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문생활>에서 서울대 우한용 교수의 글을 옮겨 온다. 『그리스 인 조르바』에 대한 글인데,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몇몇 분들이 이 소설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하시는 것을 자주 듣곤 했는데, 이 참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움직인 한 권의 책] 『그리스 인 조르바』




진정한 自由人, 조르바




  지지난 해 동료 몇 사람과 그리스를 방문했다. 이탈리아 레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學術會議가 있어 參與했다가 내친김에 그리스를 다녀오자는 計劃이었다. 일정을 그렇게 잡은 뒤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나라를 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出生地이며 소설 『그리스 인 조르바』의 背景인 크레타에 가는 길을 미리 알아 두고 싶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카잔차키스 출판사를 찾아가 그리스어로 된 原本 『그리스 인 조르바』를 얻어 가지고 왔다. 그 회사 대표의 署名을 받아 가지고 온 소설의 그리스어 이름은 이렇게 되어 있다. ΒΙΟΣ ΚΑΙ ΠΟΛΙΤΕΙΑ ΤΟΥ ΑΛΕΞΗ ΖΟΡΜΠΑ. 아마 “알렉시스 조르바의 생애와 사업” 정도가 되는 모양이다. 출판사 마크가 특이했다. 가운데 태극이 들어 있고 그 주위에 둥그렇게 八卦가 그려져 있다. 아마 동서를 떠나 宇宙의 原理를 생각하는 작가의 사상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책을 서너 차례 읽었다. 『희랍인 조르바』로 번역된 板本을 두 번 읽었고, 『그리스 인 조르바』로 번역된 책을 두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 소설의 주제가 인생의 본질적인 局面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自由가 삶의 본질적 項目에 해당하리라.

  이 작품에서 주인공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친구인 實存 人物로 알려져 있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自敍傳』에서 조르바가 삶의 진리를 가르쳐 준 사람이라는 것을 기록해 놓고 있다. 실존 인물을 소설 장르 속에 形象化함으로써 불멸의 인간형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다. 잘 형상화된 주인공은 시시껄렁한 실존 인물보다 한결 큰 정신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역사상 실존 인물과 함께 몇몇 작중 인물을 기억한다. 세계는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自由 문제를 떠올릴 때 정신과 몸, 영혼과 육신 등을 동시에 考慮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위해 육신을 학대하거나, 육신의 衝動을 따라 사느라고 영혼을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러나 영혼과 육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 현상으로 統合되어 존재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서 영혼을 지닌 육신의 자유를 향한 투구가 삶의 실상이다. 이 실상에 도달하는 것이 자유를 위한 아름다운 투쟁의 과정이 아니겠나.

  文學을 한다는 사람이 윤기 바랜 까칠한 글을 쓰고 있을 때, 노래 한 자락 없이 술자리를 차고 앉아 술에 탐닉하고 있을 때, 문득 문득 나는 『그리스 인 조르바』를 떠올린다.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이 강토에 와서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카잔차키스의 나라 그리스 병사들을 생각하곤 한다.

  삶의 본질이 이성인지, 의지인지, 아름다움인지, 사랑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自由가 삶의 本質 條件 가운데 거대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마음이 흔들리고 육신이 고달프면 나는 『그리스 인 조르바』를 다시 읽을 것이다. 마음과 육신이 함께 이루어 내는 자유를 위해서. 작가의 墓碑銘을 확인하러 나는 크레타로 가는 꿈을 꾼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그 묘비명이 나의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해도 자유인 한 아무 걱정이 없다.

禹漢鎔(서울大 敎授 ․ 소설가), <어문생활> 통권 제118호 10쪽.




考慮 고려, 局面 국면, 計劃 계획,  文學 문학, 背景 배경, 本質 條件 본질 조건,

墓碑銘 묘비명, 署名 서명, 實存 人物 실존 인물, 宇宙 우주, 原理 원리, 原本 원본,

自敍傳 자서전, 自由 자유, 參與 참여, 出生地 출생지, 衝動 충동, 統合 통합, 板本 판본,

八卦 팔괘, 學術會議 학술회의, 項目 항목, 形象化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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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 한자 좀 혼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스스로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느낌..

멜기세덱 2007-09-12 23:22   좋아요 0 | URL
반가운 말씀이시네요.ㅎㅎ 무엇보다도 우리의 귀한 문화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는 것 같다서 안타까워요.

순오기 2007-09-1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려고 독서모임 토론도서로 두번이나 정했었는데, 꼭 일이 생겨서 못 읽었어요~~그러다보니 누가 빌려가서 가져오지도 않는군요. 님의 글 때문에 다시 사야 할 것 같은 예감이... 어려울 것 같다는 지레짐작에 겁을 먹는지도 모르겠어요...

짱꿀라 2007-09-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조르바 책 한번 읽어보세요. 느끼는게 많을 겁니다.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우한용 교수의 글을 읽으니 새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