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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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평생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박사모와 같은 레벨로 불리며 살 것을 안다. 충분히 예상한다. 반면에 똑똑하며 사리 분별이 정확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게 투표할 것이다. 지난번에는 박원순이, 이번에는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중도의 이러한 현명한결정 때문이다. 나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쪽만을 애정하는 집토끼들의 생각이란 건, 뭐 들어볼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 글은 들어볼 필요도 없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다. 그렇다는 걸, 나도 알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조국의 시간을 읽었다. 빨리 읽고 싶기도 했고, 읽기 싫기도 해서 천천히 사고, 책이 도착해서도 좀 미루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야 간신히 손에 들었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갈라놓았던 회오리 같던 시간을 돌아보고 다시 돌아본다.

 

 

도대체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세상에,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큰 죄를 짓기에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검찰에 불려 가기엔 너무 소심한 사람 아닌가. 검찰개혁이 완수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아니, 검찰을 개혁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김영삼 정부 이후 문민정부이고,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이 시대에,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가. 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인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과 조국의 법무부 장관 취임, 그리고 조국의 법무부 장관 사임의 전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대대적인 저항은 조국은 안 된다는 확신에 대한 답이다. 조국이면 절대 안 되는데, 왜냐하면 조국은 평생 검찰개혁을 외쳤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대중적 지지를 거머쥔 똑똑한 서울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의 개인사가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이 정도의 압수수색과 이 정도의 전 방위적 신상 털기식 수사라면 어느 한 사람 괜찮을까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모두 다 자신은 조국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조국은 발기발기 찢어졌고,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운데. <조선일보>는 성매매 기사에 조국과 그의 딸 일러스트를 함께 넣어 패륜적 악행을 일삼고, ‘, 그래? 미안!’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군 이래 언론의 최고 먹잇감이었던 조국과 그의 가족은 그렇게 조리돌림 당해도 괜찮은 이유가, 검찰개혁인데. 도대체 검찰개혁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조국과 그의 가족은 검찰과 언론과 야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더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단 말인가.

 

 

나는 조국에 대한 검증과 압수수색과 신상털기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임은정 검사는 도를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조국 죽이기’, ‘조국 사냥이었다고 말한다.

 


타깃을 향해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검찰권의 속도와 강도를 그 누가 견뎌낼 수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밖에요. 수사가 사냥이 되면, 검사가 사냥꾼과 몰이꾼이 되면, 수사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더러 보아왔습니다만, 표창장 위조 혐의에조차 사냥꾼들이 저렇게 풀리는 걸 보며 황당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요. (158,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2019 10 14)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의 말도 옮긴다.

 


재작년 연말에 이미 누적된 조국 기사량100만 건 정도였습니다. 최순실 관련 기사량의 10배나 된 거죠. ‘국정농단도 아니고 그저 한 가정의 문제임에도 보수, 극우 언론들의 과다한 왜곡, 편파 보도는 거의 테러수준이었습니다. 본인과 특히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그 부담을 생각하면 절로 동감을 하게 됩니다. ‘문제에 대한 지적을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조국 대전국면에서의 융단 폭격식언론 보도들은 인권 침해적 요소들이 대단히 심각했습니다. 이 조리돌림은 한국 언론사의 수치스러운 기억이 될 겁니다.” (180, 박노자 교수 페이스북, 2021 5 7)

 


『시사인』 고제규 편집장의 말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뇌물수수 등 모두 12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8 27일 강제 수사에 들어간 지 126일 만에, 100명이 넘는 수사진을 투입한 결과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88)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151)에 버금가는 기간이고 수사진 규모다. … 수사가 길어질수록 검찰의 목적은 눈에 보였다. 조국 구속. 결과는? 돌팔이 수준의 수사라는 걸 누구보다 검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100여 명이 투입되어 126일을 수사하고, 수사 타깃이었던 조국 전 장관을 구속조차 못 시켰다. 검찰로서도 수치라고 평가할 것이다. (167, 고제규 편집장 페이스북, 2019 12 31)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이에게 다른 사람이 묻는다. 너는? 너는 어떤데? 나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보수보다 진보에 더 엄격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보수는 마음대로 타락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걔네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는 뜻인가. 군인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총을 발사하고 국가의 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해 3대로 이어가는 전직 대통령은 노년에도 마냥 행복하고, 친구에게 후원받은 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부끄러워하던 이는 세상을 등졌다. 매섭게 몰아칠 질타와 위선적이라는 비난과 그리고 실망했다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자신의 실수가 부끄러워서 그래서 세상을 버렸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사람에게 자격이 필요한가. 물론이다. 지도자에게 그에 맞는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막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비전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언론에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나는 조국 국면에서 사람들이 조국에게 완벽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으니 안 된다는 것인가. 완벽하지 않으니 죽으라는 말인가. 이 모든 사태는 검찰 때문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자기 생각에부적격하다고 생각한 검찰은 총장부터 말단검사까지 한 몸이 되어 조국과 그의 가족을 죽이려 들었다. 검찰 개혁이 싫어서. 그리고 언론이 한 편이 되었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려는 사람은, 그의 가족과 친척과 친구는, 어처구니없는 중상모략에 시달려야 하고,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를 감당해야 하고, 아버지의 비석이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어야 하고, 이혼했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동생의 개인사가 모두 공개되어야 하고, 자녀의 중2 시절 일기장이 압수당해야 하고,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투를 뜯어 그 안을 살피는 기자들에게 아무 말 못 해야 하고,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늦은 밤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깡패 같은 기자들에게 제발 가 달라 부탁해야 하는가. 그것이 온당한 일이었나.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자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완벽해야 하는가. 완벽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더 나은 사회와 삶을 위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인가.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가. 자신의 삶, 가족, 친구와 관련 없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까, 이 나라의 미친 사교육과 선행 학습은 나와 상관이 없는가. 우리 집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까, 세월호 단원고 아이들을 추모해서는 안 되는가. 우리 부모님들은 건강하고 행복하시니 노인 복지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되는가.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내 새끼들, 내 친구들하고만 행복하게 하하호호 잘 살면 되는가.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나는 검찰에 불려 갈 일은 없을 테니까.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인가.

 

 

검찰에 불려갈 주제도 안 되는 나는, 여러 밤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 감히 완벽하지도 않은 인간인 주제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 감히 검찰에 맞서려는 사람은  조국처럼 된다. 그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의 형법 전공 법학자여도, 서울대 법대 교수여도.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힌다. 조국처럼 만신창이가 된다. 검찰개혁의 이유와 증거가 바로 조국이다. 조국 전 장관이 그 증거다. 

 

언론이 조국 펀드라고 대대적으로 떠들던 사모펀드재판건에서 대법원이 정경심 교수의 무죄를 확정했다. 언론에서 다루어 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게 똑똑한 검사들이 밤낮으로 덤볐는데도 조국을 구속시키지 못 했고, 이제 남은 건 동양대 표창장 하나다. 동양대 표창장 하나가 작은 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동양대 표창장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보다 10배 중요한 일이라고 묻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같은 시간 동안 내가 바랬던 건 딱 하나였다. 조국 전 장관이 죽지 않는 것. 검찰의 괴롭힘에 시달려 죽지 않는 것.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는 말을 남기고 죽지 않는 것. 지지 않는 것. 울지 않는 것.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도륙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엄청났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의 흠결을 알면서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생환(). 그것이면 족했다. (280쪽) 

 


그는 살아남았고, 살아서 이 책을 썼다. 죽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았다. 그것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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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2 13: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은 똑같은 상태에서 그가 검찰 출신이었다면 결과가 같았을지 의문입니다. 산장에서 접대영상 찍힌 ‘그 남자‘는 이제 고개 당당히 들고 다니고 출국 금지 시켰던 사람들이 타깃이 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은 ‘그 남자‘가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겠죠. 실상은 임명권자 위에 서 있는 권력.

단발머리 2021-07-02 14:54   좋아요 4 | URL
산장에서 접대영상 찍힌 그 남자의 무사 출국이 검찰이 원하던 바였겠죠. 그게 안 되니 출국 금지시켰던 사람들을 기소하는 것 아니겠습니다. 법 위에 있죠, 우리 나라 검찰은요...

잠자냥 2021-07-02 13: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조국에게 분노한 이유는, ‘모두 다 자신은 조국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간 조국이 보여준 이미지와 너무 배치되는 일들이 벌어져서가 아닐까 합니다. 설사 그것이 표창장 위조처럼 가벼운(?) 행위라 할지라도, 조국이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기에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낀 게 아닐까요. 그건 박원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성범죄는 아무리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어도 도저히 또 찍어줄 수는 없게 만든 것이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겠죠. 다만 그 터는 방식과 횟수는 진영을 떠나서 똑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윤석렬과 그의 가족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털면 됩니다. 기대하지는 않지만요...

단발머리 2021-07-02 15:01   좋아요 7 | URL
사실 위 책에는 조국 전 장관의 반성이 절절합니다. 저는 그런 사과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표창장과 관련해서 (저는 위조가 아니라 위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으니 사람들이 분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문제는 그 정도가 ‘조폭 언론‘을 통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꼭 살펴야한다는 겁니다. 보수가 잘못해서 벌점 얻으면 마이너스 1점이지요. 근데 진보는 잘못해서 벌점 얻으면 마이너스 1,300점입니다. 보수 언론도 진보 언론도 모두 다 함께 물어뜯으니까요. 보수언론은 보수에 관대하고 진보에 적대적이고, 진보언론은 보수에 적대적이고 깨끗한 척 해야하기에 진보에 적대적입니다. 진보 몰락의 기울기가 훨씬 더 가파르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윤석열과 그의 가족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털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도 조국처럼 핍박받아서는 안 됩니다.
다만, 조국 수사의 10분의 1로 4시간만 털어도 윤짜장은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할 겁니다.

미미 2021-07-02 15:08   좋아요 3 | URL
아 단발머리님 마지막 말 공감1000입니다.

잠자냥 2021-07-02 15:12   좋아요 3 | URL
아니요, 저는 윤석렬만큼은 그만큼 똑같이 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석렬이니까요. 남의 가정에 피눈물 나게 했으니까 똑같이 당해봐야 합니다. 그 집에 가서 짜장면도 시키고, 자식이 없으니 자식 일기장 대신 김명신 일기장이라도 털어야 할까요? 암튼 그런데 그 사람은 장모와 자기 대변인 사퇴 문제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전형적인 윤로남불입니다. 조폭개........아휴 말을 더 안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8:08   좋아요 2 | URL
미미님/ 공감 1000 감사합니다^^

잠자냥님/ 윤석열도 조국만큼 털려야 된다는 말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심정에는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근데 피눈물 나게 하고 짜장면 시키고 일기장 빼앗지 않아도 말입니다. 그 집은 그냥 두어도 될 듯 싶습니다. 장모 판결에 대해 윤짜장이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 없다˝라고 말했다죠. 누구나 예외 없고, 자기는 예외죠. 하늘 위에 사십니다, 그 분은.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2 13: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테우스라는 알라디너가 이 리뷰를 보았으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1-07-02 15:02   좋아요 1 | URL
하아... 글쎄요.

페넬로페 2021-07-02 13: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잠자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진보진영인 사람들도 조금 힘이 빠진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약간의 니힐리스트 또는 아나키스트가 되어가는것 같아요^^

단발머리님께서 페이퍼에 적으신 문장들의 울림이 너무 좋네요~~
좀 울컥했어요^^
그러면서 안타까워요
조금만 더 잘하고 살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없다는 논리가 아닌 다 가진 사람한테 거는 소시민의 작은 희망 정도입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4   좋아요 6 | URL
전 진영에 갇힌 사람이니까 진영에 갇히지 않는 분들의 의견이 좀 더 중립적일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삐뚤어진 한국의 언론이 그 ‘중립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저도 여러번 울컥했습니다. 힘든 독서였어요 ㅠㅠ

테레사 2021-07-02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 강하게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래서 보수는 마음대로 타락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걔네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는 뜻인가. 누군가 거악에 분노 안하고 위선에 더 분노하는 현재를 자신은 받아드리기..너무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 특히 박원순은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난 것이 현재까지 인권위의 성희롱혐의뿐임에도(물론 성희롱을 옹호해서는 안되지만요)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것조차 2차가해라고 입을 닫게 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저로서는 감당이 안되네요.

단발머리 2021-07-02 15:09   좋아요 3 | URL
거악에 분노하지 않고 위선에 분노하는 현재를 받아들여야겠죠.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그런 시선이 가능하도록 했던 검찰, 언론, 야당의 공조와 그 악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잠자냥 2021-07-02 14: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조국이 LA조선일보 상대 미국소송에서 승리해서 조선일보 폐간이 앞당겨지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잠자냥님 의견에 완전 동의합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경우를 실사로 꼭 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조선일보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blueyonder 2021-07-02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절절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4   좋아요 4 | URL
읽어 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다 2021-07-02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조국펀드가 무죄인데 왜 정경심이 징역 4년 받고 감옥에서 못 나오고 있는지요? 조국과 정경심 재판이 남아있고 사모펀드 쟁점도 여전한데요. 이제 남은 건 표창장 하나라는데,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언제부터 민주당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진보인가요? 이거야말로 기레기들의 프레임 아닐까요?

단발머리 2021-07-02 20:48   좋아요 3 | URL
사모펀드 관련해서 5촌 조카는 유죄이지만 정경심 교수는 무죄입니다. 대법원 판결이니 확정이지요. 사모펀드 쟁점은 끝났습니다. 입시비리 관련해서 정경심 교수는 유죄이지만 앞으로 법정에서 계속 다툴테니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민주당 정권은 사실 중도보수에 가깝죠. 70년 전에 내전이 일어나고 ‘빨갱이‘라는 손짓 하나로 사람 죽이던 나라입니다. 제대로 된 진보가 살아 남았겠습니까. 설마 국민의힘당이 진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다다 2021-07-02 23:43   좋아요 0 | URL
정경심 교수가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과 횡령죄 공범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무죄라고 볼 수가 있는지요?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사모펀드 관련 금융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법적 공방이 아직 진행중인데요.

조국 전 장관은 2019년 8월에 <5촌 조카가 사모펀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고, 투자처도 모른다고 했죠. 그런데, 며칠 전 5촌 조카가 대법원 유죄 확정됐죠. 조국 전 장관의 거짓말이 확인된 셈이기도 한데,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연일 SNS에 조국대장경을 쓰고 계시더라구요.

네 국민의 힘은 반동수구와 보수가 동거하는 정치세력이라고 봅니다.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 그리고 언론보도 형태가 아주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다가도 조국 전 장관의 태도나 제가 경험한 민주당 지지자 대다수가 보이는 반응을 보면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들인가 싶고 실망감이 큽니다.

모두들 단발머리 님 글에 지지와 공감을 보이는데, 혼자 딴지를 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함께 사는 공동체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7-03 08:20   좋아요 0 | URL
대법원에서 공모 부분에 대해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뭐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네요. 1심에서 유죄였던 사항에 대한 최종판단이 대법원 판결 아닌가요?

5촌 조카는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거짓말 한 것으로 이해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5촌 조카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5촌 조카가 자기는 관여하지 않았다, 자기는 아무 죄도 없다, 해서 조국 전 장관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지만, 알고 보니 5촌 조카가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다님의 이 문장,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 그리고 언론보도 형태가 아주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다가도 조국 전 장관의 태도나 제가 경험한 민주당 지지자 대다수가 보이는 반응을 보면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들인가 싶고 실망감이 큽니다.˝가 제가 이 글을 쓴 이유입니다.

실망할 수 있고 욕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지지하던 정당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제가 말하는 건, 이 정도의 행적에 대해 이 정도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검찰 권력의 미친 활개와 언론의 잔악무도함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한 만큼 혼내면 됩니다. 그게 법이 지배하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 아닙니까. 아이가 컵 하나 깼다고 정신 잃을 정도로 두드려 패야겠습니까. 조국한테는 그러지 않았습니까. 100군데가 넘는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조국 장관 동생의 편을 들었던 후배의 집, 임시숙소, 차량등을 3회나 압수수색하고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게 온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겠죠.
전 저 나름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다다님 의견을 딴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다 2021-07-03 10:21   좋아요 0 | URL
대법원에서 공모 부문에 대해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뭐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정경심 교수는 기존 1심에서 사모펀드 관련해서 횡령죄 공모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판단이 있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5촌 조카 조범동의 재판 과정에서 일부(횡령죄 공모)가 무혐의로 인정 된 사실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정경심씨가 사모펀드 관련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성급하게 말씀을 하시면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단발머리님께선 조국 사모펀드 사건(‘기업사냥을 통한 부의 축적‘) 과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신 듯 한데, 이게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다다 2021-07-02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동아일보, 정치인과 도덕성, 유시민

지금 다시 읽어도 명문이네요.

단발머리 2021-07-02 20:4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1-07-02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 할 말이 많지만 글로
다 형언할 수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전에 책부터 만나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좀 시간
이 걸릴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21-07-02 20:44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의 말씀을 저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읽기였어요. 기억을 돌아볼수록 그 집 식구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놀랍고도 다행이라 여겨질 뿐입니다.
저도 미루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읽고 말았네요.

붕붕툐툐 2021-07-02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아줘 고맙다. 그리고 지금 언론들과 치열하게 싸워줘 고맙다. 딱 그 마음입니다. 단발머리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책은 나중에나 읽게 될 거 같아요. ㅠㅠㅠ

단발머리 2021-07-03 08: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요. 그 기간에는 세상이 온통 조국 세상이라 저도 뉴스 보는 게 싫었거든요. 이번에 여러 자료랑 같이 읽는데, 어떻게 버텼대 ㅠㅠㅠ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힘든 독서지만 그래도 전 이 책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ㅠㅠㅠ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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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세 번째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신난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책. 읽고 있는 문장이, 따라 읽는 문단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그냥 읽어도 되니까 신난다. 읽는 책을 모두 이해하면서 읽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마는(생각해보니 알라딘 우주에는 많이들 계시다), 나는 그런 사람은 못 되니까, 그냥 읽는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 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정한 우주론의 대가라고 한다. 양자 중력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과 일궈낸 협업과 우정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고, ‘시간 없는우주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과학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감동적이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가 얼마나 방대하고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를 전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다. 그리고 바로 이 의심은 데카르트가 남긴 뿌리 깊은 유산이기도 하다. 과학을 신뢰해야 하는 이유는 과학이 확신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00)

 


서구를 중심으로 발달해왔던 과학은 이제 명실상부 가장 강력한 사고 체계다. 누구도 과학자의 논증과 판단과 실험 결과에 쉽게 반대할 수 없다. 이전 시대 종교가 가지고 있던 절대적인 지위를 과학이 승계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기. 가장 난해하고 첨예한 과학적 발견과 논의의 선봉장에 선 사람이 말한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과학은 마치 철을 정제하듯 정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101) 그의 전공이 가설과 논증을 중시하는 이론물리학이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난제들을 머릿속으로상상하고 가설을 만들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각 분야 최고의 지성들 간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자신의 가설을 제안하고 토론을 통해 다른 배경, 다른 전공의 지식인들이 가설 속의 빈틈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해가며 논문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나만 옳다는 편협된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다. 무지에 대한 인식, 상대에 대한 인정이 절대적으로필요하다.

 


양자 중력과 루프 이론에 대한 설명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무슨 말인지 몰라도 되니 즐겁다. 이 내용을 가지고서 시험 보지 않을 테니 즐겁고, 그런데도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어서 즐겁다.

 


공간은 중력장 그 자체이므로, 이 루프들이 공간 속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국 루프 그 자체가 공간인 것이다! 루프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방정식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바로 이것이었다. (58)

 


각각의 해가 공간 속에 존재하는 닫힌 형태의 곡선인 루프는 양자 중력장에서 패러데이의 역선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루프 그 자체가 공간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루프에 흠뻑 빠진 거는 확실히 알겠다.

 





제일 중요해 보이는 6장의 제목은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공간과 시간을 분리된 개체로써 이해하고(저만 그런 거 아니지요), 시간을 연속적인 의미로 파악한다. 보통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후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각각의 개체라기보다는 한 개체의 두 측면에 가깝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0년 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 개념을 더욱 가변적인 개념으로 만들었지만(140), 그것이 확립된이론인 것과는 별개로, 그 사실을 개념이 아닌 실제로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의 부재> 챕터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다룬다. 144쪽에서부터 153쪽까지. 근본적으로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란 각각의 물체가 다른 물체에 비해 변화하는 방식임을 기술하면서, 보편적 변수인 시간의 존재가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닌 하나의 가정일 뿐임을 논증한다. 관심 있는 모든 분의 1독을 권한다. 제일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163, 만약 시간이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금 흐르고 있는 이 시간, 즉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무엇일까? 저자가 답한다.

 


시간이란 미세한 규모의 차원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보다 큰 규모, 즉 거시적인 차원에서만 드러나는 창발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시간은 이 세상의 세부 요소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지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165)

 


시간도 마찬가지다. ‘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단 하나의 양성자에는 이전도 이후도 존재하지 않으며, 관련 방정식에도 시간변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 결국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가 관찰되는 방향을 시간이라고 부를 뿐이다. 물체가 낙하하기 때문에 아래라는 개념이 생겨나듯,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170)

 



나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고 노안이었다. 6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맨 뒷줄 정중앙 자리에 앉았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가운데 이분이 선생님이시니?’라고 물으셨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생 아니냐는 말을 들었고, 중학교 1학년 때는 3학년이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취급을 당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어쩔 수 없이) 고등학생이군, 하는 말을 들었다. 항상 실제의 나이보다 외모가 앞서 나가는 바람에 내 나이를 찾지 못하다가 스물여섯. 그때부터 사람들이 내 나이를 내 나이에 맞춰 보기 시작했고, 일찍이 노안이었기에 오히려 30대에는 내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작년, 그리고 올해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걸,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느낀다. 눈 아래쪽, 주름의 진폭이 예사롭지 않다. 평소에 사지 않는 조금 비싼 로션을 하나 샀고 (아이크림 안 쓰는 사람), 게으른 성격임에도 어쩔 수 없이 나름 꾸준히 발라보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동의할 수 있지만, 왜 이 방향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시간이나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노화가 아니라,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게, 이 책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이제, 네 차례다. 싸우자! 열역학 제2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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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12 19: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읽습니다.
습관적으로.

단발머리 2021-06-12 19:45   좋아요 4 | URL
레삭매냐님의 이 댓글은 뭐랄까요.
위로가 되는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6-12 19: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ㅋㅋㅋㅋ 맞아 ㅋㅋㅋ 문돌이는 이런 책 읽으면 이해못하고 시험 안봐도 되니 편해져요.. 동감.. 그나저나 카를로 슨상이 루프에 빠진 사진은 해리포터 닮으셨고, 제 최고의 적인 시간의 존재를 지워주셨으니 그저 좋아서 지금의 저는 영원합니다!! 만세!

다락방 2021-06-13 08:31   좋아요 2 | URL
저도 사진 보면서 그랬어요.

“..해리니?”

단발머리 2021-06-14 12:56   좋아요 1 | URL
루프에 빠진 해리 보지 마시고요. 루프를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루프랍니다. 열쇠고리처럼 생겼지요. 막 서로 얽여가지고 그거를 푼다, 못 푼다 대결하는 것 같단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프는 공간 그 자체라고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신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6-12 20: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해못해도 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더군요ㅋㅋㅋㅋㅋㅋ그게 어딥니까 으핫~♡ 멋짐요!

단발머리 2021-06-14 12:5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근데 뭐랄까요. 제가 알지 못하는 내용이지만 작고 예쁘고 새책이라서 그런지 완독할 수 있었거든요. 책은 모름지기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운 책일수록 얇고 예쁘게^^

그레이스 2021-06-12 2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전 두권 읽었는데 문과도 이해할 수 있을듯요^^

단발머리 2021-06-14 12:58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솔직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작가가 쉽게 쓰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거는 느껴져요.
그레이스님 문과시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그레이스 2021-06-14 13:02   좋아요 3 | URL
저는 이과 출신이데 지금 보니 문과쪽 성향이 더 맞는듯요^^

단발머리 2021-06-14 14:12   좋아요 1 | URL
우앗!! 제가 항상 흠모하는 이과시군요. 반가워요, 그레이스님^^

붕붕툐툐 2021-06-13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 이분 초면인데~ 벌써 세번째 책이시군요! 리뷰 읽고 완전 읽고 싶어졌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면-전 영화만 봤어요-같은 방향으로 노화되는게 축복인 듯!ㅎㅎ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노안에서 제 나이 보이다가 다시 노화 급행열차 탑승 중입니다~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06-14 13:00   좋아요 3 | URL
툐툐님께도 즐거운 독서가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다른 책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입니다. 많은 애용 부탁드리고, 얼른 노화 급행열차에서 내리세요. 저도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3 0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이 리뷰를 보니 역시 제가 범접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해져 버렸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1-06-14 13:01   좋아요 3 | URL
아..... 어려운 책이기는 한데 그래도 초보자를 대상으로 쉽게 쓴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이해하고 리뷰를 썼다기보다는 그냥 읽었다는데 의의를 뒀고요. 카를로 로벨리의 다른 책들도 전 추천하고 싶네요.

다락방 2021-06-13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단발머리님 짱 멋져요. 저는 읽어본 적 없는 작가인데 세번째라니! @.@
저도 노안이었어요. 저는 한 서른부터 사람들이 제 나이로 봤던 것 같아요. (깊은 슬픔..)

단발머리 2021-06-14 13:03   좋아요 4 | URL
만약 한 권만 읽으신다면 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추천하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걸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지만, 우리 인간이 이 넓고 거대한 우주에서 무엇인가에 대해서 과학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우리는 기억이다, 이런 부분이요. 우리 이제, 제 나이 찾아갔으니까요. 더 이상 물러서지 말아요... 히잉 ㅠㅠ

초딩 2021-07-0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7-18 19:29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7-0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7-18 19: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인사가 늦었어요 ㅠㅠ 축하 감사드립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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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 상상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시간은, 은영과 인표가 함께 보냈던 시간과 닮아 있을지 전혀 다를지 궁금했다.

마음속에서 부실한 선반 같은 것들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곳에서 낡은 나사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 결국에는 내려앉는 그런 소리였다. 여기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도 있을 듯한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47)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의 좋음지점이 다르다. 외국소설의 경우는 시대나 배경, 주인공의 성, 인종 등의 점프를 통한 ‘새로운 경험이 소설 읽기의 중심이 된다. 나는 흑인이고, 남자아이고, 고아이다. 나는 미혼모의 딸이고, 그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집 막내딸이며, 그리고 워킹맘이다. 여기는 대학교 캠퍼스이고 여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고 여기는 미국이어서,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나를 상상한다. 한국소설은 다르다. 한국소설을 읽는 나는, 작가가 말하는경험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다. 나는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것 같), 이상한 일인지 알면서도 왜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작가가 말하는마음속의 선반이 내려앉는 소리가 뭔지 안다. 그래서 좋다.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과 통화하는 그런 기분이다.

 




넷플릭스 예고편과 유튜브 클립을 몇 개 보았는데 안은영 역에 정유미가 너무 잘 어울려 이 책은 정유미 때문에라도 영화화 됐어야 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한문 선생님이 좋아하는 배우인 건 감사한데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한문 선생님과는 많이 달라서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그것도 궁금하다. 안은영이 힘이 딸릴 때마다 충전하는 게 좋았다. 충전 방식이 뽀뽀나 키스, 섹스가 아니라 한문 선생의 손을 잡는 것이어서 더 좋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 속에서 손을 잡는 것만큼 매력적인 접촉방식이 있을까 싶다. 가장 떨리고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사랑 충전 방식, 손잡기. 손잡기를 애용하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자. 그 손을 잡고 내 삶을 충전해가자. 이상 안은영식 손잡기 캠페인.

 


결말이 너무 안전한 선택 아니었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일부러 뺀 것처럼 로맨스적 장치를 뺀 듯했지만 마지막 그림은핑크빛 사랑이 담뿍 담긴 커플이었으니 말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심장을 믿지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가끔 폭풍우가 불어닥칠 때는 어깨를 파묻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인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듯 내게 필요한 사람도 딱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 딱 한 사람. 바로 그 사람.

 

 

요즘 고딩 사이에서는 곱창이 유행이다. 먹는 곱창 아니고 굵은 머리끈 곱창이다. 2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아니다, 어쩌면 20년 내내 유행했는데 나만 몰랐을 수도 있겠다. 하여튼 유행에 민감한 우리 집 패션 리더에게 곱창을 몇 개 사줬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놀랐다. 검색 전문가 패션 리더는 링크를 보여주며 여기에서는 곱창 30개에 11,000원이라 굳이 알려주기에 심기 관리 차원에서 주문해줬다. 30개 중에서 내가 고른 게 이렇게 4개다. 며칠 전만 해도 나는 정세랑 덕분에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초강력 곱슬머리였는데, 이번 문단을 지나오면서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결론적으로는, 이상한 능력을 소유한 초강력 곱슬머리의 정신없이 산만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인표는 꽃무늬를 싫어했다. 꽃에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그게 너무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꽃무늬를 고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편이라는 게 인표의 속생각이었다. 꽃무늬 원피스도 꽃무늬 가방도 싫다. 신발이라면 더더욱 싫다. 은영에겐 열대의 꽃이 다홍색으로 크게 번지는 블라우스가 있었고, 잔꽃들이 바랜 색으로 가득한 어정쩡하게 긴 원피스도 있었고, 복주머니처럼 힘없이 생긴 인조가죽 가방 안쪽은 뜬금없이 꽃무늬 안감이었고, 지갑조차 낡은 꽃무늬의 비닐 코팅 장지갑이었다. 별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타입도 아니면서 은영은 늘 꽃무늬를 골랐다. (239)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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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5-17 2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하고 글은 못 쓴 책... ㅎㅎㅎ 다시 읽어야 겠네요.(언제쯤?) 막 단발머리님 말씀 뭔지 알겠고 막 막 .. ㅎㅎㅎ

곱창끈 유행 돌아온 거 맞네요! 20년도 전에 했던 건데!! 오래된 곱창 얼마전에 하나 버렸음.ㅎㅎ 근데 곱창 이름 바꿀 수는 없나 급 생각이... 듭니다...ㅎㅎㅎㅎ

미미 2021-05-17 20:29   좋아요 2 | URL
그쵸?!! 채식 이름으로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32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님 / 다시 읽어도 좋으실듯합니다 ㅎㅎㅎ 유행은 돌고 돌아서 말이지요. 오래된 거는 다 레트로라 하대요.

미미님 / 채식적 이름으로 뭐가 좋을까요. 꼬불꼬불하면서도 동그란 거니까.... 어니언링?
실용편: 너 어니언링 새로 샀구나! 완전 이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5-17 20:33   좋아요 1 | URL
으핫! 어니언링 너무 좋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35   좋아요 2 | URL
괜찮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님도 다른 거 추천해주세요! 채식으로다가요!!

미미 2021-05-17 20:38   좋아요 2 | URL
음...채식은 아니지만 꼬불이 어때요? 야채조차 다치지 않게ㅋㅋㅋㅋㅋㅋㅋㅋ그저 관념만으로ㅋㅋㅋㅋㅋ
난 어제 꼬불이 두개 샀잖아ㅋ

단발머리 2021-05-17 20:39   좋아요 1 | URL
와아아아아!! 꼬불이 괜찮은데요!! 👍🏼👍🏼👍🏼👍🏼👍🏼근데 저는 왜 꼬북칩 생각나지요? 🤔

미미 2021-05-17 20:41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간식먹을 시간인거죠😆 딩동딩동!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43   좋아요 2 | URL
전 방금 팥죽 한 그릇 때린 사람이라는 사실과 요즘 꼬북칩 중에는 웬일인지 초코꼬북칩이 계속 할인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소설과 한국 소설의 좋은 점 다른 거 비유 참 좋네요~👍
저는 당분간 한국 소설은 안 읽을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언제가 문득 그리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손잡으면 충전되는 거 너무 좋아요~ 멀리 있으니 저는 리모컨 하이파이브로 단발머리님께 충전을 받겠어요~🙏

단발머리 2021-05-21 10:34   좋아요 1 | URL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기뻐하고 있습니다요^^
기회가 된다면 붕붕툐툐님과의 더 격렬하고 화이팅 넘치는 실사 하이파이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근데 왜 당분간 한국 소설 읽지 않으실 거라 느끼시는지 좀 궁금하네요~~~~

붕붕툐툐 2021-05-21 11:07   좋아요 0 | URL
실사 하이파이브~😍
어쩌다보니 쌓아놓은 읽을 책 리스트가 다 외쿡 작가라서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21 11:1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외국 여행 무사히 마치시고 곧 돌아오시어요!🤗

psyche 2021-05-18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의 좋은 지점이 다르다는 설명이 정말 찰떡이네요. 딱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안그래도 저 작년에 한국에서 곱창 사 왔어요. 첨에 동생이 언니 곱창 사가라길래 먹는 곱창을 사가라는 줄 알고 뭔 소린가 했다는... ㅎㅎ 영어로는 scrunch라고 부르더라고요.

단발머리 2021-05-21 10:37   좋아요 1 | URL
프시케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니 저의 느낌이 맞은 걸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한국에서 곱창이 유행이 맞긴 하네요. 미국까지 물 건너 갔군요. scrunch는 곱창머리끈이라고 나오네요. 미미님이랑 저는 어니언링이랑 꼬불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너무 좋다. 인용하신 문장도 좋아요. 이 책 이미 읽은 책인데, 그리고 이미 정세랑 한껏 좋아하다가 이젠 좀 시들어진 편인데(시선으로부터 에서 저는 좀 매력이 반감됐어요), 근데 이 페이퍼 너무 좋고 인용문 너무 좋고, 맞아 정세랑이었지, 역시 좋아.. 했네요.

곱창 30개에 11,000원이라니. 그것도 좋네요. 뭐, 저는 이제 곱창 필요없는 사람이지만..


아니, 그리고 저 역시도 손잡기를 예찬합니다. 손잡기 너무 좋지 않나요? 손잡는게 짱이에요. 손잡는 걸로 다 돼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손잡기로 판가름 나는 것 같아요. 크-
충전을 뽀뽀로 하면 진짜 제가 책 속으로 들어가서 다 부숴버리고 말았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1-05-21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 너무 좋다‘를 위해 이 페이퍼를 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시선으로부터 읽는데 매력이 반감되고 있어 나 왜 이러지? 하고 있었단 말이지요. 무려 그 책은 제 책인데 말이에요. 역시나 나의 느낌은 옳았어요. 전 그래도 정세랑 몇 개 더 읽으려고 해요. 제가 애정합니다, 정세랑!!!

손잡기 충전법은 많이 장려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연애 초기에만 많이 애용되지 않나 싶어요. 지긋한 부부들이 손잡고 걸으면 의심의 눈초리가.... 진짜 부부라면 손을 잡지 않을텐데.... (허걱)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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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Olive, Again』을 같이 읽고 있다. 일주일에 한 챕터씩 읽기가 계획인데 미루는 성격이라 금요일 오후쯤 되어야 아! 올리브! 하고 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숙제가 급한 초등학생처럼 바쁜 마음으로 읽기를 시작하지만, 소설 자체가 갖는 이야기의 힘 때문에 나도 모르게 휘리릭 빨려 들어간다. 올리브를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올리브는 오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58)

 


이 구절이 좋았다. 올리브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잭의 전화를 받고 그의 집에 막 도착했을 때, 영화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올리브의 생각이 그대로 표현되는 장면. 올리브는 오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올리브의 생각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상황. 그런 순간이 좋다. 전능자가 되어 버리는 것 같은. 상황과 생각, 계획과 예상 그 밖에서 마치 인형 같은 주인공을 내려다보는 순간. 올리브는 오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이 책을 사야지! 하고 결심했다.

 

 

소설은 흔히 가볍고 쉬운 이야기라 여겨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역사의 격랑’, ‘이념 간의 갈등’, ‘세대 간의 불화와 타협같은 거대 담론을 주제로 삼지 않으면 더더욱 그런 취급을 받아왔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으로 성장하고, 사랑을 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예전 학교선생님 덕분에 용기를 얻고, 먼 도시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남편과 사별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이제 더는 혼자 살 수 없어 요양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이 모든 과정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경험들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 이런 경험들은 모두 하찮게 여겨진다.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인간으로서의 불행과 행복은 이런 작은 순간에 맺혀 있는데도 말이다.

 

가까운 친구 중에 엄마를 집에 모시고 있거나 아침저녁으로 돌보거나 저녁을 챙겨드리는 친구들이 모두 넷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 너무 버거울 때, 그때 느끼는 무력감과 죄책감은 다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된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모든 일을 사랑과 도리, 효와 애정의 문제로만 설명한다.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 그 모든 무거운 짐을 껴안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딸, 며느리, 손녀는, 말 그대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하지만, 말할 수가 없다. 불평할 수가 없다. 그것은 사랑이 부족해서이고,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은 일이고, 효심이 부족해 생기는 마음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어나 이생을 살고 늙어가고, 그리고 죽음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소설이 좋았다. 무리 부인하려 해도 우리는 결국 인간이고, 그래서 또는 그러므로,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숨기지 않고 말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건 다른 인간의 관심과 애정, 따뜻한 음식과 다정한 손길이라는 걸 말해줘서 좋았다. 

 


좋았던 또 하나의 구절은 바로 여기다.

 


잠시 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내에게 수잰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할 것이다.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 가지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수잰이 그를 어떻게 도와주었는지는 그만의 비밀로 남겨둘 것이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혼자 간직하는 숱한 비밀을 생각해보면, 그런 정도의 비밀은 전혀 나쁠 게 없다고, 그는 일어서면서 생각했다. (189)

 


만나자마자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해결책을 찾는다기보다는 고민의 토로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그냥 들으면 된다. 고민을 넘어 쉽게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 하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져도 차분히 그 이야기를 듣는다. (단발머리의 고민 상담소 : 비밀 보장) 내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비밀이라 내게 말하는 것일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마주 앉아 가만히 비밀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웬만큼 비밀을 털어놓은 후 어떤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제 네 차례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저요? , 뭐요? 제 고민이요? 아니, 제 비밀이요? 그니까? ? 작은 거밖에 없어요. 제 고민은 다 자잘하고. … 제 비밀이요?

 


비밀이라. 이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비밀이라고 말했는데 온 세상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우도 무척 많은데. 하지만 내게도 한두 개의 비밀은 있다. 그 사실 자체가 비밀은 아니지만, 지난한 과정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비밀인 비밀. 난 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비밀들을 말하지 않았다. 글로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만약 내가 아주 오래 살게 된다면, 그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이 세상을 떠났다면, 내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면, 94세쯤에 비밀과 비밀들에 대해 쓰고 싶다. 내가 내렸던 바보 같은 결정과 그로 인한 파장,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과 그래야만 했던 결정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후회에 대해 쓰고 싶다. 내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소리쳤던 수많은 밤과 밤처럼 어두웠던 낮과 눈물의 기도들과 내 기도의 응답에 대해 쓰고 싶다. 94세쯤에 그 사람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면. 하지만 그전에는 말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다. 내 비밀은, 내게는 이렇게나 크다.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버니가 수잰을 위로해줄 때, 앞으로 그녀가 간직하게 될 비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밀의 책임은 네가 지고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할 때, 좋았다. 수잰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자신만의 것으로 간직한 버니의 말을 들으며 내가 안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비밀도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버니가 허락해 주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올리브를 읽는 시간이 좋다. 올리브를 읽는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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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7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5-04 0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너무 좋아요. 번역본 읽기 위해 원서도 다시 이북으로 읽거나 보고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들이 찾아와서 막 눈물도 나고 그래요.
저는 이번편에서 수잰이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왔다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 환경에서 살면서도 결코 망가지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남편은 아내를 학대하고 엄마는 아들을 학대하고 아들은 여성혐오살인을 했는데, 거기에서 바람핀 거 가지고 내가 잘못했어, 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수잰을 보면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일까.. 싶더라고요. 왜 어떤 이는 여자를 찔러 죽이는데 어떤 이는 바람핀걸로 고통받나. 왜 특히 그 부분 있잖아요. 아버지가 바람피웠던 사실을 알고는 아버지처럼 될까봐 너무 걱정된다는, 그 부분이요. 저는 거기서 너무 아팠어요. 저도 다시 올리브 다시 읽으면서 너무 좋아서 그 부분에 대해 페이퍼 쓰고 싶었는데 바빠서 못썼네요.

다시 올리브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1-05-07 12:03   좋아요 1 | URL
전 무엇보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중요한 경험들이 사소하게 여겨지는게 그런게 너무 아쉬워요. 수잰에게 버니는 사실 동네 아저씨잖아요. 아빠의 대리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잰을 아는 사람… 이런 관계가 무척 중요한거 같아요. 근데 요즘은 점점 더 이런 관계를 갖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이사도 잦고 또 아무래도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그러니까요. 전 그 챕터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느슨하지만 긍정적인 관계, 인사를 나눌수 있는, 경쟁하지 않는 관계…

다시 올리브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저한테도 그래요.

mini74 2021-05-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과 같이 읽으신다니
부러워요. *^^* 같이 밥 먹으면 식구라는데 같은 책 읽으며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마음의 식구가 되는 건가요 ㅎㅎ

단발머리 2021-05-07 12:08   좋아요 1 | URL
‘마음의 식구’라는 미니님 표현은 제가 오래오래 기억하고 사용하고 싶어요. 같은 책을 읽는 건 그 어떤 일보다 마음을 나누는 일이 맞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알라딘 이웃님들도 제게 그런 마음의 식구입니다*^^

공쟝쟝 2021-05-1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땐 (꼭 이럴 때만) 제가 나이어린게 다행입니다. 94세에 단발님 비밀 이야기의 굳 리스너가 될겁니다. 제가 번호표 1번 뽑아써요? 예약이예요.

단발머리 2021-05-13 07:54   좋아요 0 | URL
우아아아아아아앙!!!! 번호표 1번이 쟝쟝님이라면 94세가 아니라 74세 정도로 확 당길까 해요. 예약증은 문자로 발송됩니다.
시간 엄수하시고요. 번호 지나가면 기다리셔야 돼요!!!

초딩 2021-06-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좋은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21-06-07 12:5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초딩님!! 제가 답이 늦었네요!
오늘 월요일이지만 좋은 날 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1-06-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6-07 12:5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전통과 통념으로 퉁쳐졌던(?) 주장들이 ‘과학’의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일이 있어났는가에 대한 고발.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과학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기득권을 보호하고 여성을 억압하는지 세세히 보여주는 책.








양심의 가책 없이 모성 거부 증후군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어머니는 거의 없었다. 여성이면 누구나 때때로 "왜 그런지, 알고 싶어 하는 성가신 두 살배기의 열 번째 요구를 외면하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혼자 15분 동안 계속해서 울부짖게 내버려 두게 되고, 네 살짜리와 이야기하는 동안 딴 데 정신을 팔거나 혹은 아이를 "거부했다." 집을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전업 엄마는 분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영아나 취학 전 자녀를 마치 다 자란 적수처럼 순간적으로 미워하게 된다. 모성이 "충족"을 뜻한다면 이러한 순간적인 적대감은 정상적이고 선하고 고결한 것에 대한 배신이자 은밀한 파괴임에 틀림없다. 과학은 이러한 감정들을 어머니-아이 관계라는 에덴 동산에 있는 뱀 같은 타락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는 괴로운 자기의심이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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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4-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을 축하드립니다!! (혹시 제가 일등할까봐... 걱정했거든요..? 안심ㅋㅋㅋ) 저도 이제부터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바쁘다 바빠... 매월 말일마다...ㅠㅠ

단발머리 2021-04-27 16:13   좋아요 0 | URL
(ㄷㄷㄷ 들어온 이후로) 월말마다 마음 편안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수고많으세요!!! 저는 바버라 다른 책 읽고 있다는 거를, 그것을 나는 강조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4-2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1등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잠깐 한 눈을 팔다가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4월도 며칠 안 남았으니 얼른 커피 사발 앞에 놓고 읽어야겠습니다. 저 색연필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단발머리님, 저걸로 줄 그으면 다 제 영혼 속으로 흘러들어올 거 같아서요.

단발머리 2021-04-27 16:24   좋아요 0 | URL
물론 저도 그렇게 알았습니다. 수연님 바쁜 틈을 타서 제가 과감한 깜빡이 신공과 엑셀 밟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좋은 결과를 이루고야 말았습니다(소감은 윤여정급) 저 색연필은 스테들러 노리스 슈퍼 점보 색연필이며 (일명 코끼리 색연필) 색상은... 이것이 중요합니다. 레드가 아니라 보르도입니다. bordeaux 보르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