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인간 중심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존 야블론스키 지음, 이미령 옮김 / 책만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정확히 한 발짝 반을 물러섰다. 미술품 감정이라도 하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틀어 화면을 본다. 화면과 30도를 이룰 만큼 옆으로 비켜난다. 저러면 화면이 보이기는 할까라고 생각할 때, 그로테스크하게 정 반대 위치 또는 웅크려서 다시 화면을 본다. 매료된 건지 어안이 벙벙한 건지 그를 따라 이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 동조하듯 그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그러다 '음'인지 '흠'인지 아니면 코를 들이마시는 건지 어쨌든 유기체의 어떤 산뜻하지 않은 소리를 낸다. 미칠 지경이다.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디자이너는 정부 건물답게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는 냉난방 시스템 때문인 건지 침침해진 눈 때문에 자신의 작업물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건지 콧김이 닿을 듯 말 듯 한 15cm 내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 기괴한 동작을 하고 있어, 콧김의 위협과 거미줄 친 입에서 나오는 최악의 냄새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안도하지만, 알고 있다. 절망적이고 속절없고 대책 없는 텍스트가 나올 것을 안다. 그 시작은 항상 똑같다. 제발 시작이라도 바꾸면 좋겠다.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그냥 내 의견이야." 기괴한 동작을 하던 사람 중의 하나가 말한다.

그 넌더리 나는 시작에 '그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류나 수정하러 가세요.'라고 소리 없이 소리 지르고 있다.

자신의 텍스트에 볼드체라도 입힐 듯이 또 눈을 가늘게 뜬다. 덜덜 떨리는 게 보일 지경이다. 제발, 눈도 작은데 왜 저러는 것일까. 장님인가.

"뭔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기괴한 동작의 그가 말한다.

'그건 나도 안다. 뭔가 좀 안 맞으니 우리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 않은가'

또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그 소리만 내면 전문가가 되기라도 하듯이 마구 소리를 낸다. 이제 여러 명이 그 소리를 내서 지휘자가 필요할 판이다.

"내가 비전문가라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색이 좀 안 맞는 것 같아. 어두워. 우린 산뜻한 게 필요. 뭐랄까 이번 업데이트에 들어가는 이 기능의 산뜻함과 잘 울리는 그런 색이 필요해. 그리고 간격도 너무 좁은 것 같고"

아.... 프로그램 코드로 예술 작품을 그리고 계시는가. 시인이 나셨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산뜻한 것도 더 넓게 한 것도 다 보여줬다. 그때는 다른 사람으로 빙의했었나.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금기를 두 번이나 말한다.

"예쁘지가 않아. 조금 더 수정해서 예쁘게 해 줘~"

화장합니까?

주위 책상의 의자란 의자는 다 끌어모아 앉아 놓고 그 의자는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디자이너의 형벌이라도 되는 듯이 너저분하게 그대로 두고, 자기들은 화룡점정의 피드백을 그 누구보다도 겸손하게 준 것인 양 긍지와 고결함의 눈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라화된 목과 좁아진 어깨를 하며 한 명은 공중에 떠서 수평 이동 하듯이 그리고 한 명은 스카이 콩콩을 탄 듯이 콩콩 뛰며 간다. 나머지들도.


개발자들과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내가 보았고, 나도 그랬던 일상이다. 안목, 감성, 갬성, 전문가, 비전문가, 이런 모든 것들이 무법으로 뒤섞인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무법, 무질서, 무기준, 무논리로 온통 무밭이다. 이 이야기에 사용자 경험 그리고 사용성 테스트라는 소재가 더해지면, 상, 중, 하권은 가볍게 넘을 수 있는 장편 소설이 나올 수 있다. 비극이고 희극이고 코미디이면서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이라는 용어도 결국 애플에서 만들었다. 인간군상들이 모여 그 소설을 쓰고 있을 때, 1년에 한 번씩 UFO를 만난다는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진실했다. 사용자 경험은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 심리학과 함께였다고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p11


저 땀내나고 울화통터지는 자리를 많이 경험한 것 같은 저자 야블론스키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로 이 책을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디자인 결정을 위한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가 부족했다. 사용자 인터뷰도 해야하고 여러가지 조사도 해야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니, 의사결정의 회의는 개인취향과 오래된 경험으로 감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 비전공자가 감 놔라 배 놔라를 마구잡이로 서스름 없이 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 그가 찾은 해법은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의사 결정을 위한 반박하기 힘든 근거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그 논문들을 쌓아가며 정리해서 Laws of UX ( https://lawsofux.com/ ) 를 구축했다.

사람들은 UX를 잘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만나야한다고 한고, 그렇지 못할 상황에서 정체하고 길을 잃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심리학' 이론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유명한 제이콥의 법칙, 피츠의 법칙, 힉의 법칙 등 이미 심리학 세상에서 디자인 세상으로와 세계를 밝히고 있는 10가지 법칙을 설명하고 사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제이콥의 법칙(Jakob's Law)는 기기 조작 패널을 참고한 폼 디자인, 의자의 모양을 따라한 차량 의자 조절 장치 등을 사례로 보여준다.

피츠의 법칙은 대상 (버튼)이 크고 가까울수록 얻기 (클릭) 쉽다를 말한다. 물론 대상들을 너무 가까이 둬서 정보 밀도(information density)를 높이지 말라고 한다.

입력창 위의 레이블도 터치 영역에 포함하거나 테슬라 대시보드의 각 항목 간격이 넓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에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힉의 법칙(Hick's Law)의 재미있는 예지인 할아버지를 위한 리모컨과 스마트 리모컨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뇌에 긍정적 반응을 일으켜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실제 잘 사용한다는 심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의 제품 사례는 아 소리가 튀어나온다.




저자 존 야블론스키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은 실무에서의 난감함과 당혹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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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02 2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번역서가 나온 것을 알게 되네요. 원서를 골라놓기는 했는데 꼭 필요한 책인지 몰라서 결제를 미루고 있었거든요. 리뷰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02 23:57   좋아요 5 | URL
아 전 디자인 용어 보고 싶어서 원서 사랴고 하고 있어요 :-)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너무 좋네요 :-)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것은....제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네요. 용어부터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차라리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겠다 싶은 ㅋㅋ ㅋ 초딩님 독서 지평은 무쟈게 넓군요. 몰라뵜어요 ^^;;;

초딩 2021-09-03 00:29   좋아요 3 | URL
앗 아닙니다. 아 울리시즈 ㄷ ㄷ ㄷ ㅎㅎㅎ
편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scott 2021-09-03 0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디터 람스 디자인!
21세기 현대 디자인, 생활 디자인의 표준을 만들었죠
이젠 친환경적이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 하는 추세지만
집안 곳곳 리모콘 하나로 통일 되었으면 ㅎㅎㅎ

초딩 2021-09-03 00:31   좋아요 5 | URL
와우 역시 스캇님의 안목은 독보적 절대적입니다 ㅎㅎㅎ대단하세요. 딱 알아보시네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9-03 0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 앞부분은 초딩님의 경험담 인건가요? 완전 빡침이 느껴지면서 왠지 내 경험담(?)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비전문가이고 모르면 이해하고 공부하려는게 필요할거 같은데 그냥 자신의 생각만 말하다니 ㅡㅡ
그런데 디자인의 세계는 심오하군요~!

초딩 2021-09-03 09:26   좋아요 3 | URL
앞 부분은 제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그 모습들을 본 것을 묘사했어요. 그리고 물론 저도 개발자로 일할 때 그러지 않았다고 명백하게 말하기 힘들고요 ㅜㅜ
디자이너분들에게 정신 교육 많이 받았습니다. ㅎㅎ
디자이너와 심리학 정말 심오한 것 같아요 ^^ 특히 심리학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9-03 11: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군요. 저는 심리학이 붙은 책 제목을 좋아한답니다.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검색해 볼게요.
앞부분을 특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

초딩 2021-09-04 00:12   좋아요 1 | URL
^^ 서평쓰다가 책요약 형식말고 다르게 쓸 수 없을까 생각하다 예전에 그 광경을 본 것이 생각나서 조금 이야기처럼 써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9-03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제가 절대 집어들지 않을 책인데, 어찌나 리뷰를 맛깔 나게 쓰셨는지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변신했군요!
함께 올려주신 사진도 넘 잘 봤어요~ 초딩님의 이런 리뷰 너무 좋습니다~🙆

초딩 2021-09-04 00:13   좋아요 1 | URL
언제나 툐툐님은 최고의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네요 ^^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Ajna 2021-09-0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리뷰 재밌습니다~

초딩 2021-09-06 11:16   좋아요 0 | URL
잼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8.28 17:17

'반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전율했다. 눈물마저 살짝 고였다. 맙소사. 디킨스는 천재인 것 같다.


2021.08.29 12:13

청소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청소 시간에 가치를 더 부여할 수 있다. 오디오북이 있으니 시간을 더 들여도 유익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서 또 평소에는 하지 않던 정리도 할 수 있게 된다.

위대한 유산의 '반전'에 이어 그 '연결성'에 또 한 번 놀란다.

또 한, 그 죄수의 삶을 참아내는 모습에 고개를 숙여본다.


2021.08.28 20:59

아무렇게나 싹둑싹둑 잘린 편린들의 모음이다. 지시대명사는 어디를 지시하는지 알 길이 없고, 보통명사를 가지고 그 속의 고유명사에 대해 비방을 하고 있으니 종잡을 수도 없다. 책이 부질없다기보다는 어떤 책이 누구의 책이 부질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는 오직 착각으로 산다. 모든 사회는 일종의 집단적 꿈이다. p164


2021.08.28 23:59

발레리는 릴케가 극찬했고, 츠바이크를 만났고,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들었고, 그와 함께 다니기도 했다.

1921년(50세) 4월

릴케가 말했다.

나는 홀로 기다려왔습니다. 나의 온 작품이 기다려왔지요.... 그런데 발레리를 읽고는 내 기다림이 끝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p208


1929년(58세) 11월, 아인슈타인의 강연에 참석한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베르그송을 찾아간다.

1932년(61세) 1월, 츠바이크를 만난다.

그의 난해하고 혹독한 그의 문장들을 보다 발레리의 사진을 보니 맑음이 가득 느껴졌다.



2021.08.29 00:14

UX가 역시나 애플에서 탄생했구나.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이라는 용어는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 심리학과 함께였다고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p11


저자가 사람들에게 UX 개선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했고, 저자의 웹 사이트에서 그 정리된 것들을 볼 수 있다.

https://lawsofux.com/


2021.08.30 00:26

아마존서 원서를 좀 봐야겠다. 8월31일을 기다려본다.

Laws of UX: Using Psychology to Design Better Products & Services

아마존



2021.08.29 00:57

책 속에서 소개되는 책과 편집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 책들을 몹시 사고 싶다. 그런데, 민음사의 그 책들이 평이 썩 좋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한낮의 우울 같은 경우 우울증에 관한 명저임에 틀림없는데, 리뷰를 보면 배송 문제도 많지만, 편집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한낮의 우울 원서인 The Noonday Demon을 아마존에서 찾아보면 평이 아주 좋다.


아마존 링크

민음사 34,200원에 비해 Paperback 14.89면 가격도 좋다. 문제는 원서라는 것이지만. 8월31일이 또 기다려진다. 11번가를 통해서 아마존이 이 땅에 상륙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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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30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아마존 소식 들으면서 책값 좀 내려갈려나 하는 희망을 아니면 할인쿠폰이라도 공격적으로 좀 뿌려주려나 하고 있어요 ㅎㅎ ux심리학 법칙 읽고싶어지네요 *^^*초딩님 안녕히 주무세요 ~

초딩 2021-08-30 0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마니님 ~ 그런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 유엑스 책 얇지만 폭 넓게 다루고 있어 길라잡이로 좋은 것 같아요.
미니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새파랑 2021-08-30 0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존이 상륙해도 원서를 못읽는 저는 먼나라 이야기 ㅜㅜ 저도 초딩님 따라서 오디오북 세계에 발을 들이고 싶네요😆

초딩 2021-08-30 00:48   좋아요 2 | URL
정말 강추합니다. 이제 청소 시간마저 기다려져요 ㅎㅎㅎ
자전거 타고 한 번 들어볼가도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

붕붕툐툐 2021-08-3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디킨즈 천재~ 저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오디오북 만만세!!

초딩 2021-08-31 09:29   좋아요 1 | URL
자기가 산 저택을 배경으로 한 위대한 유산 정말 강추 드립니다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9-01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BookLog# 스타일, 넘 좋아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문장 사이를 빨리 넘어가지 못하게 끌어 당기는 접착제는? 바로 초딩님의 깊은 생각?


도널드 노만이라는 분도 첨 들어봤지만, 저렇게 웹사이트 깔끔하게 디자인하다니! 부럽부럽입니다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책을 다 읽고 서평 쓰는 때까지 잡고 있지 못한 생각과 감상을 그 때 마다 모아서 한 번씩 Log로 써보고 있습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09-01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번가와 아마존! 지금 첨 알았어요.
외서 살 때 배송대행으로 받는데, 기냥 11번가로 직행하면 더 저렴하려나요?^^ 초딩 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ㅜㅜ 인기 있는 Pick만 구매할 수 있던데, 책 등 더 많은 제품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

종이달 2021-09-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유현준 교수의 이번 책은 코로나에 따른 공간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그가 책을 거의 해마다 꼬박꼬박 내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사실 책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 책에도 지난 책에서 다룬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공간의 측면에서 흥미롭고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먼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공손하고 겸손하게 전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다. 여러 요소 중 한 개만 잘못 예상해도 결과는 엉뚱하게 나온다. p7


미래의 예측은 단지 현재의 또 다른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고, 예견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는 이미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기 바쁘고, 현재를 살아가기 바쁘니 과거에 예측했던 미래에 대한 회고는 부재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예측은 항상 틀린다고.

하지만, 유 교수는 그의 건축 지론인 다양성처럼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그의 공간에 대한 오브제를 내놓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p10


8월 15일 대유행 때, 회사는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신규 입사자나 전략적인 TF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했다. 반기는 사람도 있었고, 불안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유행이 잠잠해졌을 때도,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지향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사무실 출근을 고집했던 친구들도 한 번 재택을 경험하면 재택을 선호했다. 관리자들은 불안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휴먼카인드에서도 더 높은 지능과 더 강한 육체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을 호모사피엔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친밀감 때문이고, 그 친밀감은 서로 잘 모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 우수한 인재가 있는 집단보다는 우수한 인재는 적어도 집단 내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친밀감은

돌출하지 않은 눈썹뼈 (그래서 표정이 더 다양하다고 합니다), 얼굴 붉히기 (부끄러움 등의 감정 표현), 흰자위 (인간이 거의 유일하게 상대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고), 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음이 있는 (왜소한 체격)이라는 유전학적 특성이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대면하면서 일하는 것이 재택으로 일하는 것보다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2천 명이 되자 회사는 전격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재택은 선택이 아니고 이젠 강제된 필수가 되었다. 사무실 근무를 고집했고, 재택을 해보지 못했던 나도 재택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었다. 재택이 좋았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퇴근과 동시에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아침 수영을 갔다 와도 한 시간 넘는 여유가 있었고, 퇴근해도 즉시 독서도 하고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곳은 집이다. 사무실 근무 때는 평일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과 주말 48시간으로 일주일에 108시간 머무는 공간이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7일 24시간으로 168시간 집에 머무르게 되어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 155% 늘어났다. 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집값의 장벽을 넘기 힘들고, 미니멀리즘으로 나 혼자 살기처럼 집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도3농이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꼭 농촌이라기보다는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고 금요일 재택이 끝나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서울과 같은 도시 생활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고, 특히 자녀가 있다면 학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니, 평일은 도시에서 살고 일상이 끝나면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도시에서 평형을 늘리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방에서 쾌적한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비좁은 서울집의 짐들도 분산시킬 수 있다.

그래도 두 집 살림은 고정비가 증가할 것이고 관리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도 늘어날 것이다. 어쨌든 세컨드 하우스의 평일 4일은 공실과 같으니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세컨드 하우스를 에어비앤비로 호스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관련 책 중 평점이 좋은 <나는 집도 없이 에어비앤비로 월세 받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쓰인 책이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지하나 계륵같이 월세를 받는 집을 꾸며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해서 60만 원대 월세 수입을 200만 원대로 늘리는 성공사례와 함께 호스트를 위한 방 꾸미기부터 숙박업 등록 및 운용까지 모든 것을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의 2/3까지 읽고 나니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연간 만만치가 않다. 거의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만큼 신경 써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 사건 사고도 왕왕 있는 것 같다. 즉, 4도3농을 하기 위해 주업을 하면서 세컨드 하우스를 호스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누군가 한 명 더 있어야 했다. 4도3농의 세컨드 하우스 에어비앤비가 현실적이지 않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책을 후루룩 읽고 덮으려는 순간 핸디즈라는 호스트를 대신해서 숙소 청소, 침구 세탁 및 시설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서비스 업체 소개 대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호스트하고, 번 돈으로 청소 대행하면 언제나 새집 같은 곳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공실 위탁 운영까지 해준다!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예약 사이트를 통한 운영 및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p226


물론, 수수료를 지불해야겠지만, 매력적인 것 같다.

유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p305


전 세계가 비행기로 연결되면서 대륙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그로 인해 코로나가 지구촌 전체에 퍼져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전염병으로 공간이 변화가 요구된다. 4도3농을 이야기하는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 학교, 종교시설 등도 집합하기 힘드니 더 잘게 쪼개어지고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 물류 시스템 또한 배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WovenCity)'처럼 지하에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망을 구축해 그 로봇들이 배송하는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 먼 미래에서 코로나로 급격히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변화의 안에서 앞당겨지고 가속화된 것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선택'을 던져주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은 19세기 석유와 수소의 결정에서 석유를 선택해 온난화를 겪게 한 것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p321


미래의 예측은 결국 선택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 교수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공간의 관점에서 본 미래상을 우리의 선택을 위해 이야기해준다.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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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28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 후 공간의 변화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확실히 공간도 좁아지고 거기에 따른 피로도가 넘 커진게 사실입니다. 4도3농 넘 좋은것 같은데 이것도 어느정도 가진 사람만 꿈꿀수 있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28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도 3농 ㅋ 완전 꿈같은 이야기 이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네요 ~!!

붕붕툐툐 2021-08-28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오름! 이 페이퍼에서 하신 말씀이 제가 나눴던 대화와 너무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가는 추세인가봐요-미국은 이미 이런 식으로 산다고 하더라구요.
초딩님이 수영을 하신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퇴근과 함께 집인거 진짜 너무 좋음~💕(출퇴근 왕복 3시간인 자) 불안한 관리자에사 빵터졌습니다ㅋㅋ

바람돌이 2021-08-29 01:27   좋아요 3 | URL
출퇴근 왕복 3시간이라니.... ㅠ.ㅠ
저는 왕복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점점 가까워져서 지금은 왕복 20분으로 요새 너무 좋아요. 툐툐님도 언젠가 짧은 출퇴근 시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근데 3시간은 출퇴근하면 진짜 녹초 되겠습니다.

막시무스 2021-08-28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간의 미래는 알릴레오북스에서 지난주랑 이번주에 주제도서라서 관심이 많이 가네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초딩 2021-09-04 00:16   좋아요 0 | URL
^^ ㅎㅎ 공간의 미래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써주신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님도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08-29 0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 한개도 청소하기 힘든데 2개라니요. 게다가 에어비엔비 운영하면 그거 관리에 허리가 휠듯....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ㅎㅎ 저는 재택근무가 더 힘들었어요. 출근하면 직장일만 하면 되는데 집에 있으니 사이사이 밥도 해야 하고.... ㅠ.ㅠ
유현준씨 책 좋던데 이 책도 사놓고는 아직 미뤄두고 있네요. 조만간 저도 읽고 팬데믹 이후의 미래와 공간에 대해서 고민해보겠습니다. ^^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정말 생각해보면 집두개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집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데 ㅎㅎ

종이달 2021-09-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4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9-04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황후화 2021-09-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

초딩 2021-09-04 13:53   좋아요 0 | URL
우앙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2021.08.26

<위대한 유산> 열린책들 상권이 알라딘 중고로 있어 구매하려는데, 배송비를 없애려고 책을 찾다가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도 알라딘 중고로 있어서 구매했다. 신나게 양탄자 배송을 받았는데, 만화책이었다. 아. 난 만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림이 상상과 사고를 저해한다고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얇아서 성취욕을 위해 읽었다. 책 덕후 이야기로 가벼웠지만, 가벼운 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상적으로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08.27 17:45

일단 책이 컴팩트하고 예쁘다. 웹뿐만 아니라 자동차, 아이맥, 아이폰 등의 기기들의 산업공학적 디자인도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겠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신청해서 받았다. 좋으면, 또 한 권 사서 소장해야겠다. 아 그리고 O'REILLY 다!.



2021.08.27 17:49

첫 장인 김수영의 편집자들 박혜진 님 편을 잠시 보았는데, 우아 편집자분이 작가다 작가!. 어찌 이리 멋진 문장들을 쓰시는지.

"나에게 김수영은 숨겨진 작가도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읽어 낼 의지가 작동할 만큼 재발견될 작가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는 완성된 세계에 가까웠다." p10

"완성된 세계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은 내키지 않았다" p10

책이 매우 얇은데,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좀 더 두텁게 만들면 좋겠다. 전자책으로 샀는데, 종이도 사야겠다. 이미지로 만들어버린 페이지에 밑줄을 긋고 싶다.


2021.08.27 17:54

"More Is Different" 내 슬랙 프로필의 문구다. 어디서 이 문구를 발견했는지 한참 생각하고 검색까지 했는데, 역시 룬샷이다! 아닐 수도 ㅜㅜ



2021.08.27 23:08

릴케가 극찬한 폴 발레리의 문장들이다. 그의 작가 노트 카이에 (cahier) 에 쓰인 문학적 오브제들이 쏟아져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발레리의 전집 1, 2권에서 엄선한 문장을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인지 궁금하고 마음산책의 엮는다는 의미와 의도가 궁금하다. 그들이 정상이라면 말 그대로 발레리는 어려운 것인지 내 정신이 뒤죽박죽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몇 문장 옮겨본다.


배려는 예측이다 p31


이 문장은 기가 막히게 좋다. 예절은 조직된 무관심은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지만, 배려가 예측이라는 말은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뜻으로 멋지다.


힘의 약점은 힘을 믿는 데 있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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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28 02: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만드는일> 담아둡니다. 종이책으로 봐야겠네요.
배려는 예측이다! 좋은 문장 같습니다^^

초딩 2021-08-28 21:02   좋아요 1 | URL
발레리의 어지러운 편린 중에 몇 안되는 건진 문장들입니다. ㅎㅎㅎ
그리고 종이책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저녁 되세요~

청아 2021-08-28 14: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이 부분 너무 좋은데 전문이 꽤 길어서 놀랐어요 오늘 햇살이 좋네요! 초딩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초딩 2021-08-28 21:03   좋아요 1 | URL
사실 <폴 벨레리의 문장들> 보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가 있는 <해변의 묘지>가 보고 싶습니다 ^^
저도 지금 문장들에 놀라고 또 질리고 있어요 ㅋㅋㅋㅋ.
좋은 저녁 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8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O‘REILLY, 슬랙, 룬샷은 초면입니다. 하핫! 저와 다른 세계(이과 세계?)에 사시는 초딩님~^^
배려는 예측이다는 예측을 하지 말라는 의도였나요?
전 첨에 읽었을 땐 예측해서 배려를 하라는 말인 줄 알았거든요~

초딩 2021-08-28 21:04   좋아요 1 | URL
O‘REILLY는 IT쪽으로 유명한 출판사입니다. 권위와 전문성이 있는요.
ㅎ 아 그리고 룬샷은 실리콘밸리발 책 중에서 단연 최고이고 결이 다른 책 같아요 ^^
예측을 허용해주는 것 같아요. 배려가 결국 네 하고 싶은대로 하는걸 용인해줄께라고 생각했습니다.
^^
좋은 저녁되세요~

종이달 2021-09-02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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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 평소보다 즐겁거나 몰입했거나 다급할 때, 상대적으로 시간은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없어요" -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일정량의 시간이 흘러가야 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은 금이다." - 인간이 가진 그 어떤 재화와 기술과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의 가치를 말한다.

"세월 (시간의 흐름) 앞에 장사 없다" - 이 세상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되고 낡아지는 것을 전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기점으로 '전'과 '후'를 나누고, 그 나눈 것을 '시간'이라고 명하고, '전', '지금', '후'를 '과거', '현재', '미래'라고도한다.  그리고 그 '지금'이라는 기점이 흘러가는 것을 '시간이 간다', '시간이 흐른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론물리학자들이 언제부턴가 시간과 공간을 결부 시켜 '시공간'을 연구하더니 뉴턴과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파인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등을 거치더니 "시간은 엔트로피의 증가' 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은 구획되거나 구획되지 않은 비어있는 그 공간이 아니고 루프들이 엉켜 있는 집합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관계적인 개념이 된다. 시간은 사물들의 다양한 상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낼 뿐이다." p152

"결국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가 관찰되는 방향을 시간이라고 부를 뿐이다." p170


장난감으로 방이 어지럽혀지듯이, 물체가 분자가 원자가 전자가 움직여서 무질서해지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을 시간이라고 하고, 그 움직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온 세상의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p144


"세슘 원자가 1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91억 번 (정확히는 9,192,631,770번) 진동한다"가 아니라 "세슘 원자가 91억 번 진동하는 것을 1초라고 한다" 라는 의미이다. (ref: Wikipedia - Caesium standard, 위키백과 - 초 (시간))

시간이 모든 만물의 변화 기준이라는 자리에서 만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단위로 전락했다. 

물론, 그 냉철하고 예리한 과학 덕분에 지구에서의 시간과 우주 공간 속 인공위성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차이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GPS가 올바르게 동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길치인 내가 어디든 갈 수 있게 인도해주어서. 

(ref: 사이언스올 - 상대성이론의 등장, 철도에서 GPS까지)


하지만, 이 과학이 규명한 '시간'의 전락으로 인해, 우리는 더이상 선조들처럼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카이로스도 찾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는 흘러가는 시간도 없고, 그 흘러가는 시간 속의 기회도 없다.

(ref: 위키피디아 - 크로노스 (시간의 신), 위키피디아 - 카이로스)


하지만, 그들 과학자는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공간)를 광자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플랑크 시간(Planck time)"을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플랑크 시간은 5.391 06 × 10−44 s 라고 하고 빅뱅의 순간을 측정할 때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0과 점 바로 다음에 0이 43개나 있다. 물론, '시간이 없다'로 이야기하자면 광자가 플랑크 길이를 이동했을 때를 플랑크 시간으로 표현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ref: Cosmos - Planck Time, 위키 백과 - 플랑크 시간, 위키 백과 - 플랑크 길이)


손목 위에 애플 워치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도, 세슘 원자의 진동 주기로 표현되는 시간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시간도, 플랑크 시간도 각자의 우리가 정의하고 명명하고 사용하는 시간이다. 그 상황에 그 세계에 맞게 쓰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론 물리학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또 해체해서 환원주의(reductionism)로 정의한 시간의 시계를 우리 세상에 가져와서 손목에 차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카를로 로벨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말한다. 자신들의 이론들이 아직은 사변적이고 명확하고 명징하게 증거되지 못했고, 실용화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이 온 세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있는지도 몰라서

"우리는 틀릴 수 있다" p196

라고 말한다.

빅뱅 이후, 무수한 양자들의 운동으로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지만, "지금 몇 시입니까?"를 누구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아직 2021년 8월 25일 12시 23분 (AM)보다 나은 대답은 없는 것 같다.

환원된 시간(시간이 없다의 시간)은 나이를 먹은 누군가의 물리적인 묘사는 할 수 있지만, 그가 걸어왔고 그 길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 겪었던 일들을 제대로 서사할 길은 없다. 대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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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5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보면 나의 시공간과 너의 시공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너무 어려움 🤔

초딩 2021-08-25 13:41   좋아요 2 | URL
하핫 네 ㅜㅜ 이거 쓴다고 위키 피디아 엄청 돌아다니고, 책도 몇번을 뒤적거렸어요 ㅎㅎ
이론 물리학자들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
좋은 오후 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5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다른 리뷰~ 저는 막 카를로 로벨리의 인성에 주목했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 2021-08-25 21:0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사회 운동가의 길을 걸었었던 해리 포트 닮음 로벨리 멋져요 ㅎㅎ
연구 때문에 여친이랑 결혼 못하고 헤어진건 ㅜㅜ 가슴 아팠고요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2   좋아요 2 | URL
저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군요ㅎ?

종이달 2021-09-02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하네요ㅎ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읽었는데...ㅎ 그래도 읽었던 기억을 잠시나마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초딩 2021-09-04 00:18   좋아요 0 | URL
^^ ㅎㅎ 라디오님이 읽었다고 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