란 말이 어울리는 명절길이다. 사실 다녀온 시골이 내 고향도 아니고 부모님은 고향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시절좋게 말하면 귀농인데, 말인즉 귀농이지 실은 낙향이다. 헌데 고향 찾아간 것도 아니니 낙향도 딱히는 아니다. 도시 살기 힘들어 어데 큰이모댁 옆에 내려가 그냥저냥 밭이나 갈아 먹자고 내려간 길에, 터 잡고 눌러앉은 셈이다. 근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니 부모님은 이웃도 생겨 마실도 다니시고 하신데, 나는 명절이라고 내려가 봐야 뭐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재롱피는 나이도 지나 고래 잠만 퍼질러 자고 차려주는 밥만 꾸역꾸역 먹다가, 밤새 텔레비전만 보다 새벽에 잠들고, 그렇게 도야지마냥 굴러다닐 뿐이다.

그러니 명절이라고 부모님 계신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영 신통찮다. 명절에 고향을 가면 오래간 못 본 친구놈들도 만나 술도 한 잔 떠들석하니 마시고, 시집간 순이 얼굴도 지나는 길에 보고 어릴 적 뒷동산에서 꽃 꺾어주던 추억도 눙치고 하는 것이 재미 아니던가. 그런 재미는 고사하고, 요새는 모이는 형제간이나 사촌들이 죄다 시집 장가들어 지네 짝들 데불고 와가지고 끼리끼리 노는 마당에야 내가 재미 볼 여지는 여간 없는 것이다.

이번에 내려간 길은 근 2년만이란다. 나는 셈이 잘 되지 않아 모르겠는데, 제작년 사촌 여동생이 시집갈 때에 내려가곤 첨이란다. 작년에 사촌 형도 장가를 가더니, 이번엔 내려가 보니 아들내미를 딱 놓았다. 누나는 4살짜리 딸내미하고 작년 가을 돌맞은 아들내미를 데리고 내려왔다. 시끌벅적 아이들 울고 웃는 소리가 즐겁지만, 그것도 한 때인 것이다.

*** 5일 저녁 늦게 집을 나와 시골엘 가려고 했더니만 차표가 없다. 그래서 몇 시간 늦게 근처 다른 곳으로 가는 고속버스엔 한 자리가 있어 그걸 타고 밤 늦게나 내려갔다. 근 새벽 2시가 되서야 도착했다. 내려가든마타 어머니는 내가 무슨 여자라도 데려오지 않을까 했단다. 이유인즉, 엊그제 인천 사는 작은 이모하고 통화하기를 내가 이제 여자 데려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별 말도 없었는데 무슨, 하지만은 은연중 기대를 한 눈치다. 나는 별반 말 없이, 못 먹은 저녁을 먹고는 티비를 보다가 늦게나마 잤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옆짚 큰이모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큰이모도 하는 말이 또 그거다. 이거 어른들이 무슨 작당을 하고 날 농칠려는 건지 원.

게다가 어머니는 내내 삼촌댁 아들내미 얘기만 한다. 외숙모가 만날 전화해 작은 아들내미 얘기에 재미를 붙였다는데, 이 아들내미가 네댓살 연상하고 사귀는데, 이 여자가 만날 집에 찾아온 온갖 아양을 떨고 음식도 만들고 하면서 아주 며느립네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뭐가 어떻고 뭐가 잘하고 뭐에 좋은지 마냥 자랑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나보다 한참 아래인 이 사촌동생 얘기에 어머니가 영 부러워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젠장. 근데 왜 딴데 다 놔두고 외숙모는 우리 어머니한테 만날 그리 전화를 해서 자랑을 해대는 걸까? 하긴 그 자랑에 못내 부러워할 티를 낼 사람이 우리 어머니밖에는 없으니 고 재미가 외숙모에겐 쏠쏠할 게다.

**** 일정을 잡지 않고 무작정 내려간 길이다. 안 썼던 휴가를 몰아, 4일과 5일, 그리고 다음주 초 며칠을 냈다. 그러니 가서 내키는 대로 놀다가 올라올 참이었다. 근데 친척들도 모이고 누이 애들도 몰려들어 그저 마냥 제멋대로 놀기가 쉽잖아서, 올라가 할 일이 있다며 내처 오늘 올라온 길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박눈이 내린 모양이다. 이거 올라갈 수 있겠나 싶었더니 날이 따뜻해 금새 길은 녹아내렸다. 눈이 더 오기 전에 올라가야겠다 싶어 낮 차를 타고 올라온 길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다보니 눈이 또 뿌린다. 날씨가 변덕 같기는 올라와 보니 저녁무렵 춥기가 쌀쌀맞다.

쌀쌀맞은 날씨 탓에 터미널 근처 서점에 들러 책들과 놀다가 몇 권 집어들고 이 밤에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또 한 일 이년은 못 내려가겠구나 생각한다. 내처 이번에는 여자를 하나 달고 내려갈 때까정 안 가리라고 생각한다. 올라오면서 읽었던 김유정의 「아내」란 단편을 읽으면서 마냥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또 이맘때고 저맘때면 어머니는 전화를 해서 내려오려므나 하겠지만, 나는 일하느라 바쁘고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 방도 오래 찰 날이 몇 년간 없을 것이다. 방이 항시 또 땃땃하면 담번 내려갈 길에도 내 옆에 달릴 건 아무도 없을 것인데. 하여간 생각은 영 허무하다.

***** 방은 아직 찬 모양일까? 자판을 두들기는 손에 시린 기는 가신지 오래다. 사실 할 일이 몇 개 있다. 올라와 마냥 방바닥과 궁상 떨기만은 못할 것이다. 어데서 맡은 글짓기 숙제도 있고, 대학생 애들 데리고 뭐 간단한 좌담에 사회도 맡고 그랬다. 책도 좀 진득하니 볼 시간이 며칠 있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 올라오기 전 봉투에 돈 10만원을 여서 넌즈시 건네드리고 왔다. 사실 좀 많이 드리고도 싶었는데, 이래저래 버는 것도 없고 그렇다. 그래도 좀 아낀 셈이 없지 않아 미안스럽다. 아무튼 명절이 또 이렇게 같다. 이번 명절은 살 꽤나 쪘을 것이다. 기실 몇 년 명절 동안은 살이 쭉쭉 빠졌다. 대학가 주변에 살면서 명절이면 밥 먹을 곳 찾아 헤매기 일쑤다. 집에는 밥 해먹을 잡동사니는 거의 전무하다. 그러니 어데 밥집이라도 문 연 데가 있어야 그나마 풀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명절이면 밥집이란 밥집은 죄다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삼각김밥 같은 걸로 떼우기가 종종이었다. 그러나 이번 명절 만큼은 삼시 세네끼를 꼭꼭 챙겨주어 먹었다. 살이 살짝이 올랐으리라. 아 이제는 방이 따땃해졌는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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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10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멜기님도 압박이 장난이 아니군요- ㅋㅋㅋ
사람들의 설 이야기를 읽는 게 재밌긴 하오만, 아 우리 알라디너들은 다들 왜 비슷한 명절을 보낸 걸까요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가?

멜기세덱 2008-02-11 00:02   좋아요 0 | URL
압박이 그리 쪼이진 않아요. 그래도 전 항상 꾿꾿하답니다...ㅎㅎ

라로 2008-02-10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이 오르신걸 유지하심 좋은일이 생기실지도,,,3=3=3=3

멜기세덱 2008-02-11 00:02   좋아요 0 | URL
살이 오르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느낌이어서, 전 항상 날씬한게 좋은뎅...

마늘빵 2008-02-1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낙에 결혼은 생각이 없다. 결혼하고픈 사람 생길 때까지는 안 한다, 고 누누히 말했기 때문에 그런 상상은 아예 안 하세요. :)

멜기세덱 2008-02-11 00:04   좋아요 0 | URL
음, 그런 상상은 부모님들의 고유권한 아닌가요? 그런 상상까지 뺏는건 참 죄송스런 일이라고 생각해요....ㅎㅎㅎ
그렇다고 아프님 결혼 생각이 정말 없는 건 아니잖아요...ㅋㅋㅋ

순오기 2008-02-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땃해진 방바닥에 '그녀'만 있으면 딱인데...^^
남자들은 빈집 캄캄한 방에 불 키고 들어가는거 싫어서 '결혼'한다던데...
멜기님은 살이 좀 붙어야 하겠던데요. 나비님 말씀처럼 유지하심 좋은 일이 생길지도...2

멜기세덱 2008-02-11 00:05   좋아요 0 | URL
'그녀'만 있으면야 방바닥이 문제겠습니까? ㅋㅋㅋ
그렇담 찰 수록 더 좋지 않을까요?ㅎㅎ

순오기 2008-02-11 05:03   좋아요 0 | URL
ㅎㅎ'그녀'만 있으면 방바닥이 상관없고, '찰수록 더 좋다!' 맞아 맞아~~

마노아 2008-02-10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들장과의 싸움이 처절해요. 전기 장판 하나 장만하세요.ㅠ.ㅠ

멜기세덱 2008-02-11 00:05   좋아요 0 | URL
오래 집을 비워서 그렇지, 전기 장판까지 쓸 필요는 없겠어요.ㅎㅎㅎ
전기세 많이 나오잖아요...ㅎㅎ

순오기 2008-02-11 05:02   좋아요 0 | URL
ㅎㅎ전기세 얘기하는 멜기님은 진짜 주부같아요! ^^

2008-02-11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2-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덱님 고향 잘 다녀오셨군요.^^
손가락 호호 불며 글자 치신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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