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生活 바로잡기]

外來語 原音主義 表記의 明暗

沈在箕(서울大 名譽敎授)

우리나라 語文生活(어문생활)의 不條理(부조리)를 한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漢字語(한자어)를 漢字로 적지 않으려는 風潮(풍조)라 하겠다. 外來語(외래어) 原音主義(원음주의) 表記(표기)도 漢字로 적을 수 있는 中國(중국)과 日本(일본)의 人名(인명) · 地名(지명)에 와서 딜레마에 빠진다.

外來語란 원래 외국어이지만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말 次元(차원)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잉크, 펜, 마이크, 필름 같은 일반명사도 외래어이고 아이젠하워, 아웅산 수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사람 이름이나 샌프란시스코, 블라디보스토크, 프랑크푸르트 같은 땅 이름도 외래어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그런데 世界(세계)의 모든 나라가 이 外來語를 表記하고 發音(발음)할 때에는 자기 나라 말소리의 성질에 맞추어 발음하는 것을 慣行(관행)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英語(영어)에서는 프랑스의 땅 이름 'Paris'를 '빠리'라 발음하지 않고 '패리스'라고 발음하며, 러시아의 땅 이름 'Moskva'를 '모스크바'라 발음하지 않고 '모스코우'라 발음한다. 이것이 生硬(생경)한 外國語(외국어)를 자기 나라 音韻體系(음운체계)에 맞추어 歸化(귀화) 定着(정착)시킴으로써 日常(일상)의 言語生活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이러한 外來語 受容(수용) 原則(원칙)에 따라 二重(이중)의 體系가 通用(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즉 가까운 나라, 중국과 일본의 人名 · 地名은 모두 漢字로 적을 수 있으므로 漢字로 적고 우리나라 한자음으로 읽었고, 그 외의 먼 나라는 그 나라 발음을 존중하여 그것을 한글로 音寫하는 이른바 原音主義를 채택하였었다.

그래서 魯迅(노신), 蔣介石(장개석), 毛澤東(모택동), 北京(북경), 延吉(연길), 上海(상해)가 우리에게 익숙하였고, 伊藤博文(이등박문), 臣秀吉(풍신수길), 東京(동경), 大阪(대판)이 우리 입에 편하게 오르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1986년에 改定(개정) 施行(시행)한 外來語 表記法은 大原則을 原音主義 하나로 固定(고정)시키고, 다만 필요한 경우 漢字를 倂記(병기)하도록 하였고 종전 慣行을 약간 許容(허용)하는 것으로 規定(규정)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表記가 共存할 수 있게 되었다.

· 鄧小平 / 떵샤오핑 / 등소평
· 胡錦燾 / 후진타오 / 호금도
· 黃河 / 황허 / 황하
· 臺灣 / 타이완 / 대만
· 北海道 / 홋카이도 / 북해도
· 玄海灘 / 겐카이나다 / 현해탄

그러나 言論(언론) · 出版物(출판물)에서는 漢字가 실질적으로 사라졌으므로 '쑨원', '와이멍구'가 각각 '孫文(손문)'이요, '外蒙古(외몽고)'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일본의 人名에 이르러서는 철저한 원음주의가 지켜져서 '후꾸사와류기치'가  '福澤諭吉(복택유길)'이요, '나쓰메소세키'가 '夏目漱石(하목수석)'이라고 짐작할 수도 없다.

저들은 우리나라 固有名詞(고유명사)를 모두 자기네식으로 부른다. 金大中(김대중)을 '찐따종', 盧武鉉(노무현)을 '루우쒠'으로 부르고 三星(삼성)을 '싼씽', 現代(현대)를 '쎈따이'로 부른다. 李承晩(이승만)을 '리쇼방', 全斗煥(전두환)을 '젠또깡'으로 부른다.

우리도 중국 · 일본의 고유명사는 우리 한자음대로 읽는 전통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 『語文生活』통권 제121호 2007.12, 11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7-12-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전처럼 우리 한자음대로 읽는 것이 좋아요!
원음으로만 써 놓으니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