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원룸엔 여닫이 문이 있다. 삐걱대다가 얼마전에 잘 열리지가 않았다. 기름칠을 해야하나 싶었다.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이상, <가정>(『가톨릭 청년』34호, 1936.2)
* 제웅 : 짚으로 만든 모조 인형.
* 식구 : 여기서는 아내의 호칭.
이상의 가정이란 시다. 나에겐 생활이 모자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늘어지듯 매어달렸다. 문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을 열려고." 안 쓰던 힘을 써서였는지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왔다. 소싯적에는 그래도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졌는데, 며칠이 지나도 이게 괜찮아지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등산을 다녀왔으니, 원! 급기야는 어제 오늘 병원엘 다녀왔다. 주사도 맞고 약도 타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그랬더니 괜찮아 지더라. 병원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병원에 가려고 외출을 허락맡으러 가니, "젊은 사람이!"라는 교감의 혀차는 소리가 가슴에 와 박힌다. 아! 아 아직 젊은데, 이제 늙는구나, 슬프다.
** 여기서 문제. 인천에서 가장 높은 산은? ① 마니산 ② 문학산 ③ 계양산. 마니산 아니고 계양산이다. 지난 일요일에 계양산엘 처음으로 올랐다. 정상 근처가 가팔라 힘이 들었다. 날이 그리 무덥지 않아 그나마 나았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친우들과 산에 오른 것은 이전의 약속이었기 때문이고, 내 늙음의 속내를 밝히기가 꺼려져 기를 쓰고 올랐다. 오르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정상에는 첨탑이 있다. 송전탑 같았다. 방송사들 로고가 박혀있으니 뭐 그런 종류의 것이리라. 거기를 몇 명의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군사시설이니 그렇겠지. 그런데 안타까웠다. 이들이 휴가를 가자면 먼저 몇 시간의 유격훈력을 하고 가야하니 말이다.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던데, 이네들이 휴가갈 때 헬리콥터를 태워줄까? 아무렴! 군대가 그리 친절치는 않을 거다. 늙은 간부들이나 오갈 때 타고 말겠지.
*** 내가 돌아왔다. 2008년 서재의 달인에 빛나는, 3회 리뷰대회 우승에 빛나는, 멜기세덱이 장 시간의 칩거를 끝내고 돌아왔다. 알라딘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한 달에 2권씩을 주고 리뷰를 쓰라는 숙제와 더불어 월초에 신간 브리핑 같은 걸 해야하는 숙제가 끼었다. 달랑 2권 주고 부려먹는 것이 참 많다. 한달 책 2권에 글 3편은 내가 손해같다. 나는 좀 원고료가 비싼데. 한 5권은 주어야지 수지가 맞지 않겠는가. 5권을 주고 그중에 정말 제대로 리뷰가 나올 수 있는 책 한 2권만 리뷰를 쓰게 하는 게 알라딘에도 좋지 싶다. 몇 편의 리뷰는 어쩔 수 없이 그지 같다. 미안하다. 그런데 서운하다. 내가 돌아왔는데, 내가 글을 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댓글을 달아주는 순오기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간혹 댓글을 달아주시던 그 맘 좋고 시간 많으신 알라디너들은 다 어디를 가셨는지, 어찌 댓글이 좀체 하나도 달리지 않는가? 너무들 하신다. 매정해지셨다. 이렇게 글을 쓰면 댓글이 하나 달릴까? 다는 사람 착한 사람.
**** 같이 근무하시는 선배 분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39살의 일본어 여교사. 난 완곡히 거절했다. 아직 여유가 없다고. 그런데 속은 나보다 3살이 많은 여인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이었다. 내가 늙은 것이리라. 그러니 나이 같은 걸 따질 게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그 선배의 아내의 친구라던데, 부쩍 외로움을 타길래 소개팅을 주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내가 발탁이 된 것인데, 나는 거부했다. 아내의 후배가 28살이 있는데, 그 분은 너무 어려서 안 되겠다는 발언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왜 안 되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니 말 하지 못 했다. 여유가 아직 없다했으니 말이다. 속은 젊은 여자를 만날 마음의 여유는 언제나 충분한데도 말이다. 이런 된장이다. 28살의 여인을 만나기에는 나의 나이가 걸리적 거릴 만큼 나는 늙었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리 열심히 글을 쓰는데 알라디너들의 댓글은 하나도 안 달리면 섭하다. 섭해. 이 시각 이후로 두고 봅니다. 누가 먼저 댓글 다는가. 누가 멜기세덱 글에 댓글을 달 것인가? 이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닐게다. 그럴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