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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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의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의 손택이 박사학위를 받지 못 했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손택이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대학 세계에 속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147) 논문을 마치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했고, 박사학위를 받으려 계획까지 세웠지만, 결국 손택은 박사학위를 받는데 실패했다. 나중에 제안 받은 수많은 강사 직, 명예 박사학위, 교수 직도 대부분 거절했고, 진짜 박사학위를 너무 존중하기에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그의 에세이적인 글쓰기와 학술적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상반되는 것이기도 했지만, 박사학위나 대학교수의 직함보다 훨씬 더 강렬한 아우라가 그에게는 있었다. 1963년 가을, 손택의 출판인은 소설 『은인』의 뒷표지 전면에 케네스 버크와 한나 아렌트의 찬사에 가까운 소개말 대신 스물 아홉이었던 손택의 사진을 실어 출간했다. 흑백 사진은 해리 헤스가 찍었는데, 멋스럽게 자른 새카만 단발머리를 하고 현대적인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기막히게 호화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젊은 여성을 담고 있었다(139). 니체를 말하는 하버드대 출신의 31세의 여성. 미모의 여성. 지성미를 발산하는 손택은 그렇게 유력 신문사의 후광에 힘입어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다. 저자는 이를 지적인 주체와 대상화된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의 공생이라고 평한다.(139) 평생 동안 손택은 그런 대중적 관심의 중심에 있었고, 자신의 정치적 행동을 위해 그런 평판과 명성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명성이란 결국 인정의 문제다. 인정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타인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그런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었을 때에만 나는 비로소 그런 사람이 된다. 박사 학위조차 갖지 못한 손택이 가부장적이고 비평과 비난이 공존하는 주류 예술 문화의 중심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었던 건, 작가로서의 그녀의 천재적 역량과 지적이면서도 독보적인 그녀만의 매력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수많은 평론가들과 매스미디어, 대중의 호의와 적의를 오가는 절대적이고 폭발적인 관심이 존재했다.

 


이미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NBC에서 가진 에드윈 뉴먼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예술가에게든, 언론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파괴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언제나 골칫거리죠. 그게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모든 관심의 정도라는 걸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자기 작업을 외부인의 시선에 비추어 생각하기 시작하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인식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죠. (…) 그러면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237)

 


이 두 가지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는 실제로 이런 일들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사람들은 예술가 내면의 어떤 점에 대해 환호하고 열광하지만, 다음 순간 예술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점점 예술가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할 테고, 결국 사람들은 그를 외면한다. 대중적 관심은 곧 영향력이고,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실제로 중요한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손택은 어떻게 했을까.

 


많은 선배 작가처럼, 손택도 문학을 향한 첫 번째 시도로 일기를 꾸준히 썼다. “게으름 외에는 그 무엇도 내가 작가가 되는 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할까? 그 주된 이유는 이기주의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갖고 싶을 뿐, 꼭 써야 할 말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안 될 건 또 뭔가? 자존감을 약간만 쌓으면 이 일기가 기정사실화하듯 꼭 써야 할 말이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2)

 



결국에는 내 안에 사람들에게 전해 줄 만한 무언가,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무언가가 있는가의 문제인데, 손택은 그것을 이렇게 해결한다. 자존감을 쌓음으로써, 꼭 써야 할 말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그리고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얻음으로써.


 

손택은 그렇게 존재했다. 알려진 게 아니라 선포된 채로. 스스로의 힘으로. 혼자.

 

 


 






손택의 절대적이고 냉혹한 분노는 흔히 인용되는 서양문화 전반을 향한 비판에서 절정을 맞는다. "진실은 모차르트, 파스칼, 불 대수, 셰익스피어, 의회정치, 바로크양식 교회, 뉴턴, 여성해방, 칸트, 마르크스, 발란친의 발레가 이 특정 문명이 세계에 초래한 것을 속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인들은 인류 역사의 암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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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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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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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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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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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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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6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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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 아무튼 시리즈 34
김지승 지음 / 제철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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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좀 믿음이 간다. 나는아무튼, 외국어』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요가』, 『아무튼, 방콕』까지 몇 권을 읽었는데, 모두 다 좋았다.


『아무튼, 연필』은 아무튼 연필에 대한 이야기다. 취미와 덕질의 한계를 넘어 나라별로, 제조사별로 제작된 연필의 역사와 판매 경향뿐 아니라, 소장각을 부르는 희귀템에 대해서도 전문가다운 지식이 엿보인다. 연필 덕후라면 더 좋아할 만한 책이다. 연필에 대해 1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으니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나는 여성주의에 빠져 있으니까. 나는 세상을 보통 사람의 시각, 즉 남자의 시각이 아닌, 여자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이제 알게 됐으니까, 그렇게 읽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이 먹은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마녀의 기운에 대한 이야기나 넬리 블라이를 말하던 저자의 사수 이야기는, 피할 나위 없이 여성의 이야기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여성주의로만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여성적경험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어도 인구의 반 이상이라면, 도대체 이것은 왜 인간으로서의 경험이 아니란 말인가. 이것을 왜 보통 사람의 이야기라고 전할 수 없단 말인가. 하고 싶은 말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얌전히 남겨둔다.  



혼자이고, 공기의 흐름이 들릴 정도로 고요하며, 낮에 붙잡고 있던 세상과의 연약한 연결점이 사라진 새벽, 잠드는 게 제일 무서운 일이 되면 나는 거실에 난 작은 창 너머로 언뜻 푸른빛이 돌기 전까지 창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몸이 힘들면 창이 보이는 곳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아픈 사람에게는 창이 신전이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온통 기도다. 기도는 원래 책상 서랍 속에나 넣어두던 것인데...  (108쪽) 



말하고 싶은 건 이거 하나다. 나는 작가를 모르고, 그의 삶에 대해 모른다. 나는 그가 써 내려간 만큼만, 그가 종이 위에 고백한 만큼만 그의 삶을 알 수 있다. 고단했던 삶. 고생스럽고 고통스러운 그의 삶에 대해 읽으면서, 그의 인생 고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부적인 변화와 내부적인 변화. 환경의 변화와 신체의 변화가 부정적이라고 할 만한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대부분의 사람은 절망한다. 나는 세계를, 외부를,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그런 고통을 비교적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망이 내 속으로, 내 과거로, 내 맘속으로 쳐들어오면 그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바보인 나는, 멍충이인 나는 그냥 죽어야 한다. 이 작은 책이라는 우주 속에서, 세계를 향한 원망과 나에 대한 후회의 저울이 갸우뚱거리면서도 계속해서 균형을 잡아가는 그 순간들이 좋았다. 날 이렇게 만든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어쩌면 그게 내 실수일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다시 보는 것. 다시 사는 것. 다시 일어서는 것.



그래서, 나는 연필의, 연필에 대한, 연필을 위한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 오늘을 살고, 다시 또 살아가게 되고. 후회를 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고.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큰애의 필독 도서 중 하나였던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을 꺼내놓고, 둘째 아이 연필 쥐는 법 고쳐준다고 구입했던 스타빌로 이지그래프(오른손)를 쓰다듬는다. 아무튼, 연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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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20-10-2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연필보다는 만년필이 좋아요, 아무튼, 만년필! ㅎ

단발머리 2020-10-29 10:55   좋아요 1 | URL
저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아무튼, 만년필이라고 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만년필하고는 친해지기 어려울거 같아요. 사실, 연필하고도 가끔만 만납니다. 저는 삼색볼펜을 좋아합니다. 아무튼, 삼색볼펜!

2020-10-29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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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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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0-2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연필 저도 다 읽었어요. 사유하고 건질 것들이 정말 많아서 다시 읽어야겠다 싶은!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_도 궁금해서 도서관으로 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튼, 샤프! 입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10-29 13:11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읽을 때 줄도 안 치고 읽었거든요. 한 번 더 읽고 싶어서요, 비밀 이야기 같으면서도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아무튼 샤프!! 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카알벨루치님은 <아무튼, 만년필>을 수연님은 <아무튼, 샤프> 이야기를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2020-10-29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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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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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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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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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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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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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0-29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연필을 주로 사용합니다...

4B루다가. 전동연필깎이도 있는데
그건 110V라 변압기가 필요하네요
ㅋㅋㅋ

연필의 사각거림, 쵝오지요.

단발머리 2020-10-29 13:23   좋아요 1 | URL
아무튼 연필님이 드디어 오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연필 1도 모르는데 이 책 읽다가 여러 연필들이 정말 탐나더라구요. 나무나 모양, 흑연 종류 이런게 중요하다고 하대요.
제 생각에도 역시나 사각거림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각사각!!!

공쟝쟝 2020-10-2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너무 의외로 좋은 책이네요??! 저도 어쩌다 보니 아무튼을 읽고 있어요 ㅋㅋ 특히 운동 분야로 ㅋㅋ 이번 기회에 다른 장르 아무튼도 파봐야겠군여... 서걱서걱 연필

2020-11-01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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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0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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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레 케르테스는 운명 4부작’ 『운명』,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청산』의 저자다. 『운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나이트』(엘리 위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프리모 레비)에 이어 네 번째로 읽는 홀로코스트 이야기다.

 


열네 살 소년 죄르지 쾨베시는 노동 봉사 명령에 따라 체펠 섬으로 일하러 가던 중, 유대인은 내리라는 명령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다. 이 곳, 저 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큰 도로에서 만나게 되고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보내진다. 그들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를 지나 부헨발트 수용소로 보내졌다가 다시 차이츠 수용소로 보내져 노역을 하게 된다. 쾨베시는 그날의 노동 뒤 점호 전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을 온종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견뎌낸다. 독일 나치군의 패전으로 일 년 만에 부다페스트로 돌아오지만, 강제 동원된 아버지가 죽은 것 같다는 소문과 새어머니가 가게 일을 돌봐주던 쉬퇴 아저씨와 재혼했다는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쾨베시에게 비극이 찾아왔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유대인이라는 공동체에게도 너무나 가혹했던 비극은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 일어난다.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어느 날, 삶을 송두리채 휘몰아치는 거대한 비극이 시작된다.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생각났다. 엄마아빠가 따로 챙겨준 용돈을 지갑에 넣고 친구들과 셀카를 찍으며 즐겁게 떠났던 3 4일 제주도 수학 여행길에서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 했다. 어른보다 습도에 민감한 아기를 위해 일부러 구입한 가습기 살균제가 예쁜 아기의 폐를, 몸이 약해진 산모의 폐를 딱딱하게 만들었다. 다시는 눈 뜨지 못했다. 쾨베시에게도 비극은 그렇게 찾아온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 유대인들만 버스에서 잠깐 내리라는 경찰의 안내. 한없이 착해 보이는, 약간은 어리숙한 경찰관. 경찰관의 손짓에 그를 남겨두고 출발하는 버스. 그렇게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또 한 가지는 비극이 완성되어 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강제 노역에 처해지는 혹은 그대로 가스실로 끌려갔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떻게 참아냈을까.

 


나는 그에게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고 깨끗하고 멋진 역에 도착하는 것이 정말 생소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이해된다.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처리하고 살아가고 행동하고 움직이고 새로운 단계마다 새로운 요구 사항을 완수해 나간다. (269)

 

 

유대인임을 확인하는 노란별을 외투에 달고, 통행 허가서를 발급받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몰수당한다. 강제 노역 동원령에 따라 집합 장소에 모이고, 기차를 타고 수용소에 도착한다. 화장터로 향하는 길에서도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신발끈을 묶어 신발이 따로 돌아다니지 않게 한다. 나중에 찾기 편하도록 옷을 걸어둔 옷걸이 번호를 입으로 소리 내어 외우고, 비누를 받아 샤워실로 들어간다. 그 곳은 샤워실 일수도 가스실 일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진다.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가 이루어지고, 각 단계마다 해야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게 비극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 사람들은 최후까지 알아차리지 못 한다. 되돌이킬 수 없는 항구적인 정지 상태,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극은 완성된다.

 

 


옮긴이는 <해설>에서, 수용소 생활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묘사, 독일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후반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행복에 대한 고백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대신 화내게 하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분석한다(295). 내 생각은 다르다. 임레 케르케스가 의도적으로 유대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온전한희생자가 되기를 원했다고 생각한다. 절대악에 희생당한 완벽하게 순수한 피해자. 스스로를 그렇게 이해한 유대인들에게 극악무도한 독일 나치군의 범죄와 행복이라는 단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아들과 딸을 화장터 굴뚝 아래에서 잃어야했던 유대인들이 엄혹한 수용소 시절에도 작은 행복을 느꼈다고 말하는 임레 케르케스에게 분노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남겨진 사람은 또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프고, 때가 되면 밥을 먹게 된다. 미안하게도, 너무 사치스럽게도 커피가 마시고 싶다. 그리고는 커피를 마시게 된다. 어떻게든 그 시간을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한다.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 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284)

 


참혹한 과거를 잊으라는 사람들에게, 잊어야만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임레 케르테스가 말한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경험한 일들, 나의 과거가 내 운명입니다. 우리 자신이 곧 운명입니다.

 

그의 말을 따라해본다. 내 과거가 바로 나에요. 내 인생이 내 운명이구요.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된 거에요. 나 자신이, 바로 나의 운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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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2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는 숭고한 것이지만 과거를 잊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말에서 성숙한 영혼을 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0-09-25 20:09   좋아요 1 | URL
명백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있어야겠지요. 작가는 자신에게 다가온 절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다시 밤이 되었네요. 파이버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09-25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을 한 이십년 전에 읽은것 같거든요. 물론 다른 판형이었죠.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응당 분노가 타올라야 할것 같은데, 덤덤한 분위기라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흐음, 뭘까, 뭘까 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읽는다면 제가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20-09-25 20:14   좋아요 0 | URL
20년 전이라면!?! 정말 아주 예전이네요.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먼저는 저자의 담담한 어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런 구절도 있거든요. 독일인들은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것 빼고는 참 사람들이 깔끔하고 정직하고 괜찮다....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다락방님처럼 이거 뭐지? 라고 반응하거나 유대인처럼 아니, 이게 뭐야!! 하면서 분노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때와는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Falstaff 2020-09-2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르테스의 작품 중에서 읽기에 제일 수월했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썼든지간에 그냥 종이에 적혀 있는대로 읽었는데요, 세상에 하도 많은 사람이 있어서, 이런 소년도 있었구나, 뭐 그런 식으로요.
사실 당시, 1944년도에 10개월 동안 부헨발트에서 소년이 살아남았다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케르테스는 기적이었던 걸로 압니다. 당시 부헨발트의 코흐 소장의 아내 ‘일제 코흐‘는, 유대인의 가죽을 무두질해서 책의 장정을 하고, 전등 갓을 만들고 하는 엽기적 취미가 있던 여자로, 2차 대전 이후에 ‘아돌프‘란 남자와 함께 ‘일제‘라는 여자 이름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게 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그런 상처를 지닌 작가가 소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될 수 있는대로 딱 본 것, 느낀 것만 솔직하게 쓰지 않았을까, 했었나봅니다.

단발머리 2020-09-25 21:31   좋아요 0 | URL
Falstaff님은 케르테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셨군요! 이 책이 비교적 쉽게 읽히는데 그 점이 사람들을 좀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좀 담담하고 무미건조하다고 할까요?
전 ‘일제 코흐‘에 대한 이야기는 언뜻 들었는데, 그녀가 부헨발트의 코흐 소장의 아내인줄은 몰랐어요. 케르테스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군요. 제가 읽었을 때는, 그래도 아우슈비츠보다는 나았구나, 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사람들이 내게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라는 작가의 말이 전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딱 본 것, 느낀 것만 솔직하게 쓴게 아닐까, 라는 Falstaff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Falstaff 2020-09-25 21:17   좋아요 0 | URL
오, 단발머리 님, 이왕 홀로코스트 소설 읽으신 목록에 아쉽게도 <소피의 선택>이 빠졌습니다. ^^;;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읽고 난 다음에 괜히 읽었다, 라고 생각하시면 즉각 저한테 말씀하세요, 책값 물어드릴께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9-25 21:31   좋아요 0 | URL
오홋!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대로 <소피의 선택>을 꼭 찾아 읽어볼께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은 <안네의 일기>와 비슷하네요.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지만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결단코, 반드시, 꼭 Falstaff님께 말씀드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25 22:5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 읽는 작자들한테 책에 관해 농담은 없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정말? 이라고 묻지 마세요. ㅋㅋ

단발머리 2020-09-26 15:54   좋아요 0 | URL
<소피의 선택> 표지에서부터 아주 인상적이네요.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봤어요. 윌리엄 스타이런이 또 올해의 선택이 될까 기대됩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래요, Falstaff님!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부클래식 Boo Classics 64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이은자 옮김 / 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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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이집트인 모세>, <모세가 이집트인이었다면>, <모세, 모세의 백성과 유일신교> 세 개의 논문을 묶은 책이다. 프로이트는 모세가 이집트인이라는 증거로 J. H. 브레스티드(Breasted)의 저서를 인용하며, 그의 이름, 모세가 이집트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모세의 추종자들로서 이스라엘 종교 의례의 수행자들인 레위인들에게서 이집트 이름들이 나타났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 증거로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집트의 젊은 파라오 아멘호테프 4세가 집권해 한 나라 한 민족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보편신이자 유일신인 아톤을 섬기는 종교를 주창했는데, 그의 사후 아톤교는 폐지되고 이집트에서는 다시 다신교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크나톤(아멘호테프 4)의 측근 중 토트메스(Thothme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은 이름의 뒷부분이 모세(mose)이기 때문이다. 그는 몇 세대 전 이주해온 셈족과 접촉해 그들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집트의 풍습인 할례를 징표로 삼고 유일신 사상을 주창하며 그들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모세는 이집트의 고위층 중의 한 사람이며, 이집트의 종교와 풍습을 유대인들에게 이식한 사람이다.

 


성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모세의 특징을 그리고 있다. 성서는 모세를 화를 잘 내고 성미가 급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유대인 노동자를 학대하는 잔인한 감독관의 행위에 분노한 나머지 그를 때려죽이는가 하면 백성의 배교에 격분하여 시나이 산에서 가져온 율법 판을 깨뜨려버린다. 결국 하느님은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에 벌을 내리지만 어떤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48)  

 

 

프로이트가 정말 모르고 있는지, 어쩌면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알기에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은 바로 이 사건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던 그 순간, 즉 이집트를 탈출하던 그 시점부터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을 쏟아냈다. 모세 역시 인간인지라 불편한 감정이 쌓여가던 찰나, 한 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 물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했다. 사막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냥 물이 필요하다고 불평한 게 아니라, 너 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다, 곡식도 무화과도 포도도 석류도 자라지 않고 마실 물도 없는 이 곳으로 왜 우리를 이끌어냈냐, 하면서 한참 불평의 피치를 높여가고 있었다.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모든 사람이 보는 데서 이 바위에게 물을 내라고 명령하여라. 이 바위에서 터져 나오는 물로 회중과 가축을 먹일 수 있으리라하셨다. 이제 모세는 하나님의 능력을 백성에게 보여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모세도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었는지 백성들을 모아 놓고는 이 반역자들아, 들어라. 이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해주마하고 바위를 치는데,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회중에 내가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민수기 20 1-12)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으로 하나님께 책망을 듣는 장면은 바로 여기다.

 


 

첫 번째 머리글을 쓸 당시 나는 가톨릭교회의 보호를 받으며 오스트리아에 있었고, 이 논문을 출판하면 교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정신분석학을 지지하는 동료나 제자들에게 작업 금지령이 내려지는 것은 아닐까 내심 두려웠다. 그러던 중 독일이 갑작스럽게 침공해왔고, 가톨릭교는 성서 용어로 말하자면 흔들거리는 갈대임을 보여주었다. 나의 학문적 신념뿐만 아니라 이제는 내가 속한 인종이 문제가 되어 박해받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나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어릴 적부터 78년이라는 세월 동안 살던 고향 도시를 떠났다. (84)

 

논문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류의 책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보통 논문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쓰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은 프로이트 문체만의 특징인지. 새로운 주제에 대해 연구자들이 갖는 불안감이라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겠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떠날 정도의 압박 속에서도 계속 연구에 정진하는 노령의 프로이트를 상상할 때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쉬운 점은 이런 대목.   

 


다른 민족보다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총애를 받는 민족이라는 믿음과 자신들의 슬픈 운명의 지독한 체험을 융합하는 것은 이 민족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의심하며 괴로워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죄책감을 강화함으로써 신에 대한 의구심을 억눌렀다. (94)

 


유대인 선민 사상에 대한 서술이 그렇다. 최근에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던 Falstaff님의 <요셉과 그 형제들> 리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거처를 빼앗기고 오랜 시간 동안 뿔뿔이 흩어져 세계를 떠돌았던 이스라엘인들에게 선민 의식이 그들만의 공동체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나,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의 모습은 똑똑하나 철없는 요셉을 떠오르게 한다. 



알라딘 리뷰를 살펴보다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 책을 읽고 반박하기 위해 쓴 『프로이트와 비유럽인』이라는 책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절판된 책이라 중고책을 주문해야 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을 반밖에 읽지 못한 1인은 고민이 크다고 한다.    






고로 오늘의 선곡은 <When you believe from The Prince of Egypt>. 199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영화 속의 모세는 이집트 궁전에서 미래의 파라오와 형제로 자랐으나 자기 민족의 해방을 위해 출애굽을 이끄는 지도자로 그려진다. 물론 그는 유대인이다. 하지만 당대 최고 제국의 왕자였던 그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이집트 왕자'라는 제목을 사용한 듯 한다. 프로이트는 모세가 이집트의 왕자였던,이 아니라, 진짜 이집트의 왕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난 오랫동안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했고 또 지금도 좋아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이 너무 좋다. 머라이어 캐리를 바라보는 휘트니 휴스턴. 언론은 끊임없이 두 사람의 불화설을 만들어냈지만, 글쎄. 난 저 눈빛에 더 신뢰가 간다. 머라이어 캐리를 바라보는 휘트니 휴스턴의 눈빛. 지지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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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람세스] 읽을 때 모세 얘기 나왔었어요. 파라오의 절친인 모세가 그러나 파라오가 믿으라는 신을 안믿고 자기 신을 믿는거에요. 그래서 파라오가 ‘내가 믿으라는 신을 믿으라니까?‘했지만, 모세는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이집트를 떠나는 장면이었죠. 바다가 갑자기 갈라지는 걸 성경에서는 기적이라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람세스에서, 그걸 제부도 물 때가 되면 빠지듯이 그렇게 빠졌던 거라고 설명햇던 것 같아요. 물론 책에서는 제부도 안나옵니다... 갑자기 람세스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폴스타프님 서재에서 단발머리님이 요셉 이야기 하신 거 읽었었는데요, 여기에도 나오네요? 요셉과 저는 좀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뭐냐하면, 국민학교 4학년 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연극을 할 때, 제가 아기예수 임신한 마리아 역이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셉이 제 남편이었답니다? 그 때 6학년 오빠가 요셉 역을 했었는데, 연극 연습을 하다가 그만 우리는 서로 좋아지고 말았어요......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그리고 저도 이 책, 되게 어려울 것 같지만, 성경도 안읽어봤지만, 그래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0-09-15 13:53   좋아요 0 | URL
[람세스] 시리즈잖아요! 5권짜리지요? @@ 다락방님은 이미 읽으셨군요. 모세의 기적과 제부도 이야기는 참 기막힌 연결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해안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거기가 제부도군요. 저도 가서 함 체험해보고 싶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요셉은 진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웬만하면 폴스타프님 읽으신 <요셉과 그 형제들> 읽고 싶거든요. 집필기간만 13년에 토마스만이 자기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 순서를 기다리는 책들 때문에 아무래도 당장은 어려울 듯 합니다. 다락방님과 요셉은 진짜 특별한 인연이에요. 전 그렇게 오래 교회를 다녔는데 성극에서 마리아는 커녕 목동 역할도 한 번 맡아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마리아가 됐더라면 다락방님처럼 요셉 오빠와의 알콩달콩한 추억을 되새길텐데.... 저의 모든 크리스마스가 안타깝네요.

참고로 책 뒷부분에 제가 리뷰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프로이트가 모세 살해 가설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의 연결을 설명하는데, 전 그 부분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설렁설렁 읽기만 했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님 모세 읽기 응원합니다!!
 
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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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게 혁명의 완성이라는 여성을 만나고 싶다면 읽기를 추천한다.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전모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하니, 다자이 오사무는 더 이상 안 읽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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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9-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전 사양’을 사양하겠어요.

단발머리 2020-09-10 22:03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사양에 대한 사양을 환영하겠습니다!

테레사 2020-09-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후 일본의 비관주의 스러져가는 욕망 뭐 그런 것들 같아서 요즘같은 나날 특히 짜증나는 책이어요 ㅜ

단발머리 2020-09-11 18:10   좋아요 1 | URL
저는 그런 감정들이 전부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남자들은 술 퍼먹고, 여자들은 밤낮으로 남자를 기다리는 대목에서 짜증이 나기는 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인간 실격을 읽는 걸로...

단발머리 2020-09-14 13:37   좋아요 0 | URL
네, <인간 실격>을 읽는 것도 좋으실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